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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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아주 많다"(533).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단절을 생각할 때마다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지는 시입니다. '인간은 처음부터 섬 같이 고립된 존재인가? 아니면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 때문에 서로가 서로에게서 점차 멀어지는가?' 이 책이 새삼 저에게 던져준 질문입니다. 



"세실리아가 존 폴을 조금이라도 의심한다는 건 존 폴을 배신하는 것과 같다. 세실리아는 존 폴이 자기 딸들을 성폭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자기의 인생을 걸 수도 있었다"(151). 자신은 남편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내와, 쌍둥이 자매처럼 자라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사촌과, 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었던 엄마가 있습니다. 세실리아는 예쁜 세 아이를 키우며, 그릇을 판매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가정적인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아주 열정적인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다락방에서 발견된 편지 한 통이 그녀의 일상을 헝클러놓기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사회불안증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는 테스는 쌍둥이 자매처럼 자란 이종사촌 펠리시티와 남편 윌과 함께 사업을 하며, 아들 리엄과 행복한 일상을 가꿔가는 수줍음 많은 여성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할 말이 있다며 자신 앞에 마주 한 윌과 펠리시티의 폭탄 고백으로 그녀의 일상은 급속도로 균열이 가기 시작합니다. 학교에서 행정비서 일을 하며 혼자 사는 할머니 레이첼은 아들 내외와 사랑하는 손자가 뉴욕으로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심한 상실감에 빠져듭니다. 사랑하는 딸을 잃고, 남편마저 떠난 그녀의 삶은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상실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불길한 예감 속에 남편의 비밀에 조금씩 다가가는 세실리아와, 남편과 사촌이 자신을 속였다는 상처 속에서 자신의 은밀한 비밀을 만들어가는 테스와, 살해된 딸의 비밀을 풀지 못한 미궁 속에서 여전히 혼란한 삶을 살고 있는 레이첼의 이야기가 '세인트 안젤라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씨줄과 날줄로 교차되며 하나의 큰 그림을 완성해갑니다. 



"테스는 고개를 들어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았고, 비행기를 타고서 하늘 위 어딘가를 날고 있을,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건지 궁금해하며 다른 날, 다른 계절, 다른 인생으로 날아가고 있을 펠리시티를 생각했다"(505). 이 세상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나를 속여왔음이 드러나는 순간, 신뢰가 깨저버린 마음은 차갑게 식어버리고 사랑은 격렬한 증오의 가시가 되어 심장을 파고듭니다. 이제 이 세상에서 가장 가까웠던 두 사람 사이에는 베를린 장벽만큼 절망적인 장벽이 가로놓이게 됩니다. <허즈번드 시크릿>은 사랑하는 사람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불안과 고통과 충격을 감각적인 문체로 정밀하게 포착해냅니다. 등장인물 중 '세실리아'라는 인물은 혼자 하는 생각조차 수다스럽게 느껴질 만큼 시끄러운데,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저자가 꼭 이 여인을 닮았다는 생각을 많이 햇습니다. 고요한 내면을 파고들 때조차 저자는 수다스럽게 그것을 묘사하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세실리아는 결혼 생활이 완벽하게 박살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폴리를 위해, 부상당한 병사들이 그렇듯 절름거리며 걸어가야 한다. 세실리아는 증오의 물결을 안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건 세실리아의 비밀이 될 것이다. 너무나도 혐오스러운 비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일단 이런 증오의 물결이 지나가면 또다시 진잔한 사랑이 찾아올 거다"(531). 누군가 날 속였고 더 이상 그를 믿지 못하게 되었다면, 돌아서버리면 될 일입니다. 그러나 그가 한 몸으로 묶인 가족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상처 속에서도 다시 서로를 끌어안아야 할 때, 우리는 그것이 역겨워도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한 걸음을 다시 떼어야 합니다. 



"세실리아는 존 폴에게서 시선을 떼고 폴리를 보았다. 차가운 얼음물 속에서 죽어가거나 장벽으로 막힌 도시에서 사는 것 같은 타인의 비극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들 하지만, 그런 일이 자신에게 일어나기 전까지 정말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무엇보다도 자기 아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까진 말이다"(509).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도 비밀을 갖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사실이 알려지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상처를 받을까봐? 알려지면 비난받는 것이 두려워서? 어차피 이해받지 못할 것을 알기에? 세상엔 비밀이 없는 사람이 없으며, 나도 한 두 가지쯤 나만의 비밀을 가지게 됩니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도 누군가의 비밀을 함부로 파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무엇이든 이해할 수 있다고 자신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어줍잖은 호기심은 더욱 위험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사랑으로도 완벽하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가 존재합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의 '에필로그'는 다른 그 어떤 작품보다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인생이란 우리가 다 알 수 없는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야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다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 살아볼만 하지 않느냐고 되묻는 듯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정말로 '다' 안다면 오히려 따분하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 알 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사랑을 이끌어가는 긴장을 만들어내지 않을까요? 


"우리 인생이 어떤 길로 가게 될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그 편이 나을 것이다. 어떤 비밀은 영원히 비밀로 남는다. 그저 판도라에게 물어보자"(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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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1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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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세기의 라이벌, 괴도 신사 아르센 뤼팽의 탄생!



어릴 때부터 워낙 셜록 홈즈의 광팬이었던지라 괴도 뤼팽의 존재가 그리 달갑지만은 않았습니다. 시기적으로 뒤에 등장한 뤼팽의 작품 속에서 셜록 홈즈는 번번이 뤼팽에게 당하는 인물로 그려진다는 풍문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유로 괴도 뤼팽의 이야기는 한 번도 정식으로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셜록 홈즈에 대한 팬심을 지켜야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코너스톤에서 "현대인을 위한 최선 원전 완역본"으로 아르센 뤼팽 전집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더 늦기 전에 이 전설적인 인물을 만나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르센 뤼팽 전집" 1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은 매력적인 괴도의 탄생을 알리는 작품입니다. 정신 없이 펼쳐지는 사건이 향연 속에서, 뤼팽은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그는 왜 유명세를 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는 왜 괴도가 되었는지 뤼팽 인생의 숨은 비밀이 1권에서 드러납니다. 



"돌아가는 모든 상황이 신통했고 아르센 뤼팽한테 확실히 유머러스한 면이 있다는 점도 드러났으니, 뤼팽은 절도범이었으나 또한 도락가였다"(18). 


주인공 뤼팽은 직업은 도둑질입니다. 도둑질은 분명 범죄이고 나쁜 일인데 대중들이 이 도둑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그가 괴도, 즉 '이타적으로 행동하는 도둑'이라는 아이러니 때문입니다. 셜록 홈즈가 과학수사의 시작을 알리는 전설적인 인물이라면, 뤼팽은 신출귀몰하며 공권력을 비웃는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뤼팽은 거물들의 거물급 재산을 훔쳐내는 명실공히 이 분야의 진정한 일인자이지만, 일반 도둑처럼 음험하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오히려 재치와 명령함, 다채로움, 다재다능함을 갖춘 데가 수수끼끼 같은 삶을 사는 신비로운 인물입니다. 또한 뤼팽은 마치 '예고 살인'처럼 탈옥이나 탈취 계획을 사방팔방 광고하고 다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것은 모두 사전에 정밀하게 계산된 고도의 전략입니다. 작품에 보면 사람들은 그런 뤼팽에게 잔뜩 반해 있고, 은근히 그를 응원하기까지 합니다.


"아무도 '이 사람이 바로 아르센 뤼팽이다'라고 단언하지 못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중요한 건 누구나 '아르센 뤼팽이 이런 일을 했다'라고 확신한다는 것이지"(28).


셜록 홈즈가 날카로운 추리력으로 빛나는 인물이라면, 뤼팽은 신출귀몰하기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자유자재로 외모를 바꾸고 신분을 바꿀 수 있는 능력 때문에 (가까운 몇 사람을 빼놓고는) 뤼팽의 진짜 모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원할 때에는 스스로 교도소에도 들어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는 홍길동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재주를 가졌습니다. 이런 면에서 2015년에 다시 읽는 <아르센 뤼팽> 이야기는 장치가 다소 허술한 점도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은 여전히 강력합니다. 


<셜록 홈즈>에서 영감을 얻었는지, <셜록 홈즈>를 겨냥한 것인지 괴도 뤼팽은 처음부터 <셜록 홈즈>를 많이 의식하고 있습니다. 셜록 홈즈에게 왓슨이 있는 것처럼, 뤼팽에게도 그가 털어놓는 내밀한 이야기를 세상에 내어놓는 절친이 있습니다. 1권의 강렬한 첫 등장에 이어 2권에서는 셜록 홈즈에 본격적으로 대결을 벌입니다. 다만, 역자는 "저자 모리스 르블랑은 아르센 뤼팽 시리즈의 초기작에서 영국 작가 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 셜록 홈즈를 등장시켜 뤼팽과 대결하게 한다. 모리스 브를랑은 아서 코난 도일에게 캐릭터 사용을 허락 받고자 했지만 거절당하자 셜록 홈즈의 성과 이름의 머리글자를 바꿔 헐록 숌즈로, 셜록 홈즈의 파트너인 왓슨은 윌슨으로 수정해 등장시킨다. 이 책에서는 모리스 르블랑의 표기를 따랐다"라고 일러둡니다. 셜록 홈즈와 뤼팽의 대결은 영국과 프랑스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한데, 두 캐릭터 모두 10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설로 남아 사랑받고 있으니 이 둘의 대결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입니다.


1권은 인물 소개에 조금 더 치중되었기 때문인지, 2권에 비하면 1권은 살짝 지루합니다. 셜록 홈즈와 본격적인 대결을 벌이는 2권이 1권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읽히며 흥진진하게 전개됩니다. 셜롬 홈즈는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추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단편들이 서로 긴밀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아직 3권 초입까지 밖에 읽지 못했지만) <아르센 뤼팽>은 연속되는 사건 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형성하기 때문에 웬만하면 1권부터 차례대로 읽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괴도신사 뤼팽의 탄생을 알리는 1권은 뿌리와 같은 책입니다. 무능한 공권력을 비웃으며 가진 자들을 공개적으로 골탕먹이며 소시민들에게 은밀한 쾌감을 선물하는 괴도신사 뤼팽, 그 전설적인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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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인문학 - 하루를 가장 풍요롭게 시작하는 방법
다이앤 애커먼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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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고 새벽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면, 어둠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새로운 날의 신비와 색채가 어떻게 찾아오는지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106).



<새벽의 인문학>은 새벽을 느끼고, 음미하고, 예찬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감각을 깨우고 단어를 낭만화하기"라는 워크숍에서 가르친 적이 있다고 고백하는데(108), 이 책이 딱 그렇습니다. "감각을 깨우고 단어를 낭만화하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모범 교재입니다. 새벽 풍경, 새벽 묵상, 새벽 언어, 새벽의 생명, 새벽의 죽음, 새벽의 자연, 새벽과 종교, 새벽과 예술, 새벽의 의미들이 사색과 관찰과 탐구를 넘나들며 탐미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들로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새벽의 인문학>이 그려내는 새벽의 다양한 의미와 색깔 중에서 가장 마음을 울렸던 것은 "친구의 죽음"이라는 글입니다. 글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고대에 새벽을 정의하는 말 가운데 '친구의 얼굴을 알아볼 수 있는 순간'이라는 말이 있다"(105). 저자는 어느 날, 아침 전화로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듣습니다. 영혼의 벗인 한 사람이 새벽에 깨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저자는 잔혹한 박탈감 속에서 조용히 친구를 애도하며 이별 의식을 거행합니다. "세상의 한구석이 무너져 그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가 앞으로 꽤 오래 살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가운데 더 이상 깨어나서 새벽을 맞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이 생길지도 모르나, 그래도 나는 존처럼 이루 말할 수 없이 명민하고 조화로운 삶을 누린 이를 벗으로 둘 수 있어 참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105-106). ​ 


저자는 새벽녘 비둘기 무리의 날개짓을 따라가며 창발성을 그리기도 하고,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었던 모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새벽에 드리는 기도로 정화의식을 치루는 종교인들의 삶 속을 파고들기도 하면서 새벽의 다양한 풍경과 의미를 그려주는데, 유독 제 마음에 남는 잔영은 죽음과 삶이 교차하는 새벽 어스름입니다. 새벽이 언제나 재탄생, 새로운 출발이라는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죽음을 통과해야지만 맞이할 수 있는 축복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새벽을 맞이하지 못한 친구를 통해서도 저자가 죽음을 성찰하듯이 - "우린 모두 지난밤에 죽었어. 매일 밤 그러듯이. 깨어남은 죽음일 수도 있었던 것에서의 부활이지. 만약 당신이 깨어났다면, 새벽이 어떠했을까? 당신 뼛속에서 노래를 불렀겠지. 내가 이 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새벽이 내 뼛속에서 노래하게 하는 것뿐이야"(110) - 우리는 새벽 그 생명이 깨어나는 시간에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티베트 사원에서는 새벽에 '죽음의 명상' 수련을 한다. 잠에서 깨자마자 일어나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명상을 하거나 잡일을 하는 대신 눈을 감은 채로 잠자리에 누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나는 오늘밤 죽을 것이다. 남은 하루에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238)



"자연은 창조로 가득한 지갑 같다. 여기에 우주의 초기 단계까지 포함하려면 약간의 비약적 사고가 필요하다. 나는 내 머릿속으로 질기면서도 부드러운 수소 입자가 무한한 대기 속에 떠다니는 모습을 그려본다. 그때 평행우주가 충돌했다가 춤을 추며 갈라진다. 자연은 유일한 것이자 무수히 많은 것이고, 꼬물거리는 미세하게 작은 것이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것이기도 하다"(21). 


<새벽의 인문학>은 낯선 새벽 풍경과 함께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낯선 여행지에서 혼자만의 고요 속으로 파고들기 좋은 책입니다. 탐미적인 글을 좋아하지 않는 독자라면 이 책이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경고를 살짝 메모해두고 싶습니다. 분명 훌륭한 책인데 제가 읽기에는 좀 까다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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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
조정민 지음 / 두란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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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이란 인간의 시간을 넘어 하나님의 시간 속을 걷는 사람이다!


최근 몇 달간 읽은 신앙 서적 중에 베스트를 뽑으라고 하면 단연 이 책이 일순위입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해 잠못 드는 크리스천이 있다면, 특히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후회하는 인생을 살게 될까 초조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면 질적으로 밀도 높은 시간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운 지혜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땅의 시간, 하늘이 시간>은 구속사의 시각에서 '시간이란 무엇인지' 새롭게 인식시켜 줍니다. 구속사적 시각에서 시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니 정말로 성경이 말하는 구원의 전경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그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예수님이 인간에게 약속하신 구원의 전경이 필쳐졌습니다. 그것은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의 초대였습니다. 인간의 시간에서 하나님의 시간으로의 초대였습니다. 크로노스에서 카이로스로의 초대였습니다. 수많은 믿음의 사람들이 그 시간의 강을 건너 잔칫집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강 건너편의 시간을 '영원'이라고 부릅니다"(6-7).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구원은 본질적으로 시간의 혁명이며, 구원이란 땅의 시간에서 하늘의 시간으로 옮겨지는 사건"이라는 인식이 명확하게 우리 안에 그려지면, 시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오늘 나의 우선 순위가 바뀌는 시간 혁명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악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은 시간을 건져 내는 것이다!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은 땅에 살지만 하늘의 시간을 살아야 하는 크리스천들에게 세월을 아끼라고 말합니다. 세월은 아낀다는 것은 시간을 건져 내는 것입니다. "바울은 먼저 이 시대가 악하기 때문에 지혜롭게 살라고 합니다. 지혜롭게 산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세월을 아끼는 것, 즉 시간을 아끼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끼다'는 말의 헬라어는 '구속하다', '속량하다', '구원하다'라는 뜻입니다. 직역하면 '시간을 구원해라, 시간을 건져 내라'입니다. 악한 세상에서 우리가 할 일은 시간을 건져 내는 것입니다. 악한 시대, 악한 세상, 악한 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시간을 건져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구원이란 무엇입니까? 이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떠내려가는 삶이 아니라 시간을 건져 올리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구원될 때 다른 시간의 혁명을 경험할 것입니다. 영성이란 시간의 혁명이며, 전혀 다른 차원의 시간을 사는 것을 말합니다"(14-15).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건져 내지 못한 시간, 구원받지 못한 시간을 "방탕한 시간"이라고 합니다. "이 건져 내지 못한 시간의 속뜻에는 '구별하지 못한 시간', 나아가서 '안식을 기억하지 못한 시간'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방탕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지막은 어떤 것입니까? 노예의 삶입니다"(77).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은 우리를 시간 앞에 겸손하게 만듭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은 본질적으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하나님이 시간을 거둬가시는 것이 죽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간에 감사해야 합니다. 시간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시간 앞에 겸손한 사람들은 이런 질문을 갖게 됩니다.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종말의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악한 시대를 어떻게 이길 것인가? 인생을 무엇으로 결산할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질문을 불러 일으키는 책이며, 이 질문에 답을 주는 책입니다. 



인생은 '먼저' 무엇을 할 것인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가장 먼저 시간을 사용하는 그것이 인생을 결정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신앙은 시간의 혁명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신앙은 시간의 배분 혁명입니다(145).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를 많이 인용하며 제 말을 많이 보태지 않는 것은 책이 주는 감동이 희석될까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치열하게 살았다고 생각되는 순간조차도 지나고 나면 깊은 후회가 남습니다. 더는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 삶을 후회하지 말자 하면서도 오늘 하루의 삶을 돌아보면 또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초조함과 함께 깊은 허무가 몰려오기도 합니다. 어느 새 이렇게 나이를 먹어 버렸는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할 때도 많습니다.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은 시간의 의미를 재정의하면서,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의 탁류 속에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건져내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세상에는 두 종류의 시간(땅의 시간, 하늘이 시간)이 있다는 것만 알아도 시간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뀔 것입니다. 



"이 세상의 시간, 인간의 시간, 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안다면 '시간'으로 해야 할 일은 사실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일입니다"(65).


<땅의 시간, 하늘의 시간>은 후회하는 인생을 살까봐 초조하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는 인생에게 한 줄기 밝은 빛과 같은 책입니다. 그런 초조함 대신 새로운 긴장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땅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과 동시에 영원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믿지 않는 사람에게 구원의 선명한 그림을 그려주기에도 좋은 책입니다. 지나온 시간이 후회스러운 분들, 오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분들, 앞으로의 시간이 그저 막막한 분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 책을 통해 시간의 혁명을 꼭 경험하게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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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LR 사진 촬영 & 포토샵 리터칭 - DSLR 촬영부터 작품 사진의 모든 것
양재헌 지음 / 성안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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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림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는 공부하는 방식 자체가 다릅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촬영 후 보정의 중요성이 높아진 것입니다"(추천사 中에서).



큰 맘 먹고 DSLR 카메라를 샀습니다. 처음 DSLR 카메라를 산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습니다. 계속 자동 모드로 놓고 사진을 찍을 거면, 비싼 DSLR 카메라를 살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구입한지 반 년이 넘어가는데 지금도 계속 자동 모드로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제 게으름을 탓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까다롭다는 변명도 꼭 하고 싶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카메라를 끼고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카메라를 다룰 줄도 모르는데 무작정 출사를 다닐 수도 없고, 그렇게 이런 저런 환경을 탓하며 혼자 더디게 더디게 카메라를 배워가는 중입니다. 


이 책을 보고 크게 깨달은 두 가지는 DSLR 카메라를 구입하려는 왕초보자라면 먼저 이 책으로 카메라를 어느 정도 공부한 후에 구입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보정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 첫 페이지에 촬영 준비를 위한 "카메라 기본 설정하기"가 나옵니다. 카메라의 기본 설정 방법을 배우는 시간인데 뷰파인더 시도 조정 버튼 조절하기, 날짜 및 시간 설정하기, 정품 등록하기, 그리고 사진을 촬영하기 전에 사진 파일 크기 선택, 감도 설정, 촬영 모드와 조리개 설정, 초점 모드, 화이트 밸런드, 측광 모드, 촬영 드라이브 모드, 노출 보정, 색 영역 등을 설정합니다. 저는 첫 페이지부터 좌절하고 말았는데 구입하고 지금까지 날짜 및 시간 설정도 하지 않았다는 걸 반 년이 넘은 지금에서야 알아챘기 때문입니다. ㅠㅠ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카메라 기본 설정부터 촬영의 기본을 빠르게 익힐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포토샵을 이용해 사진을 보정하고 합성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까지 모두 마스터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포토샵 프로그램을 좀 다뤄봤다면 더 쉽겠지만, 간력한 설명과 예시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어 독학하기에 좋은 교재입니다. 포토샵 리터칭을 보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은 어쩌면 보정이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태어나듯 사진이 확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뭔가 생산적인 취미, 즐거운 나만의 놀이를 위해 DSLR 카메라를 구입했는데 카메라 자체를 잘 다룰 줄 모르니 오히려 배워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카메라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지경이었습니다. 이 책을 만나고부터는 하루에 하나씩만 알아가자는 심정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떼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DSLR 카메라가 그토록 어렵게 느껴졌던 이유는 용어가 어렵고 개념이 빨리 잡히지 않아서인데 용어와 함께 하나씩 개념을 잡아가니 뭔가 풀리지 않아 답답했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AF 모드와 MF 모드가 무엇인지도 정확하게 모른 채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AF 모드는 무엇인지 MF 모드는 무엇인지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이 책은 총 27과로 구성되어 부지런히 진도를 맞추면 27일 안에 DSLR 사진 촬영 기본과 포토샵 리터칭까지 마스터할 수 있게 꾸며져 있습니다. 다른 책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는 기술에 초점을 많이 두고 있는데, 이 책은 카메라의 기본부터 차근히 가르쳐주며 카메라와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정말 왕초보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답답해도 누구에게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렇다고 카메라 설명서를 보자니 골치만 아플 지경이었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저도 이 책과 함께 천천히, 아주 천천히 DSLR 카메라를 배워가려 합니다. 포토샵 리터칭까지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블로그에 <나만의 사진> 코너도 한 번 만들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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