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생각 - 과학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이고르 보그다노프 & 그리슈카 보그다노프 지음, 허보미 옮김 / 푸르메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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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싶은 것은 신이 세상을 어떻게 창조했는지라네. 현상이나 원리 따위는 내 관심사가 아니지. 나는 그저 신의 생각이 알고 싶은 거라네"(아인슈타인, 10).

 

 

이 세상에는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두 가지 '론'이 있습니다. 하나는 창조론이고, 다른 하나는 진화론입니다. 합리적 사고와 과학적 지성을 추앙하며 특히 자신이 바로 그런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이들은 '진화론'을 신봉합니다. 진화론이 설명하는 우주의 기원은 한마디로 "우연"입니다.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은 순전히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신의 생각>은 이러한 주장이 "가장 비과학적인 가설"이라고 비판합니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가장 비과학적인 가설은 우주, 의식, 생명이 경의로운 '우주적 우연'이 빚은 산물에 불과하다는 이론이다. 생명은 단순히 '무작위로' 출현했으며, 우리의 존재 역시 순전히 임의적이라는 주장이다"(12).

 

이 책은 우주의 기원과 생명의 탄생은 절대로 '우연'일 수 없다는 논리와 증거를 제시합니다. 그렇다고 <신의 생각>이 창조론을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의 생각>이라는 책의 제목은 (위에 인용되어 있는) 아인슈타인의 말에서 따왔습니다. 이 책에서 지칭하는 '신'은 (기독교의) 창조주가 아닙니다. "사실상 유신론자들이 자신의 신앙을 말할 때 사용하는 '신'이란 단어는 과학자들이 자신의 발견이나 의문을 비유할 때 말하는 '신'과는 의미가 전혀 다르다"(274). <신의 생각>에서 말하는 '신'은 '정보' 또는 '수'(숫자)의 다른 이름입니다.

 

 

수와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수학 법칙과 물리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연관성이 존재할까?

특히 우주는 우연에 의해 지배되고 있을까 아니면 아닐까?"(129)

 

<신의 생각>에 등장하는 수학자 또는 과학자들은 우주 또는 생명의 기원이 우연이 아니라, "기막히게 계획된 사건"이라고 봅니다. 겨울에 내리는 '눈'의 신비에 대해 들어보셨습니까? 지구상에는 역사 이래 똑같은 모양의 눈송이가 단 하나도 없었다고 합니다. "모두 6개의 기둥을 달고 있고, 모두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모양만큼은 전부 제각각"입니다. "그것은 흡사 대칭이 완벽한 6각형의 아름다운 별과도 비슷"합니다. <신의 생각>은 묻습니다. "그런데 대체 왜 기둥은 항상 5개나 7개가 아닌 6개인 것일까? 대체 어떤 기적에 의해 들판 위에 내리는 수십억 개의 눈송이는 하나의 견본을 보고 만들었는데도 전부 모양이 다른 것일까?"(39)

 

자연에 나타나는 신비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들판에 피는 꽃잎의 장수를 세어보면, 이파리가 모두 3장, 5장, 8장, 34장, 55장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이 들판에는 꽃잎의 장수가 6장, 9장, 혹은 12장인 꽃은 존재하지 않는다! 꽃잎이 22장, 35장인 꽃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찾아도 그런 수의 꽃잎이 달린 꽃은 절대 찾을 수 없다"(113). 그런데 놀랍게도 이 꽃잎의 수는 약 8세기 전 발견된 괴상한 수열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피보나치 수열'(114)인데, 이 수열의 원리는 1부터 출발해 앞의 수를 하나씩 더해가는 것입니다. 그것을 나열하면 이렇습니다. "0, 1, 1, 2, 3, 5, 8, 13, 21, 34 등." 이 피보나치 수열은 꽃잎의 장수가 결코 무작위로 정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수열이 "시대를 막론하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어떤 상수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연속하는 두 수의 비를 구하면 수학자들이 황금수라고 부르는 유명한 수(1.618)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종종 '신의 비율'이라 불리기도 하는 이 상수-이른바 황금수-는 세상 어디에나 존재했다. 꽃에도, 조개에도, 심지어 그가 매일 연주하는 피아노곡 속에도 들어 있었다"(119).

 

<신의 생각>에서 주장하는 논지를 한마디로 말하면, "우주가 막 탄생하던 0의 순간에 우주는 물질로 이뤄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과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정보'이며, "무의 한복판에 자리한 순수 사유. 수학적 사유"(16)라는 것입니다. <신의 생각>은 "당대 세계 최고의 수학 명문이자 오늘날 신화가 된 한 대학(괴팅겐)을 중심으로" "수학계를 평정하고, 세계 곳곳에 사상 초유의 혁명을 몰고" 온 소수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수학자들의 사고 발전 과정과 이론을 소개합니다. 괴팅겐이 배출한 수학사조의 황태자들 - 민코프스키, 조머펠트, 힐레르트, 클라인, 린더만, 후르비츠, 바일, 라마누잔, 괴델,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보른 등 -을 중심으로 그들이 "예정 조화"라고 이름붙힌 사상의 전개 과정을 상세하게 기술합니다. "우주에는 예정조화란 것을 통해 신의 생각을 보여주는 흔적이 남겨져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신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은 바로 수학 언어를 통해서다"(라이프니츠, 89).

 

 

기원전 540년경 피타고라스가 말한 "수가 우주를 지배한다"는 말이 얼마나 옳은지 깨닫게 될 것이다(35).

 

<신의 생각>은 숫자들이 "우주의 가장 근원으로 향하는 문을 열어줄 열쇠"라고 말합니다. 만물은 어떤 근원적인 질서에 기초하고 있는데, 오직 수학을 통해서만 그 질서를 해독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127). 이런 주장을 근간으로 물리적 현실계와 수학 사이에 존재하는 기이함을 매우 흥미롭게 밝힙니다. 수가 법칙을 낳고, 또 그 법칙에 의해 물질과 공간과 시간이 탄생했다는 주장도 흥미롭습니다.

 

<신의 생각>을 읽으며 가장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수학'이라는 학문의 위대함이었습니다. 수학이 얼마나 정교한 논리이며, 또 심오한 철학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또한 "오늘날 물리적 지식의 근간인 두 분야", 즉 "극대의 세계를 다루는 상대성 이론과 극소의 세계를 탐구하는 양자 이론"이 수학자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세계적인 우주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이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왜 그렇게 후회했는지 비로소 와닿았습니다. (수학이 이렇게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걸 학창시절에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습니다. 저에게 자녀가 있다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수학을 열심히 가르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 우주는 우주의 바깥에 있는 다른 무엇인가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신의 생각>의 주장이 저의 신앙을 더욱 견고하게 해주었습니다. (비록 여기서 말하는 '신'이 그 '신'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물리적 세계가 창조되기 이전에 우주 창조의 시나리오를 "암호화해 놓은" 어떤 "정보"(수학적 법칙)가 있었다는 주장은, 하나님의 '말씀'이 바로 그 정보일 것이라는 어떤 확신을 주기도 합니다. (억지스럽다고 비웃음을 살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수학자와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신의 생각>에 등장하는 이론이 과학이 아니라 동화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하지만, 노벨상을 거머쥔 수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입니다. 흥미롭게 읽어볼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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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도시 감성여행 -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염관식.옥미혜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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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시작은 로망입니다"(4)

 

'도시'와 '감성'은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 단어 같습니다. 도시라고 하면 케케한 매연이나 교통 혼잡과 같은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기 때문입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도시'에 관한 판에 박힌 고정관념을 깨뜨려줍니다. '소'도시가 이렇게 개성이 강한 곳이었나 하는 깨달음이 신선한 즐거움으로 다가옵니다. 어떤 곳은 "아, 여기도 도시였구나" 하는 낯선 충격을, 어떤 곳은 "이 (소)도시에 이런 매력이 감추어져 있었구나" 하는 즐거운 감탄사를 쏟아내게 합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뚜렷한 자기 색깔을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의 12소도시를 선정하여, 그 도시의 빛깔에 맞는 감성의 옷을 입혔습니다. 각각의 도시마다 그 도시의 매력을 콕 찝어낸 여행 테마를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이것을 '로망'이라 이름합니다. "그곳에는 내가 보고 싶은, 만나고 싶은, 맛보고 싶은, 경험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것을 '로망'이라 부른다"(12).

 

  

 

 

 

  

"이 책에서 소개한 열두 도시는 뚜렷한 자기 색깔을 지니고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로망 도시입니다"(4).

 

본격적(?)으로 여행을 시작할 즈음엔 "도시 탈출"이 목적이었으므로, 늘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자연을 찾아 떠났습니다. 그런데 여행을 할수록 개성 강한 도시의 매력에 끌립니다. 게다가 "소도시"는 호젓한 분위기는 물론, 낯선 사람들이 낯설게 살아가는 풍경 속으로 풍덩 빠져드는 재미까지 더해줍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탰습니다.

 

한 번쯤 이런 여행을 하고 싶다는 '여행에 대한 로망'과 그 도시가 품은 매력을 하나로 연결시켰습니다. 커피 향이 가득한 여행을 꿈꾼다면 강릉으로, 항구 여행을 꿈꾼다면 통영으로, 주점 여행은 전주, 자전거 여행은 경주, 트레킹 여행은 울릉도, 바다 여행은 남해, 캠핑 여행은 가평, 펜션 여행은 태안, 느린 여행은 담양, 기차 여행은 삼척, 초원 여행은 평창, 사진 여행은 부산을 꼽습니다. 도시를 여행하는 감성적인 포인트를 콕콕 짚어놓으니 그 도시의 색깔이 더 선명하게 와닿습니다.

 

 

 

 

 

 

  

"2년여 동안 집요하게 발굴해낸 여행 이야기와 정보가 담긴 이 책"(13)

 

요즘 서점에 가면 여행 가이드북 홍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여행 책자를 고를 때, 제게 기준이 되는 것은 제가 다녀온 곳의 정보가 어떻게 정리되어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가장 많은 준비(!)를 하고 다녀온 곳이 '울릉도'였기 때문에, 목차에 울릉도가 있으면 울릉도를 기준으로 그 책의 정보력이나 추천 코스를 평가해보곤 합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을 보며 감탄했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울릉도 편'을 보니 저자가 얼마나 세심하게 여행지를 돌아보고 이 책을 썼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뷔페'와 같은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존의 책들이 일품요리라면 이 책은 뷔페에 가깝다. 부페에 차려진 수십 가지의 요리들 가운데 하얀 접시에 애피타이저부터 메인 요리, 디저트에 이르기까지 내 입맛에 맞춰 골라 담듯이 여행자의 취향에 따라 나만의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했다"(13). 울릉도 편을 보며 장담하건데, 정말 딱 들어맞는 설명입니다!

 

 

 

 

  

 

"기차 여행을 설렘 그 자체"(386)

 

<소도시 감성여행>이 제안하는 12소도시 여행지 중에 일순위로 선택한 곳은 바로 "기차 여행의 로망, 삼척"입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에세이와 정보가 절묘하게 결합된 여행 가이드 북인데, 삼척 여행의 로망을 자극하는 작가의 글이 저의 마음을 간질였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한 문장 사이로, 열병처럼 들끓는 마음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밤기차에 몸을 실었던 어느 날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어느덧 깜빡 졸다가 문득 잠이 깨어 창밖을 모면 푸르스름하게 사위어가는 하늘 아래 마을에 하나둘씩 가로등이 켜진다. 집으로부터 멀리 떠나왔음을 비로소 실감하는 순간이다"(386). 어느 새 추억이 되어버린 그 날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밤기차를 타보고 싶습니다!  

 

 

 


  

"<소도시 감성여행>은 가르쳐주는 여행이 아니라 스스로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4).

 

<소도시 감성여행>은 테마가 분명한 여행이지만 그 도시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알차게 수록하고 있습니다. 섬척 여행은 "2박 3일 여정으로 정동진, 삼척, 동해의 엑기스를 제대로 맛보는 알찬 여행이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이 책의 정보를 바탕으로 정동진 밤기차 여행과 삼척 바다와 동굴 여행 그리고 동해 추암 촛대바위까지 둘러보는 '일타삼피의 여행'을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12소도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지도가 첨부되어 있어 동선을 쉽게 파악할 수 있고, 저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 명소와 맛집, 교통을 연결하여 직접 여행 일정을 디자인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느낌 아니까!"

 

 

<소도시 감성여행>은 독특하게도 명소와 맛집을 소개하며 그 특징을 '한 편의 시'로 표현해놓았습니다. 감성적인 사진과 글과 어우러지는 한 편의 시가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삼척의 곰치국을 시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못생겨도 맛은 좋아

못 생겼다고 천대받던 곰치

이제는 '금치'가 되었다.

순두부처럼 흐물흐물한 살은

씹지 않아도 꿀꺽 넘어가고

입 안에서 절로 녹는다.

뜨거울 때 후루륵 마시고

땀 쭉 빼가면서 먹는 곰치국은

겨울철 해장국의 대명사다.

 

"낭만을 찾아 떠나는" <소도시 감성여행>은 예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그 발걸음이 느린 듯 여유롭지만 낭비 없이 알차고, 소소한 정보가 빼곡하지만 건조하지 않은 책입니다. 두 분의 저자가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습니다. "느낌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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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 강의 - 중국 최초 통일제국을 건설한 진시황과 그의 제국 이야기
왕리췬 지음, 홍순도 외 옮김 / 김영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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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 사학계의 독보적 연구가로 칭송받"고 있는 저자 '왕리췬'이 "<사기>의 '진시황 편'을 바탕으로 풀어낸" <진시황 강의>입니다. 저자가 "살아서도 죽어서도 세계를 움직이는 왕"이라고 평한 진시황. 누구든지 그를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인물임에 틀림 없습니다. 중국을 하나의 거대한 제국으로 통일한 중국 최초의 황제이자, 전례가 없는 절대군주였으며, 만리장성과 진시황릉이라는 엄청난 문화유산을 남긴 장본인이 바로 진시황이라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진시황 강의>는 진시황의 일대기를 재조명하며 제왕학을 강의합니다. 그러나 진시황의 생애에 머물지 않고 진시황이 중국 최초의 황제가 되기까지 그 기초를 마련한 60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진시황의 한, 조, 위, 연, 초, 제나라를 차례로 멸망시키며 중국을 하나로 통일하는 데는 10년의 세월이 걸렸지만, 그가 황제가 되기까지 그 씨앗이 뿌려지고 잉태된 시간은 무려 600여 년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진시황 강의>를 읽으며 처음 생각해보게 된 역사적 관점은 중국 최초의 황제이자 절대군주로 군림한 진시황의 '위대함'이 아니라, 어찌하여 그의 열망과 달리 그의 나라는 100년도 가지 못하여 멸망하고 말았는가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통일제국을 탄생시키고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하며 최고 권력을 누렸던 진시황은 강하게 타올랐다 한순간에 사라지고 마는 불꿏과도 같은 왕이 되고 말았"다고 평가합니다.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었던 절대군주가 단 하나 두려워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죽음이었고, 불로장생을 꿈꾸었으나 결국 천하 제일의 군주도 50세로 생을 마감하고, 만세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의 제국은 이세 3년, 자영 46일이라는 짧은 통치기간을 끝으로 빠르게 멸망하고 맙니다. 무엇이 문제였던 것일까요?

 

다양한 역사적 관점과 객관적인 평가를 견지하는 저자는 "천하를 얻는 방법은 알았으나 지키는 법은 몰랐던 진시황"이라고 평가합니다. 저자는 진나라가 이토록 빨리 망한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하나는 진시황의 통치 사상입니다. 다음은 진나라 귀족들의 부정부부패가 되겠습니다. 세 번째는 후계가 인선의 실수입니다"(741). 이중에서 마음에 크게 깨우침을 주는 역사적 교훈은 바로 통치자의 사상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통치 철학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한 나라를 통치하기 위해서는 제도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은 사상인데 진나라는 정말 이게 너무나도 부족했다고 설명합니다. 진시황이 열심히 찾아 헤맨 끝에 천착하게 된 통치 사상은 법가 사상이었는데, 이것은 형벌을 위주로 나라를 다스리며, 군왕의 독재 시스템을 강조하는 사상이었습니다.

 

<진시황 강의>는 쉽고 재미있게 전개됩니다. 귀에 쏙쏙 들어오듯 읽히는 짧고 간졀한 문장들은 저자가 이야기에 아주 탁월한 분이라는 것을 증명해줍니다. 사랑하는 포사를 웃게 하려고 봉화대에 불을 붙여 제후들이 헐레벌떡 달려오는 장난(?)을 즐겼던 유왕은 결국 "양치기 소년"이 되어 나라가 멸망하고 말았다는 유명한 이야기도 재미나게 풀어가고, 왕들이 노래와 춤, 여색에 빠져 나랏일에 태만하면 결국 나라의 멸망으로 이어지고,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재를 사랑하는 나라가 부강하게 된다는 역사적 교훈 뿐만 아니라, 진시황을 둘러싼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등을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만리장성이나 황릉에 얽힌 유명한 미스터리 뿐 아니라, 진시황의 아버지가 장양왕이냐 여불위냐 하는 숨겨진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아무리 거대한 역사의 물줄기도 결국은 사소해보이는 어떤 일이나 만남이 빌미가 되어 이루어져 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만일 그때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일 그때 그 사람과 만나지 않았다면, 만일 그때 그 일이 조금만 늦었더라면'이라는 많은 가정을 해보기도 합니다. <진시황 강의>는 그런 가정과 질문들을 사용하여 역사를 바라보는 힘을 키워주는 책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위대한 제왕이라 해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 통치자는 그 수명이 짧을 수밖에 없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제왕학 강의이지만, 유독 마음에 남는 것은 충언하는 신하가 없는 리더, 또 충언을 들을 귀가 없는 리더, 인재를 알아보고 키울 줄 모르는 리더, 특히 통치 철학이 바르지 못한 리더는 결국 멸망을 자초하고 만다는 교훈을 가슴에 새기며, 사소해 보이는 한 문장을 인용해보는 것으로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볼까 합니다.

 

"백성들이 말을 못하게 입을 막는 것은 강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일입니다. 만약 강물을 막아 흐르지 못하게 하면 결국 제방은 무너지고 맙니다. 그러면 다치거나 죽는 사람이 무수하게 생기게 됩니다. 백성들이 입을 막고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겠습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터지게 돼 있습니다. 그때는 왕께서 아무리 후회해도 아마 소용이 없을 것입니다"(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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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암산법 - 6시간 만에 끝내는 초간단 암산 비결!
미즈노 준 지음, 김현우 옮김, 김휘태 감수 / 좋은날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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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숫자'에 강한 사람이 늘 부러웠습니다. 어려운 계산을 암산으로 척척 해내는 사람뿐 아니라, 연도나 수치를 잘 외우는 사람들까지, 유독 '숫자'에 약한 제겐 모두 존경의 대상입니다. 

 

"수학은, 콩나물 값 계산만 할 줄 알면 된다"는 말에 위로받으며 살려고 했는데, 요즘은 '콩나물' 값 계산하는 것도 장난이 아닙니다. 얼마 전, 롤 휴지를 사러 갔는데 각각의 제품마다 미터(m)가 다르고, 포장되어 있는 갯수가 다르고, 그에 따라 가격이 달라 어떤 제품이 더 실속있는지 계산(?)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또 학교 졸업하고 처음엔 '외국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을 많이 후회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수학> 공부를 더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될 때가 많습니다. 논리적인 사고의 바탕이 수학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음악도 수학에 근거하고, 이 우주의 원리도 수학적 체계라는 것을 깨닫고 수학의 위대함이 새삼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스티븐 호킹도 그의 전기에서 수학을 더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기적의 암산법>이 눈에 번쩍 뜨인 것은 숫자(수학)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 때문입니다. 암산이 빠르면 실생활에도 유용할 테고 말입니다.

 

 

  

<기적이 암산법>은 6시간만 투자하면 "두 자릿수 이상 계산을 순식간에" 풀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합니다. "암산의 교과서"라고 자부하는 이 책은 '답이 바로 보이는 1초 암산", "복잡한 계산도 척척, 3초 암산", "머릿속에서 끝내요, 5초 암산", "그 밖의 두 자릿수 암산" 방법을 공개합니다. "1초 암산"법은 정말 쉽고, 또 재밌습니다.

 

<기적이 암산법>에서 가르쳐주는 '암산법'은 '변칙적'인 계산법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변칙적이다 보니 모든 계산에 사용할 수 있는 법칙은 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수에 '11'을 곱할 때 사용하는 변칙적 암산법이 따로 있고, 또 어떤 수에 '9'를 곱하는 암산법이 따로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에서 가르쳐주는 "경우에 해당하는" 계산일 때만 그 암산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계산이 복잡해질수록 그 '변칙'을 외우고, 그 변칙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변칙적 암산법이 있는 계산인지, 그 경우에 해당하는 암산법은 무엇인지를 재빠르게 생각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기적의 암산법>을 보면 "이런 방법이 있었네" 감탄할 만한 하지만, 또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기적의 암산법>을 배우며 연습 문제도 열심히 풀어보았습니다.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하니 답이 7자리나 되는 복잡한(?) 계산도 정말 답이 2-3초 안에 척척 나왔습니다. 암산으로 척척 가능할 때까지 당분간은 이렇게 쓰면서 연습해야겠지만, 아무튼 신기합니다!

 

요즘에는 휴대폰이 없는 사람이 없고, 휴대폰마다 계산기도 내장되어 있어 복잡한 계산도 척척 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수학은 논리적인 사고를 훈련하는 기본 학문임을 생각할 때, 그 기초가 되는 계산을 훈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또 가치 있는 훈련이라 생각됩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놀이 삼아 익혀보아도 유익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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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밥이다 - 매일 힘이 되는 진짜 공부
김경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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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이 위기라고 하는데, 출판되는 책들을 보면 또 인문학이 열풍이기도 합니다. 인문학 위기에 대한 저항으로 여기 저기서 "인문학", "인문학" 하니 인문학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서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요? 인문학에 관한 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인문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속시원한 답을 얻기는 어렵습니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정확한 경계가 있는 학문이 아니고, 또 똑 떨어지는 정답을 구하는 것도 아니여서인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인문학은 밥이다>라는 책을 보니 그동안 제가 가지고 있던 인문학에 대한 정의가 매우 좁은 시각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누가 인문학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문(文), 사(史), 철(哲)을 묶어서 하는 말 아니야?" 하고 반문하곤 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일단 인문학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합니다.

 

 

 

  

 

 

"인문학은 영어로 humanities로,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가 교육 프로그램을 짤 때 원칙적으로 삼았던 후마니타스에서 유래했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동양에서 인문학은 인문(人文), 즉 천문(天文)과 구분되는 개념으로, 사랑과 문화, 인간의 조건을 탐구하는 학문"(5)이라는 설명이 인문학에 대한 명쾌한 그림을 그리게 해주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무척 호방한 책입니다. 인문학이 부를 수 있는 분야를 통크게 다루고 있습니다. 철학, 종교, 심리학, 역사, 과학, 문학, 미술, 음악, 정치, 경제, 환경, 젠더를 종과 횡으로 조명합니다.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게 쓰여 있지만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강의의 재미에 빠져 필기를 잊은 학생처럼, 메모하는 것도 잊고 이야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이 부럽고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

 

 

 

 

  

<인문학은 밥이다>에서 다루는 분야 중에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심리학' 파트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리학이 엄청난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을 새롭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과학"(114)으로 불리는 심리학은 마케팅 분야 뿐만 아니라, 자기계발, 정치, 사회학, 경영학, 인지심리학, 진화심리학, 그리고 뇌과학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진화를 거듭하며, "끼어드는 분야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학문과의 융합도 활발합니다.

 

"뇌가 21세기를 대표하는 키워드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사실상 지난 10여 년간 뇌과학 및 신경과학이 인간에 관한 그 어떠한 새로운 사실도 밝혀내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지적 또한 의미있게 다가왔습니다. "뇌를 이해하면 모든 것을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금으로서는 자나친 낙관이다. 그것은 자칫 위험한 환원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 우리 뇌의 뉴런들이 생각을 발화한다는 기계론적 착각을 경계해야 한다. 인간의 모든 행동을 뇌에 종속시킨다면 인간은 단순히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에 불과하게 된다. 뇌가 곧 인간인가?"(142-143). 저자의 이런 통찰과 날카로운 질문에서 문제의식과 성찰의 힘이 주는 쾌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를 읽으며 내린 결론이 있다면 "인간의 본질과 가치에 대한 철학적 반성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효율과 생산성의 노예가 되어가는 현대인에게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적 질문과 성찰이 요구되고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넘쳐나는 지식(정보)과 미친 속도로 돌아가는 생활 환경과 눈부시게 발전하는 기계 문명 속에서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프랑스혁명이나 미국의 독립선언이 당시의 대중소설에서 비롯되었다는"(312) 주장이 의미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책은, "사고의 확장과 발상의 대전환"의 열쇠는 인문학이 쥐고 있다고 단언합니다. <인문학은 밥이다>는 인문학이 무엇인지, 인문학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인문학이 가진 힘이 무엇인지, 어떻게 인문학을 할 것인지를 통합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값진 강의이고, 재미있는 강의이고, (분야를 막론하고) 추천하고 싶은 강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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