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셀프 트래블 - 2016~2017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4
송윤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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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가 말했다. 삶은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일이라고"(프롤로그 中에서).



뽀루뚜까 아저씨의 나라, 포르투갈. 윤동주 시인이 별 헤는 밤에 되뇌었던 '패, 경, 옥'이라는 이국 소녀들의 이름처럼, 제게는 너무도 이국적인 이름, 포.르.투.갈.입니다.<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뽀루뚜가 아저씨를 만나고 마음에 품게 된 이름이지만, 어째서 저는 한 번도 그 나라에 직접 가볼 생각을 하지 못 했던 것일까요? 아마도 너무도 이국적인, 그래서 세계사 속에서나 소설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 한 분이 다가오는 9월 친구분과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십니다. 정년퇴직 후,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들에 도전하는 중이시지요. 내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에 도전하겠다고 광고를 하고 다니는 제게 선생님은 산티아고 순례길 완주하신 후, 내친김에 포르투갈까지 여행을 하려 한다고 계획을 들려주셨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 좋은 생각을 왜 못했나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 일정을 다시 짜는 중입니다. 산티아고 순례길 + 포르투갈 여행일정까지 넣어서말입니다. 





 


 

 

 


 




"대항해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포르투갈의 문턱을 넘어갈 준비가 다 되었는가?"




<포르투갈 셀프트래블> 활용법 _ MISSION과 TRY로 맛보는 포르투칼 여행!


MISSION은 말 그대로 포르투갈에서 누리고, 맛보고, 가져야 할 임무를 제시한 부분입니다. 특히 저자가 추천하는 포르투갈 먹을거리와 쇼핑 아이템 리스트를 적극 활용해보세요. TRY는 기간별, 테마별로 포르투칼 여행의 일정을 제시한 것으로 누구든지 실제 일정 구성 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부분입니다. 본격적인 포르투갈 여행 전에 이런 탐색을 통해 자신만의 포르투갈 여행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포르투갈 여행으로의 구체적인 스텝을 밟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보들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본적인 포르투갈의 정보부터 항공권과 숙소 예약 정보, 비상시 대처법 등을 제시했고 짐을 꾸릴 때 유용한 체크 리스트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지역별 챕터에서 각 지역에 대한 내용을 익혔다면 이 부분에서는 포르투갈 전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포르투갈의 수도인 리스본을 시작으로 하여 리스본의 근교 도시, 대항해시대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포르투, 포르투갈 중부 지역의 세계문화유산, 가톨릭의 유명한 성지순례자인 파티마 등 친절하게 소개된 포르투갈을 만날 수 있습니다. 관광지를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식당, 숙소, 쇼핑 스폿도 지역에 따라 유용하게 안내합니다.

 


<포르투갈 셀프트래블>로 포르투갈을 미리 탐방하며 포르투갈 자유여행에서 이건 꼭 놓치지 말아야지 싶은 것, 그리고 내가 꼭 포르투갈에 가야 할 이유를 찾은 건 4가지입니다.


첫째, 파티마의 성지순례! 이 책의 저자는 이곳을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성모 마리아가 발현했던 곳으로 많은 순례자의 행렬이 이어지는 곳이다. 몸이나 마음이 아픈 자들이 이곳으로 와 자신의 믿음을 바탕으로 간절함을 호소하는 행위는 지금의 나와 주변에 대한 감사와 감동으로 이어진다."


둘째, 리스본의 28번 옐로 트램 투어! "28번 트램은 리스본의 중심부를 가로지른다. 가파른 언덕과 좁은 골목을 요리조리 피해 뚫고 가는 옐로 트램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리스본 산책 완료!"


셋째, 포르투의 해리포터 서점"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 3위인 포르투의 렐루 서점은 작가 조앤 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에서도 도서관을 묘사할 때 모티브가 되어 유명하다. 콜라병처럼 유연한 곡선의 계단을 올라가면 헤르미온느에게 혼나는 론과 웃고 있는 해리가 반겨 줄 것 같다."


넷째, 포르투갈의 특별한 호텔 포우자다! 호텔 포우다는 "옛 성주들의 고성이나 수도원, 대부호의 저택을 국가에서 개조해 만든 국영 호텔"인데, "독특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어 항상 예약이 꽉 차 있으므로 몇 달 전에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비싼 숙박료가 부담스럽다면 식사만 즐기는 것도 좋다. 중세로 시간여행을 떠나 유럽 귀족이 되고 싶다면 하루쯤 투자해보자."

 






 

 




"주변에 포르투갈을 다녀온 여행자에게 어땠냐고 물어보면 그들은 정확히 무엇이 좋았다고 말하지 않는다. 

포르투갈은 그냥 스며드는 것 같기 때문이다"(프롤로그 中에서).



<포르투갈 셀프트래블>로 미리 가본 포르투갈은 미얀마나 라오스와 같이 사람이 좋아서 더 좋아하지는 여유의 나라였습니다. 제가 만일 계획대로 내년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뽀루뚜까 아저씨의 나라 포르투갈 땅을 딛고 서 있다면, 제 삶은 일시정지 상태일겁니다. '휴직'이 통하지 않으면 '사직'을 택했을 테니까요. 그렇게 또 다른 시작을 위해 삶을 멈출 때,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을 때, 전혀 다른 삶 속에 스며들고 싶을 때, 망설임 없이 포르투갈로 떠나가려 합니다. 이 책을 알기 전까지는 체코, 산티아고 순례길뿐이었는데, 이제 그 여행은 포르투갈까지 연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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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중독 - 도전과 실패를 반복하는 습관의 늪
최창호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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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과 실패를 반복하는 결심중독이 의심된다면? 


다음 '결심중독 수준 체크리스트'로 테스트를 해보자. 총 20개 문항 80점 만점에 55점 이상이 나오면 중독수준이다. 40-45점은 심각수준, 31-39점은 보통수준, 16-30점은 경미수준, 15점 이하는 자유수준이다. 심각수준 이상이 나온다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심리중독 중에 가장 무서운 병이 바로 '결심중독'이다(12).


<결심중독>은 "많은 사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결심중독에 빠진다"고 경고한다. "하루에도 수없이 결심하고, 작심하고, 작정하지만, 결심중독에 걸린 사람은 자신이 중독에 걸린지도 모른 채 지금 이 순간에도 결심을 반복한다"(13). 결심중독이란, 결심이 매번 실패로 끝나는 걸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결심을 무한반복하는, 무언가 결심하거나 아무런 목표가 없으면 뭔가 불안해지는, 결심이라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해지는 강박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결심과 실패를 거듭할수록 일상생활이나 정신이 점점 망가진다는 것이다. "이뤄놓은 일 없이 세월만 가고, 남들은 발전해가는 데 나만 정체돼 있는 것 같고, 그러다 스스로 주눅이 들곤 하니 무기력해지는 것이다"(14). 




굳은 다짐을 하며 세운 계획들이 왜 그토록 쉽게 무너져 내리는 것일까?


<결심중독>은 '결심을 방해하는 뇌'를 제일원인으로 지목한다. 우리의 뇌가 결심을 방해하는 핑계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뇌에는 어떤 개념이 이미 형성되어 있고, 그에 따라 작동하려는 습성이 있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뇌 입장에서는 변화가 달가운 사건인 것만은 아니다. 대부분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대로 하는 데서 평온함을 느낀다. 그래서 자신이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알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어떤 계기로 큰 결심을 했을 때에도 스스로에게 변명거기를 늘어놓으며 슬그머니 회피해버린다"(257).


흥미로운 것은 뇌생리학적으로 볼 때, "작심삼일"도 근거가 있다.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길 때 뇌는 익숙했던 패턴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변화된 행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주는 호르몬이 "아드레날린과 코티졸"이다(18). 그런데 이 효과가 3일 정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의욕만 앞세운 무리한 계획, 거창한 목표, 미루는 습관, 정보 홍수에서 비롯된 선택장애도 결심중독을 부추기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결심중독을 극복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결심중독에서 벗어나려면 '뇌'를 내편으로 만들어라(255).


이 책은 결심중독을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제는 결심이 성취되었을 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라고 말한다. "결심의 실천과 성취라는 획득의 쾌감을 느껴야 한다"(64)는 것이다. 결심중독 극복 프로젝트의 핵심은 뇌를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고, 뇌를 내편으로 만드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다. 그 첫걸음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작은 목표 하나면 된다. "결심과 포기를 반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고리를 끊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 하나만 해내면 된다"(90). 


다음 단계는, 새로운 일을 할 때 적어도 21일간 계속하는 것이다. 좋은 습관이 몸에 익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21일간이라고 한다. "21일은 생각이 영장류의 뇌인 대뇌피질에서 파충류의 뇌인 뇌간까지 내려가는 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으로, 생각이 뇌간까지 내려라면 그때부터는 심장이 시키지 않아도 뛰는 것처럼, 의식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행하게 된다는 법칙으로 결심을 습관화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시간을 말한다"(53).




Just do it, 지금 당장 실천하라!(292)


결심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이 가장 명심해야 할 행동 강령은 "지금 당장 실천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을 '실천지능'이라고 부르는데, "실천지능이란 계획한 일을 실천하는 데 꼭 필요한 지능으로, 목표를 확실히 정하고 계획을 세운 뒤 작은 일부터 실제로 행동에 옮기면 된다"(279)고 조언한다. 


이 책은 실천지능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과 심리적 조언으로 가득하다. 목표에 집중하지 말고 과정에 집중하라"는 조언은 구체적으로 행동을 수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큰 변화를 노리며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 너무 많은 목표를 세울수록 실패 확률은 그만큼 커진다 -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작은 목표가 중요하다는 것도 기존의 습관을 큰 폭으로 수정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심리학 이론을 총동원하여 실행력을 높이는 방법을 강구하는데, 자기계발서로 읽어도 좋을 책이다. 결심중독뿐 아니라, 공부, 다이어트, 운동, 인생설계 등 목표를 설정하고 실행하고 성취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습관'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이 일상을 지배하고, 그런 시간들이 쌓여 인생을 만들어간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실행력 높이기, 좋은 습관 기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롭고, 구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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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 회복하는 인간 Convalescence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바이링궐 에디션 한국 대표 소설 24
한강 지음, 전승희 옮김, K. E. 더핀 감수 / 도서출판 아시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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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화상을 입자마자 바로 처치를 안 한 거죠?"(8)


한강의 <회복하는 인간>은 발목에 화상을 입은 여자가 그 상처를 회복해가는 이야기다. 닷새 전, 여자는 언니의 장례를 치르고 산을 내려오다 발목을 삐었고, 한의원에서 뜸 치료를 받다 화상을 입었고, 화상을 입고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이 짧은 이야기는 묘한 병행과 대조로 가득 차 있다. 결점투성이 여자와 그런 여자를 질투한 언니, 온 힘을 다해 언니를 사랑한 여자와 그런 동생을 사랑하지 않는 언니,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한 행복이 매순간 당신을 따돌리고 있는지 모른다는 느낌" 속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이 세상의 모든 화려한 행복의 조건 속에서 죽어버린 언니, 화상 입은 발목 위로 겹쳐지는 쓰라린 기억. 묘한 병행과 대조 속에서 조직이 훤히 보일 정도로 심한 화상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 된다. 방치된 발목처럼 방치되었던 관계. 시간이 지나자 살아나는 피부 조직과 죽어버림으로써 끝내 화해를 이루지 못한 관계. 그리하여 회복할 수 없는 것을 보여주는 <회복하는 인간>.




"그 해가 지나가기 전에, 당신은 늦은 밤 그녀의 방에서 물었다. 

난 정말 모르겠어, 사람들이 어떻게 통념 속에서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런 삶을 어떻게 견딜 수 있는지."


"그렇게 생각하니, 

하지만 그럴 수 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통념 뒤에 숨을 수 있어서"(34)


'맨부커상 국제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허겁지겁 한강을 읽는 중이다. 한강과의 만남은 이 책이 처음이라 나는 아직 그녀를 알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해설을 기대어보면, "한강의 소설에는 언제나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이 그려진"단다. "이때 그들로부터 강조되는 것은 아픔의 원인이나 그것의 치유 과정이 아니라 오로지 아픔이라는 상황 그 자체이다. 한강의 인물들은 특별한 불행을 경험했다는 이유로 고통의 상황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평범한 인간의 삶에 성공적으로 적응하지 못한 채 삶이 고통 그 자체라는 듯 가까스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삶, 그 삶을 지탱하는 무수한 통념들, 더 나아가 인간이라는 조건 자체가 견딜 수 없는 폭력이라는 듯 한강의 인물들은 생생한 고통의 감각들을 호소하며 섬세한 강인함으로 이 삶을 가로지르고 있다"(68).


이런 해설을 읽으니 이 책에 등장하는 여자와 언니의 대화가 의미심장해진다. 우리 삶을 지탱하는 무수한 통념들 중 한강이 견딜 수 없는 통념은 무엇일까? 그녀가 악물고 새벽까지 뒤척인 끈덕지고 뜨거운 질문은 무엇이었을까? 방치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시간이 지나면 상처는 아문다는 통념? 재밌는 건 통념 속에서만 살아가는 삶을 견딜 수 없어 했던 여자는 계속 살아가고, 통념 뒤에 숨으려 했던 언니는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죽어버렸다는 것이다.




 

"몇 개의 흉터가 당신의 몸에 남아 있다"(56).


타이완을 대표하는 지성이자, 중화권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룽잉타이'는 그녀의 책 <눈으로 하는 작별>에서 '형제'라는 미묘한 관계를 이렇게 묘사했다. "우리는 좋은 친구처럼 정성껏 안부를 물은 적도, 연인처럼 서로를 그리워하며 챙긴 적도, 부부처럼 한배를 타고 인생을 헤쳐나간 적도 없었다. 형제란, 각자 자신의 일과 삶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며 혼자 결정하고 혼자 감당해야 하는 관계 속의 사람들이다. 우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대부분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버지나 어머니를 위해서이다. 그럴 때면 무릎이 맞부딪칠 정도로 가까이 앉지만, 그렇다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없다. ... 가끔 우리는 묻는다. 엄마조차 떠나고 없어도 너와 내가 이렇게 함께 모이게 될까? 우리는 혹시, 바람처럼 각자 막연한 길을 떠돌다가 인생의 사막에서 서로를 잊게 되지는 않을까? 하지만 또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완전한 타인이 아닌 우리는 서로의 얼굴에서 어린 시절을 찾아내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의 어린시절을 똑똑히 기억한다. ... 자라면서 겪은 부끄러움, 좌절, 성공 그리고 행복까지. 인생을 갓 시작한 그 시절에 대해, 온 세상에서 우리만이 알고 있다"(60-61).


<회복하는 인간>에서 한강은 '자매'라는 미묘한 관계를 이렇게 긴 설명이 아닌, 감각으로 일깨운다. 아름다운 울림이 아닌 처절한 통각으로. 처절한데 지독하지 않고 일면 담백하게 느껴지는 것이 작가 한강처럼 참 묘한 분위기의 소설이라는 느낌을 준다. 책 한 권 읽고 한강의 작품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할 만큼 용감하지 않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짧은 문장 안에 담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계속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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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 컬러링 : 나이트뷰 불꽃 스크래치 컬러링
Sayu 편집부 지음 / 사유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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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취미 어때요?



언제 처음 불꽃 놀이를 보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순간의 경이로움은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합니다.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는 불꽃은 우리 삶을 아름다운 축제로 만들어주지요. 행복한 순간을 '최고조'로 끌어올려주는 "불꽃 놀이"를 <스크래치 컬러링 나이트뷰>로 만났습니다.


<스크래치 컬러링>을 알고부터 만나는 사람에게마다 이런 취미 어떠냐고 묻곤 합니다. 혼자만 즐기기엔 특별한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스크래치 펜으로 밑그림을 긁어내어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은,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을 즐기는 즐거움, 몰입하는 즐거움, 내 손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즐거움, 손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우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스크래치 컬러링 나이트뷰 불꽃>은 총 8장의 불꽃놀이 현장을 담았습니다. 프랑스의 파리, 두바이의 주메이라,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영국의 런던, 러시아의 모스코바, 중국의 상하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불꽃놀이 현장으로 인도합니다. 이렇게 총 8장의 밑그림과 스크래치 펜이 들어 있습니다. 






 




현충일이었나, 월요일 언젠가 하루종일 TV에서는 <또!오해영> 몰아보기를 방송해주었습니다. 이미 본방사수를 끝낸 드라마였지만, <스크래치 컬러링 나이트뷰 불꽃>을 들고 TV 앞에 앉았습니다. 스크래치에 몰두하다 보면 방송을 잊게 되지만, 그래도 괜찮았습니다. 귀는 드라마에 열어놓고 눈과 손은 계속 스크래치에 열중했습니다. 하루종일 TV 앞에 앉아 있아 있다 잠자리에 들면 괜히 허전하고 시간을 낭비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들 때가 많은데, 그날은 컬러링 북을 완성했다는 뿌뜻함이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스크래치 컬러링 나이트뷰 불꽃>은 불꽃의 역동성을 섬세하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한층 더 집중력을 요하는 작품집입니다. 그런데 불꽃의 역동성을 표현하기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스크래치 펜은 좀 둔한 감이 없지 않습니다. 별도로 구매를 해야 하지만 <스크래치 컬러링> 북을 본격적인 취미로 즐기며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한다면 스크래치 전용펜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또 하나, <스크래치 컬러링 나이트뷰 불꽃>은 여러 모로 아쉬움이 남는 작품집입니다. 스크래치 컬러링 북은 한 작품 한 작품 낱장으로 뜯어서 작업을 하고 완성을 해야 하는데, 이번 '불꽃' 버전은 낱장으로 뜯어지는 선이 깔끔하지 못한 것도 다소 아쉽습니다. 액자에 넣어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려면 정리가 좀 필요할 듯합니다. 지난 번, 예술혼을 하얗게 불태우게 했던 <클래식 컬렉션>과 비교해보면, 이번 <나이트뷰 불꽃>은 퀄리티가 살짝 아쉽습니다. 그런 점에서, <스크래치 컬러링>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다소 둔탁한 느낌이 들지만, 부담 없이 선을 긁어내는 연습을 하기에 좋아보입니다.


<스크래치 컬러링>은 내 마음을 읽는 독서요, 세계의 도시를 여행하는 예술 활동입니다. 단순한 작업이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이라 잡생각을 할 틈이 없고, 몰입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렇게 고요한 중에 내 마음과 만나 수도 있고요. 처음엔 밑그림과 똑같이 긁어내기 위해 애를 썼는데, 계속 하다 보니 표현에 대한 이해가 생깁니다. 잘못 긁어내도 당황하지 않고 전체적인 느낌을 살리는 요령도 생기더라고요. 늘 시간에 쫓기며 바쁜 듯 살지만, 낭비되는 짜투리 시간이 많은 것이 현대인의 딜레마인 듯합니다. 자투리 시간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은 분들께 특별한 취미로 <스크래치 컬러링> 북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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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하는 작별 -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
룽잉타이 지음, 도희진 옮김 / 양철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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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이해해가고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 대해. 부모와 자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점차 멀어지는 서로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별하는 사이가 아닐까.

우리는 골목길 이쪽 끝에 서서, 

골목길 저쪽 끝으로 사라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본다.

그 뒷모습이 당신에게 속삭인다.

이제 따라올 필요 없다고(19). 



70년 대에 취득한 1종 면허가 취소되고 2016년 면허를 새로 받아오신 날, 아버지는 몹시 우울하셨다. 1종 면허를 빼앗긴 아버지. 40년이 넘는 세월을 삭제 당한 기분이셨겠지. 그런데도 나는 위로할 말을 알지 못한다. 우리 부모님도 늙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엄마 아빠가 훌쩍 날아가버릴 것만 같아서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긴 세월에 대한 침묵과 생명에 대한 작별의 결과물"(11)이라고 말한다. 내게는 이 책이 긴 작별인사로 읽힌다. 느닷없이 떠나버린 아버지에게 건네는,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것 같은 치매 어머니를 붙잡고 건네는, 품에서 떠나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건네는, 상실과 떠나보냄을 반복하는 우리네 인생에게 건네는 긴 작별인사.


문장이 아름다워서 밑줄을 긋다 덜컥 마주하게 되는 것은 가슴 시리도록 차가운 현실이다. 늙는다는 건 세상에서 삭제 당하는 느낌이라는 것, 늙은 엄마의 '집'은 공간이 아닌 시간 속에 있다는 것, 늙어서 굳어버린 무릎을 이끌고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부모의 묘소 앞에 선 늙은이도 "한때는 해맑은 눈동자를 반짝이며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소년"(63)이었다는 것이 몸속을 파고들어오는 가시처럼 아프게 박힌다. 


이 책은 타이완의 대표적인 지성이요, 중화권 최고의 사회문화비평가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룽잉타이'의 명성을 확인하게 해주는 책이다. 출간된지 십 년이 지났다고 들었는데 어째서 이 책이 여전히 "중화권 문학 베스트셀러 부동의 1위"인지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다. 가족, 일상, 인생, 그리고 떠나보냄을 이야기하지만 개인적이고 은밀한 차원에 머물지 않는 통찰이 더 없이 매섭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도중에 누군가에게 책을 추천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이 책은 다 읽기도 전에 보이는 이들마다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좋은 책을 읽으면 한동안 그 책 이야기로 시끄러운데, 정작 다 읽은 뒤에는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눈물부터 차올라 내용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은 "온통 남을 쓰러뜨리는 방법"(67)을 배우고 가르치 위해 혈안이지만, 어쩌면 인생은 넘어졌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눈으로 하는 작별>은 인생을 마주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매일 소박한 기대를 안고 가끔은 흥분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조용히 실망하면서 하루하루 지내다가, 결국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힘든 자신만의 '깨달음'을 간직한 채 마지막 몸짓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47)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우리는 작별인사를 준비해야만 한다. 우리 앞에 예고되어 있는 슬픈 이별은, 오늘이라는 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조급한 사랑이 저지르는 실수를 용납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 숨은 크나큰 아름다움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수천수만의 지뢰가 묻혀 있는 슬픔의 땅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렇게 반문한다. "인류가 생명을 이토록 학대하고 파괴한 다음에도 의지할 무언가가 과연 남아 있게 될까"(185). 우리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것은 슬픔 속에 있는 듯 하다. 젊음이 아니라 늙음 속에, 생명이 아니라 죽음 속에. <눈으로 하는 작별>은 인문학의 힘, 눈물의 힘, 슬픔의 힘, 그리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사랑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이다. 인생을 알기 원한다면 이 책을 읽자.



아침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들어오는데도, 필립은 아직 자고 있다. 

커튼을 젖히고 지극히 일상적이고 평범한 풍경을 확인하며 생각해본다.

이 평범한 일상 속에 오히려 크나큰 아름다움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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