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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ㅣ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낯선 곳을 무턱대고 찾아가는 용기가 진정한 여행이다"(145).
'여행', 그것도 '해외 여행'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고 살던 아줌마들과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살림만 하며 살던 아줌마들을 외국 땅에 데려다 놓았더니 외국의 문화, 음식, 사람들, 이국적인 풍경보다 끼니마다 밥을 안 해도 된다는 사실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라 했습니다. 낯설어 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였구나'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에 잠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간 여행을 하며 함께 느꼈던 깊은 행복감은 그런 행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기간 내내 미친 듯이 웃어댔던 우리의 웃음 속에는 고단한 인생 살이에 대한 슬픔도 함께 배여 있었습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나를 잠시 잊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순간이고 오히려 더 깊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정여울 작가님이 들려준 미셸 옹프레의 말에, 그리고 야마오 산세이의 말에 유난히 마음이 끌린 것은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자아를 치유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에 더 익숙해지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더욱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여행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장 어둡고 그늘진 부분과 가장 친밀해지고, 가장 예민해지고, 가장 가까워지게 된다"고(125, 마셀 옹프레). "우리들의 여행이 어느 곳을 향하든 그것은 모두 '자기'를 향한 여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137, 야마오 산세이). 특별히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유럽 여행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느끼고 발견하고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유럽,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땅이지만 내게는 떠나야 할 이유보다 떠나지 못하는 더 많은 이유가 발목을 잡는 곳이기도 합니다. 먼 이국 땅이라는 공포,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언어의 장벽, 경비 문제, 휴가 문제, 기타 등등. 늘 더 늦기 전에 가봐야 가봐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만 헤아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이렇게 나를 묶고 있는 핑계들을 풀풀 풀어주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낭만의 거처'를 아는 사람들 같다. 아름다운 공간은 단순히 인물 뒤를 받쳐주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대한 마음의 그릇이다"(25).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참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뜨거운 열정이 스며 있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속에 익숙한 그리움이 배여 있는 여행 이야기는 유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에 숨겨진 유럽, 어느 테마도 놓치고 싶은 않은 욕심에 마음이 몸살을 앓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끌리는 테마는 "달리고 싶은 유럽"과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입니다.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은 선정된 TOP 10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유럽은 빠르게 훑어보기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여행을 떠날 때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들고 간다. 여행을 통해 배운 지혜와 여행지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추억을 한 아름 담아올 여백의 공간을. 이제 내가 갖고 싶은 유럽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다"(101).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그 어떤 책보다 유럽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없지만 그곳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오히려 목적이 분명하고, 간절한 여행을 설계하도록 도와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유럽 땅과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어도 충분한 만족을 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유럽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정여울 작가님과의 만남도 행복했었다고 소문내고 싶은 책입니다. 제가 올해 안에 유럽을 다녀오게 된다면 모두가 이 책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