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형 이야기 생각하는 숲 13
모리스 샌닥 글.그림,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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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모리스 샌닥.

 

<나의 형 이야기>가 모리스 샌닥과의 첫 만남이지만, 그는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그림책 작가"라고 합니다. 그의 이력을 보면, 그의 작품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칼데콧 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로라 잉걸스 와일더 상, 미국 국가예술상 등 수상경력이 화려합니다. 게다가 저자 소개를 보면, 모리스 샌닥은 "독특한 표현 기법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그의 그림책들은 전 세계 어린이들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고 전하며, 하버드 대학 교수인 '스티븐 그린블래트'는 모리스 샌닥이 "우리 시대에 가장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라고 평합니다(여는 글 중에서). 또한 극작가이자 퓰리쳐 상 수상자인 '토니 쿠쉬너'는 "우리는 그를 영원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사랑을 담아 인사를 전합니다(표지 뒷면 중에서).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별첨된 작품 설명을 보니, <나의 형 이야기>는 작가의 "작별 인사 같은 책"이라고 합니다. "형인 잭, 50년 간 연인이었던 유진 글린"을 그리는 비가이기도 하고, 작가가 이 땅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완성한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형 이야기>는 이런 창작 배경을 알지 못하고 읽으면, 허무한 수수께끼처럼 읽힐지도 모릅니다. 5분이면 읽어버릴 수 있을 만큼, 짧은 동화이며, 그림책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형 이야기>는 형을 잃은 작가의 슬픔이 시처럼, 신화처럼, 환상처럼 그려진 작품입니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은, 압축적인 서사 안에 환상의 세계가 그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읽을수록) 이 짧은 이야기 안에, "셰익스피어 희곡 <겨울 이야기>의 일부 대사, 에밀리 디킨슨의 시 160번 첫 줄과 340번 마지막 연, 그리고 자신의 작은 그림책 <쌀을 넣은 닭고기 수프>의 한 대목을 살짝 변주"했다는 것이 놀라울 뿐입니다.

 

 

"으스스한 겨울밤, 화려한 빛을 내뿜"는 새 별이 돋아나 "쿵" 하고 지구에 부딪히는 바람에 지구가 두 동강 납니다.

그 바람에 '잭'은 얼음 대륙에 내던져져 돌처럼 굳어버립니다.

'가이'(작가)는 여러 세상을 지나쳐 곰의 굴속으로 떨어집니다.

곰이 가이를 잡아먹으려 하자 가이는 수수께끼를 알아맞히면 목숨을 드리겠다고 합니다.

가이는 "아주 오래된, 겨울 수수께끼"를 내고, 수수께끼를 알아맞히지 못한 곰은 '큰곰자리' 별이 됩니다.

가이는 "큰 곰의 목구멍"을 통해 지하 세계로 들어가 형을 만납니다.

 

 

 

  

 

모리스 샌닥은 형의 죽음을 "코가 꽁꽁 얼어붙"은 것으로 표현합니다(10). 그리고 다시 형을 만났을 때, 그가 "진짜로 형인가 보려고", 형의 "코를 깍, 깨물"자, 형 잭은 "훅, 숨을 쉬었"습니다(28). 어쩌면 잭은 차디차게 굳은 형의 코에 생기를 불어넣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신 선생님은 이 장면을 두고 이렇게 묻습니다. "어려서 많이 하던 놀이였을까요?" 이 물음 때문인지, 이 장면에서 눈물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습니다.

 

책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이 책을 단숨에 읽어내려갔을 때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책을 다시 읽으며 음미할수록 진한 슬픔이 끝없이 차오릅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이 들으면 아름다운 이별 따윈 없다고 야단을 칠지도 모르겠지만, 마지막 장면이 아름다워서 더 아리고, 슬펐습니다. 어린 언니를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슬퍼하는 친구가 떠올라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친구가 슬퍼할 때, 옆에서 등이라도 또닥여주어야 하는데 오래도록 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질책하기도 했습니다.

 

언제 들이닥칠 이별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 문득 깨달아질 때마다 가슴에 '쿵' 하고 떨어지는 것이 있습니다. 열심히 사랑했기 때문에 더 보낼 수 없는 것이겠지만,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으니 이별은 잠시 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 더 열심히,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줍니다. 그림책인데 어린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인가 잠시 생각하다, 어린아이들에게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얼핏 보면 썰렁한 책, 그러나 깊이 음미할수록 빠져들게 되는 환상적인 그림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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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어드벤처 북 (양장) - 상상이 진짜가 되는 놀라운 레고 세상
메간 로스록 지음, 김은지 옮김 / 바이킹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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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창의력을 높이는 아이디어 북"

 

 

레고는 아이들의 장난감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선물하려고 관심있게 본 책인데, 알지 못했던 레고의 세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어릴 때, 오빠가 비행기나 자동차를 조립하는 모습을 간간이 지켜본 것이 다인 저에게 <레고 어드벤처 북>에서 만난 레고 세상은 그야말로 별천지였습니다. 레고 모형을 이렇게 저렇게 조립해서 표현해낼 수 있는 세상이 이렇게 다양하는 것도 놀라웠지만, 조립의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레고 세상의 표현력이 얼마나 디테일한지 그 섬세함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처음 접하는 레고 세상이지만, <레고 어드벤처 북>의 수준은 어린 아이의 놀이 수준을 넘어섭니다. 딱 봐도 레고 마니아들이 반가워할 만한 고급 수준입니다. 아이들 놀이에서 진화한 어른의 솜씨 정도가 아니라, "레고는 작품"이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올 만큼  경이로운 수준을 자랑합니다.

 

 

 

  

"레고 세상으로 떠나는 신나는 모험"

 

 

이 책은 세계적인 레고 빌더들이 "마니아가 알아야 할 핵심 아이디어와 조리법"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레고 세상은 한 마을을 건설하는 도전에서부터, 우주 공간, 현대와 중세를 넘나듭니다. 연구실, 우주 거북이 공장, 환상의 정원, 대형 괘종 시계 등 상상의 세계를 레고 모형으로 만들어내는 레고 빌더들의 상상력과 설계도는 창조주의 마음을 닮아 있습니다. 레고 빌더들의 <도움말>에 귀를 기울이면 작품(레고 모형)의 포인트가 어디에 있는지, 만들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초보들 입장에서 보면 설명은 거의 없다시피 한 책입니다. 레고에 익숙한 마니아들이 아니면, 이미지만 보고 따라하기는 다소 버거워 보입니다.

 

요즘 '중독' 수준을 넘나들며 컴퓨터 게임이나 스마트폰 세상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좋은 습관을 길러주고 싶어 하는 동료에게 '레고 만들기'를 추천해주고 싶었습니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친구들에게서 들으니 레고가 창의력이나 상상력, 집중력은 물론 손으로 만지며 노는 장난감으로 제격이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교육용으로 어린이에게 선물하려고 본 책이지만, 나의 취미로도 괜찮겠다는 흥미가 생깁니다. 이 책의 수준까지 이르려면 한참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퍼즐 맞추기를 즐기는 것처럼 건전한 취미로 레고 세상에 한 번 빠져 들어도 좋겠다 싶습니다. 개성 있고, 건설적이며, 창의력과 상상력도 쑥쑥 키워주는, 꽤 독특한 취미가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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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
샤니 보얀주 지음, 김명신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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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닌 누군가의 삶을 생각해보다.

 

 

요즘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 아니면 타인의 삶을 정밀하게 관찰하며 관심을 가져볼 기회가 없습니다. 단짝 친구와 딱 붙어다니며 서로가 한 몸인 것처럼 서로의 모든 것을 열심히 공유하려 열정이 낯설어질 만큼,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눈을 뜨면서부터 치열하게 하루를 살고 다시 눈을 감을 때까지 온통 '나', '나', '나' 하며 '나'의 문제에 골몰하고 있으니까요. 타인의 문제, 타인의 고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온 마음을 쏟아줄 여유가 점점 사라지는 듯합니다.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란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 '여성'들의 이야기입니다. 대한민국을 '극동'이라고 한다면 대륙의 저 반대편 끝에 있는 '극서'의 땅에, 영토가 남한의 9분의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이스라엘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1919년이냐 1948년이나 논쟁이 일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대한민국의 건국일은 1948년입니다. 같은 해 5월, '이스라엘'이라는 나라가 건국을 선포했습니다.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땅 한 가운데에 유일하게 유일신을 섬기는 한 민족이 나라를 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서로가 그 한 뙈기 땅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며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국민들은 남자나 여자나 할 것 같이 만 18세가 되면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야 합니다.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자란 20대 여성 작가의 책입니다. 이 책은 작가의, 2년 간의 군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쓰여졌습니다. 서로 친구이기도 한 '야엘', '아비샥', '레아'라는 세 이스라엘 소녀의 군입대 전, 군입대 후, 그리고 군제대 후의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서술되며, '이스라엘'이라는 한 나라의 실상과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 없는 10대들의 특별한(?) 일상이 충격적으로 폭노됩니다. 

 

대한민국에서 10대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에 하나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나이다", "큰 꿈을 꾸어라"일 것입니다. 그러나 10대 친구들에게 그 말처럼 공허한 말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부모의 재력에 따라 기회가 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교육 환경에 던져지고,성적에 의해 재단되는 10대들에게 이 사회는 가능성의 사회, 열린 사회가 아니라, 이미 굳게 닫힌 사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우리 사회 10대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라면, 이스라엘의 것은 좀 더 극단적입니다. 미사일이 슉슉 날아오는 소리를 들으며 친구와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 미사일이 어디쯤 떨어질지 알아맞히는 데 이력이 나고, 타고 가던 버스에 폭탄이 터질까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터졌는데 죽지 않을까봐 극도로 두려워하고, 테러로 목이 잘리는 동료를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전쟁터의 한복판에서 일상을 꾸려 갑니다. 어떤 10대는 전쟁의 광기에 휘둘리며 죄의식에 시달리기도 하고, 어떤 10대는 지루함과 질식할 것 같은 현실 사이에서 심각한 무력감에 빠져 들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스라엘의 이러한 현실을 지독한 농담처럼 조롱하기도 하고, 쓰라린 상처를 무심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하며, 대부분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데, 적요한 활자들 사이로 부당한 전쟁과 조국의 현실에 대한 분노와 역겨움이 토해져 나오는 듯합니다.

 

<영원의 사람들은 두려워하지 않는다>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어떤 십대들의 성장소설로만 읽히지 않는 것은 그들의 경험이 너무 독특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들의 삶에 무심한 나 스스로 어떤 죄책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전쟁터에 내몰린 10대들이 있고, 불타는 친구를 껴안고 같이 불에 타죽는 아동들이 있고, 피지도 못한 꿈을 거세 당하는 10대들이 있는데, 우리는 내가 아닌 누군가를 생각하는 일에 점점 더 서툴러지고, 다른 사람의 슬픔에 대해 무감각해지고, 한 줄의 기사로 정리되며 인생을 마감하는 그들도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은행 대출금과 아내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였으며, 아들이었으며, 딸이었다는 사실을 상상해내지 못하는 것이 참 쓸쓸했습니다. 나와는 너무 동떨어진 삶이라 한 번도 상상해볼 수 없었던 타인의 삶,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줄 한 사람을 이 책은, 찾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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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
키티 퍼거슨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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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내 이름은 스티븐 호킹. 물리학자이자 우주론자이고, 약간은 몽상가지요. 나는 움직일 수는 없어도 컴퓨터를 통해 말을 할 수 있고, 내 마음속에서 나는 자유롭습니다"(433).

 

 

올해 10월, 물리학계와 지구촌은 '힉스 입자'로 뜨거웠습니다. 거의 반 세기 동안 존재를 증명하기 어려웠던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발표가 있었고, 이 힉스 입자를 예측한 두 명의 과학자에게 노벨물리학상이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영국 물리학자 피터 힉스와 연구팀은 49년 전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견했지만, 신의 입지라 불리는 이 힉스 입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입자 중에서 유일하게 관측되지 않은 가상의 존재였습니다. 137억년 전 우주대폭발(빅뱅)이 일어난 직후, 1000만 분의 1초 동안 존재했다는 '힉스 입자'는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을 넘어서는 과하계의 혁명적인 연구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힉스 입자의 존재가 확인되었다는 발표가 있자 무신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열렬히 환호했습니다. 쏟아지는 덧글들을 보면 신이 우주를 창조했다고 주장하는 기독교는 이제 끝장이라고 하는 조롱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피터 힉스 교수와 스티븐 호킹이 내기를 걸었다는 것입니다. 전세계의 영웅적인 물리학자인 호킹은 "힉스 입자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쪽에 내기를 걸었다"고 합니다(161).

 

우리에게 "알려진" 스티븐 호킹은'근육위측가쪽경화증'으로 전신이 마비되는 장애와 죽음의 위협 속에서도 세계적인 물리학자으로 우뚝 선 영웅적인 인물이면서, 무신론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위대한 물리학자가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증명'해 냈다고 믿고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을 읽으며 가장 많이 한 생각은 우리가 물리학(우주학)에 대해, 그리고 호킹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호킹을 인용해" 자기 주장을 펴는 사람들 중에 "호킹의 책을 제대로 읽지 않은 사람이 아주 많다"고 놀라움을 표시하는데(429), 저도 그 많은 사람 중 하나였던 것입니다. 그래도 변명을 하자면 과학적 배경지식 없이 호킹의 책을 제대로 읽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티븐 호킹>은 제가 그에 대해 처음 제대로 읽은 책입니다. 스티븐 호킹의 생애를 다루면서 그가 이룬 물리학적 업적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정신을 집중하며 읽어야 했고 어떤 부분은 완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지만, 걱정했던 것보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물리학(우주학)에 대해, 물리학의 과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되고, 학계에서 논의되고 핫 이슈는 무엇이며, 해결되지 않은 과제,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었고, 읽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느낀 책이었습니다.

 

물리학, 특히 우주학은 종교(기독교)와 사이가 나빠 보입니다. 사람들은 물리학이 발달할수록 '신'은 우주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은 '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미시 세계와 넓은 우주에서 더 많은 것을 발견하수록 우리는 뭔가 신중한 계획과 믿기 힘든 미세 조정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존재하는 우리가 절대로 나타날 수 없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해"(176)지기 때문입니다. 우주의 비밀이 풀릴수록 "생명의 발달을 가능하게 하도록 미세 조종돼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리학자들은 "모든 것이 처음 만들어질 때, 누군가 혹은 무엇이 우리를 염두에 두고 그 모든 것을 만들었다"고 믿고, 어떤 물리학자들은 "우연한 행운에 불과한 것"이라고 여깁니다. 스티븐 호킹은 후자의 믿음을 택했을 뿐입니다. "어쩌면 과학은 우리 우주와 우리가 존재할 수 있도록 자연의 법칙들을 정한 뭔가 더 높은 권능자가 존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행운들이 잇따라 일어나도록 조정한 위대한 설계자가 있을까요? 제 생각은 꼭 그렇지 않다는 쪽입니다(438).

 

<스티븐 호킹>을 쓴 저자 키티 퍼거슨은 "20년 넘게 물리학과 우주론에 대한 대중적인 글을 쓰고 과학 강연을 해왔다"고 하는데, 스티븐 호킹을 특별히 영웅적으로 미화하지 않으면서 아주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호킹의 생애와 과학에 넘치는 역설을 자세히 보여주기 위해 노력합니다. 물리학의 본질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놀라운 가설과 이론을 내놓지만, '궁극적인 답'을 제시한다고 주장하진 않는다. 과학은 '답'을 제시하고 나서 그 '답'을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틀렸다고 증명함으로써 발전한다"(219). 호킹의 연구 과정이 그것을 잘 보여줍니다. (호킹은) "우주는 특이점에서 시작한게 틀림없다고 증명했다. 그러고 나서는 무경계 가설로 특이점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사이에 블랙혹은 절대로 작아질 수 없다고 주장한 뒤에 다시 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219).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지적하며, "그래서 신을 믿는 사람이나 믿지 않는 사람이나 그의 말을 인용하거나 잘못 인용하는 사례가 많다. (...) 호킹이 한 말(혹은 다른 과학자들이 한 말)을 자신의 믿음이나 불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삼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언제든지 그 말이 뒤집힐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220)고 경고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항상 벼랑 끝에서 살아왔는데, 결국에는 벼랑 끝에 뿌리를 내렸어요"(호킹의 첫 번째 아내 제인의 말, 242). 의학적으로 잘해야 2년 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를 받은 청년이, 전신마비와 죽음의 위협 속에 비록 위태위태하지만 생명을 이어오며 학문에 대한 열정과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것은 인류가 간직해야 할 감동적인 유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런 역경에도 불구하고 그가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는 것도 매력적입니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이 매우 정직한 책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호킹의 업적만으로는 큰 명성이나 수백만 부의 책 판매라는 결과를 낳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246)라는 언급 때문입니다. "그가 자신의 불쌍한 상황을 이용했고 훨체어를 타고 명성과 부를 거머쥐었다는 말이 옳을까? 진실을 말한다면, 비록 호킹은 그러지 않길 바랐겠지만, 물리학계 밖의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과학적 업적보다는 불굴의 정신을 더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246). <위대한 설계>에서 스티븐 호킹이 "그 모든 수수께끼들에 실제로 답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427)는 평가도 합니다. 스티븐 호킹이 답을 제공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426), 완전한 답은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힉스 입자'도 그렇지만, 물리학자들과의 다른 내기에서도 호킹이 계속 졌다는 사실이 흥미롭게 읽혔습니다. 그의 말에 최고의 권위를 부여하고 절대시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스티븐 호킹보다 덜 유명하지만 그보다 뛰어난 물리학자들이 많다는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호킹의 어머니가 한 말이 재밌습니다. "스티븐이 말하는 것을 전부 다 복음 같은 진리로 여겨서는 안 돼요. 걔는 탐구자이고, 뭔가를 찾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 엉터리 같은 소리도 하지만, 뭐 우리는 그러지 않나요?"(444)

 

<스티븐 호킹>은 완전히 이해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어려운 중에도 나름 재미가 있습니다. 그를 지지하며 신뢰하는 사람들,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알려진" 것과 다르게 우리가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이 흥미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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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 북유럽 스타일 시리즈
에리카 라우렐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아트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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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색감이 매력적인 북유럽 스타일!

 

 

손뜨개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북유럽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유는 북유럽 스타일만의 독특한 색감 때문입니다. 너무나 신기하게도 차가운 느낌과 포근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가을 하늘 같은 청량감을 주는 것이 제 마음에 쏙 듭니다. 배색이 주는 경쾌한 느낌이 기분까지 밝게 해주는 듯합니다. <북유럽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는 "스웨덴 손뜨개 분야의 일인자"로 꼽히는 모드 & 니트 디자이너인 에리카 라우렐의 작품입니다. 손뜨개를 좋아하는 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뜨개질을 배웠다는 저자는 "오래도록 사랑받으며 온기가 있는 손뜨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북유럽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는 실용적이면서도 다양한 작품을 담고 있습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냄비 집게, 부엌 장갑, 부엌 수건에서부터, 담요, 가방, 앙증 맞은 룸 슈즈, 쿠션에다, 개성 있는 헤어밴드, 머리핀, 열쇠고리, 암 워머, 토트백과 파우치까지 쓰임새가 다양합니다. 테디 베어, 펭귄, 버섯 모양의 열쇠고리는 장난감이나 장식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위의 사진은 "변형 모르모르스루타 쿠션"인데 모르모르스루타는 "할머니가 뜬 사격형 모티브 담요"를 말한다고 합니다(14). 무엇보다 조화로운 배색이 마음에 드는 작품입니다. "스웨덴의 각 가정에서는 할머니나 이전 세대의 가족이 뜬 모르모르스루타가 대물림"되고 있다고 하니, 그만큼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으며 세월이 흘러도 질리지 않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알록달록 모티브 담요인 "모르모르스루타"는 남은 털실이나 오래된 스웨터를 푼 털실로 다시 떠서 연결할 수 있으니 털실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북유럽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는 알록달록 배색이 특징이기 때문에 그만큼 털실의 사용이 중요할 듯합니다. 이 책에서는 "옛날 그대로의 아름다운 배색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가 특징인 에리카 라우렐의 오가닉 코튼 털실을 추천"합니다(33). "특수한 꼬미을 주어서 뜨는 도중에 흩어지는 결점을 없앴기 때문에 뜨기도 매우 쉽"다고 하니 사용해보고 싶어지는 털실입니다. 다만, 이 털실은 유기농으로 재배된 면을 원료로 사용한 털실이라고 하니 가격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북유럽 스타일 코바늘 손뜨개>는 코바을뜨기의 기본 뜨개법과 같습니다. "북유럽 스타일"의 차별점은 배색과 모티브의 활용에 있는 듯합니다. 작은 책이지만 독특한 색감과 다양한 소품들로 개성 있는 인테리어를 뽐낼 수 있게 도와줄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뜨개질을 잘 하시는 분들에게는 작품의 세계를 넓혀주고, 또 뜨개질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기본 모티브부터 시작해도 좋을 듯합니다. 기본 모티브 뜨개의 활용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경쾌한 배색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요즘 손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일에 관심이 많이 가는데, 비교적 간단하게 시작할 수 있는 손뜨개로 일상에 활력을 좀 불어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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