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들의 문장강화 - 이 시대 대표 지성들의 글과 삶에 관한 성찰
한정원 지음 / 나무의철학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최근 3주 동안 전혀 글을 쓰지 못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그저 따분한 결론이나 흐릿한 인상뿐이었다. 하염없이 작심을 하고 또 했지만, 내 마음은 갈대보다 더 갈대답게 흔들렸다. 나는 줄곧 글을 쓰려고 했지만 시간만 낭비했고 황홀한 망상의 세계에 빠져 시간을 죽이며 무슨 일이든 일어나길 바라는 꿈만 꾸었다"(57).

 

원고 청탁을 받아 놓고 글을 쓰지 못해 고민하는 ​뉴질랜드 소설가 실비아 애슈턴 워너의 탄식입니다. 업이건, 취미이건, 의무이건, 좋은 글을 쓰려고 해본 사람은 한 번쯤 이런 고통을 느껴봤을 것입니다. <명사들의 문장강화>는 이런 고통을 한 번쯤은 느껴본 사람들을 위한 책입니다.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10인"(이 책의 작가 기준에서)의 명사에게 어떻게 글을 쓰는지, 글쓰기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마음의 명문장은 무엇인지, 글을 잘 쓰는 비결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습니다. 무엇보다 치열하게 글을 쓰시는 분들이고, 그 치열함을 즐기는 분들인데, 이 책은 단순히 글쓰기의 기술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빚어지고 훈련되어 비로소 세상에 나오게 되는 글에 대해 통합적으로 사고해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적인 작문법에 초점이 맞춰진 책이 아니다. 그보다 더 앞선 것에 대한 이야기다. 왜 글을 쓰고, 무엇을 써야 하며, 쓴다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6).

 

 

 

10인의 명사가 글쓰기에 대해 강조하는 것은 비슷합니다. 먼저는, 누구는 관찰이라고 표현하고, 누구는 관심이라고 표현하고, 누구는 경험이라고 표현했지만, 한마디로 삶과 생명에 대한 뜨거운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은 시인님의 말처럼, 생동하는 우주의 춤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온 가슴으로 느낄 때, 비로소 세상에 내놓을 말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모든 삶이 시입니다. 심지어 무생물까지도 시인입니다. 먼지, 티끌, 아메바, 이런 것들 모두 다 그렇죠. 지구도 움직이고, 태양도 움직여요. 우주 전체에서 움직이지 않는 건 없어요. 이건 일종의 춤입니다. 우주의 율동 자체가 하나의 생명채에 와서 심장의 율동이 되는 것입니다. 심장이 움직여야 피가 온몸에 돌잖아요. 세상 만물이 우주의 율동에 동행하면서 모두 움직이잖아요. 한시도 고착되지 않고 말이죠. 이것들의 움직임, 이것이 바로 시의 리듬입니다"(20).

 

 

 

또 명사들마다 공통적으고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많이 읽으라는 것입니다. 많이 읽는다는 것은 많이 생각한다는 것이고, 많이 얻는다는 것이고, ​끊임없이 찾는다는 것이고, 내 것으로 만든다는 뜻인 듯합니다. 고은 시인이 자신을 '언어 거지'에 비유하신 것에서 그 절박함이 잘 묻어납니다. 고은 시인님은 비단 읽어서만 찾는 독서로 한계를 짓지는 않았지만, 많이 읽으라는 것, 많이 읽는다는 것은 언어의 허기, 표현의 허기, 생각의 허기의 다른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언어의 거지예요. 그런데도 다른 언어를 얻어서 배를 채운 적이 없어요. 끊임없이 공기에 들어 있는 새로운 언어를 찾는 거죠. 끊임없이 갈망하고 찾아 헤매요. 그래서 나는 언어 거지예요. 허공에 던져져 있는 그것을 가져와 내면화시켜요. 찾고 또 찾아도 나는 늘 언어에 배가 고파요"(38).

 

 

<명사들의 ​문장강화>가 또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있다면, 치열하게 치열하게 퇴고하라는 것입니다. "미리 글쓰기"가 자신의 글쓰기 비결이라고 하는 최재천 교수님은 일단 쏟아내고 그것을 소리내어 읽으며 100번쯤 고쳐 쓴다고 합니다. 물 흘러가듯 쉽게 읽힐 때까지 말입니다. 내용이 쉬운 것이 아니라 문장이 쉽게 굴러갈 때까지 말입니다. 소설가 김홍신 선생님도 퇴고의 과정을 강조하는데, 글은 일단 쓰는 것이 중요하지만 문장은 만지고 손질을 할수록 좋아진다고 조언합니다. 글쓰기란 부지런함과 동의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점 중 하나는, 글쓰기도 배움이 필요하고 훈련이 필요하지만, 내 안의 절박함이 없다면 흉내내기에 지나지 않겠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명사들의 문장강화>는 10인의 명사들이 어떻게 글을 쓰는지를 보여주며 명사들의 삶까지 들여다봅니다. 글쓰기와 삶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절실함에서 나와야 진실한 꿈이 될 수 있"다는 고은 시인님의 말처럼, 상투적인 표현이기는 하지만 글은 이론이나 형식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말 가슴으로 쓰는 것인가 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이 방에 들어오지 못합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심장에서 시를 꺼내려 합니다. 이 시간은 여러분들의 심장에서 꺼낸 시와 내 심장에서 꺼낸 시가 만나는 순간입니다"(18).

 

감동을 노리지 않고 그냥 물이 흐르듯 우주가 율동하듯 글을 쓰신다는 고은 시인님, 뜻이 정확하고 간결하면서 우아한 문장을 추구하는 최재천 교수님, 재미와 의미가 교차되는 지점을 글쓰기의 핵심으로 삼고 글쓰기를 즐기는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소장님의 이야기가 글쓰기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새로이 생긴 목표가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 좋은 글이 아니라, 나의 색채가 드러나는 글쓰기를 훈련해야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알게 것이다. 당신이 쓰는 글이, 당신 삶의 가장 아름다운 거처가 되어준다는 것을"이라는 작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어렴풋이 듯합니다.

"표현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수레바퀴가 굴러가면 바퀴 자국이 생겨요​. 이것이 표현의 문법이고 장르이고 양식입니다"(2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자들은 절대 말하지 않는 과학지식의 한계

 

 

천동설과 지동설도 결국 과학자들의 싸움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힉스 입자의 존재가 과학적으로 증명(!) 되었다고 보도되었을 때, 수많은 덧글들이 신의 존재를 조롱하고 창조론을 믿는 신앙인들을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신의 입자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고 굳게 믿었던 사람 중 하나가 스티븐 호킹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습니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읽으며 새삼 깨달은 것은 신앙과 과학은 본질적으로 전혀 다른 뿌리에서 출발한다는 것과, 우리가 종교와 과학의 싸움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사실상 과학과 과학의 싸움이라는 것, 그리고 과학지식이 가진 한계를 분명히 알아야지만 과학적 지식의 토대가 더 견고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장하석 교수는"1995년 28세의 나이로 런던 대학교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2010년부터 게임브리지 대학교 과학사-과학 철학부 석좌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과학을 주제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을 연구하는 학풍을 지니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대중들에게 '과학철학'의 내용을 알기 쉽게 가르치는 데 탁월하며, EBS 특별기획으로 그의 강의가 방송되었을 때 끄어운 화제를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2014년 봄에 EBS 특별기획으로 방영되었던 열두 차례의 강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7).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과학철학자의 눈으로 과학적 상식을 비판적으로 재조명한 책입니다. 장하석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과학철학계의 거장들이 내놓았던 질문들을 다루며 논의를 시작합니다. 과학철학계의 질문은 과학탐구의 본질, 즉 과학지식의 정당화와 지식의 발견 과정을 새롭게 환기시켜 줍니다.

 

 

과학이란 무엇인가?

과학지식의 기반은 관측이라고들 하는데 인간이 하는 관측은 믿을 수 있는 것인가?

또 그 관측을 가지고 이론을 증명할 수 있는가?

과학지식은 꾸준히 축적되는가, 아니면 혁명적으로 개편되기도 하는가?

과학적 진리란 무엇이고, 우리가 과연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과학은 정확히 어떤 의미에서 진보하는 것인가?

 

"관측 자체가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철학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59).

 

과학 지식을 종교처럼 신봉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뒤통수를 크게 맞을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은 과학자들의 높은 콧대를 꺾어놓는 통쾌한 일면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식론적 한계를 잘 알고 있는 과학철학자의 시각에서는 "과학이 진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 주제넘은 이야기"라고 잘라 말합니다.

 

과학지식은 본질적으로 관측을 기반으로 합니다. 문제는 관측이 단순히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과학철학자인 장하석 교수는 "관측 자체가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전달해주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철학에서 아주 심각한 문제"(59)라고 이야기합니다. 이것은 경험주의 인식론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데, 인간의 경험이란 본질적으로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경험적 지식의 한계를 '완전히' 극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다만, 정밀한 관측과 성공적인 측정을 통해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 과학지식이 가진 한계입니다.

 

장하석 교수는 과학지식이 가진 한계와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를 과학사를 통해 재미있게 풀어나갑니다. 포퍼와 쿤의 이론을 통해 논의의 쟁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물은 항상 100도에서 끓는가?"와 같이 아주 기본적인 과학상식을 매개로 주입식으로 가르쳐지는 우리 과학 교육의 현실을 비판하며, 과학이 겸허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과학의 다원주의를 주장하기도 합니다.

 

포퍼는 과학적 태도에 이런 말을 했습니다. "과학은 뭔가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나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가지고 있던 이론을 포기하고 더 좋은 새로운 이론을 얻는 것은 중요하고 유익한 일입니다. 반면 종교적 교리는 불변하며, 신앙이란 어떤 일이 있어도 (정말 죽인다고 해도) 믿음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29). 과학의 정수는 비판정신이며, 또 언제든지 지금은 진리하고 믿고 있는 이론을 버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학의 한계를 알지 못하면 포퍼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독단성을 보일 수밖에 없고, 그런 독단성은 과학적 태도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과학에는 절대적인 지식이란 없고 지식을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 절대적인 방법도 없습니다. (...) 과학이 유일무이한 진리를 추구하고 또 그러한 진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생각은 굉장히 멋진 꿈이었습니다. 과학의 초창기에 뉴튼 같은 사람은 이론 하나만 잘 만들면 신이 정말 어떻게 우주를 창조했는가 하는 섭리를 알 수 있으리라는 꿈을 가졌었습니다. 멋진 꿈이지만 결국 환상에 지나지 않았습니다"(378).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과학은 진보할 수 있지만, 과학이 어떤 절대적 진리에 다가간다는 믿음에는 회의적입니다. 이 책은 과학사를 통해 상식적 과학지식을 확립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힘겨웠던가를 보여주는데, 과학탐구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물은 항상 100도에서 끓는다"를 암송할 것이 아니라, "물은 100도에서 끓는다"는 상식적 과학지식이 도출되기까지의 과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책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과학의 내용을 파고들어가 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에도 명확한 정답이 없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과학을 제대로 배웠다고 할 때 남는 것은, 과학적 탐구를 해본 경험이고 그 경험에서 익힌 과학적 사고방식과 과학지식의 본질에 대한 이해입니다"(8).

 

그러나 장하석 교수의 강의는 과학지식의 회의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인식론적 한계를 극복하며 새로운 발견을 해나가는 대안으로 과학 다원주의를 주장합니다. 그가 주장하는 다원주의는 "같은 분야 내에서도 여러 종류의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동시에 여러 방향의 지식을 추구할 수 있고, 그럼으로써 인간의 창의성을 최대로 발휘하고 자연으로부터 최대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378-379).

 

​장하석 교수의 다원주의에 대한 평가는 독자들의 몫은 아닐 것입니다. 다만, 쿤의 말처럼, "과학은 진보하지만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커지는 것이지 진리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아니라는"(150) 통찰이 독자의 세계관에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은 확실해보입니다. 과학이론은 자꾸 바뀌고 한때, 확실하다고 했던 이론도 폐기되곤 합니다. 매일 아침 9시에 주인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었던 거위가 몇 년의 관찰과 경험을 통해 "매일 아침 9시는 먹이를 먹는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렸었도, 다음날 아침 9시에 주인에게 잡아먹힐 운명에 처할 수 있는 것처럼, 경험적 지식의 한계 안에 갇힌 과학이론도 언제 어떻게 폐기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지식의 발견은 우리가 새롭게 알게된 지식만큼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우리의 무지를 깨닫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는 어쩌면 과학의 힘보다 철학의 힘을 더 확인하는 순간이었고, 한계 안에 갇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가는 통찰과 비판적 시각은 또 생각의 힘이라는 것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 억제 식품사전 - 과학적으로 검증된 항암 식품 50가지
니시노 호요쿠 지음, 최지안 옮김 / 전나무숲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과학적으로 검증된 항암 식품 50가지

 

며칠 전, 가까운 분이 암이라는 소식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흔한 질병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암'은 인류에게 더 두려운 존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암을 정복하고자 하는 인류의 노력이 필사적인 가운데, <암 억제 식품사전>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주식과 부식들을 대상으로 어떤 성분이 항암작용을 하는지 연구"한 성과를 모은 것입니다. 건강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직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암 억제 식품사전>은 암을 유발하는 식습관이 있다면, 반대로 암을 억제하는 식습관도 있을 수 있다는 논리에 기반합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서로 인접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위암 사망률이 현저하게 낮은 지역에 주목하 연구가 있는데(채소1, 50-54), 그 원인이 식습관에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미 치유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러 신비의 묘약을 찾아다닐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올바른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8)고 역자의 조언을 새겨들어야겠습니다.

 

 

"일상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식품 중 항암 효과가 높은 식품 50가지를 선별하여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각 식품의 항암 성분과 영양소뿐만 아니라 섭취 요령과 레시피를 소개한다"(앞 날개 中에서).​

 

<암 억제 식품사전>은 채소류, 콩 · 곡류, 과일류, 버섯류, 해산물, 조미료 · 항신료, 차종류, 음료, 그외 등 총 8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항암 식품 50가지를 소개합니다. 목차를 보면 "암을 이기는 데 특별한 식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활하면서 흔히 볼 수 있는 식품"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정보들이라는 것입니다.

 

 

코코아에도 항암 성분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암 억제 식품 중에는 코코아, 맥주 같은 다소 의외(!)의 음료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암 억제 식품사전>을 통해 배운 것 중 하나는 같은 식품도 알고 먹어야 그 식품이 주는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던 암 억제 식품 중 하는 녹차와 현미차입니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며 흔히 마시는 것 중 하나가 녹차인데, 녹차와 현미차는 섞어 마실수록 암 억제 효과가 높다는 말에 눈이 번쩍 떠졌습니다. 몇년 전부터 현미녹차를 끊고 100% 녹차만 마시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이 찐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코코아에도 "강력한 발암물질도 이겨내는 성분"이 있다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살찌는 것이 걱정된다면 당분을 첨가하지 않은 코코아를 마시라고 조언합니다. 퓨어코코아(설탕이나 우유 등이 들어가지 않은 순수한 것)를 이용해 코코아 팬케이크 등을 만들어먹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과학 이론은 언제든 새로운 발견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각각의 연구결과를 모아 엮은 것이다 보니 연구결과들 사이에 미세한 충돌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마쓰시마 마사히로의 연구에서는 홍차보다 녹차의 암 억제 효과가 월등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나카무라 요시유키의 연구에서는 홍차에 녹차를 능가하는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홍차의 암 예방 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제 시작된 시점이라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또다른 연구에서도 비슷하게 미세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변이원성 음성화 식품군을 먹어라"고 조언하는 암 억제 식품 '채소 1"의 연구의 조언은 이렇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채소라고 지정하지는 않지만 음성화 식품군(생양채, 생서양야채, 감자, 당근조림, 우유, 두부, 곤약, 과자류를 음성화 식품으로 분류함)을 분류하며 "식품의 음성화 성분은 비교적 높은 열에 약하므로, 날것을 그대로 먹거나 샐러드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다"(53)고 합니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채소는 해독 주스와 같이 끓여낸 국물을 먹거나 건조해서 먹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과학 이론은 언제든 새로운 발견에 의해 뒤집힐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겠습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고 해도 절대 진리는 될 수 없는 것이 과학의 한계이기도 하지요.

 

 

효과를 높이는 섭취 요령이 따로 있습니다.

<암 억제 식품사전>은 각각의 식품마다 항암 성분을 제대로 살리면서 먹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다시 말해, 먹는 방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암 억제 식품사전>은 치유보다 예방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 책에 소개된 식품은 자주 먹는 것들이고, 흔하게 볼 수 있는 식품들입니다. 별 감흥 없이 먹고살았던 먹거리에 항암 성분이 있다고 하니 막 달리보이기도 하고, 살 찐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코코아를 죄의식 없이 즐겁게 마실 수 있는 것도 큰 유익이었습니다. 어떤 음식에 어떤 항암 효과가 있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 억제 식품사전>을 통해 똑같은 식품도 어떻게 먹는 것이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지 알아두는 것이 좋은 식습관을 기르는 확실한 첫 걸음이 될 듯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리의 심리학 카페 -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그곳
모드 르안 지음, 김미정 옮김 / 갤리온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심리학자가 쓴 자기계발서 같은 책

 

 

이 책에 관심을 가진 건 저자의 이력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심리학 카페를 운영하며 19년간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치유해 온 베테랑 심리 상담가"로, "파리 사람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심리학자"이기도 합니다. 아파보지 못한 사람은 아픈 사람을 위로할 수 없는 법이지요. 저자에게도 홀로 건너기 어려웠던 시련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낸 탓에 따뜻함이 그리웠던 저자는 다정한 남자를 만나 일찍 결혼을 했습니다. 막 행복을 꽃피우려는 그때, 남편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 스물세 살의 나이에 갓 태어난 아이와 함께 또다시 홀로 남겨졌습니다. 지독한 우울증의 늪에 빠져 1년을 보내는 동안 아이는 거의 방치되다 시피 했습니다.

 

 

"나는 문득 과거의 불행을 매일매일 곱씹느라 현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39).

 

그러던 어느 날, 저자는 문득 엄마를 간절히 찾는 아이를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행복해야 할 소중한 시간을, 세상을 증오하는 데 낭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저자는 그 길로 정신과를 찾아가 10여년 간의 정신분석치료를 받았고, 오랜 치료 끝에 자기 삶을 되찾은 저자는 혼자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을 돕기 위해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마다 심리학 카페를 열었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그렇게 18년 동안 916번에 걸쳐 열린 심리학 카페에서 5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과 만나며 나눈, 핵심적인 심리 상담 내용을 추려 엮은 것입니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을 휘젓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지 마라"(50).

 

심리학 관련 도서를 읽을 때마다 사무치듯 깨달아지는 사실은, 생각 하나면 바꾸면 충분히 행복할 수 있는 시간들을 우리가 낭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그만큼 힘들었으면 됐다고. 이제 상처를 제대로 떠나보낼 때라고 말입니다. "상처를 치유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 모든 일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아닙니다. 적절한 거리를 두고 아픈 기억을 떠나보내는 것이지요. 그럼으로써 고통스럽던 과거가 더 이상 현재의 삶에 침입하여 주인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겁니다"(53).

 

 

"심리학이 외로운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227).

 

 

우리가 심리학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과 나도 모르는 나의 상처, 그리고 그 사람도 모르는 그 사람의 모습과 그 사람도 모르는 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데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유익은 외면하고 있던 나의 실체와 대면하도록 해준다는 것이 아닐까요.

 

이번 <파리의 심리학 카페>를 읽으며 다시 확인한 나의 모습 중 하나는,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한다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즐거운가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평가할까를 신경쓰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실제 이상으로 다른 사람이 나를 주목하다고 있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이처럼 "연예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듯이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여 필요 이상으로 신경 쓰는 현상을 '조명 효과'라고" 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말이라고 해도) 저자의 한마디가 제게 자유를 선물해주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행동에 관심이 없습니다"(35).

 

리학으로 자기 진단을 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심리상담에 중독된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반응 가운데 하나는 "스로를 희생자로 여기며, 어린 시절의 상처를 이유로 현재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는 것입니다. 환자들의 이런 경향을 '증상 키우기'라고 하는데, "자기에게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상처를 근거로 더 많은 걸 요구하는 태도를 말합니다"(115).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고받는 상처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도, 그 상처에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다시 일깨워줍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특정 독자층을 겨냥하지는 않지만 젊은 청춘들에게 권해주고 싶습니다. 특별히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청춘,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는 충분히 울 수 있도록 토닥여주고, 충분히 슬퍼할 수 있도록 애도의 시간을 함께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며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파리의 심리학 카페>가 심리학 이론을 설명하거나 상담 사례를 모은 책이 아닙니다. 심리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마음의 병을 진단하고, 스스로 그 상처를 딛고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심리학자가 쓴 자기계발서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나를 위해 울어줄 한 사람을 갖지 못한 외로운 이들을, 이 카페로 초대하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예언자
칼릴 지브란 지음, 공경희 옮김 / 책만드는집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칼릴 지브란.

학창시절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에 가장 많이 인용했던 이름입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다음의 한 구절 때문입니다.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

그 뒤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위대함에 견주어 보면.

칼릴 지브란의 고백을 대신하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기도 했고, 변치 않는 우정을 맹세하기도 했습니다. 칼릴 지브란이 시인일 뿐만 아니라 철학자요, 화가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훨씬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의 글을 인용하는 작가들도 많았는데, 대부분 <예언자>를 인용한다는 걸 눈치 챘습니다. 최근에 <파리의 심리학카페>라는 책을 읽었는데, 베테랑 심리학자인 그녀도 <예언자>의 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다음과 같이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라는 시의 일부를 당신에게 선물합니다.

그대들 중의 어떤 이는 말한다.

기쁨은 슬픔보다 위대하다.

그러나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아니, 슬픔이야말로 위대한 것.

하지만 내 그대들에게 말하노라.

이들은 결코 떨어질 수 없는 것.

이들은 언제나 함께 오는 것.​

- 모드 르안, 파리의 심리학 카페, 갤리온, 129-130.

​<예언자>는 이제 섬을 떠나야 하는 한 예언자가 마지막으로 총 26가지의 삶의 주제에 대해 지혜의 말을 남긴 것입니다. 그것이 예언자의 말이라는 점에서는 "현대판 성서"라는 표현에 더 공감이 됩니다. 실제 구약시대의 예언자들이 무아지경 속에서 신의 계시를 받았던 신비로운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대한 냉정한 비판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던 석학들이었다는 점에서 책의 내용과 제목도 참 걸맞아 보입니다.

<예언자>는 "현재까지 세계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1억 부 이상"(112) 판매고를 올린 책이라고 합니다. 출판 역사의 수치가 곧 책의 가치는 아니겠지만, <예언자>가 얼마나 대단한 책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증거는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월의 무게를 이기며 전세계인들에게 애독되어 오고 수많은 작가들에 의해 계속 인용되는 책이니 만치 꼭 읽고 싶었던 책인데, 그만큼 '번역'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처럼 쓰여진 글귀이기 때문에 암송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예언자>는 특별히 번역자를 눈여겨 보았는데 이번에 책만드는집에서 출간한 <예언자>는 '공경희 완역본'이라는 점에 특히 끌렸습니다. 밑줄 그은 몇 문장만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사랑에 대하여

사랑이 그대들에게 손짓하면 그를 따라가기를,

그 길이 험하고 가파를지라도.

도 그의 날개가 그대들을 감싸면 그에게 응하기를,

그의 깃털 아래 숨겨진 칼이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힐지라도.

그가 그대들에게 말을 걸면 그를 믿기를,

삭풍이 정원을 황폐하게 만들듯 그의 목소리가 그대들의 꿈을 산산이 부술지라도(15-16).

결혼에 대하여

그러나 함께하면서도 거리를 두기를.

그리하여 그대들 사이에 천상의 바람이 너울대게 하기를.

서로 사랑하되 사랑에 굴레를 쓰우지 말기를.

사랑을 그대들 영혼의 양쪽 해안 사이에서 흐르는 바다가 되게 하기를(19-20).

베풂에 대하여

또 궁핍할까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궁핍 아닌가?

샘이 넘치는데도 갈증을 겁내는 것이 바로 풀 길 없는 갈증 아닌가?(24)

자유에 대하여

그때 내 안의 심장에서는 피가 흘렀네.

자유를 추구하는 욕망마저 재갈이 되어야,

또 자유를 목표와 성취라고 말하는 것마저 그만두어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으므로(56).

종교에 대하여

또 윤리에 얽매여 처신하는 자는 노래하는 새를 새장에 가두는 것이니.

가장 자유로운 노래는 창살 틈으로 나오지 않네(91).

<예언자>는 사랑, 결혼, 자녀들, 베풂, 먹고 마시는 것, 일, 기쁨과 슬픔, 집, 옷, 사고파는 것, 죄와 벌, 법, 자유, 이성과 열정, 아픔, 자신을 아는 것, 가르침, 우정, 대화, 시간, 선과 악, 기도, 쾌락, 아름다움, 종교, 죽음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하는데, 시적이 문장이 글의 아름다움까지 더하고 있습니다.

​가끔 세상은 우리가 생각 없이 살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위선적인 정치, 교묘한 상술, 합법적인 사기, 논리적인 거짓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도둑질하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살고 있진 않나 하는 위기감입니다. <예언자>와 같은 책은 날카로운 통찰로 잠자는 정신을 깨우고, 생각하는 힘을 길러준다는 의미에서 삶의 등불 같은 책이란 생각이 듭니다. ​책의 편집이 조금 더 고급스러운 예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옆에 두고 몇 번을 다시 읽게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