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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100배 즐기기 - 유럽 28개국 158개 도시, '11-'12 최신 정보 수록 ㅣ 세계를 간다
홍연주 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쥰세이, 그거 알아?
피렌체 두오모는 연인들의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가 함께 올라가 주겠니? 피렌체 두오모에."
"먼 훗날? 먼 훗날 언제?"
"글쎄 한 10년 뒤쯤?"
"10년 뒤라, 그럼 우린 서른 살이잖아."
"21세기, 우린 변해있겠지?"
"우린 안 변해."
"정말?"
"우린 변함없이 함께 있을꺼야."
"그럼 쥰세이, 약속해줄래?
내 서른 번째 생일날은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알았어. 약속할께."
- 냉정과 열정사이 中에서 -
왜 꼭 유럽 여행이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피렌체 두오모가 그곳에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겠다. 피렌체 두오모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때문이다. <냉정과 열정사이>, 2001년도에 만들어진 이 영화가 재개봉된다는 소식에 묻어두었던 나와의 약속이 번뜩 떠올랐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10년 뒤, 나도 피렌체 두오모에 가야겠다고 했던 약속. 10년 후엔 내 옆에 누군가 있을까, 아직 혼자일까, 뭐 이런 상상도 함께했었는데, 여전히 난 혼자이지만 시간은 빠르게 10년을 흘렀다.
일생에 거쳐 지켜야 할 약속처럼, 평생을 기억해야 할 추억처럼,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다는 건, 나만의 은밀한 즐거움이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겠지만, 피렌체 두오모에 서서 '냉정과 열정사이' 엔딩 장면을 재현해볼 수 있다면 내 인생을 후회하지 않을 이유 하나 갖게 될 것 같다.

그러나 이유가 분명하다고 해도 쉽게 해외 여행을 떠날 수 없는 형편이다 보니 작정하고 떠나는 여행 "뽕"을 뽑아야 한다는 부끄럽지만 다소 쩨쩨한 계산이 앞선다. 어렵게 떠나는 여행, 이왕이면 유럽 일주를 하자! <유럽 100배 즐기기>는 유럽 28개국, 158개 도시의 여행 정보를 담았다.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아이스크림처럼, 여행지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더불어, 세계 지리와 그 특성에 대해 해박해지니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예를 들면, <유럽 100배 즐기기>를 통해 새롭게 빠져들게 된 곳, '풰센' 지역. "뮌헨에서 100km 정도 떨어진 로만틱 가도의 종점 퓌센은 동화처럼 아름다운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유명하다. 이 성은 디즈니랜드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판타지랜드 성의 모델이 되기도 했다. 바이에른 알프스 자락에 자리한 퓌센에는 호수가 많아서 산과 물, 그림 같은 성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즐겨 찾는다." 전에는 한 번도 가봐야겠다고 생각을 하지 못한 곳인데, 지금은 가보고 싶어 안달이 난다.

유럽 일주 여행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일정과 루트'를 결정하는 일일 것이다. <유럽 100배 즐기기>는 여행 일정을 가이드하며 해당 지역을 여행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 및 비용, 주의사항, 전체 여행 기간, 비용 및 준비물 등을 소개한다. 더불어, 이동 시간, 주요 교통편 주요 도시간 연결편 및 소요 시간 등을 중심으로 그 도시로 가는 교통 수단별 주의사항과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았다. 유럽 여행의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작자들이 '최상의 여행 루트'를 제안하는데, 'Best Course'를 통해서 도시별 볼거리, 효율적인 최상의 코스 및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어 나만의 일정을 계획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어준다.
이중에서 내가 고른 것은 '유럽 핵심 15일 일주'이다. 이 여행은 (point)영국, 프랑스, 스위스, 독일, 이딸리아 등 주요 5개국을 여행하는 기본 일정이고, (who)직장인이나 장기 여행이 힘든 사람에게 추천하며, (Route)런던 3일 + 빠리 3일 + 루체른(인터라켄) 1.5일 + 뮌헨 1.5일 + 로마 3일을 여행하는 코스이다. 여기에, "런던에서 대륙으로 갈 때는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인지 미리 결정하는 것이 좋다. 밤에 이동하는 유로라인은 숙박비와 시간이 절약되지만 몸이 힘들고, 유로스타와 비행기는 편한 반면 낮시간을 활용하기 어렵다. 요즘에는 저가 항공이 많기 때문에 미리 예약만 하면 환상적인 가격으로 도버 해협을 건너는 항공권을 구할 수도 있다"는 유용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구체적인 계획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유럽 100배 즐기기>는 여행의 형태, 식사해결 방법, 짐 꾸리는 노하우 등 꼼꼼하게 체크하며 지역 특성에 맞게 여행을 준비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것도 고맙기 그지 없는 정보이다. 예를 들면, 유럽의 화장실은 불편하기 그지 없단다. 화장실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빠리의 공중 화장실을 제외한 대부분의 화장실들은 유료이기 때문이라고. 저자가 일러주는 최선의 방법은 물이나 커피와 같은 음료를 최대한 자제하는 것! 아니면, 카페나 레스토랑에 들렀을 때 여유있게 시간을 보내면서 화장실에 반드시 다녀오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이 얼마나 세심하고 친절한 정보인가!
<유럽 100배 즐기기>를 보며 새삼 깨닫는 사실은 "아는 것이 많아 먹고 싶은 것도 많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혀 틀린 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는 것이 많아지니 가보고 싶은 곳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어렵게 떠난 여행에서 알짜를 놓치고 온다면 얼마나 허탈할까. 랜덤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놓쳐서는 안 될' 여행의 핵심을 콕콕 짚어준다는 데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랜덤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완소하는 가장 큰 이유가 이것이기도 하다. 따끈한 최신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는 것도 큰 도움이지만, 나와 같은 초보가 절대 후회하지 않을 여행을 즐길 수 있도록 가이드를 해준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