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신약편 1부 - 주전 331~주전 4년,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부터 헤롯대왕의 죽음까지 ㅣ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1
류모세 지음 / 두란노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드디어 기다리던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신약편이 나왔습니다. <구약편>을 공부하며, 성경을 이렇게 재미있게 공부해본 적이 언제인가 싶을 만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터라 신약편에 대한 기대가 높았습니다. 성경의 역사가 한 줄로 꿰어지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그래서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나 봅니다.
성경을 잘못 이해하면 그저 '좋은 말씀'을 담은 책이라거나, '교리'를 기록한 '그들만의 이야기'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기독교 역사(신앙)가 얼마나 생생한 "역사적 사실"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줍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상상 속에, 철학이나 사상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펼치신 것이 아니라, 생생한 역사 속에, 세계사 한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셨고, '이스라엘'이라는 유형 국가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펼쳐 나가셨음을 분명히 선포합니다. 거기에 더 나아가 성경의 역사와 세계사에 접목시켜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이 가장 가장 큰 매력이며, 다른 성경연구서적들과의 확실한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신약편은 구약편과 마찬가지로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중 '1편'에서 다루는 역사적 시기는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부터(주전 331년) 헤롯 대왕의 죽음까지(주전 4년)입니다. 우리는 이 시기를 '신구약 중간기'라고 부릅니다. 하나님께서 말라기 선지자 이후 광야에서 세례 요한의 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침묵하셨다고 해서 '신구약 침묵기'라고도 부릅니다. 성경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는 기간이기 때문에,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는 성도들도 이 부분에 대한 역사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이렇게 말합니다. "말라기서의 배경이 되는 페르시아 시대부터 마태복음의 배경이 되는 로마 시대 사이에는 무려 300년 이상의 역사적 간극이 존재한다. 그 기나긴 간극을 착실히 그리고 체계적으로 메우지 않고 곧바로 로마 시대로 점프한다면 우리는 신약 성경을 읽으면서 수시로 '공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왜냐하면 "이것은 신구약 중간기의 역사가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사적, 종교적 그리고 사회적 배경이 되기 때문"(15)입니다.
이 시기에 대한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하나님께서 이 땅에 메시아를 등장시키시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셨는지를 아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세계사적으로도 이 시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과 서양이 충돌하게 되는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과 전무후무한 로마라는 거대 제국이 등장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신앙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이 모든 역사가 메시아가 이 땅에 등장하기 위한 무대 마련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로마라는 거대 제국이 온 땅을 그의 지배 아래 두고 천하를 호령하고 있을 때, 예수 그분이 오셔서 누가 역사의 참 주인인지 가르는 그 거대한 충돌을 준비하신 것입니다. 이제 그 가슴 뛰는 역사를 마주하기에 앞서 그 준비기간이라 할 수 있는 시기의 역사가 바로 이 책,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신약편 1부에 담겨져 있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의 등장과 동서양의 충돌, 그리고 알렉산더 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혼란의 소용돌이, 그 속에 등장하는 로마라는 거대 제국의 역사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초기 기독교 역사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알렉산더의 정복 전쟁으로 시작된 그리스 시대"는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영향을 남겼습니다(85-86). 이 두 가지는 성경을 깊이 있게 연구하기 원하는 성도라면 반드시 알아 두어야 할 중요한 내용입니다.
첫째는, "유대인들의 광범위한 디아스포라(분산) 현상"입니다. "그리스 시대에 만연된 유대인들의 디아스포라 현상은 이후 초기 기독교가 전파되고 확산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둘째는, "불후의 역작인 70인역 성경의 탄생"입니다. "히브리어 구약성경을 당시의 세계 공용어인 그리스어로 번역한 70인역 성경"은 "평상시 유대교 신앙에 관심을 보이던 이교도들을 흡입하는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유대인들만 가지고 있던 하나님의 말씀을 이방인들도 읽게 되는 역사적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 "70인역 성경은 초기 기독교 전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바울을 비롯한 신약 시대 사도들이 인용한 성경이 바로 70인역 성경이었고, 바울이 수차례 전도 여행을 다니며 로마 제국을 누빌 때 바울은 청중에게 전혀 생소한 교리를 설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청중은 이미 70인역 성경을 통해 구약성경에 무척이나 친숙해 있었기 때문"입니다(85-86).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과 일신교를 믿는 유대인 사이에 일어난 최초의 문화적 그리고 종교적 충돌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을 재미있는 에피소드 형식으로 소개합니다(163). 유대인들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진격한 폼페이우스는 유대인들의 신앙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수행원 몇 명을 데리고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대제사장만이 들어갈 수 있는 지성소까지 범했는데, "로마의 신전과는 달리 유대교 신전에는 신을 나타내는 초상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약간의 호기심을 느꼈고 잠시 지성소 안을 두리번거리고는 밖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전쟁 중에도 요동함 없이 제사를 드린 제사장들에게 깊은 감명을 받은 폼페이우스는 텅 빈 지성소를 보고는 실망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뭐, 별 거 없구면!"(162)
이것은 유일하게 한 분 하나님을 믿는 이스라엘의 신앙이 문화적, 종교적 배경 안에서는 얼마나 독특하고 생소한 것이었는지를 잘 말해줍니다. 중동지역에서 유일하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땅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을 신앙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신앙을 볼 때, 이것은 하나님의 계시가 아니고서는 절대 불가능한 역사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신구약 중간기를 공부할 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에돔 왕, 헤롯의 등장입니다. 이 에돔 왕, 헤롯은 우리가 신구약 중간기를 공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역사를 알지 못하면, 신약성경에서 예수님 탄생하실 때부터 갑자기 등장하는 이 '헤롯' 왕의 정체에 대해서 도무지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하나님의 성전이 '헤롯 성전'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두매(에돔) 출신의 헤롯은 정복자 로마가 인준한 유대인의 왕입니다.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어지럽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 정세 속에 어떻게 별 볼 일 없는 가문의 출신의 헤롯이 타고난 정치력 하나만으로 유대인의 왕으로 등극할 수 있었는지 흥미진진한 한 편의 역사 드라마를 보여줍니다.

구약편과 마찬가지로 한 단원이 끝나면 '단원평가문제'를 풀며,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세계사와 함께 성경 역사를 읽는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성경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책이 아니라, 이 땅에 발 딛고 살았던 사람들 속에서 생생이 이어져 내려온 신앙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경을 이렇게 역사적인 관점에서 세계사와 함께 읽는 작업은, 이 세상 역사라고 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 역사는 어떻게 형성되어 왔고, 또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시리즈를 완독하고 나면 세계를 보는 눈과 역사를 보는 눈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역사적 관점에서 성경을 읽는 작업은 성경에 기록된 말씀이 전하고자 하는 바를, 그 분명한 뜻을 다시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은 딱딱하고 지루한 교리서를 우리에게 주신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펼쳐 나가시는 역사를 '역사 이야기'의 형식으로 우리에게 전해주셨음을 깨닫습니다. 구약편부터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을 읽어나가며, 시간과 공간을 뚫고 인간의 역사 속으로 침투하여 들어오신 하나님, 그 하나님이 역사의 주관자이시며 진정한 역사의 주인이심을 다시 한 번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