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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사계절 - 그리스도의 임재와 지혜를 누리는 영성
마크 부캐넌 지음, 윤종석 옮김 / 두란노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 시대가 떠받드는 신화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사람을 홀리는 것 하나는 균형의 신화다. 계절이란 본래 균형과 거리가 멀다. 우리는 균형에 눈독을 들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리듬이다. 만사에 다 때가 있다"(214).
확실히 영적 거장들의 통찰력에는 지식의 힘으로 따라갈 수 없는 깊은 진리가 존재하고, 그 진리는 우리 영혼을 자유하게 하는 힘이 있다. <영혼의 사계절>은 성경적 진리를 풀어쓴 가르침이 아니다. 교리서도 아니고, 설교집도 아니다. 하나님의 사람이 순례의 길을 걷는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며 깨달은 진리를 탁월한 영적 통찰력으로 담아낸 책이다.
<영혼의 사계절>은 말한다. 열매가 자라려면 사계절이 모두 필요한 것처럼, 우리 영혼에도 사계절이 있고, 또 필요하다고 말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독수리처럼 날개 치며 올라갈 때도 우리와 함께하시지만, 힘이 없어 걷지 못할 때도 변함없이 함께 계신다. 그렇다. 분명히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에도 힘이 없어 걷지 못할 때가 있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영혼에도 사계절이 있다는 것이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에도 겨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어두운 계절 속에서 싹텄"으며, 그 "깊고 어두운 계절을 영혼의 겨울이라 부른다"(7).
<영혼의 사계절>을 읽으며 가장 크게 부딪혀온 깨달음이 있다면, "균형의 신화를 깨고 리듬을 타라"(214-226)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많은 신앙인들이 균형의 신화를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을 올바른 하나님과의 잣대로 제시한다. 나도 그렇게 배웠다. "일과 놀이와 휴식이 조화를 이루기만 하면 삶이 단순하고 멋있고 쉬워진다"는 단순한 논리이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논리인지 신앙생활을 인도하는 모든 영적 지도자들에게 외치고 싶어진다. 우리의 삶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고 있기만 하다면 우리 영혼은 언제나 '맑음' 상태일 것이라는, 그러니까 우리 영혼이 '맑음' 상태가 아니라면 하나님과의 관계가 올바른지 의심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바로 우리가 가진 균형의 신화가 아닐까 한다.
어쩔 수 없이 나의 고백을 해야겠다. <영혼의 사계절>의 표현대로 하면 나는 분명 지난 몇 년 동안 영혼의 겨울에 처해 있음이 분명하다. 사명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사역을 해도 기쁨이 없고, 알 수 없는 자기연민에 빠져 괴로웠다. 그러나 그보다 더 괴로웠던 사실은 항상 기뻐하라는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는 죄책감이었고, 사역자라는 이유 때문에 아무에게도 내 마음 상태를 열어보이지 못한 채 괜찮은 척 해야 했던 이중성이었다. 그 죄책감과 이중성은 하나님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솔직하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지 못하고 혼자 지쳐 버린 상태와 싸워야 했다. 하나님도 내게 등을 돌리고 계신 듯해 하나님께 친근하게 나아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영혼의 겨울은 순전한 믿음, 성경적인 믿음을 자라게 한다. 이것은 다른 어떤 계절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겨울 속에는 바라는 것들의 실상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를 가꾸어 줄 만한 독특한 조건들이 배합되는 계절이다. 겨율이야말로 우리가 보는 것으로 행하지 않고 믿음으로 행하는 계절이다. 당신의 삶에 닥쳐올 수 있는 최악의 상황, 그 상황을 이겨내는 불변의 믿음을 기르기에 겨울보다 더 좋은 토양은 없다"(51).
<영혼의 사계절>은 내게 하나님의 위로와 영적 자유함을 깊이 맛보게 해주었다. 우리 영혼에 겨울이라는 계절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당연하다는 것, 아니 그것은 필수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내 마음을 옥죄고 있던 족쇄가 풀려나가는 느낌이었다. <영혼의 사계절>은 우리의 영혼에 겨울이라는 혹독한 계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겨울에는 겨울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겨울만이 줄 수 있는 선물이 있고, 겨울에만 할 수 있는 놀이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영혼의 겨울은 기다림을 통해 견고한 믿음이 자라게 해준다. 겨울이 만들어내는 "믿음은 군살이 빠지고 더 견고해져 회의나 침체에 잘 빠지지 않는다. 마크 부캐넌은 "이것은 겨울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선물"이라고 말한다(57). 우리는 영혼의 사계절을 즐기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겨울을 즐기려면 겨울이 주는 선물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영혼의 겨울만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우리에게 천국을 사모하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겨울은 이 세상에 중독돼 있는 우리를 일깨우고 우리 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60). 마크 부캐넌은 영혼의 사계절을 즐기는 법을 알면, 그리스도의 임재와 지혜를 전천후로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영혼의 사계절>은 지금 영혼의 나의 영혼은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는지 점검하게 해주며, 이 계절에 내가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이며 집중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알려준다. 겨울을 지나고 있는 영혼은 위로를 경험할 것이고, 봄을 맞이한 영혼은 기대감으로 가득찰 것이고, 여름을 맞이한 영혼은 열정의 에너지로 뜨거워질 것이고, 가을을 맞이한 영혼은 결산을 위해 긴장하게 될 것이다. 나는 <영혼의 사계절>을 읽으며 겨울보다 더 무서운 계절은 가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어떤 씨를 어떻게 얼마나 뿌렸는가에 의해서 결실이 달라질 테니 말이다.
<영혼의 사계절>에 의하면 확실하는 나는 봄을 맞이하고 있다. 겨울을 통과하며 내가 도달하게 된 하나의 결론은 예수님으로 족하다는 사실이다. 전에도 물론 이런 신앙고백이 따랐지만,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고백이다. 나에게 다시 겨울이 닥쳐올 수도 있겠지만, 이젠 영혼의 겨울이 두렵지 않다. 그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배웠기 때문이다. <영혼의 사계절>에 의하면 봄을 맞은 나는 이제 청소가 필요한 때이다. 하나님이 나의 삶에 청소하라고 하시는 구석들을 찾아 구석구석 깨끗이 청소하는 것! 겨울에는 진부하고 지긋지긋했던 뻔한 소리들이 봄에는 확실히 힘찬 응원가로 들린다.
"그러니 어서 일어나라. 쟁기질하고, 파종하고, 청소하라. 그래봐야 잃은 것이 무엇인가?"(115)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여름'에 비유한 통찰력에는 새로운 깨달음으로 전율하는 사람도 있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고, 더 깊은 묵상과 연구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그것 하나를 제외하면, 이 책은 탁월한 통찰력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영혼의 리듬을 찾아준다. 기억하라. "우리는 균형에 눈독을 들이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리듬"(215)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때'를 아는 것, 하나님에 때에 대한 영적 통찰력이 없다면 영혼이 고갈되도록 죽도록 헛 일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영혼의 사계절>은 영혼의 내비게이션과 같은 책이라고 하고 싶다. 목자는 반드시 읽어야 책이고, 신앙생활의 열매를 바라는 성도,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성도에게는 꼭 필요한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