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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당신에게 인생을 묻습니다 -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깊은 사유의 결정체
레프 톨스토이 지음, 진도현 옮김 / 북스테이 / 2016년 1월
평점 :
지상에 있는 모든 곳에는 종말이 있다.
가장 위대한 것도, 가장 기쁜 것도 그 힘을 잃고
끝내는 티끌로 사라진다.
이 지상은 한낱 커다란 무덤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무덤의 흙 속으로 자취를 감추게 된다.
...
어제 있었던 것은 오늘 이미 없다.
오늘 있는 것은 내일이면 이제 없을 것이다.
...
위대했던 사람들, 현명했던 사람들, 용감했던 사람들,
아름다웠던 사람들, 아아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
모두 흙이 되어 버렸단 말인가?
그리고 그들을 소멸시켰던 운명이
또다시 우리들마저 소멸시키고
또 우리들의 뒤에 오는 사람도 소멸시킬 것이다.
...
그러나 용기를 내라. ... 다 함께 하늘 나라를 향하여 나아가자.
- 테스쿠코 네자구알 코포틀, 기원전 약 1460
(어느 멕시코 왕의 가르침, 311-312)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결코 바닥이 드러나지 않는 금고가 있다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계획하고, 고민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쓸 돈은 무궁무진하니까요. 그러나 내가 쓸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다면, 잘 사용하기 위해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물어야 하는 이유는 지상에 있는 모든 것에는 종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톨스토이는 제가 아는 작가 중에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아마도 가장 진지하게, 그리고 가장 끈질기게 물었던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책은 구도자의 삶을 살았던 톨스토이의 고뇌와 사색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톨스토이가 직접 "세계적인 작가, 철학자 혹은 사상가들의 저서들 가운데 감명 깊게 읽은 대목들을 가려 뽑아서 주제별로 묶고, 그 명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함께 수록한 명상서"입니다(6). 인생, 지혜, 이성, 자유, 자기완성, 나눔, 일, 사랑, 뉘우침, 욕망, 행복, 믿음, 죽음에 관한 주제들을 다루는데, 이 모든 주제는 한마디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다시 집약됩니다.
그런데 (다소 엉뚱하게도) 삶에 대해 치열하게 고뇌했으나 지금은 이미 소멸해버린 앞선 이들의 지혜를 읽고 있자니, '위대했던 사람들, 현명했던 사람들, 용감했던 사람들, 아름다웠던 사람들, 아아 그들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가?'라는 우울한 감상에 빠져 들기도 했습니다. 그 우울한 감상이 삶에 더 충실해야겠다는 자극을 주기도 했고요.
인간에게 필요한 지식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악을 덜 행하고 선을 더 많이 행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온갖 학문을 연구하면서,
정작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학문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73).
사색, 내면의 소리, 지혜, 자기완성, 선과 악과 같은 주제는 익숙하지만 어쩐지 현대인의 삶과는 괴리가 느껴지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며, 어떻게 해야 선하게 살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톨스토이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 이렇게 명료한 답을 내놓기도 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문제의 답은 명료하다. 자신은 물론 남에게도 좋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꼭 필요하며 실현 가능한 일이다. 그러면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라는 어려운 의문도 저절로 사라진다>(90).
참된 지혜는 이 광대무변한 우주의 큰 질서 안에서
자기 자신이 어느 위치에 있는가를 깨닫는 것이다.
참된 지혜는 어떤 지식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구별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참된 지혜는 어떻게 하면 악을 피하고 선을 행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현대의 학문은 이런 것들이 중요한 가치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51).
<톨스토이, 당신에게 인생을 묻습니다>는 긴 호흡의 글은 아니지만, 한 주제에 대한 여러 생각을 읽을 수 있고, 또 짧은 한 문장이 강렬한 깨달음을 줄 수도 있는 책입니다. 인류의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하지만 여전히 먹고사는 원시적인(!) 문제에 얽매여 사느라 우리가 놓쳐버리고 있는 가치, 의미들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너무 '육'적인 문제에만 치우쳐 사는 현대인들에게 '정신'적은 자극을 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특히 명언 읽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