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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신 역사스페셜 우리 인물, 세계와 通하다 ㅣ KBS 新역사스페셜 2
KBS역사스페셜 제작팀 지음 / 가디언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무엇이 역사가 되는가? 무엇이 역사로 남는가?
이 책은 이런 물음을 묻게 해주었다. 그리고 개인의 한 걸음이, 나의 삶의 한 자락이 역사가 될 수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곧 역사임을 깨닫게 해준 책이기도 하다. <우리 인물, 세계와 통하다>는 실제로 한 무관의 일기가 어떻게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게 되었는지, 그 가치를 조명해 보여준다(2장 개인의 삶, 역사를 기록하다 - 조선 무관 노상추의 68년간의 일기). 안네 프랑크의 일기가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것처럼 말이다.
"돌아온 역사스페셜은 우리 선조들의 위대함뿐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삶 자체를 알고자 했고, 우리 역사의 독자성뿐 아니라 다양성에도 주목하고자 했다. 그래서 생활사와 교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5).
<우리 인물, 역사와 통하다>는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된 것을 책으로 만들어서 그런지 볼거리도 많고(사진 자료), 한 사람의 의견이나 주장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으며 고증의 절차를 밟아나가는 방식도 마음에 든다. 특히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좋았다.
예를 들면,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견줄 수 있는 19세기 백과사전이 우리에게도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임원의 <임원경제지>이다. 그런데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현재 100명이 넘는 편집자와 4,000명이 넘는 필자가 공동집필하는 책이며, 처음 만들어지던 당시에도 계몽주의자들이 공동 집필한 저서였다. <임원경제지>는 농업, 건축, 의학, 과학, 수학, 천문학, 생물학,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 걸친 19세기 조선의 지식들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총 113권에 달하는 이 방대한 지식을 서유구 혼자 썼다는 사실이다. <우리 인물, 역사와 통하다>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그 해답을 추적해나간다.
이외에도 이렇게 모아진 19세기의 정보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이 더욱 놀라운 사실을 들려주며, <백과사전>의 출간이 지니는 의미까지 조명해준다. 서양에서 출간된 백과사전은 당시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던졌고, 결국은 사회 전체를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한다. 이것은 한마디로 지식혁명이었다. 전문가들만이 독점했던 정보(지식)가 비로소 대중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건축가에게까지 영감을 주는 우리의 <임원경제지>가 <브리태니커>와 같은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 대목이 <임원경제지>의 역사적 가치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성찰하여 교훈을 얻어야 할 지점이 아닌가 한다.
생활사와 교류사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힌 <우리 인물, 세계와 통하다>는 역사의 주류에서 빗겨나 있는 재미난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조선 최초의 필리핀어 통역사가 누구였는지, 2004년 중국에서 발견된 '부여태비의 묘'에 숨겨진 백제 이야기, 독일 수도원에 잠들어 있던 조선 산수화의 정수 겸재 정선의 화첩이 어떻게 8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는지, 조선 무관이 쓴 일기가 말해주는 당시의 생활상, 피고는 스스로 노예라고 우기고 원고는 그가 양인이라고 우기는 노비재판이 왜 있었는지, 조상을 욕한 죄로 동가식서가숙 했던 방랑 시인으로 알려진 김삿갓이 어떻게 오늘날 슈퍼 스타가 되었는지, 그리고 그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오해의 진실은 무엇인지, 이 밖에도 신라 장군 이사부, 국모의 원수를 갚은 고영근, 조국의 광복을 꿈꾸며 광복회를 이끈 박상진, 이순신 장군이 탄 대장선에 올라 이순신의 최후를 함께한 일본군 출신 손문욱이라는 인물은 누구인지, 알려진 위인이 아니라 감추어진 역사와 인물을 만나게 해준다. <우리 인물, 역사와 통하다>는 "역사가 사건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역사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히지 못한 결과는 심각하다. 역사는 투쟁의 기록이지만 이 기록은 공존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고 반성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5).
우리는 왜 역사를 공부하고, 옛 이야기를 듣는가? 그 안에 오늘을 비쳐주는 거울이 있고, 내일을 열어가는 교훈과 지혜가 있기 때문이리라. <우리 인물, 역사와 통하다>는 자신의 삶에 충실했던 사람들이 눈에 보이지 않게 촘촘하게 엮어나간 우리네 역사를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고, 나의 뿌리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이유가 되어주었다. 역사로 남을 나의 오늘을 더욱 소중하게 채워가야겠다.