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 - 작은 습관이 만드는 대단한 영어 실력
조이스 박 지음 / 로그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피킹 드릴 외에 왕도는 없다!"



간단한 문장이라도 영어로 '말'을 할라치면, 동공에 심한 지진이 일어납니다. 머릿속으로 아는 영어 단어를 총집합시킨 후, 문법에 맞게 "헤쳐 모여"를 하느라 바쁘기 때문입니다. 동공이 흔들리는 것은 우리말을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표시이며, 그나마도 잘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호소이기도 합니다. 영어를 말이 아니라, 글로 배운 세대들에게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안부 인사와 같은 기초생활영어처럼 문장의 구조(문법)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할 수 있을까요? 


<하루 10분 명문 낭독 스피킹 100>의 저자 '조이스 박' 영어박사님은 "스피킹 드릴"이 답이라고 대답합니다. 저자가 말하는 스피킹 드릴이란, "입으로 부단히 반복하며 떠들어서 문장의 패턴을 의식 아래로 밀어넣는 것"(4)입니다. 이 외에 다른 왕도는 없다고, "더 이상 문장의 구조를 의식하지 않고, 별 수고 없이도 메시지만 생각하면 그 메시지를 담는 틀은 저절로 돌아가게끔"(5) 스피킹 드릴을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렇다면 스피킹 드릴을 하는 최선의 훈련 방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는 그 훈련을 이끄는 최선의 교재로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을 내놓았습니다. 






"이 책은 말과 글에 뛰어나며, 더불어 삶으로 말과 글을 빛나게 한 영어권 인사들의 주옥 같은 명언들을 모았습니다"(5).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은 제목 그대로 "하루 10분"을 투자하여 총 100일 간 100개의 "명문"을 낭독해보는 스피킹 훈련 교재입니다. 훈련은 매일 4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단계는 그날 배울 내용을 눈으로 먼저 한 번 훑어보고, 두 번째 단계는 무료로 제공되는 mp3 음원을 들으며 잘게 쪼갠 문장들을 따라 말해보고, 세번 째 단계에서는 잘게 쪼갠 문장들이 합쳐진 전체 문단을 따라 말해보고, 네 번째 단계에서는 한국어 표현을 보고 그것을 영어로 말해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훈련을 하면 전체 문장이 조째지고 합쳐지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장구조를 파악할 수 있고, 주요 표현도 따로 암기할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습니다.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팅 100>의 가장 큰 장점은 매일 꾸준히 하기에 부담이 없다는 것입니다. 앞의 50일 동안 훈련하는 명문은 평균 3-4줄의 짧은 문장들입니다. 후반부 50일 동안은 앞의 것과 비교해 다소 긴 문장들이 등장하지만 그것도 10줄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하루 10분'이라고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명문들을 술술 말하기 위해서는 4단계 훈련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는 훈련이 필요할 것입니다. 하루에 명문 하나씩 여러 번 훈련을 해도 좋고,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라면 하루 10분씩 하는 100일 훈련을, 100일을 끝내고 다시 100일을 반복 훈련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듯합니다. 영어는 한꺼번에 급히 먹는 것보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처음부터 욕심을 내서 무리를 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라는 걸 말입니다. 

시험을 위해 단기로 학교부설 어학원을 따닐 때, 교수님이 매일 강조하신 가르침이 있습니다. 영어는 소통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명문으로 스피킹 훈련을 하는 좋은 점 중에 하나는, 내 안에 인생의 교훈이 되는 따뜻한 메시지가 심어진다는 것입니다. 누간가와 영어로 대화(소통)를 할 때, 유려한 발음이나 정확한 문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용' 아니겠습니까? 말은 할 수 있는데 '내용'이 없는 대화보다 더 가난한 소통은 없을 것입니다. <하루 10분 명문 낭독 영어 스피킹 100>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알곡 같은 생각들을 내 안에 풍성히 쌓아둘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히 더 애정이 가는 교재입니다. 이 책은 특별히 직장인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스피킹 훈련 교재입니다.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고, 짧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훈련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고,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실력을 향상시켜 갈 수 있고,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되는 교훈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참 괜찮은 죽음 - 어떻게 받아들이고 준비할 것인가
헨리 마시 지음, 김미선 옮김 / 더퀘스트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외과 의사는 마음 한구석에 공동묘지를 지니고 살게 된다"(16).

호상(好喪)이라는 말을 장례식장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무병장수하신 어르신들의  죽음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런데 강풀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작품을 보면, 세상에 호상이란 없다는 대사가 등장합니다. 장례식장에서 호상(好喪)이라고 떠들어대는 사람들에게 주인공 할아버지가 호통을 치지요. "호상, 호상, 함부로 말하지 말란 말야. 미친 것들아..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어떻게 잘 죽은 거란 말이냐!!! 세상에 잘 죽는게 어딨냐 말야!!!" 할아버지의 시선에서 보면, 우리가 호상(好喪)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젊은이들의 시선, 자녀들의 위안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며 잠시 생각해봅니다. 세상에 참 괜찮은 죽음이라는 게 있을까? 있다면, 참 괜찮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영국의 저명한 신경외과 의사가 이 질문에 답을 했습니다. 매일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는 신경외과 의사의 시선에서 참 괜찮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요? 


사실 이 책은 제목처럼 죽음에 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책은 아닙니다. '참 괜찮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한 꼭지에 불과하고, 전체적인 내용은 '신경외과 의사의 24시'에 더 가깝습니다. 신경외과는 "뇌와 척추에 질병이나 손상이 있는 환자를 수술로 치료하는 곳"인데, 이 책은 그런 수술이 어떻게 결정되고,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의사와 환자가 겪는 고통과 딜레마는 무엇인지를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먼저 독자의 마음에 강렬하게 와닿는 것은 신경외과 의술의 한계와 의료계의 현실입니다. 동맥류 수술은 폭탄을 제거하는 것과 같은데, 실제 폭탄 제거와 다른 점은 제거자가 아니라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고, 뇌 수술은 과학과 예술이라기보다 배우는 데 여러 해가 걸리는 '실용적인 재주'일 뿐이며,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 가운데 대부분은 '운의 문제'라는 것, 그리고 저명한 외과의사도 때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실수를 할 수도 있다는 걸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의대생일 때 가졌던 단순한 이타심은 금세 잃어버리고 말았다. 당시에 환자들에게 동정을 쉽게 느꼈던 이유는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이 없어서였다. 환자에 대한 책임과 함께 실패의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면, 의사에게 있어 환자는 불안과 스트레스의 근원이 된다"(119). 


환자나 환자의 가족 입장에 처하게 되면 우리는 환자에게 닥친 불행 앞에 의사는 무조건 최선과 친절과 양심으로 무장하여야 하며, 최선이 통하지 않으면 기적이라고 일구어내기를 기대합니다. 환자를 그저 돈으로 대하는 의사,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르고도 책임이 없다고 하는 의사, 환자와 환자 가족을 무시하는 의사를 향한 지독한 경멸과 비난은, 내 생명이 그의 손에 달려다는 절박함과, 그 의사의 의술과 지식이 아니면 다른 희망은 없다는 절망감의 폭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보다 의지해야 할 사람이기에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 책은 늘 환자의 입장에 서 있던 독자를, 때에 따라 환자에게 신과 같은 존재가 되기도 하고 악당이나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의사의 입장에 서보도록 인도합니다. 많은 경우 운에 기댈 수밖에 없는 뇌 수술의 불안과, 그런 불안이 일상이 되는 삶과,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놓은 무시무시한 실패와, 그런 환자를 대면해야 하는 고통과, 최고의 성과를 이루어낸 뒤에 곧 잊혀진 존재가 되고 마는 외과 의사의 어렵고도 힘겨운 일상을 따라가 볼 수 있습니다. 어떤 독자는 의사의 이런 불안은 목격하며 더 깊은 불안에 휩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의 두개골을 열어 "수많은 혈관으로 덮인 기름진 단백질 덩어리(뇌)"에 달라붙은 종양을 들여다보는 의사는, 평화롭게 죽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더 나을 환자를 만나기도 하고, 언젠가는 자신도 환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죽음을 예상해보기도 합니다. 의사의 시선에서 저자는 자신의 죽음을 이렇게 소망하기도 합니다. "내가 죽는다면 나는 심장마비나 뇌졸중으로 기왕이면 자는 동안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런 복은 그리 쉽게 오지 않으리란 걸 잘 안다"(275).


그에게 참 괜찮은 죽음을 가르쳐준 것은 그의 어머니였습니다. 치료를 의도적으로 중단하고, "여기가 내가 죽게 될 곳이라고 어머니가 결정한 대로 아버지와 40년 간 함께 지내온 침실"에서 어머니를 돌보며, 날마다 오늘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여러 번 어머니께 작별인사를 건네기도 했던 아들은 어머니의 삶을 회상하고 어머니의 추억에 건배하며, 참 괜찮은 죽음의 조건을 생각합니다. 


순간적으로 소멸하는 죽음을 끝내 이루지 못한다면 내 삶을 돌아보며 한마디는 남기고 싶다. 그 한마디가 고운 말이 되었으면 하기에, 지금의 삶을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 의식을 차렸다 잃었다 하는 동안 모국어인 독일어로 이렇게 되뇌셨다. "멋진 삶이었어. 우리는 할 일을 다 했어"(275).


이 책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외과의사로서의 일상을 숨김 없이 드러낸 솔직함 속에 "그냥 잘한 것은 가장 잘한 것의 적이라고 으르렁대면서"(50) 완벽함을 지향하는 열정과, "사람이 행복해지는 가장 믿을 만한 경로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53)이라는 저자의 진심이 그의 삶 곳곳에 배여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열정과 진심이 모두 보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는 한 의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인 것이지요. 그는 참 괜찮은 의사입니다. 참 괜찮은 죽음은 이렇게 괜찮은 삶을 일구어가는 보통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지 않을까요?


"다시는 선생님을 뵙고 싶지 않아요."

"저도 그렇습니다."(3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 - 전 세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 기억의 위대한 힘
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 갤리온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보통' 
남자의 증언!



이 책을 읽기 전에, 두 가지 문제를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방대한 지식을 주입하기만 할 뿐, 그것을 기억할 방법은 가르치지 않는다"(40)는 것이며, 두 번째 문제는 지금 우리의 문화가 "뇌 내부의 기억에 의존하던 것에서 뇌 외부에 저장된 것에 의존하는 것으로 옮겨 가고 있다"(50)는 것입니다. 


'암기과목'이라는 분류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암기를 은근히 깔보는 습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모든 학습은 암기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이 기억해야 할 내용을 던져주기만 할 뿐, 그것을 기억할 방법은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의미심장하게 와닿습니다. '기억술'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하고, 기억술을 익히면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억술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인류의 크나큰 손실이며, 특히 교육계에서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또 한 편에서는 클릭 한 번이면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에서 더 이상 암기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 사회는 "박학다식의 뜻도 머릿속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기억하는가에서 미로 같은 외부 기억의 세계에서 원하는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가 하는 문제로 넘어"(212)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독자 앞에 이런 질문을 던져 놓습니다. "이것이 인류에게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억을 외부 보조 저장 장치에 의존해서 얻는 이익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잃는 것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기억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50)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메모리 챔피언십'이라는 흥미로운 대회에 참관했다가 '기억의 궁전'이라 불리는 고대 기억법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기억술을 훈련한지 단 1년 만에, 전미 메모리 챔피언십(2006년도)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이 간단한 기술을 훈련하기만 하면 "누구나"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자 스스로 증명한 셈입니다. 


메모리 챔피언십에서 지력 선수(mental athletes)들이 사용하는 기억술은 2,500년이나 된 고대의 기억법입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이것은 기원전 5세기 그리스 키오스의 시인 시모니데스가 발견할 것과 관련이 있다. 대연회장 붕괴 참사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시모니데스는 누가 잔해에 깔려 있는지 유족들에게 설명해야 했다. 시모니데스는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를 원상태로 복원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연회에 초대된 손님들이 각자 어디에 앉아 있었는지 그림처럼 떠올랐던 것이다. 그 모든 일이 마치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는 가상으로 건물을 지어 그곳에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이미지로 만들어 채워 넣으면 세상에 기억하지 못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떠올려야 할 것이 있을 때마다 가상의 건물을 그냥 거닐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나중에 '기억의 궁전'으로 불리게 된다(9-10, 25-26).

'기억의 궁전'은 '이미지'와 '장소'라는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됩니다. 이미지는 기억하려는 내용이고, 장소는 그 이미지를 저장하는 공간입니다. 머릿속으로 떠올릴 수 있는 가상의 공간에, 기억하고자 하는 내용을 놓아두면, 머릿속으로 공간을 탐사하듯 기억의 궁전을 따라 걷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내용을 기억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기억술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우리 뇌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기억하기 쉬운 것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방법은 기억할 내용을 상대적으로 기억이 잘 되는 시각 이미지로 바꾸어 기억의 궁전에 심는 것이다. 이때 재미있고, 외설스럽고, 기괴한 이미지가 기억에 더 잘 남는다"(11). 


이 고대 기억술 비밀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연상법'이라고 하여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암기할 내용을 시각화하는 것은 요즘 영어 단어를 암기하는 데도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 조금 다른 강조점이 있다면, 기억해야 할 내용을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방법 정도일 듯합니다. 이 기억법은, 우리 뇌는 사소하고,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는 반면, 반대로 아주 비열하고, 치욕스럽고, 놀랍고, 믿기지 않고, 또 우스꽝스러운 것들이 기억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다는 것에 주목합니다(404). 그러니까 쉽게,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는 기억해야 할 내용을 최대한 '색다른' 이미지로 변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성직자, 연설가, 법률가 등 다양한 층에서 널리 활용되었던 이 고대 기억술이 점차 사라지게 된 배경이기도 합니다. 기억을 위해 상상으로나마 불경한 이미지를 떠올려야 하는데,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긴 사람들로부터 날선 비판을 받았던 것"(197)입니다. 


사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에서 배울 수 있는 기억술은 간단합니다. 저자의 경험과 메모리 챔피언십이라는 대회 이야기를 걷어내면, 기억술을 배우는 데는 몇 분 걸리지 않습니다. 실제로 기억술을 익히고 싶다면 그것을 훈련하는 과정이 독자에게 남을 뿐입니다. 연상법을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의 이야기가 그다지 새로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가르쳐주는 기억술(기억의 궁전)의 원리가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좀 되고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책을 읽고 일주일 정도 '기억의 궁전'을 실험해보았는데, 사람 이름과 같은 비교적 단순한 덩어리들은 효과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문장과 같은 큰 의미의 덩어리들은 그것을 기억하기 쉬운 이미지로 일일이 전환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머릿속에 기억의 궁전을 짓는 일, 단순하지만 쉬운 작업은 아닙니다.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은 창의력과 집중력에 많이 기대고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내용을 최대한 색다른 이미지로 시각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창의력 싸움이기도, 적어도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집중력 싸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또 역으로, 이 기억술을 훈련하면 창의력과 집중력까지 좋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입니다. <1년 만에 기억력 천재가 된 남자>는 "타고난 기억력이란 없다"고 말합니다. '기억의 궁전'이라는 기억술을 연마한 사람들은 이 기억술을 훈련하면 기억에 담아두지 못할 것은 없다고 장담하기도 합니다. 나이 들수록 기억력 감퇴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기억술을 익힌 후 오히려 기억력이 더 좋아지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합니다. 저자의 지적대로 우리 뇌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이 '외부의 무엇'에 기억을 의존하다 보니 머리가 점점 빈 깡통이 되어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의 집전화번호를 몇 개씩 외우고 다녔는데, 지금은 외우고 있는 친구의 핸드폰 번호가 하나도 없습니다. '기억력'이라는 위대한 능력이 점점 힘을 잃어가는 시대입니다. 학생들이나 수험생, 기억력 향상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고, 훈련해볼만한 기억술입니다. 이 기억술에 누군가의 인생을 뒤바꾸어놓을 힘이 잠재되어 있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데르센 동화집 7 안데르센 동화집 7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 (안데르센 동화집)



우리는 지금 동화가 현실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계단이 움직이고, 무인 자동차가 등장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사람이 바둑을 두기도 합니다. 우리의 상상력이 시대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이 시대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세상이 열린 것 같아 끔직해지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들어갈 아름다운 내일이 아니라,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이 우리를 덮쳐오는 그림이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도 하늘이 그림책이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하늘에 떠가는 구름을 보고도 이야기를 읽을 수 있었답니다. 구름이 들려주는 온갖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지요. 아빠, 엄마가 들려준 동화를 하늘에 그려넣을 수도 있었고요.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명한 이야기 아저씨가 있습니다. <엄지 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를 지은 '안데르센'이라는 외국인 아저씨였습니다. 그분의 책을 읽으며 우리는 가슴 속에 엄청난 이야기의 궁전을 지었고, 지금도 그 아름다운 궁전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지금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 어떨까요? 여기 안데르센 아저씨의 <꼬리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어릴 때 꼬리별을 보았던 어린이가 60여 년이 지난 뒤,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 교장 선생님이 되어 다시 꼬리별을 본 이야기입니다. 꼬리별을 본 것이 꼭 엊그제 처럼 느껴지는 교장 선생님의 감상이, 어른이 되어 <안데르센 동화집>을 다시 읽은 제 감상과 꼭 같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꼬리별을 본 것이 꼭 엊그제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 사이에는 한 사람의 풍요로운 일생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지난날 교장 선생님은 어린아이였고, 비눗방울 속에서 '미래'를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비눗방울은 과거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꼬리별, 112). 그렇습니다. 어릴 적, <안데르센 동화집>에서 미래를 보았다면, 이제 <안데르센 동화집>은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게 해줍니다. 


어릴 적,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는 반짝이며 황홀하게 떠지던 비눗방울 같았습니다. "비눗방울 하나하나는 얼마나 아름답게 빛났는지요! 그때 비눗방울 속에 비친 것은 온통 아름답고 즐거운 것뿐이었습니다. 어린 사절의 즐거움, 청춘의 기쁨, 햇빛 속에 펼쳐진 드넓은 세상. 사내아이를 그 넓은 세상으로 뛰어들고 싶었습니다(꼬리별, 110). 그런데 이제 우리는 비눗방울 속(안데르센 동화)에서 숨어 있는 삶의 교훈들을 읽어냅니다. "인생에는 환희의 순간도 있지만 견디기 힘든 비애와 고통의 순간도 있다"(작품해설 中에서, 393)는 것을 말입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는 엄마 아빠가 읽어주신 동화 속에서 세상을 마주하고, 살아갈 지혜를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 지혜는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품고, 상상하는 동안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피어올랐을 것입니다. "인생의 이러한 진실은 어린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다. 어린이들은 안데르센 동화에서 단지 이야기의 재미와 즐거움뿐 아니라, 고통과 슬픔을 맛보고 인간의 도리와 책임, 자신의 주변과 마음속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도 깨닫는다. 그러나 어린이와 안드레센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참된 힘은 '이 생생한 고뇌와 의혹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있다. 바로 여기에 어린이와 어린이문학의 위대함이, 안데르센 문학의 진수가 있다. 그리고 어린이와 안데르센 문학을 관통하는 이 힘과 생명력이야말로 '인류의 멸망을 막고, 인류를 이끄는 이상의 빛'이며 희망일 것이다"(작품해설 中에서, 394).


이제 나의 아이에게 안데르센 동화를 들려줘야 할 나이에 아저씨의 책을 다시 읽으니, 어른에게도 동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 속에 품은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지혜를 얻고, 더 힘차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더 많은 행복을 가꾸어간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비밀처럼 말입니다. 


안데르센 아저씨도 "자신을 '어린이 작가'로만 한정 짓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데 아이들과 함께 있는 모습을 강하게 반대했고, 세계 도시 곳곳에 안데르센 아저씨의 동상이 있는데 아무도 그옆에 아이들의 동상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도 안데르센 동화집을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만 한정짓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집7>은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안데르센 아저씨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안데르센 아저씨가 스스로 "자신의 최고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도 만날 수 있고, "안데르센 후기 동화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이라는 <치통 아줌마>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저씨의 잘 알려진 유명 작품들보다 더 드 강렬하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없지만, 우리가 몰랐던 아저씨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이곳에 수록된 작품은 아이들보다 어른에게 더 재미를 주는 작품일 것 같습니다. 


<안데르센 동화집>을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 잠시 딴 이야기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한때 출판사에서 잠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는데 한 독자가 출판사로 항의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를 <미운 새끼 오리>로 출판했기 때문입니다. 원제목을 훼손했다고 항의하는 독자에게 출판사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미운 오리 새끼>라는 책 제목이 자칫 '욕설'처럼 들릴 수도 있어 제목만 <미운 새끼 오리>로 변형을 했다고 말입니다. 유명한 작품의 제목을 훼손했다는 주장과 원작에 대한 훼손은 전혀 없으나 어감상 제목만 수정했다는 출판사의 입장, 둘 다 일리가 있어 보였습니다. 다른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괴짜물리학 -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지적 교양을 위한 물리학 입문서
렛 얼레인 지음, 정훈직 옮김, 이기진 감수 / 북라이프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세상의 모든 일은 물리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심지어 일어나지 않은 일조차도!"


- 션 캐럴, 이론물리학자



구 모양의 소 이야기를 아시나요? 사회과학에서는 매일 같은 시간에 먹이를 먹는 거위가 유명합니다. 이처럼 물리학계에서는 구 모양의 소 이야기가 꽤 유명한 농담인 듯합니다.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소와 여러 동물들이 있는 목장이 있었다. 목장 주인은 우유 생산량을 늘리고 싶어서 엔지니어, 심리학자, 물리학자에게 컨설팅을 요청했다. 일주일 후 엔지니어가 보고서를 들고 왔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우유 생산량을 늘리려면 더 큰 우유 펌프와 관을 구해서 우유를 끝까지 뽑아내야 합니다."

다음은 심리학자가 와서 말했다.

"소가 우유를 더 많이 생산하게 해야 합니다. 한 가지 방법은 소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죠. 소는 우유를 더 많이 만들어냅니다. 외양간을 녹색으로 칠하세요. 그러면 소들은 풀과 행복한 들판을 떠올리면서 행복해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물리학자가 와서 설명했다.

"소가 구 형태라고 가정하시고……."(70-71)

이 농담을 듣고 빵 터졌다면 물리학의 세계를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말일 겁니다. 반대로 이게 왜 재미있는 농담인지 모르겠다면 물리학의 세계를 전혀 모른다는 이야기겠지요. 이 농담을 듣고 빵 터질 정도로 물리학의 세계를 알고 있는 독자라면 <괴짜 물리학>을 누구보다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감수를 맡은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님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유쾌하고 재미있게 물리의 세계로 이끈다"고 평을 한 것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구 모양의 소 이야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라면, 이상한 나라로 빨려 들어간 폴처럼 낯선 물리학의 세계가 어리둥절할지도 모르겠다고 미리 경고해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레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구 모양의 소 이야기'가 왜 재밌는 농담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물리학 지식이 저절로 생길 테니까요.


<괴짜 물리학>은 '생각의 틀을 깨는' 다소 엉뚱한 질문들을 기발한 물리학적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책입니다. 50가지 질문을 담은 목차만 봐도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책입니다. "헐크가 점프하면 도로가 부서질까?",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는 얼마나 무거울까?", "슈퍼맨은 사람을 우주로 날려버릴 수 있을까?", "우주선도 잠수함처럼 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주 차가운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살찌지 않을까?" 아주 재밌는 질문이지요? 그런데 이 다소 엉뚱한 답변을 물리학적 지식으로 기가 막히게 풀어냅니다. 이런 질문을 생각해냈다는 것도 놀라운데, 영화의 한 장면만 보고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계산해낼 수 있다는 것이 더 놀랍습니다. 이보다 더 기사천외한 질문들도 많습니다. "자판을 두드려서 휴대폰을 충전할 수 있을까?", "지진이 빠를까? 트윗이 빠를까?", "비행기에서 땅콩 한 봉지를 빼면 얼마나 절약될까?", "칠면조 고기를 낙하시켜 익힐 수 있을까?", "거대 오리가 강할까? 작은 말이 강할까?", "자동차로 좀비를 얼마나 물리칠 수 있을까?" 질문도 기상천외하지만, 답변이 더 기상천외합니다!


그렇다고 엉뚱한 질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주에도 중력이 존재할까?", "자동차끼리 충돌하는 것보다 벽에 충돌하는 게 더 위험하다?", "인구가 많아지면 지구가 달을 끌어당길까?", "물 위로 올라올 때 숨을 멈추면 왜 위험할까?"와 같이 우리의 상식과 고정관념을 깨는 흥미로운 물리학적 지식도 배울 수 있습니다. 


<괴짜 물리학>을 읽으며 물리학이 놀라운 상상력의 세계(소를 구 형태라고 가정하는)라는 것, 그리고 물리가 힘의 세계라는 것을 처음으로 생각해보았습니다. 물리를 잘 하려면 수학적 상상력(지식)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함께 말입니다. 사실 저에게 '물리'는 일찌감치 포기했던 과목 중 하나입니다. 과학 과목 중에서도 제일 지루했던 시간으로 기억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괴짜 물리학>처럼 물리학의 세계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입시를 목적으로 하는 공부에서는 물리를 포기했지만, 학교를 졸업한 뒤에 오히려 물리학적 지식에 대한 갈증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리는 우리 세계 너머 저 우주처럼 아득하게 먼 세계의 학문 같은 이미지가 있는데, <괴짜 물리학>은 물리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학문인지를 새롭게 인식시켜 주기도 합니다. 누구보다 물리학 선생님들이 이 책을 읽고 "물리학이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 과목인지를 먼저 깨달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괴짜 물리학>은 우리가 품을 수 있는 흥미로운 질문들 중에 물리학이 답해줄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품은 의문에 답하기 위해, 물리는 어떤 과정과 논리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지지도 도식적으로 보여줍니다. 물리학적 지식이 있는 독자는 그 과정에서 '이해'가 주는 '달콤함'에 푹 젖어들 것이고, 물리학적 지식이 전혀 없는 독자는 '새롭게 알아가는 신선한 재미'에 푹 빠져들 수 있는 책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물리적으로 답변을 도출하는 계산의 과정이 어질어질할 만큼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질문에 대한 기상천외한 '답'이 주는 짜릿함이 좋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읽었습니다. 단순히, 질문과 답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