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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처럼 키워라 - 조선 왕실 500년 천재 교육의 비밀
백승헌 지음 / 이지북 / 2016년 8월
평점 :
세종처럼 성종처럼 우리 아이 어질고 지혜롭게 키울 수 있을까?
최근 이 책과 함께 <배부른 나라의 우울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거기에 보면 저출산으로 자녀의 수가 줄면서 부모들이 육아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자녀를 서너 명씩 두었을 때에는 좀 못난 자식이 있어도 어쩔 수 없다고 단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이를 아예 낳지 않거나 낳아도 한 둘을 낳다 보니, 부모에게는 못난 자식을 허용하는 여유가 없어졌다고 꼬집습니다. 그래서 "우리 아이가 실패하면 나도 불안해진다"고 호소하며 정신과를 찾는 부모가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이 자기 인생의 지배자여야 한다는 사고가 퍼지면서 규범에서 벗어나 자기다운 삶을 살려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무한경쟁에 내몰리며 모든 것을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현실에 직면한 현대인들은 직면한 현대인들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얻었지만 대신 불안이라는 격렬한 마음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양육자로서 내 자녀를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불안과 부담감이 큰 부모일수록 '극성 엄마', '극성 아빠'라는 소리를 듣기가 쉽습니다.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는 우리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아이가 있는 모든 곳에 나타나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부모를 헬리콥터 맘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자녀의 학창시절은 물론, 취업, 결혼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신경을 쓰며 간섭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이런 극성 엄마, 극성 아빠가 목매고 있는 것이 오로지 자녀의 성적, 또는 입시라는 것입니다. 몇 년 전에, EBS 지식채널e에서 '대한민국에서 초등학생으로 산다는 것은'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발표했는데, 거기에 보면 '살자' 욕구를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초등학생이 27%이며, '살자'를 생각한 가장 큰 이유가 '성적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나도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날고 싶다!" 한 초등학생의 유서에 담긴 말입니다. 이 어린 학생의 마음을 짓누른 것은 학업부담이었다고 합니다.
성경에 보면 "네 자녀를 위해 울라"는 말씀이 나옵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녀를 위해 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우리의 자녀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어린이 행복지수 꼴찌의 나라입니다. 자녀의 성적지수가 곧 행복지수이기 때문입니다. 1등만이 대접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겠습니다. 1등 한 명을 제외하면 다수의 어린이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엄마, 아빠의 극성이 자녀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방법이 잘못되었고, 교육의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자녀를 잘 키우고 싶지 않은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방법을 모를 뿐이지요.
그런 점에서 <왕처럼 키워라>와 같은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왕처럼 키워라>는 "조선 왕실 500년 천재 교육의 비밀"을 파헤친 책입니다. 첫째는 역사에서 배운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 실효성(?)을 역사가 이미 검증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엔, 왜 조선 왕실의 교육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조선 왕실의 왕자들을 위한 교육만큼 깊은 고민 속에서 탄생한 교육체계가 없으며, 또 그만큼 효과적인 교육 체계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왕자의 교육은 단순히 지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아니나, 두뇌 발달까지 염두에 둔 전인적 천재 교육이었다는 점도 그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왕자의 교육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전인적 천재 교육이었다. 유아기의 조기 영재 교육에서부터 두뇌 발달을 위한 노력까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식견과 능력을 갖추고 경륜을 쌓아 성군이 되게끔 하는 것이었다. 그 과정은 어떤 교육보다 치열했고 체계적이었으며 효과적이었다. 유대인의 천재 교육이나 오늘날의 영재 교육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한 국가가 정책적으로 미래의 지도자를 위해 수시로 대신회의를 열어 천재 교육을 하는 경우는 세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였다(33).
저자는 조선 왕실의 총 27명의 왕들 중에서 천재 교육을 받은 13명의 왕(재위 기간이 짧은 4명의 왕은 제외) 중에서 7명의 왕(세종, 문종, 세조, 성종, 광해군, 영조, 정조)이 천재 교육에 성공했다고 봅니다. 성공률이 53.8%라는 것입니다. 저자가 밝히는 조선 왕실 교육의 대표적인 특성은 "학습 교육법"과 "두뇌 건강법"을 과학적으로 결합시켰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태교 때부터 시작되기는 하지만, 3세 때부터 본격적으로 교육이 시작되는 "조기 영재 교육"이었다는 점, 또 지식함양뿐 아니라, 심신단련을 비롯한 풍부한 감수성, 인간관계, 문제해결을 위한 능력배양, 올바른 생활습관 등을 함께 고려한"전인적 교육"이었다는 것을 특징으로 꼽습니다. 조기 교육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도 많은데, 유대인들과 조선 왕조 모두 '3세' 때부터 조기 교육을 시작했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이 외에도 왕실의 영재 교육은 왕자들이 먹는 것에도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는데, 한의학 박사이기도 한 저자가 직접 그 효능을 보증하는 총명탕의 원리, 그리고 왕자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간식과 음식들 레시피까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일반 선비들도 '조청단지'를 옆구리에 차고 다닐 정도로 조청이 두뇌 발달에 좋은 음식이라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프로그램적 측면에서 "어떻게"를 묻는다면, 이 책은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절 교육에도 중점을 두었다고 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이 부족합니다. 우리의 실생활에서 왕실의 예절 교육을 어떻게 접목하고 구체적으로 적용할 것인가는 이제 교육을 담당할 우리들의 몫이겠지요.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유대인들이 오래도록 그들만의 교육법을 전수해오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교육법을 오늘에 다시 살려 전수해간다면 우리의 자녀도 유대인 못지 않은 인재들로 성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