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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튀니지 - 일곱 빛깔 지중해의 조용한 천국
권기정 지음 / 상상출판 / 2015년 3월
평점 :

일곱 빛깔 지중해의 조용한 천국!
여행을 책으로만 다닌다며 동생에게 놀림을 받고 있지만, 내가 사는 지구가 얼마나 다채로운가를 알게 되고, 언젠가 한 번은 꼭 가보 싶은 여행지를 가슴에 품는 일도 제법 괜찮은 일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꾸는 것만으로도 누구에겐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그러나 아직 한 번도 말하여지지 않은 아름다운 비밀 하나 가슴에 품은 듯해서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이 순간> 시리즈는 제 가슴에 작은 불꽃 하나는 전해주는 비밀스러운 친구 같은 책입니다. 알지 못했던 세상을 열어주고, 그곳을 꿈꾸게 해주니까요!

"그러나 이곳은 다른 북아프리카 지역보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으며 이슬람 지역이지만 일찍부터 개방정책을 시행한 덕분에 '북아프리카의 파리'라고 불릴 정도로 특별한 곳이다"(22).
이 책을 통해 만나본 "지금 이 순간의 튀니지"는 한마디로 정말 독특한 곳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튀니지를 왜 "머리는 유럽에, 가슴은 아랍에, 그리고 다리는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라고 하는지 알게 되는데, 73년이나 프랑스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흔적에, 지중해 날씨에, 그러면서도 사하라 사막이 국토의 60%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에, 또 흑인이 적다는 것에(아랍인과 토착민민 베르베르족의 혼혈이 대부분), 그리고 인구의 99%가 이슬람교라는 것에, 로마의 유적지까지 "전반적으로 프랑스식 문화와 아랍식 문화가 섞여 특이한 문화적 다양성"을 띠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설명입니다. 한반도의 2/3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 작은 나라가 왜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받은 아주 매력적인 관광지인지 알 듯합니다.
내가 튀니지에 가봐야 할 이유!
프랑스의 영향을 많이 받아 매우 서구적이며, 스스로는 유럽인이 인정하지 않는 유럽인이라 생각하는 튀니지, 뿐만 아니라 Sand(사하라 사막), Sun(이글거리는 태양), 그리고 Sea(지중해 해변)을 튀니지 가진 자연의 축복 3S(29)이라고 하니, 튀니지는 아프리카 땅에 있지만 아무래도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기분은 들지 않을 듯합니다. 아프리카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신 분들은 오히려 튀니지를 피하셔야 할 듯!
대신 제가 이 책에서 찾은 튀니지에 꼭 가봐야 할 이유 4가지는, 첫째, 튀니지 특유의 파란색인 튀니지안 블루의 향연을 즐길 수 있는 '튀니지의 산토리'라 불리는 시디 부 사이드, 둘째, 로마의 원형 경기장보다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1979년에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거의 2천 년 전에 지은 경기장이 아직까지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엘젬 원형경기장, 셋째,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스타워즈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호텔 시디 드리스, 그리고 네 번째는 어릴 때 선생님이 들려주신 영화 이야기 때문에 늘 동경의 대상이었던 바로 그 '사하라'에 가볼 수 있다는 것 때문입니다!
<지금 이 순간, 튀니지>를 통해 미리 가본 튀니지는 영화 속 한 장면으로 풍덩 뛰어드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정도로 영화 촬영지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스타워즈 촬영지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입니다. "튀니지의 오래된 전통 토굴집이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스타워즈>의 배경으로 사용되었다는 것", "영화 속에서 외계인의 집으로 나온 이곳이 실은 인류의 오래된 주거 형태라는 사실"이 저자에게 만큼이나 내게도 무척 신기했으며, "까마득히 먼 미래의 모습을 담은 영화와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곳을 영화의 배경으로 선택한 감독의 혜안이 감탄스럽다"는 저자의 의견에 깊이 공감하는 바입니다(179-180)!

"금아 피천득 선생은 '돈이나 재물이 많은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추억이 많은 사람이 부자'라고 했다. 비록 영화 속 주인공이 될 수는 없더라도 그들의 흔적을 따라 이렇게 여행을 하며 아름다운 추억을 쌓고 있으니 어쩌면 나도 내 삶의 부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235).
삶은 여행이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한 곳에 붙박히지 않은 나그네처럼 자유롭게 살아야지, 단촐한 가방 하나 메고 다니는 여행객처럼 깃털처럼 가볍게 살아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또 낯선 땅, 낯선 곳에서, 낯선 만남을 기대하는 여행자처럼, 늘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지금 이 순간"은 누구도 살아본 적이 없는 새날이라는 기대로 가슴을 가득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시리즈는 제가 꿈꾸는 바로 그런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을 만나게 해줍니다. <지금 이 순간>은 단순한 정보(가이드)가 아니라, 삶의 이야기가 녹아 들어 있습니다. 낯선 세상을 열어주기 위해 순례자처럼 고독한 길을 떠난 이들과 마주하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요. 이렇게 누군가에서 낯선 땅을 소개하고, 꼼꼼하게 인도하기 위해서 그들은 또 얼마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냈을까 하는 상념에 젖어 들기도 합니다. 누군가 이렇게 홀연히 떠나 여행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용기를 내보기도 합니다. 부자가 되려면 부자와 가까이 지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느릿느릿한 세계여행"을 꿈꾸는 저는 <지금 이 순간>과 가까이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