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셀프 트래블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3
한동철.이은영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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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지역 수많은 볼거리가 있는 만큼 각자의 취향에 꼭 맞는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점은 미얀마 여행만의 장점이다. 절며하고 모험 넘치는 여행에서부터 럭셔리하고 편안한 여행까지 나만의 여행 계획을 짜보자"(10).

여행지로 미얀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곳으로 떠난 한 선교사님 때문입니다.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삶의 자리를 옮기신 선교사님을 응원하러 가겠다고 약속드린 것도 있고, 선교사님을 통해 전해들었던 그곳의 이국적인 분위기도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소망이 생겼습니다. "미얀마"는 저에게 완전히 낯선 땅이라 일단 <미얀마 셀프 트래블>로 공부를 하는 중입니다. <셀프 트래블> 시리즈는 여행지의 역사는 물론, 문화, 현지 분위기, 음식, 교통 등 다양한 정보가 가득해서 웬만한 백과사전보다 더 낫다는 것이 제 평가입니다.

 

<미얀마 셀프 트래블>은 미얀마 여행에 사로잡힌 부부가 직접 발로 뛰며 만들어낸 여행 가이드 북입니다. <미얀마 셀프 트래블>로 미리 만나본 미얀마의 첫 인상은 "무척 친절한 나라"라는 것입니다. 책에는 그곳의 친절함에 마음을 빼앗긴 부부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배어 있습니다. 해외 여행은, 특히 해외 여행 셀프 트래블을 계획한다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여행자의 안전 아니겠습니까? 저처럼 "겁이 많았던 부부에게 미얀마는 매우 안전해서 편안하고 친근한 곳"이었다고 합니다. 대체로 불교 국가가 안전하다는 평가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봅니다.

 

 

 

 

 

 

자유로운 여행을 위한 길잡이!

 

여행 가이드 북의 장점은 필요한 정보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 헤매는 검색 시간을 확 줄여준다는 것, 필요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주제별로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아 여행 일정을 쉽게 계획하게 해준다는 것, 꼭 가봐야 할 곳, 꼭 먹어야 봐야 할 음식, 꼭 알고 가야 할 팁 등을 챙길 수 있어 시행착오를 줄여준다는 점, 무엇보다 여행의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상상출판사의 <셀프 트래블> 시리즈는 무엇보다 자유 여행자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자유 여행자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미얀마 셀프 트래블>도 자유 여행자를 직접 가이드하는 세심한 마음으로 집필되었다는 것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여행 스타일을 고려하여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미얀마는 저렴하고 모험 넘치는 여행에서부터 럭셔리하고 편안한 여행도 가능한 곳이라고 하는데, 스타일에 따라 낭여행, 실속관광, 톱클래스 등으로 여행을 짤 수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는 실속관광을 선택하고 싶은데 "전역에 도로 잘 깔려 있으며 버스도 최신형으로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노선이 많아 야간 버스를 이용하면 빠르고 알뜰한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 "전역에 저렴하면서도 깔끔하게 이용할 수 있는 중저가 호텔이 많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국의 식민지이자, 유럽 여행자에게 인기 있는 여항지답게 동양적 색채와 서양적인 세련됨이 하나가 된 최고급 호텔과 레스토랑도 가득하다"는 것이 여행지로서 미얀마가 가진 매력 중 하나입니다.

 

 

 

 

 

 

만달레이로 들어가 양곤으로 나오는 환상적인 루트!

 

<미얀마 셀프 트래블>은 미얀마 여행의 대표 루트로 "만달레이 - 바간 - 인레 호수 - 양곤"을 추천합니다. 4박 5일의 짧은 일정도 가능하지만 7발 8일 일정으로 다녀오면 아쉬운 듯 만족한 여행이 가능할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인레 호수입니다. 미얀마 최대의 관광지이기도 한 인레 호수는 "투명한 그림자가 비추는 호수 위 작은 보트에 서서 노를 젖는 풍경이 한 폭의 동양화" 같이 아름다운 곳이라고 합니다. <미얀마 셀프 트래블>의 조언대로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호수의 신비로운 분위기 속에 일출을 감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건기가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하니 내년 4월쯤 일정을 잡아야 할 듯합니다.

  

 

 

 

 

"한국인이 쓴 한국인을 위한 셀프 트래블"

 

<미얀마 셀프 트래블>은 자유 여행자들에게 꼭 필요한 교통이나 숙소, 음식과 같은 지역 정보 뿐만 아니라, 즐거운 문화를 위한 당부도 잊지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낯선 비교적 낯선 땅이지만 "미얀마 현지에서는 수많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어 그곳 사람들에게 한국은 친근한 나라"라고 합니다. "그만큼 더 좋은 인상을 받고 한국인들에게 다가오는 미얀마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를 부탁합니다. 가보지도 않은 미얀마에 벌써 정이 들 것 같습니다!

 

여행지로 매우 안전한 나라 미얀마를 추천하며, 또 미얀마 여행 가이드 북으로 <미얀마 셀프 트래블>를 강력 추천합니다. 가이드 북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특별히 미얀마 여행에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바로 "지도"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지역의 볼거리, 숙소, 레스토랑을 직접 발로 찾아간 곳이며, 또한 최고로 정확한 지도를 만들기 위해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고 자신합니다. 낯선 곳에 자유 여행을 가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가장 당황스러울 때는 분명 지도를 들고 찾아갔는데 목적지를 찾을 수없을 때입니다. 저자는 그런 자유 여행자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합니다. 어플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지도를 펼쳐놓고 이동 경로를 먼저 체크하고, 루트를 확인해보는 것이 보다 안전하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는 여행을 만들어줄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이면 현지에 계신 선교사님을 오히려 제가 가이드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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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A 마나가 - comics artists' creative time
MANAGA 편집부 지음 / 거북이북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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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들의 일상과 작업을 공유하는 만화 매거진, MANAGA!

요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입니다. 웹툰의 구성이나 스토리가 그만큼 탄탄하다는 이야기겠지요. 제가 어릴 때는 만화가 저급한 것으로 취급되곤 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예술성과 작품성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니 만화가 차세대 문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지도 했습니다.

시장성, 예술성, 작품성, 기술성, 이런 것들을 하나도 모르던 시절에 만화는 그저 우리들의 친숙한 친구였고, 꿈이기도 했습니다. 중학교 입학하고 한동안은 선생님 심부름으로 만화가게에 친구를 잡으러 다니곤 했습니다. 부반장이 툭하면 만화가게로 사라지니 선생님도 골치가 아프셨을 것입니다. 그 친구가 지금도 기억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꿈이 "만화가게 아줌마가 되는 것"이였다는 걸 말입니다. 학교 다닐 때, 만화가를 꿈꾸던 친구도 있었고, 미술 공부라고는 만화를 열심히 따라 그린 것이 다였는데 그 실력으로 미대(홍대)에 진학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MANAGA>를 보고 있으니 그때 우리가 그렇게 만화를 좋아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집니다.

<MANAGA>를 만든 이들은 이 책이 "만화가들의 창조적인 시간과 공간, 일상과 작품을 공유하는 책"이라고 소개합니다. 창간호는 "too much and not enough"라는 토픽으로 총 10명의 유명 만화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영어로도 번역되어 있다는 것, 세련된 디자인 북이라고 해도 될만큼 디자인에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띕니다. 어떤 목적으로 발간되었던 독자들과의 소통이 제일의 목표라고 한다면 정가 16,000원의 <MANAGA>는 만화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독해 공부를 목적으로 읽어도 좋고, 우리 문화와 만화에 관심을 가진 외국인 독자가 읽어도 좋고, 하다 못해 디자인이라도 감상하라는 어떤 절실한 호소가 느껴지도 합니다. 그만큼 공들인 매거진이란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도서정가제도 시행되는 이 마당에 <MANAGA>에 16,000원을 기꺼이 투자하려는 독자가 얼마나 될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유료 웹툰은 잘 보지 않는 부끄러운 만화애호가로서 말입니다.


  

<MANAGA>를 통해 만난 10명의 만화가 중에 가장 반가운 인물은 '주호민' 작가였습니다. <신과 함께>를 단행본으로 열독하며 그의 이야기에 푹빠져 들었던 좋은 기억 때문입니다. "나는 그림 못 그리는 만화가 지망생의 희망이다"라는 고백에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많이 웃었습니다. 그의 고백처럼 주호민 작가의 작품은 일본 애니처럼 그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또 멋진 주인공이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대중적인 소재와 공감 가는 스토리" 때문이라는 것! "매력 없는 주인공이 가능한 이유는 내 작품이 캐릭터보다 서사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15). 절대 공감입니다! <MANAGA>는 작가의 인터뷰 뒤에 그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짤막한 작품을 수록하고 있는데, "파괴왕" 이야기 정말 재밌었습니다. 역시 그의 작품의 매력은 "서사"입니다!

  

10명의 작가를 만나고 맛보기로 10개의 작품을 감상하며 가장 큰 감탄사가 쏟아졌던 건 <백성민의 말과 춤>입니다. 만화 <장길산>으로 유명한 분이신데, 한동안 말과 놀았던 작가가 이제는 춤을 춘다고 합니다. 이런 작품도 만화라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이질감이 느껴지면서도 생명력 넘치는 붓 끝으로 완성해낸 그의 작품은 한 폭의 동양처럼 아름답고 어떤 작품보다 강렬했습니다. 글이 없고 스토리가 없어도 선에서 느껴지는 신명과 열정, 생동감이 종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듯했습니다. <MANAGA>는 "만화들이 한없이 가벼워질 때 그 무게를 잡아주던 작가"라고 평합니다. 우리에게 이런 작가가 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궁>으로 유명한 박소희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소녀를 매료시켰던 순정만화의 모범이기도 합니다. 자율학습 시간마다 만화책을 펴놓고 주인공의 얼굴을 따라그려보기도 했는데, 그림이 비현실적일수록 우리는 더 깊은 공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던 것 같습니다. 만화의 매력은 바로 공상의 세계와의 조우 아니겠습니까.

박소희 작가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늘 공상을 많이 한다. 혼자 있을 때 별의별 생각을 다한다. 그 생각들은 하나의 사건으로 구체화된다.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나타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건 이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버릇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등장한 인물들은 또 다른 나이기도 하다"(197). 박소희 작가의 인터뷰를 읽으며 내가 그토록 만화를 좋아했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만화가 우리의 공상을 자극하기 때문이며, 만화를 통해 행복한 공상의 세계로 건너갈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MANAGA>는 만화라는 하나의 장르가 작가의 성향과 색깔에 따라 얼마나 다양한 개성과 색채를 지닐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명? 인기? 작가들의 놀라운 내공과 강렬한 스타일이 끊임없이 팽창하는 만화의 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도 했습니다. 그 다양함이 창간호 <MANAGA>의 성장과 변모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만화가 그들만의 세계,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독자들과 열심히 소통하는 만화 매거진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 하기를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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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시대 - 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
에릭 캔델 지음, 이한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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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이 밝혀내는 예술과 무의식의 비밀

 

<통찰의 시대>는 인류 사상에 일어난 세 가지 혁명을 말합니다. "첫 번째 혁명은 16세기에 일어난 코페르니쿠스 혁명으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태양 주위를 두는 작은 위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렸다. 두 번째 혁명은 19세기의 다윈 혁명으로, 우리가 신이 특별하게 창조한 존재가 아니라 더 단순한 동물로부터 자연선택 과정을 통해 진화했음을 인식시켰다. 세 번째 위대한 혁명, 즉 '빈 1900'의 프로이트 혁명은 우리가 자신의 행동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동기가 우리 행동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다"(33-34).

 

이 세 가지 혁명들은 "자기 자신과 우주에서의 우리 위치를 보는 관점을 결정한 혁명들"입니다. 그중 세 번째 혁명, 즉 인간은 자신의 행동을 이성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 동기가 행동을 일으킨다는 무의식의 발견은 "마음"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켰습니다. "마음"은 어디에 존재할까요? 우리는 보통 마음이라고 하면 가슴에 손을 얹습니다. 마음이 아파다고 할 때도 가슴의 통증을 느낍니다. 그런데 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마음"은 바로 우리 "뇌" 속에 존재합니다. 우리가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이나고 생각되는 모든 작동이 뇌의 활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마음이 아파"라고 말할 때 우리는 머리에 손을 얹어야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경집 교수의 <인문학이 밥이다>를 읽으며 앞으로는 뇌과학의 시대가 될 것이며, 그것을 통합적으로 성찰하는 심리학의 힘이 세지겠구나 예측한 적이 있습니다. <통찰의 시대>는 그 힘을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마음의 과학이라 불리는 인지심리학과 뇌 과학이 만나 "지각과 창의성을 가능케 하는 뇌 메커니즘"을 탐구한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의학, 인지심리학, 미술사, 신경과학을 종으로 횡으로 넘어들기 때문에 책의 주제나 논지를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어렵습니다.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 책은 그 뒤로 내가 1890년부터 1981년까지의 빈의 지성사에 푹빠져 지낸 매혹의 산물이자,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예술, 정신분석, 예술사에 대한 내 관심과 평생에 걸쳐 연구한 뇌과학을 종합한 결과물이기도 하다"(7).

 

저자는 '빈 1900'의 모더니즘 초상화, 더 구체적으로 말해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어 코코슈카, 에곤 실레의 미술 작품을 통해 당대의 과학적 사유와 '빈 1900'이라는 지적 환경이 세 화가에게 미친 영향을 탐구합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한 의학(과학)에 영향을 받은 프로이드는 인간 내면에 주목하며 정신분석을 발전시켰고, 이에 영향을 받은 예술에서는 표현주의가 등장하기 시작했음을 탐구하며 이 책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입니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지각하고 배우고 기억하는 것일까? 정서, 감정이입, 생각, 의식의 본질은 무엇일까? 자유의지의 한계는?"(8) 신경학적 메커니즘의 대가인 저자는 빈 모더니스트들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모델의 내면 감정을 묘사하려는 예술가들의 시도를 통해 관람자가 미술을 지각하는 데에 인지심리학과 뇌생물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현재 우리는 지각, 정서, 감정이입, 창의성 등의 메커니즘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 점검합니다.

 

 

 

 

 

"클림트는 르네상스 초기부터 화가들이 간직해 왔던, 이차원 캔버스에 삼차원 세계를 점점 더 사실주의적으로 재창조하려는 태도를 버린다. 오스카어 코코슈카와 에곤 실레는 화가의 시선을 내면으로 돌려, 삼차원인 바깥 세계를 벗어나서 다차원적인 내면의 자아와 무의식 쪽으로 나아갔다"(21).

 

저자는 "천문학과 물리학이 계몽사상을 고취했듯이, 생물학은 모더니즘을 자극했다"고 밝힙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클림트의 작품을 보면 현대 생물학이 클림트의 미술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습니다. 왼쪽의 이미지는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 Ⅰ>라는 작품입니다. 다윈의 책을 읽은 클림트는 '모든 생물의 기본 주성 단위인 세포의 구조에 매료"되었다고 합니다. 아델의 옷에 그려진 작은 도상학적 이미지들은 단순히 장식적인 것이 아닙니다. 직사각형의 정자와 타원형의 난자, 즉 그 이미지들은 "남성과 여성의 생식세포를 뜻하는 상징"이라고 합니다. "생물학에 영감을 받아 나온 이 번식력의 상징들은 모델의 유혹적인 얼굴을 완전히 성숙한 그녀의 번식 능력과 연결 짓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21).

 

클림트의 작품은 프로이트의 심리 연구와 동시대의 산물로서 클림트는 "표면 아래 숨은 진실을 전하기 위해 생물학적 상징을 이용"한 것입니다. 클림트의 작품이 생물학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오른쪽 <다나에>라는 작품을 통해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클림트는 다나에에게 오는 제우스의 그림에도 새물학적 상징을 집어넣었습니다. "이 그림에서 화가는 캔버스의 왼쪽에 그린, 제우스의 정자를 상징하는 황금 빗방울과 검은 사각형을 오른쪽의 임신을 상징하는 초기 배아 형태로 변형시킨다"(57-59).

 


 

 

 

 

"초상화는 과학적 탐구에 매우 적합한 미술 형태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영향을 받은 빈 미술사학파는 "최초로 관람자에게 초첨을 맞춘 과학 기반의 예술 심리학을 발전"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저자는 관능미가 담긴 클림트의 그림, 다소 불쾌하고 불안한 느낌을 주는 실레와 코코슈카의 그림을 통해 뇌과학과 미술 사이의 대화를 시도합니다. 저마다 독특한 방식으로 얼굴 표정과 손과 몸의 자세를 통해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그림에 담아낸 빈 모더니스트 화가들의 작품을 통해 인간 본성의 비합리성과 비합리적인 행동이 대인 관계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탐구합니다. 예를 들어, 저자는 나체 상태로 고통스러우리만치 뒤틀린 자세를 취하고 있는 실레의 자화상을 통해 관람자가 지각적, 정서적, 감정이입적 측면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합니다. "이 지화상들은 강력한 이미지다. 사실 그토록 많은 이가 오스트리아 모더니즘 화가들의 작품을 불쾌하게 여겼던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관람자의 감정을 수동적으로 끌어들이는 것 이상의 일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단순히 타인의 감정 상태를 우리 자신의 감정 상태와 분리된 것으로서 지각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감정이입을 통해 우리 자신에게로 끌어들인다. 관람자가 실레의 자화상에 나온 뒤클린 자세를 무의식적으로 흉내 낼 때, 그는 실레의 감정이라는 사적인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관람자의 몸이 실레의 감정 묘사가 펼쳐지는 무대가 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뒤틀린 자세로 몸을 그림으로써, 실레는 관잠자의 감정이입도 유도하는 것이다. 예민한 관람자로서는 실레나 코코슈카의 초상화를 보는 것이 지각 행위만이 아니라 강력한 정서적 경험이기도 하다"(406).

 

또 화가가 그려내는 모델의 얼굴 대칭에서도 무의식적 내면 세계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얼굴 대칭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오스카어 코코슈카와 에곤 실레의 작품에서도 뚜렷이 드러나지만, 클림트와 달리 이들은 얼굴과 감정을 과장했다. 사실 그들이 표현주의 화가로서 두각을 나타낸 데에는 이 과장된 표현이 한목했다. 클림들의 초상화가 모델이 심리적으로, 그리고 발달 면에서 자기 환경에서 평온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말해 주는 기표를 제공한다면 코코슈카의 초상화는 정반대다. … 그의 초상화들은 좌우 불균형과 그 불균형이 전달하는 내면의 갈등 때문에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이렇게 고통의 무의식적 기표를 활용함으로써 표현주의 화가들은 정교하고 미묘하고 지극히 현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다"(452).

 

 

"통합"은 이미 학계의 이슈가 된지 오래입니다. 그동안 잘게 부수는 분석적 학문이 주도를 했다면, 앞으로는 학문과 학문이, 분야와 분야가 경계를 넘나들며 통합을 이루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통찰의 시대>는 뇌과학과 미술의 통합적 통찰을 통해, 미술 작품을 볼 때 관람자의 뇌에서 어떤 과정이 진행되는지를 탐구하며, 인간의 마음, 즉 인간의 생각과 감정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한발 더 다가갔습니다. <통찰의 시대>를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사실은 '인간 내면(무의식)'의 발견이 얼마나 혁명적인 것이었나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겉모습 아래로 파고들어야만 현실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이 큰 울림으로 마음에 남았습니다. 인간의 마음은 본래 대체로 비합리적이라는 관점도 새로운 의미로 다가옵니다. 또 화가의 작품들이 당대의 지성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그런 시각에서 그림을 읽어내는 작업도 흥미로웠습니다. 특히 빈 모더니스트 화가의 역할이 "아름다움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진리를 전달하는 것"이었다는 통찰이 그림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저자는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마음의 과학이 지닌 관점과 인문학의 관점을 특정한 공통의 지적 문제에 집중하고 예술, 마음, 뇌를 연관 짓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13)이라고 밝힙니다. 뇌과학과 미술은 마음을 보는 서로 다른 두 관점을 대변합니다. 과학을 통해 우리는 모든 정신생활이 뇌의 활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설명만으로 마음을 다 이해했다고 하기에는 무엇인지 부족한 점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예술 작품들은 마음을 이해하는 데 좀 더 생생한 생명력을 부여합니다. 즉, 뇌과학이 우리가 우울하다고 느낄 때 뇌가 어떻게 작동되는지를 설명한다면, 예술 작품은 그 우울함이 어떤 느낌인지 느끼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뇌과학과 미술의 대화는 필연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읽어내기 녹녹한 책은 아니지만 대단히 흥미로운 책이며 통합적 사고를 훈련할 수 있는 좋은 교재이기도 하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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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케이도에게 배우는 자유함 맥스 루케이도 스토리 바이블 시리즈 3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아드폰테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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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 말하는 '짐'은 무엇일까요? 많은 현대인이 앓고 있는 병이기도 합니다.

 

미국인 7000만 명을 괴롭히고 매년 3만 8000명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매년 700억 달러 가치의 생산성을 갉아먹는다.

십대들을 괴롭힌다. 한 연구에 따르면 십대의 64퍼센트가 이 짐 때문에 학업에 장애를 받는다고 한다.

중년층을 괴롭힌다. 연구에 따르면 심사십대에 가장 증상이 심하다고 한다.

노년층을 괴롭힌다. 한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의 50퍼선트가 이 짐 때문에 괴로워한다고 한다.

많은 현대인이 짊어지고 있는 이 짐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 답은 '불면증'입니다(61-62).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 <미생>에 등장하는 오 과장처럼 하루 종일 눈이 시뻘겋게 충혈된 채 고단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사람들. 많은 사람들과 이리 저리 부딪히며 살아가지만 외로움에 익숙한 사람들. 현대인들은 혼자 살아서 외로운 것이 아닙니다.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외로움은 혼자 있는 상태가 아니라 혼자라는 느낌"(159)이라고 설명합니다. 애써 감추고 있지만, 초라한 외피를 한꺼플 벗기고 보면 외로움에 치를 떨며 불면의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 우리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루케이도에게 배우는 자유함>은 지칠대로 지친 우리의 삶을 짐을 잔뜩 짊어진 여행자에 비유합니다. 그리고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을 하라고 손짓합니다.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지지 말아야 할 짐들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18)입니다. 이 책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마련하신 위대한 경주를 향해 달려나가라는 힘찬 응원가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짐들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지칠 대로 지친 당신을 어찌 사용할 수 있겠는가?"(19)

 

 

 

 

  

 

이것만 있으면 돼  : 우상의 짐

내 식대로 하겠어 : 자기 의존의 짐

더 갖고 싶어 : 불만족의 짐

몸도 마음도 지쳤어 : 피로의 짐

이제 어쩌지? 걱정의 짐

세상은 정글이다 : 절망의 짐

나는 잘한 게 없어 : 죄책감의 짐

내가 제일 잘나가 : 교만의 짐

언젠가 다가올 일이다 : 죽음의 짐

애도의 날이 오면 : 슬픔의 짐

공포에서 평안으로 : 두려움의 짐

고요한 밤 고독한 낮 : 외로움의 짐

나 같은 사람을 받아주실까? : 수치심의 짐

내 뜻대로 되지 않아 : 실망의 짐

저 사람이 부러워 : 질투의 짐

결코 믿을 수 없어 : 의심의 짐

너무도 그리운 곳 : 향수의 짐

 

<루케이도에게 배우는 자유함>은 우리가 지고 있는 짐, 그러나 더 이상 질 필요가 없는 짐은 무엇인지 17가지로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시편 23편 말씀을 근거로 그 짐들을 내려놓는 방법이 무엇인지 풀어갑니다. 성경은 인간을 "양"에 비유합니다. 하고 많은 동물 중 왜 우리를 "양"에 비유했을까요? 루케이도 목사님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대부분 동물은 쉬는 법을 안다고 합니다. 딱 하나만 빼고 말입니다. 양은 잘 줄 모른다고 합니다. 양이 잠을 자려면 모든 게 완벽해야 하는데, 양에게는 안전한 초장을 찾는 능력이 없습니다. "일단 포식자가 없어야 한다. 다른 양과의 마찰도 없어야 한다. 곤충들이 날아다니면 안 된다. 배가 고파도 곤란하다. 모든 조건이 완벽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양은 안전한 초장을 찾는 능력이 없다. 살충제를 뿌릴 줄도 모른다. 다른 양과 화해하는 법도 모른다. 심지어 먹이를 구할 줄도 모른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다"(65).

 

한마디로 양은 목자 없이는 쉴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인도하고 푸른 풀밭에 누일 목자가 필요하다. 목자 없이 양은 쉴 수 없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목자 없는 쉼은 없다"(66). 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라고 하고, 지혜로운 철학자들이 인생의 심연을 탐구하고, 천재 물리학자들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파헤치고, 영감으로 가득찬 예술가들이 아무리 아름다움을 추구해도 인간은 스스로 안식을 찾을 능력이 없는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메시지요, 성경의 메시지입니다. 아등바등 아무리 몸부림을 쳐도 피로의 짐은 우리를 쇠약하게 만들고, 자기 의존은 우리를 그릇된 길로 인도하며, 실망은 우리의 어깨를 처지게 만들고, 근심은 우리를 괴롭히며, 죄책감은 우리를 소멸시켜버리고 맙니다(101).

 

 

 

 

 


"우리에겐 여호와가 필요하다.

다윗에 따르면, 그 여호와가 바로 우리의 목자이시다"(35).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우리가 짊어진 짐을 하나씩 파고들며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그의 메시지는 언제나 우리에게 깊은 위로를 선물합니다.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어디에서 이런 깊은 위로를 얻을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짊어질 필요가 없는 짐, 벗어버려야 할 짐 17가지를 보며, 신앙인들에게 가장 힘겨운 짐은 "실망의 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과 가깝다고 생각할수록, 하나님을 위해 열심을 내고 있는 사람일수록 자칫 더 깊은 실망감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 곁에는, 정말 간절한 기도 하나를 끝내 들어주시지 않는 하나님, 그리하여 이 세상에 하나님 같은 존재는 없다고 결론내려버린 친구가 있고, 막 꿈이 실현되려는 순간 병을 얻은 엄마로 인해 자신의 젊음을 송두리째 날려버리고 하나님께 실망하여 멀리 떠난버린 친구가 있고, 하나님의 응답임을 확신하며 새로운 길을 선택했는데 인생이 꼬일데로 꼬여버린 후 하나님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울부짖는 친구가 있습니다. 모두 한때 하나님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있던 친구들입니다.

 

실망감과 함께 고통이 밀려오고, 실망스러운 일들의 연속은 마음에 상처를 남기고, 조심하지 않으면 이 상처는 원망으로 발전합니다(185).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얻은 해답 한 가지는 영원의 시각에서 큰 그림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잠시 머물다 가는 여행객일 뿐입니다.

 

"하나님이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전 3;11)을 주셨다. 당신은 마음 깊은 곳에서 이곳이 집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곳이 집인 것처럼 행동하지 말라. 고속버스의 벽에 그림을 걸겠는가? 휴게소에 침실을 마련하겠는가? 비행기 안에서 짐을 풀겠는가? 이 세상을 집처럼 대하겠는가? 그럴 수는 없다. 타지에서 집을 그리워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타지에서 집처럼 편안하게 지내는 것이 문제다"(224).

 

우리가 진정한 자유함을 얻는 길은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오로지 예수 그리스도께만 메이는 것입니다. 내가 목자 없이는 살 수 없는 양 같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고, 기꺼이 우리의 목자가 되어주시는 그분 앞에 무릎 꿇을 때, 우리는 일체의 것으로부터 자유할 수 있습니다. 이 한마디를 꼭 기억합시다. "가벼운 차림으로 여행한다는 것은 지지 말아야 할 짐들을 하나님께 맡긴다는 뜻이다"(18).

 

(이미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지만) 생각나는 예화가 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 한 할머니가 유람선 티켓을 샀습니다. 그 한 장의 티켓 안에는 유람선 내의 모든 시설과 식당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값이 함께 지불되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모른 할머니는 여행가방을 등에 짊어진 채 여행 내내 계속 굶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의 목자되신 하나님은 이미 모든 값을 지불하시고 우리에게 자유를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우리 짐을 지시는 주"(시 68:19)이십니다. 이제 그분 앞에 짐을 내려놓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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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유럽 - 전2권 -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브랜든 심스 지음, 곽영완 옮김 / 애플미디어(곽영완)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

  


"그 핵심 지역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럽의 심장부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면서,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근세 초기에는 황제의 나라라는 정치적인 정통성도 지니고 있었다"(2권, 442).

 

 

 

EU, 그러니까 유럽 국가들의 연합기구가 출범한다고 했을 때, 떠들썩했던 사회 분위기를 기억합니다. 언어도 다르고 경제 수준도 다른 나라들이 정치 공동체를 이루어 하나의 국가로 기능하는 일이 가능할까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또 유럽 연합은 일부 교인들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성경의 예언에 따라 유럽 연합이 종말론적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사이가 좋았던 것도 아니고, 국경을 이웃하고 살며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때로는 적국으로, 때로는 아군으로 짝을 바꿔가며 생존 투쟁을 벌여왔던 나라들이 하나로 국가로 연합하겠다는 발상은 어떻게 해냈을까요? "1453년부터 현재까지 패권투쟁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유럽 Ⅰ, Ⅱ>의 저자이며 역사학자인 브랜든 심스는 그 뿌리에 신성로마제국이 있다고 말합니다. 로마제국 없이는 유럽사를 해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453년은 중세가 끝나고 근세가 시작되는 기준점으로 삼는 해입니다. 유럽은 철절히 분열되어 있었고 중세 내내 끊임없이 다툼을 벌여왔는데, "이 책은 15세기 오스만의 침략을 막기 위해 기독교권이 총집결한 내용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풀"어옵니다. 중세 유럽의 정치 체제에서는 통치권이라는 개념이 없었고, 내부의 폭압 통치에 맞서 외부의 개입을 요청하는 정도였는데, 중세 중반부터 국가 건설이 가시화되면서 제후들마다 영토확장을 위해, 또는 살아남기 위해 군사력을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유럽 각국은 아무리 허약하고 힘없는 나라조차도 시시각각 변하는 정세 속에서 어제의 적을 오늘의 동지로 만드는 전략이자, 국가를 통합하고 지키고 유지하는 최선의 방안으로 외교 정책을 적절히 활용"하며 살아 남기 위한 투쟁을 계속해왔고, 동시에 외부의 위협이 있을 때는 단결하는 힘을 바탕으로 세계패권 다툼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유럽 Ⅰ, Ⅱ>은 그 과정에서 1453년을 기점으로 지난 560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유럽의 정치 체제는 어떻게 형성됐고, 경제는 어떻게 발전했고, 사회는 어떻게 변화했고, 문화는 어떻게 다듬어졌고, 국방 정책은 어떻게 수립돼 오늘과 같은 형태를 이루게 됐을까?"(1권, 9)를 탐구합니다. 수많은 전쟁과 외교와 동맹 관계 속에서 정착하고 발전한 대내외 정책과 제도를 해부합니다.

 

역사는 본질적으로 패권다툼의 역사입니다. 왕 싸움, 다시 말해 "누가 왕이냐?"를 가름하는 것이 역사의 기준입니다. 그럼에도 굳이 이 책에 "패권투쟁의 역사"라는 부제가 붙은 것은 근세 이후 "유럽 각국이 수세기 동안 변하지 않고 추구해온 영토 수호에 관한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영토 수호는 로마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제국 건설의 꿈과 맞닿아 있는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그 패권다툼의 중심부에 "독일 영토"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역자는 이 책의 논지를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해냅니다. "그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지역은 고대 서로마 제국의 핵심 지역이자 로마제국의 명칭을 이어받은 신성로마제국, 즉 유럽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 영토다. 그 영토를 차지하고 그 곳을 다스리는 황제의 권위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통해 오늘날의 유럽이 형성됐으며, 그 투쟁의 결과로 유럽이 세계의 주역이 됐다는 것이다"(1권, 9).

 

"신성로마제국은 유럽을 지배하고 싶어 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그 합법성을 제공하는 원천"이었기에, 많은 나라들은 신성로마 제국의 영토를 놓고 전략적으로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바로 그 격전지가 독일 땅이라는 것이고, 그 땅은 "힘의 원천지"이면서, 동시에 "위협이 끊이지 않는 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 핵심 지역은 언제나 독일이었다. 독일은 유럽의 심장부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면서, 경제적, 군사적 잠재력이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근세 초기에는 황제의 나라라는 정치적인 정통성도 지니고 있었다"(2권, 442).

 

독일은 유럽이 독일을 지배하려는 투쟁으로 많은 굴곡을 겪어왔는데, "독일에서 승리해야 아메리카를 차지할 수 있다"는 월리엄 피트의 말이 많은 것을 함축적으로 말해줍니다. 이 책은 "17세기와 18세기에 걸쳐 잉글랜드 해군이 신대륙에서 생산되는 은이 적국으로 흘러들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신성로마제국 내에서 세력균형을 유지하려고 한 것, 19세기 후반 프랑스가 독일에 맞서 팽창 정책을 실시한 것,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스라엘 탠생의 기반이 된 벨푸어 선언을 통해 전 세계의 유대인들이 카어저에 맞서 투쟁하게 한 것 모두가 독일과 관련이 있"(1권, 26)다는 것을 밝힙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유럽에서 발생한 이념 투쟁의 각축장이기도 했는데, 저자는 종교 개혁과 마르크스주의, 나치즘 등이 모두 독일에서 탄생하고 구체화됐다는 사실도 새롭게 환기시킵니다.

 

근세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역사를 탐구해온 저자는 마지막으로 불확실성의 시기로 접어든 유럽이, 더 강력한 연합을 형성하게 될 것인가? 아니면 산산이 흩어지게 될 것인가?를 묻습니다. 그리고 이모든 것은 독일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합니다. "유럽이 앞으로 좀 더 통합될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국가 연합 형태로 남게 될지 여부는 독일의 결정에 달려 있다(443).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보유한 독일이 통합의 열쇠를 쥐고 있다면,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영국 정도가 독일에 비길 만한 힘을 가지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입니다.

 

역사는 "중부유럽을 장악했던 국가가 유럽을 지배했고, 유럽을 지배했던 국가가 궁극적으로 세계를 지배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왜 어느 한 국가가 유럽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을 수립했는지가 이해됩니다. 유럽 세력의 균형, 독일의 미래는 세계사에서 중요한 의미는 지닙니다. 저자는 "세계사는 유럽의 역사다 .... 유럽사를 지역사로만 보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는 윌리엄 에워트 글래드스턴 영국 수상의 말을 인용해, 이 책이 단순히 유럽사가 아님을 역설합니다. 신성로마제국과 맞닿아 있는 유럽사를 알면 오늘날의 국제 정세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혜안과 안목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약속이기도 합니다.

 

유럽의 역사를 알아야 세계사의 흐름을 알고, 세계사의 흐름을 알아야 미래를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이 책의 일독을 추천합니다. 책의 두께가 주는 부담감에 비해 잘 읽히고 번역도 깔끔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가끔 보면 인생사를 꿰뚫는 도인 같은 분들이 있습니다. 경제의 흐름이나 정세의 변화를 귀신 같이 예측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우리 삶에 작용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법칙 또는 어떤 흐름, 또는 복잡한 역학관계를 읽어내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는 자연 법칙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세계와 나를 관통하는 삶의 법칙, 그러니까 인생사를 통합적으로 꿰뚫는 어떤 혜안을 기르기 위해서는 반드시 '성경'과 '역사'를 공부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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