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슈 100배 즐기기 - 대한민국 1등 여행 가이드북, 14'~15' 최신판 100배 즐기기
알에이치코리아(RHK) 편집부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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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주말을 끼고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휴무일이 많아 직장인들에게는 여행을 즐길 수 있는 황금 같은 한 해로 환영받고 있습니다. 여행사들도 특수를 예상하며 맞춤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일본, 그중에서도 규슈 지역 여행은 꼭 가보고 싶은 곳 중에 하나로 꼽고 있는 여행지라 <규슈 100배 즐기기> 최신판이 더 없이 반갑습니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맵북을 제공합니다. 전 여행지 상세 정보를 알아보기 전에 우선 둘러보고 싶은 지역을 지도로 확인합니다. <규슈 100배 즐기기>는 지역별로 크게 후쿠오카, 나가사키, 사가, 구마모토, 벳푸, 유후인, 가고시마, 미야자키로 나누고 그 안에서 다시 주요 지역의 상세 지도를 제공합니다.
 
휴대가 간편한 맵북은 여행지에서도 유용하지만, 여행 계획을 세울 때도 무척 편리하게 사용됩니다. 전 맵북을 복사하여 지도 위에 동선을 표시해가며 여행 계획을 세웁니다. <100배 즐기기>는 꼭 둘어봐야 할 여행지는 물론 유명 맛집, 다양한 숙소 등을 추천하는데 지도 위에서 위치를 파악하면 동선을 고려하여 빠른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소요 시간과 전체 일정까지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맵북은 여로 모로 유용합니다.
 
 
 

 
 
<규슈 100배 즐기기>는 규슈 지역을 여행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여행 핵심 포인트를 콕콕 짚어줍니다. <규슈 100배 즐기기>를 통해 미리 만나본 '규슈'는 아름다운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며, 독특한 테마마크가 있고, 유명 온천이 많은 곳입니다. 규슈 지역 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어머니를 위해 온천 여행을 다녀오고 싶었기 때문인데, 각각의 온천이 가지고 있는 장점, 인기가 많은 곳, 주변 분위기, 적당한 가격, 서비스 등을 잘 정리해주어 온천을 서로 비교하며 내게 맞는 온천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100배 즐기기>에서 놓치지 않고 챙겨보는 페이지가 바로 추천하는 여행 코스입니다. 둘러보고 싶은 곳은 많지만 일정은 한정 되어 있으니, 여행의 고수들이 추천하는 코스를 꼭 챙겨보는 편입니다. 특히 규슈 지역은 '후쿠오카'만을 목적으로 여행을 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유후인이나 구로카와 온천, 하우스텐보스 아소 산 등 북규슈 지역의 주요 명소를 둘러볼 목적으로 규슈 여행을 계획한다고 합니다(494). 그러니 고수들이 추천하는 여행 코스를 점검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3박 4일 일정이 가장 인기가 있고 규슈 일정을 원한다면 최소 7일 이상을 잡아야 한다고 하니 참조해야겠습니다.



 
 
가이드북의 매력은 상세하고 따끈한 최신 정보입니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좋아하는 것은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총망라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는 데다 잘못된 정보나 주관적인 평가도 많아 그대로 믿고 갔다가 낭패를 보는 일도 있습니다.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필요한 정보를 바로 바로 찾아볼 수 있고, 여행 경험이 부족하여 모르거나 놓칠 수 있는 부분들도 살뜰히 챙겨주니 겁도 많고 여행 경험도 부족한 저에게는 꼭 필요한 가이드 북입니다.
 


 

 

해외 여행을 많이 가본 것은 아니지만 어떤 '가이드'를 만나느냐에 따라 여행의 질과 만족도가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패키지 상품으로 가는 여행은 가이드가 현지 상황에 따라 일정을 바꾸기도 하고, 예정에 없던 여행지를 추천하며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하고, 별로 관심이 없는 쇼핑 센타를 여러 차례 방문하게 만들기도 해서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제가 가장 믿고 따르는 '가이드'라 할 수 있습니다.

 

<규슈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계속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마치 규슈 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당장 떠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 하기도 합니다. 해외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많지 않은 저와 같은 독자분이라면 든든한 가이드로 <100배 즐기기> 시리즈를 추천합니다. 자주 여러 번 다녀올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면 한 번의 여행이라도 제대로, 만족도가 높은 여행을 하고 와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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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지도 - 12개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제리 브로턴 지음, 이창신 옮김, 김기봉 해제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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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지도 12개를 중심으로" 풀어낸 인류의 세계관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지구본 이미지를 사용한 발제자가 엉뚱한(?) 문제로 공격을 받은 일이 있습니다. '미국'이 중심에 놓인 이미지를 따왔기 때문입니다. 북미 사람들이 자국 중심으로 만들어놓은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말고, '우리나라'가 중심에 놓인 이미지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지구를 보여주는 사진 한 장에도 자국을 중심에 놓고자 하는 '욕망'이 작용한 것입니다. <욕망하는 지도>는 이처럼 "모든 문화는 지도로 세계를 바라보고 표현하는 특정한 방식"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 책입니다.

 

지도사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제리 브로턴'은 "지도를 만들려는 욕구는 인간의 기초적이고 지속적인 본능"(27)이라고 말합니다. 인류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형태의 지구를 만들어왔는데, <욕망하는 지도>에서 주목하는 것은 '세계지도'입니다. 지역지도와 세계지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점'입니다. (세계) 지도 제작의 딜레마는 지구 자체를 납작한 명편에 표현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실제 모습대로 보여주는 세계지도"는 존재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로 만들어진 세계지도이든지 거기에는 '축소와 선별'의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또 하나, 지도 제작은 '과학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본격적으로 이해하고 지도 제작에 과학을 동원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28)이라고 합니다. 세계지도는 과학이 아니라, 만드는 이의 '세계관'에 따라 지구 전체의 모습이 다양하게 제시됩니다.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모양이 그리스의 것은 '원'으로, 중국의 것은 '사각형'으로, 계몽주의의 것은 '삼각형'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욕망하는 지도>는 바로 이러한 지도의 특성에 착안하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지도 12개를 중심으로" 인류의 세계관을 풀어내고 있습니다. 저자는 "과학, 교류, 신앙, 제국, 발견, 경계, 관용, 돈, 국가, 지정학, 평등, 정보"라는 12개의 욕망 코드로 지도를 해독하며 '그러한 지도를 만들어낸' 사상과 쟁점이 무엇이었는지 폭넓게 파혜쳐 들어갑니다.

 

 


 

 

"세계지도가 세계관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세계지도는 다시 해당 문화의 세계관을 규정한다"(30).

 

 

<욕망하는 지도>를 읽으며 무엇보다 감탄했던 것은 저자의 '박식함'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는 12개의 세계지도는 시대도, 문화도, 환경도 모두 다른 배경에서 만들어진 것들입니다. 그런데 그 하나 하나의 지도를 읽어내는 저자의 지식이 얼마나 해박한지 정말이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덕분에 이 책은 단순히 '지도'에 관한 책이 아니라, 백과사전적으로 읽힙니다. 이 책에는 12개의 지도 가운데 '의외의', 그러나 대단히 '반가운' 지도가 등장합니다. 바로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면서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입니다. 흔히 <강리도>라 불리는 이 지도는 "동아시아에서 제작된 현존하는 세계지도 중 가장 오래된 지도로 중국과 일본의 그 어떤 세계지도보다 앞서 제작 되었으며, 조선을 표현한 최초의 지도이고 아시아에서 최초로 유럽을 표시한 지도"(185)라고 합니다. 지도를 만든 사람이 세계를 인식하는 수준이나, 오늘날의 모습과 대단히 비슷하게 그려진 지도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당시 정치적 상황과 국제 관계를 이해하는 저자의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도 또 다른 감동을 주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제작된 지도로부터 시작된 여행은 현재 '구굴어스'에서 제공하는 위성 지도까지 내려옵니다. 저자는 혁신적인 기술로 '모든 정보'를 담아낸 이 인터넷 지도 덕분에 "우리는 다양한 개인, 국가, 단체가 다양한 지도를 제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이해하는 마지막 시대"(609)가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이것은 경제적 이윤이라는 목적으로 정보을 '독점'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의 말이기도 합니다.

 

<욕망하는 지도>를 보면 "지도는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지도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모양을 설명하고, 세계의 존재 이유를 깨닫게 하고, 우리가 서 있는 위치를 알려줍니다. 종교적인 믿음이 지도의 모양과 내용을 결정짓기도 하지만(헤리퍼드 마파문디), 만들어진 지도가 국가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카시니 지도). 이처럼 "세계지도가 세계관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세계지도는 다시 해당 문화의 세계관을 규정"(30)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지도는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느껴지도 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에게 요청되는 것은 가상현실을 통해 지도 제작자의 모든 주관적 요소가 배제된 완벽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디지털 지구'를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의 지도'에 대해 성찰하는 사유 능력이다"라는 김기봉 교수님의 말이 하나의 예언처럼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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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작은 손뜨개 - 대바늘 & 코바늘로 만든 실용 소품 행복한 손놀이
료카이 가즈코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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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실의 온기를 그대로 품은 깜찍하고 따스한 꽃 모티프로 만든 소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꽃샘추위가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고 있지만 곧 거짓말처럼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오르겠지요. 그러면 알록달록 봄꽃처럼 차려입고 꽃놀이를 가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일 것입니다. 어떤 꽃인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있을까 마는, 유난히 마음을 간질이는 봄꽃의 애교에 무심한 사람들도 마음을 빼앗기고 말 것입니다.

 

<꽃과 작은 손뜨개>는 우리의 일상에 봄꽃 같은 화사함을 선물해주는 책입니다. 털실로 만든 소품이라고 하면 '겨울'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꽃과 작은 손뜨개>에 소개된 아이템은 어느 한 계절에 묶이지 않습니다. '꽃'을 모티브로 해서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손뜨개 소품들을 만나보세요. 집안에 화사한 꽃이 피어날 거예요.

 



 

 

봄은 여인의 옷에서 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꽃과 작은 손뜨개>는 자기만의 멋과 특별함으로 일상을 연출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총 3파트로 나누어 45(총 47)개의 손뜨개 아이템을 담았습니다. "일상이 화려해지는 리빙 소품"으로는 꽃 모티프와 꽃 자수 쿠션, 폼폼 꽃 쿠션과 코바늘 코 쿠션, 미니 무릎담요, 컬러플 블랭킷, 장미꽃 도일리, 꽃 도일리, 꽃 자수 코스, 컵 홀더, 유리병 커버, 비즈 장식 유리병 커버, 달걀 워머, 티 포트 워머, 포트 홀더, 룸 슈즈, 옷걸이 커버, 바스켓 클로스 장식을, "멋을 더해주는 패션 소품"으로는 작은 꽃 래리어트, 레이스 스톨, 투웨이 볼레로, 삼각 스톨, 레이스 스누드, 모자와 목걸이, 손목 워머 , 꽃 포인트 양말, 미니 꽃 장식 칼라, 강아지 목걸이와 레그 워머, 헤어밴드와 강아지 원피스를, "포인트 아이템, 백 & 코르사주"로는 꽃이 만발한 마르셰 백, 마거리트 꽃 가방, 입체 꽃 장식 그래니 백, 코르사주 장식 그래니 백, 미니 토트백, 동전 지갑, 레이스 슈슈, 거베라 꽃 코르사주, 장미꽃 코르사주, 꽃 장식 참을 소개합니다.


 



손뜨개를 처음 배울 때는 도안을 보고 기가 팍 죽어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처럼 모양도 기이하고 복잡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선생님을 따라 한 코 한 코 만들어가다 보니 어느 새 손에서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요상하게만 보였던 기호의 의미도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손뜨개를 처음 배운 것도 학교였고, 학교를 졸업하고는 제대로 손에 잡아 본 적이 없으니 그것도 벌써 오래 전 기억이 되어버렸네요.

 

<꽃과 작은 손뜨개>에 수록된 작품을 감상할 때는 좋았는데 역시나 "만드는 법" 페이지로 넘어가서 도안을 보니 다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조차 엄두 내보지 못할 초보들을 위해 친절한 사진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LET"S TRY KNITTING" 페이지로 가면 단계별 사진과 친절한 설명으로 그 "시작"을 도와줍니다. 그리고 초급 수준의 독자를 위해 기호와 함께 "기본 뜨개법 배우기"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 <작품> → <도안> → <떠보기> → <기본 뜨개법> 순으로 되어 있는데, 손뜨개를 잘 하시는 분들은 <작품>과 <도안>을 참조하면 되고, 초보라면 거꾸로(뒤에서부터 앞으로) 공부를 해나가면 됩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부터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집안에 굴러다니는 털실을 찾아 "LET"S TRY KNITTING"에 도전해보았습니다. 작품은 "미니 무릎담요의 꽃 모티브"입니다. "모티프 중앙의 꽃잎은 1장 뜰 때마다 꼬아서 꽃잎 8장을 입체적으로 완성합니다." "입체"로 표현된 꽃잎이라 어려워보였는데 사진 설명을 보며 차분히 따라해보니 생각보다 쉽게 만들어졌습니다. 코바늘 뜨기용 털실이 아니라 모양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랫만에 해본 것치고는 제법이다 싶을 만큼 만들어져서 홀로 만족하고 있는 중입니다. 

 

손뜨개를 하고 있다 보면 내 손으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이 그렇게 흐믓할 수가 없습니다. 수고를 통해 얻는 기쁨은 감각적인 재미와는 차원이 다른 희열입니다.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눈'으로 하는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컴퓨터 화면을 보고, TV 화면을 보고, 책을 읽고, 핸드폰 화면을 보고, 가만히 '보는 일'을 참 많이 합니다. 눈이 그만큼 혹사되고 몸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겁니다. 앞으로는 손으로 하는 일을 찾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저에게는 휴식이면서 노동이면서 묵상의 시간이기도 한 손뜨개가 그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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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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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어떻게 끝나는가?

소멸됨으로써? 완성됨으로써?

 

그렇다면, 사랑은 어떻게 완성되는가?

 

사랑을 시작했다, 사랑을 끝냈다, 하는 사람은 봤어도 사랑을 완성했다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십자가 위에서 "다 이루었다" 하신 예수님밖에. 그런데 이 책 <꽃들은 어디로 갔나>에서 나는 꼭 완성된 사랑을 본 듯하다. 착각일까.

 

작가 서영은과 그보다 서른 살 많은 김동리 선생과의 결혼이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일이 기억에 어렴풋이 남아 있다. 나이차도 나이차이지만 김동리 선생에게는 그것이 세 번째 결혼이라는 것, 그리고 서영은 작가가 오랜 시간 유부남 김동리의 숨겨진 여자로 살아왔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들의 사랑에 대해 세상이 떠들어대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정작 당사자로부터는 아무 말도 듣지 못했는데, <꽃들은 어디로 갔나>을 통해 서영은 작가는 직접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심한 시선으로 아주 담담하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까지 40년의 세월이 걸렸단다.

 

 

"견디어내리라, 하면서도 오랫 세월 동안 남의 남편이었던 사람을 자신의 남편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치러내야 할 고난이란 것이 결코 만만치 않았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녀는 입술을 아프도록 깨물었다"(32). 

이야기는 '그'의 두 번째 부인이었던 '전처'가 죽고, 그녀가 '그'의 집으로 들어가는 데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것은 20년 전, 그러니까 그녀가 그를 만난 "스물네 살 때부터 시작된 이야기"(286)이다. "사랑은 함께했어도, 생활을 함께한 일이 없었으므로"(32) 다른 여자와 함께 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에서 시작된 그들의 결혼 생활은 낯설고, 불편하고, 어색하고, 민망하다.

 

생활이 시작되자 사랑은 사라졌다. '그'는 더 이상 그가 알던 그 사람이 아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같이 있고 싶어서 애태우며 눈물짓게 하던 사람"이 아니라, 웬 '노인'이 서 있다. 인색하고 무심하며 자신이 살아온 방식만을 고집하는 '노인'. 그러나 그녀는 그곳에서의 굴욕과 수모를 견디어내리라 다짐한다. 그녀가 아는 그를 다시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나 사십이 넘도록 사랑해 온 그 남자는 이제 마음속에만 존재했다. 그가 과거로 줌(zoom)된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리자 그녀는 그와 교신할 방도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떨림이 아직 그녀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응답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다시 찾아야만 했다. 마음에 숱한 기억을 남긴 그가 어떻게 신기루일 수 있겠는가. 이 낯선 혹성에서 어떤 수모를 당하고 어떤 시련을 겪게 되더라도 그녀가 아는 그를 다시 찾아내야 했다"(26-27).  

 

   

"세인들로부터 돌팔매를 당하더라도 쟁취해야만 얻어지는 사랑. 사랑이 결혼이 되는 그런 사랑이 아니라, 사랑이 운명이 되는 그런 사랑. 그를 만남으로써, 그녀는 바야흐로 자기의 무의식이 바라던 바가 생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혹독하게 치르면서 알아가게 될 것이었다"(153).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꾼다지만, 서른이나 나이차가 나는 남자와의 사랑, 그것도 이미 부인이 있는 남자와 얽혀드는 운명을 바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도 헤어져 보려고 했다. 그런데 그것을 안 남자가 그녀를 때렸다. 살의를 담고서 말이다. 그렇게라도 자신을 붙잡고 싶어하는 남자를 보며 여자는 사랑이 아니라, 운명을 감지한다.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었다. 운명의 확인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그의 주먹 안에 가득 차 있는 피투성이 살의 속으로 치마를 뒤집어 쓰고 뛰어내렸다"(206).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 해. 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니 목숨을 지킨다고 생각해라"(68).

 

여인에게 최선의 것을 주지 못하면서도 '그'는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단다.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끝내려 한 사랑, 그러나 끝내지 못한 사랑. 그녀는 무엇을 바래 이 사랑을 계속 했을까. 그런데 그녀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랑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마지막 글 "휠체어"(前生, 今生, 後生)에 보면 화자의 시점이 바뀐다. 3인칭 시점에서 1인칭 시점으로. 담담하게 써내려가던 '그녀'의 이야기에서 갑자기 뜨거운 숨을 토해내는 '나'가 튀어나온다. "사랑 때문에"가 아니라 사랑 "했기" 때문에, 조롱과 비웃음과 학대를 무릅쓰고, 굴욕과 수모를 당해도, 다 잃어도, 짓밟혀도, 제물로 받쳐져도 괜찮다고 고백하는 '나'. 나는 그녀를 통해 사랑은 원 없이 줌으로써 완성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 책이 '소설'이라는 것을 잊게 만드는 것은 소재가 '자전적'이라는 것보다, 깜짝 놀랄 정도로 '사실적인' 고백(?) 때문이다. '전처'의 삶의 흔적들 속에서, 결혼생활이라는 틀 안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때로는 낯선 타인처럼, 때로는 강렬한 그리움으로, 때로는 차오르는 슬픔으로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는 '그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아파도 다시 주저앉고 마는, 사랑의 자리, 삶의 자리. 그 모든 것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러면서도 소설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사랑 이야기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하는 감동이 있었다. 똑똑한 언니들, 여성학자들이 들려주는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사랑' 이야기와 다른, 왜 문학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가 필요한가를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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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십대를 위한 고전 콘서트 고전 콘서트 시리즈 1
강신주 외 지음 / 꿈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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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최근까지도 몇백 년 몇천 년 전의 고전에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걸까요? 그때와 지금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을 텐데요"(강신주, 352)

 

"사교육 1번지 강남에서 요즘 입시 대리모"가 인기라는 뉴스를 접하고 경악했습니다. 자녀를 소위 '일류대학'에 보낸 엄마들이 수백, 수천 만 원의 보수를 받고 다른 집 자녀(물론 돈 입는 집의 자녀겠지요)를 맡아 일류대 보내기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일종의 '알바'라고 합니다. 이게 정말 자녀를 살리는 교육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 자녀 교육 때문에 고민을 하는 친구와 '존 스튜어트 밀 식 독서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에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독서법이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친구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와 고전 읽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친구는 처음으로 자녀와 '삶과 죽음'을 주제로 대화를 해보았다고 했습니다. 오빠가 폐암말기 판정을 받은 친구에게는 그것은 더 없이 의미있는 시간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이가 자라서 이 시간들을 의미 있게 기억해주기를 바라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고전 콘서트>는 숭실대학교 주최, EBS 공동 기획으로 마련된 "청소년 고전 읽기 강연"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고전 읽기라고 하면 반드시 따라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는 왜 고전을 읽어야 하는가'입니다. 흔히 고전은 시간을 견뎌온 책이라고 말합니다. 고전이 가진 힘이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세대가 지나고, 사회적, 문화적으로 환경도 다르지만, 그 가치는 다르지 않다는 보편성말입니다.

 

 

"고전을 읽을 때는 마치 교과서처럼 그 내용이 진리인 양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잘 아느냐, 얼마나 외우고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질문을 잘 던지느냐'입니다. '과연 그럴까?' 하고 질문해 보는 거죠"(주경철, 74)

 

<고전 콘서트>에는 총 일곱 개의 강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태수 교수님의 <국가>(플라톤), 주경철 교수님의 <유토피아>(토마스 모어), 김경희 교수님의 <군주론>(니콜로 마키아벨리), 서병훈 교수님의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이재룡 교수님의 <구토>(장 폴 사르트르), 곽신환 교수님의 <논어>(공자), 철학자 강신주의 <장자>(장자)가 그것입니다. 장차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꿈나무을 대상으로 한 고전 읽기라 그런지 지도자론이나 통치이념 등을 다룬 고전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사르트르의 <구토> 강의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 독특해보입니다.

 

"생각하는 십대를 위한"이라는 부제가 달린 <고전 콘서트>는 고전 읽기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동시에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책입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고전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 무엇을 읽어낼 것인지, 어떤 질문을 던저야 하는지 등을 가르쳐줍니다. '십대를 위한' 책이지만 고전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고 강의였습니다. 몇 번이나 손에 들었지만 포기하고 말았던 고전이었지만, 이제 제대로 읽을 수 있는 길을 찾은 듯합니다. 특히 <군주론>과 <장자>는 일반적으로 알려지고 해석되어진 것과 정반대의 주장을 담고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고전은 여러분에게 제도나 체제에 연연하지 말고 자유로워지라고 가르칩니다. 고전의 파괴력은 여기 있습니다"(강신주, 343).

 

일곱 개의 강의가 모두 유익했고, 재미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주경철 교수님의 <유토피아>와 강신주 철학자의 <장자>입니다. 단순히 고전 읽기에서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자유에 대해, 그리고 나에게 대해 중요한 질문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강의를 들은 학생들도 아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을 것입니다. 입시 대리모로 활동하는 분들이나, 입시 대리모를 사는 분들은 자녀에게 이 책을 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이 정말 나(자녀)를 위한 사랑이고 희생인가 자녀들이 의문을 갖게 될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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