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 판 세계문학의 숲 41
크누트 함순 지음, 김석희 옮김 / 시공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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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문학사에서 보면 함순은 20세기 10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고 혁신적인 문장가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그는 의식의 흐름과 내적 독백이라는 기법으로 심리 문학을 개척했으며, 토마스 만, 프란츠 카프카, 막심 고리키, 스테판 츠바이크, 헤르만 헤세, 어니스트 헤밍웨이 같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365).

 

 

<목신 판>은 노르웨이 문학의 대표 작가라는 크누트 함순의 소설입니다. 크누트 함순은 1920년 <흙의 혜택>이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 책의 뒷표지에 보면, "함순은 나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고 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말이 인용되어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이 책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였습니다.

 

이번에 시공사에서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로 출판한 <목신 판>에는 크누트 함순의 2편의 중편 소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1894년에 발표된 <목신 판>과 1898년에 발표된 <빅토리아>가 그것입니다. <목신 판>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토마스 글란 중위의 수기"라는 제목이 붙은 1부는 글란 중위가 2년 전 노르웨이의 노를란 지방에서 보낸 여름의 이야기를 회상하는 글이며, "글란의 죽음"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2부는 (제목이 스포인테) 한 정체모를 사람이 밝히는 글란 중위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목신 판>과 뼈대가 비슷해 보이는 <빅토리아>는 현실적 장벽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남녀의 슬픈 사랑을 그린 "순수한 멜로드라마"(361)입니다.

 

문학사적 위치와 가치를 떠나 그저 내용만 음미해 보면, <목신 판>과 <빅토리아>는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말이 연상됩니다. 특히 <목신 판>은 다소 변덕스러워 보이는 여자의 행동과 사랑 고백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남자의 심리가 잘 그려져 있습니다. 주인공 글란 중위는 "목신 판", 그러니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목축의 신이고 목동의 수호신"인 '판"과 같은 남자입니다. 스스로 "숲과 고독에 속해" 있다고 고백하는 글란 중위는 외딴 오두막에 이솝(개)과 함께 머물고 있습니다. 가끔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사냥과 낚시를 하며 자연의 숨결과 함께 호흡하며 사는 데 익숙한 사람입니다. 이 책은 그가 자연과 함께 교감하며 느끼는 충만한 행복이 아름다운 언어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이런 글란 중위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는 서투르기만 합니다. 사람들 앞에서 컵과 술잔을 깨뜨리기도 하고, 사랑하는 여자의 구두를 바다에 던져 버리기도 하고, 그 여자와 다정한 남자의 귀에다 침을 뱉는 이상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목신 판>은 변덕스러운 여인의 사랑 때문에 혼란스러운 남자의 심리가 잘 묘사되어 있기도 합니다.

 

"밤에 나는 모든 게 다 끝났다고 생각했고, 결심을 굳혔다. 이 변덕스러운 사람 때문에, 머리가 텅 빈 이 계집애 때문에 왜 내가 눈먼 장님이 되어야 하는가? 그녀의 이름은 이미 오랫동안 내 가슴에 꽂혀 내 가슴을 다 빨아 없애지 않았던가? 이제 충분하다!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냉담하게 굴고 그녀를 조롱하는 방법으로 오히려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아아, 나는 얼마나 매력적으로 그녀를 조롱했던가"(124).

 

<빅토리아>도 분위기가 다르지 않습니다.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는,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슬퍼하는 두 남녀의 애절함과 고뇌가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가장 강렬한 인상은 문장이 아름답다는 것, 그리고 남자가 사랑할 때 휘말리게 되는 격정을 읽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사랑은 매혹적이지만, 또 얼마나 잔인한지요. 행복감으로 그 영혼을 가득 채웠다가도, 연인의 사소한 몸짓 하나가 한순간 지옥불에 휩싸이게 만들어버립니다. <목신 판>과 <빅토리아>는 각각 1894년과 1898년에 발표된 책입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우리 증조할아버지, 고조할아버지 시절의 사랑 이야기인 셈입니다. 그러나 역시 사랑의 감정은 시대를 초월하고, 문화를 초월하여 동일한 것인가 봅니다. <목신 판>과 <빅토리아>의 사랑 이야기는 한결같이 불행한 결말을 맞이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의 환멸에 빠져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사랑에 태워지는 젊음을, 그 생기를, 그 혼란을, 그 야비함을, 그 정열을 아름답게 노래합니다.

 

이 책의 뒷편에 실린 "해설"을 읽지 않았다면 문학으로서 <목신 판>과 <빅토리아>의 가치와 의미를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해설"을 먼저 읽고 작품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한 방법일 듯합니다. 문학사적 의미로도, 문학적 아름다움으로도, 순수한 로맨스 소설로도 읽어야 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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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 - 글로벌 사회를 이해하는 키워드, 신
하시즈메 다이사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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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맨이라면 먼저 종교를 공부하십시오"(5).

 

 

종교사회학은 종교 현상을 사회학적 시각에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 독보적이면서 대표적인 연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종교사회학은 사회학은 물론 종교학에까지 능통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종교를 갖고 있지 않거나 별다른 종교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간과하기 쉽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종교적 갈등'이 사회적으로 두드러지지 않은 분위기에서는 그 영향력을 더 깊이 실감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가 우리 삶에 끼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강하다 할 수 있습니다.

 

전에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내 옆집이나 옆 짝꿍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고 어떤 신을 믿던지 상관하지 않으면서, 내 가족은 꼭 같은 종교를 가져야 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합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족의 종교가 일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을까요? 이 때문에 결혼이 깨지기도 하고, 종교적인 갈등이 가족의 불화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어릴 적, 우리 할머니도 한 집안에서 두 신을 섬기면 안 된다는 이유로 손자 손녀의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종교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큰 그림으로 보여주는 책입니다. 종교사회학자인 저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즈니스맨에게 이렇게 권유한다고 합니다. "비즈니스맨이라면 먼저 종교를 공부하십시오"(5). 비즈니스맨이 특별히 종교를 공부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현재 글로벌 사회의 핵심적인 생존 열쇠는 다른 신앙을 지니고 있거나 다른 문명권에 속한 사람들이 어떠한 국제적인 관계(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구상에 달려 있습니다. 바람직한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종교들의 '상호관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6).

 

이 책은 "머리말"만 읽어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책입니다. 종교는 경제, 정치, 법률, 과학기술, 문화예술, 사회생활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삶의 바탕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근간이기도 합니다. "종교에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응축되어 있습니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질문입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어느 문명도 종교를 핵심으로 하여 그 사회를 만들어나갔습니다. 그 방식은 여러 가지로 차이가 있지만 인류의 지적 유산이란 결국 종교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종교적인 교양'은 그렇기 때문에 복수의 문명권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현대세계를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있어서 불가결한 조건입니다"(7).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인간이라면 모두 종교를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기독교, 이슬람교, 힌두교, 유교, 불교을 근간으로 만들어진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 인도 문명, 중국과 일본의 문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줍니다.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되어 있고, 그 특징들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배운 것 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2강 종교개혁과 미국의 행동원리"에서 설명된 "예언자 역할로서의 저널리즘"에 관한 것입니다. 왜 저널리즘이 본질적으로 권력의 반대편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 그러한 비판이 가능하도록 사상적 배경이 무엇인지를 배운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고 왕이나 정치가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고 방식 때문에 왕이나 정치가를 비판하는 것이 가능했다는 것입니다(86).

 

이외에도 이슬람이 "연대"를 중요시 하는 이유, 힌두교를 믿는 인도에서 문명의 다양화가 나타나는 이유, 유교를 정치 이론이나 학문으로 보지 않고 종교로 보는 이유, 중국이나 일본에서 변형된 불교,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는 어떻게 만들어졌고 일본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쉽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힌두교'의 힘이 새롭게 와닿았습니다. 모든 종교가 힌두교로 수렴할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 국제 사회 통합에 힌두교가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뉴에이지 운동에 힌두교의 영향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찾아지기도 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종교사회학을 이해하는) '입구'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여러 종교를 다루다 보니 디테일한 부분에서 약간 이해가 부족한 설명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 신앙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대교의 바리새인들이 예수를 당시 가장 참혹한 형벌인 십자가형에 처했습니다"(20), "구원이란 하나님께서 인간을 용서해준다는, 하나님께 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의미입니다"(38), "최후의 심판 때까지 하나님은 지상에 간섭하지 않기 때문에 지상의 일은 인간들끼리 해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51)와 같은 설명은 성경(기독교)에 대한 정확한(!) 설명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세계는 종교로 움직인다>는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서구 문명과 이슬람 문명, 인도와 중국, 일본인들의 문화와 삶에 대해 보다 폭넓은 이해를 할 수 있는 중요한 관점 하나를 배울 수 있습니다. 인류의 마지막 전쟁은 종교 전쟁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있습니다. 갈등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은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여러 모로 여러 목적을 가지고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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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 - 위대한 디자인 기업 애플을 만든 또 한 명의 천재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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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다르게 가는 것은 쉽지만 더 낫게 만드는 건 아주 어렵다는 사실입니다"(176).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보내고 싶습니까?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붙잡고 싶습니까?" 스티브 잡스가 펩시에서 일하고 있던 스컬리를 애플로 데려오기 위해 했다는 유명한 말입니다(82). 우리가 애플 사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오만하기까지 한 그들의 자부심에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기 위한 목적보다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정으로 앞서 나가는 기업 정신, 그러한 자부심으로 세상에 내놓는 그들의 제품은 물건 이상의 가치와 감동이 있기 때문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워낙 애플의 모든 스포트 라이트를 독점했던 덕분에, 그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애플의 혁신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습니다. 애플은 곧 스티브 잡스로 통했고, 스티브 잡스 외에는 그만큼 우리에게 알려진 인물도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할 겁니다. 그러나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의 혁신이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의 힘으로 가능했던 신화가 아니었음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조너선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의 영혼의 파트너"라는 애플의 디자인 총괄 수석 부서장입니다. "디자인이 애플을 위대하게 하는 과업의 중심"임을 거듭 강조했던 스티브 잡스를 생각하면, 그에게 조너선 아이브라는 디자이너의 존재가 어떤 의미였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조너선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의 그림자와 같았던 한 천재 디자이너를 세상에 들어내놓았습니다. 이 책에는 "난독증이 있는 영국의 한 아트 스쿨 졸업생이 어떻게 해서 세계를 주도하는 기술 혁신가가 될 수 있었는지"(10), 그 과정을 취재한 책입니다.

 

<조너선 아이브>를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와 대비되는 그의 성격에 관한 증언입니다. 독선적이고 독재적인 성격 탓에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덕분에 스티브 잡스는 더 유명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스티브 잡스의 영혼의 파트너라는 조너선 아이브는 그와 너무도 대조적인 성격의 인물입니다. 모두가 증언하기를 조너선 아이브는 항상 조용하고 차분하게 일을 완수하며, 목청을 높이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굳은 표정을 내비친 적도 없다고 합니다. 대단히 조용하고 침착한 성품에 유머 감각까지 뛰어나며, 동료들로부터 열정적이고 근면한 팀 플레이어로 인정받는 인물입니다. 이는 일반적으로 천재적인 디자이너들에게는 보기 드문 성품이라는 증언이 재밌습니다. 

 

이런 조너선 아이브이지만 "자신을 따르도록 주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능력이 뛰어"(119),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그가 어떻게 그렇게 어린 나이(29세)에 세계적인 기업의 우수한 디자인 팀을 이끄는 리더가 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많은 사람이 디자이너로서 조너선 스티브의 가장 큰 장점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대목입니다. 이 부분에서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느꼈는데, "다른 디자이너들과 비교할 때 가장 놀라운 부분은 깔끔한 마무리"라는 것입니다. "참신한 발상이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 있는 디자이너는 예나 지금이나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너선처럼 완벽한 수준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찾아보기 쉽지 않습니다. (중략) 바로 그 부분이 디자이너로서 조너선의 큰 장점입니다"(47). 그와 함께 공동 작업을 했던 대학 동기 톤지의 말입니다. 

 

명품과 기성품의 차이는 마무리에 있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조너선 아비브는 명장 특유의 디테일 감각이 빼어나며, 세세한 부분까지 허술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 세심함이 평범한 물건을 훌륭한 작품으로 바꾸는 겁니다"(154). 애플에서 함께 일했던 매넉의 말입니다. 저자는 조너선 아이브의 이러한 기질의 근원을 영국식 교육에서 찾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은세공 전문가인 그의 아버지입니다. 어릴 때부터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예술적 열정을 다하는 아버지를 모습을 보고 자란 조너선 아이브는 완벽한 마무리에 대한 집념이 강했습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것에 들어간 정성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죠. 저는 어떤 제품에서 소홀함이 느껴지는 것을 정말 싫어해요"(20).

 

조너선 아이브가 말하는 애플에 대한 첫인상은 이것입니다. "무례하기 짝이 없고 거의 반골 수준인 이 기업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점점 더 끌렸습니다. 무사안일주의와 의도적 파산이 횡행하는 산업 부분에서 거리낌 없이 대안임을 자처하는 기업 정신이 몹시 좋았어요. 뭔가 중요한 가치를 대변하는 기업이 아닌가, 돈 버는 것 말고도 존재해야 할 명분이 뚜렷한 기업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50). '컨설팅'이 자신의 생리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은 조너선 아이브는 "시대를 앞서 가면서 뭔가를 창조하고 싶다면 애플에 정식 직원으로 입사하라"(91)는 브러너의 권고로 애플의 일원이 됩니다.

 

<조너선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에서 조너선 아이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다시 돌아온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와의 만남, 그리고 두 열정가가 만나 이룩한 혁신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엔지니어링이 다자인을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엔지니어링을 지휘하는 애플의 프로세스가 가진 강점과 의미를 풀어냅니다. 그들이 이룩한 혁신의 맨 앞자리에 왜 디자인 팀이 자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합니다.

 

애플이 디자인 주도적인 기업임을 고려할 때, 그 팀의 수장인 조너선 아이브의 존재는 스티브 잡스의 그것과 필적할 만하다 할 것입니다. 이 책에 보면 조너선 아이브가 "잡스가 습관적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데 대한 불만을 토로"(346)했다고도 전합니다. 스티브 잡스 뿐만 아니라 조너선 아이브도 애플이 혁신을 주도하는 엔진으로 평가받아 마땅할 듯합니다.

 

스티브 잡스에게서는 초점과 단순함의 힘을 배웠다면, 조너선 아이브에게서는 세심함의 힘을 배웠습니다. 그 세심함이 디자이너로서 단순히 외형과 이미지만이 아니라 제품의 스토리와 기능까지 완벽하게 구현하여 깔끔하게 마무리해내는 능력으로 표현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혁신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그 세심함이 결과적으로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 아닐까요. 조너선 아이브의 스토리는 스티브 잡스처럼 드라마틱 하지는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천재성을 나타낸 그는 애플이 아니었더라도 꽤 유명한 디자이너로 이름을 알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와의 만남은 조너선 아이브를 그저 천재적인 디자이너가 아니라, 세상을 바꾼 혁신가로 역사에 남게 해주었습니다. 스티브 잡스 없는 애플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 조너선 아이브 없는 스티브 잡스도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를 알아봐준 스티븐 잡스가 있었고, 스티브 잡스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 조너선 아이브가 있었기에 애플의 신화가 가능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애플에 특별한 관심이 없어도, 엄청난 열정으로 세상을 선도해가는 한 인물을 만나는 기쁨으로 읽어봐도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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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 상처를 주지 않고 도움을 주고받는 성경적인 방법
스티브 코벳 & 브라이언 피커트 지음, 오세원 옮김 / 국제제자훈련원(DMI.디엠출판유통)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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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 많은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한 일을 하면서 그들에게 또 심각한 해를 끼치기도 한다"(17).

 

 

이 책은 먼저 성경 말씀 한 구절을 상기시킵니다. "누가 이 세상 재물을 가지고 형제의 궁핍함을 보고도 도와 줄 마음을 막으면 하나님의 사랑이 어찌 그 속에 거할까 보냐"(요일 3:17). 그리고 이 책의 한 구절이 제 마음을 아프게 찔렀습니다. "행동하라! 교회 안에서조차 고통스러운 빈곤과 유례없는 부가 공존한다면 복음에 대한 모욕이다"(24). 이 책은 "이제껏 지구상에 존재하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유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북미 그리스도인들을 1차 독자로 하고 있습니다. 지구 인구의 40퍼센트에 해당하는 약 30억 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하루에 2달러가 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며, 그 가운데 10억 명 정도는 극심한 가난 속에서 지내는 이때에, (북미)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복음에 대한 모욕이며, 그런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능력에 대한 증인으로서 교회의 진정성도 위태롭다"(25)다고 경고합니다.

 

<헬프>는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도우라는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일깨우기 위한 책이 아닙니다. 이 사명을 어떻게 완수할 것인가를 심각하고 성실하게 고민한 책입니다. <헬프>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심각한 문제 하나는, 많은 교회가 가난한 이웃을 돕고자 많은 돈을 투자하며 열심을 내고 있지만, 사실은 그들을 해롭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도우려는 사람도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낙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가난한 이들을 도우려는 노력을 몇 배로 더 하되 즉시 그리하라.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보려고 노력하라(25).

 

 

선한 의도로 일을 시작했는데,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헬프>는 먼저 "가난"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가난이라고 하면 물질적 결핍을 떠올립니다. 그러나 "직접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난으로 인한 수치심과 열등감, 무기력, 두려움의 문제를 함께 안고 있습니다(70-71). 그들의 문제는 물질의 차원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해결책도 물질의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헬프>는 먼저 가난을 재정의해줍니다. "가난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벗어나게 하는 방법들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헬프>는 창조에 기초한 4가지 관점에서 가난을 정의입니다. 4가지 차원은 "하나님과의 관계", "자신과의 관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나머지 창조세계와의 관계"이며, 이것은 곧 "영적 친밀감의 빈곤", "존재의 빈곤", "공동체정신의 빈곤", "주체성의 빈곤"을 초래합니다.

 

가난의 성경적 관점에서 우리가 꼭 알아야 중요 포인트는, "가난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인식이 중요한 이유는 만일 물질적 가난만을 가난으로 보고 가난한 사람을 돕고자 한다면 우리에게 "신(神) 콤플렉스"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도움도 해가 된다"(86).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앞서 그들을 도우려고 하는 "나의 동기"는 무엇인가를 먼저 점검하게 해줍니다. 잘못된 동기로 접근을 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까지 위축시켜, 결국은 빈곤의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헬프>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때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가 이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신 콤플렉스라는 존재의 빈곤이 심화되고, 경제적으로 약자인 이들은 그들 나름대로 열등감과 수치심이라는 존재의 빈곤을 느끼기 쉽다는 것이다"(87).

 

교회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은 "재정(돈)"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돈이 없어서 그렇지 돈만 있으면 가난한 사람을 돕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헬프>는 우리의 이런 생각이 얼마나 큰 오산이며 오만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대부분 빈곤은 아주 만성적이며 구제가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개발이 필요하다"(258).

 

 

<헬프>는 이런 이유로 교회가 저지르고 있는 중대한 실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도움을 주는 3가지 단계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것은 "구제, 복구, 개발"입니다. 구제는 긴급한 상황에서 취하는 응급조치와 같은 도움입니다. 복구는 구제 단계의 사람들에게 응급조치를 취한 후, 그들의 회복의 위해 일하는 단계입니다. 개발은 계속적인 변화를 통해 "물질적으로 빈곤한 사람들은 일을 하고 그 일의 소산으로 자신과 가족들을 돌봄으로써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그들의 소명을 더 잘 감당할 수 있"도록 돕는 단계입니다(138-139).

 

<헬프>는 가난한 사람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돕는 방식도 달라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많은 교회가 "절박한 구제의 대상에만 관심"을 갖거나, "복구나 개발이 필요한 상황에 구제를 적용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무조건적인 베풂보다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대로 사람들을 회복시킨다는 최종목표를 잊지 않는 지혜와 절제를 사용하라고 명한다"(298).

 

 

<헬프>는 매서운 책입니다. 빈곤에 대한 잘못된 정의, 잘못된 동기, 잘못된 접근, 잘못된 방법이 어떻게 도움을 받는 사람과 주는 사람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뿐만 아니라,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그들을 어떻게 잘 도울 것인가를 진지하고 성실하게 열심히 고민하고 준비하도록 이끌어줍니다.

 

마음에 깊이 새긴 가장 놀라웠던 가르침 중 하나는 이것입니다. 우리는 보통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 할 때, 그들의 "필요"가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헬프>는 그들의 필요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돕고자 할 때, "필요가 무엇입니까?를 묻지 말고, 다른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보고,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그 질문이 무엇인지는 책을 읽으며 직접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야지만 그 질문이 가진 힘을 분명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교회가 열심을 가지고 가난한 지역을 찾아가 많은 돈을 들여 기계를 사주고, 수확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많은 헌신을 하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기증한 기계들을 사용하지 않아 녹술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만들어준 공중화장실은 한 번도 사용한 흔적이 없고, 봉사단체들이 마을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설립단체들이 모두 해체되는가 하면, 프로젝트들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185-186). 좋은 의도로, 선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한 일인데 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고 이처럼 슬픈 결말을 초래하게 될까요?

 

처음 <헬프>라는 책을 보았을 때는 가난한 사람을 돕는 성경적 지침 몇 가지를 배울 수 있겠구나 정도의 기대감을 가졌었습니다. 그러나 <헬프>를 읽으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헬프>는 가나한 사람을 돕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나게 해줍니다. 얼마나 많은 준비가 필요하며, 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며, 또 얼마나 신중하고 집중력 있는 행동이 필요한가를 알게 해줍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은 일시적인 나눔이 아니라, 장기간에 걸친 어려운 과정을 한 발 한 발 디뎌가는 일입니다. 어쩌면 그 방법을 배우다 지쳐서 그냥 그만 둬 버리고 싶은 심정에 처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지혜롭게 해야 할 일임에는 분명합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읽어야 할 책이지만, 특히 선교사님들과 단기선교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 교회는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으로 가난한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람들을 성장하게 하고 개발을 돕기 원하는 교회들에게도 중요한 지침이 되어줄 책입니다. 교회가 이렇게 성실하게 이웃을 돕고자 한다면 교회를 환영하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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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내가 찾던 여행지 100 - 이번에는 여기로 국내여행 가자!
유정열 지음 / 상상출판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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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은 기계처럼 돌아갔고 마음은 무너져갔다"(프롤로그 中에서)

 

 

쉬는 날마다 시체 놀이를 하며, 휴가를 얻으면 무조건 미친 듯이 자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처음엔 푹 자게 놓아두시던 엄마도 나중엔 자꾸만 흔들어 깨우며 "괜찮냐?"고 물으셨습니다. 그런데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그때 내 몸과 마음은 만성피로에 찌들어 있었고, 그렇게 찌든 피로는 잠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말입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결심으로, 이상하게 자고 나면 더 피로해지는 몸을 이끌고 세상 밖으로 나갔습니다. 거리에 발을 들여놓는 일이 처음엔 고생스럽게 느껴지도 했습니다. 낯선 곳에 던져진 긴장감,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는 걸음. 그렇게 거리를 헤매다 집에 돌아오면 다시 녹초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서히 변화가 생겼습니다. 다닐 때는 몰랐는데 돌아와서 생각하면 생경한 거리의 풍경이 마음에 이상한 활력을 주기도 했고, 다음 목적지를 찾을 때면 기대감으로 마음이 부풀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하고 돌아오면 몸은 녹초가 되기도 했지만, 그것은 유쾌한 피로감이었고, 푹 자고 일어나면 몸은 전보다 더 상쾌해지기도 했습니다.

 



 

 

"스스로가 어쩌지 못해 선운사까지 기어 왔지만 이제 내 맘대로 보고, 걷고, 먹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겠다고 마음먹었다"(프롤로그 中에서)

 

 

작지만 그렇게 나만의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때로는 즐거운 놀이처럼 요란하고, 때로는 혼자만의 비밀처럼 고요한 여행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는 중입니다. 해외 여행이나 장거리 여행은 준비하는 일도 많고, 어렵게 시간을 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날 때마다 훌쩍 다녀올만한 곳을 찾아보는 것이 어느새 습관이 되었습니다.

 

<여기 내가 찾던 여행지 100>은 웬만한 국내여행지는 모두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이드북을 보면 목차부터 살피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은 전국적으로 각 지역을 대표할 만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볼만한 곳을 100곳이나 소개하고 있지만, "꼭" 가볼만한 여행지를 엄선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에도 난 나에게 모든 것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 삶이 여행이고 여행이 삶인 삶을 살고 있다"(프롤로그 中에서)

 

 

과일도, 나물도 제철이 있고, 계절의 별미가 있듯이, 여행지도 그곳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고, 또 그 계절이 아니면 체험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도 합니다. 계절별로 여행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한 방법입니다. <여기 내가 찾던 여행지 100>은 지역별로 여행지를 소개하기에 앞서, "계절별 추천여행지 베스트 5"를 선정해놓았습니다. 특별히 시간을 내어 여행을 떠나야 하는 분들이나, 본격적으로 여행을 처음 시작하며 어디부터 가야 할지 선뜻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분이라면, 이 책에서 추천하는 계절별 베스트 여행지를 한 계절에 두서너 곳만 다녀도 즐겁고 후회 없는 여행을 할 수 있을 듯합니다.


 

 

 

"여행이 주는 가장 주는 가장 큰 힘은 위로다"(프롤로그 中에서)

 

 

이 책이 소개하고 있는 여행지 중에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면서,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된 곳이며,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습니다. 그곳은 영화 제목으로 더 유명해진 '밀양'입니다. 밀양은 "햇빛 가득한 고을"이라는 뜻인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행지는 밀양의 "위양지"라는 곳입니다. 저자는 그곳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위양지의 아름다움은 수줍은 여인의 머릿결을 늘어뜨린 것 같은 왕버드나무와 하얗게 피어난 이팝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 있다"(194).

 

여행가이면서 사진가이기도 한 저자는 여행지의 풍경을 직접 사진으로 찍어 소개합니다. 그런데 작가의 시선이 참 고요합니다. 작가가 보여주는 세상 풍경이 참으로 고요하게 다가옵니다. 나를 마주하고 싶을 때, 자연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끼고 싶을 때, 고요한 시간 속에 침잠하고 싶어질 때, 조용한 쉼이 필요할 때, 위양지를 한 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과 마주한 다른 풍경을 다시 찾아나설 듯합니다.

 



 


"나를 사랑한다면

그리하여 나를 가장 빛내줄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그것은 여행이 될 것이다"

 

(프롤로그 中에서)

 

 

<여기 내가 찾던 여행지 100>는 참 간결한 책입니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가 딱 한 페이지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있어야 할 정보는 모두 수록되어 있습니다. 1박 2일 추천코스를 참고로 나만의 일정을 계획할 수도 있고, 꼭 챙겨야 할 정보에 친절한 여행정보를 더했고, 가는 법에 맛집까지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단지,여행지에 따라 숙소 정보의 유무만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여행지에 관해 따로 머리 싸매고 공부할 필요도 없이, 이 책 한 권이면 문득 떠나고 싶어질 때 가볍게 훌쩍 다녀올 수 있을 듯합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이 땅을 떠나 살아본 적도 없는데 얼마나 체바퀴 돌듯 살았는지, 가본 곳보다 가보지 못한 곳이 훨씬 많습니다. 이 책에 소개한 여행지를 모두 가본다면 100번의 여행이 될테고, 그렇게 하고 나면 비움으로써 채워지는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어릴 적 세계지도를 앞에 두고 세계일주를 꿈꾸었던 것처럼, 이 책을 앞에 두고 전국일주를 꿈꿔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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