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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있는 영어성경 묵상 1
장인식 지음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이 세상에 완벽한 번역이란 없다."
(프롤로그 中에서)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한마디로 다양한 영어 역본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성경을 연구하는 묵상법이다. 저자인 장인식 교수님은 8권의 주석서를 포함해 모두 44권의 영어성경 역본을 연구에 사용했다고 밝히는데, 일단 영어성경 역본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역본들마다 성경 구절의 의미가 적게는 5가지에서 많게는 8가지 이상 해석(의미)의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다. 미묘한 뉘앙스 차이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의 연구 결과를 보면 '미묘함'의 수준을 넘어선다.
주관적인 '묵상'이든, 객관적인 '성경연구'이든 관찰의 단계를 지나 적용의 단계로 나아가기까지 우리는 '해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해석의 단계에서 1차적으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점은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런 의미에서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본문을 통해 하나님께서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를 '깊이' 있게 전달해준다고 하겠다. 다양한 영어성경 역본을 비교하니 새로운 각도의 '관찰'이 가능하고, '번역'의 과정에서 저절로 이루어진 '해석'의 풍성함을 발견할 수 있으며, 같은 맥락 안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의미는 그 자체로 '적용'으로 연결된다. 다시 말해, 관찰, 해석, 적용이 역본을 비교하는 작업 안에서 한방에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번역 과정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를 믿지만, "원문 자체의 의미가 복잡할 경우에 번역자는 그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취할 수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나머지 의미들은 독자의 시야에서 사라진다"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성경은 본래 11,280개의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 단어를 사용"하는데, "영어성경은 평균 약 6,000개의 단어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니, "원문이 암시하는 뉘앙스나 의미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그러나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을 보며 얻은 결론은, 번역의 한계는 동시에 본문을 다양한 각도에서 묵상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는 것이다.

"너희는 여호와의 책에서 찾아 읽어보라. 이것들 가운데서 빠진 것이 하나도 없고 제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 이는 여호와의 입이 이를 명령하셨고 그의 영이 이것들을 모으셨음이라." 이사야 34장 16절 개혁개정판 말씀이다. 이 말씀을 근거로 성경 말씀 안에서 서로 "짝"이 되는 구절이 있다고 해석되어져 왔다. 그러나 이 본문을 'NIV'로라도 한 번 읽어본 사람들은 이러한 해석은 '오역'이라고 지적한다. 이 본문에서 말하는 '짝'은 말씀의 짝이 아니라, 짐승의 짝을 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이 본문은 '오역'의 문제가 제기된다는 것을 전혀 모르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을 보니 무조건 '오역'이라고 하는 주장도 지나치게 '단순한' 결론이라고 말하고 싶다.
NIRV 역본은 1차적으로 말씀의 짝이 아니라, 짐승의 짝을 이야기하며, 이 말씀 안에 담긴 메시지는 "하나님의 예언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루어지는가"이다(118-119). AMP 역본은 성경의 '짝'을 '말씀의 성취'로 번역한다. "예언된 말씀 세부 사항 하나에까지 미치는 하나님의 능력을 강조"하는데, "구체적으로 예언된 내용과 실제로 나타난 현실이 각기 하나씩 대응되어 짝을 이룬다는 의미다"(119-121).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NIV를 비롯해 6개의 역본을 비교해주는데, 어떤 역본은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라는 표현 자체가 없는 것도 있다.
여러 역본을 비교 연구한 후, 이 책은 본문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한다. "본문은 에돔으로 대표되는, 세상의 모든 악한 세력에 대한 심판 예언의 성취를 보여주며, 나아가 성경에 기록된 모든 말씀의 성취를 예고한다"(120-131). 다시 말해, '짝이 없는 것이 없으리니'에서 '짝'은 "짐승의 짝 또는 예언의 성취를 말한다." 이처럼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본문의 말씀을 단순히 '짐승의 짝'이라고 번역하는 데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표현 안에 담긴 메시지를 읽어내는 '깊이' 있는 연구와 묵상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영어성경을 통해 '영어 실력'을 향상시켜보려는 욕심이 더 컸는데, 책을 읽다보니 오히려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의 '깊이'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이 책은 서로 다른 역본이 원문의 다양한 의미를 반영한다는 관점에서 영어성경에 접근함으로써, 원문의 의미와 각 역본이 지니는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한다."
(프롤로그 中에서)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신앙인들이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의미가 쉽게 파악되지 않는 대표적인 성경 구절 21개를 뽑아, 다양한 영어성경 역본을 통해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였"다. 다양한 영어성경 역본을 비교하며 성경 본문을 연구하는 작업은 재미도 있지만, 본문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일에도 꼭 필요한 작업이라 생각된다. 성경을 연구하는 많은 방법이 있지만, 영어성경 역본을 비교하는 작업은 많은 주석서를 읽는 것보다 본문에 더 '깊이' 있는 접근하게 해준다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맥락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우리말 성경만 읽어서는 알 수 없는 메시지가 숨어 있고, 하나님께서 본문을 통해 말씀하고자 하시는 바의 '깊이'를 깊이 느낄 수 있다. 또 어떤 구절들은 의미를 오해하여 해석과 적용을 잘못할 위험성도 숨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영어성경 역본을 비교하며 성경을 연구하는 작업은, 솔직히 말해 매우 '수고스럽게' 느껴진다. (게으르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하는 말이지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이 계속 시리즈로 나와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반드시' 역본의 비교가 필요한 본문이 무엇인지 알 수 있고, 또 장인식 교수님의 도움을 받아 본문의 풍성하고 깊이 있는 해석에 보다 손쉽고 안전하게(!) 다가갈 수 있으니 말이다. <색깔 있는 영어성경 묵상>은 성경을 연구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자체의 결과물도 대단한 성과라 할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한마디로, 재미있다! 그리고 유익하다! 말씀을 입체적으로, 그리고 정확하게, 보다 깊이 있게 묵상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그 자체로 은혜의 말씀이지만, 고기뿐만 아니라 고기를 낚을 수 있는 방법론까지 더불어 배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