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 -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
이화경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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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인도(印度)가 인도(引導)하는 대로 따라가 보라고(15).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는 이화경 작가의 인도여행 에세이입니다. 그녀는 콜카타에서 2년을 살았습니다. 콜카다 대학에서 한국어 선생을 모집한다는 대학교 게시판 공고 한 장이 그녀를 그곳까지 가게 했습니다. 결혼도 했고, (아마도 그때 이미) 딸도 있고, 몇몇 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사는 작가가, 더구나 "한나절이 걸리는 외출도 맘 편하게 하지 못하는 아줌마"(23)인 그녀가 왜 돌연 콜카타로 도망치듯 떠나야'만' 했는지,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성미급한 누군가를 위해 미리 말해두자면, 제목 속에 힌트가 있습니다.


'인도 여행기'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후지와라 신야였습니다. 덕분에 인도하면 제일 먼저 시체 태우는 갠지스 강이 그려지고, 죽음을 은폐한 채 살아가는 우리 앞에 떡하니 죽음과 시체를 던져주었던 그의 이야기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후지와라 신야의 이야기가 타자적이고, 외부적이라면, 이화경 작가의 이야기는 (타자와 반대되는 개념에서) 자아적이고, 내면적입니다. 그리하여 후지와라 신야의 이야기가 사회와 풍경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갖게 했다면, 이화경 작가의 이야기는 일상과 이웃에 대한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사실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책의 첫머리부터 격하게 공감하고 말았는데, 내 안에 일어났던 지진 같은 균열을 그녀도 똑같이 겪었다는 그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나는 나만 별스러워서, 까다로워서, 성질이 더러워서, 심보가 고약해서, 막돼먹어서, 그렇게 발광을 하는 줄 알았지. … 십 대 아이들만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게 아니라는 걸, 어른도 끊임없이 성장통을 겪는다는 것을, 그때 나는 몰랐어. … 현실적인 맥락에서는 점점 더 무력해지고 동시에 내면에서는 갈수록 분노와 악에 치받치는 나 자신이 문제 있는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만은 또렷이 알 수 있었어. 그때는 세상과 사람과 관계에 대해 수동적인 무력감과 동시에 공격적인 적개심을 느끼는 게 우울증의 전형적인 징우라는 것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어.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한마디로 나는 '앓고' 있었던 거야(14). 


그녀의 친구가 했다는 지적처럼 "여행 가고 싶은 열망과 가야 할 필요와 갈 수 있는 백가지 조건이 일상이라는 단 한 가지 핑계 앞에서 맥없이 껶여 버린 적이"(24) 나 역시 한 두번이 아닌데, 생면부지의 길 위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는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도 이 여인은 이미 제겐 영웅이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도 환호할 준비가 되어버린 거지요. 글을 예쁘고 맛깔나게 참 잘 쓰는 작가라는 걸 알기도 전에 말입니다. 


… 나중에 상상도 못할 어떤 비싼 대가를 치른다 하더라도 지금 이곳을 떠나 저 멀리로 가고 싶다는 마음속 떨림이 전혀져 왔어. … 이제 그만 떠날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그저 인도(印度)가 인도(引導)하는 대로 따라가 보라고. 일단 그 길을 따라가 보라고. 그렇게 나는 벵골의 밤 속으로 천천히 따라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어(15).



생명이야말로 가장 눈부신 축제가 아니던가(111).


후지와라 신야는 우리 눈앞에 '죽음'과 '시체'를 던져주었었는데. 그리하여 인도 여행의 핵심 키워드는 '구도자의 길'이었고, '철학자의 사색'이었는데, 이화경 작가의 여행은 통찰과 사색이라기보다 날 것 그대로의 '존재 앓이'였습니다. 그리하여 "인도도 사람 사는 동네"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51퍼센트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글을 읽지 못하면서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많은 과학자와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인도를 궁금하게 해주고(61),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다"라는 작가의 말로 압축해서 보여주는 거리의 책방 속으로 뛰어들고 싶게 만들고(69), 무례한 호기심이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 안에서 철저하게 개입할 때만 알 수 있는 것이 바로 인도의 카스트"라는 걸 주의하게 해주고(86), "세계 어디에도 없는 레닌 동상이 콜카타에 서 있"는 운명의 아이러니도 생각해보게 해줍니다(93). 인도에서 살았고, 인도를 여행했고, 인도를 이야기하지만, 섣불리 인도를 정의할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심정을 이렇게 고백하기도 합니다. 

 

인도에는 많은 인도가 있다고. 인도의 모든 것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상이한 것들 속에 존재한다고. 거기에는 단 하나의 표준도, 단 하나의 고정된 정형도 없다고. 인도로 가는 일방통행은 없다고. 인도를 이해하는 원 웨이는 없다고(62).



이 책이 가르쳐 준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화경 작가는 이 책의 부제를 "인도가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이라고 했습니다. 누군가 "이 책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다음 문장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소는 들판에 풀어놓으면 평생 그 들판에서 풀이나 뜯어 먹으며 산다지. 언덕 저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도 궁금해하지 않으면서. 하지만 사람은 허블 망원경을 우주 공간으로 올리는 데 15억 달러를 쓰며,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수리비로 20억 달러를 더 쓴다지. 소가 들으면 풀 뜯다 웃을 일에 엄청난 돈을 쓰는 이유는 뭘까.딱 한 가지. 우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지 뭐겠어(67).

삶이라는 여행이 끝나는 순간까지 이 순수한 호기심이 나를 이끌어가기를, 그리하여 더 적극적으로 나에게 사치와 낭비를 허하겠노라고, 혼자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그저 얻어지는 게 없다는

측면에서, 길은 진실했다


몸으로 길바닥과 만나고, 몸으로 사원에 엎드리고, 몸으로 밥을 비비고, 강물에 몸을 적시고, 딱딱한 침대와 몸을 섞다보면, 그 몸속에 인도의 영혼이 시나브로 소리 없이 깃드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이 누구인가라는 실존의 물음을 던지면 바닥이 보이지 않는 자의식의 우물로 가라앉기만 할 뿐. 그러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자아를 찾으려면 그저 입 닥치고 길바닥으로 나설 밖에(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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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북 나이트뷰 클래식 컬렉션 스크래치북 나이트뷰
Lago Design Inc. 지음 / 라고디자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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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 때마다, 스크래치 북 속으로!


최근 이화경 작가님의 인도여행기, <나는 나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시간이 필요했다>를 읽었습니다. 거기 보면, "일은 대충하고 노는 것에 몰두하기"라는 한 구절이 나옵니다. 이 한 구절에 요란한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오랫동안 만성피로에 젖어 있는 제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잘 노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먹는 것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고, 여행도 해본 사람이 잘 한다고, 노는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노는 것 같습니다. 놀기는 놀아야겠는데 어찌 놀아야 할지 모르니 논다고 하는 일이 도리어 일이 되고, 피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일에 지치고, 요란한 세상에 지치고, 때로 책 읽기에 지치고, 또 노는 일에도 지친다 싶으면 혼자 스크래치 북 속으로 숨어들곤 합니다. '숨어든다'고 하는 건,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싶은 시간이기 때문이며, 내면으로 잦아드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스크래치 북", 이렇게  하는 거에요!

 

라고디자인에서 출시한 스크래치 북은 퀄리티가 남다릅니다. 먼저 커다랗고 튼튼한 박스에 담겨 배송되니 예상치 못했던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더라고요. 제가 받은 건, <스트래치 북 나이트 뷰> 중 "클래식 컬렉션"입니다. 런던, 함부르크, 부다페스트, 피렌체의 야경을 담은 도안 4장과 스크래치를 연습할 수 있는 무지보드 1장이 들어 있는데, 도안이 다치지 않도록 고급스러운(!) 내지가 각각의 도안을 보호를 해주고, 하드커버(한쪽)가 바쳐주니 가지고 다녀도 구겨질 염려가 없습니다. 스크래치 펜(하연색)도 휴대하기 간편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사진에 펜촉처럼 보이는 검정색 대에 황금색 촉 스크래치 펜은 별도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스크래치 북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 먼저 스크래치 할 도안을 한 장 뗴어냅니다. (다른 도안에 스크래치가 날 수도 있으니 한 장씩 떼어서 즐깁니다) 2. 회색으로 그려진 밑그림을 스크래치 펜으로 긁어냅니다. (완성된 야경과 비교하며 스크래치를 하면 어떻게 긁어야 할지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회색 부분을 모두 긁어내면(스크래치) 황금색으로 반짝 반짝 빛나는 멋진 야경이 완성됩니다!


 




 




"스크래치 북"으로 예술혼을 하얗게 불태우다!


개인적으로 스크래치 북과는 두 번째 만남이었는데, 난이도로 치면 <스크래치 북 나이트 뷰>는 최고 난이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작품을 보니 그 어떤 작품보다 몰두한 보람이 컸습니다. 사진의 윗 부분은 표지이고, 아랫 부분은 제 작품입니다! 중간에 긁어낸 검은 찌꺼기를 닦아내다 물결 가운데 엉뚱한 스크래치가 하나 생긴 것이 흠이지만(정말 망연자실했습니다), 그래도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조명 때문에 사진은 좀 덜 예쁘게 나왔는데, 실제로 보면 예술혼을 하얗게 불태웠다고 할 만한 작품입니다!


요즘 <스크래치 북 나이트 뷰>로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지만, 작품을 함께 감상하고 자랑하는 재미도 있습니다!(ㅎㅎ) <스크래치 북 나이트 뷰>는 선물하기에도 좋은 구성입니다. (난이도가 좀 높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으며, 구성 퀄리티도 높기 때문입니다. 독특한 취미까지 선물할 수 있는 이색적인 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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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미의 수학N - 수학의 발칙한 상상, 문학.영화.미술.철학을 유혹하다
박경미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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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리를 알 수 있는가(Can we know the truth)?


학교 다닐 땐 몰랐는데, '성적'이 아니라 '학문'으로 바라보니 새로운 매력으로 다가오는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철학, 수학, 물리학입니다. 엄밀한 논리 속에 상상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으니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물론 관심과 실력은 별개라 다가가려 할수록 멀어지기만 하는 이들은 안타깝게도 아직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사랑)"입니다.


<박경미의 수학N>도 순전히 수학에 대한 존경심으로 읽었습니다. 수학 교양서 분야의 베스트셀러 작가님의 책이니 수학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컸지만, 역시나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어려운(!) 수식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다는 것입니다. 수학의 대중화에 앞장 서고 계시는 박경미 교수님도 고민이 많았나 봅니다. "독자를 배려하다 보면 수학의 엄밀성이 낮아지고, 수학을 제대로 기술하다 보면 독자들이 멀어질 수 있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7)고 고충을 털어놓습니다. <박경미의 수학N>은 '수학'의 배우기 위해 읽어도 좋고, 저처럼 어려운 수식은 그림처럼 감상하며(대충 건너뛰며) 읽어도수학의 세계를 탐구하는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박경미의 수학N>은 수학의 역사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수 개념의 발생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으로 전개되어 온 수학의 이슈와 영향력이 자연스럽게 파악됩니다. 먼저, 수 개념의 발생은 인류의 출현과 동시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 "수학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정신적인 유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당대의 문명과 수학이 궤적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하다"(273)는 설명도 새삼 신선합니다. 오늘날 수학이 고도로 추상화 되어 있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부분인데, 셈을 할 필요가 있는 현실 세계의 절실한 필요에 의해 수학이 탄생했다는 걸 상기하면 사실 수학은 우리가 체감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걸 일깨워줍니다. 이와 관련하여, 상업과 교역이 활발했던 바빌로니아에서는 기하학보다는 대수학 분야가 더 큰 발전을 이루었고, 왕들의 무덤인 피라미드를 건축하는 데 우선 순위를 두었던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세울 때 필요한 기하학이 주로 발달했고 대수학의 수준은 높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를 통해 객관성을 갖는다고 간주되는 수학적 진리가 사실은 불완전한 토대 위에 서 있음을 갈파했다"(251)는 한 문장입니다. 장하석 교수님의 책이 극복할 수 없는 과학지식의 한계를 가르쳐주었다면, <박경미의 수학N>은 수학지식의 한계를 가르쳐주었습니다. 철학의 힘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수학만큼 논리적이고 확실성을 담보한 세계도 없다고 믿었던(!) 제게는 진리 탐구라는 주제에 있어서 수학 지식이 지닌 한계가 과학 지식의 한계성보다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수리철학의 등장과 함께 무한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수학계에 큰 충격을 준 최초의 인물은 수학자 칸토어이며, 수학계의 비난이 얼마나 극심했던지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쓸쓸하게 생을 마감했다는 칸토어의 이야기는 수학 지식의 한계를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기도 합니다. "수학에는 증명할 수도 반증할 수도 없는 명제가 존재한다"(234)는 한 문장의 파장이 어마어마합니다. 






 



최다득표제로 선출되는 선거 방식을 다시 생각하다!


<박경미의 수학N>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또 한 가지 사실은 수학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게 광범위하다는 것이며, 수학자들이 할 일이 참 많다는 것입니다. 학교 다닐 때, 수학은 콩나물 값 계산할 정도만 알아도 사는 데 아무 지정 없다는 농담을 자주 하곤 했는데, 수학이 상거래는 물론, 건축이나 물리, 미술과 같은 학문 뿐 아니라, 혁명을 촉발시키기도 하고, 전쟁의 전략에도 중요하다는 사실이 새삼 수학자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최다득표제가 최선이 아닐 수 있다'는 '투표의 역설'(179)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우리의 선거 방법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최다득표제를 실시하면 지지자도 많지만 절대 비호감으로 생각하는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다는, 즉 유권자의 선호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순적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174-179). 수학자들이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을 여기서 다시 한 번! ^^


이 밖에도, 프랑스 대혁명과 미터법의 등장(일관되고 체계적인 도량형은 자유롭고 평등한 시민 중심의 사회를 건설하는 일종의 기반이었던 것이다, 163), 미국이 고수하고 있는 야드법은 우주선의 사고 원인을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소련이 미국에 앞선 이유 중의 하나가 일찍부터 미터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즉, 인치에 비해 센티미터가, 온스에 비해 그램이 더 작은 단위이기 때문에 오차를 줄였고, 그것이 기술우위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168) 등도 흥미로운 읽을거리였습니다. 




"수학적 지식이 발견이냐 발명이냐의 논쟁이 있는데, 이런 대안적인 기하학과 수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라는 면에서 수학을 발명으로 규정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한다"(157).


성경 다음으로 가장 널리 읽히고 연구된 책으로 평가되는 책이 수학책, 즉 유클리드의 <원론>이라고 합니다. 그 만큼 수학이 우리 삶과 밀접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요. 워낙 잘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에 서평을 쓴다기보다 정리하는 마음으로 써서 글이 길어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 만큼 읽어냈다는 생각에 뿌듯함이 밀려오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박경미의 수학N>은 수학의 대중화(?)에 실패한 책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수학의 세계, 수식을 있는 그대로 그려주고 있지, 새로운 방식으로 보다 더 쉽게(!) 설명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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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셀프 트래블 - 2016~2017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2
박상용 지음 / 상상출판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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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안전한 여행지, 타이베이!


토요일 오후 무얼 하고 계신가요? 저는 달달한 믹스커피 2봉 진하게 타서 <타이베이 셀프트래블>로 타이베이 '가상' 여행 중입니다. 이렇게 가이드 북으로 혼자 자유여행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재미도 쏠쏠하답니다. 국내여행도 혼자 떠나지 못하는 제가 해외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올해 꼭 도전해보고 싶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해외 자유여행입니다. 더 먼 곳(!)에 도전하기 위한 몸풀기로 타이베이 자유여행을 검토해보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패키지 상품이 아니라, 자유여행을 선택하는 이유 


타이베이, 도쿄, 마카오 중 한 곳을 갈까 하는데, 타이베이에 마음이 끌리는 이유는 가깝고도 안전한 나라라는 것, 교통비와 식비가 우리나라보다 저렴하다는 것, 드라마 <온에어>를 보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지우펀'이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패키지냐, 자유여행이냐를 놓고 저울질을 하게 되는데요, 타이베이를 자유여행으로 다녀오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지우펀'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행사의 패키지 상품을 보면 '지우펀'이 대부분 오후 일정으로 잡혀 있거나, 심지어 오전 일정으로 잡혀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물론 현지에 가면 가이드의 제량에 따라 일정이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알지만, "홍등이 켜지는 저녁 시간대"에 여유롭게 지우펀 걷기가 가능한 자유여행 쪽으로 무게가 기울어집니다. 또 하나, 풍등날리기는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번 해보았는데 패키지 상품마다 풍등날리기 체험이 있는 것도 저에게는 패키지 상품에 대한 호감을 떨어뜨리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패키지 상품 여행 후기를 보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길이 막혀서 힘들었다는 불만도 꽤 쏟아져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니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처럼 잘 만들어진 가이드 북 한 권 들고, 여유롭게 자유여행을 즐기는 편이 더 좋겠다는 결론입니다.




 


 


타이베이는 최소한 2박 3일, 평균 3박 4일의 여정이 좋다


세계적인 국립고궁박물원과 타이베이101, 

들르고 싶은 국립중정기념당, 시먼딩, 융캉졔, 

먹고 싶은 샤오롱바오, 망고빙수, 샤오츠, 뉴러우몐,

낮보다 밝은 사림 야시장, 요하가 야시장, 화서가 야시장,

달느 곳에는 없는 지우펀, 예류

여유만만 우라이 온천, 단수이, 핑시. 


저자가 콕 찍어주는 타이베이 여행의 핵심 스폿들입니다. 이것만으로도 3박 4일 + 1~2박은 필요하다고 하는데,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이 "타이베이는 처음 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2박 3일 추천일정"에는 이중에서 "국립고궁박물원, 타아베이101 감상, 예류에서 기암괴석 감상, 지룽 걷기, 지우펀 걷기, 사림 야시장" 등이 포함됩니다. 제가 도전하고 싶은 코스는 "타이베이를 즐기는 최적의 코스, 3박 4일"입니다. 한 번씩 작정해서 어렵게 떠나는 여행은데 2박 3일은 아쉽고, 4박 5일 이상은 휴가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추천대로 "타이베이를 즐기는 최적의 코스, 3박 4일" 일정을 따라가면, 국림중정기념당, 시먼딩 걷기, 용산사+화서가 야시장 걷기(발마사지), 예류에서 기암괴석 감상, 지룽 걷기, 지우펀 걷기, 사림 야시장 도착, 단수이 걷기, 신베이터우 걷기, 국립고궁박물원, 타이베이101, 비탄 감상, 우라이 걷기(노천온천욕)까지 체험이 가능합니다.

 




 




밤이 깊어질수록 타이베이는 밝아진다


낯선 음식에 대한 도전의식이 별로 없는지라 현지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여행을 다니니 여행의 재미가 반감되기도 하더라고요. 그래서 실망할 때 실망하더라도 놓쳐서는 안 될 간식이나 대표 음식들은 미리 조사를 해 가는 편입니다. 패키지 여행을 갈 때도 일정표를 보고 미리 주변의 맛집을 알아가는 '정성'도 쏟았답니다^^ 타이베이에서 놓쳐서는 안 될 첫째 먹거리는 "100% 망고빙수"로 정했습니다! 사림 야시장의 지하 푸트 코트, 샤오롱바오도 있지만, "타이베이 여행의 진가를 느끼게 해준다"는 100% 망고빙수에 대한 기대가 가장 크답니다. 





 



 



타이베이로 떠나기 전에, 봐야 할 영화 <비정성시>!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을 보면, 저자가 영화 <비정성시>를 참 좋아한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비정성시'는 자우펀에 있는 레스토랑입니다. 1970년대까지 광산 마을이었던 자우펀이 타이완 최고의 유명 관광지로 인기를 얻게 된 것이 이 '비정성시' 때문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과 우리나라 드라마 <온에어>에 때문에 '지우펀'이란 곳을 알게 되어 타이베이 여행을 꿈꾸게 되었지만, 타이베이로 떠나기 전에 <비정성시>라는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타이베이 환전 팁!


타이베이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자들에게 가장 고민은 환전인가 봅니다. 타이베이 환전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대부분 달러로 환전을 해서 현지에서 환전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은 "인터넷 환전"(인터넷에서 환전 요청을 한 뒤 거래 은행에서 외환을 찾는)이 저렴하다고 일러줍니다. 호텔이나 대형 쇼핑몰 등을 제외하고 신용카드보다 현금 사용 비중이 높으니 경비의 70%는 이상은 현금으로 환전을 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패키지로 나온 여행 상품이 대략 60-100만 원 선을 것을 감안하면 (당연히 개인차가 크겠지만) 평균 1인당 40만 원 이상은 환전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순전히 비과학적인 개인적인 계산입니다!).


이밖에 알아두면 좋은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의 깨알정보에 의하면, 공중화장실에 화장지가 없는 경우가 많으니 준비하는 것이 좋다는 것, 일본처럼 돼지코가 필요하다는 것(11자형 어댑터), 관광지와 호텔에서는 영어보다 일본어가 잘 통하는 편이라는 것 등입니다.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외국에 대한 울렁증이 있어 영어로 의사소통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 타이완은 영어보다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알아두어야겠습니다.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을 보기 전까지는 '지우펀'이 전부였는데,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의 가이드를 받고 보니 "모든 소장품을 관람하려면 최소한 10년은 필요하다"는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국립고궁박물원)가 타이베이에 있다는 것,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면) 시원하게 개방된 강가에서 즐기는 노천온천(우라이)도 매력적입니다.


토요일 오후, <타이베이 셀프트래블>로 행복한 상상에 젖어 있습니다. 여행은 가이드에 따라 여행의 분위기가 많이 좌우되는데, <타이베이 셀프트래블>은 어쩐지 '감성적'인 느낌이 물씬 느껴집니다. 영화 '비정성시'를 보고 나면 이런 짐작이 맞았는지 확신이 들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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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벌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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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산장,

도망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과연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주로 음울한 미스터리나 서스펜스를 쓰는 소설가 인자야 도모야.

그는 그림책 작가인 아내 유메코와 함께 야쓰가타케 남쪽 기슭의 산장에서

신작 <어둠의 여인>의 성공을 축하하며 와인을 마시고 잠이 든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아내는 자취를 감춘 채 신발과 옷, 휴대폰이 사라지고

컴퓨터, 자동응답기 겸용 팩스기까지 모두 불통이다.


게다가 인자이의 귀를 자극하는 말벌의 날갯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말벌에 쏘인 적이 있는 그는 벌 독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이번에 또 쏘이면 아나필락스 쇼크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그런데 눈보라가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그것도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에 

어째서 말벌이 돌아다니는 것일까?


인자이는 도대체 누가 이런 일을 벌였는지 추리를 거듭하며

산장 곳곳에서 자신을 덮쳐오는 말벌과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데….

 

 


<검은 집>, <13번째 인격>, <악의 교전> 등으로 유명한 '기스 유스케'의 최신작(2013)입니다. '기스 유스케'라고 하면 "모던 호러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소개되는데, 정확하게 모던 호러는 어떤 장르를 말하는 것까요? 정확한 뜻을 말해주는 사전이 없네요.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호러'와 차갑고 간결한 도시적(현대적)인 감각을 주로 일컫는 '모던'을 합쳐서 이해하면 될까요? 아니면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라는 설명에 힌트가 들어 있을까요?


<말벌>이 '호러소설'인 것은 분명합니다. 시종일관 주인공이 느끼는 공포 분위기가 작품을 뒤덮고 있습니다. <말벌>은 수수께끼와 같은 물음, 오리무중인 범인, 마지막 반전 등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미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밀실 트릭'을 살짝 비튼 설정과 살해도구로 '말벌'이 등장하는 것이 새롭습니다. 보통은 외부와의 소통이나 개입이 전혀 불가능한 '밀실'에서 숨겨진 살인트릭을 추리해가는 것이 밀실 트릭인데, <말벌>은 생존도구가 숨겨긴 '밀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그립니다. 밀실 트릭이 '어떻게 죽였는가?'에 초점이 있다면, <말벌>은 살해도구가 숨겨진 밀실(도망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독자의 심장을 쫄깃하게 합니다.


<말벌>이 독자에게 던져주는 수수께끼는 이것입니다. 주인공 '인자야 도모야'의 아내는 왜 자취를 감추었는가? 지난 밤,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누가, 왜, 산장 안에서 밖과 소통할 수 있는 기기(휴대폰, 컴퓨터, 팩스기까지)를 모두 불통으로 만들었는가? 그렇게 한 목적은 무엇인가? 눈보라가 몰아치는 11월 하순에, 해발고도 1,000미터가 넘는 산장에 어떻게 노랑말벌(말벌 중에 덩치가 제일 작지만 공격성은 제일 강해 인명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벌, 21)과 장수말벌이 활동할 수 있는 것인가? 


말벌에 쏘인 적이 있기 때문에 다시 쏘이면 쇼크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인자야 도모야'. 그는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것이 그의 아내 '유메코'라고 확신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습니다. "그런데 일부러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말벌을 이용하다니, 거기에 특별한 의도가 숨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내게 고통을 주고 싶기 때문일까? 설마! 유메코가 내게 그렇게까지 깊은 원한을 품을 이유가 있을까?"(54)


그런데 저자는 자신이 설정해놓은 '말벌'이라는 트릭이 독자들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 싶었나 봅니다. 독자들이 던질만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왜 이렇게 복잡한 방법을 선택한 것일까? 그것은 처음부터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은 커다란 의문이다. 누군가를 살해하는 방법으로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다. 확실성이 부족한 데다 산장 안에 부자연스러운 공작의 흔적이 남게 된다"(145). 그리고 살해도구로 '말벌'이라는 번거롭고 불확실한 방법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변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피해자가 악전고투하는 장면이 서스펜스의 재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미노 게임처럼 치밀한 계획을 하니씩 풀어나가는 장면에는 미스터리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기묘한 쾌감이 있다. 범인은 일그러진 귀족적 취미라고나 할까, 범행 시각에 멀리 떨어진 곳에서 커피나 브랜디를 마시며 피해자가 죽길 편안히 기다리는 것이다"(148) 이 작품은 "왜 말벌인가?"가 추리소설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데 견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지금 나를 움직이는 것은 말벌에 대한 분노와 어떻게든 복수하고 싶은 욕망뿐이다"(108). <말벌>이라는 작품을 재밌게 읽어낼 수 있는 키워드를 뽑으라고 하면 '악의', '인격', '정보'를 꼽고 싶습니다. 반전의 묘미를 떨어뜨리는 스포가 될 수도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할 수 없지만, 기스 유스케의 작품들을 보면 그가 '악의'와 '인격'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하나, "결국 생사를 가른 것은 무기나 식량이 아니라 정보였다"(28)는 한 문장의 힌트처럼, <말벌>은 말벌에 대한 '정보'가 범인을 '추리해내는' 재미를 대신합니다. 솔직히 독자의 뒤통수를 후련하게 내려치는 극적인 반전의 묘미는 다소 부족합니다. 사건을 추리해내는 탐정의 역할이 반전의 재미를 살려야 하는데, 결말쯤 누군가가 등장해 사건의 전말을 고백(!)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자가 진범이다'는 그 '의외성'의 미덕이 오히려 독자들을 김빠지게 만들어버린다고 할까요. 열광할 만큼의 임팩트는 다소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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