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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구약편 1부 - 주전 3300~1050년, 고대 근동~사사기 ㅣ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 1
류모세 지음 / 두란노 / 2012년 3월
평점 :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성경은 구약을 역사서(17권), 시가서(5권), 예언서(17권) 순으로 배열하고 있다. 이것은 70인역을 따른 것으로, 구약성경 목록을 문학 양식으로 분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성경을 몇 번씩 통독한 사람들도 구약 역사를 이야기(줄거리)로 꿰보라고 하면 잘 하지 못한다. 개론적인 지식이 없이는 역사서도 이야기로 읽기가 힘들고, 특히 예언서의 경우는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하면 우리글로 써있는 책을 읽는데도 도무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는 한탄을 자주 듣는다. 다시 말해, 단순한 통독만으로는 하나의 이야기로 통합하기 어려운 책이 바로 성경이다. 그러다 보니 신앙생활을 오래 해도 성경은 정복하기 어려운 책으로 남아 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시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성경 파노라마', '성경 탐구 40일', '성경의 맥 잡기', '성경 1독 학교'(어, 성경이 읽어지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시도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교재)이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을 텐데, 이번에 류모세 선교사님이 집필한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이 모든 프로그램의 장점을 모은 책이 아닌가 생각된다.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대하 드라마로 읽자는 것이다. 성경에는 지루할 만큼 지명과 인명이 많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성경이 '역사적' 사실임을 강력히 증명한다. 그러나 읽는 우리에게는 이것만큼 넘긴 힘든 벽도 없다. 이스라엘 땅에 대한 그림이 전혀 없는 가운데 무수히 등장하는 지명들은 뜻을 알 수 없는 기호같고, 일반 역사와 연결되지 않는 성경의 역사는 '이스라엘'을 하나의 유형 국가로 이해하기 보다 영적인 개념의 나라로 바꿔버린다. 이런 장벽에 맞서, 전체 3권으로 이루어져 있는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역사 + 지리 + 성경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경을 입체적으로 읽어낸다. 그동안 류모세 선교사님이 집필한 '열린다 성경' 시리즈도 그러했지만, 책을 읽다 보면 앞 못보던 사람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게 되는 것과 같은 쾌감이 느껴진다. 뿌옇던 머릿속이 환해지고, 성경 이야기들이 하나로 꿰어지며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경험, 직접 체험해보시라!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한국 교계를 이끌어가는 굵직한 분들이 추천을 하는 책이다. 그중에서도 '성경 1독 학교'로 유명한 이애실 사모님의 추천사가 마음에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런 좋은 책이 자꾸 나오는 것을 보니 진리로 승부하는 강한 계절이 도래할 것 같다"는 한마디가 마치 계시처럼 마음에 울리고 있다. 성경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게으르지 말자! 성경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내는데 가장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이 이애실 사모님의 <어, 성경이 읽어지네>가 아닐까 한다. 이 프로그램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류모세 선교사님의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그것을 보완하고,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애실 사모님의 것은 '강의'를 직접 들을 때 더 생생하게 전달된다고 한다면, 류모세 선교사님의 것은 책을 읽으며 공부하기에 좋은 교재이다.

"성경을 읽을 때 우리가 느끼는 생소함을 무엇보다 지리적 감각의 결여에서 기인한다. (...) 성경을 친근하고 가깝게 읽으려면 반드시 성서 리지를 정복해야 한다"(33-34).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먼저 이스라엘 지도부터 정복한다. 지도의 터 위에 성경을 읽어나가면 이전에 알지 못했던 성경의 이야기들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펼쳐지며, 보다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다소 복잡해 보이는 지도가 차근 차근 머릿속에 그려진다. 지도 위의 지명과 조각 조각 알고 있는 성경 지식이 하나로 연결되면 전에는 미쳐 깨닫지 못했던 영적인 교훈이 저절로 깨달아지는 역사가 일어난다. 지도를 공부해보면, "그 단순한 지명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터져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 드라마로 읽는 성경>은 먼저 성경 역사가 펼쳐지는 동시대의 일반 역사부터 탐구해나간다. 이러한 작업은 성경의 역사를 더욱 실제적인 것으로 인식하게 도와주는데, 성경을 공부하면서 더불어 공부하게 되는 인류 일반 역사(세계사)도 새로운 각도에서 다가온다. 세계사 시간이 그렇게 지루하기만 했는데, 성경 역사와 연결되니 그렇게 흥미진진할 수가 없다.

역사 + 지리 + 성경을 하나로 통합하여 성경을 읽어내는 작업이 이토록 재미 있고, 흥미진진해지는 것은, 무엇보다 성경에 담긴 깊은 진리가 비로소 눈에 들어오는 "깨달음"의 기쁨에 있을 것이다. 하나 하나 깨달아질 때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3개 대륙, 즉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가 교차하는 대륙의 간지"라는 이스라엘 땅에서 펼쳐진 하나님의 나라의 역사가, 그 비밀의 문이 비로소 열리는 듯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 부르심을 받는 아브람(아브라함)의 경우를 보자. 아브람이 떠났던 갈대아 우르는 "수메르인의 마지막 부흥기인 우르 3왕조의 수도인 우르"였을 것이라고 한다. 수메르 문명이 꽃피던 우르, 그곳의 "예술가들은 재능이 있었고, 건축가는 능숙했으며, 사업 또한 왕성했다"(126). 아브람은 이렇게 "문화적 수준이 높은 곳에서 훨씬 낮은 곳으로 떠나야 하는 상황"이었다. 삶의 터전을 버리고 하나님께서 지시할 땅으로 가라는 명령은 "결코 쉽지 않은 결단력을 요구했을 것이다." 지리와 역사 안에 성경의 무궁한 진리가 숨겨져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성경 이야기를 도표로 정리해주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성경 이야기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물론, 암기하기도 훨씬 쉽다! 내용을 다시 확인해야 할 때, 보충 공부를 할 때, 지도와 도표를 통해 내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매 단원마다 "단원 평가 문제"가 있다. 공부한 내용을 얼마나 숙지했는지 정리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며,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이 무엇인지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다.
성경은 읽기 어려운 책이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성도만큼 성경을 사랑하는 민족도 없다고 하는데, 좋은 교재를 통해 성경 말씀을 더욱 풍성히 알게 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다시 한 번 강력한 말씀의 부흥이 이 땅에 일어나기를 기도하며, 말씀을 아는 일에 게으르지 말자고, 이제 핑계할 수 없다고 나 스스로에게도 몇 번을 말해본다. 성경만큼 인류 역사, 모든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책도 없다고 한다. 신앙이 아니라 '교양'을 위해서라도 성경을 읽어보고 싶은 독자라면, 이 책을 길잡이 삼으라고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