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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 -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대천덕 지음 / 도서출판CUP(씨유피) / 2016년 4월
평점 :
"주님의 의로 돌아가야 할 때"
성경말씀을 아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우리 앞에 남은 것은 행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 두 갈래 뿐인데, 하나님의 말씀(법, 정의)에 따르고자 할 때 '우리의 평화로운 일상'(?)이 위협받기 때문입니다. <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가 바로 그런 책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을 불편하게 하는 책입니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사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생활이 하나님의 법에서 멀어져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는 이 세상이 얼마나 하나님의 법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세상은 원래 하나님의 법과 정의를 무시해 왔습니다. 문제는 교회와 그리스도인들마저도 세상 조류에 따라 성경에서 규정하는 '정의'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천덕 신부님은 이것이 '미성숙한 신학' 탓이라고 말합니다.
"구약시대에 나오는 사상은 대부분 '책임'입니다. 정치를 위한 책임, 경제를 위한 책임 등, 그러한 책임의식이 교회에 있어야 했습니다. 또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법을 지켜야 했기에 구약시대 교회는 나라 전체를 생각해야 했습니다. 나라 전체를 위한 것이니 당연히 정치 문제, 경제문제, 정의 문제가 다 나올 수밖에 없었습니다"(51).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하나님 나라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대천덕 신부님이 주목하는 것은 '가난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과 '그리스도인들의 책임'입니다. 다다음의 문장은 가난한 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집약적으로 보여줍니다. "내가 가난해서 먹을 것이 부족하면 그것은 내 개인의 문제다. 그러나 나의 이웃이 가난하다면 그것은 영적인 문제다"(71). 대천덕 신부님은 '정의'의 성경적인 기초는 "땅"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은 땅 없이 살 수 없고, 땅이 없으면 자유도 없다는 것입니다. 성경과 인류 역사를 살피며 땅이 문제의 핵심이고, 땅이 유일한 문제라는 것을 굉장히 설득적으로 보여줍니다.
"한국 기독교는 책임이 아주 많습니다. 구약으로 돌아가서 공의 문제를 다루고 토지법도 다루어야 합니다. 지금 토지법에 관심갖는 교회가 있습니까? 없어요. 자신을 위해 기도할 뿐만 아니라 이 나라가 하나님의 법대로 나아가도록 기도해야 합니다"(54).
대천덕 신부님은 성경이 얼마나 경제문제에 관심이 많으며,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토지법을 주셨는지를 일깨웁니다. 교회에서 '나름 열심 있는 신앙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저도 이처럼 생생한 성경의 토지법 이야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구속'이란 말도 원래 토지법에서 나온 것이며, 마르크시즘이란 '지주제도'를 덮어놓기 위한 연막에 불과하다는 일침까지(91) 대천덕 신부님만큼 토지법을 깊이 있게 탐구한 교회 지도자를 아직까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첫째, 정의란 토지(자연자원)가 하나님께 속한 것이며, 사람들이 그것을 통해 얻는 이익에 대해 임대료를 부과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레위기 25장의 실제적인 적용이다. 둘째, 인간은 이기적이며, 만일 그가 하나님과 함께 겸손히 행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부에 의해 부패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200).
대천덕 신부님은 복음이란 말이 '가난한'이라는 중요한 단어와 분리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교회의 우선적인 과제가 가난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잘못된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고 우리의 미성숙한 신앙을 일깨웁니다(177). "공정하고 실행 가능한 법들을 통해 가장 근본적인 요소인 땅(생활과 노동의 터전)을 공급함으로써 가난을 방지하는 것이 하나님 백성들의 책임"(172)이라고 역설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러 오셨습니다. 마땅히 교회는 가난에 대해 무엇인가 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대천덕 신부님은 "오랫동안 교회가 이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슬람이나 공산주의가 번성했고, 소위 '기독교' 국가의 지배 하에 있던 많은 지역들의 현재의 혼란도 이에서 비롯하고 만 것"(178)이라고 통찰합니다.
대천덕 신부님의 가르침에 의하면, 가난에 대한 신약의 가르침은 "코이노니아"라는 단어에 집약되어 있습니다. 가난에 대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성령의 교제, 즉 "코이노니아"(179)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코이노니아(교제)를 성도들 간의 '친목' 정도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대천덕 신부님은 성경이 말하는 '코이노니아'의 본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시킵니다.
"그리스도인은 교회에 책임을 미루기 전에 그가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해야 한다"(177).
대천덕 신부님이 말하는 성숙한 신학의 문제, 토지법의 정의 등은 개인이 풀 수 없고, 교회의 지도자나 적어도 하나님의 법에 따라 살고자 하는 크리스천 정치인들이 나서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천덕 신부님은 정부의 책임이 있고, 교회의 책임이 있고, 개인의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또한 가난의 문제는 "예수를 믿는다고 시인하는 사람들이 성경이 가르치는 대로 행하기만 하면 다 해결 수 있는 문제"(67)라고 힘주어 말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토지법이 왜 그토록 중요한지, 하나님의 정의를 무시한 '지주제'가 인류에 얼마나 큰 재앙인지, 지금이라도 하나님의 정의에 따라 토지법을 실현할 때 우리 삶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지, 토지법을 실행하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동안 교회의 어떤 가르침도, 어떤 신앙서적도, 어떤 신학도 이 문제를 이토록 심각하게 고민해보도록 이끌어주지 못했습니다. 대천덕 신부님이 얼마나 깊은 영성의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깊은 영성은 성숙한 신학을 토대로 한다는 것 또한 다시 한 번 깊이 깨닫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책임과 하나님의 정의를 따르는 삶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입니다. <대천덕 신부의 하나님 나라>는 교회 안에서 열심히 가르쳐져야 할 메시지입니다. 이 책이 다시 읽혀지고, 두루 읽혀지기를 간절히 소웒바니다. 특별히 교회 안의 지도자들이 읽고 깊은 연구와 열띤 토론들이 일어나기를 기도합니다.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한 경고가 지금 한국 교회를 향한 경고는 아닌지 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에게 대천덕 신부님과 같은 하나님의 사람이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고, 다시 그와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을 이 땅에 일으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라오디게아 교회는 경제적으로는 부유했지만 영적으로는 가난하고, 비참하며, 불쌍하고, 눈이 멀었으며 벌거벗었다. 그러므로 그 교회가 회개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의 입에서 토해내져 더 이상 그의 몸의 일부가 될 수 없을 것이다"(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