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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 현대인의 뒤틀린 결혼의 실타래를 풀다
팀 켈러 & 캐시 켈러 지음, 최종훈 옮김 / 두란노 / 2014년 5월
평점 :
성경은 결혼으로 시작해서 결혼으로 끝나는 책이다.
한 때 교회 청년들 사이에서는 유행(?)했던 기도가 있습니다. 그것은 원하는 배우자감의 조건을 10가지 정도 적어서 기도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기도했더니 정말 내가 딱 원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게 해주셨다는 간증이 넘쳐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신앙을 가진 청년들에게 결혼은 더 어려운 과제로 다가올지 모릅니다. 세속적인 조건들 위에 신앙과 비전이 맞아야 한다는 조건이 하나 더 붙고, 점점 결혼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와 성경의 가르침 사이에서 더 심각한 갈등을 느끼기 쉽기 때문입니다.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는 잘못된 결혼관이나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젊은 세대들에게 성경적 결혼관을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요즘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싱글로 외롭게 사느냐, 결혼해서 지겹게 사느냐?" 하는 두 가지 선택지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고 있음을 꼬집습니다(24). 이런 태도는 서구 사회나 우리 사회나 별반 다르지 않는데, 이런 사고 방식은 결혼에 대한 모순된 감정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상적인 결혼을 꿈꾸면서도 갈수록 높아지는 이혼율이나 결혼은 자유를 억압하고 의무를 지운다는 부정적인 선입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것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결혼에 대한 "시각이 잘못되어 있으면 결혼에 대한 기대가 넘치거나 모자라게 마련인데, 어느 쪽이든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261)이라고 지적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결혼 생활을 안내하는 메뉴얼이 많지만, 무엇보다 성경적 결혼관을 확립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결혼은 하나님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창세기의 결혼(아담과 하와)으로 시작해서 계시록의 결혼(그리스도교와 교회)으로 끝"(13)납니다. 학자들은 인간 사회에 나타난 결혼 제도가 "청동기 후기에 재산권을 규정하는 방식으로 출발해서 오늘에 이른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결혼은 하나님의 아이디어인 동시에 그 맡바닥에 깔린 특정한 인류 문화의 성격을 반영하는 인간의 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혼이라는 개념과 그 뿌리는 하나님께 있으므로 주님이 결혼을 어떻게 설계하셨는지 알려 주는 성경 말씀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13). 둘째 이유는, 결혼에 관한 많은 매뉴얼들이 몇 해만 지나도 구식이 되어버리곤 하는데, 성경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다양한 문화권의 수많은 이들을 통해 검증된 가르침"(14)을 주기 때문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성경 말씀이야말로 결혼의 의미와 의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최상의 무대"(14)라고 강조합니다.
"한없이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근사한 일, 이것이 성경의 결혼관이다"(23).
<팀 컬레, 결혼을 말하다>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통찰 중 하나는, 오늘날 결혼이 우리에게 재앙이 되는 이유는 우리가 결혼에 대한 환상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결혼을 바라보는 "비현실적인 이상주의" 때문에 결혼에 대한 비관적인 사고 방식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결혼에 대한 환상, 결혼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실망도 크고 좌절도 깊다는 것입니다.
계몽주의 이후, 사람들은 결혼을 "개인적인 만족을 도모하기 위해 양쪽 당사자가 맺은 계약으로 인식"(32)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결혼"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혼관이 "결혼에 대한 기대 수준을 끌어올려 배우자에게 치명적인 부담을 안기는 폐단을 낳게 되었다"(34)고 지적합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오늘날 남성이나 여성 모두 자신을 '생긴 그대로' 살게 내버려 두는 상대방과 결혼하기를 갈망한다"(38)고 지적합니다. "역사를 통틀어 이처럼 이상적인 기준을 세우고 배우자를 찾는 이들이 사회를 가득 채웠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현대인들은 결혼 상대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배우자에게 나를 행복하게 해줄 "완벽한 소울메이트"의 역할을 기대하고, 그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결혼에 대한 이러한 환상은 "사랑하는 상대를 하나님의 지위로 격상"시켜 놓고, 거기서(결혼과 배우자에게서) 구원을 기대하는 행위입니다. 안타깝게도 완벽한 짝(소울 메이트)을 찾기만 하면 내 인생의 모든 흠결이 메워지리라는 것은 헛된 환상입니다. 현대인들이 배우자에게 거는 기대가 이렇게 높은 것은, "스스로의 가치와 목적을 깨닫지 못한 채 서로의 품안에서 존재 의미와 목표를 찾으려"(64) 하기 때문입니다. 굶주린 애정을 배우자를 통해 채워보려 하지만, 서로 굶주려 있기 때문에 아무도 원하는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은 "지나치게 로맨틱하거나 이상적인 결혼관을 가졌다면, 인생에 미치는 죄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하며, "반면 너무 비관적이고 냉소적이라면 결혼의 거룩한 기원을 놓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합니다(55).
"창조주께서 친히 만드신 제도라면, 결혼하는 이들로서는 마땅히 그 목적을 알고 거기에 맞추려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13)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결혼관은 전통적인 성 역할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남녀의 차이가 강조되다 보니 가부장적 폐단이 나타나기도 하고, 역할 변화에 따라 사회적 논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또 세속적인 결혼관은 자아실현이 결혼의 목표입니다. 이러한 결혼관은 자기중심성에 기름을 들어붓습니다. 자기중심성을 결혼이 파탄나는 근본 원인입니다. 이에 반해, 성경적 결혼관은 "성령의 역사에 기대에 자기를 부정하는 것"(84)입니다. 자기 부정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보람 있고 경이로운 일이며, 성호 희생이야 말로 성호 성취하는 길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성경의, 그리고 이 책의 가르침입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 그것은 바로 예수님처럼 사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자기 부정, 즉 상대방의 필요를 앞세우는 삶입니다. 이 때문에 팀 켈러 목사님은 결혼이 복음을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고 말씀합니다. "하나님이 그리스도 안에서 행하셨던 모습 그대로 배우자를 대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오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비밀이다. 예수님의 복음과 결혼은 서로를 해석하는 통로가 된다"(59). 복음을 알 때 결혼의 본질을 제대로 깨달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결혼을 맹목적으로 높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독신의 유익"에 대해서도 말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야말로 독신을 삶의 형식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첫 번째 종교"(263-264)였음을 역설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결혼 제도 자체에 대한 회의 때문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의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기도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가족이 미래를 보장해준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 싱글들은 가족이 아니라 주님을 소망으로 삼았"으며, 하나님이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믿었습니다(265).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는 커플과 싱글 모두에게 성경이 가르치는 결혼관을 제시합니다. 사랑의 감정과 사랑의 행동, 그리고 로맨틱한 열정과 언약적인 헌신 사이의 상관관계를 풀어내고, 싱글들에게는 결혼 문제를 지혜롭게 판단하도록 돕습니다. 이 책은 누구보다 젊은이들이 많이 공감할 책입니다. 성경의 진리는 이것이니 이 규범을 마땅히 따라야 한다는 식의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날카로운 통찰로 세태를 분석하고 젊은이들의 심리(결혼관)를 예리하게 꿰뚫기 때문입니다.
"당장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부부라 할지라도 이혼하지 않고 결혼 상태를 유지하면 적어도 3분의 2정도는 5년 안에 행복해진다"(29)는 통계가 흥미롭습니다. 이미 상처입고, 실망스러운 결혼이라 할지라도 자기 만족이 아니라 자기 부정에 토대를 두고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시작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전에는 한 번도 가지 보지 못했던 결혼에 대한 비전을 품게 되었습니다. 결혼을 꼭 해야겠다는 결심이라기 보다, "결혼"이 얼마나 놀랍고 신비로운 하나님의 아이디어였는가를 깨닫게 되니 그 가치가 새롭게 와닿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결혼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지만 "숨이 멎도록 놀라운 약속들"로 가득합니다. 결혼을 앞둔 많은 청년뿐 아니라, 이미 결혼을 한 부부들도 이 책을 읽고 결혼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하고, 자신의 결혼에 대해 놀라운 비전을 품게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