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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박광수 글.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청춘에게 위로가 필요한가?
물론 그 시기를 지나면서 힘들고 어려웠지만
지나고 나니 가장 빛나고 아름다웠던 시절임을
깨닫는다.
갈 수만 있다면 억만금을 주고라도 다시 가고 싶은
것이
청춘인데 어디서 감히 위로란 말인가?
청춘을 잃어버린 이들이 청춘에게 함부로
건네는
'위로'라는 말 자체가 오만이고 허세이다.
이분의 책을 읽으면 항상 학창시절 친구들과 주고받던 손편지가 떠오릅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누었던 열정, 아픔, 고민, 위로, 꿈, 미래, 좌절, 그리움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는 기분이랄까요. 또 내 속에 담아두고 말하지 않은 열정,
아픔, 고민, 위로, 꿈, 미래, 좌절, 그리움까지 '광수 씨'는 읽어냅니다.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이 그랬듯이 말입니다. 어쩌면 같은 시대를 지나온 분이라 더 깊이 서로를
공감할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쾌속으로 달리는 시간의 열차 위에서 우리는 이미 '청춘' 역을 지나쳐버렸고, 그 사실을 서서히
인정해야만 하는, 그렇게 지나는 동안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한마디만으로도 서로 충분한, 다른 말이 더 필요 없는 그런 사이말입니다. "청춘에게 함부로 건네는 위로라는 말 자체가 오만이고
허세이다"라는, 이 한마디를 얼마나 뜨거운 숨으로 내뱉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그런 친구말입니다.
때로는 그저 열심히 살아낸 누군가의 이야기가 가슴 뜨거운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놓아버린 용기를
다시 찾아주기도 하고, 나도 해봐야지 하는 도전의식을 심어주기도 합니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그렇게 누군가 열심히 살아낸 삶의
이야기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어머니를 둔 아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초등학교 때 시작되어 고등학교까지 고치지 못했던 도벽인데 어떻게 형의 한마디가 그의 도벽을 고치게 해주었는지, 말더듬이 친구를 놀려먹다
자신이 말을 더듬게 된 이야기, 늙은 권투선수가 처음 링에 오르던 날의 이야기들이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교훈 한바가지와 밀물처럼 마음속으로
밀려듭니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여러 삶의 이야기 중에 한 영화 감독의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습니다. "31살의 나이에 경력이라곤 트럭기사, 그리고 학창시절에는
'왕따'였던 사람. 그는 먹고 살기 위해서 온갖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일을 했고, 일을 하는 틈틈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그리고 서른이 넘어서야 자신의 꿈의 기반이 될 작은 영화사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일을 하며 틈틈이 쓴 시나리오를 자신이
다니던 영화사에 팔았따. 그때 영화사에서 계약금으로 받은 돈은 1달러였다. 1달러를 받은 대신 그가 내건 조건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의 영화
연출을 자신이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었고, 영화사는 고심 끝에 연출 경력이 전무했던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감독을 맡겼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무엇인지 혹시 알고 계신가요?
"그렇게
만들어진 그의 첫 영화가 SF영화의 신기원을 이룬 '터미네이터'였다"(44). 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이야기였습니다. 카메론 감독은 쓰나미가
시작된 일본 해구를 탐험해서 지진 감지기 개발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는데, 주변에서는 그렇게 큰돈을 들여가며 왜 그토록 위험한 일을 하냐며
만류했다고 합니다. 케메론 감독의 답변은 이것입니다.
'왜 잠수함을 만드느냐? 왜 바다에
들어가느냐?'고 묻는 건
모두
어른들이에요.
아이들은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아이들은 그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거든요.
당신이 옳다면 화낼 필요가 없고,
당신이 틀렸다면 화낼 자격이 없다.
행복한 삶을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지식은 그리 대단한 것들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가 남을 것이라는 것, 치매를 앓는 어머니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은 엄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라는 것, 둘리 만화를 보며 고길동 씨가 불쌍하다 느끼지면 어른이라는 것, 마음에 생긴 상처는 내 아이가 아니니 보듬과 키울 필요가 없다는
것, 좋은 결과는 좋은 마음만으로 안 된다는 것, 행운이나 행복은 스스로 나를 찾아와주지 않는다는 것, 그러니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
1등이 될 수 없다면 2등도, 3등도, 괜찮다는 것말입니다.
<살면서 쉬웠던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는 세대를 아우르는 책입니다.
청년이 읽어도, 중년이 읽어도, 노년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입니다. 청춘만큼 중년도 노년도 힘들고, 중년만큼 청년도
노년도 힘들고, 노년만큼 청춘도 중년도 힘들다는 것, 살면서 쉬운 날은 단 하루도 없을 거라는 것, 때로는 너무 미워서 눈물 짓고, 분노로
폭발하고, 잠들면 다시 깨고 싶지 않을 때도 있겠지만, 그럴지라도 아니 그럴수록 더욱 서로 보듬고, 이해하고, 위로하며, 그리워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합니다.
우리들 삶의 이야기가 예쁘게 담긴 책, 심지어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책입니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아.
어떤 어려움도 견뎌내며 앞으로 전진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