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
채수정.이종현.김아름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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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18세 이상 만 30세 이하인 꽃청춘들, 주목!



제 주변에는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거나, 가 있는 중이거나, 가려는 청춘들이 많습니다. 경험과 정보가 계속 공유되다 보니 자극을 받고 도전하는 청춘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한 사람에게서 시작된 도전과 경험이 주변에 불러일으킨 파급 효과를 보면, 인생에 있어 누구를 가까이 하느냐, 어떤 정보를 접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는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로 각각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온 세 청춘들이 자신의 생생한 경험담을 나눈 책입니다. 이들이 공유하는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인생을 바꿔놓을 기회가 될 터입니다. 아일랜드나 덴마크, 독일 워킹 홀리데이는 상대적으로 정보 


그런데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로 떠나는 워킹 홀리데이? 처음엔 좀 의아했습니다. 첫째,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수 있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 영국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낯설었고. 둘째, 1년 정도 그 나라에 체류하며 파트타임으로 생활비도 벌 수 있는 비자를 주는 것이 워킹 홀리데이인데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워킹 홀리데이의 목적을 분명히 하자!


이 책에서도 세 명의 저자가 모두 꼭 짚고 넘어가는 것이 바로 '일자리' 문제입니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는 파트타임만 가능한데, 아쉽게도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 모두 파트타임 일자리도 구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일을 하고 있는 워홀러들도 많지 않다"(아일랜드, 54). "여자보다 남자에게 기회가 더 적은 편"(140)이며, "덴마크는 호주나 캐나다처럼 영어를 배우거나 돈을 벌기 위해 워킹 홀리데이를 하는 곳은 분명 아니다"(덴마크, 105). "'워킹'이 목적인 워홀러에게 독일은 추천하기 힘든 곳이다"(독일, 227). 심지어 독일은 농장일 같은 단순노동 일자리도 없다고 합니다. 더구나 영어권에서도 언어 구사능력에 따라 일의 범위가 달라지는데,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에서는 그 나라 언어를 하지 못한다면 구할 수 있는 일이 더욱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이 책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워킹 홀리데이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는 것입니다. 보통 워킹 홀리데이는 어학, 여행, 일을 목적으로 합니다. 아일랜드나 덴마크, 독일은 '일'보다는 알고 싶은 나라, 여행하고 싶은 지역, 배우고 싶은 언어에 더 무게를 두고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듯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는 장점도 분명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자 발급 절차가 빠르고 간단하다는 점입니다. 또 덴마크와 독일은 모집인원이 무제한이고 상시 접수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세 분의 증언에 의하면 준비도 생각보다 쉽고, 국가 선택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아일랜드, 덴마크, 독일 워킹 홀리데이 A에서 Z까지!


워킹 홀리데이를 꿈꾸고 있는 청춘이라면 지역을 선택하기 전에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호주나 기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선택지를 더 넓힐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줄 것입니다. 


<낯선 유럽으로 워킹 홀리데이>는 나라 선택에 필요한 정보, 학생 비자와 워킹 홀리데이 비자의 장단점 비교와 같은 큰 그림은 물론, 워킹 홀리데이 자격조건부터 준비해야 할 서류, 신청서 작성법, 가장 어렵다는 거주지 구하기부터 짐꾸리기, 생활비를 절약하는 시시콜콜한 팁, 실제 예산, 알고 가면 좋을 쇼핑, 병원이용 등에 관한 정보, 자주 묻는 질문들까지 리얼 체험기가 담겨 있습니다. 오페어라는 알바도 있다는 것(외국 가정에서 아기를 돌보거나 간단한 집안일을 돕는 대신, 숙식을 무료로 해결하고 주당 100-150유로의 용돈을 받는 사람이나 프로그램, 56), 귀국 전에 은행 계좌 닫기는 꼭 해야 한다와 같은 정보는 진짜 중요한 꿀정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떠나기 전에 꼭 가져야가야 할 물건으로 전기장판, 전기밭솥, 수면바지와 수면양말을 추천받았는데, 저자는 오히려 감기약이나 젓가락을 챙겨오는 것이 좋다는 팁도 챙겨줍니다(208-210). 또 영화나 음원 불법다운로드로 100만 원 상당의 벌금고지서를 받을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에피소드도 들려줍니다(252).


워킹 홀리데이 이후 직업이 바뀐 친구도 있고, 아예 그 나라에 정착을 한 친구도 있고, 제 사촌 동생은 거기서 만난 인연과 결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인생의 커다란 도전이었고, 의미 있는 경험치였던 것입니다. 제가 처음 워킹 홀리데이 정보를 접했을 땐, 떠날 수 있는 마지노선을 이미 넘은 후라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모릅니다. 대신 두 동생이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다녀왔는데 동생들을 보니 워킹 홀리데이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 즉 '만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으며 자기 세계를 넓힐 수 있었던 것이 지금까지도 큰 자산이 되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꿈꿔보고, 계획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꽃청춘들이 심하게 부럽습니다! 워킹 홀리데이가 위험하고 타국에 청춘들의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많지만, 우리 삶은 늘 위험에 노촐되어 있으며, 도전을 기회로 만드는 것은 각자가 하기 나름 아니겠습니까? 이 책에 담긴 진솔한 경험들이 누군가의 도전을 기회로 만들고, 기회를 성공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아일랜드는 내 인생에서 가장 크고 두려운 도전이었지만, 또 다른 정답이었다. ... 기억해야 하는 것은 '선택'에는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한다는 무겁지만 당연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두려워하는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른다"(아일랜드 채수정, 13).


"덴마크 워킹 홀리데이는 내 인생의 많은 부분을 바꾸어놓았다. 덴마크 워킹 홀리데이 전과 후로 내 인생을 나눌 수 있을 정도다. ... 덴마크에서 지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들에 만족하며 살 수 있음을 배웠기에 행복했다"(덴마크 이종현, 188).


"이런 대답을 해주고 싶다. 본인의 부족함에 위축되거나 도전해보기도 전에 겁먹지 말고, 후회를 하더라도 꼭 도전하길 바란다고. 용기 내 도전하고 그 기회를 진심으로 즐겼으면 좋겠다고도 말이다. ... 그러니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나'를 위해 즐겁고 소중한 미래를 만들어가기를 바란다"(독일 김아름,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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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현주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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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거대하고 찬란한 세상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일까요?"(113)



어릴 적, 엄마는 어른이 되면 다 알게 된다고 하셨지요. 그런데 오히려 어른이 되어갈수록 다 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혼란스러워지고 있습니다. "나도 다 알아" 주장하던 아이에서 "내가 모르는 것이 이렇게 많구나" 깨닫는 것, 이것이 바로 어른이 된다는 뜻인가 봅니다.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던 소크라테스가 위대한 철학자인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왜 "20세기 물리학에 불어닥칙 거대한 혁명"(5)으로 일컬어지는지, 이 거대한 두 물리학 이론을 통해 우리가 알게 된 사실은 무엇이며, 또 우리가 아직 모르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학문의 목적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라 배웠습니다. 이런 목적에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문 중 하나가 물리학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의 목적에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 더 잘 설명하기 위한 것이지요. 그리고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과학 지식을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목적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강의들은 현대 과학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아는 게 별로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입니다"(5). 감사한 일이지요. 과학을 쉽게 설명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책만큼 성공적으로 해낸 책도 없을 겁니다. "영국국,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을 비롯한 전 세계에 번역되어 100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 유럽, 과학 분야 장기 베스트셀러 1위", "2015년 올해의 책"에 선정된 것이 그 증거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강의는 가장 쉬운 강의라는 통설이 또 한 번 확인된 셈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약속처럼 현대 과학을 아예 모르는 사람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100%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눈이 좀 떠지는 기분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에 대해 의문을 가져보도록 만드는 책입니다. 아주 오래 전 사람들과 달리, 우리는 지구가 멈춰서 있지 않고 팽이처럼 미친 듯이 돌고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체감하는 것은 아주 오래 전 지구에 살았던 사람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팽이처럼 미친 듯이 돌고 있는 지구가 느껴지지도 않고, 보이지도 않으니까요.  물리학은 이렇게 보이는 것과 실제가 같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는 학문이기도 합니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가 예전과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볼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성장합니다"(45).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위대하고,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겁니다. 관찰(상상과 실험이 포함된)만으로 보이지 않는 실제를 포착해냈다는 점에서 위대하고, 보이는 것과 다른 실제를 설명한다는 점에서 어렵습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도 물질과 다를 바 없"으며, 공간이 "파도처럼 물결을 이루며 휘기도 하고 굴절도 하고 왜곡되기도 하는 실체"(18)라고 설명합니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은 "세상이 불안정하지만 끊임없이 나타나는 물질들이 떼를 지어 있는 곳, 하나가 나타나면 다른 것은 사라지는 일이 꾸준히 반복되는 곳"(62)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책은 "진짜 빈 공간, 완벽하게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61)과 이 두 위대한 이론(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적어도 현재의 형태로는 서로 모순"(73)된다는 사실도 알려줍니다. 또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결합한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양자들은 그 자체가 공간이기 때문에 공간에 속해 있지 않"으며, "공간은 각각의 양자들을 통합하여 만들어"진다는 것과 "이렇게 되면 다시 한 번 세상이 단순한 물체가 아닌 어떠한 관계처럼 보이게"(78)된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얼른 이해되지는 않지만) 시간도 곡선이며, 현재에 대한 생각도, 시간도 환상이라는 것, '여기'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흥미롭습니다.  


"현대 과학이라는 거대한 그림 속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113).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이처럼 많은 것을 밝혀내고 보는 것과 다른 이 세상의 실제를 설명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모순을 일으키는 것은 무엇이며,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도 솔직하게 고백합니다. 어쩌면 현대 과학은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학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통해 처음으로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듯한데, 그 깨달음은 오히려 "우리가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깨달음과 통합니다. 정말 우리가 세상을 사는 세상을 모르고 있구나 하는 깨달음말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언제든지 "새로운 흔적이 나타나면 생각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한다"(118)고 말하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절대 지식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 존재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통해 만들어졌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물들과 똑같이 별 가루로 만들어졌고, 고통 속에 있을 때나 웃을 때나 환희에 차 있을 때나 존재할 수밖에 없는 존재로서 존재할 뿐입니다"(132-133). <모든 것의 물리학>은 현대 과학의 혁명을 이룬 이론을 소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리학이 설명하는 신기한 세상 속 우리 자신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6)까지 나아갑니다. <모든 것의 물리학>을 읽고 나니 이 거대한 우주 안에서 복닥거리며 사는 우리가 정말 하찮고 보잘것없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등바등했던 일들이 조금은 우습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우주의 신비가 곧 '나'라는 존재의 신비,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놀라움의 원천입니다"(125)라고 하는 저자의 말처럼, 우주 안에 '나'도 포함되어 함께 아름다운 춤을 추고 있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입니다. 진짜 천재가 아니면 현대 물리학 이론을 이렇게 명쾌하고 쉽게 설명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관심은 많았지만 관심만으로는 접근하기 힘들었던 현대 물리학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 되어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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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손.하나님만 바라라 세계기독교고전 27
앤드류 머리 지음, 원광연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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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아,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라!"



'겸손'과 '하나님만을 간절히 바라는 소망.' 신앙인들에게 익숙한 주제입니다. 그런데 이 책만큼 '겸손'과 '하나님을 바라는 신앙'을 강렬하고 예리하게 가르쳐주는 책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특별히 '겸손'이라는 주제가 이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전혀 다른 무게로 다가옵니다. 왜 앤드류 머리의 이 작은 책자들이 세계기독교고전으로 꼽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발행인은 존 웨슬리의 말과 다니엘 웹스터의 말을 인용하여 이 책을 발행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존 웨슬리는 "책을 읽는 그리스도인만이 진리를 아는 그리스도인이다"라고 말했고, 다니엘 웹스터는 "만약 진리가 확산되지 않는다면 오류가 지배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5-6). 우리의 신앙에, 그리고 우리의 일상 생활에 예수님의 겸손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현실인지 깨닫고 나니,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전념하라"(딤전 4:13)고 했던 사도 바울의 말이 새삼 강하게 부딪혀왔습니다. 날마다 더 깊이 진리를 깨닫고, 그 진리를 강하게 붙들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읽고 배우는 일에 힘써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믿음의 경주를 하는 자가 잘못된 길인줄도 모르고 열심히 달려가는 일이 없도록 말입니다.


앤드류 머리는 겸손이 "교회와 교회원 각자에게 사활을 거는 중대한 문제"(45)라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그는 (윌리엄 로의 말을 인용하여) "영생을 얻기 위한 싸움이란", "전적으로 교만과 겸손이 서로 싸우는 것"이며, 우리의 구원이 "교만과 겸손이 큰 세력이 되어 사람을 영원토록 소유하려고 서로 싸우는 것"이라고까지 표현합니다(25). 우리의 목표가 예수님을 닮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우리의 삶에 예수님의 겸손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그만큼 우리 신앙이, 우리 교회가 병들었다는 단적인 증거라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삶의 뿌리를 소홀히 하며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그리스도인의 삶이 그토록 연약하고 열매가 없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리스도께서는 겸손으로 구원을 이루셨는데, 그 겸손을 구하지 않으니 구원의 기쁨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이 과연 이상한 일이겠습니까?"(25)


이 책이 가르쳐주는 겸손은 한마디로 '자신의 자리를 아는 것'입니다. 겸손이란 단순히 자신을 낮추는 차원이 아니라, 나의 자리를 알고 하나님의 자리를 아는 것입니다. 나의 무능력을 알고 하나님의 위대함을 아는 것입니다. 나의 무능력함을 알고 하나님께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입니다. 이 진리를 진실로 깨달은 자만이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 앞에서, 그리고 자기 자신 앞에서도 겸손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앤드류 머리는 결국 믿음과 겸손은 서로 뿌리가 같다는 것을 일깨우며 이렇게 반문합니다. "믿음이란 결국 자기 자신의 무력함과 자신이 아무것도 아님을 고백하는 것 아닙니까? 하나님께 전적으로 굴복하고 하나님께서 일하시기를 기다리는 것 아닙니까? 믿음이란 바로 가장 낮아지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의 위치에 세우고, 하나님께서 은혜로 베푸시는 것 이외에 아무것도 주장하거나 요구하거나 행할 수 없는 그런 상태로 있는 것, 믿음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닙니까?"(70).

<겸손>과 <하나님을 바라라>라는 가르침은 사실 같은 영적 진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이 책이 강조하는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하나님을 바라는 이 복된 삶의 기반이 되는 두 가지 진리를 절대로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 두 가지 진리란 바로, 여러분의 절대적인 무기력함과 여러분의 하나님의 절대적인 충족하심입니다>(227). 두 권의 책 모두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는 고백과 함께 하나님의 은혜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임을 깊이 깨닫도록 인도합니다. 책을 읽고 나면 영혼 깊은 곳에서 "하나님만을 바라나이다"라는 깊은 고백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이 책은 중대한 깨달음뿐 아니라, 깊은 하늘 위로도 전하는 책입니다. 믿음 안에서 가장 낮은 자가 되고, 가장 낮은 낮은 자로 취급 당하기를 즐거워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줍니다. 나를 깔보고 낮추려는 자가 있어도 그것을 겸손해질 기회로 삼는 지혜를 갖도록 해줍니다. 나아가, 누구에게든지, 세상이 미천하게 보는 사람일지라도 그들의 종이 되어 섬기는 살도록 결단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하나님만 바라는 삶을 향하도록 인도합니다. 모든 신앙인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기독교고전이요, 추천하고 싶은 신앙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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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 사회평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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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새로운 결혼과 도덕이 필요한가?



이 책은 1929년도에 출간되었습니다. <결혼과 도덕>을 주제로 새로운 성윤리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꽤나 파격적이고 과격한(?) 담론으로 받아들여졌을 듯합니다. 저자는 어머니의 시대(모계사회)부터 아버지의 탄생(가부장제), 금욕주의의 대두, 기독교의 성윤리가 결혼생활에 끼친 영향, 기사도적인 사랑으로 탄생한 낭만적 사랑이 프랑스 혁명 이후 결혼의 조건으로 대두되기까지 결혼(성)의 역사를 훑으며, 새로운 도덕의 필요성 문제를 꺼내듭니다. "성윤리와 관련된 모든 문제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85).


저자는 크게 두 가지 요인 때문에 "성윤리가 과도적 상황"에 놓였다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피임법의 발명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해방입니다(74). "과거에 여성들이 정절을 동기는 대개 지옥불에 대한 두려움과 임신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지옥에 대한 두려움은 정통 신학이 쇠퇴하면서 사라졌고,임신에 대한 두려움은 피임법 덕분에 사라졌다"(78). (저자의 통찰에 따르면,) 부계 혈통에 대한 인식으로 혈통의 변조에 두려움을 갖게된 남성들은 여성의 정절을 보증하기 위해 자유를 억압하는 방식(여성의 노예화)으로 가부장제를 견고히 해왔고, 종교와 인습 도덕은 성과 죄(죄책감)를 결부시키는 방식으로 이를 도왔습니다. 그런데 프랑스 혁명과 전쟁, 그리고 과학의 개입이 여성의 사회적 해방을 가져오면서 '결혼'은 낡은 도덕과 새로운 도덕이 충돌하는 격전지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저자의 주장이 상당히 파격적입니다. 저자는 엄격한 도덕률이 결혼에 해를 입히고, 사랑을 망가뜨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성을 금기시하고 정조를 강요하는 풍조가 강박관념과 성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성매매를 조장하며, 부부가 진정한 동반 관계를 이루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 봅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새로운 성윤리는 "자식과 관련되지 않은 사랑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자식의 출산 문제와 관련한 도덕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신중한 고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237)입니다. 다시 말해, 출산, 그러니까 "자식(출산)과 관련되지 않은 일체의 성관계는 순전히 사적인 일"이므로 (결혼이라는 전제 없이) 젊은 이들에게 성적 자유를 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성적 자유의 확대가 성매매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이 저자의 견해이기도 합니다(260). 그러나 이러한 사랑의 자유는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 새로운 의무 관계로 진입합니다. "자식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자식에 대한 사랑과 의무를 느끼는 남편과 아내는 더 이상은 부부 간의 감정을 최고 우위에 둘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73). 여기에서 저자는 교육의 중요성, 국제정부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비판적 독서를 한다면, 먼저는 이 책이 저술된 1929년과 현재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부권 역할의 축소와 국가 개입의 증대, 경제적 상황의 변화, 교육환경의 변화, 간통제 폐지와 같은 법률의 변화, 이혼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 그리고 이런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사회 문제를 고찰해볼 때, 저자의 주장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는지도 평가될 수 있을 듯합니다. 


(순전히 제 수준에 입각하여) <결혼과 도덕>은 비판적 읽기보다 사회적 통찰을 배우는 관점에서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못하겠는데, 그렇다고 자신 있게 제 의견을 보태기도 주저되기 때문입니다. 일단, 이 책 한 권을 읽고 저자의 의견에 토를 달기에는, 제 지식이 턱 없이 부족할 터입니다.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문필가이기도 하지만, "수학과 철학, 사회학, 교육, 종교, 정치, 과학 분야에 걸쳐 70여 권의 저서"(앞 표지 날개 中에서)를 남겼다고 하니 저자가 태산처럼 높아보입니다. 또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주제가 결혼과 도덕(성윤리)이라는 것도 제게는 어렵습니다. 아직(!) 결혼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종교와 인습의 가르침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도 쉽게 제 의견을 말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프랑스 혁명의 위대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종교와 과학의 개입이 사적 영역에 미치는 영향, 낭만적 사랑과 완벽한 배우자에 대한 환상이 결혼 생활에 미치는 영향 등을 생각해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또 다음과 같이 노벨 문학상에 빛나는 문필가의 아름다운 문장을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지속시키고 결혼의 사회적 목적을 실현하는 것은 낭만적인 사랑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친밀하고 다정하며 현실적인 사랑이다"(72). 


"사랑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인생을 두려워하고, 인생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이미 거의 죽은 사람이나 다름없다"(253).


(저자가 주장하는 성윤리가 이미 낡은 것이라 해도, 또 저자의 주장과 다른 견해를 갖는다 해도,) <결혼과 도덕>의 큰 역사적 줄기를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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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 - 단순하고 합리적인 미니멀 라이프, 시간관리부터 시작하라!
로타르 J. 자이베르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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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멀티태스킹 NO, 모노태스킹 YES.



"시간은 우리가 가진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다"(11). '맞는 말이지' 하고 그냥 넘길 일이 아니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고 절망하는 이에게도 '시간'은 주어져 있으며, 그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시간은 금이다"라는 가르침을 받아왔는데, 현대사회만큼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부르짖는 때도 없었던 듯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헛되이 낭비되고 있다는 뜻이며, 시간 도둑이 많아졌다는 뜻일 겁니다. 


시간 관리의 핵심은 똑같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의 핵심은 한마디로 "똑똑하게 일하는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성과는 내는 것이며, 더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우리의 시간을 쓰는 것이며, 행복을 누리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아무리 "의지가 강하고 잘 훈련되었다고 해도 하루는 절대 24시간 이상일 수 없는", 그 절대 시간(24시간)을 유야무야 흘려보내지 말고 보다 "집중적이고 의식적으로 사용하자"(11)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도 강조하듯이 시간은 곧 삶이니까요.


"현존하는 최고의 시간관리 전문가"로 평가받는 저자는 시간이 낭비되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뚜렷한 목표, 계획, 우선순위, 전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11). 이 책은 뚜렷한 목표를 세우며, 그 목표를 잘게 쪼개 계획을 세우고, 우선순위를 정하여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책입니다. 책을 읽어보면, 시간관리 성패는 "가장 중요한 일 한 가지에 집중하는 습관을 가졌느냐"에 달린 듯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하고, 바로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매일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대 사회는 멀티태스킹을 찬양하지만, 사실 멀티태스킹이라는 건 한 가지 일에도 똑바로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지혜로운 시간관리자가 되려면, 멀티태스킹 신화를 버리고 모노태스킹이 되라고 조언합니다. 모노태스킹은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무엇에 집중을 하고 있다 방해를 받거나 흐름이 끊기면 다시 그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 매번 약 2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63).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모노태스킹을 활용하면", "매번 흐름을 타기 위한 사전 작업시간이 줄"기 때문에, "여기서 40%까지 시간을 더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63).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업무와 시간에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지배한다는 뜻이다(8).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은 구체적으로 시간관리를 계획하고 우선순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도구를 제공합니다. 이 책은 업무처리와 관련한 시간관리법을 주로 소개하지만, 시간관리가 필요한 여러 영역과 장기적 안목과 잊지 않게 해줍니다. 책을 읽으며 자가진단을 해본 결과, 저는 시간관리를 오로지 '업무적인 면'에만 맞추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업무를 처리하는 면에서는 시간 관리를 잘 하는 편인데, 그 외에 건강이나 인간관계 영역에서는 시간 관리의 필요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또 단기적인 시간관리 계획은 잘 세우는 편인데, 인생을 설계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시간관리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학교 다닐 때까지는 늘 주어지는 목표와 우선순위가 있었고, 사회생활 초년까지도 주어진 목표와 우순순위를 해결하는 데 익숙해지다 보니, 스스로 장기적인 인생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일에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독일 사람들의 시간관리법>은 한 두 시간 정도만 집중하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점검과 진단, 그리고 계획"까지 활용한다면, 시간 관리 측면에서 눈에 띄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리라 확신합니다. 시간에 쫓기는 인생이 아니라 시간을 지배하는 인생이 되고 싶다면, 또 정말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소중한 것을 도둑맞고 있는 줄도 모른 채 살아가고 싶지 않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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