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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 불붙는 조직 만들기
이형준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3월
평점 :
긴급 진단 _ 지금 당신의 팀은?
1. 회의시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하다.
2. 다들 표정이 어둡고 의욕이 없다.
3. 타 안 나고 어려운 일은 남에게 미룬다.
4. 앞에서는 누치 보고, 뒤에서는 뒷담화다.
5. 보이지 않게 편이 나눠져 있다.
6. 선배는 종종 후배의 공을 가로챈다.
7. 남의 성과에 무임승차해도 괜찮다.
8. 솔직하면 이상하고, 칭찬하면 어색하다.
9. 회식 날은 빨리 집에 가고 싶다.
10. 위고 아래고 도대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
저자는 "위의 질문에 1개 이상 '예'가 있다면, 팀은 불씨가 꺼져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합니다.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열정도 없고 의욕도 없고 소통도 안 되는 팀, 재미도 없고 성과도 없고 '도대체 내가 이 회사에 왜 다니나?' 싶은 팀은 과연 어떻게 해야 될까?"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행정님의 팀장을 맡고 있는 후배에게 상담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얼마 전 팀장으로 승진을 했는데 부서원들이 하나 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지각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는 팀원, 자기에게 맡겨진 일 이외에는 관심이 없고 주요 업무 이외의 일을 맡기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팀원 때문에 날마다 마음이 부글부글한다는 것입니다. 팀장이 늘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니 팀 분위기가 좋을 리가 없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말을 듣지 않고", 그렇게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하소연을 합니다. 후배는 근태가 좋지 않은 팀원을 상부에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저는 "너의 리더십이 의심 받을 수도 있으니 당장 보고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옆에서 지켜볼 때 그의 리더십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습니다. 팀장 직책을 맡은 후, 혼자 불타 오르고 있는 후배의 열정이 오히려 팀원들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Fire! 불붙는 조직 만들기>는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이 부장'이 책임을 맡고 있는 한 영업 팀을 모델로 얼어붙은 조직에 불을 붙이는 실전 스킬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습니다. <미생>의 장그래가 오 과장이나 김 대리를 만나지 못했다면 아무리 폭발적인 잠재력을 가졌다 해도 그렇게 훌륭한 상사맨으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특별히 중간 리더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중간 리더들이야말로 팀원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이며, 주도적으로 팀 분위기를 바꾸어갈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Fire! 불붙는 조직 만들기>는 Fire라는 네 개의 스펠링을 이용하여 팀운영의 5단계 프로세스를 설명합니다. 준비(Find) → 점화(Ignite) → 확산(Run) → 유지(Elaborate) → 판단이 그것입니다. 일이란 결국 사람이 모여서 하는 것이니 팀을 이끌어서 성과를 내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한 사람, 한 사람 상호 간의 '신뢰'라는 설명에서부터 출발하는데, 이 책은 한 편의 드라마를 통해 그 중요성을 보다 설득적으로 그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사실 두 가지는 이것입니다. 첫째는 업무를 처리할 때 일 중심이냐 사람 중심이냐, 속도가 빠른가 느린가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주도형(일 중심, 빠름), 사교형(사람 중심, 빠름), 신중형(일 중심, 느림), 안정형(사람 중심, 느림)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유형 분류를 많은 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도형과 안정형, 사교형과 신중형 간에는 갈등이 생길 여지가 많다는 것은 예전에는 미쳐 생각해보지 못한 통찰이었습니다.
둘째는 조직문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팀 분위기이며, 팀 분위기 조성에는 "직속 상관"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는 인사이트였습니다.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경영실무 책들은 많이 보았습니다. 그러나 조직문화보다 팀 분위기에 더 초점을 맞춘 조직경영이론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습니다. 조직문화가 기후라면 팀의 분위기는 날씨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조직문화는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고, 바뀌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팀의 분위기는 날씨와 같이 금방금방 변한다는 것입니다(59-60)왜 조직문화보다 팀의 분위기가 더 중요할까요?
팀의 분위기가 왜 중요하냐면 팀의 성과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분위기는 편하고 눈치 안 봐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 마치 스포츠 경치의 우승 팀처럼 으쌰으쌰 하는 분위기, 한 번 해보자 하는 분위기, 그런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런 팀 분위기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속상관"이라는 것입니다. 팀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팀의 분위기가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조직의 문화가 아무리 좋아도 팀장이 잘못하면 팀의 분위기는 안 좋아질 수 있고, 반대로 조직의 문화가 아무리 나빠도 팀장이 잘하면 팀의 분위기는 좋아지고,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61). 한마디로 조직에 대한 책임은 리더(직속상관)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 한마디가 제게 강하게 부딪혀 온 것은 제가 지금 '팀장'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조직문화에 불평을 쏟아놓았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기 때문입니다. 조직문화 때문에 팀의 분위기도 좋을 수가 없다고, 늘 조직문화 탓을 해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미생>의 오 과장과 김 대리가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이상향에 가깝다는 '많은 장 그래'들의 푸념처럼, 이 책이 그려내는 환상적인 결말은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상형일지도 모릅니다. 현실은 이론처럼 그리 단순하지도 딱 맞아 떨어지지도 않으니까요.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이 부장'처럼 조직에 불을 붙이기 위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배우고 실천하는 노력들이 얼마든지 팀의 분위기를 바꿔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Fire! 붙붙는 조직 만들기>는 하우석의 <뜨거운 관심>처럼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통해 이론을 보다 쉽게 설명하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누구라도 쉽게 읽으면서 조직경영의 핵심적인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특히 스타일이 달라 친해지기 힘들다든지,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든지 하는 이유로 팀원들과 근본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리더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제 막 팀장이 되어 혼자 열정에 불타고 있는 후배에게도 이 책을 선물해야겠습니다. 그의 열정이 다른 팀원들의 불씨를 모두 꺼뜨리게 전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