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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후
기욤 뮈소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1월
평점 :
"난 그가 금방 나에게 질려버릴 거라고 확신한다. 난 내 생애에서 불처럼 뜨거운 사랑, 오직 하나뿐인 사랑을 만났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195-196).
기욤 뮈소가 다시 사랑 이야기를 들고 왔다. 기욤 뮈소의 이야기는 다시 사랑을 꿈꾸게 하는 마법 같은 힘이 있어 좋다. 사랑에 실망하고, 사랑에 상처입고, 사랑에 거절 당하며, 사랑에 마음을 닫아 걸기 전까지, 일생에 한 번은 내게도 이런 사랑이 찾아오지 않을까 믿고 싶었던 그런 사랑, 그런 사랑을 다시 꿈꾸게 해준다. 달달한, 사랑에 대한 환상 말이다.
<7년 후>라는 제목으로 찾아온 기욤 뮈소의 이번 사랑은 좀 더 성숙해 있다. 이번에도 역시 다소 '이상적인' 경향이 없지 않으나, 전작들에 비하면 꽤 '현실적'이라고 두둔해주고 싶다. <7년 후>는 한때 불같이 사랑했으나, 지금은 헤어진지 어느덧 7년이 지난 한 남자와 한 여인이 자녀(쌍둥이) 문제로 다시 만나게 되면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게 되는 로맨틱 소설이다. 이혼을 할 때, 남자는 딸 아이를 맡고, 여자는 아들 아이를 맡았다. 남자는 청소년기를 맞은 딸 아이를 교육하는 문제만으로도 골치가 아픈데, 여자로부터 아들 아이가 사라졌다는 연락이 온다. 오랫만에 재회한 남자와 여자는 다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들 방에서 발견한 엄청난 양의 마약과 파리의 한 지하철역에서 괴한에게 아들이 납치되는 영상을 보는 순간, 둘은 싫든 좋든 아들을 찾기 위해 한 팀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도대체 아들을 납치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아들은 왜 납치되었는가?" 이 두 가지 의문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날줄이고, 두 남녀의 갈등과 용서와 화해(사랑)가 날줄로 엮인다.
<7년 후>가 전작에 비해 꽤 '현실적'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두 연인이 왜 헤어졌는가 하는 부분 때문이다. 남자는 잘 나가는 집안의 전형적인 모범생이고, 여자는 별 볼 일 없는 모델 일을 하며 신데렐라를 꿈꾸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문제는, 남자가 여자에게 첫 눈에 반했다는 것. 남자는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불 같은 열정으로 여자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여자는 꿈결 같은 사랑에 들떴었다. 그러나 자라온 환경, 교육, 가치관, 취미 등 무엇하나 공통점이 없는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불행을 예언하는 가운데 두 남녀는 보란 듯이 결혼에 꼴인 했지만, 결국 그들의 예언이 맞았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말았다. 여자는 남자를 믿지 못했다. 남자가 금방 자신에게 질려버릴 것이라고 믿었다. 사랑하는 마음이 커지면 커질수록 여자는 불안했고, 그래서 먼저 선수를 쳤다. 자신에게 질려버리도록 말이다. 결국 남자에게 버림받게 되었을 때, 여자는 오히려 안정감을 느꼈다. 앞뒤 꽉꽉막힌 남자와 천방지축 여자, 그들은 그렇게 사랑했고, 그래서 싸웠고, 그래서 헤어졌다. 그리고 7년 후, 다시 만났다.
<7년 후>를 영화로 만든다면 로맨스 소설치고는 스케일이 굉장히 크게 느껴질 듯하다. 뉴욕과 파리, 브라질, 그리고 아마존을 오가는 배경에 국제적인 범죄 조직까지 얽혀들며 잃어버린 아들의 행방을 찾아 '미스테리'한 추격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로맨스 소설이지만, 긴장감이 있다. 나와 '다름'을 사랑했지만 그 '다름'을 이해하지 못했고,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을 표현할 줄 몰랐고,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었지만 사랑에 서툴렀고 두려웠던 두 남녀가 다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 <7년 후>. 이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사랑'이 존재한다면,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찾아오기를 다시 기도하게 만드는 <7년 후>. 그 마법 같은 사랑 이야기를 읽는 동안, 사랑에 두려워하는 여인의 마음에 공감했고, 사랑에 상처받은 남자의 애증에 이상하게 설레였다. 아름다운 동화 같으면서도 현실 감각을 잃지 않고, 동시에 무조건 "재미있는" 로맨스 소설을 찾는다면 단연 기욤 뮈소의 책이고, <7년 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