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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를 읽다 - 실감나게 읽는 성경 속 광야 이야기 ㅣ 광야 시리즈
이진희 지음 / 두란노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광야의 생존 법칙 ★ 더 깊은 광야로 들어가 하나님을 만나라
나에게는 그 침묵과 공허가 너무 큽니다.
나는 보려 해도 볼 수 없고, 들으려 해도 들리지 않으며,
(기도할 동안) 혀를 움직이려고 해도 말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시길 원합니다.
마치 모든 것이 죽은 것처럼 내 안에 너무나 끔찍한 어둠이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가 한 신부에게 보낸 이 편지의 일부를 몇 번이나 다시 읽었습니다. 성자라고 해서 언제나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삶을 산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릅니다. 영적 침체가 찾아올 때마다 나를 더 힘들게 했던 건, 나를 바라보는 믿는 자들의 시선이었습니다. 교회에 오면 더 억지 미소를 짓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느라 희미하게 남아 있는 진까지 다 빠져버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렇게 광야에 들어설 때마다 첫 증상은 교회를 피하고, 사람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광야는 일생에 단 한 번 지나는 길이 아니며, 광야를 지난다고 부끄러워 하거나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으며, 사막처럼 영혼이 쩍쩍 갈라지는 바로 그때가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만나야 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이 모두가 광야를 지나오며 깨닫게 된 사실들입니다.
그런데 <광야를 읽다>는 광야 속에 이보다 더 깊은 영적 진리가 숨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이 책은 "수년에 걸쳐 세계 곳곳에 있는 광야들을 직접 탐방한 광야 전문자가 성경에 입각하여 14개의 키워드로 풀어낸 광야 이야기"입니다. 한마디로 광야 생존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바로 지금 영적 침체나 물리적인 광야 길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는 길을 찾아나가는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고, 광야를 지나온 분들에게는 미처 다 깨닫지 못했던 하나님의 은혜를 일깨워줄 것이며, 무엇보다 하나님을 더 깊이 알기 원하는 분들에게는 광야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은혜의 장소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하는 책입니다.

광야에서는 축복이 아닌 은혜를 구하라
이 책을 광야 생존법이라 이름 붙이고 싶은 것은, 광야에서는 풍성한 삶이 목표가 아니라, 오직 하나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는 사실을 확실히 각인시키며, 광야길을 무사히 통과하여 가나안에 들어가는 방법을 아주 실감나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광야를 지날 때 우리가 구해야 할 것,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생생하게 그려주는데, 광야와 같은 인생길을 걸으며 '성공'이라는 환영을 좇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가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광야에서 우리가 구해야 할 것은 축복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라는 이 단순한 교훈이 마음의 헛된 욕망들을 태우고 새로운 목마름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동안 생수를 구해야 하는데 황금은 구한 것은 아닌가,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은혜에 감사하지 못하고 곳간을 채워달라고 안달복달한 것은 아닌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은 성공의 사다리를 오르거나 높은 산 정상을 정복하는 싸움이 아니라, 광야 길을 통과하는 것이라는 사실은 지금 나를 이끌고 있는 인생 목표는 물론, 인생 전체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낙타는 매일 주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하루를 시작한다
<광야를 읽다>를 통해 배운 생생한 광야 이야기는 성경 진리를 더 깊이 깨닫도록 해줍니다. 이 책을 통해 성경을 읽는 눈이 더욱 확장되었는데, 엘리야가 쉬었던 로뎀나무의 그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풍성한 나무의 그늘이 아니라는 것, 의의 길이란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길이 아니고, 양들이 다니는 길을 말한다는 것, 시편 23편의 양들은 알프스 산맥과 같은 푸른 초장이 아니라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광야에 사는 양들이라는 것, 광야에서는 비가 아니라 이슬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것, 베두인들의 단순한 광야의 삶은 항상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 등 새로운 지식을 많이 얻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가슴을 울렸던 광야 이야기는 '낙타'입니다. "낙타는 아침에 주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짐을 실으면 하루 종일 묵묵히 자기에게 주어진 짐을 지고 가다가 해가 떨어지면 주인 앞에 와서 또다시 무릎을 꿇는다"(160)고 합니다. 이 낙타 이야기서 오늘 하루의 삶이, 매일의 삶이, 우리의 신앙여정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새롭게 배웠습니다. 아침이면 주인 앞에 와서 무릎을 꿇고 하루를 시작하는 낙타처럼 그렇게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나님이 주시는 짐을 지고 그 하루를 묵묵히 살며, 저녁이 되면 다시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해보았습니다.
<광야를 읽다>는 우리의 헛된 욕심들을 모두 내려놓고 겸손히 은혜의 자리로 인도하는 힘이 있습니다. 광야를 지날 때는 커봤자 1미터도 안 되는 로뎀나무 그늘이라도 찾아가야 한다는 것, 그 한조각의 은혜에도 진심으로 감사해야 한다는 것, 광야를 지날 때는 장맛비와 같은 커다른 축복을 기대하기보다 날마다 내려주시는 이슬비 같은 은혜에 만족해야 한다는 진리도 마음에 새겼습니다. 이슬 같은 은혜와 축복만으로도 광야에서는 충분히 버텨낼 수 있다(169)는 사실을 기억하며 이슬 한 방울의 은헤에도 깊이 깊이 감사하는 하나님의 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엄마가 제게 남겨주신 신앙유산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낮추실 때는 납작 엎드려야 한다"는 말씀을 자주하셨습니다. 산은 오르다 힘들면 내려올 수 있지만 광야는 되돌아 나갈 수 없다는 것, 광야를 통과하는 방법은 더 깊숙이 광야로 들어가는 것 뿐이라고 합니다. 전에는 광야 길에 들어서면 어떻게 하면 이 길을 빨리 벗어날 수 있을까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니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면 이 길을 잘 견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야에서 맛볼 수 있는 은혜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광야를 견디는 것도 사명을 감당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무엇인가를 견뎌 내며 살아가고 있다. 다 나름대로 힘들게 견디면서 생존한다. 광야와 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견딤의 은혜다. 견딜 수 있는 힘을 공급받는 것이다. 견뎌 내는 사람만이 가나안에 들어갈 수 있다"(192).
이 책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지친 영혼들에게 이슬비와 같이 젖어들며 감사를 다시 찾아주는 책입니다. 책을 잡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재밌게 읽은 책입니다. 성경을 더 깊이 알고 싶은 분들, 광야를 지나며 위로와 지혜가 필요한 분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