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나트랑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33
한동철.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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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 떠나자!



계획에 없던 갑작스러운 휴가 명령에 지금 비상상태입니다. 6월말쯤 떠날 수 있는 여름 휴가지를 급히 물색 중인데,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 표지 속 파아란 바다가 나를 유혹합니다! 솔직히 '다낭', '나트랑'?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익숙한 지명은 아니었습니다. 다낭, 나트랑이 베트남 중부 지역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습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베트남 종주 여행에서 중부지방의 매력에 빠져"버린 여행꾼 부부의 가이드 북입니다. 이들은 여행지로서 다낭과 나트랑을 비롯한 베트남 중부지역이 가진 매력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복잡한 거리에서 마냥 헤매고, 밤새 버스 타는 즐거움으로 여행을 다니던 우리가 한적하고도 아기자기한 호이안과 다낭, 고즈넉한 후에, 흥겨운 나트랑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것입니다. 평소 무섭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선입견에서 벗어나, 베트남은 아름답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곳으로 간직하게 된 고마운 여행지입니다"(프롤로그 中에서).

 

 


다낭과 나트랑이 나를 사로잡은 것은 "아름답고 여유로운 분위기로 부모님이나 친구들과 함께 다시 한 번 방문하고 싶어지는" 여행지라는 설명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엄마와 짝이 되어 여름 휴가를 떠나고 있습니다. 다른 가족들과는 휴가를 맞추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엄마랑 여행을 다닐수록 깊어지는 고민은 이색적인 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으면서도, 힘들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입니다. 휴양지도 좋긴 한데, 또 휴가 내내 휴양지에서 마냥 늘어져 있는 것도 엄마랑 제 여행 취향은 아니기 때입니다. 그런 점에서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바로 제가 찾고 있던 여행지입니다! 







 

 




"복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로운 중부지방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자!"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현지 발음으로는 '냐짱) 자유여행을 위한 여행 정보를 집중적으로 담은 가이드북입니다. "산과 바다, 강과 아름다운 유적 외에도 신나는 테마파크와 진흙 온천까지, 다양한 베트남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볼거리, 숙소, 레스토랑은 직접 발로 찾아가 확인한 곳으로 다른 이의 의견만으로 싣지 않았다"는 것, 또 "최고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으며, "최대한 객관성 있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이 책의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은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 중 한 곳을 택하여 여행을 해도 좋고, 이 지역들을 코스로 연결해서 여행을 할 수도 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낭, 호이안, 후에, 나트랑이 색깔이 전혀 달라 어느 지역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여행 색깔이 확 달라질 수도 있고, 반대로 내 여행 취향에 맞는 여행지를 골라갈 수도 있어 좋을 듯합니다. "넓고 넓은, 한적한 해변이 멋진 다낭은 아름다운 자연을 중심으로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으니, "되도록 해변을 가까이에 숙소를 구하는 것"(29)이 이 책이 일러주는 여행 팁입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크지 않으므로 골목골목을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가장 편리"한데, "씨클로는 반드시 미리 흥정을 하고 타라"(77)는 것이 여행 팁입니다. "후에는 궁과 왕묘가 관광의 핵심"인데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왕궁은 한나절 정도 여유롭게 둘러보고, 그 외의 지역들은 여행사의 투어를 이용하거나 차량을 대절해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111)합니다. "나트랑 해변을 중심으로 호텔과 숙소,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나트랑은 세계적인 수준의 럭셔리 리조트들이 분위기 좋은 전용해변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니다. "유명 여행지답게 싱싱한 해산물과 베트남 음식 외에도 다양하고 수준 있는 음식을 즐 길 수 있는 미식 여행이나 온천과 마사지숍을 중점으로 피로회복 여행도 좋다"(133)고 합니다. 


이 밖에도, 고급 숙소나 여행상품을 이용할 경우 인터넷 예약사이트보다는 여행사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할 때가 많으며, 저가 호텔의 경우에는 직접 방문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고, 한국에서 베트남 동(VND)으로 환전할 수 있으나 환전수수료가 높은 편이므로 오히려 달러로 환전한 뒤 현지에서 다시 베트남 동으로 환전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라는 깨알 정보도 가득합니다.







 

 




특별한 추억 만들기!


이 책을 보고 여행 상품으로 나온 패키지 상품을 살펴보니, 다낭-호이안-후에를 잇는 여행 상품들이 있는데, 상품 가격을 보니 저렴한 여행지는 아닙니다. 아무래도 대부분 (5성급의) 럭셔리 숙소를 상품으로 내놓기 때문에 그런 듯합니다. 이 책에서도 "대부분 3성급 이상의 숙소를 중심으로 조사"하여 아무래도 "저렴한 숙소의 정보는 부족할 수 있다"고 미리 일러두고 있습니다. 


엄마와 의논을 해봐야겠지만, <다낭, 나트랑 셀프트래블>을 들고 여행을 떠난다면, '아시아파크에서 대관람차 타보기'를 꼭 해보고 싶습니다. 이 책도 아시아 파크는 작은 놀이공원이지만 "온통 아름다운 등으로 장식되어 있는 분위기가 로맨틱 데이트를 하는 연인들이나 가족들이 저녁나절 두어 시간을 보내기에 좋'으며, "다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다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하기 좋은 대관람차 만큼은 꼭 한번 타볼 만하다"(49)고 추천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엄마랑 대관람차를 타고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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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밥 먹자 - 따끈따끈 집밥레시피 221
이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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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밥 어디까지 먹어봤나요?



주부로서, 50년 외길 인생을 걸어오신 우리 엄마가 어느 날, TV에서 배운 레시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멸치조림을 만들어 내놓으셨습니다. 엄마도 나름 내공 있는 집밥 전문가이신데 가장 자신 있는 요리의 레시피를 바꾸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엄마는 전문가의 팁을 활용하니 맛의 디테일이 달라진다고 재밌어 하셨습니다. 익숙한 집밥도 맛을 내는 방법이나 재료 궁합을 달리함에 따라 맛을 극대화하거나 훨씬 새롭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에 가서  먹자>라는 재밌는 이름의 집밥 레시피가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도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가족끼리 둘러앉아 먹는 집밥은 잘 익은 김치 하나, 보글보글 맛있게 끓인 찌개 하나, 따뜻한 밥 한공기만 있어도 충분합니다. (단, 김치와 찌개와 밥이 맛있어야 한다는 조건 하에 말입니다.) 여기에 가끔 별미로 특별한 요리를 즐길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행복 그 자체이지요. <집에 가서 밥 먹자>는 바로 이런 집밥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총 221개의 집밥 레시피를 담았는데, 집밥 하면 당연하게 떠오르는 흔한 레시피부터 가족들과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요리와 간식 레시피까지 담았습니다. 


 


 
 
 




기본기가 가장 탄탄해야 하는 집밥, 내공을 기르자!



집밥은, 가장 기본기가 탄탄해야 할 상차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그니처 메뉴 한 두 가지 정도는 누구나 배울 수 있고, 흉내 낼 수 있겠지만 집밥을 잘 차려 낸다는 것은 그만큼 요리에 대한 기본이 탄탄하다는 말일 겁니다. 밥을 짓고, 국을 끓이고, 제철 재료를 이해하고, 다양한 재료를 손질할 수 있는 기본이 갖추어져야 하니까요.


<집에 가서 밥 먹자>는 내공이 있는 집밥의 달인이 될 수 있도록 기본기에서부터 시간을 줄일 수 있는 팁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참 친절한 책입니다. 손쉬운 재료 손질법이나 미리 만들어 두었다가 활용하기 좋은 기본 양념장, 쉽고 맛있게 맛국물내는 법, 재철 식재료 열 두달 달력 등은 집밥의 고수가 되는 지름길을 되어줄 것 같습니다.


 

 



 


 

 


따끈따끈한 집밥레시피 221



<집에 가서 밥 먹자>는 "시골 농가를 얻어 텃밭을 가꾸며 건강한 시골 음식을 연구하는 요리연구가"의 레시피 북입니다. 게다가,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친근한 식재료"에 "다섯 가지 과정을 넘기지 않고 갖은 양념을 배제한 심플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드는 것이 그녀의 요리 철학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능숙하지 않은 솜씨로 밥 해먹는 새댁, 퇴근 후에 뚝뚝닥 밥상을 차려내야 하는 워킹맘, 여러 가지 재료를 구입하기 어려운 싱글족, 노력해도 늘지 않는 요리 솜씨로 부엌에서 점점 멀어지는 분들의 고민 해결에 도움이 되는 몇 가지 공식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 이 책은 우리가 즐겨 먹는 식재료를 중심으로 메뉴를 정하고, 하나의 식재료로 국이나 찌개도 끓이고 반찬이나 간식을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재료를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하면 버리는 일도 줄고 장보는 수고도 덜 수 있습니다. 또 밥을 하는 동안 뚝딱 만들 수 있는 간단하고 맛있는 요리들로 구성했습니다"(2). 

 

집밥 레시피를 넘겨보며 가장 쉬운 요리부터 하나씩 따라해보고 싶었는데, '양파전' 레시피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저 같은 왕초보도 진짜 쉽게 따라할 수 있겠더라고요. 이 보다 더 쉬울 수는 없어 보였습니다. 재료도 너무 간단하고, 만드는 과정도 단순해서 진짜 뚝딱! 만들었습니다. 가족들의 반응도 완전 좋았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상차림이 매일 세 끼 집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머니는 지금까지도 끼니 때마다 '뭘 먹지?'를 고민하십니다. 매번 특별하고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아무것이나 떼우듯이 먹고 살 수만도 없으니까요. 더구나 요즘은 가족 모두 가급적 사먹는 음식을 멀리하고 집밥을 먹자는 주의라 마트에서 장을 볼 때도 집밥 대한 고민이 한층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집에 가서 밥 먹자>는 집밥에 대한 고민을 덜어주는 책입니다.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는 우리집 요리사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팁까지 아주 똑똑한 살림꾼이기도 하답니다. 우리 어머니는 장 보기 전에 <집에 가서 밥 먹자>를 한 번 쓱 훑어보고 대략 일주일의 메뉴를 정하십니다. 레시피도 한 번 쓱- 보면 엄마와 전문가의 팁이 어떻게 다른지 금방 잡아내세요. 새로운 방법으로 하는 집밥 요리를 놀이처럼 즐기십니다! 


이탈리안 요리, 지중해 요리와 같은 특별한 요리 레시피북은 솔직히 1년에 한 번 꺼내볼까 말까 하는데 <집에 가서 밥 먹자>는 365일 친하게 지낼 것 같습니다. 건강한 식습관을 위하여 <집에 가서 밥 먹자> 곁에 두어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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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류시화 지음 / 무소의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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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프레임으로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싶은 마음에 아무도 몰래 혼자 흔들리던 날, 이 시집을 들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내게는 정답처럼 주어진 '성경'이라는 책이 있지만, 바로 서기 전에 더 세차게 흔들려보고, 길을 찾기 전에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가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세상을 정면으로 마주한 후에야,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이 온전히 납득 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를 읽었습니다. 시인들은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으니까요. 시인의 프레임을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세상과 마주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람과 차가 바삐 오가는 광장에 앉아 시를 읽을 때면, 혼자만 길을 잃고 헤매다가 그 덕분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길을 발견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나만의 비밀스러운 놀이처럼 말입니다. 

 








류시화 시인은 사춘기 열병을 앓던 시절에 우리가 좋아했던 시인입니다.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이 한 줄의 싯구가 그 시절 우리들의 마음을 얼마나 울렁이게 했는지 모릅니다. 이런 시를 노래하는 시인(남자)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더랬지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류시화'라는 시인에 대해 나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를 떠올리면 그저 '길 위에 선 시인', '구도자'와 같은 이미지들이 막연히 마음에 떠돌 뿐입니다. 


이문재 시인의 눈에 비친 이 시집은 이런 모습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우선, 소금의 시집이다. 소금에 대한 이미지들이 시집 곳곳에서 번득인다. ... 그러면서 이번 시집은 단순함의 위력을 발휘한다. 그 단순함을 지탱하는 것이 '발견의 시학'인데, 그 발견은 주로 소금(물)과 나무(뭍), 그리고 별(하늘)과 풀(땅)으로 건져 올려진다"(88-89). 그리고 이런 해석도 내놓습니다. "이 발견 앞에서 인간과 세계는 아프다. 매우 낯익은 것들이 돌연, 낯설어진다"(86).


제 감정이었을까요, 시인의 감정이었을까요, 세상의 본질이었을까요.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통해 조용히 울고 있는 존재들과 만났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본 세상은 슬펐습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세상에 슬픔은 치유해야 할 무엇이 아니라, 기대고 의지해야 할 친구로 존재합니다. "한때는 불꽃 같은 삶과 바람 같은 죽음을 원했으"(여행자를 위한 서시, 31)나, "얼마나 많은 날을 내 안에서 방황했던가"(질경이, 23)요. 그렇게 살다 우리는 길 모퉁이에 슬픔의 꽃등 하나 밝히고 조용히 사라지겠지요.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 등 하나가 / 꽃집에 걸려 있다"(꽃등, 26). 시인은 꼭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고 있는 우리를 깨워 이 슬픈 사랑을 기억하라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이 세계에서 우리가 느껴야 할 정상적인 감정은 웃음이 아니라 슬픔이라고 말입니다. 







 

 




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고자 했던 어린 시절의 바람을 떠올려봅니다.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는, 많이 가졌을 때가 아니라 텅 비었을 때라는 걸 말입니다. 우리는 많이 가져야지만 누군가를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고, 채워줄 수 있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정반대라는 걸 깨닫습니다. 줄 수 있는 것이 나말고 아무것도 없을 때, 사랑말고 아무 욕심이 없을 때, 그렇게 텅 빈 가슴일 때 우리는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클릭 한 번이면 세상의 온갖 시들을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지만,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읽어보면 어떠냐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종이책에 익숙한 세대라 그런지 스크롤을 움직이며 읽는 시와, 책장을 넘기면 읽는 시의 맛이 하늘과 땅만큼이나 차이가 납니다. 완전히 흔들려야 더 든든하게 설 수 있습니다. 완전하게 길을 잃어야 전혀 새로운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본질을 들여다 보고자 하는 시인들의 노래는 어쭙잖은 지식과 어설픈 믿음으로 지어진 우리의 위태로운 궁전들을 흔들어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너질 집이라면 무러져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삶의 확신이 아니라, 삶에 대한 확실한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사는 세상에 확실한 의문을 품고 싶은 날,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류시화 시인처럼 구도자적인 성찰이 짙은 시인의 시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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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 - 어떻게 감정을 건드리지 않고 YES를 끌어낼까?
최찬훈 지음 / 유노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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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밖에 모르던 내가 우회로를 배우다!



무조건 직진! 대화할 때, 우회를 모르는 1인입니다. 오랜(?) 조직생활이 그렇게 만들었지요. 어차피 좋은 뜻으로 말을 해도, 진심을 다해도, 듣지 않을 사람은 듣지 않고, 오해할 사람은 오해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그래서 택한 것이 '무조건 직진'이라는 정공법입니다. 직진이라는 정공법을 쓴다고 관계에서 상처를 받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필요한 에너지는 절약해준다고 판단해왔습니다. 그런데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은 저의 이런 믿음을 여지 없이 박살내버렸습니다. 대화에서 직진밖에 모르는 것은 서툰 운전자만큼이나 서툰 대화자라는 반성이 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잘라 말합니다. ""내가 좋은 뜻으로 했다", "나는 진심을 다했다"는 가치가 없는 말입니다. "상대가 알아주지 않았다"는 결과가 중요합니다"(226)라고 말입니다. 


이 책에서 배운 벼락같은 가르침은 "인간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4)는 것입니다.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는 것입니다. 누가 특별히 싫어서가, 누가 특별히 무얼 잘못해서가 아니라, 타인의 말을 접할 때 당연한 일처럼 "우리 마음에 장벽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왜 타인의 말에 반발심이 들까요? 이 마음의 장벽의 실체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것이 한마디로 '자기부정에 대한 회피'라고 정리합니다. 


타인을 향해 세워지는 마음의 벽, 그 실체는 '자기부정에 대한 회피'입니다. 인간이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 자기부정입니다.


내가 A라는 행동을 한다.

→ 그 행동이 '틀렸다', '비효율적이다', '잘못되었다고'고 지적당한다.


이것이 자기부정입니다. 인간은 눈앞에서 엄청난 실리는 놓쳐도 자기부정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끝내 옳다고 고집을 부리다가 손해를 떠안는 존재입니다(124).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은 이와 같이 "상대방의 마음에 견고하게 서 있는 벽을 해체하여 내 말을 듣게 만드는 대화법"(5)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의 마음은 절대 힘으로 찍어 누를 수 없"(6)다는 것입니다. 물리적인 벽과 달리 심리적인 마음의 벽은 절대 부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힘으로 찍어 누리고, 때려 부수려하면 할수록 오히려 저항성만 더 단단해질 뿐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대화에 앞서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한 기본 전제는, 인간의 마음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인간은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이 마음의 벽은 절대 힘으로 부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성공적인 대화, 지혜로운 대화는 "저 사람은 왜 내 말을 듣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상대가 나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처럼 듣지 않으려는 사람을 "타인의 마음에 저항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내 말을 듣게 만드는 것"이 바로 "우회 대화법"이라고 정의합니다(11).


이 책에서 우리가 배우는 우회 대화법은 최면술의 대가로 알려진 '밀턴 에릭슨'의 가르침에서 파생된 것입니다. 밀턴 에릭슨은 "잠재의식을 다루면서도 일반일을 상대로 쉬운 언어를 통해 대화 심리 치료를 한 인물입니다"(26). 그런데 에릭슨이 직접 저술한 저서는 거의 없고, "그와 관련된 저서는 대부분 추종자들이 에릭슨의 치료 사례를 모으고 자기 의견을 덧붙인 것"(11)이라고 합니다. 말을 통해 사람을 바꾸는 기법으로 알려진 NLP(엔엘퍼)도 그중 한 줄기입니다. (참고적으로, 둘 다 에릭슨의 가르침으로부터 파생되었지만 저자는 엔엘퍼들의 이론이 에릭슨을 오해한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저자는 에릭슨이 진짜 전하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계속 강조하는데, 그 핵심은 대화 상대를 일반화하지 말고, 한 사람 한 사람을 특별하게 대하라는 것입니다. "에릭슨은 어떤 이론을 공부했어도, 어떤 성공 사례를 경험했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부터 새롭게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 철저히 내 눈앞의 사람에게 걸맞는 개별적 대화법을 시도할 것! 언제나 카멜레온이 될 것! 이것이 바로 에릭슨이 견지한 대화법의 기초입니다"(30-33). 에릭슨은 환자를 치료할 때, 한 가지 신념을 가지고 접근했는데, 그것은 바로 "이 사람은 특별하다"는 것이었습니다(54). 저자가 이 책에서 힘주어 강조하는 것 중 하나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화 공식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고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비결은 모든 고정관념을 버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에게만 집중하려 그의 마음을 읽어내는 것입니다. 내 말을 들어 달라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살펴 "상대가 들을 기분이나 상태가 되도록 유도하는 말을 하라"는 것입니다(12). 저자는 <우회 대화법 스킬 편>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저항감을 줄이고 내 말을 듣도록 유도할 수 있는지 '우회로'를 만드는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쳐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어떤 우회 대화법 스킬은 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설명입니다. "그냥 우회하려고 하면 상대가 우회로를 마크하고 나올 겁니다. 그걸 못 하도록 내 진심과 다른 행동을 해서 상대를 착각하게 만들고, 빈틈으로 파고듭니다"(138). 저자는 이것이 페이크 기술이라고 하는데, 에릭슨처럼 치료를 목적으로 할 때라면 모를까, 대화를 하면 속임수를 쓰는 것 같이 좀 찜찜한 마음도 듭니다. 좋은 말로 표현하면,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상대의 마음이 열리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거칠게 표현하면 진심을 감추고 비위를 맞춰 상대를 속이라는 말처럼 들려 살짝 거부감이 생기는 스킬들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마음의 장벽'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게 해준다는 것과, 대화에 앞서 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아는 일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일깨워준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대화의 목적은 내 뜻을 관철시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곤 합니다. 대화를 협상으로 착각하기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내 뜻이나 내 말이 아니라 먼저 상대의 마음에 집중하게 해주는 <밀턴 에릭슨의 우회 대화법>이야말로 '자기 주장'을 미덕으로 삼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말로만 상대를 상대하려는 서툰 대화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머릿속에서 '나에 대한 모든 문제'를 털어 버리고, 상대방의 고유한 특징을 발견하는 데 관찰력을 집중하는 것이야말로 호감을 끌어내는 방법입니다"(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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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 - 이성은 왜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가?
라비 재커라이어스 지음, 송동민 옮김 / 에센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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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이 불신앙의 용을 쓰러뜨릴 때가 왔다"(11).



무신론자들의 공격성이 적잖이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그들의 주장이나 논리 때문이 아닙니다. 신앙인들, 특히 기독교인들을 향한 그들의 노골적인 '적개심' 때문입니다.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 참 진리인가를 탐구하는 데 있지 않고, 하나님 없는 세상을 건설하는 데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유신론은 '믿음'의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무신론 역시 '믿음'의 문제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적의에 찬 감정을 숨기지 않는 무신론자일수록 자신의 무신론적 '광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신앙인들은 신화와 허구의 세계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자신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식 위에 서 있다고 '믿지만', 일부 무신론자들이 드러내는 악의에 찬 편견을 보면 지금 이성을 잃고 있는 것은 누구인지 되묻고 싶어질 때가 많습니다.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를 출간한 샘 해리스도 이런 유형의 무신론자입니다. 이 시대 최고 기독교 변증가로 일컬어지는 라비 재커라이어스도 이 점을 지적합니다. "그는 자신의 신념이 고결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신념을 소통하면서 저열하게 상대방을 헐뜯는 수사법을 사용했다"(25). "나는 그의 주장에서 밝은 빛보다는 뜨거운 열기를, 진리에 대한 분별보다는 격렬한 분노를 더 많이 발견하게 되었다"(34). 

 

<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는 <기독교 국가에 보내는 편지>에 대한 답장 같은 책입니다. 라비는 "삶의 의미에 관한 쉽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모든 젊은이에게 무신론에는 답이 없음을 말해주기 위해, 이 책 <이성의 끝에서 믿음을 찾다>를 썼다"(20)고 밝힙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는 이 책을 통해 샘 해리스(무신론자들)의 세계관이 지닌 체계적 모순과, 지식의 허술함을 간파해냅니다. 샘 해리스를 비롯한 무신론자들은 우리 삶에 던지는 질문의 답이 과학에 있으며, 종교는 파멸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라비는 무신론이야말로 아무런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주장과 달리 초월적인 분을 상실할 때 오히려 인류에게 닥쳐올 파멸적인 재앙은 무엇인지를 차분히 논증해냅니다. 혹시 무신론자들의 주장이 다 맞다고 해도 우리에게 남는 것은 '나쁜 소식'뿐입니다. 그들은 하나님 없는 세상, 도덕적 의무가 없는 세상에서 마음껏 쾌락을 누리고 싶어하지만, 그들이 바라는 대로 하나님 없는 세상, 도덕적 의무가 없는 세상에서는 바로 그 끝없는 쾌락이 엄청만 재앙으로 덮쳐올 것입니다. 하나님이 없는 세상에서 어떻게 의미와 사랑과 소망이 소멸하고, 결국 파괴적인 공허함과 광기만 남게 되는지 정직하게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유신론자들은 신의 존재를 무턱대고 믿고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신을 믿는 사람들이야말로 모든 이성과 영성을 동원하여 날마다 치열하게 신의 존재를 탐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리 스트로벨, 조쉬 맥도웰, 그리고 이 책의 저자 라비 재커라이어스를 보십시오. 그들은 누구보다 신의 존재를 회의했던 자들이며, 누구보다 강력하게 유신론적인 믿음을 거부했던 자들입니다. 그랬던 이들이 대표적인 기독교 변증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치열하게 지적인 도전을 멈추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라비 재커라이어스의 이력은 좀더 특별합니다. 그는 인도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고, 인도에서 자랐습니다. 게다가 그는 카스트제도에서 가장 높은 계급인 브라만 계급 출신입니다(28). 초자연적인 존재에 대한 모든 믿음을 철저히 거부했지만, 무신론이 가져다주는 허무의 끝자락에서(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시도가 실패로 끝난 어느 병실에서) 복음을 들었다고 합니다. 복음을 받아들인 뒤에도, 무신론의 입장도 공경하게 대하기 위해 "케임브리지 대학의 객원 연구원이 되어 무신론자가 된 돈 큐핏 아래서 공부"(34)를 하기도 하고, 여러 해에 걸쳐 세계의 여러 종교에 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글을 써왔습니다. 


성경을 참담하게 오용하고, 편협한 시각에 사로잡혀 기독교와 다른 종교들을 오해하는 무신론자들에게 한 가지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적어도 '라비처럼 연구하고' 나서 자기 주장을 펼치라고 말입니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연구해보지도 않고, 모든 것 다 안다는 듯한 지식우월주의자의 오만보다 더 가소롭고 역겨운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적개심으로 똘똘 뭉쳐 고집스레 무신론을 주장하는 이면에 감추고 있는 은밀한 욕망이 무엇인지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바랍니다. 


당장의 삶의 문제에 매몰되어 전처럼 진리를 찾고, 신의 실존을 질문하는 청년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까운 요즘, 이 책은 특별히 청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신은 정말 존재하는가를 탐구해보고자 하는 청년들에게도,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믿는 바에 때때로 회의가 찾아오는 청년들에게도, 스스로 무신론자임을 자처하는 청년들에게도 모두 일독을 권하고 싶습니다. 라비의 다른 책 <무신론의 진짜 얼굴>과 함께 읽으면 더 좋습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무엇인가를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너무 섣불리 나는 무엇을 믿고 있다고 대답하기 전에, 한번쯤 자신이 믿는 바를 검증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것이 신의 실존에 대한 믿음이라면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 믿음에 이 땅에서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의 영원(영혼)까지 걸려 있기 때문입니다. 신의 실존을 믿느냐 믿지 않느냐의 문제는 천국과 지옥만큼이나 전혀 다른 세계로 우리를 안내할 것입니다. 어떤 세계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삶의 목표도, 의미도, 기준도 달라질 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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