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먼 길
캐런 매퀘스천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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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은 어디에서 오는가?

 

 

어느 늦은 밤, 무작정 밤거리를 걸어다닌 적이 있습니다. 몸과 함께 마음도 지치도록 무장적 걷는 것, 그거라도 해야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거리의 소음에 섞여 들며 다들 나를 모른 채 해주길 바랬지만, 내 마음 안의 아우성이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대는 데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더 슬펐습니다. 누가 날 좀 도와줄 수 없을까? 누가 나를 이 상황에서 꺼집어내줄 수 없을까? 멀리 보이는 붉은 십자가 불빛을 향해 반항하듯 물었습니다. 구원은 어디에서 오느냐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도저히 내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다고 완전히 항복할 때, 비로서 구원자를 찾는다는 것을 말입니다.

 

<집으로 가는 먼 길>에는 삶이 정체되어 있는 세 여성이 등장합니다. 마니는 남자 친구의 죽음 이후 장의사의 권유로 슬픔 치유 모임에 나가고 있습니다. 죽은 남자 친구에 대한 상실감이 아니라 그의 아들, 그녀가 십 년 동안 키워왔던 트로이를 더 이상 돌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그녀를 무기력하게 합니다. 리타는 죽은 딸아이에 대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딸아이의 남자 친구가 딸 멀린다는 살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이 슬픔 치유 모임에 모임과는 어울리지 않는 활력 넘치는 재지라는 아가씨가 나타납니다. 그녀는 죽은 영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심령술사입니다. 재지는 어떤 영혼의 목소리에 이끌려 슬픔 치유 모임에 참여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재지는 마니가 트로이를 만날 수 있도록 돕고 싶어 합니다. 비행기를 탈 수 없는 마니와 함께 위스콘신에서 라스베이거스까지 자동차 여행을 계획합니다. 그리고 이 여행에 리타가 기꺼이 동행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재지는 이 자동차 여행에 한 사람을 더 끌어들입니다. 라번은 마니와 같은 집에 사는 집주인이지만, 한 번도 마니와 부딪힌 일이 없습니다. 집 안에서 홀로 은둔자처럼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재지는 라번도 이 여행에 동행해야 한다고 우깁니다. 영혼의 목소리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자동차 여행은 타인을 돕기 위해 누군가가 "자신의 삶을 조금 내어준" 여행입니다. 트로이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이 절박한 마니. 그러나 마니는 폭풍우가 쏟아지는 밤거리에 기름이 떨어진 채 방치된 자동차처럼, 제 힘으로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내디딜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마니에게 재지와 리타가 손을 내밀어줍니다. "5분 전만 해도 옴짝달싹 못하는 거대한 쇳덩이에 불과했던 자동차가 작은 배터리 하나 갈아 끼웠을 뿐인데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이 한 사람이 나서서 도와준 덕분이었다. 놀라운 일이었다"(34).

 

그런데 마니와 리타는 이 여행에 라번이 끼어드는 것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목적이 있었고, 라번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빨간 머리 앤이 매튜 아저씨의 집에 처음 오던 날, 마릴라 아주머니는 당황합니다. 그들에게는 일을 거둘어줄 사내아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마밀라 아주머니는 앤이 그 집에서 쓸모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매튜 아저씨가 이런 말을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저 애에게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지"라고요. 세상이 각박하다고 한탄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필요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도움이 절실한 마니는 라번에게 필요한 도움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그 도움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합니다. 그리고 짐스러워 보이기만 하는 라번 또한 자신을 다른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합니다.

 

그런 라번에게 재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여자라면 인생에서 적어도 한 번은 친구들과 자동차 여행을 가보아야 한다고도 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라번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바로 그 짧은 순간,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다"(131). 이제는 그야말로 삶의 끄트머리에 와 있고 지금 모험을 하지 않으면 영영 기회가 없을 라번은 용기를 내어 재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라번이 설명하지 않았고 또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은, 모든 일이 완벽하게 때를 맞추어 일어났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고독의 시간을 끝내야겠다고 마음먹은 바로 그날 재지가 라번의 집 앞에 나타났고, 라번이 늘 가고 싶어 했던 곳, 바로 라스베이거스로의 여행에 그녀를 초대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131) 재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마니가 자신의 삶을 조금 내어준다면 베너 부인의 외로움이 덜어질 수도 있을"(37)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여행은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거예요."

 

<집으로 가는 먼 길>의 자동차 여행은 델마와 루이스의 그것처럼 예측할 수 없는 모험과 불안과 사건을 향해 질주하는 여행이 아닙니다. 신비로운 기운과 사랑의 힘이 이 어울리지 않는 조합(재지, 미니, 리타, 라번)을 감싸안습니다. "함께"하는 여행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여행의 맛은 예상하지 못한 사건 속에 있다는 것에 공감하게 되는 부드러운 소설입니다. 누군가에게 내 삶의 한 자락을 내어주는 것, 구원은 바로 거기서 시작된다는 것을 뜨끈하게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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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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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다이어리를 앞에 두고 이렇게 막막해보기도 처음입니다. 늘 나에게 목표를 '던져 주었던' 학교를 모두 졸업하고, 직장에서도 안정되고 나니, 갑자기 목표를 잃어버린 느낌입니다. 주어진 목표를 하나씩 넘어갈 때는 몰랐는데, 인생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수립해나가는 과정이 엄청난 무게로 다가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하루하루 열심히 사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던 나의 일상을 흔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살다간 인생 끝나는 날 후회할 것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무조건' 열심히 사는 것으로는 안 된다는, 그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깨달음이 내 안에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참으로 독특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저자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은 "21세기 경영학계 아인슈타인"으로 평가받는 하버디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이자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입니다. 저자는 두 명의 공저자와 함께 하버드 졸업생들과 나누는 '인생경영학 특강'을 책으로 담아냈습니다. 종강일이 되면, 저자는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들을 인생에 접목시는 방법을 졸업생들과 논의합니다. 논의의 틀을 짜기 위해 칠판 맨 위에 그동안 연구했던 이론들을 적고, 이어 이론들 옆에 다음과 같은 간단한 세 가지 질문을 적는다고 합니다(16). 이 세 가지 질문은 저자의 대학원 동창들이 졸업 후에 겪는 인생의 변화를 고찰한 결과입니다.

 

1) 내가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성공하고 행복할까?

2) 배우자, 자식, 친척, 친구들과의 관계가 계속해서 행복의 원천이 될까?

3) 나는 성실한 삶을 살고, 감옥에 갈 일이 없을까?

 

 

  

 

"이 책에 담긴 가장 중요한 주장은, 경영 이론들이 가족, 결혼,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 성공과 행복을 안겨주거나 아니면 반대로 실패와 불행을 야기하는 많은 요인들을 설명해준다는 것이다"(283).

 

이 책이 '독특한' 이유는, 행복한 인생을 주제로 한 통찰에 경영학 이론을 접목시켰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제대로 된 이론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 것인지 설명합니다. 저자가 인생에 접목시킨 이론들이 "삶을 관찰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날카롭게 가다듬어 줄 거라고" 확신합니다(18). 세상의 많은 행복론과 자기계발서들의 대부분은 지은이의 '지혜'(깨달음)에 기대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인생'이라는 불안정한 주제를 설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합니다.

 

제1부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 찾기'는 우선순의의 논의입니다. 다시 말해,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갑니다. 이러한 질문은 인생에서 가지가 정말로 하고 싶은 걸 찾아내려는 시도입니다. 저자가 여기에 접목시킨 이론은 '동기부여' 이론입니다. 잘못된 동기(위생요인)에 이끌리면 스스로 세운 목표를 성취했다 하더라도 진정한 행복을 주지 못한다는 경고입니다. "돈, 지위, 보상, 고용 안정 같은 위생 요인의 개선은 행복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행복의 부산물에 훨씬 더 가깝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 많은 사람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잘못 중 하나는 물질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직업적 성공이라는 가시적이고 과시적인 요소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매진하는 것이다'(63).

 

저자는 이런 식으로 경영 이론을 접목하여, 자신의 인생(목표)를 점검해보도록 유도합니다. 인생의 우선순위를 찾아내고, 그런 목적을 추진하는 도중에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와 위협이 생길 때는 어떻게 균형을 잡을 수 있는지, 자신의 자원(시간, 내능, 에너지 등)를 어떤 식으로 할당할 것인지를 점검하여 인생의 실제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습니다(우선순위, 계획과 기회의 균형, 자원 할당).

 

제2부 '관계 속에서 행복 찾기'는 왜 성공한 인생, 행복한 인생에 있어서 관계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한지, 특히 자녀와의 관계에 있어서 어떤 투자가 필요한지, 가족 문화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논의합니다. 제3부 '행복을 위한 중간평가'에서는 이제까지의 논의된 결과물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질문을 하나 던집니다.

 

 

  

사실, 인생의 우선순의를 정하는 일이 중요하다, 행복한 인생은 가시적 성공(직업적인)보다 관계의 성공(특히 가족)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이 책의 교훈도 이러한 테두리 안에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강점은 강력한 '설득력'입니다. 막연하게 아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은 분명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는 일입니다. "이론은 원인과 관계와 이유를 담은 진술"(15)이라고 합니다. 저자가 인생에 접목시킨 이론은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것, 정말로 소중하다고 느끼는 그 목표에 부합하여 살고 있는지 평가해볼 수 있는 기준(이론)을 제공합니다. 사례와 이론이 가진 설명력은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참된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킵니다. 한때 잘 나갔던 기업이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하였기에 망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깨닫는 순간, "나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를 위기감 속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이 던지는 결론을 단순화시키면 진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결론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이 빛나는 책이고, 바로 그 '과정'이 참된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책입니다. 흥미로운 경영 사례가 책 읽는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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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치꼬치 일본관찰 지식의 비타민 1
지식활동가그룹21 지음 / 문화발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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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보인다!

 

 

싱가포르 여행 계획이 있는 아버지께서 책을 좀 추천해달라고 하셨습니다. 목적은 여행 전에 그 나라에 대해 "좀 알고 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제법 책을 가지고 있다 자부했지만, 마땅한 책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행서적들은 대부분은 여행 '정보'를 담고 있거나 여행자의 감상을 담은 '에세이'들이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일본을 여행하기 전에 읽어두면 좋을 그런 책입니다. 지금 아버지에게 필요한 책이 바로 이런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일본에 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지식의 비타민'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지식활동가그룹21'은 이것을 '잡학상식'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북경을 여행했는데 가이드가 문제를 하나 냈습니다. "중국의 성(자금성) 안에는 나무가 한 그루도 심겨져 있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그 이유는 세 가지인데, 무엇일까요?" 정답은 첫째, 화재를 예방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자객이 숨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셋째는 '괴로울 곤'(困)이라는 한자 때문이라고 합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을 보니, 중국과는 달리 일본의 성에는 유난히 소나무가 많다고 합니다.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식량인데, 특히 전쟁으로 혼란했던 일본의 전국 시대에는 성이 며칠씩 포위될 때도 많았답니다. 그래서 이러한 때를 대비해 비상식량으로 쓸 요량으로 성 주변에 소나무를 심어놓은 것이라 합니다(68-69). 북경을 여행할 때, '가이드가 있는 여행이 이런 점에서 좋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가이드의 역할을 대신해주고 있습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에는 잡다하지만,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이야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습니다. 중국음식인 짬뽕이 사실은 일본에서 태어났다고 합니다. 짬뽕이 처음 등장한 곳은 일본의 나가사키라고 합니다. 그 무렵 나가사키에는 화교가 많았는데, 생활고에 굶주린 중국인 유학생들을 위해 싸고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판 것이 '짬뽕'의 원조입니다. "짬뽕은 중국을 뜻하는 지니와 일본을 뜻하는 닛뽄을 합쳐 만들었다는 설과 '밥 먹었느냐'는 중국 푸젠성의 사투리인 '챠폰'이 짬뽕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31-32).

 

일본여행할 때 꼭 신경 써야 할 것 중 하나가 가정용 전압이 100볼트라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100볼트를 쓰는 나라는 일본과 북한밖에 없다고 합니다. 일본이 전압을 바꾸지 못하는 이유는, 전압을 올리기 위한 인프라 정비에만 연간 800억 엔이 든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800억 엔이라면 우리 돈으로 약 1조 2천억 원에 가까운 거액이라고 합니다(85).

 

일본의 이색적인 풍경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자동차의 좌측통행이 아닐까 합니다. 운전자의 자리가 우리와 반대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에도 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본 좌측통행의 역사가 흥미롭습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시대에 무사는 반드시 길의 좌측으로 걸어 다녔다고 합니다. 칼을 왼쪽 허리에 꼽고 다녔기 때문에 그것을 재빨리 빼기 위해서입니다. 그러자 무사의 칼집이 부딪히면 안 되기 때문에 짐차 등도 무사를 따라 좌측통행을 했습니다. 이러한 문화가 남아 1900년부터 정부는 사람도 자동차도 모두 좌측통행 하도록 결정했고, 자동차만이 좌측통행을 하게 된 것은 1950년부터라고 합니다(90).

 

일본 여행하면 온천, 쇼핑, 산사 등 다양한 테마가 떠오를 텐데요, 그중에 빠질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후지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많은 일본인들은 "후지산은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모습이 절경이기 때문입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은 후지산을 감상하고 싶다면 시즈오카의 '니혼다이라'가 아주 좋다고 조언합니다. 이곳의 정상에서 바라보는 후지산의 풍경은 '일본의 관광지 100선'에서 항상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102-103).

 

이밖에도, 일본인들 중에는 순전히 각 역에서 파는 다양한 메뉴의 에끼벤(도시락)을 먹기 위해 여행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는 것(34-35), 일본은 새로운 천황이 즉위하면 그 해를 원년으로 삼는 새로운 원호를 제정하는데, 이렇게 독자적인 원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일본뿐이라는 것(66-67), 현재 방영되는 텔레비전 시대극의 대부분이 도쿄만큼 도사회되지 않은 교토 촬용소에서 촬영 되고 있다는 것(82), 목욕이 우리는 몸을 씻는다는 개념이지만 일본은 휴식을 취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것(130-132) 등 우리와 닮은 듯 다른 일본의 음식, 문화, 여행 '이야기'가 맛스러운 수다처럼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습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일본 여행을 미루고 있는데, 이 책을 보고 나니 일본에 가보고 싶어집니다. <꼬치꼬치 일본관찰>을 통해 알게 된 것과 마주할 때마다 "아, 이거구나!" 하면서 혼자 신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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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
무라이 미즈에 지음, 박정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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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한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그리면서 생각하는 것이다"(88).

 

<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는 일본에서 '그림 생각법' 열풍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합니다. 그림 생각법이란 머릿속에 들어 있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그림을 활용해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생각한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리면서 생각한다"에 있습니다. 그림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은 "몇 번이고 그리고 지워가면서 생각을 발전시키는 과정"입니다(88).

 

 

  

"그림은 복잡해 보이는 문제를 간단하고 단순하게 도식화할 수 있는 도구이므로 문제의 핵심을 간파할 수 있게 해준다"(56).

 

위의 도표는 어느 음식점 A점장의 고민을 도식화한 것입니다. A점장은 최근 들어 매장의 매출이 줄어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원인에 대해서 이것저것 떠오른 생각들을 '손님 수 감소'와 '객단가 감소'로 구분해서 그림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문제를 늘어놓기만 하면 정말 문제가 많다는 새악만 들 뿐,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지 막막"합니다(48). 또 "많은 문제들 중 본질적인 문제점을 파악하기가 어렵고", "적절한 해결책을 찾기"도 어렵습니다(49). 이 책은 '그림을 이용해서 생각을 정리하면 가뿐하게 문제의 해결책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49).

 

 

 

"현대인이 정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두뇌를 기억과 저장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사고하는 데 써야 한다"(12).

 

그림을 이용한 자료의 가장 큰 장점은 자료(문서)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순식간에 전체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다양한 그림을 사용하면 모든 정보가 한 눈에 들어오는 동시에, 각 요소가 어떠한 관계에 놓여 있는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을 그림으로 정리하는 기술의 노하우뿐 아니라, 그림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두뇌 능력을 깨울 수 있다는 강조합니다.

 

"이 책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방법과 자료 작성법 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업무에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는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그림을 사용하면 효과적인지 등의 구체적인 노하우를 다루"고 있습니다(12). 여러 가지 상황에 응용 가능하겠지만, 이 책이 전하는 그림 생각법은 일차적으로 비즈니스 상황을 위한 것입니다.

 

 

 

"그림으로 생각을 정리할 때는 생각의 유형에 맞는 그림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101).

 

그림 생각법은 "적당한 그림 유형"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그림의 유형이 곧 사고의 틀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직접 1만 장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만들며 발견한 7가지 그림 생각법의 예를 보여줍니다. 첫 번째 유형은 "인수분해 유형'입니다. 인수분해 유형은 큰 문제나 복잡한 문제를 다룰 때 효과적입니다. 인수분해 유형은 종이 왼쪽에 사각형을 그리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써넣습니다. 다음에 삭각형에서 오른쪽으로 가지가 뻗어나가듯이 선을 그어서 아이디어를 하나씩 추가해갑니다. 처음에는 생각나는 대로 가능한 한 많은 것을 그려 넣는 것이 좋습니다(103).

 

이렇게 인수분해 유형을 통해 아이디어를 모은 후, "매트릭스 그림 유형"을 사용하여 "먼저 집중할 것은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그 결과는 놓고 선택과 결정이 필요하면 "비교 그림 유형"을 통해 우선순위를 파악합니다. 복합적인 실행이 필요할 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일목요연하게 하는 "표 그림 유형"을 사용하고, 뒤죽박죽된 생각을 하나의 주제로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을 때는 "콘셉트 그림 유형"을,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려면 일정과 실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가로세로선 그림 유형"을, 그리고 목표를 향한 전 과정을 한 눈에 파악하기 원한다면 "프로세스 그림 유형"을 활용하라고 조언합니다.

 

 

 

프레젠테이션을 자주 하시는 분들은 이 책이 전하는 노하우가 그다지 "새롭게" 다가오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에서 핵심적으로 말하는 그림 생각법, 다시 말해 '7개의 생각 패턴'은 프리젠테이션을 만들 때 사용하는 '다이어그램'을 통해 이미 익숙한 그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그림 생각법은 프리젠테이션의 다이어그램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구슬이 서말이라고 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이어그램에 아무리 익숙하다고 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알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으로 생각하면 모든 것이 정리된다>는 비즈니스 현장의 실례를 사용하여, 7가지 생각 패턴(그림 유형)을 사용하는 방법을 쉽고 간결하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다이어그램의 종류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생각을 정리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부서가 회의할 때마다 잘못을 저지르는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만든 보고서의 문제점이 무엇이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겠지만, 특히 신입사원들에게 권해주면 아주 좋을 책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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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해부도감 - 집짓기의 철학을 담고 생각의 각도를 바꾸어주는 따뜻한 건축책 해부도감 시리즈
마스다 스스무 지음, 김준균 옮김 / 더숲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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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 공간 해부

 

 

어릴 때부터 혼자 즐겨했던 놀이가 있습니다. 노트 위에 사각형 공간을 그려놓고 내 방을 꾸며보는 것입니다. 먼저 창문과 문을 그려넣고,

침대는 어디에 놓을까, 책상은 창을 마주 볼까, 창을 등질까, 창 옆으로 할까, 옷장은 어느 정도 크기로 할까, 한 쪽 벽면을 책꽂이로 만들려면 방은 얼마나 커야 할까, 방 한 가운데 테이블을 놓을까 말까.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겨 놓으며 행복한 공상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언제가부터는 비슷한 가구를, 늘 비슷하게 배치하게 되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주거해부도감>은 그런 저만의 놀이에 전문지식을 더해주었습니다.

 

이 책은 원래 "주택 설계를 배우는 건축학과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책"이라고 합니다. "거의 모든 학생들이 저지르는 설계상의 초보적인 실수를 열거한 뒤, 주의를 주는" 교과서를 만들려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설계 전문가로서 이제 막 실무를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앞으로 집을 지으려고 하는 일반인들도 이 정도의 지식은 알아두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궤도를 수정하여 지금의 책을 내놓았다고 고백합니다(5).

 

초등학교에서 중학교에 올라가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공부는 기초를 잘 쌓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주거해부도감>은 주택 설계의 기초를 가르쳐주는 책입니다. 그러나 그 기초가 주택 설계의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점에서 주택 설계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주택 설계의 개념과 이론이 많은 일러스트와 함께 설명되어 있어 아기자기 하면서도, '전문 서적'의 향기가 진하게 납니다!

 

요즘 어떤 사람을 칭찬하거나 비판하려고 할 때, "저 사람 개념 있다", "개념 없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어떤 분야를 정복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개념을 잡는 일이 필요한 것입니다. <주거해부도감>은 주택 설계에 있어 바로 그 '개념'을 잡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습니다. 위층 바닥을 떼어내 한 칸씩 발판을 만들면 그것이 계단이라는 것, 그리하여 계단의 본질은 올라가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내려가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부엌과 나이닝룸 사이의 넘을 수 없는 선, 무엇을 CUT 하고 무엇을 GET 할 것인가, 처마가 가진 햇볕 조절 효과, 일곱 가지 창문의 형태 등, 설계에 필요한 개념들을 차근차근 쌓아가는 기분입니다.

 

<주거해부도감>이 말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집의 모든 공간과 배치에는 그 나름대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는 선, 계단의 위치, 지붕의 각도, 문의 형태, 창문의 방향, 조리대의 높이, 천장의 높이 등 모두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알고, 그 이유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이 바로 주택 설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스승들로부터 이런 교훈을 얻었다고 고백합니다. "비교적 빨리 평범한 설계안을 가지고 시작하라"(89). "주택의 세부 설계 중에는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탄생하는 발상과 기술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만큼이나 '평범한 기술'도 소중한 것이다"(153). 제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은 겨울이면 난방이 잘 되지 않아 고생을 합니다. AS를 신청할 때마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매번 똑같습니다. "처음부터 설계가 잘못 되었다." 주택 설계도 창의적인 작업이라 설계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자기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이나 '독특함'에 더 큰 무게와  중요성을 부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성 강한 집을 보면 저절로 탄성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주거해부도감>을 보고 나니, 진짜 중요한 것은 기본에 충실한 설계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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