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눈물 - 슬프도록 아름다운 삶이 춤추는 땅
장형원.한학수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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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프리카 대륙은 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일까?"(219)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 녹색특집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비효과' 편을 방송한 적이 있다. 서울에 있는 한 사람의 행동이 몰디브와 북극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특집이었다. 웃자고 봤던 프로그램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그 어떤 보고서보다 지구 온난화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에너지를 절약하자는 백 마디를 말보다,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지 말아야겠구나, 샤워는 3분 이내에 끝내야겠구나, 외출할 때는 모든 전기를 꺼야겠구나, 장바구니를 꼭 이용해야겠구나 하는 구체적인 행동지침이 자연스레 마음에 새겨졌다.그래서 많이 미안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바로 우리의 잘못이 빚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아프리카 대륙은 온난화에 가장 적은 영향을 끼쳤으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일까?"(219)라는 한 물음이 나에게 책임을 묻는 듯했다.

 

MBC는 지구의 눈물 시리즈라는 다큐멘터리를 기획하여 지금까지 북극의 눈물, 아마존의 눈물, 아프리카의 눈물을 방송했고, 남극의 눈물을 끝으로 그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예정이라고 한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취재 일지 또는 방송 후기 같은 책이다. 어떤 의도로 접근했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취재가 이루어졌는지,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방송 되지 못한 내용,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이야기까지 아프리카 땅에서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흘린 뜨거운 땀과 눈물의 보고서를 다시 쓰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온난화가 가져온 생태계 변동"이 "아프리카의 자연과 사회, 그리고 개별 인간들의 삶 깊숙한 곳에" 일으키고 있는 소용돌이를 클로즈업해서 보여준다(274). 이상 기후가 몰고온 사막화와 가뭄으로 동물과 인간이 함께 신음하고 있다. 마실 물이 없는 코끼리는 미쳐 죽어가고, 먹을 것을 찾아 농가로 내려오는 동물과 그것을 지켜야 하는 인간은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에 내몰리고, 농업생산의 기반이 허물어지면서 사회는 족종 분쟁과 폭동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서양 문명이 서서히 침식하는 사막 벌판에는 "깨진 중국제 플라스틱, 물건을 담았던 비닐봉지, 포장지 등 썩지 않는 쓰레기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을 보았던 PD는 이렇게 재앙을 예고한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지금 당장은 먹고 사는 문제, 종족 분쟁과 자원 분쟁 같은 생존의 문제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쓰레기와 같은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쓰레기로 인해 재앙을 겪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원시 종족과 유목민들의 터전들이 점점 사라져 가고, 땅에 묻힌 비닐이나 플라스틱이 풀의 성장을 막아 가축들이 먹을 것이 점점 사라질 것이다. 가뜩이나 이상 기온의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산업화와 환경 재앙으로 아프리카 원시 종족과 유목민은 점점 설 곳이 사라져가고 있다"(93).

 

<아프리카의 눈물>은 좀더 깊이 들어가, 온난화가 가져온 가뭄이 개별자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도 조명한다. 먹을 것이 없는 코끼리에게 습격을 당해 남편을 잃은 과부의 슬픔, 부족 간의 분쟁으로 전 재산을 도둑맞고, 동생까지 잃고, 개인의 성실함만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가난 때문에 인간의 도리를 저버려야 하는 비극적인 상황,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노동자들과 그들을 향한 적대감이 쌓여 한순간 폭동으로 번지면서 불에 타 죽어갔던 한 남자와 그의 남은 가족들, 아프리카는 그렇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라가 어려워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제일 고생이라고 했던가. 재앙이 닥치면 언제나 힘 없는 사람들, 사회적인 약자가 제일 먼저 고통을 당한다. 책임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재앙으로부터 한 발 멀리 있고, 가장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대가를 치른다. <아프리카의 눈물>도 그 역설을 되묻는다. "환경 재앙이 불러오는 가장 큰 고통의 대가는 가장 순진무구한 자들이 치르는 것이다. 서구 제국주의 침략과 수탈로 많은 자원과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독립과 경제 발전이 더뎠던 아프리카. 이제 생존과 경제 성장 때문에 환경 문제까지 신경 쓰지 못하는 그 대가를 왜 오룻이 원시 종족과 유목민이 치러내야 하는지, 되묻고 싶은 대목이다"(93).

 

지구가 신음하고 있지만 그 재앙이 내게만 닥쳐 오지 않으면 그만이다 하고 외면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아직 나는 괜찮다고 안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눈물은 우리를 대신해 흘리는 눈물이고, 우리에게 곧 닥쳐올 재앙을 경고하는 눈물이다. 약자의 고통이 하늘에 사뭇치면 그것이 또다른 재앙을 몰고 오듯, 아프리카의 눈물을 계속 외면한다면 인류가 자랑스럽게 쌓아올린 문명도 결코 재앙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아프리카의 눈물>은 지구 온난화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문명'을 부끄럽게 한다. 아프리카라는 낯선 땅에 대한 호기심, 그들의 색다른 문화에 대한 순수한 흥미를 가지고 이 책을 읽기에는, 그들이 벌이고 있는 사투가 너무 처절하다. 그리고 그 책임이 우리에게도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우리의 잘못된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생각해보면, (역설적이지만) 우리의 선한 행동 하나가 그들에게 가져올 변화를 또 기대하게 한다. 사소한 것이라고 무시하지 말고,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킬 수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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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 - 어느 카피라이터의 여행 요령기
송세진 지음 / 서랍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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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극장에서 화면에 나오는 장동건을 쳐다보다 옆자리를 보았더니 오징어가 앉아 있더라고 했던가. "일상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여행가방을 쌌다"는 한 카피라이터의 발랄한 여행기를 열심히 읽다 책에서 눈을 떼니, 파김치처럼 축 늘어진 일상이 눈을 버끔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는 듯하다. 행복한 꿈을 꾸느라 잠시 잊었던 일상이 "나 여깄어"라고 대답이라도 하듯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한 꿈을 꾸었는가 보다.

 

어떻게 하면 나도 좀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여행만이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질문이 절실해질 때마다 정답처럼 떠오르는 하나의 단어는 언.제.나. 여행이다. 누가 요즘 나의 뇌구조를 좀 보자고 한다면 가운데 덩그러니 큰 동그라미를 하나 그려놓고 여행이라고 적어넣으면 될 것이다.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책상 위에는 각종 여행 정보 서적이 한가득이다. 연애를 글로 배웠습니다, 화장을 글로 배웠습니다,라는 시트콤 대사에 혼자 빵 터져서는 숨도 못 쉴 정도로 웃어제낀 기억이 민망하게도, 나는 지금 여행을 글로 배우는 중이다. 그냥 떠나면 될 것을 무얼 그리 망설이고, 재고, 따지고, 계산만 하고 있는지. 다이어트 책 쌓아놓고 주저앉아 날씬해지는 꿈만 백날 꾸고 있는 모양새다.

 

그래서 이 책을 보았을 때, 읽고 싶었고, 또 읽고 싶지 않기도 했다. 유행처럼 쏟아지는 여행책 하나 더 책상 위에 올려놓는 짓은 이제 그만 하려고 말이다. 침 흘리는 강아지처럼 누군가의 여행담을 들으며 부러워하는 거, 이젠 그만하자 싶었다. 그런데도 이 책에 끌렸다. 어쩐지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제목 때문인 듯하다. '나, 잘 살고 있는 걸까' 하는 의심에 젖어들 때마다 내 속에서 한숨처럼 내뱉어지는 한마디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 격한 공감, 그리고 인정! 카피라이터의 책답다.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를 처음 보았을 때, 여행 가라고 등떠미는 책이구나 했다. <나도 좀 재미있게 살자>는 여행하는 '요령'에 초점을 맞추었다. 여행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여행, 어렵지 않아요~"라고 자신하며, "나처럼 해보세요"라고 다정하게 일러준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16년간 30여개 국을 여행한 그녀의 좌충우돌 여행기가 유난히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이유는, 그녀의 겸손함 때문일까. 앞서간 자에게서 어쩔 수 없이 풍겨나오는 잘난 척이 없기 때문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어느새 '나도 그녀처럼은 할 수 있겠다' 싶은 자신감이 차오른다. "부딪치는 요령", "즐기는 요령", "떠나는 요령" 속에 담긴 그녀만의 여행 노하우가 아마추어적이어서 더 재미 있었고, 도움이 되었다.

 

멕시코와 미얀마에는 꼭 가봐야겠다, 해외 여행을 할 때는 유명한 곳보다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여행지를 찾아봐야겠다, 여행 가방에 얇지만 좀 넉넉하게 큰 천 하나를 꼭 챙겨넣어야겠다, 유난히 바가지를 쓰는 것 같을 때에는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 말고 중국 사람이라고 말해야겠다, 고생은 여행 앞부분에 호텔과 같은 좋은 숙소는 여행 끝날 즈음에 이용해야겠다, 패키지 여행 상품을 적극 활용해야겠다, 상대적으로 편안한 여행지는 노후를 위해 아껴두고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오지라고 생각되는 여행지부터 가야겠다, 인터넷 면세점과 카드사 라운지를 이용해봐야겠다 등등이 이 책을 읽으며 챙긴 깨알 같은 정보들이다.

 

기념품으로 냉장고 자석을 사 모은다든지, 각국의 우체국을 비교해본다든지, 여행지에서 자신의 그림자 사진을 찍는다든지, 높은 곳에 올라가 풍경을 내려다보는 것을 즐긴다든지, 여행지에서 변신한 레게머리를 하고 출근을 한다든지, 그녀는 무엇을 해도 재밌게 할 수 있는 요령에 몸에 밴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하면 그녀는 그것이 다 여행 덕분이라고 대답할 것같다.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친구 하나 옆에 있으면 좋겠다는 간절함과, 누굴 꼬득여 여행을 갈까 하는 고민이 가득했는데, 책을 덮은 지금은 혼자라도 패키지 여행을 떠나보자 하는 제법 야무진 결심이 선다. '떠나는' 부담을 덜어주고, 용기를 좀 내볼까 하는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고마운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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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 - 클레오파트라처럼, 신데렐라처럼
후지타 나오미 지음, 유가영 옮김 / 골든북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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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협상이다?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자급자족할 수 없는 인간의 생활환경을 감안하면, 단언하건데 인생은 협상이다! 그런데 "협상에 대해 90%의 사람이 '거북하다'고 대답한다"(18)고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머리싸움을 '협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그건 나쁜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을 읽으며 얻은 첫 깨달음은 "협상이 우리 삶을 얼마나 '기름지게' 하는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은 끊임없는 협상의 과정이며, 바로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대적인 만족감을 얻고, 누군가는 손해보는 느낌에 시달리기도 한다. 협상 '과정'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면, 오늘도 당신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고도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협상에서는 이런 경우를 "승자의 저주"라고 한단다(23).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는 '다카시'라는 한 사회 초년병을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협상술의 기본을 아주 쉽게 이해시킨다. 예를 들어, 다카시는 오늘 전시장을 방문하여 차를 한 대 샀다. 예상했던 가격보다 차를 더 싸게 샀는데도 기분이 점점 나빠지기 시작한다. 영업사원이 '선뜻' 가격을 깎아준 것이 마음에 걸렸다. 더 깎을 수도 있었는데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산뜻하지 못한 기분은 차를 판 영업사원 스즈키도 마찬가지였다. 판매량은 달성했지만, 고객이 '선뜻' 구매를 결정한 걸 보면 예산에 여유가 있는 고객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게다가, 할인을 많이 해주었는데도 그 고객은 별로 기뻐하는 얼굴도 아니었다(21-23). "자신의 예상보다 저렴하게 차를 산 다카시와 이익을 얻고 판매량도 달성한 스즈키, 모두 이득을 보는 거래를 했지만 두 사람 모두 찝찝한 기분"인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말하면, 그 이유는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에 있다. 저자는 "원하는 결과를 바로 얻었을 때보다 여러 번 양보를 반복한 다음에 합의했을 때 만족도가 더울 올라간다"(26)고 말한다. 협상의 기본 패턴은 먼저 제시가 있고, 그다음에 주장과 양보를 반복하면서 합의에 도달한다(46). 바로 이 과정이 만족감을 결정하는데, 협상을 잘 하려면 이득과 손해라는 감정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만일 영업사원 스즈키가 '선뜻' 자동차 가겪을 할인해주는 대신 몇 차례 '양보'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자동차를 산 사람이나 판 사람이나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걸 '생색내기'라고 생각하거나, '정직하지 못한' 거래 꼼수라고 생각한다면, 위의 사례를 다시 읽어보자. 영업사원은 가격을 많이 할애해줬는데도 오히려 다카시는 영업사원의 수완에 자신이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을 읽어보면, 협상 기술은 부부 간의 대화는 물론, 직장을 결정한다든지 하는 중대한 결정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협상론에 나오는 전문 용어에서부터 기본적인 이론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데, 기본적인 이론만 잘 숙지해두어도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하고(ZOPA, 합의 가능 범위), 합의 가능한 한계선을 결정한 뒤(Reservation Price, 유보가격), 내가 양보할 수 있는 카드(버릴 카드)를 내어놓고, '플랜 B'까지 계획하고 나면 협상이 결렬됐다고 해도 그 결정에 후회는 없을 것이다.

 

협상술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원하는 것을 얻는 31가지 방법>의 저자 후지타 나오미의 협상론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협상에서 가장 중요하며, 원하는 결과뿐만 아니라 좋은 인간관계도 함께 손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 포인트다. 협상은 이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해결책을 찾는 과정이라고. 성공적인 협상을 원한다면, 협상에 대한 우리의 오해부터 풀어야 한다. 우리가 협상 기술을 익혀야 하는 이유는, 손해를 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기 위해서이다. 진정한 협상은 상대방을 패배시키는 것이 아니다. 서로가 이득을 볼 수 있는 합의점을 찾는 작업이라는 것! 일방적인 승리는 위험하다. 저자는 "일방적인 승리는 피하라"고 조언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명장의 한 마디를 상기시켜준다. "승리는 60%로 만족한다"(37).

 

동생이 가장 친한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작은 까페를 하나 열었다. 그런데 동업 1년 만에 십 년 우정이 뿌리채 흔들릴 지경이란다. 문제는 잦은 의견충돌. 동생에게 추천할 책을 찾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인데, 이게 대박이다! 저자는 '블랙 협상술'의 '교묘함'에 대처하는 요령도 일러주고,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연애 협상술,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일부러 승리를 양보하는 협상하지 않는 협상술까지 살뜰하게 챙겨준다. 단숨에 읽었는데 협상에 관한 전문 지식까지 얻으며 여러 모로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요령까지 두둑히 챙겼다. 거친 세상을 마주하기 전, 뭔가 단단히 무장을 한 기분이랄까. 자급자족하며 고립된 생활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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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 - 내 안의 불안 심리 인정하고 내려놓기
한스 모르쉬츠키 & 지그리트 자토어 지음, 김현정 옮김 / 애플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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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사물 자체가 아니라 그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이다"(24).

 

남편이 퇴근할 시간만 되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식은 땀이 나며, 두통이 생긴다는 분을 알고 있다. 술을 마시면 자주 폭군으로 돌변하는 남편이 원인이지만, 남편이 술을 먹지 않았을 때도, 또 유독 남편의 퇴근시간이면 이런 증세가 나타난다는 것이 문제이다. 남편이 바뀌지 않는 한, 자신의 신체에 나타나는 이상 반응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그녀를 더욱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을 읽으며, 가장 확실하게 깨닫게 된 사실은 남편은 바꾸지 못해도 그녀의 반응은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이다.

 

놀랍게도, "미국 시민 네 명 중 한 명은 살면서 불안장애를 겪고, 독일 인구의 약 9퍼센트가 치료가 필요한 불안장애에 시달리고 있으며, 북독일에서 실시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약 15퍼센트가 불안장애를 겪고 있다"(38)고 한다. 많은 사회학자들이 세상은 점점 위험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분석하고, 심리학자들은 바이러스처럼 번저가는 병적인 불안에 대해 보고한다. 지구촌이 하나의 거대한 불안사회가 되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에 따르면, 소모임에서 ("몇몇 사람이 분명히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고 느끼는 것, 일을 일찍 끝냈을 때 ("분명히 뭔가 잘못했을 거야. 모든 것을 다시 점검하게 될 거야.")라고 느끼는 것도 불안장애의 한 증상이다(24-25). 현실보다 '과장'된 생각, 다시 말해 특정한 상황을 '실제보다 위험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병적인 불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그리고 치명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생활 속에 파고들고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에 따르면, 우리의 과제는 정당한(적정 수준의) 불안 반응과 과잉 반응 사이에서 다시 균형을 찾는 것이다(22). 치료에 앞서 저자는 이러한 희망을 심어준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이미 많은 것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23). <두 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먼저 건강한 불안과 병적인 불안을 구분하는 기준을 설명하고,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불안장애를 열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하며, 불안을 극복하는 7단계 프로그램을 설명한다. 7단계 프로그램은 대면치료, 정신 훈련, 인지치료, 신체 훈련, 감정 훈련, 자기주장 훈련, 안티스트레스 훈련으로 나뉘는데, 크게 보면 '인지치료' 과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불안반응을 인식하고, 그것이 얼마나 '과장'되어 있는지 인지하는 것이 우선이니 말이다. 불안장애 치료는 한마디로 우리의 '생각'을 수정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상황 자체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상황으로부터 우리가 만들어내는 생각이 두려운 것이다"(24).

 

저자가 제시하는 치료 과정 중에 '불안 일기' 쓰기가 있다. 불안 일기는 불안 극복 프로그램의 기초이다.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저자는 되도록 빨리 불안 일기를 시작할 것을 권장한다. 불안 일기는 불안과 관련된 모든 행동 방식, 생각, 감정, 신체 반응을 기록하는 것이다. 저자는 "당신이 느끼는 불안에 대해 매일 적어도 15분씩 생각하고, 당신이 현시점에서 집중하는 것을 기록하라"(167)고 조언한다. 이렇게 해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과 유발 요인을 인식"(165)할 수 있다. 심리치료는 문제의 원인(유발 요인)을 아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인 압박이 훨씬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불안은 그것을 피하거나 완전히 거부한다고 해서 극복되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 불안 그 자체를 없애려고 하기보다는 불안에 제대로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는 편이 의미가 있다"(19).

 

저자는 "적정량의 불안"은 우리에게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불안이 너무 적으면 나태하고 태평하며 소극적으로 만들며, 불안이 너무 많으면 거북하고 억압적이며 마비 상태를 만든다. 반면 중간 정도의 불안은 최고의 능률을 자극하고 촉진한다. 따라서 중간 전도의 흥분은 최적의 능률을 보장한다"(30-31). 뿐만 아니라, 적정량의 불안은 주의력과 경계심, 지적 능력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킨다(30). '불안'은 무조건 없애야 하는 '나쁜 것'이 아니라, 적정량의 불안은 우리에게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겠다. <두려움의 열 가지 얼굴>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듯 '불안'과 마주하게 해준다. 그러나 그것이 더 이상 '두려운' 어떤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정신 또는 심리 치료는 선뜻 치료자를 찾아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걱정되는' 수준의 불안장애가 의심된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불안 요소가 급증하는 사회에서 '불안을 잘 관리하는 능력'은 사회적인 관계나 성공은 물론 우리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는 사실이 새삼 큰 의미로 다가온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의 한마디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당신이 항상 외부 상황을 제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 자신의 심리 상태를 제어하는 것은 가능할 수 있다"(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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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표, 역사를 부치다
나이토 요스케 지음, 안은미 옮김 / 정은문고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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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학으로 보는 역사

 

 

오늘(7/3) 여성그룹 소녀시대를 모델로 한 우표 '소녀시대 나만의 우표'가 8월 초 발매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정사업본부가 발행하는 최초의 연예인 우표란다. 우정사업본부는 "글로벌 케이팝 열풍의 주역이자 전 세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는 소녀시대를 모델로 특별 제작했다"고 발매 취지를 밝혔다. 훗날 역사는 '소녀시대 나만의 우표'를 필터로 글로벌 케이팝 열풍의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읽어내며 '한류'라는 독특한 문화 코드를 연구할지도 모르겠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는 '우편학' 분야의 권위자로 알려진 나이토 요스케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의 취지를 이렇게 요약한다. "이 책에서는 미국과 격렬한 관계를 맺어온 국가나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이 세계의 제왕이 되어가는 과정과 그에 반발하는 움직임들이 어떻게 표현되었는지를 되돌아본다. 그것도 한국 독자에게는 낯선 '우편학'이라는 방법을 이용해서 말이다"(9). 우편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우편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생소한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편지나 엽서에 붙은 우표와 찍힌 소인 등을 분석해 우표가 만들어지고 통용된 시대와 사회의 모습을 밝혀"내는 우편학이 존재한다. "우편학"이라는 이름은 우표 수집 및 연구라는 개념(philately)라는 개념을 필자가 번역해 정립한 단어라고 한다. 그동안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우취'라는 뜻의 단어로 번역해왔다. 저자가 '우편학'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립한 것은 단순한 우표수집과 구분짓기 위해서이다.

 

"근대 이후 국민국가에서 우편 관련 업무는 기본적으로 정부 당국이 담당해왔다"(10). 우편학이 어엿한 학문으로 자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우표는 원칙적으로 국가가 발행을 하기 때문에, 우표에는 그 시대 정부와 정권의 정책, 이데올로기 등이 반영되어 있으며, 국가의 역사관 등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우표에 찍힌 소인을 통해 우편 서비스, 행정 상황 등을 알아볼 수도 있다. 몇 해 전인가, 우리나라가 독도를 주제를 우표를 발매하자, 일본에서 독도를 주제로 한 우표가 붙은 한국 우편물은 반송하겠다며 발행 중단을 요구하는 항의가 있었다고 들었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는 단순한 우표 한 장이 정치, 경제, 문화, 생활상 등은 물론 우표 요금 수준, 디자인, 인쇄술 등을 통해 발행국의 경제적, 기술적 수준까지 엿볼 수 있는 훌륭한 미디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가 특별히 우편학을 통해 미국 제국주주의 역사를 재구성해내는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 전 세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우편제도가 시행되고 있었다는 점도 큰몫을 차지하는 이유일 것이다. 게다가 "평화롭고 안정된 국가보다는" "정치나 사회적으로 불안정한 국가나 지역일수록 당시 변화와 분쟁의 흔적이 우표에 선명하게 남"는다는 이유로 격렬한 변화나 분쟁이 있었던 국가(북한, 베트남, 이란, 쿠바, 소련, 필리핀, 일본, 이라크)를 중심으로 정치, 경제, 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세계적인 영향력을 확장해온 미국과의 역학관계를 재구성한다.

 

<우표 역사를 부치다>는 우리에게 생소한 우편학이지만 그렇다고 역사를 새롭게 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표에 담긴 보다 깊은 역사적 의미를 캐내거나, 사회적 분위기를 읽어내고, 정치적 꼼수를 폭로하기도 한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한 장의 우표 안에 참 많은 것이 담겨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우편학이 정말 소중하구나 생각하게 되었던 것은 역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분에서였다. 저자는 북한의 우표가 남침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힌다. 7월 10일에 북한이 서울 점령을 기념해 발행한 우표를 보면, 서울의 정부청사에 걸린 북한 국기가 보인다(45). 저자는 이를 근거로 "전시라는 긴박한 상황에서, 더구나 보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안에 우표를 발행한 점으로 미루어 북한이 사전에 우표 발행을 준비했음을 말해준다"고 해석한다. 남침의 흔적은 이것만이 아니다. 1950년 북한에서 발행된 '해방 5주년' 기념우표도 그 증거 중 하나이다. "1950년 8월은 한국전쟁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해방 5주년' 기념행사를 열 수 없었다. 실제로 남한은 기념우표조차 발행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북한은 공식 기념일보다 2개월여 이른 6월 20일에 서둘러 '해방 5주년'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나름의 이유를 갖고 광복 기념우표를 2개월이나 앞당겨 발행한 것이다. 이는 실제 광복 기념일에 해당하는 8월 15일에 광복 기념우표를 발행하는 게 불가능하가거나 또는 어려울 거란 사실을 미리 알았다는 증거다"(43). 지금도 북침을 주장하고 있는 북한이 우표를 통해 제스스로 남침의 증거를 남겼다는 사실을 알까 모르겠다. 6.25가 조선시대 전쟁이라고 답하는 초등학생도 많다고 하는데, 우편학을 통해 역사를 가르치는 것도 신선한 접근일 듯하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으면 답변이 굉장히 한정적이라고 한다. 직업의 종류가 많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우리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며, 또 상상력의 부재를 드러내는 한 단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우리에게 생소한 우편학이라는 존재는 다시 또 우리의 경험부족과 부족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단적 증거인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생긴다. 다양한 분야에 다양하게 도전하며 접근하는 모험심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우편학이라는 생소한 분야를 살짝 엿봤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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