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발라카이
볼프강 헤른도르프 지음, 박규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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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카이는 '낯선 곳'이란 뜻을 지닌 독일어의 관용적 표현이자 루마니아에 실재하는 지명이기도 하다"(일러두기 中에서).

 

 

아이들의 시각에서 아이들의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청소년들에게는 책을 골라주기보다 직접 고르게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이 책, 진짜 재밌다"라고 힘주어 말하며 추천해줄 책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과 소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의 부탁으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있는 중입니다. 문제는 청소년의 눈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청소년들의 흥미도 자극하면서 동시에 감동과 메시지도 전해줄 책을 찾기가 녹록지 않습니다.

 

<우리들의 발라카이>도 고민입니다. 재밌게 읽었는데 이걸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어도 될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주인공 마이크는 김나지움 8학년인 학생입니다(우리나라 중학교 1-2학년생에 해당). 신나는 방학이 시작되었지만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는 금주 클리닉에, 파산 직전인 아버지는 바람난 여비서와 출장을 가는 바람에 큰 집에 홀로 남겨졌습니다. 게다가 짝사랑하는 '타티아나'의 생일을 위해 정성껏 선물도 준비했지만 웬만한 친구들은 모두 초대받은 그 생일파티에 마이크는 초대받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텅 빈 집에서 홀로 실의에 빠져 있는 마이크 앞에 고물차 한 대가 나타납니다. 러시아 출신 동급생 '칙'은 마이크에게 '발라카이'로 '자신들만'의 휴가를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그리하여 "따분한 놈이면서 동시에 친구도 없는" 마이크와 "툭하면 술에 취해" 학교에 오는 삐딱한 러시아 녀석 '칙'의 좌충우돌 모험 여행이 시작됩니다.

 

<우리들의 발라카이>는 독일청소년문학상 수상, 3년 연속 베스트셀러 TOP 10, 클레맨스 브렌타노 문학상, 한스 팔라다 문학상 수상작이며, 독일에서만 40만 부가 판매되었고, 17개국에 번역 소개되었으며, 영화로 제작 중이기도 한 '검증된'(!) 청소년 소설입니다. 그러나 저도 이제 어쩔 수 없는 어른인가 봅니다. 마이크와 칙의 여행을 세상과 마주하고, 우정을 쌓아가며, 스스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으로 보기보다, 14살의 아이들이 훔친 고물차, 훔친 기름으로 고속도로를 운전하며 달리는 이 여행이 아이들이 흉내내서는 안 되는 '위험'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제 머릿속에는 부모님의 차를 훔쳐탄 청소년들의 끔찍한 교통사고 장면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책에 쏟아진 찬사를 보면, <우리들의 발라카이>는 어쩌면 독일어로 읽었을 때 그 가치가 더 확연히 드러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모두들 따분한(?) 독일어로 어떻게 이렇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는지 경탄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칙한테 내가 왜 너와 함께 발라카이로 떠나게 되었는지 그 이유를 모르냐고 되물었다. 그건 내가 엄청 따분한 놈이어서였다. 너무 따분한 놈이어서 다들 참석하는 파티에도 초대받지 못했고, 인생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따분하지 않게 살고 싶었기 때문이다"(272).

 

여행을 떠난 마이크와 칙은 "자기 인생에서 제일 흥미진진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어른들의 말처럼 나쁜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자신을 세상에서 제일 따분한 놈이며 심각할 정도의 겁쟁이라고 생각했던 마이크는 사실은 전혀 따분하지 않은, 자신이 충분히 "또라이"라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마이크는 칙의 비밀을 공유하며, 어른들의 협박에 맞서 우정을 지킬 줄도 알게 됩니다. 여행 이후, 타티아나와의 관계도 달라질 조짐을 보입니다.

 

십대 청소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합니다. 마이크와 칙의 여행에 가슴이 설레일까요? 칙의 용기와 마이크의 성장에 도전을 받을까요? 저는 아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무엇을 배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마이크와 칙의 '낭만적'인 이야기를 맘놓고 읽힐 수 있을 정도로 이들이 뛰어들 세상이 험악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어느 책에서 물질적으로 풍부한 사회일수록 아이들이 나약해진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풍요로울수록 아이들을 과보호하게 되고, 어린아이 취급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세상을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친구와 단 둘이 고속도를 질주했던 '어느 날'의 기억이 저에게도 있습니다. 비록 이 책의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스무살을 훌쩍 넘은 나이였지만, 그때 친구가 운전했던 차는 아버지 차였고, 여자 둘이 떠나는 여행을 부모님들은 걱정하셨고, 컴컴한 밤길 운전과 새벽에 도착한 바닷가의 풍경이 살짝 겁도 났었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교훈이 아니라, 겁내지 않고 세상을 마주할 수 있는 자기 확신의 에너지, 자신을 믿는 믿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이크와 칙이 경험한 똑같은(!) 여행을 아이들에게 권해줄 수는 없지만, 웅크린 인생이 되지 말고 이들처럼 도전하며 질주하는 삶을 살아보라고 격려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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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스라엘을 위로하라
도론 슈나이더 지음, 강미경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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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하나님이 가라사대 너희는 위로하라 내 백성을 위로하라"(이사야 40:1).

 

 

이 책을 읽으며 잊고 있던 사명을 다시 찾은 기분입니다. 알았지만 무관심했던 하나님의 명령을 다시 마주하고 섰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쏟아지는 팔레스타인 분쟁 관련 소설들을 읽으며 이스라엘에 대한 거리낌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소설은 이스라엘을 '점령군'으로 그리며 이스라엘 군대의 잔혹함과 대비적으로, 상대적인 약자인 팔레스타인 난민의 비극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스라엘을 위로하라>는 그 모든 것이 오해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스라엘의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하로노트'의 사진기자로도 활동했다는 저자는 이스라엘의 입장을 이렇게 대변합니다. "이스라엘만 오직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비난받는다. 우리 이스라엘 사람들은 전 세계 언론이 이스라엘에 대해 편파적이고 적대적으로 보도하는 것에 이골이 나 있다. 이스라엘에서 산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힘들지만 끊임없이 우리를 변호하고 해명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55).

 

저는 지금까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직접적으로는 '땅'을 차지하기 위한 것인줄 알았습니다. 그들의 분쟁을 다룬 소설 제목도 "한 뙈기의 땅"이었으니까요. 그런데 팔레스타인에게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멸절"이라는 말에 새삼 충격을 받았습니다. "유엔이 1947년 분할 결의안 181조로 땅을 나누었을 때, 양쪽 다 땅을 받았"습니다. "이스라엘을 둘러싼 아랍-무슬림 땅들은 이스라엘보다 613배나 더 넓"었습니다. 더구나 "첫 유대 개척자들이 나치의 박해에서 탈출하여 이스라엘 땅에 들어왔을 때, 그 땅은 늪, 황무지, 사막뿐이었다. 이때는 아랍인들 중 아무도 그 땅을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비옥해지고 좋은 하부구조들을 갖추고 나자 그들 모두는 이 땅을 갖고 싶어"합니다(62-63).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가자지구를 떠났고, 그 때문에 수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고향에서 쫓겨나 피난민이 되었고, 이를 위해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되었습니다(56). 그런데도 "그들은 로켓과 테러로 한 층 더 과격하게 유대 민족에게 덤벼들면서, 이스라엘을 완전히 멸절시키려" 하고 있습니다(58).

 

그런데도 세계 여론은 유대인에 대해 점점 더 강한 적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잔혹한 이스라엘은 군은 큰 탱크를 몰고 와서 "그저 돌맹이로 밖에 자신들을 방어할 줄 모르는 불쌍한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말입니다. 가자지구에서 유대인들을 싹쓸이한 그들은 그곳에 그들만의 낙원을 마음껏 지을 수 있고, 유럽의 돈으로 난민수용소도 다시 지을 수 있다고 합니다. 테러에 쓰이는 돈 10분의 1만 있어도 새로운 주거지를 만드는 데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난민신분을 벗어나지 않으려"(134) 하며,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유대인들에게 이렇게 적대적인 이유는 자신들의 땅을 빼앗겼기 때문이 아닙니다. 무슬림 지역인 근동 한가운데 "무슬림의 신 외에 다른 신을 믿는 조그만 한 민족이 존재한다는 것이 모든 무슬림들과 이슬람 종교에게는 치욕"이기 때문입니다(64).

 

"이스라엘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그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이 작은 땅에서 조용하고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거대한 이스라엘을 꿈꾸는 이스라엘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그들의 고백이 애처롭기만 합니다. 이스라엘은 분명히 말합니다. 공격자들에게 되쏘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랍인들이 로켓을 이스라엘에 쏘아대는 것을 멈추지 않는 한, 이스라엘도 되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합니다. 팔레스틴의 분쟁은 땅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나와 다른 이웃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의 미움과 그들의 것을 빼앗으려는 탐욕 때문입니다. 게다가 편파적 언론 때문에 세계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습니다.

 

 

아나크누 오하빔 에트 이스라엘(우리는 이스라엘을 사랑해!)"(73)

 

누군가로부터 이런 고백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이스라엘 병사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됩니다. "끊임없이 세계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기에 우리는 이 세상에 완전히 홀로 버려진 듯 느낄 때가 많다"고 고백하는 사람들(171). 적어도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비난하기 전에 진실을 알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제, 이스라엘의 위로하라>의 저자는 적어도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그리스도인만이라도 깨어 일어나 이스라엘의 편이 되어 달라고 호소합니다. 이스라엘과 함께 울어달라고, "내 백성을 위로하라'는 하나님의 말씀, 바로 지금이 이스라엘을 위로할 때라고 말입니다. 저자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세 가지를 부탁합니다. 그 세 가지는 이스라엘의 소식을 알리며 이스라엘을 위한 '선한 대변인'이 될 것과 적대 세력을 물리치기 위한 찬양과 이스라엘의 구원을 위한 기도입니다(78-80).

 

대한민국 국토의 9분의 2수준이라는 가나안 땅, 그 조그만 한 뙈기의 땅에서 벌이지고 있는 분쟁, 그 분쟁이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스라엘을 위로하라>는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쓴 책이지만, 세계언론이 오히려 한쪽으로 치우쳐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들어봐야 할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면 적어도 양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하는 것이니까요.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백성으로서 이스라엘의 위로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위로자가 되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 잘못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로잡는 일에도 힘쓰는 위로자가 되기를 원합니다. 팔레스틴 편에 서 있는 사람들도 그들에게 그렇게 해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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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의 습관 -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
고마츠 야스시 지음, 한승희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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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무언가를 찾는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57)

 

나를 뜨끔하게 한 첫 번째 질문입니다. 이 짧은 질문 한 줄에 우리집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움이 들어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집을 자꾸 줄여 이사를 하는 통에 우리집은 한마디로 '짐을 이고 산다'는 표현이 딱 들어 맞을 정도로, 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어떤 것들은 좀 버리자고 성화를 해도 아버지의 추억, 어머니의 추억이 깃든 물건들에 손을 댈 자격이 제게는 없습니다. 부모님이 쓰시는 안방 말고도 방 한칸을 짐방으로 쓰시는데도, 수시로 버리고 또 버리는데도 수납 공간은 언제나 부족 상태입니다. 성역처럼 제 방 한칸을 사수하는 것도 힘에 부칠 정도로 짐을 넣다, 넣다, 넣을 때가 없어지면 엄마는 제 방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침투를 하십니다. 발 디딜 틈이 없는 옥상 창고를 한 번 치우자고 해도 날잡아 알아서 할테니 건드리지 말라고 하십니다.

 

'복잡한 삶을 단순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정리정돈의 습관>은 제목만 읽어도 마음을 환해지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자는 "단기 연수를 떠났다가 트렁크 하나만 있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는 큰(!) 깨달음을 얻고 귀국하여, "정리정돈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운슬링 코칭 컨설팅 회사까지 개업한 인물입니다. 그 깨달음이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이었으면, 자기 삶까지 바꿔놓았을까 싶으니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정리정돈의 기본 동작은 꺼내기 ---> 나누기 ---> 줄이기 ---> 넣기이다"(43).

 

<정리정돈의 습관>은 정리정돈을 시작하는 마음에서부터 각종 노하우까지 아우리는 책입니다. 일단 개념부터 정리하면, "정리란 간단히 말하면 줄이기, 정돈은 물건을 쓰기 쉽게 놔두기, 배치하기를 의미"합니다(28). 개념을 정리하고 나니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보다 명확지는 기분입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은 어떻게 하면 정리정돈을 잘할 수 있는지 기기막힌 노하우를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 왜 정리정돈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강하고, 정리정돈의 기본은 무엇인지를 배우고, 정말 정리정돈을 하며 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어쩌면 정리정돈의 달인들께서는 "별다른 비법(?)이 없는 책이네"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배운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정리정돈은 전염된다"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짐을 이고 사는 어머니, 아버지 덕분에 내 것이 아닌 물건들이 내 방까지 침투하지 못하게 방 한 칸을 사수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도저히 내 힘으로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지레 포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정리정돈의 습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정리정돈은 전염된다"고 말이죠! <정리정돈의 습관>에서 제가 할 일이 무엇인지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서 배운 대로 한다면, 일단 정리하기 쉬운 곳부터 시작하여 하루에 15분씩 한 구역, 한 구역 정리해나가는 것입니다. 정리정돈의 원칙은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것! 그러니까 정리하기 쉬운 곳보다 손을 대면서 이 물건의 자리는 여기입니다,라고 표시를 해두는 것이 제가 보여야 할 모범이며, 정리정돈을 전염시키고자 하는 저의 미션인 셈입니다.

 

 

  

"정리정돈을 시작할 때 버려야 할 물건을 골라내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자 가장 어려운 작업이기도 하다"(35).

 

정리정돈의 성패는 '버리기'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정리정돈을 도중에 멈춰버리는 이유가 '줄이기'의 벽에 부딪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정리정돈을 잘 하려면 잘(!) 버려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 가지 노하우로 "쓸 수 있는 것, 쓸 수 없는 것"을 기준으로 하지 말고, "쓸 것, 안 쓸 것으로 기준을 잡아야 판단이 애매해지지 않고 정리정돈이 순조롭다"(118)고 일러줍니다. 생각해보니 제 옷장에도 1년, 2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입지 않으면서 아깝다는 이유만으로, 새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이 많습니다. 저자는 1년 이내에 사용한 적이 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라고 합니다. 덧붙여, 그렇게 버리고 후회하는 경우는 없다고 자신합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에서 배운 한 가지 팁은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에는 "보류함"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정리정돈을 하다 보면, 버려야 할지를 망설이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럴 때를 위해 "보류함" 하나를 마련해두었다가 활용해봐야겠습니다.

 

 

  

"정리를 하지 않으면 물건, 공간, 사람이 죽는다"(49).

 

"휴일에 한꺼번에 하자. 이따 밤에 싹 치우자. 정리정돈의 필요성을 느낄 때 제일 먼저 이런 생각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168). 저를 두 번째로 뜨끔하게 한 문장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정리정돈의 <습관>임을 강조합니다. 21일 동안 꾸준히 실천하여 습관으로 만들지 않으면, '정리정돈 리바운드'가 올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정리정돈 리바운드는 기껏 깨끗하게 정리해놨는데 금방 원래 상태로 되돌아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정리정돈을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이벤트로 만들지 말고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입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을 읽으며 깨달은 중요한 사실은 정리정돈을 잘 하면 물건에 대한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사실 같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 책을 읽고 정리정돈을 하다보니 그동안 서랍이나 한쪽 구석이 쳐박아 두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많았음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저자는 어떤 사람은 정리를 하다가 마음속에 묻혀있던 "진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정리정돈은 가볍고 쾌적한 생활 환경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 효율까지 높여주며, 나아가 머릿속까지 정리해주는 효과가 있음을 확실히 알았습니다.

 

<정리정돈의 습관>을 읽고 주변을 돌아보니, 우리가 얼마나 풍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나 새삼 느껴집니다. 마음은 늘 '부족'과 '결핍'에 시달리지만, 사실은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물건들이 이곳 저곳에 방치되어 있음을 봅니다. 저자는 현명한 정리정돈은 쇼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선물을 받는 것까지도 경계합니다. 필요 없는 선물이라면 아낌없이 나누라고 말이죠. <정리정돈의 습관>을 배우며, 많이 소유하려고 애쓰기보다 하나라도 활용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야겠다는 철학적(?) 깨달음까지 하나 덤으로 챙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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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만들기 놀이책 똑똑한 놀이책
김충원 지음 / 진선아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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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똑똑한 만들기 놀이책!

 

 

어렸을 땐, 저도 종이접기로 동네에서 꽤 이름을 날렸더랬습니다. 친구들은 종이로 비행기와 돛단배 정도를 만들며 놀 때, 전 독수리오형제가 타고 다니는 비행기, 태권V 얼굴, 나팔꽃 같은 것을 만들어 친구들의 놀래켜 주곤 했습니다. 물론, 2살 위 오빠와 고모에게 사사받은 덕분이었지만, 또래 친구들에겐 요즘 말로 '넘사벽'(넘지 못할 사차원의 벽)과 같은 존재로 대우받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진선아이'에서 나오는 <똑똑한 OOO 놀이책> 시리즈가 참 좋습니다. 아이와 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저 혼자 즐기는 책으로 말이죠. 얼마 전, <똑똑한 오리기 놀이책>에도 푹 빠져 있었습니다. 마침 5살 된 꼬마친구에게 선물할 일이 있어 <똑똑한 오리기 놀이책>을 선물로 주었더니, 제 얼굴은 쳐다 보지도 않고 책 속에 코를 박고 있을 정도로 빠져드는 모습을 보고 몹시 흐믓했습니다.

 

<똑똑한 만들기 놀이책>은 "종이와 가위, 풀, 테이프만 있으면 뚝딱 완성할 수 있"는 만들기 '작품'들로 가득한 책입니다. 전 여기 나온 모든 다양한 만들기를 꼭 '작품'이라고 부릅니다. 비교적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애벌레나 토끼, 고양이, 코끼리, 병아리와 닭들이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춤추는 곰, 입 벌리는 악어, 춤추는 피에로, 숨바꼭질하는 개구리, 서커스 인형은 감격스러울 정도로 생생한 생동감을 자랑하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흰색 비닐백 날개를 달고 있는 '왕벌'은 보기만 해도 매우 귀여서 당장 만들어 책상 위를 장식하고 싶었습니다. 이밖에도 손가락 인형, 콧수염 안경, 왕꽃 목걸이, 고양이 핸드백, 입체적인 나비 카드, 오리 카드, 꽃송이 액자, 지갑, 동물 가면, 달랑달랑 동물반지, 종이봉투 몬스터, 캐릭터 모자 등 재미있는 만들기 아이템이 가득합니다. 어떤 것들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똑똑한 만들기 놀이책>을 보면, 항상 우리가 생각했던 수준을 뛰어 넘는 작은 디테일의 감동이 있습니다. 이런 것쯤은 나도 생각하고 만들 수 있겠다 싶은 가지와 복숭아, 딸기처럼 비교적 단순한 작품도 가위질을 한 번 더해 볼록한 입체를 표현해주고, 나비와 잠자리, 꿀벌, 숲의 나무도 접기 한 번으로 볼록한 입체감을 표현해줍니다. 그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차이가 작품의 수준을 바꿔놓는 것을 보고 "이런 것이 창의력이구나" 하는 것을 매번 감탄 속에 깨닫습니다.

 

요즘 십대 자녀와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부모님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은 아예 마음을 닫아버리고, 부모는 어찌할 줄을 몰라 쩔쩔 맵니다. 심지어 자기 부모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욕설을 내뱉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참 걱정입니다. 좋은 책을 사서 아이들에게 던져주는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좋은 교육 기관에 보내주는 것으로 안심하지 말고, 이런 놀이책으로 어릴 때부터 자녀와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며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저도 가끔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 아빠가 이런 것을 해주셨지' 하는 생각이 들면, 작은 것이라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려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애틋해지곤 합니다. <똑똑한 만들기 놀이책>,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즐거운 놀이를 위해 이 보다 더 좋은 책도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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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멘토 버트 도드슨의 드로잉 수업
버트 도드슨 지음, 안미정 옮김 / 미디어샘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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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은밀한 사생활, 드로잉!

 

 

그림을 그리기 전, 흰도화지를 앞에 두면 처음 선 하나를 긋기가 그렇게 힘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그릴까 하는 고민도 컸지만 잘 그리고 싶은 욕심에 아마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첫 선을 긋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칠 때는 흰도화지보다 먼저 신문지 같은 종이 위해 그림을 그리며 놀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자고 깬 아침 하얀 눈이 가득한 앞마당을 바라보며 경외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마당에 쉽게 발을 내딛지 못하는 것처럼, 흰도화지에 대한 두려움, 그러니까 '이 종이를 망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을 없애는 데 효과적이라고 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두려움이 컸던지 하얀 도화지 위에 선을 하나 긋기가 그렇게 힘이 들어서, 살짝 한 번 그어보았다가 금방 지우개로 다시 지우고, 또 다른 선을 하나 그려보았다 다시 지우개로 지워버리는 행동을 반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화가라는 '버트 도드슨'의 <드로잉 수업>은 첫 단계부터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일 먼저 그림을 그릴 때, "종이에 집중하지 말고 대상에 집중하라"고 일러줍니다. "그림을 그릴 때 여러분은 어디를 보고 그리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보니 그동안 대상보다 종이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드로잉 멘토는 이렇게 말합니다. "대상에 정신을 집중시키고, 종이는 선을 그리기 위해 힐끗 보는 정도로만 해야 실력이 늡니다." 더 나아가, 대상에 집중하며 대상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를 반복하며 그림을 그리라고 일러줍니다. 예를 들면, "날카롭다", "길다", "둥글다"와 같은 말들을, "손을 움직이면서 조용히 스스로 반복하며 말하다 보면, 바라보고 있는 대상에 대한 인상을 간직하게 되어 실제로 그 인상을 표현하기 쉬워"진다고 합니다(15). 저자는 이렇게 반복하는 말을 '제시어'라고 정의합니다. 어떻습니까? '아하, 그렇구나' 하는 신선한 깨달음으로 머릿속에 환해지지 않나요? 이런 것을 배움의 즐거움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드로잉 수업>을 받기 전에는 "그림은 과학이다"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명작에 숨어 있는 과학적 요소를 설명하는 책을 접할 때마다 정말 감탄해마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로잉 멘토 버트 도드슨은 이러한 편견(?)을 또 여지 없이 깨주었습니다. 우리의 멘토는 이렇게 말합니다. "드로잉은 본질적으로 엄격한 공식의 적용이라기보다 단지 '보는 과정' 중의 하나"라고 말이죠. 그래서 그의 <드로잉 수업>은 '보는 것'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래서 우리의 눈을 믿는 방법과 그 믿음을 강화하는 방법을 일러주며, 그리려는 대상에 집중하고 우리의 눈을 믿으라고 조언합니다. 이론을 잊고 보이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을 그리라는 것입니다. 그의 드로잉 수업에는 '생각하기'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드로잉 수업>에 이론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확한 비례를 위해 중심을 잡는 조준법을 배우고, 수직과 수평의 위치도 잡고, 비교계측, 단축법, 정밀한 계측도 배웁니다. 비례를 얼마나 쉽게, 빠르게, 또 정확하게 그려내느냐가 드로잉 실력을 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확한 비례를 나누는 것은, 연습과 훈련을 통해 가장 향상하기 쉬운 드로잉 능력 중에 하나"(96)라고 하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것처럼 '빛의 환영'을 재현하는 방법도 배우고, 공간감, 질감, 패턴과 구도까지 착실히 배우고, 상상이라는 창조적인 놀이의 경지에까지 이릅니다.

 

드로잉에 관심을 가지고 드로잉에 관한 책을 보다보니 그림의 핵심은 '관찰'이라는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좋은 관찰자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드로잉 수업>을 받았다고 해서 드로잉이 갑자기 쉬워지지는 않았습니다. 일러스트를 따라 배우는 과정은 즐거웠지만 마음속으로는 '언제 이렇게 연습을 하지?'라는 좌절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늘 감탄하기만 했던 대가들의 드로잉의 비결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되는 과정이 즐거웠고, 피나는 연습을 할 열정은 없을지라도 <드로잉 수업>을 받기 전과 받은 후의 나의 그림 실력은 확실히 차이가 나리라 믿어봅니다. 적어도 무대포식 낙서 수준은 조금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생깁니다. 당분간은 시간이 날 때마다, <드로잉 수업> 중 어느 한 곳을 펼쳐들고 '모사'를 해볼 작정입니다. 흉내만 내도 실력이 놀랍게 향상된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믿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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