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병 - 가장 가깝지만 가장 이해하기 힘든… 우리 시대의 가족을 다시 생각하다
시모주 아키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살림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녀들에게 가장 큰 상처와 아픔을 주는 사람은 부모?



2008년 한 기관에서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자신의 삶에 가장 큰 고통을 준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39.2%가 자신의 부모를 꼽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많은 사람이 가족 관계 안에서 최악의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또 가족 안에서 은밀히 자행된 범죄로 평생을 씻을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지낸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까운 만큼 증오심이 불거지기 시작하면 남들보다 두 배, 세 배로 불어나고 끝내는 용서할 수 없어 극단적인 형태를 띠게"(28) 되는 것이 가족관계요, 가족갈등입니다. 개인이 체감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가 신성시 하고 있는 가족신화, 국가와 매체에 의해 더욱 견고해지는 가족이데올로기에 의문을 품게 만듭니다.


이 책의 저자도 그러한 의문을 품은 사람 중 한 명입니다. "나는 오래도록 내게 가장 가까운 존재인 가족이란 무엇일까, 또 인간 전체에게 가족이란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품어왔다"(7-8). 저자는 한 명 한 명의 생각이나 자신과의 차이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 가족이라는 틀, 개인의 희생과 불행을 담보로 지켜지는 가족이라는 틀, 개인을 먹이삼아 숨을 쉬는 가족이라는 거대한 생물을 거부합니다. "왜 너는 가족을 스스로 거부했을까. 가족이라는 피할 수 없는 관계 속에 도사리고 있는 슬픔을 깨달았기 때문이야. 서로에게 기대고, 서로를 보호하는 관계와 안이한 감정에 잠겨 위로를 찾는 그 거짓됨을 못 본 척할 수가 없기 때문이었지"(230).


가족이라는 단위를 싫어하고, 가족을 거부하는 여자. 이 여자의 뿌리에는 불행했던 가족사가 존재합니다. 아버지 이해하는 걸 거부하고, 딸을 위해 사는 어머니가 불편했던 딸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가족에게 기대하지 말라, 기대는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 가족에 대한 환상을 품지 말라, 환상이 클수록 어이없이 무너지고 만다. 남편을 '주인'이라고 부르는 호칭을 거부하라, 반려나 파트너라는 호칭이 좋다. 가족에게 버려져야 평안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꼭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만이 행복은 아니다. 자식을 핑계로 참고 살지 말라, 이혼 후 새출발한 사례도 많다. 나의 DNA를 물려받은 자식에 집착하지 말라, 피가 섞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족이 탄생할 수 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폭력, 가족이란 이름으로 강매되는 행복을 거부한다,"


<가족이라는 병>은 페미니즘 시각에서 일본적 상황에서 현대 가족의 함의를 논하고 있지만, 가족사회학이나 여성학보다는 개인 에세이적인 성격이 더 강한 책입니다. 저자와 같은 페미니즘적 성향에 대한 반응은 보통 2가지로 나타납니다. 상처로 똘똘뭉친 열등덩어리로 치부하거나, 시대를 앞서가는 자각한 여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그것입니다. <가족이라는 병>도 그렇게 평가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배우자와도 실제 타인처럼 생활한다는 저자의 급진적인(!) 주장에 대해 거부감을 갖거나, 혹여 가족이데올로기가 흔들릴까 우려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몇 가지 화두를 던져주기도 합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고령 부모를 모시거나 간호하는 일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관리자의 편의에 맞춰진 시설의 운영방식이라든가, 고령 부모의 간호를 떠맡게 되는 여성(직장까지 그만 두어야 하는) 문제는 남의 나라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 육아 환경에 대한 개선이나 불임여성을 위한 법적, 제도적 배려가 없는 상태에서 "아이를 낳아라"고만 강요하는 국가 정책의 가혹함도 반성해볼 일입니다. "개인의 행복이 아니라 국가의 사정에 따라" 중구난방식 정책을 강요하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가꾸고, 행복한 가정 안에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다스리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가족" 단위를 강조하고 강요하는 이데올로기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족을 거부하고, 남편(파트너)과도 타인이나 다름 없는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저자를 향해 "삐뚫어진 페미니즘"이라고 손가락질 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가족이 소중하다고 외치는 우리 자신은 가족을 이해하기 위해, 가족과의 진실한 소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를 먼저 되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가족의 붕괴는 마음의 소통이라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잃어가고 있는 증거일 것이다"(1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기차 안에서 타인의 삶을 지켜보다 살인 사건에 휘말리게 된 여자!


같은 열차, 같은 버스, 같은 비행기에 탔다는 이유만으로 공동의 운명에 처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 홀로 여행지만 낯선 사람들과 같은 풍경을 공유하기도 하고, 느닷없는 사고로 같이 죽음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말입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은 톰과 이혼한 '레이첼', 톰의 이웃에 살고 있는 '메건', 그리고 톰과 재혼한 '애나'가, 마치 서로 다른 인생을 살고 있지만 한 기차를 탄 승객처럼 서로의 인생에 얽혀들며 감추어진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정말, 레이첼, 그렇게 오랫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이해가 안 돼."


나는 어깨를 으쓱한다.

"아침에 8시 4분 기차로 갔다가, 저녁에 17시 56분 기차로 돌아와. 

내 기차들이야. 내가 타고 다니는 기차. 이런 식이지 뭐"(228).

레이첼은 매일 통근 기차를 타고 런던을 오가며 무의미한 기차 여행을 계속합니다. 그녀는 간절히 원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었고, 알코올 중독이 됐고, 바람 난 남편과 이혼을 했고, 술 때문에 직장에서도 짤렸고, 얹혀 사는 친구에게 실직 사실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해 매일 출근하는 척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기차는 매번 같은 곳에서 멈춰 서고, "기차가 정지 신호를 받고 멈춰 서면 레이첼이 좋아하는 기찻길 옆 집, 15호가 완벽하게" 보입니다(15). 그녀는 "블레넘 로 23호에서 전 남편 톰과 더없이 행복하고 아주 끔찍한 5년"(18)을 보냈기 때문에, 거기서 네 집 건너에 있는 15호를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기차가 정지 신호에 묶여 있는 사이 15호에 사는 한 쌍의 커플을 은밀히 지켜보는 것이 어느 새 레이첼의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들에게 '제이슨'과 '제스'라는 가상의 이름까지 지어주며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첼은 기차 안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고, 이후 그녀의 인생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그녀가 '제스'이라 이름 붙인 '메건'이 '제이슨'(설제 이름은 스콧)이 아닌 다른 남자와 진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장면을 목격한 것입니다. 그때 불쑥 남편의 불편 사실을 처음 알게 된 날이 떠오르고, 레이첼은 제스(실제는 메건)를 향한 강렬한 분노에 사로잡힙니다. "지금 제스가 내 눈앞에 있다면, 그녀가 보인다면, 그녀의 얼굴에 침을 뱉어주리라. 그녀의 눈알을 할퀴어주리라"(52).


그녀는 술을 진탕 마시고 제이슨(스콧)의 삶이 거짓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무작정 기차를 탔고, 다음 날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 깨어납니다. 레이첼은 끔직한 몰골로 상처 입은 채 깨어난 자신을 보고 지난 밤 무슨 일인가 아주 나쁜 일이,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걸 직감하고 검은 공포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바로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제스(메건)가 실종되었다는 기사를 보게 됩니다. 




"카말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전율이 느껴지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 모든 게 그 사람으로부터 시작됐으니까. 

그를 한 번 언뜻 보는 바람에 내 인생은 갑자기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269). 

천천히 역을 출발하는 기차처럼 시작된 이야기는기차 안에서 레이첼이 메건의 불륜을 목격하고부터는 알 수 없는 종착역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합니다. 레이첼을 중심으로 애나와 매건이 교차하며 화자로 등장하는데, 세 사람의 이야기가 조각모음을 하듯 한 자리에 모여지며 모숩을 드러내는 진실은 예상했던 방향과 정반대로 달리는 기차에 올라탄 것처럼 독자를 전혀 예상치 못했던 종착역으로 데려갑니다. 


스포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더 깊은 이야기를 이곳에 쓸 수는 없지만, 초반에 주인공 레이첼이 좀 짜증나더라도 참아주시기 바랍니다. 식스센스 급 반전이 그녀를 덮칠 때, 그녀에게 짜증을 냈던 것이 몹시 미안해질테니까요. 이 책에 쏟아진 찬사가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뜨거운 감동은 없지만, 몰입도는 최고인 소설입니다. 진실을 모두 알 때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 - 18권의 철학·문화·사회·경제 고전을 54점의 그림으로 읽는다
박홍순 지음 / 비아북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삶의 가치에 대한 고민은 자취를 감추고 내일의 행복을 위한 오늘의 경쟁만이 계속된다"(5).



성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가치와 인생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생각하는 힘을 좀 길러야겠다는 간절한 요즘입니다. 하루종일 끊임없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하기 바빴는데, 왜 잠자리에만 누우면 알맹이가 빠진 듯 공허한 그림자만이 텅 빈 마음 가득 드리우는지 갑갑하기만 합니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는 그런 밤에 읽기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의 일차적인 목적은 고전 읽기입니다. 친구들끼리는 '고전 때문에 고전한다'는 농담을 주고받기도 합니다. 읽어야 할 책인 건 알겠는데 읽어내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이처럼 "고전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접근하여 풀어 나가야 할지를 알려주고 막막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7)은 마음으로 기획된 책입니다. 그런데 이 책이 주목받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고전을 풀어나가는 도구로 '미술 작품'을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미술 작품을 각 장의 도입부로 삼아 해당 고전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가지도록 의도했"(10)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언젠가 읽었던 보티첼리 이야기가 떠올라 슬며시 미소 지었습니다. 평행이론이라고 할까요. 이 책과 보테첼리 일화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보티첼리의 그림 때문에 인문 교양 공부 열풍이 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보티첼리는 주로 신화를 주제로 한 시를 그림으로 그렸는데, 인문 교양이 있는 사람은 보티첼리의 그림을 척 보면 무슨 뜻인지 알고 미소를 지었지만, 인문 교양이 없는 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보티첼리의 그림이 인문 교양 열풍을 불러온 것처럼,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는 "한 화면 안에 집약적 정보"를 담고 있는 미술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고전 읽기를 꾀하고 있습니다. 




"정보 범람이 본질을 가리고 사람들을 바보로 만든다"(332).



이 책은 "생각에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네 분야, 즉 철학, 문화, 사회, 경제"를 큰 카데고리로 하여 각각에 관련된 고전을 다루고 있습니다. 철학 분야에서는 "시대별로 이성을 둘러싼 서로 다른 대표적 관점"을 탐구하며, 문화 분야에서는 문화의 원시적 기원에서부터 현대 소비사회의 문화적 특징까지 큰 줄기를 살핍니다. 사회 분야에서는 "법, 제도, 관료제, 대중사회, 자유, 여가 등 현대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핵심 주제를 중심으로 고전을 배치했"고, 경제 분야에서는 "소유, 시장, 지식 경제 등 경제와 관련한 핵심 논쟁점에 접근하도록 몇 가지 주제로 구분했"습니다(8-9).


이 책의 강점은 미술 작품을 통해 고전이 전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을 더욱 강렬하게 드러내 보여주고, 고전의 핵심 내용을 읽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우리가 잊고 사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주제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입니다. 학창시절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이라 그런지 저자의 논점과 풀이에 더 관심이 갔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열심히 읽으면서도 다 이해하지 못하고, 깊이 깨닫지 못했던 내용의 핵심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의 이야기 중에 지식의 주입이 계속 될수록 생각할 틈이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마음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현대인은 실제로 깨어 있는 모든 순간에 우리의 감각을 사로잡는 끊임없는 자극의 폭격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데,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무언가를 생각하기 보다는 그냥 그날그날 전달되는 데이터를 머릿속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지적 활동을 대신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333)는 것입니다.


저자가 인용한 프롬의 이야기를 재인용하면, "도시가 폭격당해 몇 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뉴스에 이어, 아무런 부끄러움도 없이 비누나 술 광고가 삽입"되는 매체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될수록 "인간은 '흥분되는 일이 없어지고, 감정이나 비판적인 판단은 저해' 받게 되며,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평탄하고 무관심한 성질을 갖게 된다"(335-337)는 메시지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지식이 아니라, 이런 비판적 시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순히 지적 교양과 그러한 욕구를 채워주는 책이 아니라, 바로 우리가 무관심한, 우리가 심각하게 착각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 그 실체를 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니까 말입니다. 


<세상의 모든 교양, 미술이 묻고 고전이 답하다>는 고전 길라잡이 같은 책이면서도, 길라잡이로 끝나지 않고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책입니다. 고전을 읽는 시각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오늘을 반성하고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반성하도록 이끌어줍니다. 생짜로 고전을 읽는 것보다 훨씬 재밌는 강의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아까운 인생 소탐대실하지 않으려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미덕은 "재밌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책, 재밌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사카 셀프 트래블 - 2015~2016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3
안혜선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사카 자유여행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

 

여행을 책으로만 다니고 있는 신의딸입니다. 휴가 시즌이라 직장에서도, sns에서도 온통 여행을 주제로 한 이야기 꽃이 한창입니다.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불쑥 여행도 습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먹어본 사람이 고기 맛도 안다고 했던가요. 여행도 떠나본 사람이 더 자주 짐을 싸더라고요. 부러워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인생인데, 어쩌겠습니까. 아쉬운 대로 책을 통해서라도 여행을 떠나볼 밖에요. 저는 극성수기를 피해 9월에 휴가를 신청해놓고 오늘도 상상출판 셀프트래블 가이드북을 통해 여행지에 미리 가보고 있는 중입니다. 여름 휴가를 앞두고 제가 일순위로 꼽고 있는 여행지는 "일본 제2의 도시이자 맛의 천국, 볼거리의 천국, 쇼핑의 천국"이라는 오사카입니다!






 





"일본 제2의 도시이자 맛의 천국, 볼거리의 천국, 쇼핑의 천국인 오사카"


오사카를 일순위로 꼽고 있는 이유는 저의 여행 파트너인 엄마를 고려해서 입니다. 엄마와 함께하기에 무엇보다 거리가 가깝고, 이국적이면서도 친근한 구석이 있어 낯선 여행지에 대한 두려움도 덜합니다. 또 '오사카' 정도라면 자유여행에 도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앞서기도 합니다. 제2외국어가 일본어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백지 상태나 마찬가지인데도 이상하게 일본여행은 언어에 대한 두려움도 덜한 편입니다(순전히 기분 탓이겠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오사카 셀프트래블>이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셀프트래블>은 오사카 여행의 '핵심'을 콕콕 찍어주면서도 오사카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수록한 가이드북입니다. 자유여행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이라 오사카 자유여행을 위한 웬만한 정보는 이 한 권에 모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털털하고, 아기자기하고, 시끄럽고, 무엇보다 물가가 도쿄보다 낮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친근한 곳"



만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추천해달라고 하면 어떤 도시를 먼저 추천할지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제주도나 울릉도,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주, 한국적 정서와 미를 느낄 수 있는 전주, 대한민국의 심장 서울, 여러 곳이 떠오릅니다. 이와 비교해볼 때, 일본의 오사카는 경주나 전주와 같은 느낌의 여행지가 아닐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간사이는 일본열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산간 지역과 평야 지대를 고루 갖추고 있는 지형은 사계절의 자연 변화가 뚜렷하여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지역 중 하나"라고 합니다 

 아주 조금은 촌스러운 구석이 있다는 간사이, 그리나 일본 고유의 문화와 정취를 가장 잘 맛볼 수 있는 곳이 간사이 지역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

 



가이드북을 보면 제일 먼저 추천 여행 코스를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시간이 나면 여행사에서 추천하는 패키지 상품 코스와 비교해보기도 합니다. <오사카 셀프트래블>이 추천하는 코스 중에서는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를 이용한 4박 5일 패턴을 콕 찍어 두었습니다. JR 간사이 와이드 패스는 "4일 동안 주고쿠 지역의 오카야마와 쿠라시키 미관지구, 간사이의 하와이라 불리는 시라하마까지 저렴하고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게 만든 패스"라고 합니다. "4일 동안 좀 더 다양한 곳을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가장 매력적인데, 생애 첫 해외 자유여행에 도전해보기에도 안성맞춤으로 보입니다. 만일 자유여행으로 오사카를 찾게 된다면, "덩달아 당연히 가게 되는 고베, 교토" 패턴에서 조금 탈피하여 "사라하마, 쿠라시키 등 다른 지역의 분위기를 느껴 보는 것"도 괜찮다는 저자의 조언도 염두에 두고 코스를 짜보려고 합니다.








 


먹다가 망한다(구이다오레)! 도톤보리


사실 오사카 여행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벚꽃이 아름다운 오사카 성이나 일본 최초의 절이라는 시텐노지의 그림이 제일 먼저 눈앞에 떠오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오사카 셀프트래블>을 통해 미리 가본 오사카 여행에서는 '먹다 망한다'는 뜻의 "구이다오레"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먹거리 천국이라는 "난바, 미나미" 지역에 가장 끌렸습니다. 쇼핑을 싫어하는 성격인데다, 여행지에서는 늘 '먹는 것'보다 '보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제가 이 곳에 끌린다는 것이 다소 의외이기는 한데 여기 상점들을 구경하며 걸어다니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미도스지도리의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길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니 휴가를 한 달 더 미뤄야 하나 하는 고민도 생깁니다. 일단 엄마랑 패키지 여행 상품으로 오사카를 다녀와서 다시 자유여행에 한 번 도전해보는 걸로 결론을 내리고, 오사카를 여행하는 행복한 꿈속에 젖어들려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거룩한 전쟁 - 완역판 세계기독교고전 16
존 번연 지음, 고성대 옮김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영혼! 이 마을이 바로 전쟁의 격전지였습니다(53).



<천로역정>만큼 유명하지는 않지는 <천로역정> 못지않은 훌륭한 기독교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거룩한 전쟁>. 19세기 <존 번연 전집>의 편집자였던 조지 오포르는 이 <거룩한 전쟁>이 "독창설과 탐구성 및 영적 지혜에 있어서 <천로역정>보다 더 뛰어난 책"이라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전쟁>은 인간영혼 마을에서 일어나는 전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인간영혼 마을을 장악한 디아볼루스(악마, 마귀)와 타락한 인간영혼 마을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여 내려는 임마누엘 장군 사이의 거룩한 전쟁을 풍유(allegory)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거룩한 전쟁을 묘사하는 <천로역정>과 같은 풍유들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인간영혼 마을에 출입할 수 있는 다섯 문들의 이름은 "귀문, 눈문, 입문, 코문, 감각문"(60)입니다. 또 인간영혼 마을을 장악하고 디아볼루스가 새 관리를 임명하고 요새를 만드는데, 이해 경이라 불리는 시장과 양심 씨라 불리는 양심 서기관을 그 자리와 권력에서 파면되고(76), 자유 의지 경이 인간영혼 마을에서 디아볼루스에 버금가는 권력자가 됩니다. 인간영혼 마을의 새로운 주요 인사들은 불신 씨, 거만 씨, 욕설 씨, 매춘 씨, 완악한 마음 씨, 무자비 씨, 격분 씨, 비진리 씨, 항상 거짓말 씨, 거짓 평화 씨, 술 취함 씨, 속임수 씨, 무신론 씨 등 총 13명(89-90)입니다. 


디아볼루스는 또 난공불락으로 보이는 세 곳에 요새를 지었는데 첫 번째 요새의 이름은 '반항 요새'입니다. "그 요새는 모든 마을 사람들에게 명하여, 옛 왕이 가르쳐 준 지식을 간직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진 요새"입니다. 두 번째 요새의 이름은 '한밤중 요새'입니다. 그 요새는 인간 영혼 마을 사람들이 참된 지식을 갖지 못하도록 할 의도로 지어졌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요새의 이름은 '달콤한 죄악 요새'입니다. 이 요새는 인해 선을 바라는 모든 갈망에서 인간영혼 사람들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항 요새는 눈문 가까이에 지어졌는데, 많은 빛이 통과하는 눈문을 막아 주변을 어둡게 만들었고, '한밤중 요새'는 오래된 성 옆에 견고히 세워졌는데 그 요새는 가능한 한 성의 그림자로 인해 더욱더 눈앞이 보이지 않게 하려고 지은 것입니다. 세 번째 '달콤한 죄악 요새'는 시장이 있는 과장에 세워졌습니다. 또 디아볼루스는 첫 번째 요새의 책임자로 가장 악독한 신성 모독자인 '하나님 증오"를 세웠으며, 한밤중 요새의 책임자로 '빛 질색'을, 달콤한 죄악 요새의 책임자는 육신 사랑을 세웠습니다(90-91).


여름성경학교 때마다 <천로역정>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늘의 도시'에 당도하기까지 어떤 유혹과 고난이 있는지를 배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거룩한 전쟁>은 그보다 한차원 높은 영적전쟁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룩한 전쟁>은 인간영혼 안에서 벌어지는 은밀하면서도 격렬하게 치워지는 영적전쟁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영혼이 바로 이 거룩한 전쟁의 격전지입니다.


"나도 그 마을에 있었습니다."  존 번역의 이 고백 속은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고 몸부림쳤던 사도 바울의 유명한 탄식을 떠올리게 합니다. 내 영혼을 갉아먹는 원수를 오히려 군주로 떠받들고, 거룩한 것들을 짓밟고 돼지들처럼 오물 가운데서 뒹구는 인간영혼 마을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 마을에 있었습니다"라는 고백을 똑같이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오, 나의 인간영혼들이여, 너희는 원수들의 손에서 내가 어떻게 너희를 건져냈는지, 내가 이를 위해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했는지 다 보았다. 너희는 나의 아버지를 근본에서부터 반역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원수들이 소유가 된 것에 만족하며 스스로 멸망하는 것조차 만족하였다. 나는 너희를 깨우치 위해 처음에는 율법으로, 그 다음에는 복음으로, 마지막에는 영광으로 너희에게 다가갔다"(470).


<거룩한 전쟁>은 인간영혼 마을 사람들이 구원받는 과정을 통해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영적전쟁의 실체를 예리하게 보여줍니다. 따끈한 새신자보다는 신앙생활을 하며 사도 바울과 같이 날마다 내 안에서 벌어지는 영적전쟁을 치열하게 경험한 본 사람들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요란하고 격렬하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내 안에서 벌어지는 거룩한 전쟁, 내 영혼이 바로 이 전쟁의 격전지이며, 모든 그리스도인이 그 전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