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Joy :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 데일리 Daily
내셔널 지오그래픽 엮음, 서영조 옮김 / 터치아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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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시작하며 빈 다이어리대신 매일 이 책을 한 장씩 마주하고 있습니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커질수록, 생의 활기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겠다고 작정할수록 모든 계획이 멈춰지고 있습니다. 그 계획들 속에 무엇인가 놓치고 있다는 의심이 자꾸 들기 때문입니다. 계획으로 가득 찼던 옛 다이어리들은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내가 찾고 싶은 것은 성취해야 할 목표가 아니라, 걸어가야 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는 하루에 하나씩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내셔럴지오그래픽의 사진과 함께 묵상하도록 꾸며진 책입니다. 노자, 헬렌 켈러, 나폴레옹,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간디, 안네 프랑크, 스티브 잡스, 에리히 프롬, 원스턴 처칠, 칼 융 등 시대를 초월하고 분야를 초월하는 멘토들의 메시지가 아름답고 강렬한 사진과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365일 새 힘을 주는 한마디>는 매달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1월의 주제는 "새로운 시작"입니다. 1월 1일의 메시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것이었습니다. "새해를 반갑게 맞이하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한 한 해를." 이렇게 새로운 시작을 알렸습니다. 살아 있다면, 새해는 누구에게나 주어집니다. 그러나 모두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새로운 기분으로 새해를 시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가득한 한 해"라는 이 단순한 한 문장을 반복해서 읽을수록, 마법처럼,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날들에 대한 기대감이 커집니다.

 

 

 

 

이 책이 내게 특별했던 것은 명사들의 메시지 때문이 아닙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명성에 걸맞는 강렬한 사진들 때문이었습니다. 어릴 적, 친구 집에서 내셔널지오그래픽이라는 잡지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친구들과 함께 탄성을 내지르는 것말고는 다른 표현을 할 수 없었습니다. 아마도 사진이 주는 감동을 그때 처음 알았던 것 같습니다. 사치처럼 보였지만, 그런 잡지를 구독하는 친구가 진심으로 부러웠습니다. 꽤 비싼 잡지였거든요.

 

 



아껴 읽은 탓에 아직 이 책에 실린 메시지를 다 읽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1월 31일이고, 나는 1월 31일의 메시지를 읽었습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는 낭패감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그래서일까요? 단 번에 그 뜻이 읽히지 않는 1월 31일의 메시지는 뒤늦은 깨달음을 말하는 듯합니다. "깊은 겨울을 맞이한 후에야 내 안에 떠나지 않는 여름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알베르 카뮈의 말은 어쩐지 지나 버린 젊음에 대한 그리움으로 읽힙니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길을 찾고 있습니다. 그 길은 앉아서 찾아지는 길이 아니라, 열심히 걸을 때 찾아진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현실이라는 벽 앞에 한 줌 용기마저 부끄러워질 때, 누군가 앞서 간 사람이 남겨준 이정표를 발견하는 일은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요. 이 책에 실린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렇게 읽힙니다.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살았고, 치열하게 고민했고, 전심으로 생을 마주했던 분들의 한마디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는 사진들, 너무나 아름다워서, 너무나 신비로워서, 너무나 강렬해서 눈을 뗄 수 없는 사진을 보며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낍니다. 깨끗하고 시원한 생수 한 사발 들이키듯이 그렇게 하루하루 한 페이씩 넘겨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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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다리 1
줄리 오린저 지음, 박아람 옮김 / 민음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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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드러시가 가장 경악한 것은 엄청난 규모가 아니라 오히려 아주 작은 것들이 괴로움을 안겨 준다는 사실, 아주 작은 것들이 일상생활의 균형을 유지해 주는 토대가 된다는 사실이었다"(416).

 

 

요즘 유명 연예인들이 TV에 나와 자살에 대한 유혹이 어떻게 찾아왔는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털어놓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봅니다. 대한민국의 높은 자살율을 보면, 우리 사회가 자살을 권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감지되는 또 하나의 불행한 기운은 가족이 점점 짐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입니다. '시월드'라는 공격적인 말이 유행하고, 드라마마다 가족과의 전쟁이 한창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다리>는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어느 과거에, 전쟁이라는 비극 속에 던져진 인생들, 자살이 사치처럼 느껴지는 고통들, 그 속에서 살아야 할 이유의 전부가 되어 주었던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주인공 언드러시는 헝가리에서 태어나고 자란 유대인입니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세울 줄 알았고, 가진 거라곤 무모한 희망뿐이었지만 도전을 포기하지 않는 청년이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다리>는 언드러시가 프랑스로 유학을 가기 전날 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프랑스로 건너가 건축학을 공부하게 되는 과정, 그곳에서 만난 스승과 친구들, 그리고 좌절과 도전을 반복해가는 어느 젊은 날에 뜻밖에도 "파도가 끌어당길 때의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힘"으로 "그를 강렬하게 끌어당겼던,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1권, 323) 그의 인생에 찾아든 사랑 이야기를 들려줍니다(1권). 그러나 그들의 인생은, 그들의 사랑은, 꿈꾸대는 대로, 계획한 대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공포와 비극 속으로 몰아넣었던 세계 2차대전이 발발했기 때문입니다(2권).

 

<보이지 않는 다리>는 전쟁터의 악취와 선혈을 이야기하기 전에 청년 언드러시의 꿈과 사랑과 고뇌를 아주 긴 호흡으로 정밀하게 보여줍니다(1권). 전쟁이 그에게 앗아간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가 짓밟힌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다 정확하게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비극이겠지만, 언드러시에게는 그가 '유대인'이었다는 것이 '더' 문제였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대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해봅니다. 언드러시는 유대교회당에 앉아 기도문을 노래하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형제가 함께 앉아 있음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가? 폴라네르는 크라쿠프에서, 언드러시는 코냐르에서 이 멜로디를 배웠다. 기도문 독창자는 소련 민스크에서 할아버지에게 배웠다. 풀로네르 옆에 서 있는 노인 셋은 각각 풀란드 그디니아와 암스테르담, 프라하에서 배웠다"(346). 집 없는 사람처럼 세계를 떠돌며 살아가면서도,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이 독특한 민족의 기구한 운명과 고독한 싸움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입니다. 언드러시가 "미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친구 멘델과 함께 신문을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전쟁의 공포를 덜어주기 위해 아들에게 전쟁을 놀이처럼 이야기하는 아버지의 그것과 많이 닮았습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전해주는 새로운 감동, 새로운 전율이 있습니다. 내가 이 책에서 본 것은 그래도 살아야 할 이유와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의 "아름다움"이었습니다. 진실한 사랑과 소박한 열정과 진정한 가치를 아는 사람이라면, 거짓 없는 웃음이 주는 행복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떤 불행한 상황 속에서도 충분히 아름다운 삶을 살아낼 수 있다는 것을, 그런 힘이 우리 안에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언드러시는 그가 만든 신문을 읽고 다시 웃기 시작하는 대원들을 보며 다시 살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대원들이 신문을 읽고 얘기를 나누며 웃기 시작하자, 언드러시는 약에 취해 오랫동안 잠을 자다 깨어난 기분이었다. 자신이 그토록 나약했다는 사실이, 끔찍한 생각에 압도되어 공허감에 빠지도록 기꺼이 자신을 방치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이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볼품없는 스케치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산소를 공급해주었다. 숨을 쉬려는 노력을 가치 있게 해주었다"(2권, 47).

 

이 책의 역자는 후기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처음에는 여느 청춘처럼 고뇌함으로써 힘들었지만, 그다음에는 고뇌할 수도 없을 만큼 힘들었고 고뇌할 수 없다는 사실에 더욱 힘들었다"(2권, 492). 누군가는 지금 배신하고 떠나간 사랑 때문에 어두운 방에 틀어박혀 괴로워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좌절된 꿈을 껴안고 목적지도 없는 차가운 거리를 걷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생의 절망 앞에 무릎을 꿇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어떤 인생에게는 그것조차 사치일 수 있고, 행복일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책에 푹 빠져 보냈고, 책을 손에서 놓은 지금, 머릿속이 마비된 것처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헝가리'를 조국으로 가진 한 유대인 청년의 삶과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를 읽으며,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극동의 조그만 땅에서도 역사의 비극은 아로새겨지고 있었다는 것을 겨우 기억해낼 뿐입니다. 어떻게 이 아픈 역사를 그토록 아름답게 느껴며 읽었는지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평범해서 더 싫었던 나의 '오늘', 그 하루의 삶에 충실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해봅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언드러시를 보며 내가 얼마나 안도했는지를 기억하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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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비전트립 2 - 영국 믿음의 발자취 유럽비전트립 2
박양규 지음 / 두란노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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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대세를 뒤바꾼 것은 수상이나 권력자가 아니었다. 무명의 땜장이가 쓴 <천로역정>이 세상을 바꿨고, 공장에서 일하던 소년이 아프리카를 바꿨다. 몸과 마음에 장애를 가진 젊은이가 영국과 미국을 변화시켰고, 평범한 신문사주의 아들이 전 세계에 주일학교를 선물했다"(10).

 

<유럽비전트립> 2권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함께 여행할 지역은 '영국'입니다. 얼마 전, 영국 선교사로 떠나는 후배에게 영국의 영적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전해 들었는데, 이 책을 보니 그런 영국의 상황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영국이 이렇게 신앙 유산이 많은 나라였던가 새삼 깜짝 놀랐기 때문입니다.

 

교회에서 비전트립을 이야기하면 말이 좋아 비전트립이지 돈 드려 해외에 놀러 가겠다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분이 계십니다. 그런 분들께 이 책을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자리, 그 시대적인 사명을 분명히 알기 위해서 신앙의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이 얼마나 중요하고 또 의미 있는 일인지 깨우쳐주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교육으로 이보다 더 좋은 투자는 없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 여행 십계명

 

사실 비전트립은 '준비 과정'이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전트립을 비전트립이 되게 하는 힘은 바로 '준비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유럽비전트립>과의 만남이 이 책이 처음이신 분들은 "비전트립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리더들이 어떻게 공동체를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1권에서 꼭 확인하셔야 합니다. 시리즈 책이다보니 2권에서는 그 부분을 생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2권 <영국편>에서는 영국 여행으로 곧바로 직행합니다. 떠나기 전에 몇 가지 여행 팁을 꼼꼼하게 챙겨주는데, 비전트립 제작진이 직접 꼽은 '영국 여행 십계명'이 재밌습니다. 여행 중의 피로와 슬럼프를 피하기 위해 과감하게 음식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잘 먹어라), 사진보다는 방문지에 대한 감상을 기록으로 남겨두라는 것(기록하기), "어쩌면 평생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행인지라 무조건 하나라도 더 많이 보자"주의인 나와 같은 사람이 있다면 꼭 새겨들어야 할 조언(지혜롭게 일정을 짜라) 등 실제적으면서도 깨알같은 조언이 실전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을 높입니다. 사실 <비전트립>은 절대 여행을 위한 여행책이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하지만, 이 책은 영국 여행자들을 위한 가이드북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안내'가 잘 되어 있습니다. 

 

 

 

"영국 믿음의 발자취"

 

제 주변에 몽고에 단기선교여행을 다녀와서 신앙이 급성장하신 분이 계십니다. 선교지에 나타난 예수 이름의 능력, 선교지를 향한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하늘의 축복, 동시대를 살아가는 지구촌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 속에 계시된 시대적인 사명 등을 보고, 깨닫고, 새기고 돌아올 수 있었다고 고백합니다.

 

우리가 역사를 배우고 신앙이 뿌리를 찾아가는 작업은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사람들이 어떤 싸움을 싸웠고, 무엇을 위해 희생했고, 왜 잘못된 길로 갈수밖에 없었고, 어떻게 부흥과 회복을 경험했는지를 배우는 작업입니다. 그런 점에서 영국은 기독교 역사뿐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보고 배울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특별히 이 책을 통해 영국을 탐방하며 기억에 남는 교훈 중에 하나는 수많은 교파들이 영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이런 종파들이 처음 생겨날 때에는 형식과 탐욕에 빠진 생명 없는 교회에 영적 생명을 불어넣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는 것입니다(34). 그러므로 "교단을 보기 전에 본 교단의 초기 정신을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이렇게 묻습니다. "노동자들과 하층민들을 위해서라면 땅끝까지 달려가던 웨슬리의 정신이 남아 있는가? 빈민들에게 자신의 모든 것이라도 내주고자 한 윌리엄 부스의 정신이 남아 있는가? 목숨을 걸고 성경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던 존 녹스의 정신이 남아 있는가? 거기에 우리는 승부를 걸어야 한다."

 

 

 

 

"이 책은 절대 일반 여행책이 아니다. 내리막길로 향하는 '대세'를 뒤바꾸고자 한국 교회에 던지는 절규다"(10).

 

제가 속한 소그룹 모임은 중국 선교와 현지 선교사님을 후원하고 중보하고 있습니다. 우리를 올해 우리가 후원하는 선교지의 상황을 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선교사님의 필요와 집중하는 사역을 더 잘 알기 위해 중국비전트립을 선포했습니다. 그런데 단순한 중국 여행이 아니라 그 여행이 '비전트립'이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유럽비전트립>을 읽으며 많은 힌트를 얻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영국 땅을 꼭 한 번 밟아보고 싶은 소원이 있습니다. 그 현장에 실제로 설 수 있다면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유럽비전트립>은 무엇보다 우리가 다음세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남겨야 할 신앙 유산은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게 해줍니다. 교회마다 청소년들을 위해 하계, 동계 캠프를 준비하고, 자녀를 위해 여행을 계획하시는 부모님들이 많은데 이런 비전트립은 어떠신지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자녀세대와의 단절, 청소년 신앙교육의 어려움을 헤쳐나갈 중요한 단초를 여기서 발견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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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의 숲에서
실뱅 테송 지음, 임호경 옮김 / 까치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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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천.천.히. 읽어주고 싶은 책입니다. 오랫만에 친구들을 만났는데 "떠나고 싶다", "뛰쳐나가고 싶다"고 외치는 친구들이 많았거든요. 한 친구는 가족 모두가 잠든 사이에 무조건 차를 끌고 나와 강남대로를 달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아들 녀석 도시락 걱정에 새벽녘에 집에 들어갔는데, 가족이 아무도 모르더라며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벗어나고 싶다, 도망가고 싶다, 숨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한 번쯤은 느끼며 살 것 같은데, 시베리아의 숲에, 그것도 영하 30도를 왔다 갔다 하는 한 겨울에, 나 홀로 오두막 살이를 선택한 한 남자가 있습니다.

 

37살의 나이에 바이칼 호숫가에 위치한 한 오두막에 둥지를 틀었던 이 청년(?)은 여행 중독자인가 봅니다. "프랑스 문단의 뛰어난 여행작가이자 에세이스트"라고 소개되는 이 남자는 "어느 공항 터미널에서 죽는 것을 꿈꾸기도 했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시간과의 해묵은 갈등을 해결하고 싶었다. 전부터 걸을 때면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는 사실을 느꼈다. 또 여행의 연금술은 각 순간의 농도를 높여준다는 사실도 느꼈다. 길에서 보낸 순간들은 다른 순간들보다 덜 빠르게 흘러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나는 열병에 걸려버렸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평선들을 찾게 되었다. 그곳의 모든 것이 탈출과 출발을 권유하는 공항들에 열광하게 되었다. (...) 내 여행들은 탈출로 시작되어 결국에는 시간과의 경주로 끝나버리곤 했다"(37).

 

그리고 우연히 바이칼 호숫가에 위치한 한 오두막집에서 사흘을 보내게 된 이 남자는 "내게는 바로 이런 삶이 필요해"라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여행이 내게 더 이상 가져다주지 못하는 것, 즉 평온함을 이 움직이지 않는 삶에서 얻을 수 있을 터였다(38). 그렇게 시베리아의 겨울과 봄,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간 오두막 생활을 하리라 맹세했고, 그는 그 맹세를 지켰습니다. "야생의 숲에서 즐겁게 사는 것이 도시 한복판에서 시들어 죽어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38)고 생각한 그는, "세계 최대의 담수호 기슭의 아름다운 숲에서 사는 사치"를 누립니다. "떠나는 것"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용기'가 아니라, 시베리아 숲에서 살아갈 단순한 '준비'뿐이었습니다.

 

시베리아 숲으로 찾아든 이 은둔자는 은둔자의 생활을 만끽합니다. 거추장스럽고 천박한 형편없는 취향의 문명의 때를 걷어내고, 신선하고 찬란한 아름다운 자연으로 그의 일상을 가득 채웁니다. 시베리아의 숲은 그에게 적응해야 할 곳이 아니라, 오히려 완벽한 곳이었습니다. 인구과잉과 온갖 소음으로부터 벗어난 오두막에서의 삶, 그곳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삶의 단순화였습니다. "오두막은 단순화의 왕국이다. 소나무 가지들을 지붕으로 삼는 삶은 본질적으로 몇 가지 활동으로 축소된다. 번잡한 일상잡사들로부터 해방된 시간은 휴식과 명상과 소소한 줄거움들로 채워진다. 해야 할 일들의 가짓수는 축소된다. 책 읽기, 물 긷기, 장작 패기, 글쓰기, 차 따르기 등이 전례가 된다"(41). 친구들은 그에게 "무료함은 너의 치명적인 적이 될 거야! 넌 심심해서 죽고 말 거야!"(109) 경고했지만, 은둔자는 단순한 삶이 가져다주는 자유와 숲이 주는 아름다움 속에서 마음껏 유영하며 삶의 생기로 충만합니다. "오두막은 간소함의 기반 위에 하나의 삶을 세우기 위한 완벽한 장소이다. 은둔자의 간소함이란 거추장스러운 물건들과 인간들이 없는 것을 말한다. 이전의 잡다한 욕구들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은둔자의 사치는 아름다움이다. 그의 시선은 어디로 향하든지 더없는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 그는 기술이 창조하는 욕구의 굴레에 갇히지 않는다"(47).

 

은둔자가 시베리아 숲에서 발견한 자유는 어쩌면 '시간'으로부터의 자유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은둔자의 고백을 읽으며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의 실체, 그것이 바로 '시간'이었음을 알았습니다. "나는 움직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고, 드넓은 공간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있었다. 나는 시간을 쫓아 달렸다. 그것이 지평선 저 끝에 숨어 있다고 믿었다. "시간이 너무도 급히 흘러가는 것을 그것의 강렬한 사용으로 보상할 것), 이것이 내가 달아나는 시간에 대응하는 방식이었다. 자유로운 인간은 시간을 소유한다. 공간을 지배하는 인간은 단순히 강할 뿐이다. (...) 오두막에서는 시간이 진정된다. 그것은 착한 늙은 개처럼 당신의 발치에 엎드려 있고, 어느 순간 당신은 그것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 내가 자유로운 까닭은 나의 나들이 자유롭기 때문이다"(75-76).

 

"친구야, 우리도 숲으로 한 번 떠나볼까?" 웃으며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숲은 혼자서 가야 하는 곳입니다. 그럴 용기가 있다면 말입니다.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각오해야 하는 여행이 될지도 모릅니다. 3월 17일, 서른일곱의 이 남자는 오두막 생활을 시작하며 자신에게 세 가지 의문을 품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을 견뎌낼 수 있을까? 나는 서른일곱의 나이에 다른 존재로 바뀔 수 있을까? 왜 나는 그리운 것이 전혀 없을까?"(111) 그런 그가 숲 속에서 경험한 가장 큰 고통은 아름다운 것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의 부재였고, 아내로부터 헤어지자는 다섯 줄의 문자를 받고 무너져내렸습니다. 숲 속에서 한 없이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다가, "이별 메시지를 받고 난 후 가장 슬픈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친구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부분은 7월 26일의 일기입니다. 왜 숲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시점이 아니라, 그곳에서의 생활을 마치며 쓴 일기를 읽어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의 자유는 6개월이라는 한정된 시간 속에 있었다는 것, 언젠가는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이 있었기에 그의 6개월이 그토록 아름답고 자유로웠던 것은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 우리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어하는 일상, 떠나고 싶어하는 현실도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사랑스럽게 다가옵니다. 문명의 대비가 존재하기에 숲의 숨결을 호흡하고 달의 운행을 좇는 숲에서의 삶이 특별해지는 것이라고요. 이 은둔자는 숲에서의 생활은 받아들임이라고 했습니다. "자연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반항하는 인간은 쓸데없는 것이다. 숲의 나라에서 의미가 있는 유일한 미덕은 '받아들임'이다"(70). 받아들임은 숲에서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여기 이곳에서도 필요한 미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은둔자는 오두막 생활을 하며 시간에 경의를 표하는 세 가지 방식을 배웠습니다. "글쓰기, 그리기, 고기잡기"(263). 벗어나고 싶어를 외치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이것, 시간에게 경의를 표하는 방식 배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만일 우리의 삶이 따분하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있다. 세상이 칙칙한 잿빛이라면, 그것은 바로 우리가 무미건조하기 때문이다. 삶이 창백하게만 보인다면? 삶의 방식을 바꾸어보자. 오두막에 가보라. 만일 숲속으로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세상이 칙칙하고 주변 사람들이 견딜 수 없이 느껴진다면, 판결은 명확하다. 당신 자신이 끔찍한 것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조처를 취하라"(237-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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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스피치 - 글로벌 멘토가 들려주는 인생교훈
정석교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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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점심을 먹는데 "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자살율 1위"라는 통계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그중에서도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20대 사망자 중 절반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왜 이렇게 자살을 많이 하는가?, 그 원인을 놓고 의견이 둘로 나뉘었습니다. 누구는 청년들이 살기 힘든 나라로 만드는 정책이 문제라고 했고, 누구는 부모들이 무엇이든 다 해주며 결핍이 무엇인지 모르게 키우는 교육 방식이 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떤 것이 더 큰 원인이든,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청년들의 정신 건강이 위험 수준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체력이나 지적 능력에는 많은 투자를 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마음을 챙기는 일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소홀한지요.

 

 

 

얼마 전, 어떤 중학생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꿈이 무엇인지 물었더니, 자신의 성적이 어느 정도이기 때문에 자기는 그 정도 수준의 대학을 나와 이런 직업을 가질 계획(!)이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어릴 때는 그래도 정말 꿈이란 게 있었습니다. 내 형편이나 내 성적에 상관 없이 우리는 과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고, 선생님이 되고 싶기도 했고, 대통령이 되고 싶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독히게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는 이 당돌한(?) 중학생 앞에 할 말을 잊었습니다. 꿈이란 그런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더 뜬 구름을 잡고 있는 철 없는 어른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 아이들, 이상을 잃어버린 청년 세대에게 우린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글로벌' 시대라고 말합니다. 세상이 커다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맞서는 삶의 자세는 두 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은 글로벌 시대를 발판으로 세계의 으뜸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세상이라는 거대한 덩어리에 깔려 질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세상이 커질수록 쪼그라드는 개인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세상은 글로벌 리더를 키워야 한다고 떠들어대지만, 우리는 왜 제대로 맞서 보지도 못한 채 꿈이 꺽이고 있는지 깊이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힐링스피치>는 글로벌 리더들이 세상 속으로 뛰어들 청년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뽑은 것입니다. '주로' 미국의 대학교 졸업식에 초청받은 인사들의 축사(명연설)에서 메시지를 따왔습니다. 꼭 청년들이 아니더라도 하루를 시작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채우고, 자기암시를 하기에 좋은 문구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본문은, 영문이 먼저 나오고, 번역된 한글이 있고, 해석을 도와주는 단어 풀이가 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루에 한 꼭지씩 읽고 묵상하면 영어 공부도 되고, 마음이 양식도 얻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됩니다.

 

예술 분야에서 일을 시작할 때, 무엇을 할지 참 막연할 거예요. 그런데 막연하다는 건 좋은 겁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잘 아는 사람은 규칙을 압니다. 그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를 이미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여러분은 모릅니다. 또한 알아서도 안 됩니다. 예술에 있어서 무엇이 가능하고 불가능한지 알 수 있는 규칙은 한계를 뛰어넘어 가능성의 한계를 테스트해보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입니다(21).

닐 게이면, 베스트셀러 작가, 2012년 유니버시티오브아트 졸업 축사

  

저는 때로는 어마어마하게 야심 찬 꿈을 발전시켜 나가기가 더 쉽다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아무도 그런 야심 찬 꿈을 실행할 정도로 미치지 않았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하지 않습니다(32).

레리 페이지, 구글 CEO, 2009년 미시건대학교 졸업식 축사

  

어떤 직위를 갖게 되는 지가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할 줄 아는 지를 보세요.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COO, 2012년 하버드 경영대학원 졸업식 축사

  

여러분에게는 심장이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는 여러분이 없이는 뛰지 않을 것입니다.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2012년 보스턴대학교 졸업식 축사

 

The reasonable man adapts himself to the world. The unreasonable one persists in trying to adapt the world to himsself. Therefore, all progress depends on the unreasonable man.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적응시킨다. 하지만 비(非)이성적인 사람은 고집스럽게 세상을 자신에게 적응시키려고 한다. 그래서 모든 진보는 비(非)이성적인 사람의 손에 달려 있다.

조지 버나드 쇼, 아일랜드 극작가, <인간과 초인> 중에서

 

제가 따로 메모한 메시지들입니다. 제 심장을 뛰게 한 메시지들이고, 기운을 북돋아주며, 어떤 교훈들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영문으로 암기하면 더 좋은 문장들이라는 것도 이 책이 갖는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인명사전은 어떤 멘토들의 메시지가 여기에 수록되어 있는지를 깔끔하게 정리해 보여줍니다. 대부분 졸업식 축사에서 따온 글들이라 메시지가 많이 겹친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것을 주제별로 다시 나누었지만, 열정을 이야기하고, 도전을 이야기하고, 두려움을 극복하고 용기 있게 맞서라는 공통분모가 보입니다.

 

책의 표지에 보면, "하루 10분 힐링으로 꿈을 키우는 책"이라고, 이 책을 정의하는 문구가 있습니다. 문구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하루 10분만이라도 내 마음을 좀 돌아보아야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긍정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무조건 나 자신을 응원하고 싶을 때, 그것을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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