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여행 컨설팅북 - 똑똑한 기차여행을 위한 일일 코스의 모든 것
변지우 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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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멀미가 심해 차만 타면 온 몸이 거부반응을 보였습니다. 유일하게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은 탈 것은 기차였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할아버지께 첫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차를 탄 아이가 하얗게 질려서 어른들이 더 기겁을 했다고. 다음 번엔 기차를 탔는데 엄마 무릎 위에서 훌떡훌떡 뛰며 좋아했다는 이야기를 가진 아이였습니다. 어른이 된 지금도 기차가 좋습니다. 동생은 비행기를 더 타고 싶어 하지만, 전 유럽 여행도 기차로 일주를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렇게 통일을 염원하는 이유 중 하나도, 아시아 대륙을 기차로 건너고 싶은 꿈 때문입니다.

 

 

 

 

기차로 떠나는 전국 일주!

 

곧 다가올 휴가를 기다리며 여행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에게 기차여행을 추천해봅니다. 저는 <기차여행 컨설팅북>을 보며 기차로 떠나는 전국 일주를 몰래 계획해보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 철도노선을 보고 있자니, 유럽이나 아시아를 기차로 건너기 전에, 우리나라부터 돌아봐야겠다는 저만의 목표가 생깁니다. 중간에 꼭 내리고 싶은 역 하나씩만 찜해두고 종점에서 종점으로 주요 노선 하나씩만 마스터하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차가 막힐 염려도 없고, 운행이 갑자기 중단 될 일도 드물고, 시간도 정확하고, 경치를 감상하며 식사도 할 수 있고, 요즘은 카페나 영화도 즐길 수 있고, 2층 좌석이 있는 기차도 있으니 '기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여행 테마가 될 수 있습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기차 여행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차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메모해야 할 깨알 같은 정보가 가득합니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정보와 기차여행의 Tip이 많습니다. 역방향 좌석은 요금이 5% 저렴하다는 것, (간발의 차이로) 기차를 놓쳤다면 지체없이 창구로 달려가야 한다는 것(경과 시간에 따라 수수료를 제하고 운임을 돌려받거나 기차표를 변경할 수 있음), 다른 기차에 잘못 올랐을 경우에는 차내 승무원을 통해 기차표 변경과 취소, 재발권 모두 가능하다는 것, 한여름엔 몸에 바르는 모기약을 준비하면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무거운 짐은 물품보관함에 보관할 수 있는데, 베테랑 여행자들은 파출소나 대형마트 내 물품 보관소를 이용하기도 한다는 것, '관광안내소'는 꼭 들려야 한다는 것, 특별한 시즌에 운행되는 '봄꽃열차', '어린이날 특별열차', '츨로시티 청산도 전용 열차', '바다열차', '눈꽃 열차' 등입니다.

 

기차여행이 처음이거나 본격적인 기차여행의 즐거움을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기차여행 컨설팅'을 꼭 받아보시기를 권합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주요노선별로 하루 코스의 여행 루트를 제안합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우선 관광지는 가능한 한 기차역에서 반경 30km 이내로 한정"했다고 합니다. "그 이상 넘어가면 근처의 다른 기차역이 더 가깝거나 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또 여기에 추천하는 코스는 "목적지로 가는 과정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점과 그 지역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시간까지 고려해 추천 코스를 만들었"고, "유명 관광지보다 그 지역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을 여행 작가의 눈으로 선별했"다고 합니다.

 

여행 계획을 세울 때마다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부분이 '루트 짜기'입니다.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역에서부터 순서대로 이동하는 경로를 그림으로 안내"해주고 있어 이동 경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추가하고 싶은 여행지가 있어도 움직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소요시간과 거리를 계산해넣기 편리합니다. 저는 다음 여행지를 '경주'로 잡고 있어서 제일 먼저 '신경주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에디터가 추천하는 하루 여행 코스는 양동마을 ----> 대릉원 ----> 월성지구 ----> 경주 교통 최씨 고택 ----> 국립경주박물관 ----> 동궁과 월지입니다. 여기에 남산이나 분황사 등 추가하고 싶으면 여행지가 있으면 1박 2일이나 3박 4일로 일정을 늘려 잡으면 될 것같습니다.

 

 

 

 

여행 루트를 확인하고 다음엔 여행지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를 확인합니다. "INFO"는 기차역에서 관광지로 향하기 전에 챙겨두면 좋을 정보들입니다. 제가 챙긴 경주 여행에 대한 정보는 이것입니다. 신경주역에서 주요 관광지에 갈 수 있는 버스를 탈 수 있다는 것. 배차시간이 긴 경우에는 '경주역'으로 나와 환승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 경주는 "주요 문화재나 관광지들이 서로 가까이 있어 저전거나 도보로 여행하기 좋다"는 것!

 

 

 

  

 

여행 루트를 확인하고, 알짜배기 정보를 확인한 뒤, 이어지는 내용은 본격적인 여행 스폿 정보입니다. 추천 코스의 매력은 무엇인지, 이동은 어떻게 하는지, 소요시간은 얼마인지 등지 자세히 안내되어 있습니다. 경주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가 '양동마을'인데 주요 건축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안내 단말기'를 대여해준다고 합니다. 대여 예악은 경주 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가능! 경주는 걸어다니는 모든 곳이 문화재라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첨성대, 계림, 월성지 등으로 이어지는 월성지구, 경주 교통 최씨 고택, 경주국립박물관, 동궁과 월지까지 둘러보고 싶은 곳이 많아 벌써 마음이 바빠집니다.

 

 

  

맛집 소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여행 가이드북에 비해 맛집 소개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지만, 여행지의 '별미'와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하게 즐길 수 있는 맛집을 알려줍니다. (한 가지 제안을 하면,) 여행 루트 속에 맛집의 위치를 표시해주면 여행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정보를 검색하지 않고도 어디에서 점심과 저녁을 해결할 수 있을지 계획을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기차여행 컨설팅북>은 경부선, 호남선, 전라선, 장항선, 경전선, 중앙선, 동해남부선, 태백선, 그리고 기차 역별로 하루 코스의 여행 루트를 제안합니다. 기차노선이 아니라 지역별로 여행 코스를 확인할 수 있는 목차도 따로 제공합니다. 여기에 '테마별'로 기차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테마에 따른 추천 코스를 별도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제공하는 기차여행 테마는 '나의 삼국유사 답사기', '근대 골목 도보여행', 기찻길 옆 미술관', '남도 맛 기행', '동해를 따라 달리는 바다열차', '남쪽으로 떠나는 봄맞이 여행', '아날로그 감성충전', '가을 풍경 속으로', 선조의 지혜를 배우는 전통건축 기행', '겨울 포구 여행' 등입니다.

 

기차여행은 기차역을 목적으로 해도 좋고,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둘러보아도 좋고, 자기만의 테마를 가지고 전국을 횡단하고 종단하듯 부지런히 옮겨 다녀도 좋은 여행입니다. 왁자지껄 사람들과 함께해도 즐겁고, 혼자 떠나는 고즈넉한 여행도 좋고, 연인과 감성충만한 여행을 하기에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 책에서 제안하는 기차여행 코스는 하루 일정이라 어디라도 부담없이 나설 수 있겠지만, 저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가까운 곳부터 찾아보려 합니다. 서울역이나 수원역처럼 저에게는 기차역이라기보다 전철역으로 더 익숙한 여행 코스도 제안되어 있어 반가웠습니다. 경부선이나 호남선은 어쩐지 잘 준비를 해서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은데, 서울역이나 수원역 주변 여행은 언제라도 떠나고 싶을 때 훌쩍 다녀와야겠습니다. 서울역이나 수원역은 가끔은 갔었던 곳인데 이 책과 함께라면 특별하게 다가올 것 같습니다. 나만의 은밀한 놀이를 그렇게 시작해보려 합니다.

 

무료한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으신 분, 지친 마음을 충전하고 싶으신 분, 특별한 여행을 찾고 계시는 분, 나만의 은밀한 놀이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여행을 계획할 때마다 여행 루트 때문에 몇 날이고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정보를 검색하기에 바빴던 저에게는 보석 같은 책입니다. 책의 구성도 마음에 들고,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있는 여행지 정보도 유익하고, 추천하는 코스도 알찬, 정성 가득한 여행 가이드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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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2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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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서 태어났으나 자신의 천국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년

 

 

네 번째 날, 상하이에서 끝난 1권의 이야기는 2권 다섯 번째 날, 마카오로 이어진다. 1권이 길모는 배고픈 사람들이 사는 지옥을 경험했다면, 2권에서는 허울뿐인 풍요의 나라에서 불안의 지옥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숫자에 지배당하고 있는 자본주의자의 삶. "서울엔 밀고자도 없고, 배신자도 없어. 아이들은 마음껏 소리 지르고, 여자들은 큰 소리로 웃고, 남자들은 대통령에게도 욕설을 퍼붓지만 그들의 자유는 불안이라는 둑을 품고 있어. 많이 가진 사람은 더 가지지 못할까 불안하고 적게 가진 사람은 그나마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을까 불안하고 가지지 못한 사람은 영원히 가지지 못할까 불안해하지. 불안은 희망이 없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것 같아"(2권, 124).

 

도시에서 도시로 옮겨갈 때마다, 길모에게는 마약 밀래, 사기도박, 살인이라는 죄목이 더해진다. 그의 목적은 오직 하나, 영애를 지켜주겠다는 것, 그녀를 배불리 먹일 것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2권에서 길모와 세상의 게임은 끝이 나고, 길모는 영애와의 약속을 멋지게 지켜낸다. "그녀는 날치에게 '제 생각만 하는 못된 년'이었고, 강씨 아저씨에게는 '아버지가 죽기를 바라는 딸'이었으며, 쿤룬 어른에게는 '목숨을 걸고 지켜낸 여자'였고, 윤영대에게는 '미국으로 갈 여비와 돈을 가진 호구'였다"(2권, 194). 길모에게 영애는 무엇이었을까.

 

 

<천국의 소년>은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이면서, 수학 천재가 벌이는 교묘한 미스테리이기도 하고, 북한과 대한민국의 현실을 고발하는 르포이면서, 삶과 죽음의 본질을 확대해보는 철학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세계의 실상(지옥)을 포착하는 그의 언어는 아름다워서 더 강렬하다.

 

"삶과 죽음은 1과 0으로 이루어진 이진법이다. (...) 있고 없음, 존재와 소멸, 실제와 허상, 너와 너, 삶과 죽음이 반복되는 세상. 가장 단순한 수로 이루어진 가장 복잡한 그 세계에서 0은 무, 소멸, 종결이 아니라 1을 성장시키고 완성시키는 1의 그림자다. 죽음이 삶의 절반인 것처럼, 죽음을 통해 비로소 삶이 완성되는 것처럼"(1권, 14).

 

천국이 있다는 것은 지옥도 있다는 말이며, 지옥이 있어야 천국도 존재할 수 있다. 누군가의 죽음을 딛고 앞으로 한발씩 나아가는 길모의 삶은, 모든 것에는 그림자가 존재한다는 폭노이면서, 동시에 삶은 그 그림자까지 껴안는 것이라는 위로로도 읽힌다. 

 

"그때 이런 생각이 났다. 우리 모두는 보이지 않는 덫에 갇혀 있고 위로가 필요한 게 아닐까? 나는 위로가 필요한 것이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임을 알았다. 영애가 아닌 누군가의 몸이 닿아도 싫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내가 타인의 아픔을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일 것이다"(2권, 122).

 

길모만의 '언어'와 '수'가 주는 아름다움이 영상으로 얼마나 잘 표현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지만, <천국의 소년>을 원작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든다면 엄청난 스케일의 막대한 제작비가 필요한 대작일 수밖에 없을 듯. 뉴욕, 평양, 수용소, 두만강, 연길, 상하이, 마카오, 서울, 멕시코, 다시 뉴욕, 그리고 베른까지 도시가 바뀔 때마다 등장인물도 바뀌고 벌어지는 사건마다 장르가 달라지니 말이다. (주인공은 배우 '유승호'를 강추합니다!!!)

 

<천국의 소년>은 잘 읽힌다. (개인적으로는 1권의 이야기에 비해) 정점에 이른 뉴욕의 이야기가  현실에서 붕 뜨는 듯 정밀한 리얼리티가 부족해보이고, 통쾌해야 할 베른의 '반전'에서 오히려 맥이 빠졌지만, 그래서 약간 '싱거운 뒷맛'이 살짝 아쉽지만, 수수께끼가 모두 풀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하며 읽었다. 뒷내용이 궁금해 허겁지겁 읽어버렸지만, 아름다운 문장을 다시 곱씹으며 아껴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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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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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에 태어났으나 자신의 천국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년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을 드라마로 시청했거나 원작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눈이 번쩍 뜨일 만한 신간이 나왔다. <뿌리 깊은 나무>가 드라마로 제작되기 전, 입소문을 듣고 도서관엘 몇 번 갔었는데 찾을 때마다 장기간 계속 "대출" 중이었고 대기자가 줄을 서 있었다. (호불호의 간극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해도) 독자들의 입소문만큼 신뢰할 만한, 그리고 정확한 판단도 드물 것이다. (그의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이정명 작가에게 열광하는 것은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그만의 탁월한 이야기 방식에 매료되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2권으로 출간된 <천국의 소년>도 '의문'에서 시작된다. 뉴욕에서 일어난 한밤의 살인 사건과 살인현장에 남겨진 세 개의 수수께끼. 50대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다.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50대 남성이 2년 전 망명한 북한 출신으로 밝혀지고, 현장에서 검거된 20대 초반의 남성이 용의자로 지목된 가운데 그가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떨어진 국제 범죄자로 밝혀지면서 사건은 심각성을 더한다. CIA는 곧 "핵 관련 정보 누설을 우려한 북한 당국의 테러 행위일 가능성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

 

심문이 시작되면서, 용의자는 곧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라는 것이 밝혀진다. 자폐증과 비슷하지만 언어 발달에는 문제가 없는, "사회적 관계와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며 같은 양상을 반복하는 질환", "머리가 모자란 것도 아니고 언어 발달에도 문제가 없"지만, "현학적이거나 우회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의사 소통에는 어려움이 있"는. 그래서 협박도 통하지 않고 심문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남자! 그런데 그의 배낭에서 쏟아져 나온 아홉 장의 위조여권과 아홉 개의 이름, "도대체 너란 놈은 누구인가?" 20대 초반의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가 어떻게 살인, 사기도박, 마약 거래 등의 사건과 연루되어 인터폴 수배자가 되고 살인범이 되고 테러리스트가 되었는가. CIA 요원의 심문대신, 병감담당 간호사 안젤라 스토우와의 인터뷰가 시작된다.

 

 

이 책의 제목은 <천국의 소년>이다.  천국에서 '온' 소년도 아니고, 천국으로 '간' 소년도 아니고, 그는 <천국의 소년>이다. 나는 목차를 보고 제목에 함축된 의미가 "자신의 천국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소년"이라 해석했다. 하나님이 7일 동안 '세계'를 창조하신 것처럼, 주인공의 이야기는 총 7일 간 계속된다. '길모'(평양에서의 그의 이름)의 이야기는 첫 번째 날 평양에서 시작되어, 평양에서 수용소로, 수용소에서 국경(두만강)으로, 두만강에서 연길로, 연길에서 상하이(여기까지가 1권)로 옮겨진다.

 

사람들이 바보라고 부르는 아이, 타인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지도 못하는 아이,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없는 아이, 그래서 죽음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공포도 인식하지 못하는 이 아이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아이"이다. '길모'는 "머릿속에 돌아다니는 숫자와 수식들과 노는" 수학 천재이다. 그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사람들은 그때마다 그를 자신들의 게임에 끌어들인다. 그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당'은 그를 수학 올림피아드에 내보기 위해 영재 교육을 실시하고, 수용소의 부패 관리는 그에게 장부를 맡기는 식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 수학 천재를 자신들의 게임에 끌여들였지만, 길모가 선택하고 집중한 게임은 단 하나 뿐이다. 수용소에서 '영애' 아버지가 던져준 게임. "우리가 이런 곳에 있지만 게임이 끝난 건 아니야. 게임은 우리가 죽는 순간까지도 계속되지. 어쩌면 죽고 난 다음에도 쭉...... 언젠가 우린 이곳을 빠져나갈 수도 있을 게다. 누군가는 죽어서, 누군가는 살아서...... 난 이곳에서 죽을지 모르지만 내 딸은 살아서 이곳을 나가야 해. 그럼 네가 그 아이를 보살펴줄 수 있겠니?"(134)

 

아저씨는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건 언제까지나 그 뒤를 따르며 지켜봐주는 거"라고 설명한다. 길모는 영애를 '보살펴주기' 결심한다. 영애의 뒤를 따르며 길모는 "푸엥카레의 추측"을 생각한다. "지구의 모양이 어떻게 생겼든 긴 끈이 있으면 우리는 우주로 나가 직접 보지 않고도 지구의 모양을 알 수 있다. 긴 끈의 한 끝을 지구의 한 점에 고정시키고 다른 한 끝을 잡고 지구를 돌아 출발한 곳으로 돌아오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기다란 끈의 양 끝을 고삐처럼 쥘 수 있다. 그 뜬을 끌여당겨 지구 표면을 따라 모두 회수하면 지구는 둥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172). 영애가 수용소를 나간 후, 길모의 삶은 영애와 이어진 긴 끈을 따라가는 여행이 된다. "그녀는 지구상의 한 점에서 나를 떠났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긴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거미줄처럼 가늘고 반짝이지만 끊어지지 않는 끈. 나는 그 끈을 따라 여행을 시작했다"(173).

 

 

<천국의 소년> 길모는 영애의 자취를 따라 도시에 도시로 옮겨가며 '세상'을 경험한다. 나는 그가 '지옥'을 봤고, 지옥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길모가 처음 경험한 지옥은 배고픔의 지옥이었다. "거리와 장마당을 헤매며 쓰레기통을 뒤지는 아이들. 상한 음식을 주워 먹거나 풀을 뜯어 먹고 구걸을 하거나 음식물을 훔치는 아이들. 수많은 위험 속에 살지만 위험하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배고픔 때문에 독풀을 뜯어 먹다 죽고 도둑질을 하다 맞아 죽는 아이들"(182-183).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꽃제비"라 부른다. (이 책에서 처음 알았는데) "꽃제비"를 뜻하는 "꼬체비예"는 러시아어로 유랑, 유목, 떠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183).

 

지옥에서 탈출하면 천국에 다닿을 수 있을까. 지옥을 탈출하려고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영애,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길모가 새롭게 마주하는 '도시'는 또다른 지옥이었을 뿐이다. '죽음배달부'(장의사)였던 아버지, 배고픔의 지옥 수용소, 꽃제비를 삼키는 죽음의 강(두만강), 몇 줌 안 되는 "딸러"를 사랑하는 뒷골목(연길), 돈(자본주의)의 지옥 상하이. (2권으로 이어지는 마카오, 서울, 멕시코, 뉴욕도 마찬가지이다.)

 

날치가 길모에게 물었다. "꽃처럼 아름답지도 않고 새처럼 자유롭지도 않은데 왜 우릴 꽃제비라 부를까?" 길모는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꽃처럼 연약하고 새처럼 온순하니까"(183). 꽃처럼 연약하고 새처럼 온순한, 가진 재주라고는 천재적인 수학 능력밖에 없는 이 아이는 세상으로부터 영애를 지켜주기로 한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천국의 소년>은 지옥에서 탈출하는 법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거니까.

 

"길모야. 넌 착한 아이야. 강한 사람은 자신을 지킬 수는 있지만 누군가를 지켜주지는 않아. 하지만 착한 사람은 자신이 아닌 누군가를 지켜줄 수 있지"(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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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브앤테이크 Give and Take -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
애덤 그랜트 지음, 윤태준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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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나쁜 남자', '나쁜 여자'의 매력이 드마라를 점령하고 있다. '착함'에 지쳐버린 사람들은 이젠 주인공들의 착함을 답답하게 느낀다. 눈 뜨고도 코 베이는 세상에 착함은 곧 무능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쁜 남자, 나쁜 여자가 아무리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어도 우리 마음은 여전히 착한 사람에게 끌려간다. 그것을 증명하는 책이 바로 <기브앤테이크>이다.

 

<기브앤테이크>는 "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호혜 원칙의 양극단에 선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 "기버"(giver), "테이커"(taker). 그리고 그 중간 쯤 위치한 사람을 "매처"(matcher)라 부른다. 지금까지 커다란 성공을 이룬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능력, 성취동기, 기회가 그것이다. <기브앤테이크>는 이 세 가지 요소에 묻혀 흔히 간과되는 네 번째 요소에 주목한다. 그것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성공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테이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세상을 경쟁의 장으로 보는 테이커는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다. 비지니스 세계에서 "기버"는 상대적으로 드문 분류인데, 이들은 "상호 관계에서 무게의 추를 상대방 쪽에 두고 자기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기를 좋아한다." 테이커가 다른 사람이 자기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초점이 있다면, 기버는 자지가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핀다는 것이다. "매처"는 "손해와 이익이 균형을 이루도록 애쓰는" 부류이다. 테이커가 받는 자이고, 기버가 주는 자라면, 매처는 주고받는 자이다.

 

여기 성공의 사다리가 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이 사다리의 밑바닥에 추락해 있고, 또 어떤 유형의 사람이 가장 꼭대기를 점령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브앤테이크>가 밝히는 놀라운 사실은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와 밑바닥을 '기버'가 모두 점령한다는 것이다. "어떤 직업군에서든 기버는 지나치게 배려하고 사람을 너무 쉽게 믿으며, 남을 이롭게 하려고 불이익을 감수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기버가 성공 사다리의 밑으로 추락한다는 것이다. 시험 기간에 후배 공부 가르쳐주다가 자기 시험 망치는 꼴이다. 테이커와 매처는 성공 사다리의 중간쯤에 자리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기버가 어떻게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를 점령하는가? "기버가 신뢰와 신용을 쌓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명성을 얻고 성공을 돕는 관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기브앤테이크>가 말하고 싶은 것이 이것이다. "베풂"은 위험을 동반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

 

기버는 "먼저" 베풂으로써 성공을 예약한다. 기버의 베풂은 "타인 돕기", "조언하기", "공적 나누기", "남을 위해 인간관계 맺기" 등으로 나타나는데, 모든 초점은 타인의 이익이다. <기브앤테이크>는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베풂'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얼마나 더 강한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주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명제에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두 가지 함정이 있다. 기버는 테이커에게 '당할' 위험이 있는데, 테이커는 가면을 쓰고 기버로 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기버처럼 행동한다.) 또 하나의 함정은 기버가 '호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버의 행동 전략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어떤 기버는 성공의 꼭대기에 오르지만, 어떤 기버는 성공 사다리의 밑바닥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우리는 어떻게 가면을 쓴 테이커를 구분할 수 있을까? 다음의 사진을 주목해보라. (약간의 트릭이 숨겨져 있지만) <기브앤테이크>는 사진만으로도 테이커와 기버를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음 두 인물 중 누가 테이커이고, 누가 기버일까?

 

 

 

 

<기브앤테이크>는 기버와 테이커를 구분하는 결정적인 단서 세 가지를 일러준다. 다행스럽게도 테이커는 단서를 흘린다. 이 책은 테이커의 이러한 행동을 동물의 '구애 행동'에 비유하는데, 첫째는 그의 말을 통해서 알 수 있다. "테이커는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영향이 강해 '우리는', '우리를', '우리의', '우리의 것', '우리 스스로' 등 일인칭 복수형 대명사 표현보다 '나는', '나를', '나의', '내 것', '나 스스로' 등 일인칭 단수형 대명사 표현을 즐겨 사용한다. 또 다른 징후는 "연봉"이다. "이기적인 CEO는 자기 회사의 중역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아간다." 그리고 세 번째 가장 흥미로운 단서는 "회사가 매년 주주들을 위해 발행하는 연례보고서"이다. 연례보고서에 실리는 CEO의 사진 크기가 그가 테이커인지, 기버인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테이커의 사진은 연례보고서의 전면을 차지한다. "이기적인 CEO는 연례보고서에 자신의 이야기를 싣는 데 골몰"하기 때문이다. "전면을 차지하는 큰 사진은 자만심의 표현"으로, 연례보고서에 실린 CEO의 사진만으로도 테이커와 기버를 가려낼 수 있다. (사진을 보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 한참을 웃었다.) 저자는 이밖에도 페이스북 프로필만 보고도 테이커를 가려낼 수 있는데, 실제로 사람들에게 페이스북 프로필을 보여주고 테이커와 기버를 가려내보라는 실험을 실시했는데, 사람들은 정확하게 테이커를 알아챈다는 것이다.

 

<기브앤테이크>를 읽으며, 내가 가장 주목했던 부분은 기버가 "호구를 탈피하는 전략"이다. 20년 넘게 조직생활을 하며, 가장 회의가 들었던 부분이 친절과 희생에 대한 대가가 사람들이 나를 만만하게 본다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 어떤 기버는 성공 사다리의 꼭대기에 오르는 반면, 어떤 기버는 밑바닥으로 추락하는지 그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브앤테이크>는 기버를 괴롭히는 세 가지 중요한 함정을 이야기한다. 기버는 전형적으로 "사람을 너무 신뢰하고 과도하게 공감하며 지니치게 소심"하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나(기버)를 호구로 생각하지 않게 하려면, 베풂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기브앤테이크>에서 배운 가장 핵심적인 전략은 "느낌이 아닌 생각에 감정을 이입"하라는 것과 "스스로 돕는 자"가 되라는 것이다. 기버는 테이커가 자신을 호구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가 느낄 감정에 이입되어 모질게 행동하지 못한다(바로 이것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는다). <기브앤테이크>는 사례를 들어 느낌이 아니라 생각에 감정을 이입하는 전략을 설명한다. "스스로 돕는 자"가 되라는 것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데 익숙하고, 자기의 당연한 권리나 이익을 주장하지 못하는 기버에게 스스로 돕는 자가 되어 행동하라는 것이다. 나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낯설고 어색하다면, 내가 나를 돕는다고 생각하고 행동을 취하라는 것이다.

 

 

<기브앤테이크>는 (비지니스 세계의) 통념을 뒤집는 책이다. "착한 끝은 있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는 책이기도 하다. <기브앤테이크>는 기버의 성공은 "폭포수처럼 멀리 퍼진다"고 아름답게 묘사한다. 기버라고 해서 남 좋은 일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기버도 테이커와 매처 못지않게 야심을 품고 있다. 다만 기버는 목표를 다른 방식으로 추구할 뿐이다." 테이커의 성공이 단순히 기존의 가치를 차지하는 것이라면, 기버의 성공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낸다. 다시 말해, 기버의 성공은 주변 사람들의 성공을 유도하는 파급 효과를 가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팀으로 하는 일이 많아지고, 평판이나 소문이 쉽게 눈에 띄는 오늘날 기버가 더 빨리 성공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말한다. '기버'인 척 가장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기버'로 사는 사람이라면 오늘의 희생과 선행이 쌓여서 내일의 성공을 불러올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단, 기버에게도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재미있게 읽으면서 중요한 가치를 배울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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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 다이어트 - 스트레스 안 받고 맛있게 먹으면서 건강하게 살 빼는
마리사 클라우티어, 이브 애덤슨 지음, 김보영 옮김 / 솔출판사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지중해 식단이란 유럽의 먼 나라 사람들이 먹는 특별한 음식이 아닙니다. 자기 지역에서 제철에 생산되는 가장 싱싱하고 영양 넘치는 자연의 선물들을 맛있게 먹고 즐기며 생산자와 소비자, 요리하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인생 그 자체입니다"(7).

 

 

"지난 2년 동안 먹은 것이 그 사람이다." 배우 차인표 씨가 방송에서 한 말입니다. '관리'되지 않는 제 몸을 바라보며 뜨끔했습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그 사람이 무얼 먹느냐가 그 사람의 정체성을 말해주는 듯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에 비만 인구가 더 많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웰빙 바람으로 건강관리에 부쩍 관심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웰빙 음식이나 건강 관리에 고소득층의 접근이 더 유리했을 것입니다. 건강이나 미모도 중요한 경쟁력이 되니 시대이니 자기 관리도 더 철저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비만 인구가 더 많이 나타나는 것은 고열량에 영양가는 없는 "싸꾸려" 음식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식이 하나의 '산업'이 되면서 맛은 좋지만 영양가는 없고, 접근은 쉽지만 심각하게 건강을 해치는 '값싼 상품'들이 덫처럼 포진해있습니다. "음식이 불안의 원천"이 되면서 "무엇을 먹을까?"라는 선택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신중하고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선택입니다.

 

<지중해식 다이어트>는 체중 감량'만'을 목표로 하는 책은 아닙니다.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을 따로 제공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건강하게 먹고 즐겁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2차 세계대전 후, 지중해 연안에 살았던 근로자층의 식생활을 연구한 것에서 비롯된 책입니다. 상대적으로 "풍요로운" 먹거리를 자랑하는 미국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빈곤해 보이는 지중해 연안 사람들이 어째서 더 건강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산업화'된 음식이 아니라, 천연의 재료를 풍성히 먹고 즐기는 '전통적'인 식사법에 있었습니다.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대개 다른 곳 사람들보다 더 건강하고 무병장수하며 관상동맥 질환 같은 만성적 질병에 걸릴 위험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26). 이 책은 그 오랜 연구의 결과이며, 결론이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지중해 연안 사람들의 '전통 식사법'입니다. "지중해식 법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양보다는 질, 신선한 자연 그대로의 것, 가공하지 않은 것, 방부 처리되지 않은 것,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먹는 자체를 즐기는 것"(46)입니다. 탄수화물 식품은 자연 그대로의 통곡물 형태로 섭취합니다. 통곡물은 정제 곡물과 달리 매우 느린 속도로 소화되기 때문에 조절 가능한 혈당으로 전환되고, 건강에 좋은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습니다(19).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고, 주된 지방 공급원은 올리브유와 올리브에서 비롯된 식물성 지방입니다.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며, 고기는 주식이 아니라 특식입니다. 디저트는 신선한 과일입니다.

 

이러한 식단과 함께 더불어 강조되는 포인트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하나는, 그 지역에서 재배된 제철 재료를 수확한 즉시 만들어 먹는 것과, 즐겁게 음식을 먹는 것입니다. "지중해식으로 먹는다는 것은 철학 그 자체를 의미한다. 삶은 음미의 대상이며, 음식은 그 삶이 주는 눈부신 아름다움과 찬란한 행복을 표현하는 수단이다. 식사란 그저 매일 반복되는 귀찮은 일상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을 한데 모이게 해주는 더없이 중요한 행사이다. 음식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고, 음식의 질은 음식에 깃든 영혼과 정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삶의 질을 반영한다"(32-33). 다시 말해, "제철에 수확하여, 옛 전통방식 그대로 요리되고, 생명력을 음미하는 먹는 음식"이 지중해식 식사법입니다.

 

<지중해식 다이어트>는 "전통적인 지중해 방식의 식단과 라이프스타일이" 우리 건강에 주는 혜택을 증명하고 찬미하는 책입니다. 책의 2부에서는 지중해 요리를 직접 만들어먹을 수 있도록 "초간단 지중해 요리와 레시피"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여름을 맞이하여 빠른 체중 감량이 목표인 사람들에게보다, 심장질환이 걱정인 분들, 건강한 먹거리,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을 고민하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책입니다. 지루하다 할 정도로 내용이 알찹니다. 다이어트에는 계속 실패하고 있지만 정보력만큼은 뒤지지 않는다 자부하는 독자에게는 '새로울 것'이 없는 정보입니다. 건강한 식생활의 '정석'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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