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월든 필사책 : 소로우가 되는 시간 - 필사로 만나는 치유와 사색의 시간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안진희 옮김 / 심플라이프 / 2016년 1월
평점 :

일생에 한 번은 읽어야 할 소로우의 <월든>을 필사하는 시간!
필사노트로 <소로우가 되는 시간>에 관심을 갖은 이유는 <월든>이라는 작품에 "영미문학의 독보적인 작품", "명사들이 가장 많이 꼽는 내 인생의 책"과 같은 수식어가 따라다니기 때문입니다. 이 필사 노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로우'라는 작가와 그의 <월든>이라는 작품을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연을 예찬한 작가이자 개인의 자유를 옹호한 실천적 철학가. .. 스물여덟이 되던 해 여름, 월든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집을 짓고 홀로 생활하며 단순하고 자급자족적인 삶을 실천했다. 그곳에서 '자발적 고립'을 체험하며 삶에 대한 내면의 성찰을 담은 에세이 <월든>을 펴냈다. ... 그는 평생 자연을 사랑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산책하고 농사를 짓고, 독서와 집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 돈, 명예, 일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는 그의 삶과 철학은 그의 다양한 저서를 통해 150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앞 날개 中에서)
이 책을 엮고 옮긴이는 "<월든>이라는 단 한 권의 책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명성을 얻은 저술가이자 사상가"라고 "소로우"를 소개합니다. <월든>은 소로우가 월든 호숫가로 들어가 직접 "통나무 오두막을 짓고, 최소한 옷,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최소한의 공간"에 살며 "2년 2개월 2일" 동안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적은 책입니다. 그렇다고 소로우가 은둔자의 삶을 산 것은 아닙니다. 자발적인 가난과 고독을 즐긴 실험가이자 탐험가이며, 자본주의, 산업주의, 상업주의, 물질주의에 맞서 반기를 들고, 노예 제도 폐지, 납세 거부, 자연 파괴 및 개발 비판, 시민 불복종, 신념에 의한 병역 거부 등을 외치며 비폭력보다는 적극적 저항을 외친 당대의 사회운동가이기도 합니다(14-19).
하버드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나 평생 막일이나 측량, 강연 등을 통해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산책, 자연 관찰, 독서, 집필 등을 하며 자기탐구에 몰두하며 철저한 내면의 각성을 중시한, 다소 괴짜다운 면모도 갖춘 사상가요, 철학가이기도 합니다.
<소로우가 되는 시간>은 그가 남긴 불후의 명작 "<월든>과 그가 남긴 39권의 일기에서 발췌한 짧은 글들로 구성"(10)된 필사노트입니다. 단편적이기는 하지만 톨스토이나 간디, 헤밍웨이 등에 큰 영향을 끼친 그의 사상을 엿볼 수 있는 필사노트이기도 합니다.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숨이 찰 때, 불필요한 욕망에 휩쓸릴 때,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할 때, 꽉 찬 충만감이 필요할 때면 그를 곁에 두고 조용히 쉰다"(8-9).
이 책을 엮고 옮긴이의 고백입니다. <소로우가 되는 시간>은 소로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철저한 내면의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옮긴이의 말처럼 "소로우가 살던 19세기와 지금은 150년이란 세월이 차이"가 있는데도, 마치 오늘 우리의 삶을 미리 들여다본 듯 허둥지둥 살면서 오히려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우리의 가난하고 비루한 현실을 꼬집습니다. "물질만능주의와 자연파괴, 지나친 상업주의, 출세주의, 소비주의"를 경계하고 경계하는 그의 말들이 날카롭습니다. 발췌된 글들이 대부분이 짧은 문장이라 작정하고 덤비면 금방 끝낼 수 있는 필사노트이지만, 함축된 문장과 비유와 상징을 곱씹으려고 하면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 책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허망한 욕심을 내려놓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소로우가 되는 시간>, 이 필사노트와 함께하는 내내 내 마음에 강하게 일었던 감정은 "영혼의 땅을 가는 시간"에 대한 갈망이었습니다. 소로우처럼 내 삶에도 넓은 여백이 있기를 기도했습니다. 사과 익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만큼만 내 삶이 가난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줄 것 같은 모습"이라고 할 때는 차라리 울고 싶었습니다.
명문장을 탐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욕심냈습니다. 그런데 <소로우가 되는 시간>은 명문장이 아니라, 그보다 높은 사상, 가치, 생각(사고)을 전하는 책이었습니다. 문장이 아니라 문장 속에 스민 생각이 더 깊고 넘치게 내 마음 안으로 흘러 들었습니다. 가벼운 조언이 아니라, 삶으로 구현된 꼿꼿한 정신의 힘을 느끼게 해준 필사노트입니다.

참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은
영혼의 땅을
가는 시간을 갖는다(34).
나는 그다지 가난하지 않다.
사과 익는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44).
왜 모두들 그렇게
허둥지둥 살면서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가?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것 같은 모습이다(62).
후회를 최대한 즐기라.
슬픔을 억누르지 말라.
후회를 보살피고 소중히 여기다 보면
그만의 존재 목적을 가질 때가 올 것이다.
깊이 후회하는 것은
새롭게 태어나는 것과 같다(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