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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 스물셋, 아프리카 60여 일간의 기록
안시내 글.사진 / 상상출판 / 2015년 12월
평점 :

"이제 나만을
위한 여행이 아닌,
우리를 위한
여행을 해보자고!"
스물셋 꼬마 청춘에게 사는 법을 배우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1년만큼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자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쓰리잡을 뛰며 모은 돈으로 스물둘에 세계 여행을 다녀왔고,
그 141일 간의 지구별 정복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그녀의 첫 책이
나왔고,
두 번째 책은 서점에서 먼저 예약판매를 제안할
정도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책에 대한 입소문을 듣고 그녀의 두 번째 책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을 읽었는데,
팔딱팔딱 활어처럼 기운 찬 이 예쁜 청춘을 한 없이
응원하고 싶은 마음과,
이제라도 이 청춘처럼 살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바람
빠진 풍선 같던 마음을 빵빵하게 차오르게 합니다.
그런데 이 꼬마청춘은 자신의 첫 세계여행을 "나를 위해 떠났던 이기적인 여행"이라고 이름합니다.
어쩌면 내가 사는 울타리 밖 세상을 보고 느꼈던 그
이기적인 여행이 인생을,
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을 바꿔놓았을
겁니다.
첫 세계여행을 다녀온 뒤 유독 인도와 아프리카를
곱씹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들의 지독한 가난과 불우한 삶이 그녀의 힘들었던
어린시절을 위로해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누군가의 지독한 불행을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내
인생의 무게가 덜어질 때가 있습니다.
고작 집이
가난하고,
키가
작고,
뭐 하나
잘하는 것이 없다는 이런 저런 핑계로 꿈을 멀리했던 나였다.
그러나
꿈을 꿀 수조차 없이,
학업 대신
구걸을 해야 하는 그들의 앞에선 지독한 사치이자 치기 어린 투정일 뿐이었다(프롤로그
中에서).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무엇이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
기적은 그렇게 시작되나 봅니다.
그도 고단한 청춘이었지만 같은 시간 지구별
어디쯤에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서 희망과 단절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그녀는 책의 인세를 전부 아프리카에
기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정여행'이라는 발칙한 프로젝트에 도전했습니다.
한
번이라도 자기가 살고 있는 세상 밖에 무엇이 있음을 알고,
또 그들이
좋아하는 걸 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스물둘의 나에겐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본 그들의 삶을 글로 담아 사람들에게 전달할 뿐이었다(프롤로그
中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
당신이 사는
삶을 사랑하라.
Love
the life you live,
Live
the life you love.

"나는 여기
있는 동안 네 삶을 살아 보고 싶어!"(35)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한 청년의 도전을 응원하는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떠난
60여일 간의 아프리카 여행기입니다.
이 여행을 특별히 '공정여행'이라 부르는 건,
이 책의 인세는 모두 "잠비아 루프안야마 아동들의 기초교육 지원 및 교육 시설물
지원사업"에 기부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정제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깊은 갈증을 느낀다"(49)다는 이 스물셋의 꼬마 아가씨는 얼마나 적응력이 좋고 친화력이 좋은지
허름한 숙소에서 오히려 더 자유로움을 느끼고,
타인의 삶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을
즐깁니다.
좋은 친구라고 믿었던 현지인에게 배신을 당하면서도
그 사람을 위해 울어줄 수 있는 마음을 지녔고,
좁아 터진 버스 안에서 핸드폰을 분실하고 버스 회사
직원의 실수로 여행 가방을 잃어버렸는데도 다시 씩씩하게 일어나 여행을 계속합니다.
그녀를 다시 일으켜준 힘은 역시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흐르는 정입니다.
나중에 "하라르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은 무조건 믿지 말라"(224)는 어떤 블로그의 조언을 떠올리면서도 사람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그녀도 태어나자마자 자식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
늙고 병든(암투병)
어머니를 둔 고단한 청춘이지만,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고 위로하기를 멈추지 않는 이
꼬마 아가씨가 참 예쁩니다.
모잠비크에서 만난 '윤성 오빠'의 도움으로 게스트하우스에 만난 친구들에게 칼국수를
만들어주고,
맛있게 먹는 그들을 보며 한없이 행복해하는 환한
미소가 참 예쁩니다.
"내게 있어
여행 중 가장 외로운 순간은 홀로 있는 순간이 아니다.
함께이지만
혼자임을 느낄 때,
그 순간이
가장 아프다"(96).
하루하루 버티며 어쩔 수 없이 이어나가야만 하는 그런
삶일지라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나'보다 먼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
나,
나,
내 인생,
내 목표,
내 성공을 외치면 우리의 삶은 한없이 협소해지고
각박해지고 외로워질 뿐입니다.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은 나에게로만 향했던 눈을 돌려,
내 세상 밖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위해 울어줄 수 있고,
그들과 함께 웃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오늘을 살아갈 진정한 온기와 용기를 얻을 수
있음을 가르쳐줍니다.
우리 삶은 그렇게 넓어지고,
따뜻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