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9
데이비드 나이스 지음, 이석호 옮김 / 포노(PHONO)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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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빈스키와 견줄 만한 인물은 피카소가 유일하다"(7).

 

 

"내가 사랑하는 음악가 시리즈" 9번째 책입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모차르트, 베토벤, 하이든, 멘델스존, 쇼팽, 말러, 차이콥스키, 바그너에 이어 9번째로 바통을 이어받은 작곡가입니다. '스트라빈스키', 처음 듣는 이름인데 앞의 쟁쟁한 음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작곡가라는 것이 더 호기심을 자극했습니다. 음악 문외한이지만, 이 시리즈를 통해 '말러'라는 음악가를 알게 되었고 그 만남이 특별했던지라, 스트라빈스키와의 만남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의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었다면 이 책이 훨씬 재미있게 다가왔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저처럼 음악 문외한이라면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나이스'의 것보다, 말러의 이야기를 쓴 '스티븐 존슨'의 책을 우선적으로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스트라빈스키와 견줄 만한 인물은 피키소가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20세기이 대격변을 두루 경험하고 이를 태연히 예술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 또한 각자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공통적이다"(7-8)라는 것이 그의 평가입니다. 그의 음악에는 '독창적', '기이한', '화려한', '관능적', '변화무쌍한', '종잡을 수 없는' 등의 수식어가 따라다닙니다. 천재 작곡가로 불리는 스트라빈스는 "자신만의 놀라운 방식으로 러시아의 전통을 재해석"해 낸 음악가로 평가됩니다. 옛것과 새것을 접목시킨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분류되기도 하는데, 영감을 얻기 위해 "스크랴빈과 차이콥스키에 빚진 바가 있긴" 하지만, 고국 러시아의 민속적 요소를 재창조하는 방식으로 그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완성해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언제나 '천재적'이라는 찬사만 따랐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트라빈스키는 영감의 원천을 얻기 위해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인 것 같은데 누군가는 그것을 재창조로 높이 평가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모방 수준으로 폄하하기도 합니다. 또 이런 에피소드도 전해집니다. 스트라빈스키는 발레 음악을 통해 명성을 얻었는데,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은 일명 '파리 대소동'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관중의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초연 당일 청중은 "커튼이 내려진 후에도 난동을 부리며 주먹다짐을 계속"했을 정도로 이 작품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대소동의 원인은 "니진스키가 당대의 유행을 받아들여 창조한 안짱다리 위주의 안무 때문"이라고 하지만(44-45), (역사적인 소문에 의하면) 작곡가의 이력에도 치명적인 흠집을 남긴 듯합니다.

 

스트라빈스키가 천재 작곡가로 이름을 알리며 이력을 쌓아갈 수 있었던 데에는 "흥행사" 세르게이 댜길레프의 역할이 컸습니다. "흥행이 될 물건을 알아보는 재주가 탁월했던"(36) 댜길레프가 스트라빈스키라는 당찬 신예를 알아보는 남다른 감식안이 없었다면 스트라빈스키 개인은 물론, 음악사, 그리고 발레 역사까지 많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의 삶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이 천재 작곡가가 뿌린 숱한 염문입니다. 운명적인 사랑인 아내 예카테리나를 두고, 패션 디자이너 코코 샤넬과 은밀한 만남을 이어가기도 했고, "매력적인 발레리나 제냐 니키티나와 불장난 같은 연애", "무용수 베라 드 보세트와도 사랑의 불꽃을 피웠다"고 전합니다(73).

 

<스트라빈스키, 그 삶과 음악>은 작곡가의 생애보다 그의 음악과 작품 해설에 더 비중을 두었습니다. 그의 음악과 신고전주의의 음악을 잘 아는 독자들에게 책의 재미가 더 생생하게 전달될 듯합니다. 노력하는 독자라면 CD 2장에 수록된 음악을 열심히 감상하며 작품해설 부분을 2-3번 읽어도 좋을 듯합니다. 음악도 지식을 더 할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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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300 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 (MP3 무료 다운로드 + 온라인 학습자료 9종 포함)
박지우 지음 / 넥서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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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권 나라 국민이 가장 자주 쓰는 상위 300단어는 전체 영문장의 65%를 차지한다."

 

 

청춘열차를 타고 춘천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2층 자리를 찾아 이동하는 중에 열차 안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이 보였습니다. 앞서 가던 청년이 능숙한 영어회화로 도움이 필요한지 물으며, 안내해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때 그 청년이 얼마나 멋었어 보였던지 얼굴을 다시 봤습니다. 해외도 아니고 간단한 영어회화였지만 그 관광객이 나에게 물어봤으면 어쩔뻔 했나 몰래 안도하면서도 스스로가 좀 한심스러웠습니다. 친구들끼리 농담삼아 "난 외국에 갈 일 없어. 우리나라에서만 쭉 살거야"라며 영어공부와 담을 쌓았던 시절이 있었는데, 핑계낌에 한 말치고는 참 시대착오적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나는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 제목이 참 매력적인 책입니다. 일단 '300단어'라는 말이 영어에 대한 부담감을 확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영어권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300단어만 가지고도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 착안된 책입니다. 그러니까 일상적으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어휘를 구사하며 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영어 '회화'가 목적이라면 많은 단어, 그리고 어려운 단어에 매달릴 필요 없이 사용 빈도수가 높은 300단어만으로도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희소식입니다. 게다가 더 반가운 소식은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 300단어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나는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한다>는 이것에 착안하여 기본 300단어가 무엇인지 제시하며, 그 단어로만으로 이루어진 영어 회화 표현을 상황별로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단어 암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사용 빈도수가 높은 300단어를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이 밖에는 일반 회화책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300단어로 네이티브처럼 말하는 데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영어회화 공부를 시작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쉬운 단어인데도 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우리를 당황스럽게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What are friends for?", "You're breaking up."과 같은 문장이 그렇습니다. 사실 기본적인 영어회화는 단어문제가 아니라 표현을 익히는 것이 더 큰 훈련과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끌리는 건, 단어에 대한 부담을 확 줄여준다는 것, 빈도수 높은 300단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무료로 제공되는 학습 자료가 많아 학원에 갈 시간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독학하기에 좋은 교재라고 생각됩니다. 늘 높게 버티고 선 장벽처럼 '영어' 하면 한숨부터 나오는데, 300단어만이라도!, 그리고 그 300단어만으로 이루어진 회화를 정복하는 것, 이것을 올 상반기 목표로 잡고 실천해봐야겠습니다. 작심 36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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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 꿈만 꾸어도 좋다, 당장 떠나도 좋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1
정여울 지음, 대한항공 여행사진 공모전 당선작 외 사진 / 홍익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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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을 무턱대고 찾아가는 용기가 진정한 여행이다"(145).

'여행', 그것도 '해외 여행'은 먼 나라 이야기로만 알고 살던 아줌마들과 중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10년 동안 살림만 하며 살던 아줌마들을 외국 땅에 데려다 놓았더니 외국의 문화, 음식, 사람들, 이국적인 풍경보다 끼니마다 밥을 안 해도 된다는 사실에 어린 아이처럼 좋아라 했습니다. 낯설어 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살 수도 있는 거였구나'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에 잠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일주일 간 여행을 하며 함께 느꼈던 깊은 행복감은 그런 행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우리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행 기간 내내 미친 듯이 웃어댔던 우리의 웃음 속에는 고단한 인생 살이에 대한 슬픔도 함께 배여 있었습니다.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나를 잠시 잊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은 순간이고 오히려 더 깊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정여울 작가님이 들려준 미셸 옹프레의 말에, 그리고 야마오 산세이의 말에 유난히 마음이 끌린 것은 그때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자아를 치유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자아에 더 익숙해지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더욱 스스로를 잘 알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여행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의 가장 어둡고 그늘진 부분과 가장 친밀해지고, 가장 예민해지고, 가장 가까워지게 된다"고(125, 마셀 옹프레). "우리들의 여행이 어느 곳을 향하든 그것은 모두 '자기'를 향한 여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고(137, 야마오 산세이). 특별히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유럽 여행 이야기를 읽었을 뿐인데, 그 속에서 나 자신을 느끼고 발견하고 새롭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유럽,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땅이지만 내게는 떠나야 할 이유보다 떠나지 못하는 더 많은 이유가 발목을 잡는 곳이기도 합니다. 먼 이국 땅이라는 공포, 혼자 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언어의 장벽, 경비 문제, 휴가 문제, 기타 등등. 늘 더 늦기 전에 가봐야 가봐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만 헤아리고 있습니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이렇게 나를 묶고 있는 핑계들을 풀풀 풀어주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낭만의 거처'를 아는 사람들 같다. 아름다운 공간은 단순히 인물 뒤를 받쳐주는 배경이 아니라 우리 삶의 모든 빛나는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거대한 마음의 그릇이다"(25).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참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요란하지 않지만 뜨거운 열정이 스며 있고,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속에 익숙한 그리움이 배여 있는 여행 이야기는 유럽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사랑을 부르는 유럽, 직접 느끼고 싶은 유럽, 먹고 싶은 유럽, 달리고 싶은 유럽, 시간이 멈춘 유럽,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 갖고 싶은 유럽, 그들을 만나러 가는 유럽, 도전해보고 싶은 유럽, 유럽 속에 숨겨진 유럽, 어느 테마도 놓치고 싶은 않은 욕심에 마음이 몸살을 앓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끌리는 테마는 "달리고 싶은 유럽"과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입니다. 한 달쯤 살고 싶은 유럽은 선정된 TOP 10이 아름다워서이기도 하지만, 유럽은 빠르게 훑어보기 아까운 곳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이제 나는 여행을 떠날 때 가방을 들고 가는 것이 아니라 여백을 들고 간다. 여행을 통해 배운 지혜와 여행지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추억을 한 아름 담아올 여백의 공간을. 이제 내가 갖고 싶은 유럽은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 추억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이다"(101).

<내가 사랑한 유럽 TOP 10>은 그 어떤 책보다 유럽에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자세한 여행정보는 없지만 그곳을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오히려 목적이 분명하고, 간절한 여행을 설계하도록 도와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을 많이 그었습니다. 여행을 목적으로 읽어도 좋지만, 유럽 땅과 문화와 역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읽어도 충분한 만족을 주는 책이라 생각됩니다. 유럽과의 만남뿐만 아니라, 정여울 작가님과의 만남도 행복했었다고 소문내고 싶은 책입니다. 제가 올해 안에 유럽을 다녀오게 된다면 모두가 이 책 때문이었다고 고백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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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의 성령님 - 성령님과 깊고 친밀한 관계 만들기
존 비비어 외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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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원한 코치", 성령님!

모두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싶은 책이지만, 솔직히 저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앎'에서 그치지 않고 이 책을 읽는 자들의 영적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운동으로 유명한 교단에서 신앙생활을 오래했고, 더구나 오순절 신학을 전공한 사역자로서 '성령론'에 대해서 얼마든지 강의할 '지식'이 있지만, 지금 현재 성령님과의 실제적인 교제에 관해서는 '할 말이 많지 않다'는 것이 몹시 부끄럽습니다. 이 책을 통해 성령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는 제 모습을 깨닫고 놀라고 또 놀랐습니다. 성령님과 함께가 아니라면 믿음도 일도 삶도 관계도, 그 모든 것이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면서도 이런 저런 핑계로 성령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소홀히 하며 살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새삼 경악스러웠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처럼 성령님께 의존해야 한다."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성령님과의 교제와 방언 기도에 관해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신앙이 없는 친구들은 신과 대화를 나누고 천상의 언어로 기도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SF 영화를 보듯 황당하게 받아들였습니다. 합리적인 이성을 맹신하는 친구일수록 그런 '현상'들에 대해서 납득할 만한 이론을 붙이고 싶어 했습니다. 자기 암시라고 하기도 하고, 황홀경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성령님의 나타나심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영적 세계를 알지 못하는 세상 사람만이 아닙니다. 성령의 강력한 나타나심(현상들)은 초대 교회 이후 끝났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고, 성령충만이나 방언 기도와 같은 현상을 비성경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령운동이 한창일 때, 한편에서는 성령이 금기시 되는 반작용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존 비비어의 성령님>은 "교회에서 가장 잘못 이해되고 있는" 성령님의 인격을 바르게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무엇보다 성령님의 임재 속에 삼켜지고 싶다는 열망이 통증처럼 가득 차올랐습니다. <존 비비어의 성령님>은 성경 말씀을 통해 성령님이 어떤 분이신지, 왜 성령님과 친밀한 교제가 있어야 하는지, 성령님과 깊이 사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성령으로 충만할 때 우리 가운데 어떤 일이 이루어지는지를 알기 쉽게 풀이해줍니다. 그 설명이 하도 생생해서 성령님께 내게 직접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으로 충만하기도 했습니다.

 

누가복음에 보면, "너희 중에 아버지 된 자로서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생선 대신에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 너희가 악할지라도 좋은 것을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성령을 주시지 않겠느냐"(눅 11:11-13)는 말씀이 나옵니다. 잘 아는 성경말씀이고 암송하기도 하는 구절입니다. 그런데 <존 비비어의 성령님>을 읽기 전까지, "성령"을 주시는 것이 왜 그토록 큰 은혜인지 절절하게 깨닫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가까이해야 그분이 우리를 가까이하신다' 한 야고보의 말을 잊지 말라. 성령과의 황홀한 교제 속으로 의지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교제의 첫발을 내딛을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113).

<존 비비어의 성령님>은 그 누구보다 성령님이 우리와 친밀하게 교제하기 원하시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성령님과 친밀하게 교제해야 하며, 또 할 수 있다는 것을 생생하게 알려줍니다. 성령이 교제 가운데 우리에게 부어주시는 엄청난 선물 중 하나는 바로 '하나님을 친밀하게 아는 능력'(130)입니다. 성령님은 지금 이 순간에게 깊은 영적 관계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고 계십니다.

 

예수님은 성령의 임재 속에서 성령의 능력으로 입혀지기 전에는 온세상에 복음을 전하지도 말고 교회를 세우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137). 그러므로 성령님의 임재를 경험하지 않고, 성령님과 친밀한 교제를 나누지도 않으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존 비비어 목사님은 예수님도 이 땅에 사시는 동안 온전히 성령님께 의존하셨는데, 우리는 더 말해 무엇하겠느냐 반문하십니다(39).

 



 

 

하나님의 영을 어떤 영향력이나 막강한 힘으로 보는 사람은 늘 "나는 성령을 더 원한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에 성령을 놀라운 인격으로 보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분께 나를 더 드릴 수 있을까"(21)

<존 비비어의 성령님>은 매 장마다 "성령님에 대한 묵상"을 통해 성령님과의 친밀한 교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인도해줍니다. 그리고 각 단원의 끝에 "소그룹을 위한 토의 질문"이 있어 모임을 통해 나눔이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저도 참여하고 있는 공동체 식구들과 이 책을 활용하여 성령님과 친밀하게 교통하는 훈련을 하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우리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원하시는 성령님께 삶의 주권을 넘겨드리는 일은 한 번의 결단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매순간 성령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순종하며 따르는 훈련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합니다.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합니다. "당신 삶의 통치권을 그리스도의 영께 넘겨 드리면 된다. 그러면 전에 없이 당신의 삶 속에 하나님의 영광과 위엄이 나타날 것이다"(217).

 

우리 마음을 거처 삼고 우리 가운데 거하시기를 원하시는 성령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존 비비어의 성령님>은 그 은혜 가운데 잠길 수 있는 문을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습니다. 성경은 성령님과의 친밀한 교제를 통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질 놀라운 축복을 약속합니다. 그 은혜를 모두가 받아누리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추천합니다. "성령을 통해 우리는 내 삶을 향한 하나님의 최고의 계획을 발견할 수 있고 그분이 약속하신 평안을 누릴 수 있다"(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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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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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정신을 육체에 팔아 넘긴 문명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내 살과 피가 아니라 정상 육체라는 집단적 환상을 구현해야 한다는 몸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 나는 순환 논리에 근거한 지배 체제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나는 문제가 무엇인가는 말하지도 않은 채 자신이 궁극적 답이라고 하는 안전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 나는 오직 위험 없는 삶에 대한 약속에 의지해 인기를 모으는 정치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철회한다. 삶이 무얼 뜻하는지 내가 이해하기도 전에 동생이 죽어야 했기에"(185-186).

 

 

E.T.를 만들어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미래의 인류를 상상했다고 했습니다. 육체노동보다는 두뇌를 사용하는 일을 더 많이 할 것이라는 추측에서 E.T.의 팔다리는 가늘고 머리는 크게 했으며, 컴퓨터(키보드)를 많이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E.T.의 검지 손가락을 유난히 길고 센스티브하게 그려냈다고 들었습니다. 율리 체가 <어떤 소송>에서 예견한 미래 사회는 '건강'을 최우선으로 삼고, 그 최고의 목적에 모든 것이 맞춰져 있는 체제(국가)입니다. 체제의 작동 원리는 단순합니다. 생명체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생존, 즉 (육체적) 건강이고, 이것에 대한 대합의의 토대 위에 (모두의 육체적) 건강 보장을 목표로 하는 (법률적) 체계가 세워집니다. 미래 사회는 이 체제를 "방법"(Methode)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까 모두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모두가 합의한(?) 대로 이 "방법"에 순응해야 합니다. 이 "방법"에 어긋나는 것은 모두의 "건강"을 위협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소송>의 주인공인 '미아 홀'은 "방법"에 순응하며 나름대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있는 생물학 전공자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방법적대적인 테러리스트로 몰리게 됩니다. 미아 홀의 '정상적인' 삶을 흔들기 시작한 것은 남동생 모리츠의 죽음입니다. '반방법적'인 자유를 꿈꾸었던 모리츠는 한 여성을 강간하고 살해한 협의를 뒤집어쓰고 체포됩니다. 그는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그에게 유죄를 선고한 "방법"을 거부하는 방법의 하나로 말입니다. "삶이란 하나의 제안이고 우리는 그걸 거부할 수도 있는 거야"(32).

 

누구보다 동생을 잘 알았던 미아 홀은 무죄를 주장하는 동생을 믿었지만, 살해된 여성의 몸에서 동생의 '디엔에이'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에 혼란해합니다. 생물학 전공자인 그녀는 '디엔에이'가 어떤 의미인지 또한 너무도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동생에 대한 믿음과 "방법"이 지주로 삼고 있는 '무오류성'에 대한 믿음 사이에 갇힌 미아 홀. 그녀에게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두 남자가 접근해옵니다.

 

매력적인 언론인 크라머는 "방법"의 완벽성을 주장하며 미아 홀의 혼란을 죄악시합니다. "우리 법률은 유기체의 신경계에 비유되리만큼 섬세하게 미세 조정되며 기능해요. 우리 체제는 완벽하며, 놀라울 정도로 생명력 있고, 신체처럼 강하죠"(41). 사익의 대변자인 로젠트레터 변호사는 "방법"의 오류를 증명하려는 목적으로 미아 홀을 소송에 끌어들입니다. "방법처럼 깨끗한 체제 뒤에조차도 어떤 비극과 모순 들이 숨었는지 우리가 보여 줄 수 있겠죠"(46). 그는 문제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 미아 홀을 이렇게 설득합니다. "법은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 게임이에요"(79). "방법"에 대한 믿음이 동생에 대한 믿음에 균열을 일으켰지만 미아 홀은 결국 동생이 옳았음을 알게 됩니다. 정신 분열을 일으키는 사람처럼 그녀의 삶을 떠받치고 있던 "방법"에 대한 믿음에 쩍쩍 금이 갑니다.

 

 

이 책만큼 밑줄을 많이 그으면서 읽은 소설도 드물듯합니다. <어떤 소송>은 독자에게 많은 물음을 던져줍니다. "방법이 의심할 여지 없이 유죄라고 확인했는데도 자신을 무죄로 여기는 그런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이런 경우에는 왜 보편적 복리와 개인적 복리 사이에 골이 생기는가? 이런 것들이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근본 물음이에요. 동시에 방법의 근본 물음이며 항상 새로 제기되고 다뤄져야 하지요"(45).

 

율리 체의 목적은 체제에 대한 의심을 심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인간 사회에 작동하는 그 어떤 체계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므로 우리는 끊임없이 비판과 반성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나에게 큰 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그저 조용히 순응하여 살아가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이런 쓴소리를 내뱉기도 합니다. "그리고 너는, 넌 자전거를 타는 나무랄 데 없는 시민이지? 네가 누군지 말해 줄게. 비겁한 사람. 너의 모든 합리적인 생각, 너의 찬성과 반대, 네가 남보다 더 잘 알고 제일 잘 아는 체하는 건 모두 단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거야. 평생 동안 '난들 어쩌겠어?' 하며 어깨나 으쓱해 버리고 살려는 목적"(143).

 

무엇보다 사랑에 대한 작가의 정의가 인상 깊습니다. "그 애는 사랑을 위해 살고자 했어. 그 애 말을 경청하다 보면 사랑이란 그저 그 애 마음에 드는 모든 것의 다른 이름일 뿐이란 걸 알 수 있었지. 사랑은 자연이었고 자유와 여성들이었으며 낚시였고 고요를 깨는 거였지. 다르게 존재하기. 더 많이 소란을 일으키기. 그 모든 걸 모리츠는 사랑이라 불렀지"(31).

 

진정한 생명력은 고요를 깨는 것이고, 더 많은 소란을 일으키는 것이라, 그것이 사랑이라는 율리 체의 말을 꼽씹어 봅니다. 체제가 견고해지면 인간을 위해 체제가 봉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체제(의 안정)를 위해 존재하게 됩니다. 체제는 순응하는 인간을 원하고, 그 안에서 권력과 이익을 누리는 자들은 무엇보다 간절히 '고요'(안정)를 원합니다. 그 고요의 상태의 정상이라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애씁니다. 요즘 뉴스 보기가 겁이 납니다. 난리와 난리, 재난과 재난에 대한 보도가 끊이지 않습니다. 지구촌에 번지고 있는 위협과 공포가 사회의 안정을 견고히 해줄 강력한 체제(빅 브라더)를 낳을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입니다. <어떤 소송>은 미래의 어느 날을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오늘 우리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안정을 위한다는 미명 아래 감시와 폭력에 정당성을 더해가는 체제에 의문을 던져볼 것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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