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 - 성경 다음으로 읽어야 할 위대한 책 25
댈러스 윌라드, 리처드 J. 포스터 외 지음, 레노바레 편집위원회 엮음, 이종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성경 다음으로 읽어야 할 위대한 책 25!
구약성경에 등장하는 엘리사 선지자는 많은 기적을 행한 능력의 선지자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그의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눈길이 가는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수넴이라는 곳에 사는 한 여인이 엘리사의 사역을 돕고 싶어 했습니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위해 작은 방을 하나 짓고 그를 위해 침상, 책상, 의자, 촛대를 준비합니다(열왕기상 4:10). 존경하는 선지자를 위해 그에게 꼭 필요한 것을 준비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룻밤 묵어가는 엘리사를 위해 책상과 의자를 준비합니다. 책상, 의자, 촛대는 독서를 위한 준비입니다. 수넴 여인은 엘리사를 가까이서 자주 보았습니다. 수넴 여인이 본 엘리사는 책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영적인 사람 또는 경건생활이라고 하면 '기도'부터 떠올리곤 합니다. 그런데 성경을 보면, 하나님의 사람들은 모두 책의 사람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죽는 순간까지도 책을 필요로 했고, 책을 읽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책과 책읽기를 사랑한 분은 바로 하나님이십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들에게 율법을 기록한 책을 주셨고, 그것을 옆에 두고 평생 주야로 묵상하라고 명령하셨습니다. 크리스천으로써 더욱 힘써 책을 읽으려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기독교 신앙의 역사 내내 기독교인들은 영적 독서로 그들 자신을 변화시켜왔다. 우리의 일차적 원천은 성경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활은 성경을 해석하고, 성경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기독교적 삶을 살아가려 했던 많은 기독교인의 저작으로 형성되어 왔다"(7).
존 웨슬리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한 권의 사람, 만 권의 사람이 되게 하소서!" 한 권은 성경이고, 만 권은 일반책입니다. 크리스천의 일차적 원천은 당연히 성경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기독교 고전들은 그 성경읽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문제는 출판 홍수라고 할 만큼 하루에도 수많은 신간들이 쏟어져 나오는 세상에 꼭 읽어야 할 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신간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고전 읽기는 더욱 요원한 일이 되고 맙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 처한 크리스천을 안내하는 길잡이와 같은 책입니다. 이 책의 원제목은 "기독교인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25권"이라고 하는데, 생존 작가들의 저서는 제외하고 기독교인 필독서로 시간의 시험을 견뎌낸 불멸의 고전 25권을 엄선하였습니다.

"우리가 선정한 25권은 하나님과 생활을 영위하는 데 최고 길라잡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다. 이 책들을 함께 모아놓으면, 기독교인으로 살아가는 데 아주 풍성한 지혜와 조언의 보고가 될 것이다"(9).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와 같은 책들은 무엇보다 목차가 중요한 책입니다. 아마도 이 책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목차부터 펴놓고 '내가 읽은 책은 무엇인가'부터 헤아려볼 것입니다. 저 역시 그랬는데, 확실히 읽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책은 몇 권 되지 않았습니다(무지의 구름, 그리스도를 본받아, 천로역정, 카라마조프카의 형제들, 탕자의 귀향 정도).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아마도 많은 독자의 예상을 깨는 파격적인 리스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나, 장 칼뱅의 <기독교 강요>와 같이 리스트에 당연히 포함되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는 책도 추천되어 있지만, 낯선 책 제목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시는 하나님의 현존에 도달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451).
가장 파격이라고 생각했던 추천도서는 제라드 맨리 홉킨스의 <시집>입니다. 기독교인 필독서를 뽑은 리스트를 많이 보았지만 추천 도서 100권도 아니고 25권 중에 시집이 포함된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편집인들은 "몇몇 사람은 이처럼 시를 통하여 하나님을 만나는 방법을 잊어버렸거나 무시한다"고 꼬집어 말합니다(451). 그리고 홉킨스의 시들은 "하나의 기도'이며, "모든 훌륭한 시인이 그랬던 것처럼, 홉킨스도 우리가 부지불식간에 하나님의 훌륭하심과 삶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시간을 가지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하며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분명히 합니다.
이 책은 추천도서로 선정된 25권이 기독교 전통의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 독자의 영성 수련에는 어떤 유익함이 있는지도 설명하며, 추천도서를 읽어나가는 전략과 함께 책의 중요한 부분을 발췌하여 맛보기로 보여줍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라는 멋진 제목 때문에 저절로 품게 되었던 기대감은 조금 배반 당한 느낌이나, 그 기대감은 여기 추천된 책들을 성찰하듯 읽어갈 때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고백컨데, 칼 뱅의 <기독교 강요> 같은 책들은 몇 번을 도전했다 포기해버린 책이기도 합니다. 소설이나 시집도 포함되어 있지만 모두 읽어내기 녹록지 않은 책들입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포기했던 기독교 고전들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만들어주는데, 가장 먼저 읽어보고 싶은 책은 <사막 교부들의 말씀>입니다. 이 책을 통해 맛보기로 읽었을 뿐인데도, 짧은 문장 속에 담겨진 지혜가 마음에 깊은 울림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도전했으나 포기하고 말았던 책들도 맛보기로 읽어보며 그 책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다시 새겨볼 수 있었던 것도 의미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가끔 보면 명작으로 손꼽히나 지루하게만 느껴지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영화에 숨은 의미를 알고 나면 지루하기만 했던 내용과 영상들이 새로운 감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기독교 고전으로 인간을 읽다>는 바로 그 고전의 가치에 눈 뜨게 해주는 책입니다. 시간을 절약하며 꼭 읽어야 할 보석 같은 책을 만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먼저 만나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