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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눈물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이 춤추는 땅
장형원.한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6월
평점 :
"왜 아프리카 대륙은 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일까?"(219)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녹색특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비효과' 편을 방송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한 사람의 행동이 몰디브와 북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특집이었다. 웃자고 봤던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 어떤 보고서보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백 마디를 말보다,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지 말아야겠구나, 샤워는 3분 이내에 끝내야겠구나, 외출할 때는 모든 전기를 꺼야겠구나, 장바구니를 꼭 이용해야겠구나 하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자연스레 마음에 새겨졌다.그래서 많이 미안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바로 우리의 잘못이 빚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아프리카 대륙은 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일까?"(219)라는 한 물음이 나에게 책임을 묻는 듯했다.
MBC는 지구의 눈물 시리즈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여 지금까지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을 방송했고, 남극의 눈물을 끝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취재 일지 또는 방송 후기 같은 책이다. 어떤 의도로 접근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취재가 이루어졌는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방송 되지 못한 내용,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아프리카 땅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흘린 뜨거운 땀과 눈물의 보고서를 다시 쓰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온난화가 가져온 생태계 변동"이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회, 그리고 개별 인간들의 삶 깊숙한 곳에" 일으키고 있는 소용돌이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274). 이상 기후가 몰고온 사막화와 가뭄으로 동물과 인간이 함께 신음하고 있다. 마실 물이 없는 코끼리는 미쳐 죽어가고, 먹을 것을 찾아 농가로 내려오는 동물과 그것을 지켜야 하는 인간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에 내몰리고, 농업생산의 기반이 허물어지면서 사회는 족종 분쟁과 폭동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서양 문명이 서서히 침식하는 사막 벌판에는 "깨진 중국제 플라스틱, 물건을 담았던 비닐봉지, 포장지 등 썩지 않는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았던 PD는 이렇게 재앙을 예고한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금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 종족 분쟁과 자원 분쟁 같은 생존의 문제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쓰레기와 같은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쓰레기로 인해 재앙을 겪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원시 종족과 유목민들의 터전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땅에 묻힌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풀의 성장을 막아 가축들이 먹을 것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가뜩이나 이상 기온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산업화와 환경 재앙으로 아프리카 원시 종족과 유목민은 점점 설 곳이 사라져가고 있다"(93).
<아프리카의 눈물>은 좀더 깊이 들어가, 온난화가 가져온 가뭄이 개별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조명한다. 먹을 것이 없는 코끼리에게 습격을 당해 남편을 잃은 과부의 슬픔, 부족 간의 분쟁으로 전 재산을 도둑맞고, 동생까지 잃고, 개인의 성실함만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가난 때문에 인간의 도리를 저버려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과 그들을 향한 적대감이 쌓여 한순간 폭동으로 번지면서 불에 타 죽어갔던 한 남자와 그의 남은 가족들, 아프리카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고생이라고 했던가. 재앙이 닥치면 언제나 힘 없는 사람들, 사회적인 약자가 제일 먼저 고통을 당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재앙으로부터 한 발 멀리 있고, 가장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른다. <아프리카의 눈물>도 그 역설을 되묻는다. "환경 재앙이 불러오는 가장 큰 고통의 대가는 가장 순진무구한 자들이 치르는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침략과 수탈로 많은 자원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립과 경제 발전이 더뎠던 아프리카. 이제 생존과 경제 성장 때문에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지 못하는 그 대가를 왜 오룻이 원시 종족과 유목민이 치러내야 하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93).
지구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 재앙이 내게만 닥쳐 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고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직 나는 괜찮다고 안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눈물은 우리를 대신해 흘리는 눈물이고, 우리에게 곧 닥쳐올 재앙을 경고하는 눈물이다. 약자의 고통이 하늘에 사뭇치면 그것이 또다른 재앙을 몰고 오듯, 아프리카의 눈물을 계속 외면한다면 인류가 자랑스럽게 쌓아올린 문명도 결코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문명'을 부끄럽게 한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 그들의 색다른 문화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에는, 그들이 벌이고 있는 사투가 너무 처절하다. 그리고 그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선한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가져올 변화를 또 기대하게 한다. 사소한 것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