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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끝까지 해내는가
세라 루이스 지음, 박지훈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시실 이 책의 주제 한복판에는 '실패'라는 개념이 자리 잡고 있다"(14).
사회에 나와 팀워크를 이루며 일을 할 때,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이 바로 나의 '완벽주의적 성향'이었습니다. 팀의 막내일 때는 그것이 신뢰를 얻고 인정을 받는 요소였는데, 팀을 이끄는 책임자가 되니 가장 큰 약점이 되고 말았습니다. 자신은 일을 잘 끝냈다고 생각하는 후배에게 부족한 부분의 보완을 요구하면 후배들 사이에서 난 늘 못마땅한 부분만 찾아내는 사람이 되었고, 일의 완성도를 위해 끝까지 분투하자 독려를 하면 인정받지 못해 안달이 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디자이너들은 만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수정을 요구하는 저를 함께 일하기 가장 힘든 사람으로 꼽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긴 트라우마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느슨'해지는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는 바람에 '완벽'을 향한 열정이 다시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이 책은 완벽으로 가기 위한 창조적인 노력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를 다"룹니다(13). 완벽에 다가가고자 하는 열망이 끝까지 해내고자 하는 열정을 낳으며, 완벽에 닿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과정이 동력이 되어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를 극복하게 하며 '숙달'에 이르게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에서 말하는 완벽은 결과물이라기보다 "굽은 길을 끊임없이 달려가는 과정"(13)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다시 말해 "완벽이라는 끝없는 탐험을 위해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선 사람들에게서" 저자는 인간 행동의 어떤 공통적인 잠재력을 발견했는데, 이 책은 바로 그것을 자세히 풀어놓은 책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의 한복판에 "실패"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완벽을 향한 열정, 끝까지 해내는 힘, 인간 행동의 비밀 사이에는 "실패"라는 연결고리가 존재합니다. 다시 말해, 끝까지 해내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여덟 가지 행동 법칙(한계 인식, 자신과의 경쟁, 영리한 항복, 심미적 동력, 실패 연구, 공식 파괴, 학습의 즐거움, 그릿) 안에 '실패'라는 공통분모가 숨어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이 밝히는 여덟 가지 행동 법칙들과 그러한 행동 법칙이 만들어내는 숙달, 발명, 성취 등은 실패 속에서, 실패를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속에서 잉태되고 자라는 '이득'이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노력은 우리가 부족함과 한계를 인식할 때 필요한 것이며, 무엇인가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열망은 불만족한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독특한 발상은 문제 상황에 처했을 때 튀어나오는 것이며, 이미 얻은 것이 아니라 아직 얻지 못한 것 때문에 인내하게 되고 몰두하게 됩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역설에 눈 뜨게 해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실패에 담긴 선물은 수수께끼이다. 실패란 0이라는 숫자와 마찬가지로 텅 비었으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217).
이 책은 결국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인생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풍부하고 흥미로운 사례들이 읽는 재미는 물론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사례를 속에서 "완벽한 사람들의 여덟 가지 행동 법칙'을 발견해 낸 저자의 시각이 독특하는 생각이 들어, 책을 읽다 저자의 이력을 다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TED가 가장 사랑하는 연사 중 한 명"이며, "오바마 정부의 예술정책위원회에서 2008년부터 활동"했으며, "2010년에는 '오프라 파워리스트' 인물에 선정"되기도 하고, "사회, 정치, 과학, 경제 전반에 걸쳐 통섭적 사고와 혁신적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차세대 지식인"이라고 합니다. 이 책은 실패의 본질을 다시 돌아보게 해주며, 문제 상황을 오히려 즐길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준다는 점에서 일독을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