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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컨설팅북 - 똑똑한 기차여행을 위한 일일 코스의 모든 것
변지우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해 차만 타면 온 몸이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일하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은 탈 것은 기차였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할아버지께 첫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차를 탄 아이가 하얗게 질려서 어른들이 더 기겁을 했다고. 다음 번엔 기차를 탔는데 엄마 무릎 위에서 훌떡훌떡 뛰며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기차가 좋습니다. 동생은 비행기를 더 타고 싶어 하지만, 전 유럽 여행도 기차로 일주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통일을 염원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시아 대륙을 기차로 건너고 싶은 꿈 때문입니다.

기차로 떠나는 전국 일주!
곧 다가올 휴가를 기다리며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에게 기차여행을 추천해봅니다. 저는 <기차여행 컨설팅북>을 보며 기차로 떠나는 전국 일주를 몰래 계획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철도노선을 보고 있자니, 유럽이나 아시아를 기차로 건너기 전에, 우리나라부터 돌아봐야겠다는 저만의 목표가 생깁니다. 중간에 꼭 내리고 싶은 역 하나씩만 찜해두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주요 노선 하나씩만 마스터하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차가 막힐 염려도 없고, 운행이 갑자기 중단 될 일도 드물고, 시간도 정확하고,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도 할 수 있고, 요즘은 카페나 영화도 즐길 수 있고, 2층 좌석이 있는 기차도 있으니 '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테마가 될 수 있습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기차 여행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메모해야 할 깨알 같은 정보가 가득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와 기차여행의 Tip이 많습니다. 역방향 좌석은 요금이 5% 저렴하다는 것, (간발의 차이로) 기차를 놓쳤다면 지체없이 창구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경과 시간에 따라 수수료를 제하고 운임을 돌려받거나 기차표를 변경할 수 있음), 다른 기차에 잘못 올랐을 경우에는 차내 승무원을 통해 기차표 변경과 취소, 재발권 모두 가능하다는 것, 한여름엔 몸에 바르는 모기약을 준비하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무거운 짐은 물품보관함에 보관할 수 있는데, 베테랑 여행자들은 파출소나 대형마트 내 물품 보관소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 '관광안내소'는 꼭 들려야 한다는 것, 특별한 시즌에 운행되는 '봄꽃열차', '어린이날 특별열차', '츨로시티 청산도 전용 열차', '바다열차', '눈꽃 열차' 등입니다.
기차여행이 처음이거나 본격적인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차여행 컨설팅'을 꼭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주요노선별로 하루 코스의 여행 루트를 제안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우선 관광지는 가능한 한 기차역에서 반경 30km 이내로 한정"했다고 합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근처의 다른 기차역이 더 가깝거나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에 추천하는 코스는 "목적지로 가는 과정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점과 그 지역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시간까지 고려해 추천 코스를 만들었"고, "유명 관광지보다 그 지역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을 여행 작가의 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 '루트 짜기'입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역에서부터 순서대로 이동하는 경로를 그림으로 안내"해주고 있어 이동 경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추가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어도 움직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과 거리를 계산해넣기 편리합니다. 저는 다음 여행지를 '경주'로 잡고 있어서 제일 먼저 '신경주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하루 여행 코스는 양동마을 ----> 대릉원 ----> 월성지구 ----> 경주 교통 최씨 고택 ----> 국립경주박물관 ----> 동궁과 월지입니다. 여기에 남산이나 분황사 등 추가하고 싶으면 여행지가 있으면 1박 2일이나 3박 4일로 일정을 늘려 잡으면 될 것같습니다.

여행 루트를 확인하고 다음엔 여행지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확인합니다. "INFO"는 기차역에서 관광지로 향하기 전에 챙겨두면 좋을 정보들입니다. 제가 챙긴 경주 여행에 대한 정보는 이것입니다. 신경주역에서 주요 관광지에 갈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 배차시간이 긴 경우에는 '경주역'으로 나와 환승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경주는 "주요 문화재나 관광지들이 서로 가까이 있어 저전거나 도보로 여행하기 좋다"는 것!

여행 루트를 확인하고, 알짜배기 정보를 확인한 뒤, 이어지는 내용은 본격적인 여행 스폿 정보입니다. 추천 코스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동은 어떻게 하는지, 소요시간은 얼마인지 등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경주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양동마을'인데 주요 건축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 단말기'를 대여해준다고 합니다. 대여 예악은 경주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가능! 경주는 걸어다니는 모든 곳이 문화재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첨성대, 계림, 월성지 등으로 이어지는 월성지구, 경주 교통 최씨 고택, 경주국립박물관, 동궁과 월지까지 둘러보고 싶은 곳이 많아 벌써 마음이 바빠집니다.

맛집 소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맛집 소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여행지의 '별미'와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알려줍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하면,) 여행 루트 속에 맛집의 위치를 표시해주면 여행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도 어디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경전선, 중앙선, 동해남부선, 태백선, 그리고 기차 역별로 하루 코스의 여행 루트를 제안합니다. 기차노선이 아니라 지역별로 여행 코스를 확인할 수 있는 목차도 따로 제공합니다. 여기에 '테마별'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테마에 따른 추천 코스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제공하는 기차여행 테마는 '나의 삼국유사 답사기', '근대 골목 도보여행', 기찻길 옆 미술관', '남도 맛 기행', '동해를 따라 달리는 바다열차', '남쪽으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아날로그 감성충전', '가을 풍경 속으로', 선조의 지혜를 배우는 전통건축 기행', '겨울 포구 여행' 등입니다.
기차여행은 기차역을 목적으로 해도 좋고,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둘러보아도 좋고, 자기만의 테마를 가지고 전국을 횡단하고 종단하듯 부지런히 옮겨 다녀도 좋은 여행입니다. 왁자지껄 사람들과 함께해도 즐겁고, 혼자 떠나는 고즈넉한 여행도 좋고, 연인과 감성충만한 여행을 하기에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기차여행 코스는 하루 일정이라 어디라도 부담없이 나설 수 있겠지만, 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려 합니다. 서울역이나 수원역처럼 저에게는 기차역이라기보다 전철역으로 더 익숙한 여행 코스도 제안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경부선이나 호남선은 어쩐지 잘 준비를 해서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서울역이나 수원역 주변 여행은 언제라도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다녀와야겠습니다. 서울역이나 수원역은 가끔은 갔었던 곳인데 이 책과 함께라면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나만의 은밀한 놀이를 그렇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으신 분, 지친 마음을 충전하고 싶으신 분, 특별한 여행을 찾고 계시는 분, 나만의 은밀한 놀이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여행 루트 때문에 몇 날이고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정보를 검색하기에 바빴던 저에게는 보석 같은 책입니다. 책의 구성도 마음에 들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는 여행지 정보도 유익하고, 추천하는 코스도 알찬, 정성 가득한 여행 가이드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