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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추억 만들기 여행 100
랜덤하우스코리아 편집부 지음, 김미경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 10개 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여행하기 좋은 곳 100곳!
아직 운전면허가 없다. 그래서 차도 없다. 차를 좀 오래타면 멀미도 한다. 태어나 처음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 길에 갓난아이가 까무러치는 바람에 부모님도 혼비백산하시고, 할아버지는 아이가 좀 자랄 때까지 오지 말라 하셨단다. 내가 생각해도 참 촌스러운 사람이다. 사람이 촌스러우니 인생도 촌스러운가. 밋밋하고 단조로운 일상이 스스로도 갑갑하여 여행이라는 탈출구 앞을 서성이면서도 한 걸음 떼기가 이렇게 힘이 든다. 기동력도 떨어지지만 겁이 많은 탓이다. 얼굴이 무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남동생의 격려(?)에도 불구하고 낯선 세상은 언제나 두려움이다.
그래서인가. 끝없이 돌을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처럼 살 수 없다는 저항이 밀려올 때면, 난 항상 기차여행을 꿈꾼다. 목적지를 향해 가는 버스와 달리 언제라도 내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어디라도 닿을 수 있다는 것, 야간 열차를 타면 잠잘 곳을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래서 무박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돌발 여행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커다란 창밖으로 흘러가는 풍경도 좋고, 경쾌하게 달리는 속도도 좋도, 버스처럼 자주 신호등에 멈춰서지 않아도 되고, 길이 밀릴까 염려할 필요도 없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몇 년 동안은 1년에 한 번 있는 휴가 때마다 죽은 듯이 잠만 잤다. 그러던 어느 해, 다시 휴가를 받았고, 미친 듯이 잠을 자다 문득 눈을 떴는데, 이렇게 살다가는 질식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비명이 소리없는 눈물이 되어 흘렀다. 그날 난 가방을 쌌다. 그리고 청량리로 갔다. 몇 해 전, 정동진을 가기 위해 친구와 나섰다가 청량리역에서 소매치기를 당하는 바람에 그냥 돌아와야 했던 날을 기억했다. 해가 뜨는 걸 봐야겠다는 생각에 막차표를 끊었다. 문제는 그날 나의 일탈(?)이 의도치 않게 소문이 났고, 막차 시간 즈음에 친구 둘이 양손에 어린 아이들을 하나씩 데리고 나타나는 바람에 가족여행(!)으로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 게다가 부슬부슬 비까지 오는 바람에 고생을 좀 했지만, 그래서 더 기억에 남았는지 친구들은 요즘도 그때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문득 떠나보자고 말이다. (아이들도 다 커서 이젠 데려가지 않아도 된다고 나를 구슬리며!!!)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 제목만 들어도, 표지만 보아도 설레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 기차를 타고 떠나는 철도 저 끝에 옛사랑이, 새로운 사랑이, 잃어버린 꿈이, 새로운 꿈이 동시에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은 울렁임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전국 10개 철도 노선"을 따라 "관광지 100곳"을 안내하는 책이다. 험준한 산을 넘기 위해 기차를 기계로 끌어올리는 인클라인 방식이나 지그재그로 올라가는 스위치백 선로를 타고 달리는 재미가 있는 영동선 열차, 막힘 없이 드넓은 곡창지대를 풍요러베 달리는 호남선, 중, 남부의 대도시를 두로 관통하는 경부선, 터널과 다리가 많은 중앙선, 호남평야를 가로질러 동부 산간지방을 달리는 전라선, 수학여행의 추억이 깃든 동해남부선, 충청도 특유의 소박한 즐거움이 있는 장항선, 충북선, 도시인들(서울)에게 하루의 일탈을 선물하는 경의선, 경춘선, 이렇게 10개의 철도 노선을 따라 추천하는 여행지 100곳의 사진과 여행에 필요한 정보가 간략하게 수록되어 있다.


전문 사진 작가가 담아낸 풍경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게 하는 창량감이 있고, 지금이라도 당장 사진의 풍경 속으로 풍텅 뛰어들고 싶을만큼 어딘지 고즈넉한 매력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사진으로 미리 맛보는 여행지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철도 노선별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 꼭 가보고 싶은 곳, 선뜻 떠날 수 있겠다 싶은 곳, 부모님과 같이 가면 좋을 곳 등등으로 분류해가며 마음이 저혼자 계획을 세운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기차여행의 낭만"보다 "주변 여행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뒤에 부록으로 실린 '한국 철도 노선도'를 제외하면 기차여행의 맛이 잘 살지 않는다. 여행지에 대한 간략한 정보에서도 교통편의 경우, 간혹 내린 기차역이 아닌 곳을 거점으로 교통편이 소개되어 있는 곳은 여행자를 당황스럽게 한다. 떠나지도 않은 기차역에서 길을 잃은 기분이라고나 할까. 동선을 다시 알아봐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기차타고 떠나는 낭만여행>은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있구나 마음에 새겨두고, 기차여행을 계획하며 주변에 가볼만한 곳이 궁금할 때 참고하면 좋을 듯 싶다. (특히 실용적인) 여행서로 인기와 신뢰를 쌓고 있는 랜덤하우스의 책이니 계속 업-그레이드 되기를 기대해본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