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여행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 한 손엔 차표를, 한 손엔 시집을
윤용인 지음 / 에르디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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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세상은 나를 향해 아우성을 친다. 더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는 채찍질에 하루도 마음이 조용할 날이 없다. 나는 매일 세상의 요란함으로부터, 나를 노예 삼고 있는 생존의 고리로부터, 놓아주려 하지 않는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꿈을 꾼다. 그러나 물리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조용한 시간과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어쩌다 조용한 장소를 만나도 잡념만 가득해질 뿐이다. 고독해지고 싶은데, 병적인 외로움만 깊어 간다. 뾰족한 산꼭대기 위로 끝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저주받은 시지푸스처럼, 죽어라 산꼭대기로 밀어올린 바위가 다시 밑으로 떨어진 그 잠깐의 시간이 찾오면 똑같은 질문이 다시 나를 괴롭힌다. '나는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가? 어차피 다시 굴러떨어질 바위를 왜 다시 밀어 올려야 하지?' 그리고 다시 나를 노예 삼고 있는 세상과 마주할 때의 패배감이란.

 

토마스 아퀴나스는 "모든 영혼 안에는 행복과 의미 있는 삶을 향한 목마름이 있다"고 했다.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 내 안에 있는 그 목마름을 조용히 음미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나?', '이 세상 어디 쉴 곳이 있나?'라는 아우성을 잠재울 수 있는, 내 안으로 떠나는 고독한 시간, 그런 여행의 시간이 못견디게 그리울 때가 있다. <시가 있는 여행>의 저자는 "감상은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찾아오지만, 여행자는 가끔 그 감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가 시를 들고 떠나는 여행이고, 여행지에서 시집을 들었을 때 여행자는 시인이 된다고 말한다.

 

시집을 들고 떠나는 여행은 고독한 여행이었고, 낯선 세상에서 더 낯설게 느껴지는 나의 내면과 마주하는 시간이었다. 비워짐과 동시에 채워짐의 과정. 나를 비워냄으로써 새롭게 채워지는 시간이었다. 묶은 땅을 기경하듯, 내 마음 밭에 떨어진 상한 씨앗, 나쁜 씨앗을 골라내고, 탐스럽고 싱그럽게 열매 맺을 생각의 고운 씨, 시의 맑을 씨를 마음 밭에 다시 심는 작업의 시간이었다. <시가 있는 여행>은 그 구성이 독특하다. 여행의 감상을 잔잔하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있고, 시가 있고, 여행 정보가 있다. 철로의 서정을 느낄 수 있는 곳 항동, 생명의 소음이 있는 곳 광장 시장, 그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튀김 녹두전, 모둠 해물, 마약 김밥, 운동을 넘은 치유의 길, 제주 올레, 하늘에서 가까운 낙산 마을 이야기가 1장을 구성한다. <시가 있는 여행>은 여행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무엇인가를 묵상하게 하는 힘이 있다. 스마트폰, 컴퓨터 등등 시창각적 기계 문명의 발달로 상상력의 영역에 있는 것들이 시각화되면서 그 기능을 점점 잃어가는 듯한 상상력이 다시 되살아는 느낌이다.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빨리 익히고, 빨리 결과를 보고 세상의 속도가 앗아간 우리의 인내심을 다시 찾는 느낌이다.

 

<시가 있는 여행>은 느린 발걸음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천천히 걷는 걸음으로, 소나무를 음미하며 타인을 타인으로 인정하는 법을 배우고, 그림자가 쉬어간다는 곳(식영정)에서 고즈넉한 운치도 맛보고, 순환하는 자연의 봄을 느끼며 절망의 끝에서 찾아오는 인생의 봄을 찾고, 풀처럼 힘을 주지 않고 사는 법도 배우고, 갈대밭에서는 순응하는 삶도 배운다. 천천히 음미하는 일들이 지루하게 느껴지는 세상에서 <시가 있는 여행>은 소리 없는 반란이다. (저자가 인용한 보들레르의 시구처럼) "우리들을 비참한 일상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이 알 수 없는 열병", 그 여행의 힘이 함께 떠나자고 힘껏 나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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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감은 인간 - 상대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힘
리사 맥클라우드 지음, 조연수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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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적 사고를 타파하라!

 

 

2011년 <워싱턴 포스트>가 선정한 '이 시대 리더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비즈니스 북 5권'에 포함된 책이라고 해서 관심은 갔지만, 재밌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재밌다! 생각보다 몰입해서 읽었고, 팀원들과 식사를 할 때마다 이 책 이야기를 했다. 이 책에서 배운 것들을 들려주려고 말이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라는 것은 한마디로 '반쪽짜리 성공'만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책은 '내가 원하는 것만을 얻어내는 성공'은 결과적으로 승리가 아니라, 실패임을 가르쳐준다. 저자는 "A를 위해 B를 희생시켜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과 인식"을 경계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의 삶과 일을 절름발이 관계로 이끈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제시하는 대안은 이것이다. A와 B를 동시에 바라봄으로써 더 큰 C를 창출하는 관계를 모색하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진실의 삼각형'(the triangle of truth)이라고 부른다(35).

 

'진실의 삼각형'(the triangle of truth)은 직선의 양 끝에 서 있는 상대와 당신이 서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하나의 지점을 바라보는 것, 즉 '삼각형'의 구도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상대와 내가 함께 바라보는 그 꼭지점이 바로 나와 상대의 '비전'이며, 협상이나 협의를 통해서 서로의 의견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진실과 상대의 진실이 만나 '더 높은 수준의 해결책을 이끌어내는 자'가 곧 탁월한 리더이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은 나만 옳다는 생각, 나의 의견을 관철시키고야 말겠다는 불굴의 의지, 나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믿는 우리의 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바로 내가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구나 하는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이렇게 '한쪽 눈을 감은' 우리의 상태를 인지하고, '상대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특별히 이 과정에서 낙관주의와 비관주의를 경계한다. 흔히 낙관주의는 좋은 것, 비관주의는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적 사고 아래 나도 가급적이면 낙관주의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은 대책 없는 낙관주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처음으로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의 설명이 재밌어서 몇 가지만 그대로 옮겨보면 이렇다. 비관주의자들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 낙관주의자들에게 지치기 시작한다. 동시에 낙관주이자들도 비관주의자들을 '모든 사람의 진을 빼놓는 투덜이 스머프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낙관주의자들이 김칫국부터 마시는 것을 예방하고, 비관주의자들이 모든 음식에 초를 치고 다니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바로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68). 저자는 진실의 삼각형을 활용하기에 앞서 희망과 낙관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너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면 현실을 외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진실의 삼격형을 통해 A를 위해 B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둘을 통합하여 C라는 '더 높은 수준의 해결책'을 이끌어내려면 끔찍한 현재와 미래를 하나로 묶어내는 데 성공해야 한다. 우리(리더)가 직면하는 이중성은 '현실'과 '희망'이다. 현실과 희망을 결합한다는 것은,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낙관 아니면 비관으로 갈라지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낙관과 비관 사이에서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순한!)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짜증나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 우리는 쉽게 이분법적 사고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이분법적 사고에 더욱 쉽게 빠져버린다. 이분법적 사고에 빠지는 것은 곧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된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내 의견과 상대의 의견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강박은 우리의 인간관계를 제자리걸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의 발목을 자꾸 잡고 늘어지는 것은,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두 논점의 옳고 그름이 아니다. 상대의 생각과 우리의 생각이 양립할 수 없다는 고정관념이다"(226).

 

우리(리더)의 눈은 나의 의견이나 너의 의견이 아니라, 눈을 들어 삼각형의 정상을 향해 있어야 한다. 성공이란 단순히 목표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과 화합해 뭔가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내는 것이다. 성공을 바라보는 더 큰 관점, 그것이 바로 세상을 바꿔놓는 힘이다. 그러므로 리더는 삼격형의 양 끝과 가장 높은 꼭짓점을 모두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일상과 미래상을 하나로 통합할 줄 아는 사람, 그가 바로 (탁월한) 리더!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진실의 삼각형을 이루어낼 수 있을까? 저자는 승부를 뒤집는 두 가지 법칙을 소개한다. 하나는 두려움에 앞서 사랑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를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이 되면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으로 동화되기 어려운 이중성을 하나로 연결하는 데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다른 법칙은 '그리고'의 법칙이다. "모든 사람에게는 단점이 있고,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는 장점이 있다는 인식! 현실 '그리고' 궁극적 희망의 확고한 결합!", 이것이 바로 '그리고'의 법칙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는 '그러므로'라는 덫(함정)에 걸려 있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우리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우선하려고 할 때 '그러므로'라는 덫에 빠지고 만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녀는 항상 사소한 일에만 신경을 쓴다. 그러므로 그녀는 큰 그림을 볼 줄 모르는 사람이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교훈은, 또한 리더는 상대방의 사고방식을 깨우치는 데도 탁월해야 하는데, 이때 효과적인 방법이 '훌륭한 질문'과 '소소한 이야기'라고 한다. "훌륭한 질문은 우리의 사고력에 호소하고, 소소한 이야기는 우리의 감정에 호소한다. 하나는 두뇌와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마음과 관련된 것이다.  질문은, 더 큰 진실을 스스로 찾아보고자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그 진실을 오해 기억하다록 하는 것은 소소한 이야기들이다"(238).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은 수학적인 공식이나 과학적인 체계를 자랑하는 '화려한 이론'은 아니다. 체계적인 경영이론을 기대했다면, 그녀의 이야기는 동화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쪽 눈을 감은 인간> 안에는 놀랍도록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가 있다. 흔한 이야기지만 깊이 공감하게 되는 상황이 있고, 감춰진 이면을 꿰뚫어보는 (내 마음을 읽어내는) 예리한 눈이 있다.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 보여주는 통찰력은 일(사업)적인 관계 뿐만 아니라, 관계와 관계 속에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풀어주는 만능 열쇠로 작용할 듯하다. 한 번 더 읽으며 마음에 새기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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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 - 34kg을 감량한 이경영 박사의
이경영 글, 최승주 요리 / 조선앤북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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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으면서 하는 건강 다이어트!

 

내 기억이 맞다면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의 저자 이경영 박사는 '기적 감량'의 주인공으로 대중매체의 집중적인 관심이 쏟아졌던 최초의 인물이다. 그녀 이후 폭풍 감량자를 소개하는 방송이 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6개월만에 반쪽짜리 몸매가 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공부 때문에 돌볼새가 없었던 몸이었지만, 의사의 진단에 충격을 받고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다이어트에 성공했는지 들으며 과연 명문대생 답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음식을 조절하며 생활 속에서 작은 습관을 하나씩 바꿔나가는 다이어트가 그때 생각해도 참으로 지혜롭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밥을 먹으면 바로 자리에 앉지 않고, 웬만한 거리는 걸어서 다니고, 계단을 이용한 생활 다이어트를 이경영 박사에게서 처음 배웠다.

 

다이어트를 한 번쯤 시도해보았거나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먹는 것'이야말로 다이어트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이라는 사실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감량이 목표라면 운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다이어트 전문가들의 한결같이 말한다. 조절 없이 감량 없다고. 그런데 문제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오로지 다이어트에만 집중된 시간을 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외식'이라는 커다란 산이 버티고 서 있다. 이 거대한 산을 넘어가지 못하면 아무리 결심을 단단히 하고, 각오를 새롭게 다져도 다이어트는 요원한 일이 되고 만다.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은 바로 그 거대한 산을 뛰어넘을 수 있는 비법을 전한다. 그 비법은 바로 '도시락.'

 

 


 

다이어트 식단의 관건은 저칼로리, 저나트륨 식단!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이라고 하면 닭가슴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포만감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맛이 주는 즐거움까지 같이 얻기는 힘들다. 저칼로리, 저나트륨 식단도 맛이 주는 즐거움은 덜하지 모르지만, 적어도 다양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는 자유(?) 한가지만으로도 음식 조절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든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은 "상대적으로 저칼로리 식단으로 알려진 한식의 다이어트 효과를 높이려면 나트륨 함량을 걷어내야" 하는데, "이 책에서는 짜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도시락 반찬이 될 수 있는 메뉴" 72개의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150-500kcal까지 칼로리별 도시락 레시피를 소개하며, 여기에 더하여 "건강과 맛을 높이고 칼로리와 나트륨을 낮출 수 있는 재미있는 팁"까지 담아주어 '맛있게' 먹으면서 다이어트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주일 추천 식단을 보면 간식까지 챙겨주는 꼼꼼함이 돋보인다.


 

  

인터넷이 발달하다 보니 책이 아니더라도 다이어트를 위한 식단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만의 가장 큰 차별점이 있다면, "고도 비만, 상체 비만, 하체 비만, 저근육형 비만 등 한국인을 대표하는 여섯 가지 체형별 문제점을 해결해줄 상차림 전략과 운동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체형에 따라 식이요법 원칙이 다르고 운동 전략이 다르다. 그러니 체형에 따라 식단도 달라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체형별로 맞춤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지는 부분만 계속 빠지고 아무리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쪄 있는 부분은 변화가 없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상승한다.

 

 

 

 

 

<기적의 도시락 다이어트>는 일석삼조의 책이다.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식단과 레시피를 익힐 수 있어서 좋고, 다이어트가 아니더라도 건강한 반찬을 만들 수 있는 요리책을 하나 갖게 되는 셈이라 좋고, 건강까지 챙기면서 도시락을 쌀 수 있는 노하우를 배울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아닌가! 소개된 레시피 중에 동태전이나 베이컨과 같이 다이어트를 위해 멀리해야 할 것만 같은 재료도 있어 의아했다. 그러나 베이컨과 같은 경우 입맛을 달래기 위해 아주 가끔씩 조리에 사용하면서도 칼로리를 낮출 수 있는 노하우가 소개되고 있어, 꼭 다이어트를 목표로 하지 않아도 요리 상식과 건강하게 맛을 내는 비법까지 배울 수 있으니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사실 매일 도시락을 싸는 것도 일이라 이것조차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레시피를 보니 생각보다 간단해서 일단 안심이 된다. 밥과 반찬을 싸는 도시락뿐 아니라, '현미채소김밥', '닭고기토르티야랩', '호밀빵샌드위치', '불고기샌드위치' 같은 레시피도 있어 다이어트를 하며 군것질 하는 기분을 낼 수도 있고, 외출(나들이)이나 놀이를 갈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기적의 다이어트 도시락>의 저자인 이경영 박사의 집은 애기를 봐주시는 50대 이모까지 7kg 이상을 감량하는 등, 그 집 여자들이 다 날씬해져 이웃들도 신기해한다고 전한다. 가족이 고루 과체중이라면 식단에 문제가 있겠구나 하는 당연한 생각을 처음으로 해본다. 한 집안의 식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아진다. 다이어트에 상관 없이 요리책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어야겠다. 이제 방법은 알았고, 실천만이 남았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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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1
정은궐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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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못들다.

 

 

중, 고등학교 시절 책상 밑에 숨겨 두고 몰래 몰래 읽었던 소설이 있었다. 선생님께 발각되어 책이 압수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해야 했지만, 수업 시간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소설이 있었다. 이름하여, '하이틴 로맨스.' 주인공들이 운명처럼 만나고, 오해와 갈등 속에 서로의 마음을 속이다, 드디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그 클라이맥스와 만나기 위해 우리는 숨도 쉬지 않고 달리듯이 읽었다. 그렇게 선생님 몰래 친구들과 돌려보며 사랑의 환상에 젖어 가슴이 두근대던 시절이 있었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이후 같은 작가의 소설인데 그보다 더 재밌는 소설이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내게로 왔다. <해를 품은 달>, 독자들 사이에 불길처럼 번지는 소설이라 했다. 그런데도 오래 미뤄두고 읽지 못했다. 드라마로 방영이 되고, 첫 회부터 시청률 고공행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는 기사가 여기 저기서 쏟아져 나오고 나서야 겨우 손에 들었다. 아마도 '조선'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역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완전한 허구라는 것 때문에 '가벼운' 책이라는 선입견이 내게 있었던 듯하다. '이산'처럼 인물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주거나, '뿌리 깊은 나무'처럼 역사를 매개로 현실 정치를 비판하는 사극처럼 '무엇인가 교훈적인' 가르침, 의미있는 책읽기에 시간을 투자하고 싶다는 허세가 (읽기도 전에) 이 책을 가벼이 여기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런 감정을 가지고 책을 읽어본 적이 언제인지, <해를 품은 달> 이 책을 읽는 내내 나의 가슴은 두근대었다. 등장인물을 상상하며 괜히 혼자 설레였고,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사랑에 아파하는 주인공들의 대화 한 마디 한 마디에 내 가슴도 같이 울렁이며 요동치었다. 군주의 위엄을 품은 세자이면서 잘 생기기까지 한 순정남 훤, 자수보다 책을 더 사랑하는 총명하고 기품 있는 연우 낭자, 그 자체로 판타지가 되는 초절정 천재 꽃미남 염, 가장 강한 사나이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 안아주고 싶게 만드는 천하제일 검 운, 이 책을 읽으며 흘린 눈물은 모두 그를 위한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은 가여운 남자 양명군, 미워할 수 없는 민화공주, '사랑했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노래하는 시린 설의 사랑까지, 어떤 청춘의 사랑 하나도 눈부시지 않은 것이 없다. <해를 품은 달>은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이지만, 미스테리를 추적해들어가는 긴장감이 재미를 더한다. 성리학을 사회 지도 이념으로 삼은 조선의 궁궐에 존재했던 소격서와 성수청의 존재도 흥미롭다. 그리고 조선에 외척이 득세할 수밖에 없었던 제도의 허점도 처음으로 보였다.

 

사랑을 게임이나 놀이로 여기는 세태 속에 오랫만에 두근거리며 읽을 수 있는 로맨스 소설을 만나 반가웠다. 드라마까지 이슈 몰이를 하고 있는데, 원작이 가진 스토리의 탄탄함이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한다. 기품 있는 사랑, 이런 사랑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잃어버린 꿈 하나 다시 찾게 해주는 아름다운 로맨스, 이들의 사랑 이야기가 당분간 나를 잠못들게 할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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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와 뼈의 딸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
레이니 테일러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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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사랑이라는 것이 가능할까?

 

한쪽에서는 영원을 맹세하지만 한쪽에서는 사랑의 유효 기간을 이야기한다.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에게 누군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가 영원한 사랑이 있다고 믿는 것은, 길어야 백 년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서로를 포옹한 채 그대로 화석이 되어버린 연인의 사랑이 감동을 주기도 한다. 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찢기고 베이고 쓰라려도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또 다시 사랑을 꿈꾸게 되는 것은, 영원한 사랑에 대한 포기할 수 없는 신화가 우리 유전자 속에 꿈틀대로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옛날 옛적에 천사와 악마가 사랑에 빠졌다.

그 사랑의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2011 아마존 올해의 책 TOP 10, 2011 아마존 Teen Book 종합 1위, 2011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 2011 커커스 리뷰 올해의 Teen Book, 2011 퍼블리셔스 위클리 올해의 책, 2011 LA 공립 도서관 선정 올해의 책, 전 세계 25개국 판권 계약, 유니버설 픽쳐스 영화화 예정 등등 다 읊기에도 숨이 찰만큼 어마어마한 이력에 빛나는 이 책의 제목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연기와 뼈의 딸>, 이 책은 판타지 측면에서는 <해리포터>에, 로맨스 측면에서는 <트와일라잇>(시리즈)과 견주어질 듯하다. 한편으로는 <아바타>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하나의 트랜드로 여겨질 만큼 '판타지 로맨스'가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일까? 척박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일까? <해리포터> 또는 <트와일라잇>, <아바타>와 견주어질 <연기와 뼈의 달>의 '비주얼 쇼크'도 만만치 않다. 천사와 악마라는 오래된 신화와 결합된 이 판타지 로맨스는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켄타우로스처럼 '괴물'처럼 생긴 '악마'가 등장한다. 그런 모습을 하고도 몹시 아름답고 사랑스러워야 할 악마의 모습이 어떻게 영상으로 그려질지 기대가 된다.

 

사건의 전말이 모두 들어날 때까지 모든 이야기는 '복선의 지뢰밭'이다. 스포에 주의하며 이야기의 시작을 정리하면 이렇다. 프라하에 사는 17세의 예술 학교 학생인 주인공 '카루'는 신비한 소녀이다. 그녀에게는 이렇다 할 가족도 없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적도 없고, 질문을 피하는 데도 명수였다. 그녀의 친구들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가 다니는 학교에 카루의 스케치북을 열렬하게 숭배하는 무리가 있었는데, 그녀의 스케치북에는 기괴한 트레이드마크 캐릭터들이 넘실거렸기 때문이다. 카루의 스케치북에 등장하는 주요인물은 이렇다. "허리 아래로는 뱀이고 허리 위로는 인간 여자로, 카마수트라 조각 같이 동그랗고 완벽한 젖가슴을 드러내고, 천사 같이 아름다운 얼굴에 우산처럼 생긴 코브라의 목과 이빨이 있는 이사", "기린 목의 트위가", "인간의 눈과 앵무새 부리에 스카프 사이로 동그렇게 말린 오렌지색 털이 삐져나온 야시리", 그리고 팔과 거대한 상체만이 몸에서 유일하게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고, 허리 아래는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이며, 머리는 숫양과 비슷한 브림스톤"이 그들이다. 친구들은 이 모든 것이 터무니없이 기괴한 그녀의 상상력이 빚어낸 산물이라고 여기지만, 그것은 카루의 현실(진실)이었다. 느긋하게 미소를 지으며 진실을 말하면 사람들은 그 말이 정말이란 걸 믿지 않고 그냥 넘어가곤 했다. "만약 브림스톤과 이사와 트위가와 야사리가 가게에서 나온다면, 인간들은 그들을 괴물이라고 부를 것이다. 어쩌면 악마들이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그들은 스스로를 키메라라고 불렀다". 그러나 카루는 그들과 너무나 친숙하기 때문에 그들을 볼 때면 악마나 괴물이 아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아기 때부터 길러준 다정한 생물로 봐왔다.

 

카루는 평범한 예술 학교 학생이면서, 인간이 아닌 생물의 심부름을 다니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카루는 브림스톤의 가게에서 성장했는데, 아직도 거기가 어디인지 모른다. 브림스톤의 가게는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곳이다. 그리고 인간의 소원을 들어주는 대가로 브림스톤이 받는 화폐는 딱 하나이다. 그것은 금도 아니고, 수수께끼도 아니고, 친절도 아니고,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허튼소리도 아니고, 영혼도 아니다. 그것은 그 어떤 것보다 기괴한 것이다. 그가 받는 것은 바로 이빨이었다. 브림스톤은 살인자들에게 이빨을 사들이고, 카루는 브림스톤의 명령이 있으면 그 이빨을 사오는 심부름을 해야 한다. 카루는 '포탈'이라는 신비로운 문을 통해 브림스톤의 심부름을 다닌다. 포털은 수십 개의 도시로 열렸고, 카루는 심부름을 위해 그리고 때로는 그냥 재미로 그 도시들을 다 다녀 봤다. 세계 어디를 가건, 그녀 뒤로 문히 닫힐 때면, 가게와의 연결은 그걸로 단절되고 말았다. 어떤 마법이 작용하고 있든, 그 마법은 바로 그곳-또 다른 세상-에만 있으며, 이 인간 세상에서는 만들어 낼 수 없었다. 심지어는 카루조차 브림스톤의 기분에 따라 그곳에 들어갈 수 있었다. 괴물들을 사랑을 받으며, 겉으로는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지만, "마법과 수치심과 비밀들과 이빨과 자신에게 뭔가 빠져 있다는,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히는 깊은 상실감이 카루의 삶을 이루고 있었다. 카루는 그녀가 완벽하지 않다는 생각에 괴로워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 정확히는 몰랐지만, 그 느낌은 평생 동안 그녀를 따라다녔다. 그 느낌은 마치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데 그게 생각이 나지 않아 돌아버릴 것 같은 느낌과도 비슷했다." 마치 그녀가 살아야 할 삶이 따로 있다는 듯이 말이다.

 

 

 

"또 다른 세계가 있었다."

 

카루의 이러한 삶은 어느 날 포털에 찍힌 이상한 자국과 한 신비한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파열되기 시작한다.

 

그녀는 어째서 이런 괴물(악마)과 같이 살게 되었을까?

도대체 브림스톤이 사들이는 그 이빨들은 무엇에 쓰는 걸까?

가게 반대편에 있는 문은 뭘까? 그 문은 어디로 이어지는 문일까?

키메라는 정확히 어떤 존재이고, 어디서 온 것일까?

그녀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키메라들이 있을까?

그리고 그녀는 또 누구란 말인가?

그녀의 부모는 누구고, 어떻게 브림스톤이 그녀를 보살피게 됐을까?

어느 날, 포탈에 찍힌 그 검은 손도장의 의미는 무엇일까? 이 불길한 파국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어깨에 불타는 듯한 날개를 달고 있는 '아키바'는 또 어떤 존재인가?

아키바는 갑자기 왜 나타났으며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연기와 뼈의 딸>은 스스로 이야기의 윤곽을 드러날 때까지 독자들에게 계속해서 여러 개의 퍼즐 조각만을 나누어줄 뿐이다. 조각이 스스로 제자리를 찾아들어갈 때까지.

 

 

 

"옛날 옛적에 한 천사가 안개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악마가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미소를 지었다."

 

'카루'라는 이름은 악마의 언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연기와 뼈의 딸>은 천상도 지상도 아닌, "또 다른 세계"에 속한 천사와 악마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전쟁 안에 그들이 사는 세계가 통째로 갇혀 있었다. <연기와 뼈의 딸>은 다음과 같은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천사는 곧 선이고, 악마는 곧 악(괴물)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도전한다. "괴물들이 전쟁을 일으키는 것일까, 아니면 전쟁 때문에 괴물이 생기는 것일까?" '희망'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카루, 그녀의 사랑이 이 비극적인 전쟁을 끝낼 수 있을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기괴하고 흉칙한 생물체를 친숙하게(?) 그려내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일종의 종말론적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마법사와 기괴한 생명체가 등장하는 <해리포터>도 사랑은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 사이에 이루어지며, 뱀파이어와 늑대 인간이 등장하는 <트와일라잇> 시리즈도 사랑은 '인간'의 모습을 한 존재 사이에 이루어지며, 외계 생명체가 등장하는 <아바타>도 결국은 '같은 모습'이 되어 서로 사랑을 나눈다. 그런데 <연기와 뼈의 딸>은 여기서 한 발 앞서 나아간다. (영상으로 표현되는) 남녀 주인공은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극강 미모를 자랑하는 '인간'의 형상이겠지만, 인간과 짐승의 모습이 뒤섞인 악마의 형상을 어떻게 아름답게(?) 표현해낼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떠나) <연기와 뼈의 딸>, 한마디로 '트랜디한' 소설이다! 트랜디한 사랑의 감성이 전설이 되어 돌아왔다. 진부하나 진부하지 않은 전설. "마치 그는 장소이면서 사람이면서, 모든 이성에 반해서, 정확히 그녀가 있어야 할 곳이자 같이 있어야 할 사람처럼 느껴졌다."

 

시간과 공간과 존재까지 뛰어넘는 사랑, 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나게 된다는 운명적 사랑의 대전제, 또 하나의 전설로 남을 판타지 로맨스, 이 트랜디한 소설이 <해리포터>, <트와일라잇>, <아바타>의 돌풍에 이어 어떤 흥행의 광풍을 몰고올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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