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 올리브 빛 작은 마을을 걷다
백상현 글 사진 / 시공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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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질투가 났다. 

 
'버킷 리스트'(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를 작정하자고 하면 꼭 들어가는 항목이 있다. 바로 여행이다. 그러나 가봐야 할 곳은 많고, 인생은 짧고, 돈은 없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는 것! 본격적인 휴가철이 지나고 삼삼오오 모이기만 하면 여행 이야기가 한가득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다녀온 여행 이야기보다 다음 계획을 먼저 이야기한다. 다음 나의 목표는 바로 로마를 경유한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을 보며 혼자 외쳤다. "바로 이곳이다"라고.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정말 질투가 날 정도로 아름답다. '소도시' 여행이라고 해서 소박한 정겨움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문명과 자연의 하모니가 연출하는 최고의 화음"(120)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소도시 맞아?' 그렇다, 잊고 있었다. 이곳이 한때 화려한 역사의 중심, 문명의 중심, 인류의 중심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패션 오브 크라이스>의 촬영지(40),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 1위로 선정했다는 아말피 해안(77), 괴테가 이곳을 빼놓고는 이탈리아를 완전히 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는 시칠리아(109), 이 모두를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에서 만났다.

비현실적일 정도로 아름다운 동화 같은 풍경에 눈앞에 펼쳐지고, 고대의 시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신전의 계곡, 고대 그리스의 원형 극장, 세계적인 문화유산,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눈부신 자연 앞에, 진심으로 '이탈리아'에 질투를 느꼈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도시를 구석구석 여행하는 '특권'을 누리며 이렇게 예쁜 글과 사진을 담아 책자를 만들어낸 저자에게도! 남부의 바닷가, 가장 오래된 약국, 시장, 노천 레스토랑, 중세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마을, 바로크풍 건물, 광장, 대성당까지 의미가 없는 곳이 없고, 설레이지 않는 곳이 없고, 신비롭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에 서면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인도에 깔린 오래된 돌들까지 하나의 의미가 된다.

모든 곳에 시선이 머물렀지만, 유난히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들의 주거지였다. 첫 장에서 만난 이탈리아 남부의 풍경은 그야말로 동화 속 세상이었는데, '트롤로'라고 불리는 이 지역 특유의 주거지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독특한 원추형 모양의 돌집들이 동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데, 사실은 그 안에 서글픈 서민의 삶이 녹아 있다. "옛날에는 주택에 대해 부과되는 세금이 너무나 과했기 때문에, 가난했던 이곳 주민들은 단속 관리가 나올 때면 얼른 집을 부수기 위해 이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돌을 이용해 트롤로를 짓게 되었다고 한다"(14). 시선을 끄는 또다른 주거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마테라의 동굴 거주지, 사시(Sassi)이다. 영화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에서 에수가 십자가를 지고 힘겹게 올라가던 돌계단이 바로 그곳이라는데, 폐허 같은 협곡을 따라 바위 위에 일군 경이로운 삶의 터전이 장관이다. 저자는 이곳에 가면 "고대의 시간 속으로 갑자기 툭 떨어진 듯한 착각"(39)이 든단다. 그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탈리아 소도시 여행>은 시인의 언어라고 해도 될 만큼 감각적이다. 감정을 자극하는 글과 사진이 일상에 찌들인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뭍어버린 꿈을 다시 꿈틀거리게 한다. 이 책이 나의 무엇을 건드렸는지, "바로 여기였어!" 하는 확신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최우선 순위로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 바로 이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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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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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1953년인 줄 아는 사람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낯선 집 욕실 거울을 보며 거울에 비친 자신이 10대 소녀가 아니라 중년 여자임을 알게 된 여자, 낯선 집이 자기 집임을 알게 된 정신병자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섬뜩함에 사로잡혔다"(423, 작가의 말 중에서).

기억상실증을 소재로한 작품은 많다. 그러나 "하루만 지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순간순간 기억상실증 환자가 경험하는 혼란과 두려움과 슬픔을 깊이 있게 묘사한 작품은 많지 않다. 기억이 하루밖에 지속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나 <첫키스만 50번째>와 닮아 있다. 그 지속되지 않는 '기억'을 중심으로 미스테리를 구성하고 풀어가는 방식은 <메멘토>를 닮았다.

"기억 상실이 사람을 얼마나 무력하게 만드는지, 경험을 불러내는 능력이 자아 감각에 얼마나 중요한지, 자신의 과거를 알지 못하고 시간에 붙들려 있는 것이 얼마나 곤혹스러운 일인지 알고 거듭 충격을 받았다"(424, 작가의 말 중에서).

 <내가 잠들기 전에>는 '기억'을 '잃어버림'으로써, 그것이 정체성과 자아감각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오늘' 나는 살아있지만, '어제'를 산 기억이 없다면? 까맣게 잊어버리고 싶은 지독한 순간의 기억마저, 현재의 나를 있게 하는 토대가 된다는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리스틴(크리스)은 낯선 방, 낯선 사람 옆에서 잠을 깬다. 주름진 자신의 손을 발견하고 숨이 턱 막히고, 거울 속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질식할 듯한 헐떡임이 튀어나온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눈물을 흘리며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 누구예요?"라고 묻는 크리스에게 낯선 남자는 말한다. "당신의 남편이야"(16).

크리스는 자신이 지금 마흔일곱 살이며, 스물아홉 살에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그녀는 기억상실증 환자이다. 그것도 희귀한 유형의 기억상실증 환자이다(37-39). 일반적으로 기억상실증 환자는 과거의 일들을 불러내지 못한다. 희귀한 다른 유형은 기억을 단기 저장고에서 장기 저장고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런 사람은 순간을 산다. 그런데 크리스는 이 두 가지 유형에 모두 해당한다. 스물네 시간까지는 기억하다가 잠을 자고 나면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어제까지의 일을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크리스. 그런 그녀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녀의 남편이면서 동시에 낯선 사람인 '벤'뿐이다. "그럴 테지. 알고 있어. 하지만 걱정 마, 크리스. 내가 돌봐줄게. 늘 돌봐줄게. 당신은 나을 거야. 날 믿어"(18).

그리고 크리스를 도와주려는 또 한 남자가 있다. 닥터 '내시'는 크리스가 그의 권유에 따라 지난 몇 주 동안 일기를 적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것은 일종의 실험이다. 크리스는 자신이 적어나간 일기를 통해 조금씩 기억을 재생해 나간다. 그런데 크리스는 자신이 언제 적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일기장의 첫 페이지에서 예기치 않은 말, 끔찍한 말을 발견한다.

"벤을 믿지 마라"(44).



 


 
"일기는 내가 누군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말해주었다. 모든 것을 잃어버리지는 않았다고 내게 말해주었다. 내 기억들이 천천히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196).

남편 몰래 닥터 내시의 도움을 받으며 일기장을 통해 기억을 재생해나가는 크리스는 남편 '벤'이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데, 벤은 왜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녀의 사고에 대해, 그녀의 아들에 대해, 남편은 왜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남편 벤이 자신을 사랑하기 때문일까? 그녀에게 고통과 슬픔이 되는 기억은 말해주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런 것들을 기억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면 나는 덜 슬플 거이고, 그는 그런 기억을 떠오르게 해주는 고통을 덜 것이다. 그는 분명 입을 다물고 싶어 했을 것이다. 내가 언제 어디서나 작은 폭탄 같은 이런 기억의 파편들을 가지고 다니는 것을 알고, 아무 때고 누군가 그 기억의 표면을 찌를 때마다 내가 고통을 겪는 것을 알면, 그의 삶은 분명 힘들 것이다"(149).

그러나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또다른 고통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내일이라니? 내겐 내일이 없어.' 어제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159).

기억을 잃어버린 크리스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장면과 감각마저 그것이 기억이 아니라 상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게다가 그녀의 기억은 조작되기 쉽다. 지금 그녀가 의존하고 있는 일기도, 그녀의 삶에 대해 그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는(기억하고 있는) 남편 벤, 닥터 내시, 친구 클레어의 증언도 누구든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는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의 인생은 얼마든지 조작될 수 있다. 심지어 아직 살지 않은 '내일'의 삶까지!

기억을 잃어버린 그녀는 무엇으로 자신의 인생에 벌어진 진실과 꾸며낸 거짓을 가려낼 수 있을까? 

 
"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나는 곧 잠들 것이고 그러면 내 뇌는 모든 것을 지우기 시작할 것이다. 내일 모든 것을 다시 경험할 것이다. 이제는 거창한 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라는 것이라곤 정상적으로 느끼는 것뿐이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사는 것, 경험을 토대로 경험을 쌓아가는 것, 하루를 바탕으로 다음 날을 이어가는 것뿐이었다(185).

<내가 잠들기 전에>가 등장과 함께 베스트셀러를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마지막 몇 장을 통해 일어나는 반전의 "끔찍함" 때문이리라. 기억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리 묘사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독자라면, 이 마지막 몇 장을 읽기 위해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앞부분이 늘어질수록 마지막 몇 장이 더욱 끔찍해지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스릴러'의 묘미가 있다.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주인공(크리스)이 순간순간 마주하게 되는 공포와 불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반전이 더욱 끔찍해질테니 말이다. 진정한 공포는 절대 다시 재생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기억이 아니라, 조작된 현재의 삶이다!

<내가 잠들기 전에>는 '기억'이라는 것이 오늘 내 삶을 지탱하는 데 얼마나 소중한 것이며, 얼마나 큰 힘을 가진 것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나는 견고한 땅을 갈망한다. 생생한 것, 잠든 사이에 사라져버리지 않는 것을 갈망한다. 나 자신을 단단히 붙들어야 해"(258).

집안의 반대로 사랑을 이루지 못한 연인이 있었다. 둘은 몹시 괴로워했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는데 사고 이후, 그 남자'만'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얼마나 괴로웠으면, 얼마나 잊고 싶었으면, 다른 것은 다 기억하면서도 '그 남자'만 기억하지 못하게 되었을까 하며 안타까워했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사실에 더 슬퍼했다. 이 드라마같은 이야기는 은사님께 전해들은 실화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괴로웠던 그 여자는 그 남자에 대한 기억을 잃어버린 후, 덜 불행했을까?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까맣게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그러나 <내가 잠들기 전에>는 '나'라는 사람을 이루는 정체성, 자아감각은 '그 모든' 기억을 포함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크리스가 기억을 대신해 적어내려간 일기가 그녀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말해준 것처럼, 나의 기억이, 지나온 세월 동안 함께하며 누군가와 공유하고 있는 기억이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여기 왔는지, 무엇을 가지고 있고,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설명해준다. 어쩌면 '기억'이라는 것이 동물과 인간을 나누는 가름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끔찍한 기억 때문에 괴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라. 그 기억마저 내 것으로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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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행사전 - 신비로운 바람의 섬, 오름에서 한라까지!
김우선.오희삼.이종진 지음 / 터치아트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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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이제는 더이상 얽메이긴 우리 싫어요
신문에 TV에 월급봉투에
아파트 담벼락 보다는 바달 볼 수 있는 창문이 좋아요
낑깡 밭 일구고 감귤도 우리 둘이 가꿔봐요
정말로 그대가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밤 하늘 아래로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없어요
제주도 푸른밤 그 별 아래
그동안 우리는 오랫동안 지쳤잖아요
술집에 카페에 많은 사람에
도시의 침묵보다는 바다의 속삭임이 좋아요
신혼부부 밀려와 똑같은 사진찍기 구경하며
정말로 그대가 재미없다 느껴진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르매가 살고 있는 곳
 
 

"며칠 제주도에 다녀올께요"라는 쪽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남겨두고, 훌쩍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 상상을 해봅니다. 왜 이렇게 도망치듯 가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말그대로 '훌쩍' 떠나고 싶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나기 안성맞춤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훌쩍' 떠나도 안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제주도는 가보기 전보다, 다녀온 후에 더 제 마음을 울렁이게 하는 섬입니다. 다녀왔다는 만족함보다 다시 가고 싶다는 갈증이 더 깊어지는 곳입니다. 전에는 예사로 듣던 "제주도의 푸른밤"이라는 노랫말이 한 글자 한 글자 가슴에 와서 콕콕 박힙니다. 누군가 손 내밀며 "떠나요 둘이서 모든 것 훌훌 버리고 제주도 푸른밤 그별 아래"라고 노래한다면, 당장이라도 그 손 잡고 따라나설 것만 같습니다.

터치아트에서 펴낸 <제주여행사전>은 시인(김우선), 제주도에서 난 이(오희삼), 제주도로 옮겨 앉은 이(이종진)가 함께 쓴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여행 가이드북과 다르게 제주도가 얼마나 '특별한' 섬인지 그 참 매력을 정갈하게 보여줍니다. 아마도 제주도에 홀딱 반한 지인이들의 마음이 그대로 이 책에 담겨 있기 때문인가 봅니다. 제주도는 여행지로도 최고이지만, 우리가 아끼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자연유산이기도 합니다. 제주는 오름의 왕국인데(화산활동으로 형성된 소화산체를 뜻하는 제주어), 단일지역에 분포하는 오름의 수로는 세계 최대라고 합니다. 또 제주는 "자연환경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유네스코 지정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면서 진정 세계인이 보존해야 할 보배로 인정받았다"고 합니다. 알수록 자랑스럽고, 느낄수록 신비로운 섬입니다!

시인 김우선님은 "제주로 가는 길은 딱 두 가지, 바닷길과 하늘길이다. (...) 한꺼번에 홀라당 반하려면 비행기를 타는게 좋고, 천천히 의심하고 생각하면서 보다 깊게 반하려면 가장 느리게 가는 배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다음엔 배를 타고 가보야겠습니다. 천천히 느리게. 또 제주도는 "세 번 반해야 제대로 보인다"고 합니다. 첫 여행에서는 제주의 바다와 하늘에 반하고, 두 번째 찾을 때는 한라산과 오름, 제주의 땅과 풍물에 반하고, 세 번째 찾을 때는 한라산 소주며, 제주막걸리, 자리물회와 멜조림이 좋아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제주여행사전>은 제목 그대로 사전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테마별로 '걷기 여행', '드라이브 여행', '레포츠 섬 해수욕장', '맛있는 제주', '머물고 싶은 숙소'로 나누어 구성했습니다. 테마별로 간략한 정보를 담은 심플한 구성이 저는 오히려 마음에 듭니다. 찾아보고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제주도를 자주 가지 못해 한 번에 진액만 뽑아내고 싶은 분들은 다른 여행 고수들이 선정한 '베스트'를 참고하여 스케줄을 짜면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하나도 놓치지 않고 천천히 제주도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제주여행사전>을 펼쳐 놓고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 '꼭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고 있자니, 그냥 이 책 하나 들고 훌쩍 제주도로 떠나버리고 싶습니다. 계획, 준비, 스케줄, 모두 뒤로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가까이 제주도를 느끼고 싶고, 그렇게 천천히 제주도를 알아가고 싶습니다. 후다닥 소비하고 돌아오는 여행이 아니라, 오래두고 깊이 사귀고 싶은 제주도입니다. "떠나요 둘이서 힘들게 별로없어요"라는 말이 왜이리 위안이 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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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00배 즐기기 - 2011년~2012년 최신정보 수록 / 뉴욕 22개 & 근교 9개 도시 100배 즐기기
홍수연.홍지윤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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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Y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준비 없이 훌쩍 떠나는 여행이 낭만적일 때도 있지만,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이며 어떤 여행지이든 '100배 즐길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준비!' 일생에 한 번 방문할까 말까 한 지역일수록 후회 없는 알짜 여행을 원한다면 준비가 필수이다. 그렇지 않아도 늘 돌발상황과 맞닥뜨려야 하는 것이 여행인데, 처음 가는 자유 여행일수록 정보(준비)가 생명! 그런 점에서 랜덤하우스의 <100배 즐기기> 시리즈는 최강 정보력을 자랑하는 여행 가이드북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곳'이라는 주제로 나만의 리스트를 만든다면, 뉴욕은 'Top 10'에 드는 도시이다. 그런데 이 책을 손에 쥐고 나는 다시 물었다. 나는 왜 이 도시를 이토록 가보고 싶어할까? 아메리칸 드림이 있는 것도 아니고, 뉴욕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동경하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위험하기까지 하며, 심지어 고급스러운 외관과는 달리 최근 고급 호텔들도 빈대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하는데, 왜?

촌스러운 대답이지만, 뉴욕 하면 영화의 한 장면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설레임이 생긴다. 치열한 도시의 '반전' 같은 영상미가 온 마음을 사로잡았던 노란 단풍 가득한 '뉴욕의 가을' 속으로, 뉴욕의 한가운데서 운명처럼 만나고 운명같은 사랑 속으로 빠져 들었던 맨해튼의 크리스마스 '세렌디피티' 속으로. 해리가 샐리를 만났던 미술관에도 가보고, 프라다를 입은 앤드리아도 만나고, 알 파치노의 탱코라도 흐른다면 배우 이동욱처럼 멋진 남자와 춤을 추는 꿈에도 젖어들어보고. 대답을 하고 보니 뉴욕은 금융 전쟁이 벌어지는 살벌한 지구의 중심이 아니라, 내겐 사랑의 도시이다. 높이 솟은 마천루까지 로맨틱해보인다. 도시남녀의 사랑을 간직한 뉴욕의 뜨거운 거리를 걸어가는 상상만으로도 설레이니 어찌할까. 

  

 

휴대용 '뉴욕 맵북'은 손에 들고 다니는 내비게이션이다. 실측 지도 위에는 관광명소, 쇼핑, 음식점, 호텔, 엔터테인먼트(영화관, 클럽), 지하철, 우체국, 교회 등을 표시해주고 있다.   

 

 

뉴욕은 5개의 독립 자치구(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크스,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먼저 가보고 싶은 곳은 맨해튼이다. 세계의 중심이라는 뉴욕, 맨해튼은 그 뉴욕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맨해튼은 같은 뉴욕에 살고 있어도 모두 빅애플의 도시 맨해튼 입성을 꿈꿀 정도로 최고의 도시라는데, 세계에서 제일 콧대가 높을 것 같은 '리얼 뉴요커'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엿보고 싶은 촌스러운 호기심이 꿈틀거린다.  

 


  



내게 '도시'는 삭막함의 대명사인데, 뉴욕은 '활기'의 대명사가 된다. <뉴욕 100배 즐기기>에는 '유명' 도시를 '직접' 가봤다는 것만으로도 뿌뜻해지는 초보 여행자의 함정에서 벗어나, 진짜 뉴욕을 100배 즐길 수 있는 아이템이 가득하다. 유명 미술관이 많은 것은 알았지만, 뉴욕 하면 금융과 쇼핑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 '예술'의 도시라는 이미지는 별로 없었다. 세계적인 예술품은 물론 다양한 공연과 볼거리, 게다가 담요 한장 들고 가서 즐기는 피크닉&일광과 2층 버스&유람선으로 즐기는 로맨틱 데이트까지! 뉴욕을 100배 즐기려고 꿈꾸다 보니, 치열함과 여유로움, 경쟁과 낭만,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이 도시의 매력이 부러워진다. 우리가 사는 곳을 이렇게 만들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엉뚱한 질문이 생겨날 정도로.
  

 

<뉴욕 100배 즐기기>의 모든 정보는 여행이 '삶'인 열혈 여인들이 철저한 조사와 현지답사를 통해 꼼꼼하게 수집한 따끈따끈한 최신 정보이다. 일정짜기, 여권만들기, 비자 받기, 항공권 & 교통패스 구입하기, 기차 & 버스 시각표 보기, 속소 예약, 여행정보 수집, 예산, 증명서 만들기, 여행자보험 가입, 환전, 짐 꾸리기 등등 세심하고 상세한 목차를 보고 깨닫는 것은 역시 준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여행 준비 자체가 설레임이고 기대감으로 꽉 들어찬 재미여야 하는데, 난 골치가 아파온다. 그래서 여태 꿈만 꾸고 떠나질 못하고 있는가 보다. 이런 내게 <뉴욕 100배 즐기기> 같은 책은 꿈이 현실이 되게 해주는 수호 천사이다! 여행에 대한 맹목적인 기대가 아니라, 확실한 현실감을 부여해주니 더욱 그러하다.
 




<뉴욕 100배 즐기기>가 정말 섬세하다는 감동을 준 부분, '미국에서의 My Size.' 미국 여행에서 돌아오신 아버지가 가족들 옷을 한 벌씩 사오셨는데, 사이즈가 완전 중구난방이었다는. 표시된 사이즈를 해독(!)하지 못해 그냥 눈대중으로 사오셨다는 아버지. 아까우니, 옷에 몸을 맞추라고 한마디 하셨다.
 


   


<뉴욕 100배 즐기기>의 장점 중 하나는 최소의 경비로 여행 스케줄을 짤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점! 이 책에는 뉴욕의 핵심 지역 외에도 함께 여행하면 좋을 근교 지역의 여행 정보도 수록되어 있다. 그중 가장 나의 눈에 띄는 곳은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 비행기로 1시간, 기차로 8시간 40분에서 9시간, 버스로 10시간이라고 하니 뉴욕 '근교'라고 하기가 약간 무색하지만, 넓은 땅어리를 생각할 때 이 정도면 근교라고 할 만할지도 모르겠다.

뉴욕 여행을 상상하니 갑자기 다이어트 욕구가 불타오른다. 뉴욕을 제대로 즐기려면 멋을 좀 내고 가야 할 것 같은 강박관념이. 알찬 정보로 가득한 <뉴욕 100배 즐기기> 만큼이나 이 도시를 즐기려면 부지런해져야 할 듯하다. 세련된 멋과 낭만이 공존하는 곳 뉴욕, 이 도시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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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비전트립 1 - 종교개혁과 신앙의 발자취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유럽비전트립 1
박양규 지음 / 두란노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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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지금도 알프스와 에펠탑 아래에는 한국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곳에서 소위 '인증샷'을 남기는 것이 비전트립이 아니라 우리의 영적인 눈을 뜨게 하는 것이 비전트립이다." 

 

 

 

유럽 여행과 비전트립의 차이는 무엇일까?
 
비전트립을 실시하고 있는 교회도 있고, 비전트립을 계획하는 교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비전트립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교회는 몇 교회나 될까? 단기선교 붐처럼 교회 안에 비전트립 붐이 일고 있는 것을 느낀다. 사실 그 취지만 잘 살릴 수 있다면, 비전트립처럼 가슴 뛰고, 꼭 함께하고 싶은 프로그램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막상 도입하려고 하면 그렇게 만만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우선은 '비용'과 같은 예산 문제 때문에 비전트립은 '부자 교회'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좌절감이 찾아오기 쉽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 책의 저자 박양규 목사님의 지적대로 "많은 교회들이 유럽으로 '비전트립'이라는 이름으로 떠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교회에서 진행되는 유럽 여행'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경우가 많다는 것에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여행의 목적에 얼마나 충실한 계획을 세우느냐'교육'이 있는 여행인가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생각한다.  

 



 

비전 트립의 성패는 '사전 준비'에 있다!

<유럽비전트립 1>은 비전트립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할 수 있다. 10년간 직접 믿음의 청년들과 유럽을 방문하면서 쌓인 정보, 고민, 노하우, 결실이 이 한 권에 모두 담겼다. 기획(취지)에서 결실까지, 출발에서 도착까지 세심한 안내와 구체적인 도움,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출발하기 전에 이 영화는 꼭 보자"는 꼭지를 보며 감동했다. 참자들에게 무엇을 심어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고 큰 것이었나 하는 것을 이 하나가 단적으로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비전트립의 성패는 여행지에서가 아니라, '사전 준비'에 있다는 것을 새롭고, 확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10년 노하우를 모두 모아, 비전트립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다.

<유럽비전트립>의 가장 큰 장점은 비전트립의 큰 그림과 구체적인 그림을 모두 그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데 있다. 비전트립의 진정한 목적을 찾아주는 "왜 비전트립인가?"에서 시작하여, "비전트립 준비하기", "비전트립 리더를 위한 노하우 전수", "비전트립 물품 준비", "숙소 예약하기", "차량 예약과 픽업"까지 바로 옆에서 신뢰할 수 있는 '가이드'가 세심하게 하나 하나 일러주는 느낌이 든다. 별도의 기획서 없이 이 책의 가이드를 그대로 따라가며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고, 점검할 수 있을 만큼 상세하다. '비용' 문제에 대한 세심한 지침, 비전트립을 구성하는 역할 팀 분배, 떠나기 전 세미나 진행 요령, 필요한 책 구입, 분위기 잡기 등 '생각지도' 못한 지침을 배우며, 실전을 통해 쌓은 10년 노하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실전에서 얻은 경험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 

 

 

왜 유럽인가? 

<유럽비전트립 1>이라는 제목을 보면 시리즈 발간을 기획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유럽비전트립 1>은 "종교개혁과 신앙의 발자취"라는 테마로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를 여행한다. 추천코스를 살펴보면, 루터의 종교개혁 여행(1주일), 종교개혁과 경건주의 여행 코스(2주일), 개혁가, 음악가 등 다양한 믿음의 선진들과 만날 수 있는 믿음의 선진들과의 만남(2주일), 특별히 하나님을 찬양했던 음악가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음악기행(2주일), 역사의 현장, 다양한 문학과 명사들을 접하며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그랜드 투어(2주 반)로 구성되어 있다.  


 
 



비전 트립의 성패는 '교육'에 있다!

저자인 박양규 목사님은 가장 힘들었던 것이 방문지 선정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사를 바꾼 역사의 현장에 대해 알려주는 정보가 전무했기 때문이란다. 비전트립이 일반 유럽 여행과 구분되는 것은 바로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여행을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담을 수 있는가는 그곳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단순한 사실이 진리로 작용하는 것이다. "진정한 인생의 비전을 찾고, 믿음의 선진들과 시간을 뛰어넘는 만남을 갖고, 영적으로 값진 경험을 하기 원한다면" 그곳을 방문(여행)하는 목적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유럽비전트립 1> 단순한 여행 정보만이 아니라, 교육까지 담았다. 이 내용 그대로 강의안으로 사용해도 좋을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

방문지에 대한 정보만으로도 현장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진다. "믿음의 유산이 어떻게 우리에게 전달되었고, 그 유산을 물려받은 우리가 어떻게 한국 교회를 섬겨야 하는지에 대한 심도 깊은 고민이 포함되었다"는 저자의 고백이 허언이 아니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방문 정보', '비전 노트', '개념 정리', '간증', '역사 기행', '여행 Tip', '인물 연구', '찬송가 기행' 등은 우리가 그곳을 방문한 목적을 잊지 않게 도와주고, 놓치지 않고 꼭 보고 와야 할 여행의 핵심을 짚어준다. 


 
 


  
"이 책의 진짜 목적은 유럽에서 보게 될 중세 유럽 교회의 모습과 현대의 부끄러운 유럽 기독교 역사 속에 투영된 한국교회의 현실을 읽는 것이다."

<유럽비전트립 1>은 단순한 여행 정보가 아니라, 뜨거운 신앙 유산을 담은 책이다. 책으로 먼저 떠나는 유럽비전트립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뜨겁게 하는 힘이 있다. '비전트립'을 꿈꾸는 교회는 이 책을 통해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며 비전트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비전트립'을 전혀 꿈꾸지 않았거나, 혹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던 교회도 이 책을 보면 '비전트립'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신앙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하나님이 이끌어가시는 역사와 그 의 방향을 구체적으로 묵상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믿음의 선진들이 걸어갔던 그 길은 지금 우리가 걷고 있는 믿음의 여정을 객관해보며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리라.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에도, 현실에 매몰되어 꿈을 꾸지 못하고 꿈을 포기하며 사는 이 땅의 많은 청년들에게 '비전트립'의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간절히 간구하며 책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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