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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창조자들
이남훈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6월
평점 :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의 창조자들
영화 <킹스 스피치>에 보면, 말을 심하게 더듬는 콤플렉스 때문에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국왕이 나옵니다. 말더듬이 왕은 국왕의 자리가 버겁기만 한데, 2차 세계대전이라는 극한 상황에 처한 국민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국왕은 강력한 메신저로 거듭나기 위해 말더듬이증 치료에 돌입합니다. 만일 국왕이 이 책을 알았다면 그가 교본으로 삼을만한 책입니다.
영화도 그렇고, 이 책도 그렇고, 리더의 다른 말은 '메신저'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줍니다. 그렇다면 위대한 메신저란 어떤 사람일까요? 이 책의 한 정의에 의하면, "메신저는 빤해 보이는 상황에 뛰어들어 충격과 반동의 메시지를 전파함으로써 예측 가능한 결말의 물줄기를 바"(20)꾸는 사람입니다.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고 외친 이순신 장군의 충격과 반동의 메시지가 군사들의 마음을 결발하여 패전이 뻔했던 명량해전의 승패를 완전히 뒤엎어버렸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 책의 전제는 "리더의 성공 여부는 그가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명제에 반대하거나 딴지를 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에게 남는 문제는 "어떻게" 바로 "How"의 문제입니다. <메신저>는 바로 이 "어떻게"의 문제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시대와 분야를 초월하여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메시지의 승리자들"을 탐구하여 그들이 어떻게 타인의 마음을 뒤흔드는 메시지를 창조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원리들을 찾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격발(트리거) - 연상(리마인드) - 확산(디퓨저)
<메신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확신시키고 능동적인 협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 "선도적인 입장에서 돌발적인 변수에 대응하고 주변 상황을 장악할 수 있는 사람", 다시 말해 '변화와 혁신을 일으키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메신저"(Messenger)라고 부르며, 그들이 사용했던 방법을 "격발(트리거)-연상(리마인드)-확산(디퓨전)"이라는 세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설명합니다(11).
격발(트리거, 방아쇠를 당겨 탄환을 쏘는 것)은 '대중의 관심에 불을 지르고 잠잠하던 대중의 마음에 의문과 충격을 불러일으키는 일입니다(24). 저자는 "메신저가 해야 할 첫 번째 일은 아성을 파괴하는 것"(25)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의 인식을 지배하고 있는 기존의 메시지를 파괴해야만 새로운 메시지를 사람들의 마음에 이식할 수 있"고, 그것이 곧 변화를 만들어내는 근본적인 토대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연상(리마인드, 다시 기억나게 하는 것)은 "격발된 메시지를 대중의 마음속에 더욱 깊숙이 박아 넣는 심화 과정"(120)입니다. 격발된 메시지를 실질적인 변화로 이끌어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는 넛지, 전장에서 탄피 주워들기, 링크시키기, 매복 마케팅(브랜드 납치), 마스킹 효과, 단어와 맥락으로 주어진 상황 뒤틀어 버리기, 의미에 대한 통찰, 메신저가 자기 자신을 메시지의 근거로 세우기, 감정 플랫폼의 설계와 재구성, 정체성 조준 등의 개념이 설명되고 활용됩니다.
세 번째 위대한 메신저들이 사용한 방법은 확산(피뮤저, 작은 것이 넓게 퍼지는 현상)입니다. '메시지가 완성되는 궁극적인 지점은 대중의 마음속에 메시지가 확산될 때"인데, "이 말은 애초에 격발될 때부터 메시지에는 확산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고 메시지가 격발과 연상을 거쳐 확산의 단계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의미"(206)라고 설명하며, 위대한 메신저들이 그들이 메시지를 어떻게 대중의 마음속까지 확산시킬 수 있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살펴본 다양한 메신저들의 공통점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단연 그들 모두가 소통의 대가라는 점이다"(289).
이 책은 메신저 역할의 위대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1955년 12월, 미국 몽고메리의 버스 안에 로자 파크스라는 흑인 여성이 타고 있었습니다. 로자 파크스는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할 것을 거부하여 체포되었고, 이 일은 흑인 인권 운동이 불길처럼 퍼져 나가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15-16).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독자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비슷한 사건이 이전에도 여러 번 있었음에도 왜 유독 로자 파크스 사건만이 그렇게 커졌던 것일까?"(16) 해답은 "탁월한 메신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개입" 때문이었습니다.
<메신저>는 메시지가 가진 파괴력을 잘 보여주는 책입니다. 강력한 탄환이 되어 사람들의 마음속으로 격발된 메시지 하나가 어떻게 변화라는 동력을 이끌어내고, 기존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었는지 흥미진진한 역사적 사례들을 많이 보여줍니다. 사례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누구라도 쉽고 재밌게 읽으면서 메신저 역량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책입니다. 분야나 규모를 막론하고 리더의 자리에 있거나 리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한 책이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내용 중에 하나는 바로 "늑대들의 합창"이었습니다. 늑대들은 사냥에 실패했을 때, 풀죽은 리더를 탓하거나 따돌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히려 위기의 상황에서 미래를 향해 다시 꿈을 꾸는 그들만의 의식으로 '합창'을 한다고 합니다(76). 이 책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핵심은 위대한 메신저는 혼자 잘난 리더가 아니라, 소통의 대가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위대한 리더는 혼자의 역량으로 혼자서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해내는 혼자 잘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그런 사람을 고집불통이라고 잘라 말합니다. 위대한 메신저는 함께 꿈을 꾸고 함께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것, 두고두고 되새김질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