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 검색 도감 자연 검색 도감
한영식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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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봄은 곤충의 계절"

 

아버지는 유난히 산을 좋아하셨습니다. 그러니 어릴 때부터 바다보다는 산에 오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넓적한 돌을 찾아 그 위에 고기를 구워먹기도 하고, 차가운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노는 일이 재미있어 힘든 등산길도 깡총깡총 아버지를 잘도 따라다녔습니다. 사실 제일 질색한 일은 나뭇가지에서 송충이 같은 벌레가 머리 위로 툭 덜어지거나 깊은 산 속에서 이름도 잘 모르는 곤충들과 맞딱뜨리는 것이었습니다. 곤충을 잡아 얼굴에 들이밀며 놀리던 아버지도 너무 질색을 하니까 곤충을 가르쳐주기 시작하셨습니다. 제일 먼저 친해지고 좋아하게 된 곤충은 '풍뎅이'였습니다. <곤충 검색 도감>을 보니 산에 가고 싶어집니다. 그때 아버지가 잡아 손바닥에 올려주셨던 '풍뎅이'를 다시 찾아보고 싶습니다.

 

 

 

 

"크기를 알면 어떤 곤충인지 구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학교 수업 시간에 분명 곤충에 대해 배웠을 텐데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곤충의 몸은 머리, 가슴, 배"로 이루졌다는 것 정도가 전부입니다. <곤충 검색 도감>에서 배운 것 중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크기를 알면 어떤 곤충인지 구별하는 데 큰 도음이 된다"는 것입니다. <곤충 검색 도감>은 "곤충은 종류에 따라 모양과 빛깔, 무늬 등이 각기 다르다. 또한 종류마다 개체의 크기가 다르기 때문에 크기를 알면 어떤 곤충인지 구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곤충 종류에 따라서 크기를 측정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합니다. <곤충 검색 도감>은 "대표 분류군 7개(딱정벌레목, 나비목, 노린재목, 파리목, 벌목, 메뚜기목, 잠자리목)를 선정하여 크기 측정 방법을 소개"합니다. 긴 설명은 없지만 사진만으로도 개념을 잡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 책에는 우리나라에서 쉽게 만나는 18목 212과 1004종의 곤충을 실었다."

 

 

<곤충 검색 도감>은 말 그대로 '검색', '도감'입니다. "도감"은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실물 대신 볼 수 있도록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을 "검색 도감"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곤충을 찾아보기 쉽게 분류해놓았기 때문입니다. 곤충은 "분류군"별로 나눌 수 있고, "서식지"별로 구별할 수도 있습니다. <곤충 검색 도감>은 먼저 곤충을 무리별로 찾아볼 수 있도록 "분리군별"로 분류하여 사진과 이름을 알려줍니다. "분리군별" 분류는 이 책의 목차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본문은 "서식지별"로 땅에서 만나는 곤충, 잎에서 만나는 곤충, 꽃에서 만나는 곤충, 나무에서 만나는 곤충, 물에서 만나는 곤충, 밤에 만나는 곤충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이중 '잎에서 만나는 곤충"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곤충 검색 도감>은 곤충의 이름과 간단한 정보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만난 곤충 중에 가장 흥미롭고 신기했던 것은 체리 같기도 하고, 붉은 구슬 모양 같기도 한 "참나무혹벌"입니다. 크기는 4mm 내외이고, 12월-이듬해 3월(봄)에 볼 수 있는데, "몸이 매우 작고 겨울눈에 알을 낳으면 초여름부터 부풀어 오른다"고 합니다. 이 책을 보지 않고 참나무혹벌을 만났다면 곤충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강산에 다채로운 곤총이 살고 있는 우리나라"

 

<곤충 검색 도감>은 뒷부분에 간단한 '곤충 상식'도 알려줍니다. 정말 "간단"한 상식이지만 다큐멘터리나 신비한 동물의 세계를 보는 듯 재밌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는 생명인데 너무 무관심하고 무지하구나 하는 반성도 들었습니다.

 

요즘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아빠와 여행하며 추억을 쌓고 세상을 알아가고 또 서로 더 친밀해지는 시간들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행복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을 보면 아이들에게 여행을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려는 노력이 엿보입니다. 제작진이 준 자료를 통해 물고기의 이름을 알아가고, 나물의 종류를 알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저렇게 세상을 깨쳐가는구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지난 번 방송에서 그림을 보고 "쑥"을 찾아내는 윤후의 모습이 귀엽기도 했습니다. 전에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던 것들도 이제는 작정하고 가르치지 않으면 잘 알지 못하는 자연의 모습이 많습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자연과 분리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따뜻한 봄날, 아이와 함께 산에 올라 실제로 곤충도 만나보고 <곤충 검색 도감>에서 이름을 찾는 놀이를 하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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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인가, 세상인가 - 미처 몰랐던 내 안의 우상 버리기
피트 윌슨 지음, 이지혜 옮김 / 아드폰테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구약성경에 보면 하나님은 출애굽한 이스라엘에게 가나안 정복 전쟁을 명하십니다. 이스라엘은 이 전쟁에서 승리했고 지파별로 영토를 분배받아 살았습니다. 그런데 가나안 정복 전쟁이 끝나고(여호수아) 바로 이어지는 '사사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의 삶이 엉망진창인 것을 읽을 수 있습니다. 가나안 땅에 들어가 살면서 하나님과 가나안 땅의 우상을 혼합하여 섬겼습니다. 그들은 가나안 "땅"(영토)은 정복했지만 "문화"는 정복하지 못한 것입니다.

 

<하나님인가, 세상인가>는 우리 안에 있는 혼합 종교를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백성의 백성 안에 몰래 침투해 있는 우상의 실체를 폭로합니다. 하나님을 예배한다고 하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 신을 섬기고 있는 위험을 보여줍니다.

 

 

 

 

  

 

"오늘날의 문화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는 외적 우상, 즉 눈에 보이는 우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내면의 우상이다"(24).

 

 

피트 윌슨 목사는 장 칼뱅의 말을 인용하여 "인간의 마음은 우상을 만들어내는 우상 공장"이라는 사실을 일깨웁니다(24). 신앙인들이 진짜 경계해야 할 것은 눈에 보이는 거짓 신들의 실체가 아니라, 보이지 않게 마음에 침투하는 우리 내면의 깊은 갈망들임을 보여줍니다. 우리 마음은 가장 치열한 영적 전쟁터인 것입니다.


 

 

"모든 우상의 중심에는 하나님이 주신 근본적인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하나님만이 채우실 수 있는 것을 특정한 사람이나 사물에서 찾기 시작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112).

 

 

<하나님인가, 세상인가>는 "하나님만이 주실 수 있는 것을 그분의 힘과 권위를 갖지 못한 무언가에게서 찾는 것, 이것이 바로 우상이다"이라고 정의합니다. 인간은 "목적과 가치, 의미와 용납, 안정, 사랑,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를 지닌 존재입니다. 누구나 내면에 이러한 갈등이 "몸 구석구석에 고동치고" 있습니다. 피트 윌슨 목사는 "우리 안에 이런 욕망을 심어두신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라고 증거합니다. 우리 내면의 이런 갈망이 오직 그것을 우리에게 주실 수 있는 하나님께로 이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의 거짓 신들의 유혹입니다. 자신들이 그것을 채워줄 수 있다는 헛된 약속을 끊임없이 들려줍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지 못하면 "이 욕망을 채우기 위해 금송아지 제작은 물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인가, 세상인가>는 "우상 숭배는 단순한 죄가 아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이 근본적으로 그릇된 상태다"(30). 그러니 까 "마음"이 그릇되어 있으면, 세상의 거짓 신들에게서 우리 내면의 갈망을 채우기 위해 아무리 애를 써도, 아무리 열심히 살고, 노력을 다해도, 우리 내면의 갈망을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깊은 공허와 헛수고를 남길 뿐이라고 경고합니다.

 

이 책은 "미처 몰랐던 내 안의 우상"을 진단해보도록 돕습니다. 현대인을 유혹하고 있는 7가지 우상의 정체를 폭로합니다. 그것은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성취 우상", "사랑과 용납을 관계에서 찾는다"는 "인정 우상", "통제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는 "권력 우상", "돈으로 못 사는 게 없다고 믿는다"는 "돈 우상", "복음 외에 무엇을 더하려 한다"는 "종교 우상", "미모를 최고의 무기로 여긴다"는 "외모 우상", "나의 꿈과 하나님의 꿈을 혼동한다"는 "꿈 우상"입니다.

 

 

 

"우리 모두가 던져야 할 진짜 질문은 "당신 인생의 여러 우상 중에 하나님의 가장 큰 경쟁자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39).

 

 

<하나님인가, 세상인가>가 폭로하고 있는 7가지 우상 중에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스스로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는 "성취 우상"입니다. "하나님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끊임없이 업적을 쌓고 싶은 욕망, 무엇가 위대한 일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이 내 안에 들끊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안에 살면서, 하나님의 일을 한다고 하면서, 그렇게 안절부절하고 아등바등했던 이유가 바로 이 '성취 우상'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목회에도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내게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은 '행위의 인간'이 아니라 '존재의 인간'을 창조하셨다"(59)는 가르침이 제게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신의 정체성은 당신이 성취한 일이 아니라, 당신을 위해 성취된 일에 뿌리를 둔다고 성경은 가르친다"(77). 가장 큰 위로와 자유함을 맛보게 해준 문장입니다. 하나님을 위해 무슨 일을 할까를 고민하기보다 하나님께서 내게 해주신 놀라운 일들을 묵상하며 감사하며 기뻐하며 예배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결단합니다.

 

 

"우리는 예배 대상을 바꾸겠다고, 가짜 신을 대신해 진짜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의식적으로 결단해야 한다"(244).

 

 

이 책은 하나님의 백성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는 책이 아닙니다. 피트 월슨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이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을 때 따라오는 자유를 발견하기 바란다. 헛된 약속들을 제대로 분별하여 진정한 능력의 근원이신 그분에게서 멀어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당신은 꼭 그래야만 한다. 눈앞에 닥친 위험은 그만큼 실제적이기 때문이다."

 

필트 윌슨 목사는 "우리가 예배하는 대상이 우리 모습을 결정한다"(234)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마음에 두는 것과 세상의 거짓 신, 거짓 약속을 마음에 두는 것은 우리 인생에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자리잡으려고 하는 '산당'을 헐어버리지 않으면 종일토록 헛수고를 하며 공허함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님인가, 세상인가>는 뻔할 것 같지만 뻔하지 않은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거짓 신의 헛된 약속에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 사람들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하나님의 백성에게 외치는 경고의 나팔이요, 영적 전쟁의 선포입니다. 우리가 싸워야 할 싸움이 무엇인지 그 대상을 분명히 알고, 우리에게 주어진 전쟁에서 승리하자는 부름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크리스천이 함께 읽어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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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시계 - 개정판
앤 타일러 지음, 장영희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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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부모님은 서로 잘 어울리십니까? 아니, 당신이 결혼한 분이라면 배우자와 잘 어울리는 환상의 커플인가요? 간혹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이 부부로 연을 맺고 살아가는 경우를 봅니다. 어떤 사람들은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예전보다 훨씬 쉽게 남남이 되는 길을 선택합니다. 또 어떤 부부들은 서로를 '견디며' 일생을 보내기도 합니다. 애초에 그들은 왜 서로를 배우자로 선택한 것일까요? 혹시 그 '다름'에 끌렸던 것은 아닐까요? 나중엔 그 '다름'에 진저리를 치게 된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결혼한 지 28년이 된 매기와 아이러도 서로 상극으로 보입니다. 감정적이고 정이 헤프고 남의 일이 간섭하기 좋아하는 매기는 늘 실수투성이고,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사고(문제)를 몰고 다닙니다. 매기에 비하면 남편 아이러는 침착하고 분석적이며 매기처럼 남의 일에 참견하는 것은 무가치한 일이라고 여깁니다. <종이시계>는 매기와 아이러가 함께 친구(매기의 친구 세레나) 남편의 장례식에 다녀오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입니다. 총3부로 이루어진 <종이시계>는 매기, 아이러, 다시 매기로 관점이 옮겨지면서 그들의 의식을 따라 하루 동안의 일과 지나온 삶이 입체적으로 살아납니다.

 

아이러는 매기가 "어째서 늘 자기들 삶에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마 남편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219). 아이러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어쩌면 매기는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꿈을 쫓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을 포기하고 요양원의 보조원이 되는 길을 택한 매기는 다른 사람을 돕는 천성을 타고 난 듯합니다. 그녀가 아이러와 결혼을 결심한 이유도 사실은 그런 숨은 본성의 작용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러는 심장이 약하다는 이유로 일을 놓아버린 아버지, 정신 지체를 가진 누나, 공포로 세상과 단절되어 버린 또다른 누나를 부양하느라 자신의 꿈을 접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는 가수가 되겠다고 고등학교를 중퇴한 아들도, 점수에 안달하는 딸도, 신중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남의 일에 끼어드는 아내도 모두 인생을 함부로 낭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진짜 인생을 낭비해버린사람은 자신의 꿈을 접고 "액자틀을 짜기 위해 소수점이나 세고 있"는 자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이러에게 가족은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게 만들어버린 족쇄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는 질식할 것 같았다. 안개는 마치 실내 수영장이 있는 집들처럼 그들 주위에 환기가 잘 안 되고 증기로 가득 찬 작은 방을 만들었다. 모든 소리는 둔탁하게 들렸는데, 단지 그의 가족들 목소리만, 귀에 익은 숨막힐 듯한 목소리들만 또렷이 들려왔다. 안개는 그들 모두를 감싸고 가두어버렸다. 그러는 동안에 누이들의 손은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이 필사적으로 매달리듯 그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그때 아이러는 생각했다. 오 하나님! 나는 내 모든 생을 이 사람들에게 붙잡힌 채로 지내왔고, 앞으로도 결코 자유로워지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그때 아이러는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은 그날 이래로 자신은 이미 삶의 실패자였음을 깨달았다"(245).

 

자신을 잡아당기는 가족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아이러, 자신의 품에서 벗어나려는 가족을 잡아당기는 매기. 그들의 결혼생활은 서툴게 만들어진 '종이시계'처럼 불안하고 어설펐지만, 그렇게 서로 부대끼는 사이 어느 새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단 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짐짝 같은 가족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낭비해버렸다고 생각하는 아이러가 사실은 그게 사랑이었다는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때 그는 진짜 낭비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신이여, 그렇습니다. 진짜 낭비는 이 사람들을 부양해야만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이들을 사랑하는지 깨닫지 못했다는 데 있었습니다. 그는 심지어 이 나약하고 좌절해버린 아버지마저, 자신의 가엾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마저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다. (...) 그리고 그는 자신이 깨달은 것을 잊어버렸다"(259-260).

 

 

우리를 삶의 실패자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요? 빛바랜 꿈? 내 발목을 잡는 가족? 나를 방해하고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배우자? 놀랄 만한 업적이 없는 평범한 일상?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를 삶의 실패자로 만드는 것은 위로해줄 친구가 한 사람도 없을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지만 현재의 삶에 실망하게 될 때, 그래도 우리를 다시 살게 하고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서로 부대끼며 살아온 가족, 서로의 슬픔을 위로해줄 친구가 아닐까요? 부모님의 손에서 자라다가 또래 친구들과 학교를 같이 다녔고, 한때는 친구들의 결혼식을 좇아다니기에 바빴고, 한때는 친구 아이들 백일잔치, 돌잔치에 불려다녔고, 더 나이를 먹으니 이제는 가끔 친구 부모님들의 부고 소식이 들려옵니다. 유난히 특별할 것도 없고, 성공이랄 것도 없는 인생, 우리는 그렇게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며, 반복하며 조용히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게 사셨고,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고, 다음 세대도 그렇게 살아가겠지요. 실수투성이이고 나약하고 부족한 우리들이지만, 그래서 더 누군가에게 기댈 어깨가 필요한 우리들이기에, 감싸주면서 용서하면서 안아주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함께 긴 여행을 하는 매기와 아이러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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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EIC Speaking 토익스피킹 실전 유형 훈련
하미진 지음 / 사람in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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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대학원에서 부딪힌 첫 번째 장벽은 바로 영어였습니다. 외국 유명대학에서 초청되어 온 교수님의 특강 수업도 많았는데,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부담이 되어 수강 신청을 하지 못했습니다. 한참 어린 후배들이 자유롭고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며 교수님과 대화를 하는 모습은 부러움을 넘어 충격에 가까웠습니다. 영어부터 잡지 않으면 스스로의 한계 안에 갇힐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에 휴학을 하고 영어 완전 정복을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좌절의 연속입니다. 학원에 다니기도 쉽지 않고, 독학을 하자니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 채 세월만 흘려보냈습니다.

 

그러던 차에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을 보고 새로운 결의를 다지는 중입니다. "TOEIC Speaking"은 개인의 영어 말하기 능력을 측정하는 국제 공인 시험입니다. 영어로 말하는 훈련도 하면서 토익 점수가 필요한 사람들은 "TOEIC Speaking"에도 대비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훈련 교재입니다.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은 두 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띠지를 떼어내면 '머리로 익히는' <유형북>과 '입으로 익히는' <훈련북>으로 분리됩니다.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은 학원에 가지 않고도 독학으로 토익 스피킹을 훈련하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하기와 쓰기는 출제 유형과 이론도 알아야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실제로 말하고 쓰는 것까지 연결이 되어야 평가 받을 수 있는 output 영역"(7)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말하고 쓰는 훈련이 중요"함을 강조합니다.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은 실전 토익 스피킹 문제로 입 여는 훈련을 하는 교재라고 보시면 됩니다.

 

 

 


  

'머리로 익히는' <유형북>은 "TOEIC Speaking"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어떤 시험인지, 시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도움을 줍니다. 시험 형식과 파트별로 문제 출제 유형을 분석하고 답변하는 요령을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TOEIC Speaking" 시험은 지문 소리 내어 읽기, 사진 묘사하기, 전화 설문조사에 답하기, 주어진 표 보고 질문에 답하기, 음성 메시지 듣고 해결책 제시하기, 의견 제시하기 등 총 6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 파트별로 발음, 억양, 강세, 문법, 어휘, 일관성, 내용의 연관성, 완성도 등을 평가합니다.

 

"TOEIC Speaking"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답변"인 듯합니다.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은 각 파트별로 문제에서 원하는 답변을 논리적으로 말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한다 할지라도 상관 없는 답변을 하거나 답변 시간 내에 답면을 하지 못하면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합니다.

 


  

<유형북>으로 문제의 유형과 답변하는 요령을 터득했다면, 이제 입을 여는 <훈련북>으로 집중적인 말하기 훈련에 들어갑니다. 교재가 제시하는 모범 답변 문장들이 체화될 때까지 큰 소리로 따라 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전 문제를 가지고 입을 여는 훈련을 하며, 스스로 모범 답변 만들기에도 도전해보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학원에 가서 선생님과 1대1 훈련을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독학하는 학습자에게는 교재로도 이런 훈련이 가능하다는 것이 다행입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는 것이 부러워 다시 공부를 시작하며, 한동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하려면 일단 들어야 하니 듣기 훈련을 해야 할 것 같고, 듣기 훈련을 하려니 많은 어휘를 알아야 할 것 같고, 어휘를 많이 알아도 문법을 모르면 문장을 만들어 낼 수 없으니 문법을 공부해야 할 것 같고, 문법을 많이 알아도 입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어느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고, 집중할 수 없다 보니 실력은 제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발견한 것이 "영어로 말하기 집중 훈련"입니다.

 

영어로 말하기 집중 훈련도 어떤 내용을 연습하느냐가 중요한 듯합니다. 대화를 30초 이상 끌어가지 못하고 뚝뚝 끊어지는 일상회화보다 논리적인 문장으로 말하기 훈련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보입니다. <TOEIC  Speaking 실전 유형 훈련>은 집중적으로 말하기 훈련도 하면서 동시에 TOEIC Speaking 고득점에도 도전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교재입니다. 교재는 정해졌고, 이제 필요한 것은 성실과 끈기 그리고 집중하는 일만 남았다고, 스스로에게 일러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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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란 무엇인가
크리스토퍼 베넷 지음, 김민국 옮김 / 지와사랑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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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가장 자신 있고 쉬웠던 과목 중의 하나가 '도덕'(또는 윤리) 과목이었습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좀 더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답이 뻔히 보이는 문제들이었기 때문에 따로 공부할 일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살다 보니 가장 어려운 문제가 바로 윤리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수학은 오히려 명확한 정답이 있는 문제이고 수학자들도 풀기 어려운 문제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일도 없으며, 영어는 정확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면 문법은 좀 틀려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윤리는 다릅니다. 학교 다닐 때 우리가 배웠던 도덕은 "이렇게 이렇게 해야 마땅하다"는 당위가 많았습니다. 시험을 치루었던 도덕 문제는 착하다고 생각되는 행동, 정직한 행동, 사회규범(약속)을 지키는 행동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살면서 부딪히는 윤리 문제는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윤리 문제는 종종 우리를 딜레마에 빠뜨립니다. 몇 년 째 뇌사 상태로 기계에 의존해 연명하고 있는 노부모의 안락사 문제, 심각한 장애가 발견된 태아의 낙태 문제, 동성애자의 인권은 보호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성애자 인권 문제가 이슈화 될수록 그것을 학습하는 청소년들과 무분별한 흉내내기가 유행을 하는 사회 현상, 사형제도, 인간복제 등 수많은 문제가 우리를 선택의 궁지로 몰아넣습니다.

 

<윤리란 무엇인가>를 읽기 전까지 이런 도덕적 딜레마, 윤리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공적인 차원의 문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윤리란 무엇인가>는 윤리 문제가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고 정의합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 "누군가 대신 생각해줄 수 없다는 의미"에서 윤리적인 사고는 "개인적인 일"이라고 설명합니다(12). 이러한 정의 안에는, 옳은 행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단순히 복제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윤리는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임과 동시에 옳은 답을 얻고자 노력하는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윤리는 개인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려는 고민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견해를 남들 앞에서 정당화하거나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왜 내가 그런 방식으로 행동했는지 끊임없이 묻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윤리학은 어떤 행위가 남들이 하나하나 따져보더라도 진실로 변호할 만한 행위인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17). 그러니까 윤리적 문제는 누군가가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를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마땅히 그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누군가의 답에 "정말 그러한가" 의문을 제기하고, 옳은 답을 찾기 위해 스스로 열심히 고민하고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인 것입니다.

 

<윤리란 무엇인가>의 저자는 철학자입니다. 다시 말해, 철학자가 쓴 윤리학 입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철학적 사고로 주요 도덕이론의 관점을 검토하며 윤리적 문제에 대한 접근과 비평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풀어갑니다. 죽음과 삶의 문제에서 시작되는 저자의 논의는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은 문제(정답)에 대해 의문을 갖도록 이끌어가고, 주요 도덕이론의 논점을 짚어주며, 우리가 생각해야(풀어내야) 할 윤리적 과제가 무엇인지 던져줍니다. 예를 들면, "죽음이 꼭 나쁜 것일까?"와 같은 질문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독자는 도덕이론의 주요한 골자와 비평에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각 장마다 '토의사항'과 '더 읽을 책'을 제시하고 있어 학부 교양과목의 교재로 사용해도 좋을 듯합니다.

 

"왜 우리는 도덕적으로 행동해야만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신(종교)은 존재하는가"라는 인류의 오랜, 그리고 끝나지 않는 질문과 닿아 있습니다. 유신론자들이나 허무주의자는 신이 없다면 아무런 목적도, 가치도, 도덕도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249). 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한 도덕은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물질세계 자체는 의미나 가치가 없는 텅 빈 세상이다"(245). "오로지 과학만이 세상 지식의 원천이라면 옳은 행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희박해질 것이다"(246). 그러나 인본주의자는 "유신론자와 무도덕주의자들이 도덕에 관한 인간의 사고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결론짓"습니다(267). 인류가 인간 지식이 발달할수록 오히려 옳은 행동의 딜레마에 빠져드는 것은 절대 진리(신의 계시)를 부정하고 인간의 이성에 의존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 이성의 한계를 스스로 인정할 수밖에 없으면서 동시에 절대 진리를 부정하게 되니 모든 것이 상대적으로 변하고 맙니다. 누군에는 옳은 행동이 누구에게는 나쁜 행동이 될 수 있고, 여기에서는 나쁜 행동이 다른 문화권에서는 옳은 행동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인간 이성과 지식이 발달할수록 인간은 더욱 불확실과 혼란에 빠져드는 형국입니다. 그래서 윤리의 문제가 우리에게 더 절실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윤리란 무엇인가>는 철학과 윤리학을 동시에 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 책에 정답이나 주장은 없습니다. 여러 주장과 그에 대한 비평을 소개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논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 무엇에 대답해야 하는지 골격을 잘 가르쳐줍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철학적 사고에 젖어드는 기분이 듭니다. 제목은 묵직하지만, 누구나 관심 있게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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