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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면 -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대담하게 뛰어들어 '온 마음을 다하는' 삶을 살라!
<마음가면>은 "TED 역사상 최고의 감동"이라 평가받는 브레네 브라운의 두 강연, <취약성의 힘>과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의 핵심을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그녀의 두 강연은 이미 "2500만 뷰라는 경이로운 기록" 자체가 그 진가를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2500만 뷰라는 경이로운 기록 자체가 현대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폭노하는 지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강연에 쏟아진 관심과 찬사를 들어보면, '수치심'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처한 환경을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로 정의합니다.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는 우리에게 평범한 삶은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입하며, 늘 뭔가 부족하다는 걱정을 심어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은 수치심, 비교, 참여의 부재라는 병적 요소를 잉태하는데, 이 세 가지 요소들이 가족, 학교, 지역사회, 직당 등을 파고들며 우리의 마음과 삶을 어떻게 잠식해들어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화에 대응하는 방식의 핵심을 저자는 "취약해지기"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합니다.
<마음가면>은 '취약성' 심리전문가로 불리는 저자의 연구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통계'(심층인터뷰)자료를 기반으로 현대인의 마음 안에 일어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심리적 고통)과 패턴, 그리고 대응(치료)방안을 제시하는데, 저자의 설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 취약해지기, 대담하게 뛰어들기, "온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 이어짐, 수치심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저자만의 독특한 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보다 맥락 속에서 이해할 때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취약성은 무엇이고, 취약해지는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개념적 정의보다 '사랑'을 비유로 한 설명 속에서 훨씬 더 잘 와닿습니다. "나는 취약성을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로 정의한다. ... 사랑에 관해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똑같이 사랑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 사람의 안전을 내가 보장할 길은 없다. 그 사람이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줄 수도 있지만 예고 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취약성이다. 사랑은 불확실하다. 사랑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감정을 드러낸다. 물론 그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을 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 그럴 때 우리는 취약해진다"(50-51). 저자는 취약성을 이렇게 설명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꺼이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독려합니다.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을 피하지 말고 대담하게 뛰어들라는 것입니다.
<마음가면>은 개인의 심리에서 머물지 않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탐구해나갑니다.
우리는 왜 취약한 상태를 두려워하는가?
우리는 취약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가?
관계를 차단하고 참여를 거부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취약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세상에 뛰어들기 위해서 삶을 사는 방식, 사랑하는 방식,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광범위한 심층인터뷰를 기초로 한 저자의 '취약성' 연구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 학교, 조직 등과 같은 '관계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관계성 속에 형성되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연구와 강연이 학생과 교사, 자녀와 부모, 기업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마음가면>은 몇 줄로 요약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개념이나 정의보다 상황(환경) 속에서 이해되어야 더 선명하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식은 나의 고백과 경험을 털어놓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백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 책의 요점을 한마디로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알프레드 D, 수자의 시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미움받을 용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D. 수자
읽기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약함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취약성의 문제, 취약성과 함께 다니는 수치심의 문제, 수치심과 죄책감은 다르다는 것,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는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이라는 취약성을 끌어안고 세상에 뛰어들기 위한 삶의 방식, 양육 방식, 조직을 이끄는 방식 등을 광범위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모든 것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에 자신이 없는 사람, 특히 가족, 학교, 직장, 공동체 안에서 관계 문제로 비꺽거리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대담하게 뛰들기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용기를 낸다는 것이다. 부족한 느낌과 수치심이 우리를 지배하고 두려움이 제2의 본성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취약해진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마음가면을 벗고 우리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상처를 입을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대담하게 뛰들기'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삶의 바깥쪽에 서서 삶을 들여다보기만 하면서, 진짜 나를 보여줄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궁금해하는 것만큼 불편하고 위험하고 상처가 되는 일은 없다고"(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