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
요시다 슈이치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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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가 중국땅이 되고 있다는 괴담(?)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중국인들 덕에 경기가 살았다고 좋아하는 이도 있다지만, 그 관광수입의 대부분은 다시 중국으로 흘러들어간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자본이 투자를 명목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 정부는 뭘하고 있는가 하고 물으니, 제주땅을 중국인들에게 팔아넘기는 데 앞장서는 사람이 '제주 시장'이라는 소문이 있답니다. 루머라고 믿고 싶습니다. 개인적인 돈벌이를 위해 보물 같은 나라 땅을 팔아먹는 공무원이 있는 나라에 산다는 것은 깊은 절망이니까요.

 

거대 자본은 국가 간의 경계를 빠르게 허물어뜨리며 돈이 될만한 곳으로 쉴 새 없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눈 감으면 코 베가는 세상이 아니라,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때에 제3에너지를 둘러싸고 국가간에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최첨단 우주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놓고 벌이는 국제 첩보전입니다. 에너지 기술과 거대 자본, 그것을 움직이는 기업과 정치인들의 이권 다툼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는 무엇일까요?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손지'라는 일본 정계의 거물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정보입니다. 정보는 보물이에요. 보물찾기에 뛰어난 자가 이 세상을 제압할 겁니다"(220).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전쟁은 다른 측면에서 정보 전쟁이기도 합니다. 제3에너지 전쟁을 놓고 각국의 "우수한 보물찾기(정보) 프로 집단"의 한판 대결이 볼만합니다. 인터넷 연예 통신사로 가장하고 있는 일본의 'AN 통신'의 다카노와 그의 라이벌인 한국의 데이비드 김, 정체를 알 수 없는 AYAKO라는 여인이 서로 다른 상대와 목적을 위해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가운데 국제적인 음모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작품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몇 해 전에 방송된 드라마 "도망자(Plan.B)"와 닮아 있지 않을까 상상해봅니다. 베트남, 홍콩, 일본, 중국을 넘나드는 스케일, 비밀스러운 과거를 가진 등장인물, 화려한 액션 등이 많은 면에서 그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데뷔 15주년을 맞은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이 소설이 "내 문학 인생의 분기점이 될 작품"이라고 자평했답니다. 그의 작품을 모두 챙겨 읽은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전작들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긴박감 넘치는 스토리는 읽는 재미를 더하고, 그러면서도 등장 인물의 불행에 대한 따스한 시선, 한국에 대한 친근감 등은 여전합니다. 특별히 등장 인물들이 사랑스럽습니다. 24시간 연락이 두절 되면 저절로 폭발하는 장치를 심장에 달고 움직이는 AN 통신의 다카노, 한류 스타를 닮았다는 데이비드 김, 국회의원의 입장에서 일본을 배신할 수 없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는 이가라시 등 책을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들을 응원하게 될 것입니다. 또 국제적인 첩보전에 반드시 등장하는 미모의 여인도 매력적입니다. 가장 비밀스러운 존재이기도 한 "AYAKO"의 대사는 남성들이 주축이 된 전쟁에 여자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유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남자란 칠칠맞지 못한 생물이라고 AYAKO는 생각했다. 그래서 강할 때가 아니면, 이기지 않으면 살아가지 못한다. 약할 때 그리고 지고 있을 때에도 살아 내는 것은 여자뿐이다"(377).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국제 사회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여기에 그려진 전쟁은 '픽션'이 아니라 '팩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재미 있게 읽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정보 전쟁의 묘미와 더불어 정보(뉴스)의 홍수 시대에 우리가 잃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되새겨볼 수 있습니다. "뉴스나 신문에 부모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너무나 자주 나옵니다. 육아 방기로 굶어 죽은 남자아이, 온몸에 멍이 든 채 죽은 여자이아, 그런 건 더 이상 드물지도 않은 이야깃거리가 디었어요. 그들의 죽음을 전하는 뉴스를 보고 1분이라도, 아니 1초라도 좋아요, 그들의 비통함에 바싹 다가가서 묵념해 주는 사람이 이 나라에 하나라도 있습니까? 뉴스는 배설해 놓을 뿐이에요. 프로그램이 끝나면 다들 그들을 잊어버려요"(498). 그리고 또 하나, 세상은 정보나 자금이나 권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유혹과 갈등과 불행 속에서도 사람들의 선한 의지 속에서만 살아갈 만한 세상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주는 태양, 자본이, 권력이, 아무리 짓밟고 빼앗으려고 해도 절대 짓밟을 수 없는 것이 태양인 것처럼, 그 태양이 사람들의 선한 의지를 비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태양은 움직이지 않는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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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드로잉 노트 : 여행 그리기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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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배워서 여행 스케치를 시도하는 것은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도전이고, 무뎌진 감성을 일깨워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며 이해하는 통찰력을 키우는 일이다." (뒷 표지 中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논과 논 사이로 난 길 위로 아름드리 나무가 세워진 풍경을 보면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이곤 했습니다. 그림일기말고는 꾸준하게 그림으로 기록을 남겨본 적도 없고, 그림과 가까운 삶을 사는 것도 아니면서, 유독 그 풍경에 그런 충동이 생겨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나이를 먹다보니 "죽기 전에 꼭 해야 할"에 대한 집착이 강해집니다. 그러한 집착이 조급함을 불러오고, 그런 조급함이 여행에 대한 맹목을 불러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줄기차게 돌아다니고, 욕심사납게 훑고 다니다보니 또다른 갈증이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무엇인가 나만의, 감성적인, 드라마(의미)를 남기고 싶은 욕구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삶을, 여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나만의 비밀스러운 놀이 하나를 갖고 싶은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빛나는 김충원 선생님의 작품을 워낙 좋아하는데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에 푹 빠져 있는 저에게 "여행 그리기" 시리즈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책입니다. 처음엔 "여행을 그린다"는 것이 조금 낯설게 다가왔지만, 내가 찾던 그 비밀스러운 놀이가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유쾌한 깨달음이 가득합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하나.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두 가지를 결정해야 한다"(50)는 것! '무엇을 그릴까?' 즉 그릴 대상을 결정하고, '어떻게 그릴까?' 혹은 '어떤 식으로 표현할까?'를 결정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상'보다 '방식'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이 책은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를 알면 대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또한 "그리는 방식을 이해하는 일은 그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이해하는 일"이라고 하는데, "그림의 본질은 커뮤니케이션이므로 타인이 어떻게 느낄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라고 풀이합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에는 기술적인 가르침뿐 아니라, 김충원 선생님의 그림과 삶에 대한 철학이 함께 담겨 있습니다. 글을 읽고 있다 보면, 그림과 더욱 친숙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무엇일이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여행을 그리는 것 역시 '기초 연습'이 중요합니다. 변화무쌍한 여행지의 순간을 포착하여 스케치하는 일은 "가장 탄탄한 기본기와 자신감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꼭 "여행 스케치"를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이 책은 드로잉의 기초를 맹연습하기에도 좋은 교재입니다.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둘. 어렸을 때 '궁' 같은 곳에서 사생대회가 열리면, 그림을 그리는 작업보다 지나가는 사람이 그림을 쳐다보는 것이 더 신경쓰여 그림 그리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라서 여행 스케치의 필수 조건 두 가지는 "최소한의 표현 능력과 달느 사람이 보든 말든 스케치에 열중하는 배짱!"이라고 콕 짚어줍니다. 이에 대한 김충원 선생님의 조언은 "실내 스케치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시선이 드문 실내의 구석에서 그리기 시작한다"(5).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셋. 여행 스케치의 달인이 되려면 꼭 익혀야 할 기술 중 하나, '썸네일 스케치.' "대상의 전체적인 특징을 꼭 필요한 선만 사용하여 아주 간략하게 스케치하는 것을 엄지손톱 위에 그린 그림, 즉 '썸네일 스케치'라고" 하는데, "미술 시간에 배웠던 '크로키'와 비교했을 때 썸네일 스케치는 기록의 의미가 강"합니다. 역시 관건은 연습입니다! "썸네일 스케치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눈과 손은 매우 감각적으로 대상에 반응하게 되고 이때부터 당신의 자연스럽고 순수하며 개성 있는 여행 스케치가 시작된다"(78).

 



 

 

<이지 드로잉 노트> 시리즈 중 "여행 그리기"에서 배운 것 중에서 꼭 익히고 싶은 기술은 "페더링"이라는 기법입니다. "페더링(feathering)이란 새의 깃털(feather)을 그리는 기법에서 유래한 것으로 스트로크의 방향을 일관적으로 유지하면서 빠르고 경쾌하게 명암, 혹은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84). "페더링은 스케치의 명암 표현에 가장 적합한 스트로크 방식"인데, "특히 색연필이나 파스텔로 스케치를 할 때 페더링은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85)이라고 일러줍니다.

 

너무 멋드러진 기술이라 꼭 익히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 않습니다. 김충원 선생님은 "모든 스케치의 3대 주제는 '나무와 건물, 그리고 사람'(59)이라고 말합니다. "그중 나무는 가장 흔한 주제이면서 가장 그리기 쉬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가장 그리기 까다로운 대상이 될 수도 있"는데, "여행지에서 독특한 나무를 발견했다면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주제"라고 일러줍니다.



 

 

이면지를 잔뜩 쌓아놓고 쓱쓱 따라그려 보았습니다. 욕심만큼 잘 그려지지 않아 조바심도 나지만 선을 하나씩 그어가는 것도 무척 재밌습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수준(?) 있는 그림 일기도 그려보고, 여행지에서 직접 그린 엽서를 이용하여 친구에게 인사를 전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만 가지고도 풍요롭고 충만한 일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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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꼭 가봐야 할 여행지 100
권기왕 지음 / 상상출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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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명소 100곳

 

 

여행지로 미국을 생각할 때마다 "친숙은 경멸을 불러일으킨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라고 하면 유럽 쪽이 먼저 떠오르지, 가보지도 못했으면서 괜히 친숙하게 느껴지는 미국은 어쩐지 설레임이 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뉴욕이나 하와이 같은 곳이 가보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나 "로망"까지는 아니다 싶은 마음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친숙함의 경멸을 여지 없이 깨뜨려준 책이 바로 이 책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입니다. 미국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먼저 미국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미국이라고 하면 도시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미국이 얼마나 아름다운 대자연을 품은 나라인지 잊고 있었던 것입니다. "거대한 영토는 인간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대자연을 품고서 그 스케일로 이방인을 압도한다. 곳곳에 펼쳐진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이 모든 것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이라기보다 조물주가 그 위엄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빚어 놓은 것이라는 생각에 숙연해진다"(프롤로그 中에서).
 
게다가, "세계의 경제, 금융, 문화, 예술, 패션의 중심지"인 뉴욕을 제외하고도, "문화, 예술, 과학 등 특정 테마에 강한 매력을 지닌 곳이 많다"는 것도 여행지로서 미국이 가진 매력임을 새삼 실감했습니다. 이 책이 저자는 "미국을 여행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것들을 만난 보는 것과 같다"고 단언합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지역별로 크게 미국 동부, 서부로 나누어 미국에서 꼭 가봐야 할 여행지를 소개하고, 끝으로 앨래스카·하와이를 소개해주고 있습니다. 큰 땅덩어리를 가진 미국답게 지역을 시원시원하게 가르며 여행지를 짚어주고 있는데도 이 책에서 소개하는 100곳의 여행지가 일부러 100이라는 숫자를 맞추기 위해 억지스럽게 여행지를 골랐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100곳으로 추리는 데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는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행지에 대한 매력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먼저 사진 한 장으로 여행지의 매력을 강렬하게 보여주는 이미지를 던져주고, 여행지로서 그곳이 가진 매력의 포인트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알면 보인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느끼는 것은 여행지의 "의미"를 공부하는 일의 중요성입니다. 의미 깊은 곳에 와 있으면서도 몰라서 그냥 스치는 경우가 있고, 여행하는 포인트를 엉뚱하게 잡는 일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꼭 여행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상식과 교양으로 읽어두어도 좋을 내용들입니다. 미국의 역사, 도시의 매력, 건축물의 역사 등을 간략하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록처럼 책의 뒷면에 "미국과 관련된 흥미로운 사실" 몇 가지가 간략하게 간추려져 있는데, 이곳에서 아주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세계인들이 즐기는 코카콜라는 원래 감기약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것입니다(422). "감기약을 제조하던 중, 탄산수에 코카 잎의 추출물을 배합하여 마셔"본 것이 코카콜라 탄생 배경이라는 것입니다. 이 새로운 감기약(?)이 감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맛이 세계인의 입맛은 확실히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코카콜라를 처음 만든 분이 약사라는데, 그 맛에 놀라 이 음료가 몸에 안 좋다는 것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나 봅니다(ㅠㅠ).
 

 


이 책의 저자는 "미국 여행을 다녀왔거나 계획하는 이들에게, 혹은 단지 미국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 미국의 속살을 보여주는 안내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저자로서의 소망을 밝힙니다. 미국 여행을 다녀온 분들에게는 다녀온 곳이 어떤 곳인지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고, 미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어디를 어떻게 둘러보면 좋을지 큰 그림을 그리게 해줄 것이고, 미국을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에게는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시각을 열어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미국 여행을 위한 구체적인 정보를 구하는 분들에게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여행에 대한 막연한 그림을 가지고 있지만 꼭 한 번 가볼 계획이 있으신 분들은, 책의 뒷편에 실린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도시", "미국에서 가장 가볼 만한 국립공원",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휴양지",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여행하기 좋은 곳", "미국의 문화와 예술의 무대"라는 주제로 골라놓은 여행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목적과 목적지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저에게는 이렇게 미국을 샅샅이 훑어보며 미국이라는 나라를 완전 정복한 저자의 삶이 부러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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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그림자의 춤
앨리스 먼로 지음, 곽명단 옮김 / 뿔(웅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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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노벨문학상의 수상자가 누가 될지 특히 더 관심을 가졌던 해였던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의 고은 시인이 수상을 할 수 있을지 두근거리기도 했고, 영국의 온라인 도박사이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이 점찍어지고 있다고 하는 소식도 들려오고 해서 말입니다. 그래서인지 정작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을 때, 다소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게는 '앨리스 먼로'라는 이름이 생소했고, 도박사들도 앨라스 먼로보다 고은 시인에게 더 표를 많이 주었기 때문입니다.

 

단편 소설 작가로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는 '앨리스 먼로'가 처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편 작가의 거장으로 알려진 앨리스 먼로는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권위 있는 상을 수차례 수상한 캐나다의 대표 작가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그녀의 작품들이 활발하게 번역 출간 되고 있는데,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1950년대부터 15년에 걸쳐 써온 단편들을 한데 엮어 1968년에 펴낸 책 첫 단편집"(404)이라고 합니다.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총 15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생활의 발견"과 같은 느낌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당황스러운 순간들이 어떻게 평범한 일상과 버무려지며 인생의 순간순간을 매워가는지 그 찰라를 촘촘하게 포착한 사진 같습니다. 먼 나라 낯선 땅에서 이미 오래 전에 일어난 일일텐데도 지금 여기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사건들이라는 것이 그녀의 이야기가 가진 힘처럼 느껴집니다.

 

앨리스 먼로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옮긴이의 말"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캐나다 땅의 상황과 특히 다음의 글이 그녀의 작품을 새로운 의미에서 바라보게 해주었습니다. "1931년에 태어나 여든 살이 다 된 앨리스 먼로는 여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왔고 여성의 경험을 치열하게 그려내며 지금까지도 현역으로 활동하는 노작가이다. 영문학이라는 대학 강좌에 영국 문학과 미국 문학은 있어도 국문학(캐나다 문학)이 없던 시절, 여자가 책을 읽고 글을 쓴다는 일 자체가 비웃음거리였던 그 시절부터 글을 써온 작가는 지난 2009년 세계적으로 정평 있는 영국 부커상 국제 부분인 '맨부커상'의 세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408).

 

"여자로서 치열하게 살아왔고 여성의 경험을 치열하게 그려내며"라는 말처럼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여성으로의 경험이 농밀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은 행복에 달뜬 소녀의 감정이라기보다 좌절과 배신의 감정이며, 야비하고 천박하고 잔인하고 구질구질하고 교활하고 우롱하는 것들로 덧칠해져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의 일상 깊숙한 곳에 어떻게 침투해 있는지, 우리가 매순간 맞닥뜨려야 하는 세상의 실체라고나 할까요. 그 안에서 여성으로서, 딸로서, 느끼는 감정과 의식의 흐름이 섬세하게 포착되어 있습니다.

 

경제 공황으로 빈민가에 내동댕이 쳐진 뒤, 떠돌뱅이(워커브라더스) 회사의 판매 사원이 되어 시골 구석구석을 누비는 아버지. 그 아버지를 따라나선 하루, 그 하루를 반추하며 아버지의 삶을 더듬어보는 어린 딸의 모습이 슬픈 그림처럼 마음에 남고. "그리하여 아버지는 운전을 하고 남동생은 토끼가 지나가나 길을 살피고 나는 우리가 차에 타고 있던 아까 그 오후의 마지막 순간부터 거꾸로 흐르면서, 어리둥절하고 낯설게 변한,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다. 마치 마술을 부리는 풍경처럼, 바라보고 있는 동안에는 친근하고 평범하고 익숙하다가도 돌아서면 어느새 날씨는 변화무쌍하고 거리는 가늠하기 어려운, 끝끝내 알 길 없이 바뀌어버리는 풍경 같은 그 삶을"(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88).

 

자신이 "계집아이"로 태어났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아가며, 나(딸)를 사랑하고 나(딸)의 까다로운 요구도 묵묵히 들어주는 엄마이지만, 때로는 엄마를 적으로 느끼기도 하는 딸의 모습에서 나의 엄마이지만 누군가의 딸이기도 한 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하고. "엄마도 외로울 수 있고 샘을 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나는 그때 미처 하지 못했다"(사내아이와 계집아이, 217-218). "단 한순간도 엄마가 겪는 곤경이 무엇인지 제대로 깨닫지 못해서 집요한 눈물 공세에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한가닥 동정심조차 내비치지 않았는지 모른다"(위트레흐트 평화조약, 357)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그려내는 세상은 "축제처럼 마냥 즐거운 세상"이 아니라, "불행이 그칠 새 없는 수용소 같은 음침한 세상"에 가깝습니다. 부조리와 천박함과 배신과 패배감과 자괴감에 저만의 방식으로 날을 세우기도 하지만 속시원한 복수도 없고, 통쾌한 일탈도 없고, 비장한 결투도 없고, 장엄한 최후도 없습니다. 특별한 결론 없이 이야기가 끝나는 것은 야비하고 천박하고 잔인하고 구질구질하고 교활하고 우롱하는 것들로 덧칠해진 우리네 인생 또한 이렇다 할 매듭 없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찾아오는 어떤 성찰이 미약하게나마 우리의 삶을, 특히 여자로서의 삶을 계속 밀고 나가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내게는 이 노작가가 그 누구보다 치열한 전투에서 멋진 승리를 일궈낸 전사처럼 느껴집니다.

 

"메리 포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내가 불행하다고 느꼈던 격렬한 통증이 스러지는 듯했다. 나와 똑같이 패배감 - 그것을 나는 보았다. - 에 시달렸지만, 여기 있는 이 사람은 에너지가 넘치고 자기를 존중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했던 거다. 하다못해 담뱃잎 따기라도"(붉은 드레스-1946,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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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게스트하우스 200 - 길 위의 내 집
신영철 지음 / 꿈의지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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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휴직을 신청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주도에서 머무르며 올레길 전 코스를 완주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몸과 마음의 굳은 살을 덜어버리며,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고 계획하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숙소. 경비도 경비지만 한 곳에만 머무르자니 올레길을 걷다 말고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200>은 저와 비슷한 계획을 가진 여행자나 "나홀로 여행자, 또는 알뜰 배낭여행자들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책입니다. 게스트하우스는 무엇보다 숙박료가 저렴하다는 것(보통 1인 2만-2만 5천원 정도)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현재 제주에는 "300" 내지 "400"여 곳에 이르는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제주에 불고 있는 게스트하우스 붐"을 이렇게 분석합니다. "주로 '문화이민자'라 불리는 제주로 이주해온 이들에 의해 주도되었다고 봐도 될 겁니다. 국내 제일의 휴양지인 제주에 나만의 게스트하우스를 만드는 일은 제주살이를 위한 절호의 아이템이었을 것입니다. 그들에 의해 게스트하우스는 하나의 사업공간이자 꿈꾸던 내 집의 공간으로 작용했습니다." 덕분에 "제주의 게스트하우스는 개성 넘치는 소규모의 공간으로 만들어진 곳이 많"다고 합니다. 예쁜 게스트하우스들이 많으니 골라 가는 재미가 있기도 하지만, 어느 숙소가 좋을지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또다른 고민이기도 할 듯합니다.

 

<제주 게스트하우스 200>은 그중에서도 개성 강한 게스트하우스들을 선별하여 소개합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구성 중 하나가 바로 "제주 게스트하우스 Best of Best"라는 꼭지입니다(위의 사진). 가장 저렴한 곳, 커플이 묵기 좋은 곳, 가족이 묵기 좋은 곳, 혼자 가면 더 좋은 곳, 집 앞 경치, 정취가 좋은 곳, 사실이 좋은 곳, 조식이 맛있는 곳, 올레 픽업 서비스, 한라산 픽업 서비스, 오름투어 프로그램,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은 곳, 바비큐 바티가 유명한 곳, 이밖에도 반려견과 묵을 수 있는 곳,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 등 여행자의 필요에 따라 원하는 게스트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친절하게 분류를 해두었습니다.



 

 

제주도를 지역별로 동부, 서부, 남부, 북부로 나누어 지도 위에 게스트하우스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놓은 것도 이 책의 장점입니다.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못한 여행자라도 가장 가까운 곳의 게스트하우스를 쉽고 빠르게 찾아낼 수 있을 테니까요. 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놓쳐서는 안 될 베스트 관광지까지 추천을 해주고 있습니다(위의 사진). 저자가 소개하는 여행지는 한 곳도 빼놓지 않고 모두 가보고 싶은 욕심이 생깁니다. 제주도는 한 두번의 여행으로 모두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200>에 소개되는 게스트하우스 중에는 여행자들을 위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습니다. 게스트하우스에 이런 프로그램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오름투어, 낚시체험, 일몰투어, 일출투어, 달빛산책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자의 권유대로 "자신의 성격과 취향을 고려"하여 잘 선택하면 게스하우스에서 보내는 하룻밤도 아주 특별한 여행이 될 듯합니다.

 

저자는 제주를 "게스트하우스의 천국"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멋진 게스트하우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깔끔하고 예쁜 게스트하우스의 모습을 담아서인지 일단 이 책 자체가 참 예쁩니다. 한 눈에 정보를 파악하면서 많은 게스트하우스의 장단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꾸며진 것도 이 책의 탁월한 점입니다. 나홀로 여행, 알뜰 배낭여행, 제주 올레길 완전 정복을 꿈꾸는 여행자들에게 권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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