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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조지 허버트 외 지음, 최애리 엮어 옮김 / 버드내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하나님께 드리는 꽃다발입니다.
다윗은 생전에 성전 건축을 소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으셔서 소원을 이룰 수는 없었습니다. 열망도 컸고 지을 힘도 있었던 그였기에, 원하던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편을 묵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눈에 보이는 성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을 짓는 영광을 주셨구나! 살아질 건축물이 아니라, 세대와 문화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할 수 있는 성전을!' 다윗의 시가 불려지는 모든 곳, 모든 예배장소가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깨달음! 그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었습니다.
<합창>은 다윗의 시를 모아 지어진 성전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을 모아 하나님께 올려드린 꽃다발 같은 책입니다. "마치 들판을 거닐면서 한 송이씩 꽃을 모아 꽃다발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꽃다발이야! 생각하며 기뻤습니다"(5). 시를 모으고 번역 작업을 한 이의 고백합니다. 역자의 고백이 그대로 시가 되었습니다.
<합창>은 참 정성드려 만들어진 책입니다. 시를 모으고, 주제별로 엮고, 각 시에 해설을 붙이고, 번역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원문도 실었습니다. 한 줄 글만 읽어도 우리는 글을 쓴 이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기 모아져 번역된 시를 읽을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인지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릴 때
어릴 때 자주 불렀던 성가의 한 대목입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힘조차 없을 때, 그때마다 저는 찬양시를 찾곤 합니다. 시처럼 읽고 노래로 부르면 그대로 기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사에 귀 기울이며 그저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조용한 평화가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합창>은 그렇게 시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찬미하고,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입니다. 페이지부터 읽어가도 좋고, 7가지 주제 중 원하는 주제의 시를 읽어도 좋고,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좋습니다. 읽는 그대로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되고, 묵상이 됩니다. 어떤 시들은 나의 울음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말없는 위안을 주기도 하고, 힘쎈 응원의 노래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시를 통해 주님과 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오르막길'은 "먼 길에 지쳐 쉴 곳을 찾는 길손과 그를 '친구여'라고 부르는 이와의 대화입니다"(211). 이 시는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를 예비하고 계신 예수님을 보여주지만, 제게 더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지금 그분이 길손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먼 길에 지친 길손은 그 동행자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분이 자신과 같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윗의 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인 것처럼, <합창>을 읽는 모든 장소와 시간들이 제겐 예배였습니다. "새 노래"로 주를 찬양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고요함 가운데 은밀히 주님을 만나기 원하는 분들에게, 지쳐서 기도할 힘조차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합니다.
오르막길 이 길이 꾸불꾸불 언덕 위로 올라가나요? 그래요, 끌날 때까지 하룻길은 하루 온종일이 걸릴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걸리지요, 친구여 하지만 밤에는 어디서 쉬나요? 어둠이 내리면 쉴 집이 있어요 어두워 그 집이 안 보이지 않을까요? 당신이 못 볼 리가 없지요 밤에는 다른 길손들을 만나게 될까요? 앞서간 사람들을요 다가가 문을 두드리나요 멀리서부터 사람을 부르나요? 당신을 그 문 앞에 세워 두진 않을 거예요 먼 길에 지쳐 약해진 이 몸이 편히 쉴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애쓴 만큼이지요 그곳에는 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잠자리가 있을까요? 그래요, 찾아오는 모두를 위해 - 크리스티나 로제티 | | Up Hill Does the road wind up-hill all the way? Yes, to the very end. Will the day's journey take the whole day? From morn to night, my friend. But is there for the night a resting-place? A roof for when the slow dark hours begin. May not the darkness hide it from my face? You cannot miss that inn. Shall I meet other wayfarers at night? Those who have gone before. Then must I knock, or call when just in sight? They will not keep you standing at that door. Shall I find comfort, travel-sore and weak? Of labor you shall find the sum. Will there be beds for me and all who seek? Yea, beds for all who come. - Christina Rossetti (1830-18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