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하지, 나? 어떡하지, 나? 1
호소가와 텐텐 지음, 권남희 옮김 / 엔트리(메가스터디북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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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활밀착형 만화!

​영화 "츠레가 우울증에 걸려서"를 보셨나요? 마야자키 아오이가 주연을 맡았다는데 이 책을 읽은 뒤, 그 영화를 찾아보는 중입니다. <어떡하지, 나?>는 "츠레가 우을증에 걸려서"의 원작자인 텐텐의 최신작입니다. 작가 텐텐은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활밀착형 이야기를 그리는 만화가입니다. 모든 작품이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떡하지, 나?> 역시 텐텐이 주인공이며, 아무 생각없이(!) 고등학교 졸업한 뒤 이런 저런 직업을 전전하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떡하지, 나?>는 출근 길에 후딱 읽었을 정도로 부담이 없고 가볍습니다. 평범한 청춘의 한 단면을 코믹하게 그렸지만, 우리와 참 많이 닮은 이웃나라의 한 청춘 이야기가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보편적인 교훈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대책 없는 아가씨, 텐텐의 고군분투!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에게는 모범답안지 같은 인생의 그림이 주어졌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가고, 착실하게 직장생활하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제일이라는! 그런데 옛날엔 타고난 신분제가 인생을 한정 짓었다면, 요즘은 받아든 성적표가 미래를 결정해버리고 맙니다. 모범 답안에서 인생이 비껴났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입에 실패한 청소년들에게는 어떤 차선(?)의 선택이 있을까요?

 

아무 생각 없이 살았던 텐텐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알바와 직장을 전전하며 실패를 거듭하지만, 실패할 때마다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얼떨결에 시작한 아르바이트는 그녀가 제일 못하는 일이 접객업이라는 걸 확인시켜 주었고, 거듭되는 면접을 통해 일 고르는 법을 배우기도 합니다. "무엇을 하고 싶다가 아니라, 무엇을 원한다"는 기준에 맞춰 휴일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공장에 취직을 했지만 기계적으로 돌아가는 공장 일이 자신의 적성이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사무직 일이 좀 더 편하다는 이야기에 혹해 옮기게 된 두 번째 직장에서는 이렇게 평생 살면 자신은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전문 학교 가이드'라는 책자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배울 수 있는 '그림 학교'가 많다는 정보를 얻습니다. 드디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낸 것입니다. 그렇게 그림 학교에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으로 이야기는 끝나지만 그곳에서 평생 친구와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지금은 인기 만화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독자는 알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텐텐은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떡하지, 나?>는 그녀의 인생에 행운이 저절로 찾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좌충우돌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뭔가 닥치는 대로 일도 해보면서, 실패할수록 오히려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나름대로 고민하고 또 고민한 결과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고등학생 때부터 '도망치는' 인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 도망치는 것은 간단하고 쉬웠으니까요"(190).​

그녀는 "자신에게 자신이 없어서 '내 인생에 좋은 일따위 아무것도 없을 거야, 있을 리 없어, 이렇게 자신이 없는 걸' 하고 이상한 변명만 하며 줄곧 도망쳐왔다"고 고백합니다. <어떡하지, 나?>가 우리에게 주는 중요한 교훈은 방황해도 괜찮고, 초조해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늦게 가도 괜찮지만, "내가 원하는 인생은 이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수록 좌절하지 말고, 끝난 인생이라고 ​포기하지 말고 오히려 더 깊이 고민하라는 것, 그리고 기회가 왔다고 생각될 때 일생에 한 번은 용기를 내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림이 섬세하지는 않지만 포인트를 잘 표현했고, 진솔한 이야기 속에 묵직한 교훈도 들어 있습니다. "아파야 청춘이다"의 코믹 버전 같은, 좌절과 방황을 즐기라는 청춘이 되라는 힘찬 응원가이기도 합니다. 꿈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지만, 그보다 먼저 그들을 지켜보고 응원해주어야 할 이 땅의 모든 부모님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은 만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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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반양장) -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위한 아들러의 가르침 미움받을 용기 1
기시미 이치로 외 지음, 전경아 옮김, 김정운 감수 / 인플루엔셜(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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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시미 이치로는 '심리학의 전성시대'에 만연해 있는 프로이트식 '원인론'을 아들러식 '목적론'으로 설득력 있게 뒤집는다"(5).

프로이트의 심리학만 알고 아들러의 심리학을 모른다면 반쪽짜리 심리학이라고 해야 할 듯합니다.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대척점에 선 심리학자로, 프로이트식 원인론, 트라우마 등을 정면으로 부정합니다. 그러나 프로이트와 반대 의견을 가졌다고 해서 프로이트가 옳으냐, 아들러가 옳으냐 식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둘이 좋은 짝을 이룬다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울어져 있긴 하지만 프로이트의 심리학이 가진 설명력도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아들러의 심리학에 손을 들어주고 싶은 이유는 인간은 변할 수 있다는 믿음, 과거의 영향이 아니라 목적에 의해 움직여진다는 주장, ​우리는 트라우마에 의해 고통받는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자신의 결정이라는 통찰, 그가 지향하는 공동체 감각 등이 저의 인생철학과 통하기 때문입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알려지지 않은 심리학의 제3의 거장인 아들러 심리학을 이해하기 쉽게 대화식으로 풀어낸 책입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못하는 한 청년과 철학자가 만나 자유와 행복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대화를 통해 답을 찾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미움받을 용기>를 대화식으로 구성한 것은, 아들러가 저술활동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빈의 카페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작은 토론모임에서 의견 나누기를 즐기던 인물"(49)이었다는 것에도 착안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자유란 타인에게 미움을 받는 것"일세(186). 남이 나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마음에 두지 않고, 남이 나를 싫어해도 두려워하지 않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대가를 치르지 않는 한 자신의 뜻대로 살 수 없어"(187).

 

종이만 보면 찢는 버릇을 가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떻게든 고쳐보려 했는데 잘 되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받으러 갔는데, 어릴 때 종이로 맞았느냐, 종이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느냐를 물으며 어릴 때의 기억을 꺼집어 내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어릴 때의 기억을 아무리 더듬어도 종이 찢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을 만나 단 한마디를 들었을 뿐인데 그의 종이 찢는 버릇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사람의 한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 "찢지 마!"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이 아들러의 심리학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 심리학 관련 자격증도 하나 가지고 있지만, 저는 심리학을 버린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리학이 가진 설명력의 힘은 어느 정도 긍정하는데 치유력은 글쎄 하는 의구심이 더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 심리상담 중독에 빠진 사람도 여럿 보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저에게 어떤 통쾌함을 선사합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타인의 평가로부터 자유함을 선사하고, 과제의 분리는 타인을 평가하는 나의 잣대를 버림으로 자유함을 선사합니다. 공동체 감각을 지향하는 그의 이론이 다소 이상적이고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면이 강하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저는 문제를 극복하고 변하고자 하는 목적이 뚜렷한 그의 심리학에 끌립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주 쉽게 쓰여진 책입니다. 재밌게 읽으면서 아들러의 심리학의 핵심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번역도 매끄럽습니다. 심리학 이론을 배운다기 보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고 그래서 불행한 한 청년의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심리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특히 프로이트의 이론에 뭔가 불만(?)이 느껴졌던 독자들, 또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인간관계를 잘 하고 싶은 독자들, 행복해지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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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 -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
조지 허버트 외 지음, 최애리 엮어 옮김 / 버드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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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나님께 드리는 꽃다발입니다.

 

 

다윗은 생전에 성전 건축을 소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지 않으셔서 소원을 이룰 수는 없었습니다. 열망도 컸고 지을 힘도 있었던 그였기에, 원하던 것을 내려놓아야 했던 심정이 어땠을지 생각할 때마다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시편을 묵상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다윗에게 눈에 보이는 성전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을 짓는 영광을 주셨구나! 살아질 건축물이 아니라, 세대와 문화와 지역을 초월하여 존재할 수 있는 성전을!' 다윗의 시가 불려지는 모든 곳, 모든 예배장소가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깨달음! 그것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전율이었습니다.

 

<합창>은 다윗의 시를 모아 지어진 성전처럼, 그리스도교 신앙시 100선을 모아 하나님께 올려드린 꽃다발 같은 책입니다. "마치 들판을 거닐면서 한 송이씩 꽃을 모아 꽃다발을 만드는 것과도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하나님께 드릴 꽃다발이야! 생각하며 기뻤습니다"(5). 시를 모으고 번역 작업을 한 이의 고백합니다. 역자의 고백이 그대로 시가 되었습니다.

 

<합창>은 참 정성드려 만들어진 책입니다. 시를 모으고, 주제별로 엮고, 각 시에 해설을 붙이고, 번역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원문도 실었습니다. 한 줄 글만 읽어도 우리는 글을 쓴 이의 마음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여기 모아져 번역된 시를 읽을 때마다, 어떤 마음으로 만들어진 책인지 눈에 보이는 듯했습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 내릴 때

 

 

​어릴 때 자주 불렀던 성가의 한 대목입니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힘조차 없을 때, 그때마다 저는 찬양시를 찾곤 합니다. 시처럼 읽고 노래로 부르면 그대로 기도가 되기 때문입니다. 가사에 귀 기울이며 그저 듣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조용한 평화가 마음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합창>은 그렇게 시를 통해 하나님을 만나고, ​하나님을 찬미하고, 하나님께 올려드리는 기도입니다. 페이지부터 읽어가도 좋고, 7가지 주제 중 원하는 주제의 시를 읽어도 좋고,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펴서 읽어도 좋습니다. 읽는 그대로 기도가 되고, 노래가 되고, 묵상이 됩니다. 어떤 시들은 나의 울음을 대신해주기도 하고, 말없는 위안을 주기도 하고, 힘쎈 응원의 노래가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시를 통해 주님과 대화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크리스티나 로제티의 "오르막길'은 "먼 길에 지쳐 쉴 곳을 찾는 길손과 그를 '친구여'라고 부르는 이와의 대화입니다"(211). 이 시는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를 예비하고 계신 예수님을 보여주지만, 제게 더 큰 위안이 되었던 것은 지금 그분이 길손과 동행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먼 길에 지친 길손은 그 동행자와 대화를 나누면서도 그분이 자신과 같이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다윗의 시가 눈에 보이지 않는 성전인 것처럼, <합창>을 읽는 모든 장소와 시간들이 제겐 예배였습니다. "새 노래"로 주를 찬양하고 싶은 모든 분들에게, 고요함 가운데 은밀히 주님을 만나기 원하는 분들에게, 지쳐서 기도할 힘조차 없는 분들에게 이 책을 기꺼이 추천합니다.

 

 

오르막길

이 길이 꾸불꾸불 언덕 위로 올라가나요?

그래요, 끌날 때까지

하룻길은 하루 온종일이 걸릴까요?

아침부터 밤까지 걸리지요, 친구여

하지만 밤에는 어디서 쉬나요?

어둠이 내리면 쉴 집이 있어요

어두워 그 집이 안 보이지 않을까요?

당신이 못 볼 리가 없지요

밤에는 다른 길손들을 만나게 될까요?

앞서간 사람들을요

다가가 문을 두드리나요 멀리서부터 사람을 부르나요?

당신을 그 문 앞에 세워 두진 않을 거예요

먼 길에 지쳐 약해진 이 몸이 편히 쉴 수 있을까요?

당신이 애쓴 만큼이지요

그곳에는 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잠자리가 있을까요?

그래요, 찾아오는 모두를 위해

- 크리스티나 로제티

Up Hill

Does the road wind up-hill all the way?

Yes, to the very end.

Will the day's journey take the whole day?

From morn to night, my friend.

But is there for the night a resting-place?

A roof for when the slow dark hours begin.

May not the darkness hide it from my face?

You cannot miss that inn.

Shall I meet other wayfarers at night?

Those who have gone before.

Then must I knock, or call when just in sight?

They will not keep you standing at that door.

Shall I find comfort, travel-sore and weak?

Of labor you shall find the sum.

Will there be beds for me and all who seek?

Yea, beds for all who come.

- Christina Rossetti (1830-1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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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을 이기는 독학 영어 회화 - 전2권
박준영 지음 / 랭컴(Lancom)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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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긴 이르다!

 

졸업만 하면 영어교재 따위는 멀리 던져버려야지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미련없이 바이바이 했던 영어인데, 저보다 더 발음이 좋은 꼬마녀석들이 나를 긴장시키고, 해외자유여행에 대한 꿈이 나를 자극하고, 의무적인 시험에서 해방된 자유함이 영어 교재를 다시 뒤적이게 만들고 있습니다.

 

몇 년을 공부해도 제자리 걸음인 영어. 학교 다닐 때 영어공부에 전혀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영어를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동생만 봐도 그렇습니다. 영어에 큰 흥미가 없던 녀석인데 호주에 2년 다녀오면서 서로 말이 통하는(!) 기쁨에 눈을 뜨더니 이제 수능 만점 정도는 우습게 받아냅니다.

 

해외여행에서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의 간단한 영어 회화를 목표로 세우고 보니,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초 회화에 다시 눈길이 갑니다. <학원을 이기는 독학 영어 회화>라고 하니 확 눈길이 갔습니다. 토플, 토익 위주의 학원들 사이에서 나에게 맞는 학원을 찾는 것도 쉽지 않고, 이 나이에 초급 영어회화반에 다닐 생각을 하니 눈앞에 아득하고, 또 여러 가지로 학원에 다닐 여력도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기본기부터 다지라!

 

<학원을 이기는 독학 영어 회화>는 1, 2권 합본된 책이라 역으로 2권으로 분권도 가능합니다. 늘 옆에 두고 반복 훈련을 하려면 휴대가 간편해야 하는데, 2권으로 분권이 되니 휴대에 부담이 없습니다. 이 책은 "영어회화를 처음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은 학생들과 배운지 오래되어 회화의 감각을 잃어버린 성인들에게 쉽고 정확하게 영어회화의 기본기를 잡아주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특히 음성언어인 "회화의 공부하려면 듣는 훈련과 발음 훈련이 가장 중요하고, 머릿속에서 번역할 여유가 없이 무의식 중에도 영어가 입 밖으로 튀어 나올 수 있도록 문형을 확실히 외우고 반복 훈련"을 하는 것이 관건임을 염두에 두고 구성된 교재입니다.

 

 

 

독하게 하루 30분만 투자하라!

1권을 일상적인 인사에서부터 간단한 질문이나 감정 표현 등을 연습하고, 2권은 쇼핑이나 식당, 비즈니스 등에 필요한 표현을 중점적으로 공부합니다. 목차를 보고 필요한 표현부터 익혀도 좋고, 1권의 회화가 너무 쉽다고 생각되는 수준이라면 1권은 확인 정도로 끝내고 2권으로 건너 뛰어도 무방할 듯합니다. ​목차를 보니 "한 번은 독해져라!" 외치는 저자의 외침에 오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 한 번은 독해져서 이 정도 회화는 능숙하게 해내리라!

 

 

오감으로 훈련하라!

 

각 유닛는 총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단계는 날마다 쓰는 베스트 기본문장을 따라 읽으며 "입에 착착" 훈련이 목표이고, 2단계는 강의식 해설로 대화문의 어법과 패턴을 공부하는데 "머리에 쏙쏙"이 목표입니다. 3단계는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대화 연습인데 "둘이서 솰라솰라!", 4단계는 회화의 빈칸을 완성하며 "손으로 또박또박" 익히는 훈련입니다. 표현을 그저 던져주고 암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핵심을 집어주는 강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이 교재의 차별점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장적 학원을 다니기보다​ 익힌 표현들을 학원에서 써먹어라!

저자는 "처음부터 무작정 학원을 다니기보다는 원어민이 실제 사용하는 다양한 표현들을 혼자서 많이 익힌 후 나중에 학원을 다니면서 익힌 영어 표현들을 써먹어 볼 수 있는 기회로 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합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mp3를 들어봤는데, 일반적인 대화 속도로 음성을 들려주면서도, 빈칸을 채우며 손으로 또박또박 익히는 4단계에서는 초보들을 배려하여 대화 속도를 느리게 조절해주기도 합니다.

무의식 중에라도 영어가 입 밖으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훈련해야겠다 생각하니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표현들도 다시 익히는데 지루함이 없습니다. 다만, 입으로 자꾸 반복 훈련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해왔던 버릇 때문인지 자꾸 머리로 암기를 하는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이 저의 문제입니다. ​해외에 한 번 다녀오지 않고도 영어 회화를 잘 하는 분들이 있는데, 이 책의 제목 때문인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고도 기초회화는 독학으로 떼자 하고 독한 마음을 먹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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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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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에서 진짜 중요한 건 무엇일까?

 

 

낫지 않는 감기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4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주인공. 그것은 사실상 사망선고나 다름 없었습니다. ​부정 → 분노 → 공포 → 흥정 → 수용의 5단계를 거칠 겨를도 없이 그 앞에 난데 없이 '악마'가 등장합니다. 그와 꼭 닮은 모습이지만 성격은 정반대로 쾌활함이 넘치는 악마는 주인공에게 의미심장한 거래를 제안해옵니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만 없앤다. 그 대신 당신은 하루치 생명을 얻는 겁니다"(22).

 

거래는 간단합니다. 이 세상에서 뭐든 한 가지만 없애면 그 대가로 하루치의 생명을 연장받는 것입니다. 거래의 원칙은 하나, "뭔가를 얻으려면, 뭔가를 잃어야 한다"(21)는 것입니다. 터무니 없는 일이고 터무니 없는 거래였지만, 인간은 몇만 년에 걸쳐 무수한 잡동사니를 만들어냈고, 그중에서 하나쯤 사라진다고 해도 아무도 곤란하지 않을 테고, 오히려 세상이 단순해질 수도 있으니 해볼만한 거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기 생명이 없어지면 어차피 모든 것이 끝인데 아무리 터무니 없는 거래라도 매달리게 되는 것이지요.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면, 나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까?"(36)

 

악마와의 첫 번째 거래는 '전화'였습니다. 어차피 그런 물건에 휘둘리는 자신에게 염증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전화가 사라진 대가로 하루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도 나쁜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악마는 "마지막으로 딱 한 번만 없앨 물건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38)까지 부여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악마와 주인공은 하루에 한가지씩 없애는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전화, 두 번째는 영화, 다음은 시계.

 

이 책의 역자는 악마와의 거래로 세상에서 사라진 것들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합니다. "전화는 문명과 과학기술의 상징이다. 인간이 그것에서 얻은 놀라운 혜택은 실은 더없이 소중한 무언가의 상실과 맞바꾼 결과물임을 시사한다. 두 번째로 없애는 영화는 문화의 상징이다. 우리는 철학, 사상, 문학, 예술, 법률과 같은 인간 고유의 문화적 창조물에 둘러싸인 환경에 놓여 있고 그 속에서 살아간다. 인간의 삶에서 이런 문화를 걷어낸다면 과연 어떤 세상이 도래할까? 일종의 사고실험인 셈이다"(221-222).

 

하루의 삶을 연장받기 위해 자기의 생명보다 덜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없애는 데 동의했던 주인공은 점차 "있거나 없거나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야 말로 이 세상에서 중요한 것이라는 깨달음을 더해갑니다. "전화가 생겨 곧바로 연결되는 편리함을 손에 넣었지만, 그에 반해 상대를 생각하거나 상상하는 시간은 잃어갔다"고 가치판단을 했던 전화. 그러나 그 전화의 편리함은 사랑하는 여인과의 추억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별은 예감했던 그 순간 그들에게 전화가 있었다면, 어쩌면 이별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영화와 연결된 추억 속에는 연인뿐 아니라, 오랜 우정으로 곁을 지키고 있는 친구가 자리하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 영화를 함께 본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과의 추억을 내포한 채 내 안에 자리 잡은 영화들. 우리가 수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그래서 나를 형성해온 무수한 영화의 기억들. 그 모든 것이 아름다워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103). 그리고 깨닫습니다. 그 영화와 연결된 추억들이 단적으로 표현된 나 자체였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계가 사라져버린 세상에서 주인공은 시간 개념이 없는 고양이와 맞닥뜨립니다. 시간 개념이 없는 고양이는 자신을 그렇게 예뻐했던 주인공의 어머니를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은 "양배추(고양이 이름)를 주워왔던 어머니의 얼굴. 늘 양배추와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어머니. 양배추가 잠들 때가지 무릎에서 어루만져주던 어머니. 결국 자기도 같이 잠들어버려서 소파에서 양배추와 나란히 몸을 웅크리고 자던 어머니. 그 평온한 얼굴"(134-135)을 떠올리며, 그런 엄마를 기억하지 못하는 고양이에게 경악합니다.

 

양배추의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어머니. 악마가 네 번째로 고양이를 없애자는 제안을 해왔을 때, 주인공은 비로소 깨닫습니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버린 전화, 영화, 시계 사이사이에 아름다운 추억이 스며들어 있었으며, 그 추억이 자신의 삶이었고, 그것은 더없이 소중한 기억이었다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를 묻다

 

좋은 책은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참 좋은 책입니다. 이 책은 역자의 말대로 '가치'를 묻는 책입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그 대가로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내 인생에서 진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사랑은 잃은 후에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고 했던가요. 평소에는 무관심했던 것들에 대해 그 소중함을, 그 고마움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다 보니 저자 자신도 혼란을 일으키는 듯한 대목이 종종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전화가 우리에게 추억을 쌓아갈 시간을 빼앗아 갔다는 식의 비판을 하다가 전화를 통해 쌓을 수 있었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소중한 것을 소중히 여기며 후회 없는 인생을 살자는 식의 메시지는 던져주다가 그 후회마저도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당신은 마지막 순간에 소중한 사람이나 둘도 없이 귀한 것들을 깨달았고,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게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알았어요. 자기가 사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보고 새삼 다시 바라보는 세상은 설령 따분할 일상이었다라도 충분히 아름답다는 걸 깨달았어요"(198).

 

어느 묘지에 가면 이런 말이 써 있다고 해요. "이것을 기억하세요. 사랑할 시간이 아주 짧다는 것을!"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우리에게 사랑할 시간도 모자란데 따분해야 할 틈이 어딨냐고 묻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하루 이틀 더 살고 덜 살고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라는 것, 그러니 그냥 살지 말고 매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한다는 것, 무엇을 얻는 대가로 무엇을 잃어야만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신중해야 한다는 것 등을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진부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또 진부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참신한 구성으로 경쾌하게 이끌고 갔다는 점에서도 점수를 주고 싶은 책입니다. 생각 없이 읽다가 어느 순간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수많은 고양이가 있어도 서로에게 길들여진 단 한 마리의 고양이가 특별하듯,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어도 오늘 나의 삶을 함께 엮어가며 생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는 점에 가장 큰 점수를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합니다.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눈부신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 무뚝뚝하지만 나에게 보물상자를 안겨주었던 아버지, 특별할 것 없지만 좋은 것을 함께 나누었던 친구, 헤어진 사이일지라도 생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공유했던 지나간 사랑, 때로는 지루하고 거추장스럽기도 한 일상이었지만 함께 밥을 먹고 산책하고 체온을 나누었던 고양이. 그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슴이 뻐근해질 때 서로를 다시 용서하고 서로의 연약함을 껴안는 기적이 우리 안에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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