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캠핑 여행 - 아이와 함께 떠나는 새로운 제주 여행법
이지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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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떠나는 새로운 제주 여행법"


캠핑하면 떠오르는 즐거운 추억 있으신가요? 전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추억이 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커다란 텐트와 코펠 세트를 가져 오시더니 "산에 가자" 한마디 하셨습니다. 바다보다 산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따라 어릴 때부터 산에 자주 다니기는 했지만, 산에서 야영을 하는 건 처음이었습니다. 짐을 어떻게 꾸렸는지도 모르겠고 온가족이 무작정 아버지를 따라 나섰습니다. 우리가 찾은 산은 집에서 가까운 관악산이었고, 며칠 쉬었다 올꺼라는 아버지 말씀에 진돗개도 데리고 산으로 갔습니다. 지금처럼 좋은 장비였던 것은 아니지만, 계곡 옆에 텐트 하나 쳐놓고 물놀이도 하고, 책도 읽고, 수박도 먹으며 그렇게 한가롭게 보내는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또 계곡에 수영하러 온 또래들과 친구가 되기도 했는데, 수영복을 갈아입으라고 우리 텐트를 내주기도 했고, 함께 진돗개가 귀엽다며 한참을 머물렀다 가시는 등산객도 있었습니다. 처음엔 2박 3일이나 3박 4일 정도 생각하고 간 것 같은데, 우린 일주일을 꼬박 산에서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산으로 출퇴근을 하시고, 오시는 길에 필요한 먹거리를 사다 나르면서요. 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일주일만에 집에 오니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느낌이 들었고, 어린 마음에도 다시 시작된 일상이 오히려 어색해서 어리둥절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날의 엄마만큼 어린 딸이 나이를 먹었고 엄마는 올해로 칠순을 맞으셨는데, 딸이 여행을 가지고 하면 피곤하고 귀찮으셔도 언제나 앞장 서서 집을 나서십니다. 나중에 딸이 엄마를 추억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으시답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엄마, 아빠에게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힘들고 어려웠던 때도 있었지만, 특별하진 않아도 떠올릴 수 있는 좋은 기억을 많이 남겨주셨기 때문입니다. 이것보다 더 위대한 유산은 없겠지요? ^^

"아이와 함께 떠나는 새로운 여행법"이란 부제가 달린 <제주 캠핑 여행>은 자녀와 함께 색다른 경험과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여행법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제주도를 처음 가본 것이 불과 몇 년 전인데, 그 사이에 몇 번을 더 다녀왔습니다. 한 본 영화 두 번 보지 않고, 한 번 읽은 책 두 번 읽는 일이 별로 없는 성격인데, 제주도는 바쁜 와중에도 몇 번을 다시 갔는지 모릅니다. 가면 갈수록 더 가고 싶어지는 곳, 제주도! 그렇게 제주도를 자주 찾는 분들이라면 이번엔 <제주 캠핑 여행>은 어떨까요? 사실 처음에 제주도를 찾으면 유명 관광지만 돌아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그래서 제주 캠핑 여행은 제주도에 어느 정도 익숙한(?) 여행자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주도는 캠핑 여행의 천국이다"


<제주 캠핑 여행>은 캠핑을 처음 떠나는 초보자들도 도전해볼 수 있도록 캠핑에 필요한 정보를 친절하게 담아낸 가이드북입니다. 계획부터 준비까지, 캠핑 시작부터 마침까지 필요한 정보가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여행하기 좋은 시기부터 여행 테마, 캠핑장 선택 팁, 안전과 편리함을 고려한 여행 코스, 예산과 예약까지, 짐을 꾸려서 제주도에 도착하기까지 알아야 할 것, 챙겨야 할 것을 꼼꼼하게 일러줍니다.



 

 

 

<제주도 캠핑 여행>은 지역별로 다양한 캠핑장을 소개합니다. 이용시간이나 요금, 테마, 시설, 주변 시설까지 캠핑장의 특색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원하는 조건의 캠핑장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또 주변 관광지와 동선을 고려한 추천 코스까지 수록되어 있어 선택에 따라 한 곳에서 며칠을 야영할 수도 있고, 캠핑장을 옮겨 다니는 여행도 계획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제주 캠핑 여행에 도전한다면 저는 제일 먼저 "교래자연휴양림 야영장"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제주도에 살다 오신 분에게 이곳은 야영을 하며 그 속에서 지내야 그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소개합니다. "진작부터 캠퍼들이 개장 시기를 기다리며 눈독을 들이던 곳으로, 제주 생태계의 허파라 불리는 곶자왈의 정기를 느끼며 청정 캠핑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다"(139).



                                                

 

 

 

이 책만의 특징 중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캠핑 놀이를 소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의 경험이 묻어나는 놀이인데 부지런한 엄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제주에서 캠핑을 여행을 하며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이 아이들의 마음을 가득 채웠을 행복감이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이런 경험과 추억이 평생의 자산이 되리라 믿습니다. 조금 색다른 제주도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캠핑 여행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캠핑 여행에 관한 정보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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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즐거움 - 인생을 해석하고 지성을 자극하는 수학 여행
스티븐 스트로가츠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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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이란 무엇이며, 수학을 이해하는 것이 왜 그토록 즐거운 일인지 깨닫게 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16).


청바지를 사러 갔다고 가정해보자. 정가는 50달러이지만, 마침 20% 할인 판매한다고 한다. 그런데 판매세 8%는 별도로 내야 한다. 이때, 판매세를 먼저 계산해 총 금액에 합산한 뒤, 그 금액에서 20%를 할인받는 것과, 먼저 20%를 할인하고 나서 나머지 금액으로 판매세를 계산하는 것, 어느 쪽이 내게 더 유리한 거래일까?
답을 금방 아시겠습니까? 비슷한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는데, 저는 일단 이런 문제와 맞닥뜨리면 골치부터 아픈 사람입니다. 저자에 의하면 이것은 단순한 교환법칙으로 덧셈 방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곱셈 방식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합니다. "8%의 세금을 적용한 뒤에 20%를 할인하는 것은 정가에 1.08을 곱한 뒤에 다시 0.08을 곱하는 것과 같다. 세금 적용과 할인의 순서를 바꾸면 곱하는 순서만 달라질 뿐, 답은 "최종 금액은 똑같다"는 것입니다(46-47). 그리고 이러한 교환법칙은 금융 문제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유용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습니다.

수학이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걸 애석하게도 더 이상 수학을 공부하지 않게 되었을 때 깨달았습니다. 다시 공부를 할 수 있다면 수학을 정말 열심히 배워보고 싶습니다. 수학이 거의 모든 학문의 기초를 떠받치고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수학은 논리적 사고의 기초가 됨은 물론, 스티븐 호킹도 수학을 열심히 공부하지 않을 것을 후회할 만큼 물리학에서도 수학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사회학을 공부할 때도 통계 때문에 애를 먹은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이 책에서도 설명하지만) 피아노의 음계도 수학으로 설명되는 것을 보았을 때, 창조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논문을 보았을 때, 이 책의 저자가 좋아한다는 분수 1/7( = 0.142857142857 …)와 같이 여섯 자리로 된 142857이라는 순환마디가 계속 반복되는 독특한 숫자의 성질을 알게 되었을 때, 수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경이로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X의 즐거움>은 이 시대 최고의 수학자가 산수에서부터 대수학까지 수학의 주요 개념을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그런데 "알기 쉽게"라는 것은 일반적인 독자들의 반응이고, 수학과는 아주 오래전부터 담 쌓고 살았던 저에게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는 것이 함정(?)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통해 (어렴풋이나마) 사물을 수학적 사고로 이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수학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이 없더라도 지적 자극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큰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는 음수의 규칙으로 네트워크 모형을 만들어 각국의 동맹관계가 제1차 세계 대전으로 치달은 상황을 분석하고, 항등식을 이용해 보유한 주식이 손실과 이익을 연속적으로 일으킨다면 그 비율에 상관 없이 왜 원금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지 설명하고, 미적분으로 밀당을 하는 줄리엣과 로미오의 감정변화 주기를 예측하고, 선형대수학에서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구글이 원하는 페이지를 쉽게 찾아주는 원리를 설명하기도 합니다.

"(…) 수는 나름의 생명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수를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다. 수는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지만, 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하고 나면, 우리는 수의 행동에 간섭할 수가 없다. 수는 나름의 법칙을 따르고, 나름의 속성과 개성과 서로 결합하는 방식이 있으며, 우리는 그저 지켜보고 이해하려고 노력만 할 수 있을 뿐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24).

제가 존경하는 한 은사님은 모든 학문은 세상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수학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신비요, 경이로운 세계이지만, 세상을 설명하는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입시 때 다른 아이들은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찾아가는데, 순수 학문을 하고 싶다며 수학과를 선택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도 친구를 응원하기는 했지만, 이제야 친구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듯합니다. 지적 자극을 즐기시는 분들에게, 신비롭고 재밌는 수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별이 다섯 개가 아닌 건 제가 너무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모두 제 탓이에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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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 인간의 네 번째 본능, 호기심의 모든 것
이언 레슬리 지음, 김승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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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네 번째 본능 : 호기심"

어떤 분이 말하기를, 남자들이 어린 여자를 좋아하는 건 감탄을 잘 하기 때문이랍니다. 어디를 데려가도, 뭘 사줘도 "와우~"라는 탄성으로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이를 좀 먹은(?) 여자들에게서는 그런 풋풋한 감탄이 나오지 않는답니다. 어릴 때는 무얼해도 새롭기만 한데, 경험이 많아지면 웬만해선 감탄할 일이 없어지니 자기도 모르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게 되나 봅니다. 저는 이 차이가 호기심의 문제라고 생각했고,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큐리어스>는 호기심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DNA는 원숭이의 DNA와 거의 비슷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원숭이 사이에는 극복할 수 없는 절대적인 차이점이 하나 존재한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바로 "왜?"라는 질문입니다. 인간이 가진 세 가지 본능, 즉 식욕, 성욕, 주거욕은 원숭이에게서도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 세 가지 본능 외에 인간만이 가진 네 번째 본능이 있다고 말합니다. "순수한 호기심"(16)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호기심을 느낀다"(77).

 

역사적으로 호기심은 위험한 것으로 간주되기도 했고, 또 장려되기도 했습니다. 호기심은 일탈적입니다. "사회가 인정한 기존의 길을 경멸하고 계획에 없는 충동적인 길을 좋아"(17)합니다. "그래서 질서를 무엇보다 중요시하는 사회는 호기심을 억누르려"(18)합니다. 가톨릭교회가 유럽을 장악했던 시대에는 '신'으로부터 정신을 흩트리는 죄악(113)으로 간주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진보와 혁신의 시대에는 인간의 "호기심"이야말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증폭제이며, 혁신의 원동력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호기심의 종류를 구분합니다. 흔히 말하여지는 것은 '다양성 호기심'입니다. 다양성 호기심은 한마디로 몸이 근질거리는 것으로, 충동적이며 이리 저리 관심이 옮겨다니는 것입니다. 중세 시대에 죄악으로 간주되어 억눌러야 할 무엇으로 취급되었던 것이 정확하게 말하면 이 다양성 호기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호기심은 무의미하고 정신을 흩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혁신의 기폭제로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호기심은 '지적 호기심'입니다. 지적 호기심은 "더 깊이 있고, 더 많은 노력을 요하고, 더 방향성을 지운 종류"의 호기심입니다(25). 한마디로, 호기심은 생물학적 충동이 아니라, 지적 활동입니다.

우리는 흔히 어릴 때는 호기심이 왕성한데, 어른들의 교육이 아이들의 순수한 호기심을 망가뜨린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이것이 얼마나 잘못된 오해인지 가르쳐줍니다. 지식 호기심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자 하는 열망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뇌는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반대로, "너무 많이 알아서 그것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해서도 더 알아보려는 마음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호기심을 자극하려면 어느 정도의 지식이 필요합니다. 순수 백지 상태일 때가 아니라, 해당 주제에 대해 어느 정도 기초 지식이 있는 호기심이 더 왕성하게 자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아는 것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다"는 말을 하는데, 그냥 나온 소리가 아닌 듯합니다. 

저자는 "아이가 호기심을 따라가게만 두면 놀랍고 현명하고 지적인 발견의 여정을 스스로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207)이 호기심을 억누르는 것만큼이나 악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합니다. 중산층 이상의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이 학업성취도가 더 높은 것은 바로 이 지식의 테이터베이스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은 호기심이 있는 사람들과 지식에 무관심한 사람들로 지적 양극화가 일어나고 있다"(148).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인으로는 "양육 습관, 교육 제도, 교육 방식, 사회가 호기심에 보이는 태도"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이 책에서는 "인터넷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느냐"를 매우 중요한 요인으로 다룹니다(145). 지적 호기심은 많은 "노력"을 요하는 지적 활동인데, 디
지털 기술이 '노력'과 '지적 탐험' 사이의 연결을 끊어 버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호기심을 떠받쳐 주는 것은 답이 내려지지 않은 질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클릭 몇 번이면 쉽게 답을 찾아주는 인터넷이 깊이 질문하는 습관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쉬운 답에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질문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고 있다"(108). 인터넷은 호기심에 불을 지필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지적 탐험의 취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겠습니다.


 

 

 

 

이 책은 호기심이 충만한 탐구자가 되기 위한 일곱 가지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이 책에서 배운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수수께끼와 미스터리를 구분하라"는 가르침입니다. 수수께끼는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스터리는 "지식과 정보를 모으고 가장 중요한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 나가면서 해결책에 다가"갑니다(94). 그런데 "우리는 미스터리보다 수수께끼에 더 관심이 많은 문화 속에 살고 있다"(99)고 지적하며 이렇게 경고합니다. "수수께끼로만 생각하는 사회와 조직은 아직 보지 못한 가능성들보다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에만 집중한다. 인생의 문제를 모두 수수께끼로만 생각하는 사람은 (처세술 책이 말하는 것과 달리) 단순한 답들로 분해되지 않는 문제에 접하면 당황하고 좌절하게 될 것이다"(100). 저자는 호기심을 잃지 않으려면 "수수께끼를 미스터리로 바꾸어 내라"고 요청합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는 호기심은 타고난 특질이 아니라 '상태'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태어날 때 고정된 양의 호기심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호기심은 살아가면서, 그리고 하루 동안에도, 늘었다 줄었다 하는 유동적인 특성이다"(67). 다시 말해, 호기심은 그 사람이 처한 환경이나 상황에 크게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호기심에 불을 지피는 쪽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도 있고, 호기심을 짓누르는 쪽으로 삶을 이끌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세상이 믿기지 않을 만큼 흥미로운 곳이 될 수도 있고, 지루하고 따분하기 짝이 없는 하루 하루로 끝나버릴 수도 있습니다. <큐리어스>는 잠들어 있는 호기심 본능에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가볍지 않은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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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15분 스케치연습장 : 실력기르기 編 신 15분 스케치연습장
야마다 마사오 지음, 우기홍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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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풍경 등을 그릴 때에는 원근감을 주는 표현이 필요하다"

 

아기자기한 손그림으로 노트나 다이어리를 잘 꾸미는 친구를 보면 참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건전한(!) 취미를 좀 가져볼까 고심하다 제가 택한 것이 바로 일러스트 배우기입니다.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데, 따로 시간을 내기가 어려운 형편이라 무엇을 배우고 싶어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일러스트는 배우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준비물도 필요없으며, 노트와 연필 한 자루만 있으면 어디서나 손쉽게 배울 수 있는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新 15분 스케치 연습장>은 '기초다지기'와 '실력기르기 편'이 있는데, 제가 본 책은 '실력기르기 편'입니다. 초보자를 대상으로 한 스케치 교재인데 특별히 풍경 등을 그릴 때 꼭 필요한 원근감을 집중적으로 연습하는 책입니다. '실력기르기 편'이라 이론이나 설명보다는 스케치를 직접 연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원근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초점"입니다. 초점이란, "한참 떨어진 곳에서 수평적인 요소가 한 곳에 모이는 점"(1)을 말합니다. <新 15분 스케치 연습장 : 실력기르기 편>은 초점이 한 개인 경우, 두 개, 세 개인 경우에 따라 어떻게 구도를 잡아야 하는지 가르쳐주는데, 연습할 스케치마다 그리는 순서를 표시해주어 직접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없어도 비교도 쉽게 따라 그리며 연습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교재의 목표는 여행지에서도 채색까지 포함해 약 15분 만에 원하는 스케치를 완성하는 것입니다. 총 30회의 레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30일간 집중적으로 연습을 하면 "그 자리에서 그리기 시작해서 채색까지 포함해 15분"이면 원하는 스케치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그런데 제 실력으로는 "레슨 10일째"부터 확 어려워지는 느낌이라 진도를 나간다는 생각보다 하나씩 마스터 한다는 목표로 천천히 배워보고 있는 중입니다.



 

 

요즘은 일하다가도, tv를 보다가도 틈틈히 생각나는 대로 연습을 해보는 중입니다. 즐겁게 몰두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일 때문에 늘 팽팽하게 곤두서 있는 신경도 느슨하게 풀어주고, 특별한 고민이 없으면서도 무겁게 느껴지는 마음에 안식을 주기도 합니다. 또 놀이하듯 즐기면서도 손으로 무엇인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 어찌나 뿌듯한지,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정신이 건강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몇 년 전에, 갑자기 탈모를 앓은 적이 있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스트레스가 많았나 싶어 치료받고 오는 길에 또르르 눈물이 굴러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어디에 출품할 것도 아니고, 실력을 쌓아 전문인이 될 것도 아니지만, 혼자 스케치 연습을 하고 있는 그 순간이 내게 주는 선물인 듯하여 더 열심을 내게 됩니다. 혼자하는 비밀스러운 놀이지만 참 즐겁습니다. 실력이 좀 더 쌓이면 스케치 여행이라도 혼자 다녀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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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백년법 (상,하) :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 수상
야마다 무네키 지음 / 애플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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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과 사의 경계를 잃은 자에게 영원한 삶이란 죽음과 동일한 의미지"(하, 120).


인류는 오랫동안 불로장생의 꿈을 꾸어왔습니다. 에덴동산을 잃어버린 인류의 역사는 죽음을 정복하기 위한 투쟁의 역사일지도 모릅니다. 누군가는 죽음이라는 불합리 앞에 자살이 가장 올바른 선택이라 주장하기도 했고, 누군가는 자손을 통해, 업적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역사에 새기고자 분투하기도 했습니다. 인간이 죽는 것이 늙는 것 때문이니 노화를 막으면 영원히 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논리로 과학자들은 죽음 자체가 아니라 노화를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만일 간단한 시술만으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시술을 받으시겠습니까? 선택은 오롯이 개인의 몫이라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제6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대상의 영예를 안은 <백년법>은 "인간 불로화"를 정복한 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습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영원한 젊음을 덥석 받아들인 인류에게 닥친 문제. 그것은 바로 극복했다고 생각했던 죽음의 문제였습니다.

영원한 젊음을 얻은 인류는 축배를 들지 못했습니다. HAVI(일간 불로화 바이러스 접종)를 도입한 뒤, 일본 사회에 젊은 피는 줄어들고 오래된 피만 고이는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자 국가는 새로운 고민에 빠집니다. 정책결정자들은 처음으로  HAVI 시술을 도입한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백년법이 일본에서도 실시되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습니다. "백년법"이란 "생존제한법", 즉 "HAVI를 받고 100년이 지난 시점에 '생존권을 비롯한 기본적 인권은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법률입니다. 다시 말해, HAVI 시술로 영원한 젊음을 얻었다 해도 시술 받은지 100년이 지나면 죽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안락사를 위한 전용 시설을 건설하고, 만일 이를 거부하는 '거부자'는 아이디를 몰수 당하기 때문에 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죽을 때까지 도망자 신세로 지내거나 발각되면 강제로 안락사에 처해지게 됩니다.

백년법 시행에 불안을 느끼는 국민 대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정부. 정치적 입지를 잃고 싶지 않은 책임자는 백년법을 국민 찬반투표에 부치고 결국 백년법 동결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백년법 동결 된 뒤 전국에서 자살과 살인 사건이 늘어나고, 정체 모를 광기와 불안이 사회를 뒤덮습니다. 생물학적인 영원한 젊음을 얻었지만 생명의 광채는 잃어버린 일본. 이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백년법>은 영원한 젊음을 얻게 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이 깊이 있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먼저 가족의 리셋문제. 결혼을 해서 자녀를 낳아도 자녀가 20대가 되면 겉모습으로는 누가 부모이고 누가 자녀인지 알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자녀가 독립을 하면서 가족은 자연히 분해됩니다. HAVI 시술은 순전히 본인의 선택이라고 하지만, 도시구조와 생활용품도 사람들이 HAVI를 받은 걸 전제로 하기 때문에 노인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세상이 됩니다(상, 72). 겉모습은 똑같은 20대라고 해도 공유하는 추억과 삶의 경험이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되어 갑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인구증가에 따른 일자리 부족과 사회의 노화입니다. "생존제한법이 없으면 옛날 사람들이 사회에 영원히 존재하게 됩니다. 그게 가장 큰 문제죠. 육체는 늙지 않아도 정신은 늙습니다. 마음이 늙은 사람은 더는 혁신을 이루어낼 수 없죠. 새로운 시대에 대응하지 못합니다"(상, 94).

물론 사고사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여 늙고 병들어 죽는 것이 더 나을까요, 아니면 HAVI 시술을 받고 100년 동안 젊음을 유지하다가 강제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더 나을까요? 언제 어디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현실적인 죽음과, 죽을 날짜를 세고 있다 받아들여야만 하는 죽음, 어떤 것이 더 생기 있는 삶을 사는 길일까요?

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인간에게 장수의 복을 주실 때, 형통의 복도 함께 약속해주십니다. 그 삶이 형통하지 않다면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저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백년법>을 보면, 영원한 젊음을 얻은 사람들에게서 활력이나 생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잃어버린 죽음을 좇습니다. "죽음의 상실은 삶의 상실이나 다름 없어"(상, 302). 

<백년법>은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미래사회를 살짝 엿보면서 죽음이라는 묵직한 문제를 독자에게 던져줍니다. 죽음이라는 결말이 있어 삶이 더 아름답게 빛나고, 슬픈 이별이 있어 사랑이 더 애틋해지는 역설, 그게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일본 사회와 비교되며 자주 등장하는 한국 때문에 더 친근감이 드는 소설, 현재의 모습과 다른 듯 닮은 미래, 영원한 젊음이라는 무거운 짐을 진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 매력적인 등장인물들이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재밌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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