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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자수 레시피 SEASONS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자수 레시피
엄마가 시집 올 때 자수를 놓아 만든 배개가 아직 집에 있습니다. 이래저래 불편해서 사용하지 않은지 오래되었지만 엄마에겐 특별한 추억이 많이 깃든 것이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수를 놓으며 수줍었던 마음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아빠를 처음 만난 날을 추억하기도 하고, 함께 원앙금침을 만들어주셨던 외할머니와 어른들이 지금은 하늘나라에 계셔서 그리운 눈물을 흘리기도 하십니다. 배개를 볼 때마다 한 땀 한 땀 수를 놓고 있는 소녀시절의 엄마 모습이 아릿거립니다.
자수를 처음 배운 건 학교 수업 시간이었는데, 하얀 천에 알록달록 색이 채워지는 것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한때는 자수틀을 손에 쥐고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가지고 있는 손수건마다, 양말에다, 책가방과 신발주머니에도 은밀한 놀이처럼 제 이니셜을 새겨넣으며 혼자 좋아라 했습니다. 자수가 그렇게 좋았던 것은 오돌토돌 도드라지는 입체감과 색실이 주는 따뜻한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 나만의 그 무엇이라는 특별함 때문이었습니다.
<귀여운 자수 레시피 SEASONS>는 정말 제목 그대로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별로 그 계절을 특징지울 수 있는 갖가지 사물이 가득합니다. 봄에는 소담스러운 벚꽃, 튤립, 홀씨, 벌, 부활절 달걀, 장미, 딸기 케이크, 개구리와 올챙이, 클로버, 화관 등이 여름에는 오디, 블루베리, 자두, 신부 부케, 샴페인 잔, 웨딩 케이크, 결혼반지, 선풍기, 수박, 부채, 모기향, 해바라기, 각종 곤충, 해변에서 볼 수 있는 조개와 불가사리 등이, 가을에는 각종 새, 사과, 애벌레, 단풍, 버섯, 박쥐, 빗자루를 탄 마녀, 달, 고구마, 바이올린, 빵 등이, 겨울에는 스웨터, 눈사람, 양초, 쿠키, 후지산, 가지, 하트, 강림절 달력 등이 수놓아져 있습니다.
하나 하나의 소품이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모릅니다. 자수실 하나로 이렇게 사물을 생동감 있게 사실적으로 표현해내는 작가의 표현력이 감탄하고 또 감탄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부활절 달걀입니다. 매년 부활절이이며 달걀을 장식하는 특별한 아이디어를 찾아 고민하게 되는데, 이렇게 정성 가득 자수를 놓아 장식을 하면 기품과 특별함을 더할 수 있을 듯합니다.
<귀여운 자수 레시피 SEASONS>는 실물 크기의 도안은 물론 각종 자수 스티치를 하는 방법도 간단한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별히 색상을 신중히 하라고 일러줍니다. "제 경험에서 보면 스티치가 다소 잘못되어도 색 균형이 좋으면 자잘한 부분은 신경 쓰이지 않아요. 모티브의 색 이미지는 깊은 인상을 줍니다"(69). 미쳐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중요한 팁을 하나 얻습니다.
퇴근을 하면 잠들기 전까지 TV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고 있습니다. 뭔가 가벼우면서도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 이것 저것 기웃거려보는 중입니다. 자수를 놓으면 TV 앞에 앉아 있어도 시간을 죽이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을 듯합니다. 집중력도 키우며 마음이 차분해지는데는 바늘질만한 것이 없는 듯합니다. 일단 자수틀이 어디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