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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마음 내려놓기 - 하버드대학원 교수 조세핀 김 어머니, 빵점 엄마 주견자 사모의 맡기는 교육
주견자 지음 / 두란노 / 2013년 8월
평점 :

"세상 교육에는 그야말로 빵점인 엄마"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워낸 엄마들의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특히 그것이 신앙간증일 때는 거부감이 더 큽니다. 믿음의 부모들조차 자녀가 명문대에 입학한 것,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얻은 것을 성공적 자녀교육이라 생각하고,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여기는 세태가 염려스럽기 때문입니다.
구세주로 오신 예수님은 세상의 영웅과는 정반대의 모습으로 오셨고, 사셨고, 죽으셨습니다. 그런데 자녀 교육의 대한 간증이 잘못되면 하나님의 자녀들에게 세상에서 영웅이 되라고 부추길 위험이 있습니다. 오로지 그것을 인생 목적으로 삼고 있는 세상 풍조에 휩쓸리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그런데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엄마도 아닌 제가 이 책을 읽고 많이 울었습니다. 이 책에도 성공한 자녀들이 등장합니다. 믿지 않는 가정도 부러워 할만한 성공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자녀의 성공을 자랑하는 책이 아닙니다. 자녀를 키우며 부모가, 특히 믿음의 어머니가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진짜 싸워야 할 싸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허울 뿐인 신앙으로 오히려 자녀를 신앙 불구로 만들며 자녀에게 환멸을 심어주는 부모는 아닌지, 이 땅의 모든 믿음의 어머니들이 이 책을 계기로 스스로를 돌아보는 역사가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성경 사사기를 보면, 뒤에 부록처럼 붙어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에브라임 산지에 살았던 한 가정의 이야기입니다(사사기 17:1-5). 이 이야기는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민족이 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사는 일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 보여줍니다. 이스라엘의 실패는 어머니의 실패, 신앙 교육의 실패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재밌는 것은 사사기가 이렇게 암울한 상황으로 끝나며 하나님의 백성에게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껴질 때, 다시 '두 어머니'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사사기 다음으로 이어지는 성경은 룻기이고, 룻기 다음으로 이어지는 성경은 사무엘서입니다. 룻기는 믿음의 여인 룻을 통해 다윗이 나는 이야기이며, 사무엘서는 한나의 기도를 통해 사무엘이 태어나는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어머니의 신앙이 이스라엘의 부흥을 가져온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역사를 <엄마마음 내려놓기>에서 생생하게 보았습니다. 하나님 나라의 희망은 바로 믿음의 어머니라는 확신을 다시 갖게 되었습니다!
<엄마마음 내려놓기>의 저자는 개척교회를 하며 삼남매를 교육한 사모님이십니다. 친구들의 3분의 1 가량이 목회자 자녀이기 때문에, 저는 목회자 자녀가 오히려 건강한 신앙으로 성장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은 성경에서도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부모를 교회(성도)에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자녀도 있고, 온통 목회자 자녀가 해서는 안 되는 것들 때문에 오히려 더 무거운 짐을 지고 있다고 느끼는 자녀도 있습니다(이런 친구들에게는 예수님의 십자가 죄에서 해방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깨닫게 하는 무서운 율법이 됩니다). 믿지 않는 가정에서도 부모와 자녀가 문화적인 괴리로 소통이 단절되어 고통을 겪는 가정이 많습니다. 성경적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한국적 상황에서 믿음의 어머니들이, 특히 목회자 자녀가 자녀를 교육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런 점에서 <엄마마음 내려놓기>라는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더욱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어떤 희망과, 자녀교육의 지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나를 엄마가 되게 하셨다."
주견자 사모님은 누구보다 "엄마 됨"의 사명을 잘 알고 계셨던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녀를 성공시키기 위해 교육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개척교회를 섬기는 가난한 사모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쏟는 시간이나 물질이 부족했으리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한 시도 "믿음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주견자 사모님은 세상적으로는 아는 것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빵점짜리 엄마, 무능한 엄마였다고 고백합니다. 세상의 교육이론이나 문화에 대해 변변히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주견자 사모님이 어머니로서 올린 첫 기도는 이것이었습니다. "네, 주님, 주님이 주신 말씀과 지혜만으로 제게 주신 자녀를 키우겠습니다. 세상의 지식과 문화가 아닌 하나님의 지혜와 방법을 가르치겠습니다. 그것이 엄마인 제게 주님이 주신 이 아이의 유일한 먹거리니까요"(28).
주견자 사모님은 "유능한 엄마일수록 말씀은 뒤로 미루고 세상식 교육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데 빠르다"(7)고 지적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자녀 교육을 위한 각종 세미나와 공부법 강좌가 열풍입니다. 어머니들이 자리를 꽉꽉 채울 정도로 열심입니다. 교회에서 존경받는 성도들조차도 자녀의 신앙교육에 전부를 건 부모를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저 자녀가 교회에 잘 출석하고, 특별한 말썽을 부리지 않으면 안심입니다.
"믿음의 어머니"라는 사명감, 정체성을 가진 주견자 사모님은 뚜렷한 자녀교육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엄마는 하나님의 나라를 자녀에게 가르치는 교사다. 엄마는 말씀의 풀을 씹어 풍성한 말씀의 젖을 자녀에게 먹일 거룩한 의무가 있다"(8). 세상 지식은 부족했지만 자녀와 성경공부 교재를 함께 만들며 창의력을 키워주는 지혜가 있었고, 가진 것은 없었지만 말씀을 암송할 때는 특별한 용돈을 주어 말씀과 가까이하는 생활을 가르쳤으며, 무엇보다 예배 중심으로 살아가는 교육을 확실하게 시켰습니다. 그렇게 어릴 때 익혔던 신앙습관이 자녀의 인생에 놀랍게 역사하는 것을 보며, 신앙 교육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녀의 입을 통해 고백되는 생생한 간증을 읽으며 믿음의 자녀를 지키시는 하나님의 섭리에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것은, 개척교회의 사모라는 내 삶에 아이를 동참시킨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큰 감동과 자녀양육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준 것은 바로 "함께"의 힘이었습니다. 주견자 사모님은 "내 삶의 영역 안에서 태어나게 하신 아이니 이 아이를 위한 교육 현장은 곧 내 삶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습니다(32). 그리하여 "예배를 드리거나 기도를 할 때는 물론이고 심방을 가거나 거리전도를 할 때도 아이와 늘 함께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집안의 대소사를 두고 함께 기도함으로, 부모가 겪는 일에 대해 강 건너 불구경하지 않도록 했고, 직접 기도 응답을 체험하도록 교육했습니다. 특히 "두 평 남짓 되는 비좁은 공간에서 네 가족"이 함께 생활한 것이 자녀에게 귀한 성품을 가르치는 계기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비좁은 방에 하루가 멀다 하고 성도들이 드나들며 문제를 나누면 어린 자녀들도 진심으로 가슴 아파하며 함께 기도해주었다고 합니다. "우리보다 가난하고 절박한 성도들의 아픔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선 초연했다. 철없는 아이들이지만 부모가 돈을 버는 대신 영혼을 구원하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밤늦도록 성도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해해 주었다"(52-53). 이렇게 자란 덕분에 세 자녀가 "치열하게 어려운 이웃을 돕는" "남밖에 모르는 아이들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섬기느라 모든 공간을 교회에 드리고 단칸방에서 살아야 했던 우리 아이들은 자기 형제는 물론 남까지도 섬길 줄 아는 귀한 성품을 갖게 되었다. 그 귀한 성품을 선물로 주시려고 우리를 지독한 가난에 처하게 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56). 가난한 환경이었지만, 수억 원의 돈을 주고도 가르칠 수 없는 멋진 성품을 갖도록 하신 하나님의 놀라운 반전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님은 정말 멋진 분이십니다!
자녀가 부모의 고민을 알고,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함께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부모님들은 놓치고 있는 듯합니다. <엄마마음 내려놓기>는 이렇게 지적합니다.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어도 자기 방이 생긴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아이들은 일찍부터 자기만의 공간에서 살아간다. 그렇다보니 같은 집에 살면서도 부모의 사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옆방에 있는 형제가 말 못할 고민으로 얼마나 괴로운지를 모른다"(55). 어릴 때부터 자녀에게 멋진 공부방,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잘 하는 일만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같은 집에 살면서도 따로 따로의 공간에서 소통의 단절을 겪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많습니까.

"당신은 지금, 하나님이 아닌 돈의 힘을 가르치고 있다."
<엄마마음 내려놓기>는 "흠잡을 데 없는 만점 부모"들이 "애들을 명문 대학에 넣으려고 완전 우상처럼 섬기고" 있는 현실을 아파합니다. 상담전문가로 활동하는 주견자 사모님의 막내 아들은 공부 잘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 청소녀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친구들과 만나지 못하고 가족 모임이나 여가 생활에도 참여하지 못해서 인간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을 봅니다. 혼자 있는 데 익숙한 아이들은 사람들이 다가오면 불편해 하고 심지어 어머니 외의 가족, 즉 교류가 적은 아버지나 형제들하고도 심각한 갈등을 겪는 것을 봅니다"(228).
모세라는 위대한 영적 지도자가 태어나기 전, 사탄은 유아 살해라는 끔찍한 방법으로 모세의 출생을 막고자 했습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실 때도 똑같은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에도 사탄의 문화는 청소년들을 집중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의 거목으로, 믿음의 사람으로 자라는 것을 방해하려는 것입니다. 주견자 사모님은 세상의 것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빵점 짜리 엄마였기 때문에 오히려 세상 것으로 자녀를 망치지 않을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이 없었기에 하나님의 공급하심, 무엇도 겁나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지켜주시는 하나님을 가르치고 만나게 해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아이를 돈의 노예로 만들지 않고, 남다른 경쟁력을 가진 자녀로 키울 수 있는 비결이었다고 고백합니다. "아버지가 이 아이들을 책임져 주세요. 이 아이들은 아버지 자녀잖아요. 저한테 아이들만 맡기시고 돈은 안 주셨으니까 아이들 학비는 아버지께서 해결해 주세요. 그래서 저 믿음 없는 청년이 하나님이 하나님의 종에게 어떻게 공급하시는지를 보고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알게 해주세요"(129).
자녀에게 이런 칭송을 듣는 어머니가 몇이나 될까요? "어머니는 오직 하나님을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 주셨습니다. 이것이 다른 부모들과 다른 차별되는 특징이지요. 어머니는 기도와 말씀이 삶의 모든 문제의 답이라는 사실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 주셨습니다"(229). "제가 그 가르침대로 살아 보니까 세상 교육은 따라올 수 없는 기막힌 지혜의 길이더라고요. 그런 어머니가 늘 자랑스럽고 고마워요"(232).
<엄마마음 내려놓기>는 신앙교육 뿐만 아니라, 체벌과 훈육의 원칙, 자녀의 잘못된 버릇과 나쁜 행동을 고치는 지혜, 자녀와의 소통의 창구를 지키는 법 등을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목회자 가정이 있다면, "목사 자녀라는 짐을 지우는 대신 하나님의 자녀라는 긍지를 심어주는" 믿음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느낄 수 있고,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가슴 뭉클한 놀라운 간증들을 많이 접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세상에 자녀들을 빼앗기고 신음하며 아파는 어머니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책입니다. 믿음의 어머니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얼마나 크고 위대하며 중요한 것인지 다시 깨닫습니다. 자녀를 하나님 앞에 내려놓을 때, 하나님께 이루어주실 그 놀라운 역사를 기대하게 합니다. 모든 믿음의 어머니들에게 진심으로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