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가면 - 숨기지 마라, 드러내면 강해진다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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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하게 뛰어들어 '온 마음을 다하는' 삶을 살라! 



<마음가면>은 "TED 역사상 최고의 감동"이라 평가받는 브레네 브라운의 두 강연, <취약성의 힘>과 <수치심에 귀 기울이기>의 핵심을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그녀의 두 강연은 이미 "2500만 뷰라는 경이로운 기록" 자체가 그 진가를 증명하고 있는 셈입니다. 한편으로는 2500만 뷰라는 경이로운 기록 자체가 현대사회의 어두운 한 단면을 적나라하게 폭노하는 지표라는 생각도 듭니다. 이 강연에 쏟아진 관심과 찬사를 들어보면, '수치심'이라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아마도 전 세계적으로).  


저자는 우리가 처한 환경을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로 정의합니다.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는 우리에게 평범한 삶은 의미가 없다는 메시지를 주입하며, 늘 뭔가 부족하다는 걱정을 심어주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환경은 수치심, 비교, 참여의 부재라는 병적 요소를 잉태하는데, 이 세 가지 요소들이 가족, 학교, 지역사회, 직당 등을 파고들며 우리의 마음과 삶을 어떻게 잠식해들어가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문화에 대응하는 방식의 핵심을 저자는 "취약해지기"라는 용어를 사용해 설명합니다. 


<마음가면>은 '취약성' 심리전문가로 불리는 저자의 연구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통계'(심층인터뷰)자료를 기반으로 현대인의 마음 안에 일어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심리적 고통)과 패턴, 그리고 대응(치료)방안을 제시하는데, 저자의 설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가 부족해서 그래" 문화, 취약해지기, 대담하게 뛰어들기, "온 마음을 다하는" 사람들, 이어짐, 수치심 회복탄력성 등과 같은 저자만의 독특한 용어와 개념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한마디로 정의내리기보다 맥락 속에서 이해할 때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개념들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취약성은 무엇이고, 취약해지는 무엇인가를 이해하는 데 개념적 정의보다 '사랑'을 비유로 한 설명 속에서 훨씬 더 잘 와닿습니다.  "나는 취약성을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로 정의한다. ... 사랑에 관해 한번 생각해보자.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이 나를 똑같이 사랑해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히 그 사람의 안전을 내가 보장할 길은 없다. 그 사람이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줄 수도 있지만 예고 없이 떠나버릴지도 모른다. 이것이 취약성이다. 사랑은 불확실하다. 사랑은 무척 위험하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할 때 우리는 감정을 드러낸다. 물론 그것은 두려운 일이다. 어디 그뿐인가. 사랑을 하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 그럴 때 우리는 취약해진다"(50-51). 저자는 취약성을 이렇게 설명하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꺼이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독려합니다.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을 피하지 말고 대담하게 뛰어들라는 것입니다. 


<마음가면>은 개인의 심리에서 머물지 않고,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탐구해나갑니다.


우리는 왜 취약한 상태를 두려워하는가?

우리는 취약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가?

관계를 차단하고 참여를 거부할 때 우리는 무엇을 잃는가? 

취약성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세상에 뛰어들기 위해서 삶을 사는 방식, 사랑하는 방식, 

아이를 양육하는 방식, 조직을 이끄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까?


광범위한 심층인터뷰를 기초로 한 저자의 '취약성' 연구는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족, 학교, 조직 등과 같은 '관계성'의 문제이기도 하고, 그 관계성 속에 형성되는 '문화'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저자의 연구와 강연이 학생과 교사, 자녀와 부모, 기업인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마음가면>은 몇 줄로 요약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개념이나 정의보다 상황(환경) 속에서 이해되어야 더 선명하게 와닿기 때문입니다.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하는 방식은 나의 고백과 경험을 털어놓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고백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이 책의 요점을 한마디로 설명해보라고 한다면, 알프레드 D, 수자의 시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미움받을 용기'와도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D. 수자



읽기 쉬운 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연약함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취약성의 문제, 취약성과 함께 다니는 수치심의 문제, 수치심과 죄책감은 다르다는 것, 수치심을 극복할 수 있는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불확실성, 위험, 감정 노출이라는 취약성을 끌어안고 세상에 뛰어들기 위한 삶의 방식, 양육 방식, 조직을 이끄는 방식 등을 광범위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모든 것이 '이어져 있습니다.' 이 책은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삶의 방식을 가르쳐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쉽지는 않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에 자신이 없는 사람, 특히 가족, 학교, 직장, 공동체 안에서 관계 문제로 비꺽거리고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대담하게 뛰들기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용기를 낸다는 것이다. 부족한 느낌과 수치심이 우리를 지배하고 두려움이 제2의 본성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취약해진다는 것은 커다란 도전이다. 마음가면을 벗고 우리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상처를 입을 확률은 높아진다. 하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고 '대담하게 뛰들기'가 내게 어떤 의미였는가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한 가지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 삶의 바깥쪽에 서서 삶을 들여다보기만 하면서, 진짜 나를 보여줄 용기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를 궁금해하는 것만큼 불편하고 위험하고 상처가 되는 일은 없다고"(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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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의 통찰 - 전 세계 1% 전략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
히라이 다카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다산3.0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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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머리는 생각을 합니까?"



쉬는 날이면 한 번씩 '뇌섹시대-문제적 남자'라는 프로그램을 챙겨봅니다. 거기 보면, 소탈한 매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지석 씨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어디서 시작해야 돼?" 낯선 유형의 문제가 출제되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생각이 아예 먹통이 되는 막막함을 솔직히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모르는 문제일지라도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의지와 어디서부터 생각을 시작해야 하는지를 묻는 그 질문(사고방식)이 참 현명해 보입니다.


<1등의 통찰>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어디에서 시작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벽을 뛰어넘을 수 있는 힌트는 우리의 생각 속에 숨어있는데, 그 힌트를 찾아나가는 '생각 모델'을 우리 머릿속에 심어주는 책입니다. 이 생각 모델은 MIT 슬론스쿨이 개발한 시스템 사고법(시스템 다이내믹스)입니다. 이 시스템 사고법의 목적은 인간의 통찰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MIT 슬론스콜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전략 컨설턴트입니다. 전략 컨설턴트가 하는 일은 한마디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16)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복잡한 문제 해결하는 것을 업으로 삼아온 저자가 MIT 슬론스쿨에서 배운 시스템 사고법을 비즈니스 현실에 적용한 것입니다. 


이 책이 가장 먼저 짚어주는 통찰은 "사람은 의외로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당신의 머리는 생각을 합니까?"라는 별것 아닌 질문에 괜히 뜨끔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싶다는 자주하기 때문이지요. 제대로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서도 현대인들이 '생각하기'에 지쳐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정보 과잉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보과잉 사회일수록 본질은 뒤어 숨고 '현상'만 눈에 보이게 되는데, 이 현상 너머에 있는 본질을 꿰뚫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에 나도 모르게 생각하기에 게을러지는 것이라고요. 저자는 이렇듯 정보과잉 시대일수록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이 필요하고,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생각의 힘, 즉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냥 생각하지 말고 본질에서 생각하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정보나 현상에 현혹되지 않고 현상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을 꿰뚫어 볼 것인가 하는 것이 과제겠지요. 본격적으로 시스템 사고법을 배우기 전에, 우리가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통찰을 방해하는 습관'의 정체입니다. 우리의 뇌는 습관대로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통찰을 방해하는 아홉 가지 생각 습관


1.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습관

2. 일반론에 만족하는 습관

3. 프레임워크에 의존하는 습관

4. 카테고리에서 생각을 멈추는 습관

5. 키워드에서 생각을 멈추는 습관

6. 초기 가설을 고집하는 습관

7. 생각하는 목적을 잃어버리는 습관

8. 프로세스만 돌리려는 습관

9. 주체성을 잃어버리는 습관 

1번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습관"의 예는 이런 것입니다. 


피곤하다 → 휴가를 내자

제품이 잘 안 팔린다 → 어떻게든 팔아야 한다

"가장 흔하고 초보적인 생각 습관"이라는데, 늘 회의를 이런 식으로 이끌어가시는 우리 조직의 리더 한 분이 생각나서 혼자 한참 웃었습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당연한 생각을 왜 못하냐고,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행하자고 늘 역설하신답니다. 


<1등의 통찰>이 가르쳐주는 시스템 사고법에서는 사물의 본질을 현상 뒤에 숨어 있는 구조와 인과로 포착하는데, 그 구조를 '모델'이라고 하고, 인과를 '다이너미즘'이라고 부릅니다(76). 모델과 다이너미즘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모델이란 그 현상을 만들어내는 구성요소와 그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관계성을 일컫는다"(76). "다이너미즘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 모델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을 일컫는다(77). 다시 말해, 모델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패턴을 읽는 것입니다. 그리고 통찰한다는 것은 현상 뒤어 숨어 있는 모델과 다이너미즘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모델과 다이너미즘을 통해 현상이나 정보에 현혹되지 않고 그 아래에 숨어 있는 다양한 요소의 역동적인 관계를 읽어내는 것이 통찰의 핵심입니다. 


<1등의 통찰>은 시스템 사고법을 체화하여 통찰력 역량을 기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4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생각이 눈에 보이도록 모델을 그리고, 모델에 시간축을 더한 다이너미즘으로 과거를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고, 모델을 바꿔 해결책을 찾은 후, 현실에서 피드백을 얻는 것이 통찰력 사고의 4단계입니다. 비지니스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이해가 쉽습니다. 저자의 설명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가르침 중 하나는, 마지막 검증의 방법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모델이 본질에 다가갈수록 내용은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보이면 누구나 신선한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가슴 뛰는 흥분을 느낀다. 매너리즘에 빠져 현상의 반대를 결론으로 삼는 일에 재미를 느낄 리 없지 않은가"(122).

저자는 검증의 단계에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생각이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를 확인하라고 조언합니다. 재미있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은 본질에 다가갔다는 증거입니다! 우리가 하는 회의가 왜 그렇게 재미없었는지 그 이유를 알 것 같습니다. 회의를 하면서도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걸, 어쩌면 우리 모두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영학 관련 전문 이론이고, "전 세계 1% 전력가들에게만 허락된 MIT 명강의"라고 해서 다소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자기계발서처럼 잘 읽힙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게, 그리고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직 훈련되지는 않았지만, 본질을 꿰뚫어볼 수 있는 '생각 모델'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어떤 일을 하던지 큰 도움이 되리라는 확신이 듭니다. 답은 모르지만, 적어도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그 '길'은 찾은 셈이니까요.


또 하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감탄하게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전문지식(이론)을 대중화하는 일본인의 힘입니다. 어떤 분야든 번역되어 나온 일본 서적들을 보면, 이론이 이론에서 머물지 않고, 지식이 지식인에게 머물지 않고, 지식을 대중화하여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적용되어 나오는 것을 봅니다. 이것이 일본의 경쟁력이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참 부러운 점이고,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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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농담 101가지 - 농담이 힘이 되는 순간이 있다!
이록 엮음, 박정례 옮김 / 한국경제신문i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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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라,

세상이 너와 함께 웃을 것이다.

울어라,

너 혼자 울게 될 것이다!


- 엘라 훨러 월콧스, <고독> 중에서



예부터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는다고 했습니다. 반대로 입으로 매를 번다고도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언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만큼이나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농담도 마찬가지입니다. 상황에 적절한 재치 있는 농담 한마디가 얼었던 분위기를 녹이고, 불편한 감정을 풀어주며, 어색한 관계를 유쾌하게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못 내뱉은 농담은 오히려 분위기를 망치고, 상대방에게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만큼 고도의 재치가 필요한 것이 농담입니다. 농담을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말을 잘 하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치 있는 농담이 그 사람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성경에 보면, "경우에 알맞은 말은 은쟁반에 담긴 금사과이다"(잠언 25:11)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경우에 알맞은 농담으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싶은데, <유대인의 농담 101가지>라고 하니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세계에서 머리 좋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유대인들인데 그들의 농담이라니 얼마나 재치가 번뜩일까 싶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이 책은 유대인의 농담이라기보다 교훈적인 '탈무드'로 읽힙니다. 


<유대인 농담 101가지>를 읽으며 가장 뜨끔했던 교훈은, '졸부 가족과 유대인 가족' 이야기였습니다(65-67).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 가족이 부자들만 사는 마을로 이사를 왔습니다. 그들은 그 마을에서도 VIP만 들어갈 수 있는 클럽의 회원으로 가입하고 싶어, 치밀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아버지는 일부더 이웃들과 접촉하며 골프 실력 향상 비법을 친절하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정원의 잔디를 잘 기르는 방법을 가르쳐주기도 하고, 어머니는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디저트 요리 만드는 법, 과자 굽는 법, 기막히게 맛있는 케이크 만드는 비결까지 몽땅 털어놓았습니다. 아들은 친구를 데려와 이웃 소녀들과 미팅을 시켜주었으며, 딸은 무보수로 동네 사람들의 아기를 돌봐주었습니다. 그러나 예상 외로 마을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너무 아는 척을 하는 가족", "항상 너무 잘난 체를 하는 가족"이라는 것이 클럽 임원들의 평가였습니다. VIP 클럽에서 회원으로 받아들인 가족은, 늘 '겸손히 조언을 구했던' 가족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밌다고 생각했던 '유대인 농담'은 이것입니다. 


모세는 자기 아들 아브라함이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겠다고 하는 바람에 세상이 뒤집힐 듯이 놀랐다. 

"전능하신 하나님, 당신을 찬양하나이다. 하나님, 나의 외아들 아브라함이 그리스도교 세례를 받겠다고 합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그러자 어디선가 무겁고 엄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 아들도 그랬단다."

그리스도는 그리스도 교도가 된 최초의 유대인이었다(모세의 아들, 188-189). 

이 글은 (유일하게) 정말 "하하하" 소리를 내며 웃었답니다. 유대인이라 가능한, 유대인이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유대인의 재치가 엿보이는 농담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하하" 웃게 만드는 농담은 아니지만, 가장 큰 감탄을 불러일으켰던 <유대인 농담>은 '선택 1' 이야기입니다(78-79). 지혜로운 랍비가 여행 중에 한 외딴 섬에 표류하게 되었습니다. 이 섬에 사는 부족은 아주 논리적이면서도 배타적이었습니다. 외부인이 들어오면 논리적인 재판을 거쳐 외부인의 말이 진실이면 '참신' 앞에서, 거짓이면 '거짓신' 앞에서 죽였습니다. 재판에 처하게 된 랍비는 고심 끝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나를 거짓신 앞에서 죽일 것이다." 랍비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랍비는 살아남았습니다. 랍비의 말대로 거짓신 앞에서 죽이려고 하니 그의 말은 '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참신 앞으로 끌고 갔으나 참신 앞에서 죽이면 그의 말은 거짓이 되므로 또다시 죽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사실, <유대인 농담 101가지>라고 해서 "가슴이 뜨끔", "머리가 깨어나는" 좀 더 재치 있는 농담을 기대했습니다. 농담이라기보다 교훈적인 탈무드에 가깝다는 생각이 드니, 혹시 이 책의 제목이 유대인식 농담일까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생각하는 농담과 이 책의 저자가 생각하는 농담의 분위기가 많이 다른 탓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재미있게 읽었고, 부담 없이 읽었고, 읽는 동안 생각과 마음을 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설교를 위해 재밌는 예화를 찾는 목사님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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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애 마지막 그림 - 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나카노 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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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들이 남긴 최후의 걸작으로 읽는 명화 인문학

화가는 마지막 그림에 무엇을 담았나?



명화 관련 교양도서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는 책입니다. 저자는 "독일문학을 전공했고, 바로크에서 인상주의에 이르는 유럽 미술에 조예가 깊다"고 합니다. 미술 관련 전공자가 아니라는 것이 의외입니다. 유럽 미술에 상당히 조예가 깊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문학을 전공한 이력이 저자를 "최고의 명화 이야기꾼"으로 만드는 데 크게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글맛이 쫄깃하다고 할까요, 화가들의 이야기가 소설을 읽듯 재밌게 읽힙니다. 


"15세기에서 19세기를 살아간 그들이 각각 어떤 문제에 부딪혔고 

어떤 노력 끝에 걸작을 탄생시켰는지, 

나아가 생의 마지막 작품으로 무엇을 남겼는까지 살펴보고자 합니다"(7).


이 책은 제목처럼 화가의 마지막 그림에 집중하는 책은 아닙니다. 아니, 어쩌면 그 마지막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화가의 전생애와 초기작품과 대표작까지 모두 살펴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생애 마지막 그림>이라는 제목으로 "화가는 마지막 그럼에 무엇을 담았나?"를 묻고 있지만, 그 답에 이르기 위하여 화가의 '전생애'를 조명합니다. 그동안 단편적인 지식이나 정보를 통해 표피적으로 알고 있던, 아니면 많이 들어본 이름 정도로만 알고 있던 한 명 한 명의 '화가'를 매우 잘 알게 된 느낌입니다. 그것도 입체적으로 말입니다. 더불에 유럽 미술사에 대한 조예까지 깊어지는 것은 덤입니다. 







 

 

 

 

 



"어떻게 하면 보는 사람의 관능을 일깨울 수 있는지 아는 자는 어떻게 하면 관능을 지울 수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확신범이다"(35).


이 책의 '느낌'을 전하기 위해 보티첼리를 선택한 것은, 그가 이 책이 소개하는 첫 화가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가장 극적인 화풍의 변화를 보인 화가이고, 그리하여 그의 만년작은 그동안 내가 알던 그 '보디첼리'가 아니라는 충격을 함께 공유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피렌체 르네상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명작"입니다(23).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익숙한' 작품일 겁니다. 저자는 최전성기의 보티첼리 작품의 매력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춤추는 것 같은 전체적인 분위기, 꿈꾸는 듯한 인물의 모습, 완벽한 색채, 넘치는 풍요로움과 화려함, 순수함, 서정성…. 보티첼리의 작품에는 이런 특징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그 앞에 서면 해석 따윈 쓸모없게 느껴진다. 보는 사람을 황홀하게 만드는 것이다"(31). 그런 보티첼리 화풍에 가장 급격한 변화를 보인 것은 여성의 누드입니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저자의 이렇게 설명합니다. "보티첼리는 "육욕의 아름다움을 부추기는 화가나 문학가는 악마의 앞잡이다"라는 사보나롤라의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도미니코회 수도사의 가르침을 접한 이후 작품에서 우아함과 아름다움, 서정성을 완전히 지워버렸다"(33). 보티첼리의 인기는 빠르게 식어갔다고 합니다.


보티첼리 외에 유독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화가와 그의 마지막 작품은 고야와 밀레, 그리고 고흐입니다. 그들의 격동적인 삶과 화풍의 변화, 그리고 마지막 작품 이야기는 웰메이드 영화처럼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얼굴 같은 건 닮지 않아도 좋다. 위대함을 표현하라"(170).


나폴레옹이 화가 다비드에게 내린 명령입니다. "문화 전체가 민중과 함께 걷기 전", 그림은 왕후 귀족, 성직자, 또는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예술가들은 역사화(신화화, 종교화 포함), 초상화 등을 "의뢰받아" 그림을 그렸습니다. 예술가들에게 그림은 먹고 살기 위한 노동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화가의 삶에는 늘 후원자 이야기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특히 이 책에는 화가와 그를 후원하는 왕의 운명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엔, 화가들이 안목 있는 왕의 덕을 많이 봤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오히려 더 큰 덕을 본 것은 화가가 아니라 왕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 큰 궤적을 남기지 못한 왕이라 해도 위대한 화가의 작품을 통해 그 이름이 기억되고 그 궤적이 추적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벨라스케스라는 천재가 없었다면 필리페 4세의 궁정 생활이 후대의 흥미를 끌 일은 없었을 것이다"(121). 반대로  뛰어난 군주였지만 위대한 화가를 만나지 못해 그 위풍당당함을 후대 작품으로 남길 수 없었던 안타까운 군주도 많습니다. "뛰어난 군주 또는 악명 높은 군주가 동시대의 뛰어난 화가에게 초상화를 맡길 수 있었던 예는 예상외로 적다. 엘리자베스 1세, 표트르 대제, 예카테리나 대제,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 프리드리히 대왕처럼 개성이 강한 이들은 유감스럽게도 그에 어울리는 초상화를 남가지 못했다. 한편, 모처럼 솜씨 좋은 화가를 곁에 두고도 군주의 역량이 부족했던 예로는 벨라스케스와 펠리페 4세, 반다이크와 찰스 1세, 루벤스와 마리드 메디시스(앙리 4세의 아내), 고야와 카를로스 4세를 들 수 있다. 화가와 군주 모두 역사에 커다랗게 이름을 남긴 몇 안 되는 경우는 뒤러와 막시밀라안 1세, 티치아노와 카를 5세 및 펠리페 2세, 홀바인과 헨리 8세, 그리고 다비드와 나폴레옹 정도일 것이다"(170).




"그림이란 화가의 삶의 방식 그 자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입니다"(7).


살아서도 죽어서도 가장 화려하고 행복했던 화가는 '화가의 왕'이라 불린 루벤스이고, 살아서는 이 보다 더 불행할 수 없었으나 그 비극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작품에 더 강렬한 감동을 남기는 비운의 아이콘은 '고흐'가 아닐까 합니다. 이제 그들의 작품을 볼 때마다 화가의 행복과 불행이 함께 보일 듯합니다. 이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림 속에서 화가를 읽어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예술 작품은 그것을 만들어낸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기도 한다"(114).


자꾸만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만 익숙해지는 우리입니다. 이 책과 더불어 모처럼 교양 좀 쌓아보면 어떨까요? "최고의 명화 이야기꾼"이라 불리는 저자를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읽는 재미, 보는 재미, 그리고 앎의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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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명연설 - 김양호 박사가 선정한
김양호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애플북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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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대변한 인물들 그들은 무엇을 말했을까?"



마틴 루텅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을 육성으로 직접 들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수업 시간이었는데, "I have a dream!"이라는 외침이 정말 골짜기마다 울려퍼지는 듯한 전율이었습니다. "나는 꿈이 있습니다"라고 번역된 연설문을 읽을 때와는 또 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아마도 이 때부터, 말의 힘, 그중에서도 명연설에 진지하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유투브 등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있는 버락 오바마, 스티븐 잡스의 명연설처럼 이왕이면 육성 자료를 구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대신 연설문으로라도 읽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드디어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을 보호하고, 경우에 따라선 흉악한 무리들을 공격할 수도 있으며, 자신의 복수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몸에 항상 지니고 다녀야 하는 무기로 말보다 더 중요한 필수품이 있다면 과연 무엇인가? (중략) 흩어진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로, 야만의 거친 삶에서 이곳 로마처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문화와 문명의 세계로 이끌 수 있었던, 또한 국가가 이미 세워졌을 때 입법과 사법 그리고 법에 입각한 권한과 법이 보장한 권리에 대한 규정과 틀을 마련하고자 할 때, 어떤 다른 힘이 가능했을까?"(425)

위의 연설문은 로마 제일의 웅변가로 꼽히는 키케로의 '말의 힘'에 대한 예찬입니다(424). 키케로는 오직 연설 능력 하나로 최연소로 최고의 권좌인 집정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이처럼 말로 세계를, 역사를, 정치를, 마음을 움직인 명사들의 명연설을 읽으며 하나 깨닫는 것 하나는, 연설은 스피치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신념을 가졌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능력은 출중하지만 잘못된 신념 때문에 인류를 절망에 빠뜨린 히틀러와 같은 인물도 있고, 닉슨처럼 불명예를 안은 비운의 리더도 있습니다. 반대로 본업은 연기하는 배우이지만, 그가 가진 신념 하나로 전세계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같은 인물도 있습니다. 그는 배우이자 환경운동가로 불립니다. 함석헌 선생님의 연설 중에도 이런 메시지가 들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 혁명이론이 없었습니다. 단지 손에 든 칼만을 믿고 나섰습니다. 그러나 민중은 무력만으로 얻지 못 합니다"(359). 명연설의 진짜 힘은 말의 힘이 아니라, 올바른 신념의 힘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의 명연설>은 "동서고금을 통하여 탁월한 연사들과 그들이 한 연설 가운데 명연설로 꼽히는 연설문들을 골라 실었습니다"(6). 링컨, 처칠, 스티브 잡스와 같이 이미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는 일부 연설문은 의도적으로 실지 않았지만, 역사 속에서 명연설로 꼽히는 총 114편의 연설문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총 114편의 <세계의 명연설>을 선정한 김양호 박사는 이 책이야말로 "스피치의 보고"이며, "스피치를 하게 되거나 스피치에 관한 글을 쓸 때 참고할 수 있는 그야말로 풍부한 자료집"으로 자부합니다(6-7). 인물소개가 함께 수록되어 있어 연설문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다만, 연설문 전문(全文)이 아니라, '발췌문' 또는 '요지'만 실린 경우가 많은 것은 다소 아쉽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연설문을 기준으로 봤을 때, 번역도 다소 아쉽게 느껴집니다. 명연설은 역시 육성으로 직접 들을 때에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낄 수 있겠으나, 구하기 힘든 명연설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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