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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 - 재수 없고 짜증 나는 12가지 진상형 인간 대응법
산드라 뤼프케스 & 모니카 비트블룸 외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4년 6월
평점 :
"재수 없고 짜증나는 12가지 진상형 인간 대응법"
사회 생활을 하다보면 "일 때문에 힘든 것이 아니라,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언젠가 지하철을 타고 퇴근하는 길에 사회 초년생으로 보이는 한 아가씨 옆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30분이 넘게 친구와 통화를 하며 직장 상사 욕을 하는데 얼마나 흥분을 했는지 앞에 앉은 승객, 건너편에 있는 승객들이 계속 따가운 눈총을 보내는데도 혼자만 모르더라고요. 여자가 말하고 싶은 요지는 이것이었습니다. "그 상사 정말 이상한 사람이지 않아? 말이 돼? 어이 없어!"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니 서로 어울려 살지 않을 수 없는데, 오늘도 우리는 재수 없고 짜증나는 사람들 때문에 기분이 엉망으로 망쳐집니다.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는 재수 없고 짜증나는 사람과 얽혔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책입니다. 일명, 심리 자기 계발서!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두 공동 저자의 "특이한" 이력입니다. 한 저자(산드라 뤼프케스)는 8권짜리 범죄 소설 시리즈로 유명한 인기 작가이면서 가수로도 활동 중이고, 또 한 저자(모니카 비트블룸)은 전문 프로파일러로 일하며 "누구보다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다는 범죄 심리학자입니다. 저자들의 색다른 이력이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범죄 소설 인기 작가가 스토리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대가 컸습니다.
이 책에서 첫 번째로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진짜 이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문제는 어떤 사람을 이상하다고 평가할 때,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똑같은 상대를 마주하고 있어도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 않아 하고, 어떤 사람은 혐오감에 치를 떨며 아주 끔찍해한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노릇일까?"(13)
저자(들)는 사례를 중심으로 모두(!)를 짜증나게 하는 "12가지 유형을 엄선"했습니다.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사람(나르시시즘에 빠진 반사회적 인생관)
뭐든지 아는 체하는 사람(자신이 돋보여야 하는 자기애성 인격 장애)
화를 잘 내는 사람(불안을 분노로 표출하는 경계선 인격 장애)
치근덕거리는 사람(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거짓 연대)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현실을 부정하며 거짓말을 반복하는 인격 장애)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자의식 부족이 낳은 공격적인 질투심)
까다로운 척 하는 사람(열등감을 감추려는 의장된 까칠함)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나만 옳고 나만 중요한 히스테리 증상)
그때그때 인격이 달라지는 사람(권력 서열에 따라 행동을 달리하는 이중인격)
거저먹으려는 사람(다른 사람의 호의를 이용하는 인격 장애)
불행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사람(부정적인 사고를 퍼뜨리는 습관적 회의론)
긍정을 강요하는 사람(뭐든지 별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는 긍정 과잉)
이 책은 12가지 유형의 행동 특징과 심리를 설명하는데, 두 가지 의외의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첫째는, "이상한 사람의 첫인상은 의외로 성공한 사람의 뉘앙스를 풍긴다"(21)는 것입니다. 남의 업적을 가로채는 사람의 첫인상은 "겸손하고 신중하고 생각이 깊고 순진해"(51) 보입니다. 뭐든지 아는 체하는 사람의 첫인상은 "자신감이 넘치고, 능력 있고, 부지런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66)처럼 보입니다. 심지어 화를 잘 내는 사람의 첫인상은 "관대하고 포용적이고 진실되고 정직해"(84) 보입니다. 그러니까 사람 보는 눈이 없으면 첫인상만 보고 그 사람을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고, 본색을 드러내며 첫인상의 반전이 일어날 때 우리는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이겠지요?
두 번째로 흥미로운 사실은 마지막 유형 "긍정을 강요하는 사람"도 우리를 짜증나게 하는 진상 유형에 속한다는 것입니다. 보통 긍정의 에너지가 넘치고 매사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왜 이상한 유형에 속할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오싹해지는 것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긍정의 강요가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긍정을 강요하요 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을 억압하고, 자신과 다른 감정을 느끼는 것을 막으려고 합니다(261). 이것은 상당히 공격적 형태의 권력 행사이며, 이런 식으로 긍정을 강요하다 보면 독재가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우리 조직에 매일 "할 수 있다, 안 된다고 하지 마라, 하면 된다"고 기계적으로 외치는 리더가 있는데, 좋은 말이지만 왜 짜증이 날까 스스로도 이유를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 뭔가 속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이상한 사람의 행동 패턴과 심리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2가지 유형에 대한 대응방안을 종합해 보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동요하지 말고, 이 사람은 이상하구나 파악한 뒤, 조용히 피하면 끝!" 이 책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비난하지도 말고, 가르치려 들지도 말고, 도덕에 호소하지도 마라. 그 사람을 바꿔보려고 노력하지도 마라"(137-138). 한마디로 가장 좋은 대처방안은 피하는 게 상책이라는 것입니다. 이상한 사람을 바꿀 수 없고 피하는 게 상책이라면 왜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하는가? 제가 찾은 해답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이상한 사람의 행동 패턴과 심리를 알면 더 이상 그 사람 때문에 감정을 조정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사람의 심리(정체)를 꿰뚫어보게 되면 감정적으로 그 사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고, 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알고 보면 무서운 책입니다. 제목을 잘 보십시오. 책의 제목이 <내 옆에는 왜 이상한 사람이 많을까?>입니다. 이 책의 진짜 목적은 유독 "내 옆에" 이상한 사람이 많은 이유를 묻고자 함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깁니다. 저자(들)는 깊이 있게 이 문제를 다루지는 않지만 책의 곳곳에 범죄 소설의 어떤 단서처럼 힌트를 흘려놓고 있습니다. 첫째 단서는 서론에서 "우리가 여기서 이상한 사람에 대해 얘기하고, 다양한 유형을 나열하고 그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짜증스런 그 대상뿐 아니라 당신 자신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16)는 문장 속에 있습니다. 또, 문제의 핵심은 우리 자신이 타인을 대하는 방식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왜 특정한 행동 때문에 이성을 잃게 되는 걸까?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화나게 하는 걸까? 우리가 이렇게 흥분하는 것은 이상한 사람 안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은 아닐까?"(17) 그리고 결정적으로 "많은 종류의 이상한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줄 아는 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의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보니 실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하지 못한다"(36)고 말합니다. 그리고 부록에 스스로 이상한 사람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는 "자가 진단" 체크 리스트를 싣고 있습니다. 마치 저자의 숨겨진 손가락이 "당신이 바로 이상한 사람(범인)"이라고 지목하는 듯한 오싹한 느낌도 듭니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이 책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다음의 문장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당신이 어떤 이상한 사람 때문에 괴롭다면 일단 자기 자신부터 되돌아보고, 왜 그 사람 때문에 그렇게 짜증이 나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39).
심리학을 배우고 나면 그것을 일반화해서 다른 사람의 행동과 심리를 마구 넘겨짚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먼저는 자신에게 대입해보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것이 나와 너를 이해하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저 사람은 역시 이상한 사람이었어" 이렇게 꼬리표를 달기 보다, 어쩌면 내가 이상한 사람일수도 있다는 자기 반성, 바로 그것이 행복한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열쇠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은 쉽게 잘 읽히는 책입니다. 기대했던 것만큼 흥미진진하고 색다른 스토리는 아니었지만, 재미있고 유익했습니다. 나를 괴롭히는 이상한 사람 때문에 오늘도 상한 감정으로 하루를 망치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