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의 영원한 안식 - 리처드 백스터의
리차드 백스터 지음, 스데반 황 옮김 / 평단아가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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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성도의 안식은 그리스도인의 최고의 행복한 상태다"(19).

 
천국을 간절히 사모해본 적이 언제인가? 몇 년 전, 사랑하는 대상을 잃었다. 내가 사랑했던 한 존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생명을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절실한 질문에 매달리게 되었다. 예수님을 영접한 이후, 그토록 간절히 천국을 소망해본 적이 처음이었다. 그때부터 천국은 내게 구체적인 실체가 되었다! 천국에 소망을 두고 살아간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조금 알 듯 했다. 천국에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면 당장 죽어도 좋겠다고, 아니 오늘이라도 당장 이 세상을 떠나 천국에 가고 싶다는 열망이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그 불꽃에 휩싸일수록 내 마음에선 회개의 기도가 터져나왔다. '하늘 소망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절실해질수록, '그동안 나는 도대체 무엇을 목표로, 무엇을 소원하며 신앙생활을 해온 것인가' 하는 깨달음이 내 영혼을 울렸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천국과 지옥을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촌스러운 일로 비춰진다. 그래서인지 교회가 천국을 잊어가는 듯하다. 강단에서도 천국과 지옥을 설교하는 일이 줄어들고 있으며, 성도들 사이에서도 내가 어렸을 때만큼 천국을 소망하는 찬양들이 많이 불려지지 않는 듯하다. 예배 중에 '천국'에 관한 찬양을 순서에 넣었다가 '장례식 때나 부르는 찬양'이라며 핀잔을 듣기도 했다. 리처드 백스터의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하나님은 어디 계시는가?", "천국은 실재하는가?"를 물으며 시작했던 존 로빈슨의 <신에게 솔직히>만큼이나 강렬하게 다가온다.

리처드 백스터의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먼저 이 책을 추천한 거장들의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존 파이퍼, 제임스 패커, C. S. 루이스와 같은 쟁쟁한 거장들이 극찬하고, 마틴 로이드 존스도 백스터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하니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1650년에 출판된 이후로 지금까지("천 년이 흘러도") 그리스도인들에게 뛰어난 영감과 통찰을 주는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고 한다.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건강이 악화되어 죽음 앞에 서 있는 한 젊은 목회자가 삶과 죽음을 헤매면서 어느 때보다 절실히 '천국'을 묵상하며 쓴 글이다.

"이스라엘 백성은 그들의 원수를 이기는 것보다 안식을 믿는 일을 훨씬 더 어려워했다"(17)는 첫 장의 가르침에서부터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날카로움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메시야를 통해 기대했던 것은 이 세상에서의 행복을 늘리는 것이었다"는 그의 지적은 현대 사회에도 여전한 현상이며, 어쩌면 이전보다 더욱 뻔뻔해지고 대담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소유를 다 팔아 천국을 사야 한다는 말씀을 알면서도, 우리는 오히려 천국을 팔아 이 땅의 소유를 더욱 늘리기 위해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가장 자본주의에 물들고, 자본주의에 타락한 단체가 교회라는 비난이 서슴없이 행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성도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향해가야 하는 '푯대'가 무엇인지 가르쳐준다. 영원한 안식, 그것이 우리의 삶의 목표이다. "그런즉 안식할 때가 하나님의 백성에게 남아 있도다. 이 결론은 모든 성도가 위로를 받을 근거이며, 그들의 모든 의무와 그들이 당하는 고난이 지향하는 목표다. 또한 모든 약속의 핵심이며 그리스도인의 모든 특권의 요약이다." 그런데 왜 많은 그리스도인이 안식을 즐기지 못하고 있을까? 왜 영원한 안식을 잊은 채, 마치 이 땅에서의 삶이 전부인 것처럼 살아갈까? 우리는 왜 그처럼 영광스럽고 놀랍고 소중한 천국을 소홀히 하며 살아갈까? 백스터는 이렇게 가르친다.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려는 마음을 꾸짖고 헛된 영광을 추구하는 생각에서 돌아서서 영원을 연구하고 내세를 생각하며 천국을 묵상해야 한다. 그것도 자주 깊게 해서 우리의 영혼에 하늘의 즐거움으로 가득 차게 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마련해주시고 약속해주신 영원한 안식을 강렬하게 바라며, 그것에 대한 생각을 즐겨야 한다!

영원한 안식을 소망하는 것은,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을 소유하는 것이며,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것이다. 백스터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택할 때 그는 안식을 얻을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하나님을 즐거워하는 것이 성도의 천국이듯, 하나님을 잃는 것은 불신자들의 지옥이다! <성도의 영원한 안식>은 복음의 진수를 보여준다. 복음의 선언은 강력하다. 가르침은 순수하고 정결하여 빛이 난다. 모든 것의 동인(動因) 되시는 하나님만 철저히 의지하고 순종하도록 이끌면서, 동시에 착하고 충성스러운 종으로 경주에서 승리하기까지의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켜준다.

"네가 받은 이 면류관을 보며 자격이 되지 않는 네 자신에게 감사하지 마라. 오직 영원토록 영광 받으실 여호와 하나님과 어린양께 감사하도록 하라"(31). 자격이 되지 않는 내 자신으로 인한 감사가 아니라, 오직 이 모든 것의 동인 되시는 하나님과 어린양으로 인해 감사하라는 말씀에서, 얼마나 철저히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하는지 다시 깨닫는다. 동시에 "우리가 주께 드릴 수 있는 것은 그 선물을 감사함으로 받는 것 외에는 없다"는 한 선언에서 우리가 누리는, 그리고 누리게 될 '영원한 안식', 그 무한한 은혜의 참 행복을 깊이 깊이 새겨준다! 혹시 신앙생활을 오래 하면서도 천국을 한 번도 진지하게 묵상해보지 못했다면, 성도로 살면서도 행복하지 못하다면, 이 책을 읽으며 깊이 묵상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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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추억 만들기 여행 100
랜덤하우스코리아 편집부 지음, 김미경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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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0개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여행하기 좋은 곳 100곳!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그래서 차도 없다. 차를 좀 오래타면 멀미도 한다. 태어나 처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에 갓난아이가 까무러치는 바람에 부모님도 혼비백산하시고, 할아버지는 아이가 좀 자랄 때까지 오지 말라 하셨단다. 내가 생각해도 참 촌스러운 사람이다. 사람이 촌스러우니 인생도 촌스러운가. 밋밋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스스로도 갑갑하여 여행이라는 탈출구 앞을 서성이면서도 한 걸음 떼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 기동력도 떨어지지만 겁이 많은 탓이다. 얼굴이 무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동생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낯선 세상은 언제나 두려움이다.

그래서인가.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살 수 없다는 저항이 밀려올 때면, 난 항상 기차여행을 꿈꾼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버스와 달리 언제라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디라도 닿을 수 있다는 것, 야간 열차를 타면 잠잘 곳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래서 무박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돌발 여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커다란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도 좋고, 경쾌하게 달리는 속도도 좋도, 버스처럼 자주 신호등에 멈춰서지 않아도 되고, 길이 밀릴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 때마다 죽은 듯이 잠만 잤다. 그러던 어느 해, 다시 휴가를 받았고, 미친 듯이 잠을 자다 문득 눈을 떴는데, 이렇게 살다가는 질식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비명이 소리없는 눈물이 되어 흘렀다. 그날 난 가방을 쌌다. 그리고 청량리로 갔다. 몇 해 전, 정동진을 가기 위해 친구와 나섰다가 청량리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와야 했던 날을 기억했다. 해가 뜨는 걸 봐야겠다는 생각에 막차표를 끊었다. 문제는 그날 나의 일탈(?)이 의도치 않게 소문이 났고, 막차 시간 즈음에 친구 둘이 양손에 어린 아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나타나는 바람에 가족여행(!)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오는 바람에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는지 친구들은 요즘도 그때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문득 떠나보자고 말이다. (아이들도 다 커서 이젠 데려가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구슬리며!!!)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제목만 들어도, 표지만 보아도 설레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철도 저 끝에 옛사랑이, 새로운 사랑이, 잃어버린 꿈이, 새로운 꿈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울렁임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전국 10개 철도 노선"을 따라 "관광지 100곳"을 안내하는 책이다. 험준한 산을 넘기 위해 기차를 기계로 끌어올리는 인클라인 방식이나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스위치백 선로를 타고 달리는 재미가 있는 영동선 열차, 막힘 없이 드넓은 곡창지대를 풍요러베 달리는 호남선, 중, 남부의 대도시를 두로 관통하는 경부선, 터널과 다리가 많은 중앙선, 호남평야를 가로질러 동부 산간지방을 달리는 전라선, 수학여행의 추억이 깃든 동해남부선, 충청도 특유의 소박한 즐거움이 있는 장항선, 충북선, 도시인들(서울)에게 하루의 일탈을 선물하는 경의선, 경춘선, 이렇게 10개의 철도 노선을 따라 추천하는 여행지 100곳의 사진과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간략하게 수록되어 있다. 


 





전문 사진 작가가 담아낸 풍경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게 하는 창량감이 있고, 지금이라도 당장 사진의 풍경 속으로 풍텅 뛰어들고 싶을만큼 어딘지 고즈넉한 매력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으로 미리 맛보는 여행지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철도 노선별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 꼭 가보고 싶은 곳, 선뜻 떠날 수 있겠다 싶은 곳, 부모님과 같이 가면 좋을 곳 등등으로 분류해가며 마음이 저혼자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차여행의 낭만"보다 "주변 여행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뒤에 부록으로 실린 '한국 철도 노선도'를 제외하면 기차여행의 맛이 잘 살지 않는다.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에서도 교통편의 경우, 간혹 내린 기차역이 아닌 곳을 거점으로 교통편이 소개되어 있는 곳은 여행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떠나지도 않은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동선을 다시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구나 마음에 새겨두고, 기차여행을 계획하며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궁금할 때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특히 실용적인) 여행서로 인기와 신뢰를 쌓고 있는 랜덤하우스의 책이니 계속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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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회 - 평등이라는 거짓말
대니얼 리그니 지음, 박슬라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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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언제나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이 당연한 진실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공평하다고 믿는다"(167).

 
월가 점령 시위가 한달째 지속 되는 것에 맞춰, 인터넷을 중심으로 반금융자본 시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 금융심장부도 시위대에 '점령'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한국에서도 소수만을 위한 금융자본의 탐욕과 불의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를 미리 내다보기라도 한 듯이 <나쁜 사회>의 저자 대니얼 리그니는 "미국의 경우, 불평등이 심화되는 시기에는 언제나 그에 대항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곤 했다. (...) 앞으로 이런 저항은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될 것이다"(181)라고 전망했다. 로버트 머튼이 명명한 '마태 효과'를 중심으로 사회적 불평등의 역학을 파헤친 저자는 이 책의 의의를 이렇게 요약한다. "마태 효과와 그 치명적인 결과에 대한 인식과 지식이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우리 시대의 사회과학자들과 정책입안자, 그리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 보다 진지하고 수준 높은 논의가 진행될 것이며 그에 따라 21세기에 더욱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에 맞서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이 양극화에 대한 진지하고 수준 높은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며, 우리는 지금 올바른 선택과 행동의 기로, 그 한 가운데에 서 있다. 그러니 지금 우리 손에 <나쁜 사회>가 던져졌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가.

저자는 우리가 처하게 되는 사회적 불평등을 이렇게 비유한다. "어떤 사람들은 투 스트라이크를 맞은 상태로 인생을 시작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난 주제에 자기가 3루타를 쳤다고 생각하며 산다"(25). 얼마 전, '대기업에 들어가는 방법'이라는 풍자 개그 대로, 10시간씩 시급 4320원을 받고 숨만 쉬고 일하는 사람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30세에 손쉽게 상무가 되는 회장 아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쁜 사회>는 이것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위는 더 나은 우위를 가져오고 열위는 더 못한 열위를 가져옴으로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이러한 현상을 '마태 효과'라고 불렀는데, 마태복음 13장 12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하게 되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라는 구절을 빌려온 것이다"(13).

머튼의 연구는 '과학 부문의 보상체제'를 연구하는 데 초점이 있었는데, <나쁜 사회>는 누적 우위 연구를 과학사회학 분야로만 제한했던 장벽을 허물고 거의 모든 학문 분야에서 마태 효과를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탐구의 장을 열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한다(45). 저자는 과학과 기술 분야의 마태 효과, 경제 분야의 마태 효과, 정치와 공공정책 분야의 마태 효과, 교육과 문화 분야의 마태 효과를 분석하며 이러한 시도가 "서로 고립되고 단절되어 있었던 연구 분야들을 연결하여 하나의 담론으로 통합하는 과정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나쁜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되는 마태 효과의 차이점이 아니라 '공통점'에 주목한다(47). 다른 말로 하면, 마태 효과의 역기능에 보다 중점을 두고 불평등 현상이 진행되는 매커니즘과 심화 과정 탐구이다. 저자는 사회적 불평등의 역할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마태 효과'는 반드시 끼워 맞춰야 할 잃어버린 퍼즐 조각이라고 역설하는데, 마태 효과가 폭노하는 불평등이란 일단 존재하게 되면 영속적이고 자가증식적인 특성을 발휘하게 되고, (외부의 힘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그 결과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더 커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문제는 선취가 우위가 자가증식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쉽게 '복리'에 비유하여 설명하는데, 이러한 자가증식적 고리를 가진 '우위 누적'은 우위가 다시 우위로 이어져 수혜자들의 기회구조를 확장하고, 그럼으로써 더 많이 가진 자들과 더 적게 가진 자들 사이의 격차를 넓히는 원인이다. <나쁜 사회>는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은 보다 큰 성공을 불러오고 실패는 더욱 큰 실패로 이어지는 경향을 분석한다. '성공할 기회가 있다는 것'과 '성공할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실감나게 배울 수 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이처럼 초기의 조건 자체가 불평등할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특권이 주어진 조건에서 명백한 우위를 선점한 채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미국인들은(미국인들의 의식만 이런 것은 아니리라) 자신이 평등한 기회의 땅에서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살고 있는 데는 다 그만한 까닭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부자는 부지런하기 때문이라는 식의.) 왜 그럴까? (미국인의 경우 그들의 오랜 종교적 신념이 그 기저에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어쩌면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비밀'이 폭노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투 스트라이크를 맞은 상태로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은 이 '불편한 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애초에 이렇게 생겨먹은 사회라는 자각은 희망을 거세하고, 희망을 빼앗긴 마음은 힘 없는 분노에 시달려야 할 테니 말이다. 

이러한 '마태 효과'의 역효과(역기능)를 축소하거나 타파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몇 가지 대항력(마태 효과를 억제할 수 있는 힘)을 설명하는데, 평균으로의 회귀, 천장 효과, 바닥 효과, 세대 간 분산, 낙수 효과, 평등주의운동, 정부의 개입, 이타주의와 계몽된 이기주의 등의 개념을 배우며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어 좋았다. <나쁜 사회>는 대중적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이론적 연구서적에 가깝기 때문에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을 때, 그 재미가 더 하리라 생각된다. 한 가지, 계속해서 지워지지 않는 이 찜찜함은, 더 많이 가진 자와 더 적게 가진 자 사이의 격차가 하나의 사회적 현상을 넘어 세계적으로 조직적으로 글로벌하게 진행되고 있는 음모일지 모른다는 불안한 그림자가 스멀스멀 자리를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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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생활의 발견
와타나베 쇼이치 지음, 김욱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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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가?"(39)
(이 책의 가르침대로 한다면) 이 한 줄의 질문으로 당신의 지적생활을 진단하는 것이 가능하다.

 
'격변', '급변'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만큼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런 세상에 "20여 년간 이론 학계의 격찬을 받은 자기계발의 고전"이라는 문구가 흥미롭다. 그것도 사회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자기계발' 분야의 고전이라니! 이 책이 던지는 질문, "지적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도 흥미를 자극했지만, 스스로 품게 된 의문 즉 "자기계발 분야에서도 고전이라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었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일본인다운' 기질이 엿보인다. 일본인 출판 관계자에게 들었는데, 일본 사람들은 자기계발서와 같은 경우  "~하는 100가지 법칙", "~하는 70가지 방법" 등과 같이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정리한 책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런 방식으로 쓰여진 책은 아니지만 <지적생활의 발견>도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쉽게 그려낼 수 있을 만큼 목차가 일목요연하다. 저자는 지적정직(知的正直, Intellectual Honesty)이라는 영어 표현을 소개하며 "진리에 충실한 마음"을 설명하는데, 경험에서 우러한 진솔한 교훈을 충실하게 풀어놓은 <지적생활의 발견> 안에 바로 그처럼 '진리에 충실한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지적생활에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지적생활에 대한 각오를 다지고, 구체적인 첫발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서재는 창문 없는 방이 좋다거나, 지적생활을 위해서는 독신으로 사는 것이 괜찮다거나, 지적(두뇌)활동을 위해서는 맥주보다 와인이 좋다는 등 언뜻 보기에 "참 별 것 아닌 것"까지 챙기는 꼼꼼함이 있다. 그 시시콜콜함 때문에 무엇인가 철학적인 사상이나 학문적 체계, 깊이 있는 이론을 찾는 독자에게는 다소 싱거울 수도 있겠다.

<지적생활의 발견>에서 길어올린 가장 신선한 가르침은 "반복읽기가 독서의 질을 높인다"는 것이다. 한 번 본 영화도 두 번 챙겨 보는 일이 없는 나에게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정독하는 일이 시간 낭비로 느껴졌었다. 시험 공부를 위한 독서가 아니라면, 필요한 자료를 찾기 위해 다 읽은 책을 뒤적이는 일이 있어도 같은 책을 계속 반복해서 읽는 습관 따위는 없었다. 성경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그러나 <지적생활의 발견>은 책을 되풀이하여 읽는 것의 중요함을 강조하며,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반복해서 읽고 있는 책을 몇 권이나 가지고 있는가?(39) 저자는 "나만의 고전을 만들라"고 조언하는데, '나만의 고전'은 반복하여 읽을 때 만들어진다. 즉, 반복하여 읽을 책을 만나고 그 책을 반복하여 읽을 때 나만의 고전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책을 여러 번 읽으면서 진정한 재미를 느낄 때 독서는 비로소 진정한 취미가 될 수 있다"(37). "책을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책이 곧 나를 말해주는 것이다. 즉, 나만의 고전을 만드는 것은 곧 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40). 이 책을 읽고 당장 나의 책장부터 다시 정리를 했다. 가장 넓은 칸을 차지하고 있던 소설을 모두 치우고 빈 공간을 확보했다. 반복해서 읽고 싶은 책, 즉 "나만의 고전"으로 책장을 채우고 싶은 조바심으로 마음이 울렁거렸기 때문이다.

"정보 수집의 불필요성"에 대한 조언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저자는 정보를 수집한다는 명목으로 신문이나 잡지 등을 오려내는 일을 말리며, 단순히 책 내용을 요약하는 정리노트도 만들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런 작업을 하면 쓸데없이 시간만 많이 잡아먹게 되기 때문이다. 칼 히티나 로저 키싱 같은 도서의 대가들은 신문을 읽는 시간마저도 아까워했다고 하니, 마음이 후련해진다. 책꽂이에 책이 쌓일 때마다, 정리노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제때 그걸 하지 못하는 게으름에 대한 자책이 마음을 꽤 무겁게 내리눌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아이의 공부방보다 부모의 서재가 먼저"라거나, 자신만의 지적공간(서재)을 갖는 것이 삶 전체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 것도 큰 수확 중의 하나이다.

저자는 다음과 같은 한 시인의 말을 인용하여 지적생활의 고독을 이야기한다. "세상 사람들과 함께할 때는 그 시대에 살게 되는 것이지만, 고독한 시간을 가질 때는 모든 시대에 사는 것입니다"(204). 지적생활,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매력적인 삶이 아닐 수도 있다. 그것은 지난한 "과정" 속에 있으며, 그 지난한 과정 자체가 바로 지적인 삶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한 번쯤은 욕심내는 삶이지만 그 참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세계, 환상이나 허영 따위는 통하지 않는 참 정직한 세계라는 생각이 든다. 

<지적생활의 발견>은 쉽게 읽힌다. 재밌게 읽으면서, 지적인 만족, 책을 읽으며 보내는 삶에 대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좋았다. 이 책은 지적생활에 대한 '자극제'는 아니어서, 지적생활을 하고 있거나, 관심이나 호기심을 가진 독자에게 더 의미있게 다가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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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표현 수다사전
나가오 카즈오 & Ted Richards 지음 / 두앤비컨텐츠(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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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수다 한번 떨어 봐?!

 
드디어 '영어' 없이 살아도 괜찮은 일상을 보내는 중이다. 어차피 입시 때문에 시작한 영어 공부, 시험 볼 일도 없는 요즘, 여행이 아니면 외국에 나갈 일도 없으니 지금이야말로 해방을 외치며 영어하고는 이제 바이바이를 해도 좋을 때다. 그런데 시간에 여유가 생기니 오히려 이제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뭘 좀 하려고 하면 늘 장애물처럼 따라다니던 영어, 필요할 때마다 임기응변식으로 공부를 한 탓에 투자한 시간에 비해 실력은 언제나 제자리 걸음이다. 시험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이나 매체를 통해 영어를 멋지게 구사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영어를 유창하게 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건전한 욕구 때문일까. 전에는 영어 교재만 봐도 머리가 지끗지끗 아픈 것이 스트레스 그 자체였는데, 지금은 좋은 교재에 대한 욕심이 생긴다.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절실하게 깨닫는 것은 '영어'는 '말'이고,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법규를 외우듯 영문법을 암기하고, 암호를 풀듯 영문장을 독해하고, 모형 조립을 하듯 영작을 하느라 그 많은 시간을 소비했을까. 그러느라 영어를 그렇게 오랜 시간 붙잡고 있었는데도 제대로 된 의사표현 하나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억울할 뿐이다.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한 지금은 '입'을 떼는 훈련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다. 

 



 

유창한 영어 구사를 목표로 '입' 떼는 훈련을 하면서 지금까지 내가 만난 최상의 방법은 말의 '패턴'을 연습하는 것이다. 통문장을 암기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지만, 암기와 응용에서 큰 차이가 난다. 패턴을 익히면 그 패턴을 응용해서 스스로 다양한 표현을 확장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대화 내용'을 암기하는 것보다 패턴을 익히는 것이 입을 떼는 데는 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랜덤하우스코리아의 어학 전문 브랜드인 두앤비컨텐츠의 <영어 표현 수다 사전>은 여기에 한 가지 장점이 더 추가된다. 한 주제 안에서 6가지로 확장된 표현을 익히 후, 다음 과로 넘어가면서 또 한 번 표현의 확장이 이루어진다.

예를 들면, 'part 1'의 1-1에서는 '지금 ~하려던 참이야, 지금 ~하는 중이야'에 관한 표현 6가지를 익힌다. 
1-2에서는 '지금 ~하고 있어'에 관한 6가지 표현을 익힌다.
한 주제 안에서 관련 패턴 6가지를 익힌 후, 다음 과에서 관련이 있는 패턴을 익히는 방식이다. 
다른 예로 설명하면, '잊어버렸어, 생각이 안 나'(1-8)에 관한 6가지 표현을 익힌 뒤, 
다음으로 '생각났다!'(1-9)에 관한 6가지 표현을 익히는 방식이다. 







 
<영어 표현 수다 사전>은 총 4개의 파트(기본적인 수다떨기, 기분에 따라 수다떨기, 묘사하며 수다떨기, 상황별로 수다떨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중 '기본적인 수다떨기'와 '기분에 따라 수다떨기'가 이와 같은 연상 방식으로 구상되어 있다(중간에 주제가 전환되는 부분도 있지만). 말의 '패턴'을 익히면서, 또 서로 관련된 패턴으로 확장되는 방식이라 암기에 훨씬 효과적이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더 욕심을 내자면, mp3 파일에 하나의 패턴을 연습할 수 있는 예문이 3개 정도 제시되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반복적으로 들으면서 저절로 암기가 가능하도록 말이다. 예를 들면, "I'm on my way"(~하는 중이다. 도중이다)를 응용한 1개의 예문이 제시되어 있는데, 이 표현(패턴)을 연습할 수 있는 예문이 3개 정도 되면 암기가 훨씬 수월할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영어 표현 수다 사전>만의 또 다른 장점은 일상적인 대화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표현 패턴을 익힐 수 있다는 것이다. 'part 4' 상황별로 수다떨기는 "앞에 나왔던 표현들을 활용해서 집에 있을 때나 회사에 있을 때, 자유 시간 등 다양한 상황에 맞춰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재잘거려 보라"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여기에 이런 예문에 있다. "오제 못 보고 지나쳤던 '소녀시대' 콘서트를 오늘 재방송한대. 운이 좋네!" 영어 표현을 익히고 그 뜻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공부한 후,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영어 표현을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운이 좋네"라는 간단한 말도 "What a lucky break!"로 자동 연결이 안 되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공부였다. "앗, 라면이 퍼졌잖아. 뭐지? 쫄깃쫄깃한 면발로 주문했는데?"(Hey, the noodles are soggy! What's up? Didn't order al dente?)와 같이 영문장을 해석할 때보다, 떠오른 생각을 영어로 옮기려고 할 때 더 당황하게 되는 표현들을 익히는 재미가 있다. 연설문이나 교과서식 문장을 연습하는 것보다 훨씬 흥미롭다. 어떤 것들은 수다 표현이 맛깔스러워서 영어문장보다 우리말 표현이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욕심을 부리면 쉽게 지친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기 때문에, 욕심을 쫙 빼고 하루에 한 표현만이라도 정확하게 익히자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이미 확실하게 알고 있는 표현은 X자로 지워나가는 맛도 있다. 일상적인 '수다'를 위한 표현이어서 그런지 한 문장을 익히면 옆 사람에게 영어로 재잘거려 보고 싶은 충동이 이는 것도 영어 표현을 익히는 데 한몫한다. 여러 모로 '여유를 가지고' 공부하기 좋은 교재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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