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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의 습관 -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
고마츠 야스시 지음, 한승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하루에 무언가를 찾는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57)
나를 뜨끔하게 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 짧은 질문 한 줄에 우리집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이 들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집을 자꾸 줄여 이사를 하는 통에 우리집은 한마디로 '짐을 이고 산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좀 버리자고 성화를 해도 아버지의 추억,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에 손을 댈 자격이 제게는 없습니다.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 말고도 방 한칸을 짐방으로 쓰시는데도, 수시로 버리고 또 버리는데도 수납 공간은 언제나 부족 상태입니다. 성역처럼 제 방 한칸을 사수하는 것도 힘에 부칠 정도로 짐을 넣다, 넣다, 넣을 때가 없어지면 엄마는 제 방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침투를 하십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옥상 창고를 한 번 치우자고 해도 날잡아 알아서 할테니 건드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리정돈의 습관>은 제목만 읽어도 마음을 환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는 "단기 연수를 떠났다가 트렁크 하나만 있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 귀국하여, "정리정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운슬링 코칭 컨설팅 회사까지 개업한 인물입니다. 그 깨달음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이었으면, 자기 삶까지 바꿔놓았을까 싶으니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정리정돈의 기본 동작은 꺼내기 ---> 나누기 ---> 줄이기 ---> 넣기이다"(43).
<정리정돈의 습관>은 정리정돈을 시작하는 마음에서부터 각종 노하우까지 아우리는 책입니다. 일단 개념부터 정리하면, "정리란 간단히 말하면 줄이기, 정돈은 물건을 쓰기 쉽게 놔두기, 배치하기를 의미"합니다(28). 개념을 정리하고 나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지는 기분입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은 어떻게 하면 정리정돈을 잘할 수 있는지 기기막힌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왜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강하고, 정리정돈의 기본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정말 정리정돈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어쩌면 정리정돈의 달인들께서는 "별다른 비법(?)이 없는 책이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배운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정리정돈은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짐을 이고 사는 어머니, 아버지 덕분에 내 것이 아닌 물건들이 내 방까지 침투하지 못하게 방 한 칸을 사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리정돈의 습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리정돈은 전염된다"고 말이죠! <정리정돈의 습관>에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대로 한다면, 일단 정리하기 쉬운 곳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15분씩 한 구역, 한 구역 정리해나가는 것입니다. 정리정돈의 원칙은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것! 그러니까 정리하기 쉬운 곳보다 손을 대면서 이 물건의 자리는 여기입니다,라고 표시를 해두는 것이 제가 보여야 할 모범이며, 정리정돈을 전염시키고자 하는 저의 미션인 셈입니다.

"정리정돈을 시작할 때 버려야 할 물건을 골라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자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35).
정리정돈의 성패는 '버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정리정돈을 도중에 멈춰버리는 이유가 '줄이기'의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정리정돈을 잘 하려면 잘(!) 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 가지 노하우로 "쓸 수 있는 것, 쓸 수 없는 것"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쓸 것, 안 쓸 것으로 기준을 잡아야 판단이 애매해지지 않고 정리정돈이 순조롭다"(118)고 일러줍니다. 생각해보니 제 옷장에도 1년, 2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으면서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새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자는 1년 이내에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라고 합니다. 덧붙여, 그렇게 버리고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고 자신합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에서 배운 한 가지 팁은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에는 "보류함"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정리정돈을 하다 보면, 버려야 할지를 망설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보류함" 하나를 마련해두었다가 활용해봐야겠습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물건, 공간, 사람이 죽는다"(49).
"휴일에 한꺼번에 하자. 이따 밤에 싹 치우자.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낄 때 제일 먼저 이런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168). 저를 두 번째로 뜨끔하게 한 문장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정리정돈의 <습관>임을 강조합니다. 21일 동안 꾸준히 실천하여 습관으로 만들지 않으면, '정리정돈 리바운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정리정돈 리바운드는 기껏 깨끗하게 정리해놨는데 금방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리정돈을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이벤트로 만들지 말고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을 읽으며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정리정돈을 잘 하면 물건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사실 같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정리정돈을 하다보니 그동안 서랍이나 한쪽 구석이 쳐박아 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많았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은 정리를 하다가 마음속에 묻혀있던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리정돈은 가볍고 쾌적한 생활 환경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까지 높여주며, 나아가 머릿속까지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음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을 읽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가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나 새삼 느껴집니다. 마음은 늘 '부족'과 '결핍'에 시달리지만, 사실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물건들이 이곳 저곳에 방치되어 있음을 봅니다. 저자는 현명한 정리정돈은 쇼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선물을 받는 것까지도 경계합니다. 필요 없는 선물이라면 아낌없이 나누라고 말이죠. <정리정돈의 습관>을 배우며, 많이 소유하려고 애쓰기보다 하나라도 활용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철학적(?) 깨달음까지 하나 덤으로 챙겨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